[특집 / 저출산 고령화: 58년 개띠, 노인이 되다] 서울 거주 20代 직장인들이 말하는 結婚과 非婚, 출산과 주거 : 월간조선

2022년 3분기 대한민국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 여성의 출산율)은 0.79명이다. 2021년 출생아 수는 26만562명, 조출생률(인구 1000명당)은 5.1명이었다. 당분간 합계출산율은 지속해서 하락할 전망이다. 2023년에는 0.7명대에 진입한다.

저출산의 원인은 비혼(非婚)이 늘어 성혼(成婚)이 줄었기 때문이다. 성혼 감소는 저출산으로 이어져 노령화를 가속한다. 여기에다 코로나19까지도 악영향을 끼쳤다. 통상 신생아의 약 70%는 혼인 5년 차 미만 가정에서 태어난다. 가임 연령은 큰 변화가 없음에도 코로나19로 인해 혼인을 미루는 이들이 늘어나 출산율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9명(월수입 세후 250만~350만원)을 대상으로 결혼(비혼)과 출산, 주거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 요인과 이전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 때문에 비혼이 늘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봤다.

“예능 프로, 비혼 미화 조장”

1996년생인 나윤재씨(남·27)는 국회에서 일한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비서관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집은 양천구 목동이고 가족과 함께 산다. 나씨는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류가 지속되려면 출산을 해야죠. 출산을 위한 전 단계가 결혼이고요. 다만 최근 들어 새로운 가치(비혼, 저출산)가 부각됐다고 생각해요.”

— 비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비혼을 택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니 존중합니다. 다만 비혼 문화를 전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어요.”

— 왜 비혼이 늘었다고 생각하나요.

“삶의 질이 향상돼 여유가 생겼잖아요. 예술이나 문화 활동이 과거에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점차 부가 상향 평준화되고 예술도 일반 대중에 퍼졌잖아요. 이런 관점에서 젊은 층들도 이전 세대보다는 더 나은 경제적 여건에서 자기 가치관을 실현하는 거죠.”

나씨는 우리 미디어 환경이 비혼을 조장하고 결혼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TV를 보면 뉴스에서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도하잖아요. 그런데 뉴스가 끝나고 이어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비혼을 미화 내지 조장하는 내용을 내보내요. 모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디어도 비혼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요.

“고부 갈등, 가족 간 불화, 이혼 등을 많이 다루잖아요. 지금 MZ 세대는 성장하면서 은연중에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흡수된 거죠. 과거에는 〈전원일기〉처럼 전통적인 가족상을 다룬 프로그램이 방영됐다면 지금은 〈사랑과 전쟁〉 같은 방송을 내보내잖아요.”

“국가가 육아 책임져도 출산율 높아지지 않을 것”

나씨는 “반만년 역사에서 우리 민족이 지금처럼 풍요롭게 산 시절이 없었는데도 뉴스에선 ‘경제가 어렵다’고 말한다”며 “이런 분위기가 MZ 세대에게는 일종의 최면 내지 가스라이팅으로 작용해 결혼을 꺼리게 만든다”고 했다.

이어 “부모님들이 흔히들 ‘너를 낳고 키우려고 수억원이 들어갔어’와 같은 말을 할 때면 감사함이나 미안한 감정보다는 오히려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고 했다.

나씨는 최근 일부 기업이 비혼 선언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국가가 육아를 책임져도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출산율을 개선하기 위해선 혜택보다는 비혼·비출산 가정에 세금 부담과 같은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했다.

— 부모님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서울에서 집(아파트 85㎡, 시세 10억원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불가능해요. 부모님 도움이 있어도 서울에서 집은 사기 힘들어요. 최근 집값이 폭락했음에도 여전히 비싸서 엄두도 안 나요.”

— 왜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린다고 생각하나요.

“인프라 때문이죠.”

1994년생인 김화남씨(가명, 여· 29). 고향은 대구다. 직업은 관광 계열이다.

