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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발파 10주년

생태주의로 포장된 선동과 善惡 이분법만큼 매력적인 게 없다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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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와 신념의 구럼비, 잊혀야 하는 구럼비
⊙ “제주 제2공항? 제주 사람은 그냥 귤 농사나 짓고 돼지나 키우며 살란 말인가요?”
⊙ “서귀포 강정동 포함한 대천동 인구, 10년 사이 96% 증가”
⊙ 전국 평균 1인당 국민소득 3700만원, 제주도 1인당 국민소득은 2900만원
⊙ 무조건적 국책사업 반대 행위에 역사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관례가 돼
2012년 3월 7일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가에서 바위 발파 작업을 하고 있다. 해군기지 시공업체는 이날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서쪽 200m 지점에서 1차 발파를 시행한 데 이어 오후 4시부터 연속 발파 작업을 했다. 사진=조선일보DB
  1. 한라산 기슭 고사리의 여린 대궁을 보러 제주에 간 것이 아니다. 낮은 돌담, 비자나무 숲, 감귤나무, 용암 바위, 문정현 신부를 보고 싶어서도 아니다. 아니었다.
 
  그저 제주에 가고 싶었다. 가서 저 강정마을에 꼭 가고 싶었다. 강정의 구럼비 바위를 발파(2012년 3월 7일)한 지 10년이 지났다고 해서다.
 
  기자는 이름도 긴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찾았다. 웅장하고 거대한 그곳에서 머리를 짧게 깎은 사복 입은 군인에게 “구럼비는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공손하게 물었다. 그의 답은 이랬다.
 
  “모르겠습니다.”
 
  그 말은 마치 “없습니다”로 들렸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구럼비 바위는 아무 말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또 들었다. 구럼비는 누군가에 의해 상징을 넘어 전설이 됐고 신화가 됐으며 또 누구에게는 잊혀야 하는 존재, 잊히고야 말 대상이었다. 어느 것도 다 비극이란 생각이 들었다.
 

  강정마을에서 “강정을 살려줍서, 구럼비를 살려줍서” 하는 주민들의 외침, 절규는 들을 수 없었다. 겉으론 평온했다. 이곳저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골세천 정비사업이, 도로 확·포장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막 끝난 상태였다.
 
  으리으리한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선 검은 비닐에 담긴 손도 안 댄 도시락이 버려져 있었다. 근처에 기념식수와 함께 두 개의 표석이 보였다. ‘대통령 문재인 2018년 10월 11일’과 ‘2018. 6. 21.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원희룡’이 엉거주춤 낯설게 땅에 누워 있었다.
 
  옛 강정마을회관을 찾아갔다. 시위 도구들이 그대로 있었다. 누군가와 밤을 새웠을 이불과 베개, ‘강정해군기지반대위원회’가 작성한 〈국내 해군기지 지역조사 결과 보고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한때 투쟁의 도구였을 앰프, 현수막, 386 컴퓨터도 누런 녹이 쓴 채, 먼지를 덮어쓴 채 잠들어 있었다.
 
 
  희미한 글씨, ‘자연 그대로 LOVE 江汀’
 
제주 강정마을 옛 마을회관에 벽에 그려진 벽화. 해군기지와 군함이 보이고 시꺼먼 폐수가 콸콸 쏟아지는 그림이다.
  2. 옛 강정마을 회관의 뜰을 거닐었다. 한때의 벽화도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폐허와 병든 흉물이라기보다 무언가의 상처로 보였다. 벽에 쓴 글씨를 읽기 위해선 손으로 넝쿨을 치우고 웃자란 풀들을 치워야 했다.
 
  ‘이 풍요로운 자연 그대로 LOVE 江汀(강정)’
 
  빛바랜 벽화와 글씨 곁에 등받이 없는 의자가 버려져 있었다. 손으로 흙을 털고 걸레로 쓱쓱 닦으면 여전히 쓸 만한 쿠션 의자였다. 의자는 지은 죄도 없이, 담벼락에 서서 내내 벌을 서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의자에 눈이 달려 있다면 지난 10년의 시간 동안 무엇을 봐 왔을까. 그 의자에 귀가 달려 있다면 구럼비 해안의 발파 소리를 들었을까. 거기, 구럼비에 산다는 맹꽁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었을까. 한때 사람들은 저 의자에 앉아 삭발을 하며 뚝뚝 눈물을 흘렸을까.
 
