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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점검

개정 논란에 휩싸인 상속세

“상속세 내리면 국내 기업의 주가 올라간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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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세 인하가 대주주·국가·개미 투자자들 모두에 ‘윈윈’이라는 주장 등장
⊙ “상속세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
⊙ ‘富의 代물림’이 아니라 ‘가난의 代물림’을 막아야
2020년 3월 19일, 코스피지수가 1457.64, 코스닥지수는 428.35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285.7원에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그룹 일가 12조원, 고(故) 김정주 NXC 일가 6조원.
 
  앞으로 국가에 내야 하는 상속세다. 구광모 LG 회장은 2018년에 상속세로 9215억원을 냈다.
 
  상속세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상속세 개정 논의는 20년 동안 계속 나오다 수그러들다를 반복했는데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
 
 
  삼성 상속세 12조원을 계기로 관심 고조
 
이재용 삼성 일가가 내야 하는 상속세 규모가 12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속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진=조선DB
  김우철 서울시립대 조세학과 교수의 얘기다.
 
  “상속세를 내는 사람 숫자가 너무 적어서 큰 관심을 끈 적이 없었는데 최근 두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삼성패밀리가 상속세로 12조원을 낸다는 사실에 국민이 놀랐습니다. 재벌에 대한 세금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겁니다. 둘째, 서울 등 주요 대도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많은 사람이 상속세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상속세는 남의 일’이라고 여겼던 중산층이 과세 대상이 되자 관심이 늘어났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 8월에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안을 담은 의견서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 전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도 지난 3월에 ‘신(新) 정부에 바라는 기업 정책 제안서’에서 상속세 부분을 언급했고, 상장회사협의회도 지난 3월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상속세율 완화를 강력히 건의했었다. 그동안 재계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 경영이 위축된다’며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상속세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이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등을 감세하고 내년에 상속세를 개정할 의향을 밝혔다.
 
  상속세는 누군가 사망했을 때 받는 상속 재산에 대한 세금으로 국세다. 자산 보유가 적은 서민의 입장에서는 아예 관련이 없고, 상위 중산층 정도까지는 세 부담이 크지 않은 세금이다. 상속세의 과세 방식은 ‘유산과세형’과 ‘취득과세형’이 있다. 유산과세형은 피상속인이 물려주는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방식이고, 취득과세형은 상속인이 취득하는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산을 기준으로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유산과세형을 적용하는데, 상속인 전원이 연대(連帶)납세의무를 진다. 상속세는 가장 논쟁이 심한 세금이다.
 
  김우철 교수의 얘기다.
 
  “상속세를 부과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얼마의 세율로 부과해야 하느냐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정형화된 ‘이상적인 상속세’는 없습니다. 자식 세대로의 자산 불평등을 사회가 심각하게 여기면 과세하고,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굳이 과세하지 않습니다. 상속세를 높게 부과하는 국가, 세율을 낮추도록 개정하는 국가, 아예 폐지하는 국가 등 나라별로 사정이 다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상속세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 사회 구성원이 ‘상속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다’고 동의하면 된다는 거군요.
 
  “상속세 과세가 경제 효율성을 높이느냐, 또 상속세 부과로 부(富)의 불평등이 줄어들었느냐에 관한 연구 결과물은 없습니다. 경제학의 효용 극대화 차원에서 보자면 인간은 죽기 전에 자산을 모두 소비해야 합니다. 그래야 상속세 등 국가에 내야 하는 세금이 줄어들 테니까요. 실제로는 노인들이 상당한 자산을 남기고 떠나죠. 호모 사피엔스 종(種)이 가진 이타적(利他的) 자아(自我) 때문이 아닐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있죠. 아이러니하게도 상속에 대한 생각이 가장 강한 우리나라가 상속세율은 가장 높은 군(群)에 속해 있습니다.”
 
 
  상속세는 사회적 善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사회학자
 
  ― 자식 세대로의 자산 이전은 불평등이라고 하면서도 상속 의지는 강하다는 거죠.
 