김씨는 “결혼이 의무는 아니지만 비혼과 결혼 중 택해야 한다면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중심이 돼 가족을 만든다는 점에서 결혼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 비혼이 왜 늘어난다고 생각하나요.

“경제적으로 힘들기 때문이죠. 제 주변에도 비혼주의자들이 늘어가고 있어요. 자녀를 출산해 양육에 투자하기보단 자신에게 투자하겠다는 생각이죠. 자원은 한정돼 있고 누군가를 책임지기보단 자기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는 거죠. 비혼은 앞으로도 더 늘어갈 거예요.”

— 일부 기업에선 비혼을 선언한 이들에게 혜택을 줍니다.

“비혼은 존중하지만 혜택까지 주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요. 업무 성과가 아닌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보상이니까요. 기혼자에 대한 역차별이잖아요.”

— 자녀 계획은 있나요.

“이상적인 것은 2명인데, 현실은 1명이지 않을까요. 자녀는 꼭 갖고 싶어요.”

김화남씨는 국가가 육아를 책임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자력으로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니요, 월급만으론 어렵죠. 집을 사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자도 부담되고요.”

— 서울에서 살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인프라와 일자리 때문이죠. 제가 대학에서 배운 전공을 제 고향(대구)에선 활용할 수 없었어요. 취업 기회도 서울이 압도적으로 많았고요.”

— MZ 세대와 부모 세대 간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우리 부모님들이 미래를 위해 저축이나 양육에 투자했다면 지금 젊은 층은 당장 오늘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하죠. 당장 내일도 알 수 없는데 막연한 1년, 10년 뒤 미래보다는 오늘 지금 내가 당장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씨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미디어가 비혼과 저출산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비혼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비혼과 저출산이 걱정된다고 했다.

“非婚 느는 건 사회적 갈등과 빈부 격차 때문”

1994년생인 정세현씨(가명, 남· 29세). 고향은 대전이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한때 중동(中東)에서 일했다. 서울에선 자취하고 있다.

정씨는 “연애도 선택, 결혼도 선택, 비혼도 선택”이라면서도 “비혼이 바람직하진 않다. 우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책무를 회피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기업이 비혼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에 대해 “부정적이다. 개인의 선택에 특혜를 주는 것이다. 비혼 조장 행위이다”고 했다.

정씨는 비혼이 느는 이유로 각종 사회적 갈등(젠더 갈등 등)과 빈부격차를 꼽았다. 심화하는 고령화에 대해서도 “고령화의 원인은 결국 저출산”이라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사회적으로 많은 부를 보유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부유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도 자력으로 서울에서 내 집 마련(아파트 85㎡, 시세 10억원 기준)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명 중 2명 정도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세현씨는 “서울로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결국 인프라와 양질의 일자리 때문”이라고 했다. ‘월급을 더 준다고 하면 지방에서 생활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광역시를 기준으로 서울에서 받는 급여의 30% 이상은 더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대규모 이민을 받은 것에 대해 정씨는 “통상 이민은 낮은 위치에 있는 이들이 기회를 찾기 위해 더 나은 곳으로 오는 것”이라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민 정책에는 부정적이었다.

“아이 가진다면 1명 정도”

저출산으로 빈자리가 보이는 대학병원 산부인과. 사진=뉴시스

경북 구미 출신인 1995년생 지민희씨(가명, 여·28). 고등학교를 마친 후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줄곧 자취를 했다.

지씨는 “결혼이 필수는 아니다. 가정을 이뤄서 얻는 행복보다 개인에 중심을 둔 비혼 생활이 행복하면 비혼도 나쁠 건 없다”며 “여성은 결혼 후 출산하면 경력 단절 문제도 있다.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판단하니 비혼이 느는 것 같다”고 했다.