  또 다른 벽화를 보았다. 해군기지와 군함이 보이고 시꺼먼 폐수가 콸콸 쏟아지는 그림이었다. 그 폐수에 ‘오염’이란 글씨를 쓰고 ‘가위표’를 한 물고기와 문어, 조개의 눈이 보였다. 그리고 두 손 달린 군함이 그려져 있었는데, 한 손엔 ‘조업 NO!’라는 팻말, 다른 손은 작은 고기잡이배를 쫓아내고 있었다. 장난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 다른 벽에는 ‘때려잡자’ ‘해군≠이순신 후예’라는 글자 바로 아래에 ‘해군=꼼수, 갈등 조장의 달인’이라 적혀 있었다. 색이 옅어져 내년쯤이면 아예 알아볼 수 없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닫힌 마을회관 유리문 안으로 나무 의자와 테이블이 보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웅성거렸을 것처럼 느껴졌다. “괜찮아요. 아직은 끝난 게 아니에요”라며 오랜 투쟁에 지친 손을 다독였을지 모르겠다.
 
 
  ‘육지 것들’, 육지로 떠나
 
제주 강정마을에 위치한 커뮤니티센터. 새로 건립된 마을회관이다. 주변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표석이 있다.
  3. 모르겠다. 강정마을 주민 중 어떤 이는 카약을 저어 저 구럼비로 갔을지 모르겠다. 그 용암 바위에 미친 듯이 매달려 목이 터져라 “구럼비를 너무 사랑한다”고 외쳤을지 모르겠다. 위험천만한 행동에 놀란 이들이 다가서자 저항하며 “염치없는 국가폭력”이라 길길이 화를 냈을지 모르겠다. 그들 머릿속에 제주 4·3의 엇갈린 진실, 뒤바뀐 상처가 떠올랐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발파 10년 뒤 “강정을 지키겠다”던, 구럼비에 앉은 맹꽁이들에게 큰절하던 ‘육지 것들’이 모두 뭍으로 떠났음을, 전문 시위꾼·선동가들도 뿔뿔이 흩어졌음을 깨닫고 허전함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혹시나 노무현 대통령이 “비무장 평화는 미래의 이상이고 무장 없이 평화를 지킬 수 없다”(2007년 6월 22일)는 발언을 애써 외면했을지 모르겠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11년 9월 29일 제주를 찾아와 “제주해군기지가 참여정부 때 결정된 것이고 어찌 보면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정책이었다. 그 점에 대해 송구스런 심정”이라고 고개 숙인 사실을 알고도 잊었을지 모르겠다.
 
  “참여정부 당시에도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후보지로 적절한 것인지 논란이 있었다. 당시에도 시민사회수석실 쪽에선 제주에 해군기지를 짓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었고, 안보 파트에선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는데 결국 제주해군기지가 결정됐다”는 고백을 모르는 척하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망할 이명박근혜’에게 ‘닥치고’ 책임을 전가한 것은 아닌지, 2009년 12월 17일 제8대 제주도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이 강정마을 ‘절대보전 지역 해제 동의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만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2010년 12월 15일 제주지방법원이 ‘절대보전 지역 변경 처분 효력 정지’를 요구하던 강정마을 일부 주민의 제소를 기각시킨 사실을 잊었을지 모르겠다.
 
 
  저 소 위에 누가 올라탔던 것일까
 
강정마을 옛 마을회관에 있던 자료들과 소[牛] 모형이다.
  4. 마을회관 옆에 큰 방이 있었다. 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헛기침을 해봐도 아무도 없었다. 호기심에 한 발 두 발 들어갔다. 놀랍게도 방구석에 소[牛]가 있었다. 믿어지는가! 소가 두 마리나 있었다. 구석 모서리에 한 마리는 주저앉아 있고, 다른 한 마리는 서 있었다. 모두 벽을 마주 본 채. 소뿔에 가는 노끈이 있었는데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모형이었다. 모형이어서 더 섬뜩하게 더 무섭게 느껴졌다. 모형이지만 크기는 진짜 소만큼 컸다.
 