  “자식이 결혼하면 전세 한 칸은 마련해줘야 한다, 적어도 종잣돈은 부모가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문화적으로 상속에 대한 생각이 강한 민족입니다. 반면 부자들의 자산이 자식에게 이전될 때는 세대 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가치 판단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고, 가장 논쟁이 심한 세금입니다.”
 
  세계적으로 상속세를 높이자는 주장, 심지어 상속세를 100%로 하자는 주장도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켐(Durkheim)은 ‘상속세는 성과주의와 맞지 않기 때문에 혈연 상속을 폐지하고 죽은 사람의 재산을 직업집단에 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학과 명예교수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을 위한 세미나’ 자료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상속세를 사회적 선(善)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파악한다고 한다. 상속세는 부의 세습을 차단해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도구라는 것이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거나 재능을 갖고 태어나는 것은 우연이기 때문에 이것에서 발생하는 소득과 부를 사회적 자산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단다. 신중섭 명예교수는 “이런 주장이 현실에서 힘을 얻는 이유는 부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 상속세는 사회 정의의 수단이라는 생각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속세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황승연 경희대 명예교수가 말한 바로는 2011~2020년까지 평균 상속세수는 연간 2조2500억원, 피상속인 수는 7325명이다. 연(年) 사망자 30만~35만 명 중에 상속세 과세 대상이 7000~9000명으로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상속세 과세 인원이 최근 5년 동안 2%(2015년)에서 3%(2020년)로 늘어난 것은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같은 자산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속세를 내는 사람이나 규모는 아주 적다. 황 교수는 “‘배 아픈 국민 정서’ 때문에 상속세가 계속 과도하게 부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에 사비를 들여서 전(全) 국민 의식 조사를 해봤습니다. ‘우리나라는 부자들의 세금 부담이 낮기 때문에 부자들에 대한 상속세를 더 올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4.7%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아니다’라고 답한 이는 14.9%에 불과했습니다. 응답자 중 상당수가 상속세 부과 대상이 아니면서도 이렇게 답을 했다는 것은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데 뭐가 문제냐’는 부자들에 대한 증오, 배 아픈 정서로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상속세 인하 얘기가 나오면 ‘부자 감세(減稅)’라고 프레임을 씌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상속세수는 연간 2조2500억원에 불과, 상징적 의미가 훨씬 커
 
  단순 숫자로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OECD 38개 회원국의 직계 상속에 대한 최고 세율은 한국 50%(대주주 할증이 붙을 시 60%), 일본 55%, 프랑스 45%, 영국과 미국 40%, 스페인 34%, 독일 30% 등이다. OECD 전체 국가의 상속세율 평균은 14.5%, 38개국 중 16개국은 상속세가 없다.
 
  세계 최초로 상속세를 폐지한 국가는 캐나다로 1972년에 없앴다. 이스라엘(1981년), 인도(1985년), 뉴질랜드(1992년), 미국 뉴햄프셔주(2003년), 포르투갈(2004년), 스웨덴(2005년), 러시아·홍콩·헝가리(2006년), 오스트리아·싱가포르·미국 루이지애나주(2008년) 등이 뒤를 잇는다. 스위스는 국세인 상속세는 없고 일부 지방 정부에 상속세가 있다. 특히 상속세가 높으면 이중과세 측면에서 소득세가 낮아야 할 텐데 우리나라는 소득세도 OECD 7위로 높다. 한마디로 소득세와 상속세 모두 OECD 국가 최고 수준으로, 이에 해당하는 국민의 세 부담이 굉장히 높다는 얘기다.
 
 
 
“상속세 폐지가 대세”

 
오문성 한국조세학회장. 사진=조선DB
  상속세를 완화 혹은 폐지하는 것이 계속되는 추세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조세법 박사)의 얘기다.
 