— 비혼을 택하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첫째는 자아실현이나 삶의 방식, 가치관에 대한 욕심이고, 두 번째는 경제 여건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씨는 “결혼할 생각은 있다”면서도 “미리 계획을 세우기보단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할 것 같다”고 했다.

“과거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정을 꾸려야 안정된다’고 했잖아요. 요새는 오히려 1인 가구로 사는 게 안정적이니까 비혼을 택하는 것 같아요. 결혼하는 순간 남성은 남편, 가장(家長)이 되고 여성은 엄마이자 아내, 며느리로서 책무를 다해야 하잖아요. 제가 아이를 좋은 환경에서 양육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많이 낳고 싶진 않아요. 아이를 가진다면 한 명을 낳고 싶어요.”

지씨 또한 자력으로 서울에서 집을 장만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층 10명 중 2~3명 정도가 집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 왜 젊은 층은 꼭 서울, 수도권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잖아요. 물론 금전적인 지출은 많지만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나 편의 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요. 저는 고향으로 다시 내려갈 생각은 없어요. 서울에서 지내는 게 너무 편하고 좋거든요.”

— 부모 세대와 지금 MZ 세대 간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가치관의 차이죠. 살아오면서 겪어온 사회상이 전혀 다르잖아요. 우리 조부모 세대는 전쟁을 겪었고, 부모 세대는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경험했잖아요. 여기에 MZ 세대는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살고 있고요.”

—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비혼을 주제로 다루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비혼에 영향을 끼친다고는 생각해요. 결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저도 즐겨 보지만 예능은 재미를 추구해야 하니 트렌드(유행)를 좇을 수밖에 없죠.”

“고향 내려가도 나아질 게 없을 것 같아”

1994년생인 구자영씨(가명, 여· 29)는 서울 강남에서 애견미용사로 일한다. 고향은 전북 전주다. 전주에서 전문대를 졸업한 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서울로 올라왔다. 외로움을 느껴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를 계기로 1년 전부터 애견 미용을 배우고는 한 동물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하루 8시간씩 주 6일 근무하고 350만원가량을 번다. 종일 서서 일하느라 노동 강도가 강하다고 한다. 서울교대역 부근 방 두 칸짜리 주택에서 강아지 2마리와 함께 지낸다. 월세에 관리비 등 주거에만 매달 120만원을 쓴다. 직장과 가깝고 각종 편의 시설이 마련돼 있어 감수하고 있다. 여기에 식비나 통신비 등을 제하면 150만원 정도 남는다고 했다.

— 고향에서 일할 생각은 안 해봤나요.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도 하는데 당장은 없어요. 서울 생활은 지출이 많지만 고향에 내려간다고 해도 나아질 게 없을 것 같아요. 이곳에서 일하면서 고향으로 내려갈 목돈을 마련하고 싶어요.”

구씨는 “도저히 서울에선 집을 마련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막상 고향에 내려가면 서울에서 누렸던 문화생활을 포기해야 하니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고 했다.

— 결혼과 비혼 중 무엇을 택하실 생각입니까.

“결혼은 하고 싶은데 결혼에 필요한 경제적 요건을 제가 충족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흐르다 보면 저도 비자발적 비혼을 맞이해야 할지도….”

구씨는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덕분에 결혼을 두고는 조급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 비혼인 손님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많나요.

“네. 아무래도 외롭다 보니까요.”

— 어떤 느낌이 드나요.

“국가나 공동체 차원에선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각자 사정이 있겠죠.”

— 결혼을 위해 자신만이 세운 일종의 기준이나 계획이 있습니까.

“우선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그런데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진 모르겠습니다.”

— 그렇게들 비혼의 길을 걷는 것 아닐까요.

“맞아요. 자발적 비혼과 비자발적 비혼이 있다면 저는 비자발적 비혼이 될 거 같아요.”

— 반려동물 때문인가요.

“아니요, 반려동물 때문에 비혼을 하는 게 아니고 비혼을 택한 뒤 일종의 보완재로 반려동물을 찾는 거죠.”