  겉은 소가죽처럼 딱딱하고 거칠었다. 소꼬리도 진짜처럼 달려 있었다. 저 소 위에 누가 올라탔던 것일까. 올라탄 채로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을 흔들었던 것일까. 가만히 보니 무슨 장치가 달려 있는 것 같았다. 소 발목이 검은색 테이프로 단단히 바닥에 고정돼 있었다. 어딘가 버튼을 누르면 소가 팝콘 튀기는 소리를 내며 펄쩍펄쩍 뛰거나 엉덩이를 흔들 것 같았다. 소뿔로 ‘이명박근혜’의 공권력을 찌를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구석에 처박혀 먼지를 푹 뒤집어쓴 모습이 그렇게 불쌍해 보였다. 유치하게 모형 소를 만든 창조주는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그 창조주는 지금도 “해군기지가 가져올 한반도의 재앙적 미래”를 설파하고 있을까.
 
  불쌍한 소 곁에 음향시설들이 있었다. 앰프도 보였다. 작업모, 공기청정기, 현수막, 커다란 야외용 등(燈)도 보였다. 모두 시위 도구들이었다. 어쩌면 이 도구들이 다시 빛을 보게 될지 모르겠다. 과거 구럼비 텐트촌 농성장이 있던 자리로 옮겨져 새로운 투쟁의 도구로 거듭날지 모르겠다. 다시 뭍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다시 누군가를 저주하는 데 이용될지 모르겠다. 혹은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앞 광화문 광장에서 새로운 구럼비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문재인 정부도 사면 외면
 
  5. 윤석열 정부의 첫 특별사면이자 6년 만에 단행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강정마을 주민의 이름이 모두 빠졌다.
 
  그동안 강정 주민 253명이 사법처리를 받았고 이 가운데 41명이 특별사면을 받았다. 212명은 사면·복권되지 못했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지금까지 40차례나 특별사면을 건의했다. 지난 7월 25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철남)는 제408회 임시회 제2차 회의에서 ‘사면·복권 촉구 결의안’을 행자위 안으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사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에도 특별사면이 이뤄지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면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편, 여전히 투쟁의 선봉에 선 강동균 전 마을회장(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장)과 문정현 신부는 “정부 사면을 받지 말자”는 주장을 펴왔다. 이유인즉 이렇다.
 
  “강정 주민의 반대투쟁은 정당한 항거고, 공권력 행사는 부당한 국가 잘못인데, 죄 없는 주민이 ‘사면’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쪽은 사면, 다른 한쪽은 사면 거부를 외친다. 그러나 강정 주민들은 알고 있다. 사면을 둘러싸고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엉켜 있음을.
 
  강정을 투쟁의 공간으로 만든 이들에게 사면은 그저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다.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 이후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해군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 하지만 산 너머 또 산.
 
  사면으론 아무것도, 어떤 것도 해결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강경론자들도 정부의 머리 위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어차피 사면은 받게 돼 있고, 어쩌면 세월이 흘러 ‘민주화 인사’라는 부상(副賞)까지 받게 되리란 걸. 그러니 사면을 하든 말든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버려진 해군기지 조사 보고서에는…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모습이다.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입항하고 있다. 사진=해군 제공
  6. 강정마을회관에서 수북이 쌓인 〈국내 해군기지 지역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았다. 2007년 8월 13일부터 3박 4일 동안 제주대 철학과 모 교수와 마을 주민 7명이 평택 2함대 사령부, 동해 제1함대 사령부, 부산 3함대 사령부, 진해 해군 작전사령부 등지를 둘러보고 쓴 A4 용지로 16쪽 분량의 서류였다. 동해와 서해와 남해를 3박 4일 만에 둘러본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자세히 보니 4개 해군기지 견학은 해군 측의 안내로 이뤄졌다.
 
  〈해군기지 시찰 일정이 부대 내 견학 및 해군 측 홍보물 감상과 지역 읍, 동사무소 방문 시에도 해군 측이 동행한 관계로 혹은 그 지역 경제가 많은 부문 해군과 종속된 관계로 사실상 해군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 일색이었고 지가 변동 자료도 제출을 거부함.〉
 
 
  보고서에는 5개의 ‘소결’이 적혀 있었다.
 