  “우리나라는 2000년 상속세율 및 과표 구간을 강화한 뒤 이를 유지하고 있지만 2000년 들어 스웨덴, 체코 등 여러 국가의 경우,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있습니다. 상속과세를 통해 소득의 재분배, 경제적 기회균등을 실현하기 사실상 어렵다고 인식하게 됐고, 자본 유출을 막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상속세를 폐지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상속세를 폐지한 국가는 자본이득세로 대체해 과세하고 있습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23개국, 직계 비속에게 상속세율을 추가 인하하는 국가는 14개국입니다. 현재 직계 비속에 대한 상속세가 없는 국가는 19개국입니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보고서를 보면 2001년 278명의 경제학자가 미국 의회에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197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버넌 스미스(Vernon Lomax Smith·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진보 진영에 속하는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도 상속세의 기능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상속세는 이중과세’라는 점을 지적한다. 오문성 한국조세학회장·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의 얘기다.
 
  “소득세, 법인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에 맞는 색깔이 뚜렷한 세금입니다. 국가가 법인이나 개인을 보호하기 때문에 소득이 생겼을 때 어느 정도의 대가를 국가에 지급한다는 거죠. 반면 상속세는 사망할 때 남긴 재산에 부과하는 건데, 고인이 자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이미 세금을 냈는데, 남긴 재산에 또 과세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늘 있어왔습니다.”
 
 
  “상속세는 명백한 이중과세”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사진=조선DB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상법 박사)의 얘기다.
 
  “명백한 이중과세입니다. 재산을 취득할 때 취득세를 냈고, 부동산의 경우 매년 보유세를 냅니다. 그런데 그 재산을 가족이 계속 사용하고 명의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다른 이유 없이 그 사망에 대해 다시 한 번 세금을 매기는 것이기 때문에 사망을 징벌하는 것이고, 이중과세입니다.”
 
  ― 가족이지만, 아버지와 자식이 명백히 다른 존재라고 보기에 부과하는 것 아닙니까.
 
  “피상속인의 재산은 명의를 불구하고 사회적 단위로서의 가족 소유입니다. 상속인이 열심히 재산을 모은 이유는 가족 공동체를 위한 것입니다. 가족 소유 재산의 존재는 가족 해체를 막고 가족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겁니다. 따라서 적어도 직계 가족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징수하면 안 됩니다. 이것을 국가가 약탈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역행하는 것으로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습니다.”
 
  ‘이중과세’ 외에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경제성장에 저해되고,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는 점’을 이유로 든다.
 
  김승욱 명예교수는 세미나에서 “노년에 기업 경영에 대한 인센티브가 사라지고 노후를 즐기는 데 다 소비하라는 말과 같다. 자본 축적과 투자가 상대적으로 줄어서 경제성장에 지장을 받고,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해 재산의 현금화, 소비지출 증대, 다양한 방법의 조세 회피 행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속세를 부과했다고 해서 자산 불평등이 해소됐다는 보고서 역시 없다. 김우철 교수는 “일부 재산 상위층에 상속세를 거둔 것으로 자산 불평등이 나아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자산 불평등을 없애려면 모든 사람에게 다 상속세를 부과하고, 사전 증여에 대해서도 전부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상장사 주식은 대만·중국보다 저평가

 
  8월 24일, 국회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을 위한 개혁과제’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국민의힘 윤창현·최재형 의원과 최준선 명예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한국기업법연구소가 주최했고,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6개 경제단체가 주관했다.
 
  세미나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업 승계를 가로막는 상속세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과도한 상속세를 주가의 PER(주가수익비율·회사의 주가를 주당 순익으로 나눈 값)과 PBR(주가순자산비율·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나온 것이다. PER과 PBR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PER, PBR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턱없이 낮았다. 황승연 명예교수의 자료로는 상장된 한국 주식의 PER은 9.8(미국은 24.5, 대만은 12.9, 중국은 11.9), PBR은 1.0(미국은 4.2, 대만은 2.4, 중국은 1.3)이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고위 재계 관계자의 얘기다.
 