— 결혼하면 자녀는 몇 명이나 두고 싶은가요.

“2명, 3명? 3명이면 좋을 거 같은데 1명 키우기도 벅차겠죠?”

— 어떻게 하면 성혼과 출산을 높일 수 있다고 보시나요.

“개인 차원에선 일자리나 주거 문제 정도만 해결돼도 어느 정도 나아질 것 같아요. 하지만 국가 차원에선 크게 효과 있는 대책이 없는 거 같아요.”

“연금도 빼앗기게 생겼다”

1995년생인 경미희씨(가명, 여·28)는 경기 북부가 고향이다. 현재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경씨는 “결혼이 필수는 아니지만 결혼만큼 좋은 사회적 계약은 없다”며 “결혼을 하면 제도적 보호를 받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비혼은 비혼주의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체험한 바를 실현하는 또 하나의 생존 방식이기에 존중한다”고 했다.

경미희씨는 “경제적인 문제로 과거 대가족과 같은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가 붕괴되고 핵가족, 1인 가족화돼 비혼이 늘었다”며 “젊은 층이 결혼을 포기하게 된 건 정치권의 책임이 더 크다”고 했다.

“결혼을 포기했다고 해 비혼주의자들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할 순 없다고 봐요. 이들을 향한 ‘무책임하다’는 비판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정치권이 책임을 회피하고자 내뱉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기업에서 비혼을 선언한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과 관련해 경씨는 “현 세태를 반영한 대기업의 배려라 생각한다. 국가에서 비혼,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선도적으로 비혼 정책을 시행하니 그 나름의 의미는 있다. 하지만 비혼을 선언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경씨도 부모의 도움 없이 서울에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비율은 10명 중 2~3명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경미희씨는 고령화와 관련해 “고령화가 심화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 책임이 젊은 세대에게 있는 것도 아닌데 고령 인구를 젊은 층이 떠안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금도 빼앗기게 생겼다”며 “젊은 층에게 노년층에 대한 부양 의무를 강조하는 것은 곧 반감만을 일으켜 세대 갈등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왜 국민연금을 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경씨는 결혼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문화 현상이 젊은 층에게 결혼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심어 비혼율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젠더 갈등도 비혼에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젠더 갈등의 극단적 현상 중 하나가 비혼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6·25전쟁에서 붙잡힌 포로가 남도, 북도 아닌 제3국행을 택한 것처럼요.”

“40세까지는 커리어 달성에 주력할 것”

2021년 기준 한국의 출산율은 0.81명이다. 사진=OECD

감정평가사인 1994년생 박해주씨(여·29). 그는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대학원에서는 부동산을 공부했다.

박씨는 결혼과 비혼에 대해 중립적이었다. 그는 “반드시 결혼할 필요는 없다. 결혼은 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 남녀가 선택하는 사항”이라며 “비혼도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고 했다.

박해주씨는 일부 기업이 시행하는 비혼자 우대 정책에 대해 “개인의 선택, 사생활의 영역을 두고 혜택까지 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씨의 생각이다.

“SNS 때문에 비혼이 늘고 있다고 봐요. 자신을 타인에게 과시하려는 문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부모님들도 결혼식장에 다녀오면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말하기보단 ‘좋은 결혼식장, 비싼 뷔페에서 결혼을 했다’와 같은 말을 먼저 해요. 남의 시선을 신경 쓰다 보니 젊은 세대는 격차에 민감해졌죠. MZ 세대는 경쟁 사회에서 겪는 피로를 후손에게까지 물려주기 싫어할 거예요.”

— 결혼이나 육아를 국가에서 책임진다면 문제가 개선될까요.

“아니요, 국가가 나선다는 것은 배급제와 다를 게 없어 보여요. 국가 차원에서 일부 보조할 순 있겠죠. 하지만 결혼은 당사자 간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해요. 육아는 본질적으로 개별 가정이 책임지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박씨는 고령화에 대해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수명은 늘어나지만 정작 출산 가임 연령은 고정돼 있어 고령화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 노년 복지 부담을 덜기 위해 노년층에게도 과세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요.