  〈◎ 해군기지 실사 과정에서 해군 측의 말은 신뢰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지역 주민들의 진술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말과 삶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 동해시 인구가 10만이 붕괴되었고, 특히 송정동(기지 주변) 같은 경우에는 15개 통에서 13개 통으로 감소되었고 젊은이들이 거의 이주하였으며, 진해 서부지구인 중앙동(기지 주변)은 인구가 계속 감소하여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강정의 경우 부동산 가격은 해군기지 건설 기간 동안 잠시 동안 상승할 수 있겠지만 그 이후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 해군이 손을 펴면 웃고, 손을 쥐면 울어야 하는 철저한 경제적 종속 관계로 되어 갈 것이다.
 
  ◎ 해군기지를 보면서 감상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인구유입, 경제효과 창출은 날이 맑아지면 없어져 버리는 무지개와 같은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해군기지 유치는 지속 가능한 경제적 시설이 아니라 전쟁 시설을 유치하는 것이다.〉
 
 
  기지 배후 도시의 미래
 
  7. ‘강정해군기지반대위’가 2007년에 내다본 해군기지 배후 도시의 미래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그때 내린 그들의 전망이 지금과 비교해 어느 정도 부합했을까.
 
  제1함대 사령부가 들어선 동해시를 살펴보자. 2022년 4월 현재 동해시 인구는 8만9674명. 2000년 10만3654명→2005년 9만9230명→2010년 9만5236명→2015년 9만3895명→2020년 9만593명이다.
 
  “강원도 3대 도시인 원주, 춘천, 강릉 다음으로 네 번째, 영동 지방에서는 두 번째로 인구가 많으며, 인구 밀도는 속초에 이은 강원도 2위”(나무위키 참조)이다. 비록 10만 명에는 미치지 못하는 인구지만 강원도에서 비교적 상위권에 속하는 편이었다.
 
  동해시가 전력을 기울여 2020년까지 인구 10만 명 회복에 나섰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결국 2022년 3월부로 인구 9만 선까지 붕괴되었다.
 
  제1함대 사령부가 들어선 동해시 송정동은 여전히 15개 통(74반)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송정동 인구는 4358명(2019년 3월 기준)에서 3754명(2021년 12월)으로 줄어들었다.
 
  인구 감소를 순전히 해군기지 때문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 대한민국 해군의 작전 사령탑인 ‘해작사’가 있는 부산의 경우도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2000년 379만6506명→2022년 8월 333만1444명), 해군기지 탓으로 볼 수는 없다. 3함대 사령부는 2007년 11월 전남 영암군으로 옮겨갔다.
 
  반면, 제2함대 사령부가 들어선 평택은 2000년 35만6103명을 기록한 이래 계속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2005년 39만1468명→2010년 41만9457명→2015년 46만532명→2020년 56만475명→2022년 8월 현재 57만5007명으로 향후 60만 명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강정 골세천 정비사업 끝나면…
 
2012년 3월 21일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마을주민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구럼비 해안 물속에 들어가 진입을 시도,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8. ‘강정해군기지반대위’는 강정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았다. ‘건설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이 잠시 동안 상승할 수 있겠지만 그 이후는 하락할 것’으로 보았다. 실제 그럴까.
 
  현재 강정마을에서 100m 떨어진 밭 1000여 평가량이 평당 11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총액은 21억5000만원. 부동산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도로 폭이 3m이지만 도시계획상 8m로 확장된다. 또 골세천 정비사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향후 생태습지공원으로 조성돼 준(準)관광지처럼 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서귀포 1년 예산이 1조원이다. 그런데 국비·도비·민자를 포함해 향후 9600억원이 쏟아진다, 강정에만! 해군이나 공군은 비상시 ‘출동’이 생명이다. 관사가 기지 가까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 (서귀포시) 강정동 인근 법환동, 서호동 등지는 이미 각종 빌라와 연립주택, 타운하우스 등이 많이 들어섰고 계속 신축 건물이 생겨나고 있다. 기지는 훨씬 가깝지만 상대적으로 강정마을 주변은 주택 공급이 적다. 그러니 집값, 땅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없다.”
 
  강정에만 9600억원이 떨어질 것이란 얘기가 맞는 말일까.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지역발전계획이 확정된 것은 2012년 2월. 당시 예산은 1조771억원이었다. 이후 3차례 계획이 변경되면서 현재 9450억원이 확정된 상태다. 오는 2025년까지 40개 사업에 9450억원이 투입된다. 국비 5787억원, 지방비 1688억원, 민자 1975억원을 합한 액수다.
 
  올해만 285억원이 강정에 쏟아진다. ▲신규사업으로 강정마을 농산물 집하장 시설 지원 외 1개 사업에 44억원 ▲계속사업으로 실개천이 흐르는 강정마을 조성 외 13개 사업에 241억원이 투입된다. ‘예산 폭탄’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9. 《매일경제》의 지난 3월 11일 자 온라인 기사 〈시장 한파에도 봄볕 든 제주 부동산〉에 따르면,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강정유승한내들퍼스트오션’ 전용 84.99㎡가 지난해 11월 6억4500만원에 거래돼 신(新)고가를 기록했다고 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24.29%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 집값 상승률 20.18% 대비 4%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이 신문은 제주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증가한 이유로 외지인 거래를 꼽았다. 큰손들이 제주로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였다. 지난해 4465건의 전체 거래량 중 1052건, 약 23.56%가 외지인 거래라는 것이었다. 앞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제주 외지인 거래량은 15~17%에 머물렀었다. 뭍에서 돈이 쏟아지면 강정마을이 또다시 들썩일지 누가 알겠는가.
 
  강정마을, 아니 강정동의 인구는 지난 10년간 어떻게 변화했을까.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터전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을까. 그 반대일까.
 
  강정동의 법정 동 명칭은 대천동이다. 대천동은 강정동과 인근 도순동, 월평동, 영남동이 합쳐진 동(洞)이다. 꼭 10년 전인 2012년 대천동 인구는 7179명. 그러나 올 7월 현재 1만4052명(내·외국인 포함)으로 6873명이 증가했다. 증가율로 따지면 95.7%다.
 
 
  인구의 폭발적 증가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 조감도. 아래는 강정마을 주변 골세천 정비사업 모습이다.
  10. 같은 기간 서귀포시 인구와 비교해보자. 2012년 서귀포시 인구는 15만7036명. 올 8월 현재 18만4593명으로 늘었다.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19만1566명으로 증가율은 22.0%다.
 
  다시 말해 지난 10년간 서귀포시 인구가 22% 증가할 때 강정마을이 있는 대천동은 96%가 증가했다. 전국 지자체가 인구감소로 신음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폭발적 증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혁신도시 지정이 영향을 미쳤으리라.
 
  해군 제2함대 사령부가 들어선 평택시와 비교해도 엄청나다. 평택의 2020년 인구는 53만7307명. 2010년 41만9457명과 비교해 증가율은 28.1%다.
 
  또 이 지역의 인구증가가 생산력을 잃은 노령인구와 관련이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대천동(강정동, 도순동, 월평동, 영남동)만의 자료가 없어 서귀포시 전체의 학교 수와 학생 수를 알아보았다.
 
  2016년 유·초·중·고교가 118곳, 학생 수는 2만2445명(이 중 초등생 8768명, 유치원생 1130명)이었다. 5년 뒤인 2021년 120곳, 학생 수는 2만4024명(초등 9668명, 유치원 1256명)으로 늘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젊은 사람이 몰려들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음을 의미한다. 지방이고 수도권이고 모조리 학령(學齡)인구 감소로 폐교되는 실정을 떠올려보라.
 
 
  제주 2공항
 
제주 서귀포 도로에 걸린 현수막들.
  11. 서귀포 성산 가는 길에 노란색 깃발을 보았다. ‘제2공항 STOP’이라 적혀 있었다. 이런 깃발이 도롯가 곳곳에 꽂혀 있었다. 제주가 강정마을처럼 또다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어쩌면 제2공항 건설 소식을 듣고 불법 전문시위꾼들이 다시 구럼비를 찾아갈지 모르겠다.
 