“실현되기 어렵다고 봐요. 부유세도 결국 현금으로 거둬야 하잖아요. 문제는 우리 사회 노년층이 현금성 자산을 많이 갖고 있지 않아요. 주로 부동산이나 증권, 임차료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 자력으로 서울에서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나요.

“평범한 직장인을 기준으로 한다면 어렵죠. 10명 중 2명 정도 될까요.”

박씨는 향후 서울 집값이 더 내려갈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박해주씨는 “자아실현을 위한 인생 목표를 세워뒀다”며 “40세까지는 계획하고 있는 커리어(경력)를 달성하기 위해 우선 집중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비혼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자녀 없는 결혼도 괜찮을 것 같아”

2050년 한국은 전체 인구 중 78.8%가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사진=OECD

2000년생인 하은주씨(가명, 여·23)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친 후 서울로 와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자취를 하며 현재 국가기관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하씨는 “‘결혼이냐, 비혼이냐’는 개인이 선택할 가치중립적인 문제”라며 “결혼할 생각은 있으나 내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자도 자아실현을 하는 시대잖아요. 결혼하면 출산과 육아, 집안일까지…. 부담만 늘어나죠. 비혼·저출산이 국가 차원에서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자기 자신이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아 ‘국가적 차원의 문제’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 자신들 인생이 더 중요하니까요.”

—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의향은 있나요.

“아이를 낳고 싶고 또 잘 키울 자신도 있죠. 그런데 엄마가 됨으로써 포기해야 할 게 많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일단 낳은 뒤에 잘 키우자’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좋은 환경을 먼저 갖춘 뒤에 시작하려고 하잖아요. 다들 좋은 유치원에 보내고 싶어 해요.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교육의 질에서 격차가 생겨요. 저는 조금 전까지 자취할 집을 알아보다 왔어요.”

정부 차원의 출산 지원 정책에 대해 하씨는 “양육은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가정에서 책임지는 것이다”며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국가적 지원이 출산율 개선을 반드시 보장하진 않겠지만 이마저도 없다면 저출산 문제는 아예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혼자 사는 것보다는 결혼하면 안정감을 얻을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결혼은 하되 자녀 없는 결혼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아껴 모은 돈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1993년생인 백상훈씨(가명, 남· 29)는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에서 대학원을 마친 뒤 취업했다. 문재인 정부 말기, 부동산값이 정점을 찍었을 때 회사 근처에 도시형생활주택을 분양받았다. 분양가 9억원, 계약금 9000만원이었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계약금을 내고 나머지는 은행 대출로 해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시중 은행 금리도 함께 올랐다. 당초 이자율이 4%대였으나 지금은 7%,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있다.

지금 백씨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집값이 더 하락하는 것을 지켜볼지, 계약금을 지키기 위해 비싼 은행 이자를 감수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대학 졸업하고 아껴 모은 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어요. 잠이 안 옵니다.”

— 당시 문재인 정권에서 집값을 잡겠다고 했잖아요.

“신뢰할 수 없었어요. 일단 거부감이 심했어요.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급등이라는 선례가 있었잖아요.”

—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

“여기저기 물어가며 살길을 찾아야죠. 결혼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백씨는 “20대 후반에서 30대로 넘어가면 연애가 아닌 결혼을 전제로 남녀 간 교제를 한다”면서 “남녀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기회를 잡지 못하면 비혼을 맞이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이어 “여성의 경우 연령이 높아지면 가임 능력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혼 연령이 높아질수록 개인은 물론 가정과 국가에 모두 손해”라고 했다.

백씨는 “비혼도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며 “개인 신념에 따른 자발적 비혼이 30%, 성혼 기회를 놓쳐 맞이 하는 ‘비자발적 비혼’이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