  제주 제2공항은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진행 중인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검토 용역’이 오는 10월이나 11월쯤 매듭짓게 되면 제2공항 건설 논의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개발 공약에 제주 사람 반응은 엇갈린다. 지역 정치권도 서로 의견이 충돌한다. 벌써 지역사회가 찬반양론으로 격하게 대립 중임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길 곳곳에 현수막이 많았다. 때론 낯설고 때론 섬뜩하게 느껴졌다.
 
  ‘제2공항 건설은 제주 미래를 위한 필수 선택’이라는 현수막이 보이다가 ‘제2공항 꼭 막아냅시다’는 다른 현수막이 보였다. 서귀포 표선면 주변 도로를 지날 때 ‘제주의 미래, 동부의 꿈 제2공항 조속 추진!’이란 현수막과 만날 수 있었다.
 
  또다시 제주 사람들이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정마을 논란 때도 외부와의 싸움에 앞서 내부 사람끼리 심하게 싸웠었다. 문제는 치열하게 싸워 생산적인 결론을 내리면 좋겠지만 자칫 싸움판만 활활 키운다는 점이다.
 
  여기에 불가피하게 자본의 욕망이 개입되고, 욕망을 겉으로 숨긴 세력들이 싸움판에 기웃거리면서 제주 사회 내부는 더욱 소용돌이치게 된다.
 
  지금까지 싸움은 어쩌면 싸움도 아닐지 모른다. 제주 제2공항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지금까지 보도 듣도 못한 싸움이 될지 모른다. 더는 그런 파국이 일어나선 안 된다.
 
 
  ‘질긴 놈이 이긴다! 독한 놈이 이긴다!’
 
2013년 4월 25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을 가로막고 농성을 벌이던 문정현 신부를 경찰이 끌어내고 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전문시위꾼들이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입구에 갖다놓은 의자와 통나무 바리케이드를 제거, 공사가 본격화된 지 20개월 만에 공사 차량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했다. 이후 문 신부 등이 달려와 공사 중단을 요구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사진=조선DB
  12. 지난 8월 10일 강정마을에서 반대시위를 이어오던 세력들이 모처럼 공개 활동을 가졌다. 어쩌면 제2공항 반대를 위한 첫 준비모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강정마을 평화네트워크, 개척자들, 비무장 평화의 섬을 만드는 사람들,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 평화의 바다를 위한 섬들의 연대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3박 4일 동안 자전거와 오토바이 등으로 제주 일대를 한 바퀴 도는 ‘평화의 섬 제주를 위한 여행 : 두 바퀴’ 행사를 개최했다.
 
  이들의 ‘여행 선언문’을 읽어보았다. 이런 문구가 눈에 띄었다.
 
  〈사상 유례없을 정도의 무더위와 폭우 피해, 코로나19 재확산의 우려 속에서 많이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후 위기만큼이나 정치적 위기인 대한민국을 못 본 척, 모른 척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합니다.
 
  제주의 곳곳이 난개발에 몸살을 앓은 지 오래입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갈등, 해군기지 진입도로 갈등, 성산 제2공항 건설 갈등, 서귀포 우회도로 갈등, 비자림로 확·포장 사업 갈등, 월정리 하수처리장 확대 사업 갈등, 선흘2리 동물테마파크 사업 갈등, 제성마을 왕벚나무 벌목 갈등, 송악산 리조트 사업 갈등 등. 제주도 곳곳이 그만큼 갈등도 커지고 상처가 깊어졌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갈등 해소라는 화두가 늘 선점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갈등이 해소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제주에서 일어나는 개발이란 개발은 모조리 반대할 기세였다. 제주 땅은 아무도 손대지 말고 놔두라는 얘기로 들렸다. 이들은 “2023년에는 제주생명평화대행진으로 모두가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계속된 장외투쟁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외쳤다.
 
  〈질긴 놈이 이긴다! 독한 놈이 이긴다! 해군기지 결사반대! 제2공항 결사반대! 세계의 평화는 강정으로부터! 지화자~! 좋~다!〉
 
 
  무엇이 ‘지화자 좋~다’는 말인가?
 
  13.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제주 지역 중·장년층 소득이 전국 최하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중·장년층 행정통계’에 따르면 제주 중·장년층 평균 소득은 전년보다 58만원 줄어든 3032만원.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 소득은 3692만원.
 
  이와 함께 제주도 내 중·장년층 무주택자 비율은 56.8%.
 
  국세청에 소득이 신고된 제주도 근로자의 1인당 근로소득(2020년)은 3270만원이다. 전국 평균은 3830만원. 개인별 근로소득이 가장 높은 세종 4520만원, 서울 4380만원, 울산 4340만원 등의 지역과 비교해 1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6·1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5월 31일 마지막 총력 거리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국 평균 1인당 국민소득이 3700만원입니다. 제주도 1인당 국민소득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2900만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국 평균에 비해 한참 모자랍니다. 이건 누구의 책임입니까. 임기 4년 안에 전국 평균 3700만원 수준의 1인당 국민(도민)소득, 반드시 만들어내겠습니다.”
 

  기업·인프라·구직자·인구 모두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제주도 역시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냉정하게 볼 때 뜨내기 ‘육지 것들’만으로, 그리고 1차 산업만으로 소득 향상을 꾀하긴 어렵다.
 
  좋은 육지 기업을 유치하는 방법 외엔 없다. 다음은 취재 도중 만난 복수의 서귀포 공무원과 시민의 육성이다.
 
  “각종 개발공약으로 또다시 제주 민심이 요동칩니다.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이 많아요. 해군기지 때처럼 주민 반대를 외면하고 강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불가능합니다.”
 
  “대통령 공약인 ‘제주공항공사’ 건립에 눈길이 갑니다. 지금까지 제주국제공항의 운영권은 한국공항공사에 있었어요. 제주공항이 아무리 돈을 벌어도 모두 서울로 가지만 제주공항공사가 건립되면 운영수익은 제주도민을 위해 쓰이게 됩니다. 제2공항 건설과 운영 업무까지 제주가 맡게 된다면 제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제주 사람들은 그냥 귤 농사나 짓고 돼지나 키우며 살란 말인가요? 천혜의 자연… 좋습니다. 그런데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제주도는 가난합니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요. 소득이 낮기 때문이죠. 타(他)시도 사람들은 제주에 와서 인생을 즐기고 가지만 제주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생태주의로 포장된 선동…
 
  14. 짧은 제주여행 중에 기자는 강정마을의 구럼비를 볼 수 없었지만 또 다른 구럼비와 만나야 했다.
 
  분노의 구럼비, 신념의 구럼비, 외면할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의 구럼비를 만날 수 있었다. 마음 한편에 저마다의 구럼비를 키우고 있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또 다른 거대한 장승 구럼비를 만들지 모른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1992년 인천국제공항 건설 반대를 기점으로 1994년 양양 양수댐 건설 반대, 1998년 새만금 방조제 건설 공사 반대 및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공사 반대 등 대형 국책사업이 제동 걸린 사례를.
 
  이어 2000년 한탄강 다목적댐 건설 반대, 2001년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 2003년 부안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건설 반대도 떠오른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역시 찬반 논쟁과 법적 소송으로 점철됐다.
 
  인천국제공항 건설 반대는 민간단체가 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국책사업 반대운동을 벌인 최초의 사례이고, 양양 양수댐 건설 반대는 환경문제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최초의 국책사업이며, 최장 단식 투쟁까지 벌인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는 최초의 자연물 소송이었다. 부안 방폐장 건설 반대는 주민투표 실시라는 국가적 시스템의 변화를 초래한 사례였다
 
  사실, 생태주의로 포장된 선동과 선악 이분법만큼 매력적인 게 없다. 특히 시(詩)의 감성으로 보면 더 그렇다. 무조건적 국책사업 반대행위에 역사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다. 손실은 국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해답이 분명할지 모른다. 제2공항 건설이 또 다른 불행의 씨앗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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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두    (2022-12-22) 찬성 : 0   반대 : 0
거짓말 좀 그만해라. 문재인 정부에선 19명을 사면하였다. 기자가 그렇게 찾던 구럼비바위는 이명박시절 폭파시켰고, 실질적으로 공사가 가능하게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한것도 이명박 정부다. 주민들에게 공사 지연 손해보상 34억을 청구한건 박근혜 정부고. 거짓뉴스 좀 그만써라.

20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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