  “우리나라 상장 주식의 PER이 9.8이라는 것은 굉장히 낮은 수치입니다. 북한 리스크가 있다고 치더라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11.9)보다 낮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재계에서 계속 나왔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기업의 가치를 중국, 대만, 일본, 브라질보다 낮게 보는 겁니다. 상장사 주식이 왜 이렇게 저평가되는지 그동안 많은 연구를 했지만, 아직 정확히 밝혀진 원인은 없습니다.”
 
  백지윤 블랙쉬자산운용 대표는 “전쟁 리스크는 한국보다 대만이 훨씬 큰데, 대만의 평균 PER·PBR이 한국보다 높다”고 말했다.
 
  황승연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상장사들의 PBR이 1이 안 된다는 것은 지금 가진 자산을 다 팔아도 시장가치(주가)가 거기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살아 있는 닭은 계속 알을 낳기 때문에 죽은 닭보다 비싸야 정상”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살아 있는 닭이 죽은 닭보다 싼 상황이다. 미래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상속세 때문에 주가를 낮춘다”
 
황승연 명예교수(왼쪽)와 최준선 명예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과도한 상속세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진=조선DB
  우리나라 주가가 저평가된 것은 상속세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기업 상속의 대부분이 회사 주식 상속이어서다. 오문성 회장의 얘기다.
 
  “상속세는 개인에게 과세하는 것이 지만 법인에 영향을 줍니다. 많은 것이 지분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상속세를 낼 현금이 없으면 주식을 팔아서 상속세를 내야 하는 지경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주식을 팔면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지고, 지분권 행사에 문제가 생깁니다. 상속세는 개인과 법인이 같이 연결된 세목이라 더 복잡합니다. 소득세는 공평을 중시하고, 법인세는 효율을 중시하는 세목인데 상속세는 법인이 가진 효율성까지 고려해야 하니까 간단하지 않습니다.”
 
  황승연 명예교수의 주장이다.
 
  “주가가 높아지면 상속세로 인해 기업 승계가 위험합니다. 따라서 대주주는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를 위해 가능하면 회사에 이익이 많이 나지 않고, R&D와 기술 개발을 위한 유보금을 쌓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순이 존재합니다. 별도의 회사를 세워 일감을 몰아주거나, 회사 분할 후 상장 등 편법이 생긴 것도 과도한 상속세 때문입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상속을 앞둔 기업의 대주주는 주가를 최대한 낮춰야 할 유인이 있다. 60%의 상속세를 낮출 수 없으니, 주식의 시가라도 낮춰서 상속세를 적게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을 위한 개혁과제’의 패널로 나선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이사회를 장악한 지배주주 입장에서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할 것이 아니라면 주가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이익인 상황이다. 주식 가치를 높이는 것은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낮추기는 쉽다”고 주장했다.
 
  이런 학계의 주장에 대해 4대 그룹의 재무 담당 임원은 “대주주가 상속세를 적게 내기 위해 회사 주가를 일부러 낮춘다기보다 굳이 주가를 높게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상속세로 피해 보는 것은 주식 투자자들”
 
  황승연 경희대 명예교수는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라고 단언했다. 상속세 부과는 삼성 등 일부 부유층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상속세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개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황 교수의 말로는 2021년 국내 주식 투자자는 1384만2667명이다. 최근 3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1384만 명은 성인 인구의 34.6%다. 셋 중의 한 명은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 보유자는 560만 명, 카카오 보유자는 192만 명이다.
 
  “대주주의 최대 관심 중 하나는 세금(상속세)이라고 봅니다. 소액주주들의 관심은 주가 차익을 실현해 자산을 늘리는 거죠. 대주주는 주가가 낮아도 대주주의 지분과 지위를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자사의 주식 가격에 대한 관심이 소액주주보다 낮을 수가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보다는 주가를 낮춰서 최고 세율인 60%인 상속세를 적게 내는 것이 유리할 수 있으니까요. 징벌적 상속세의 모순을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 발전은 없습니다. 이 모순을 제거하면 10년 이내 G7 경제 강국에 안착할 수 있습니다. 경영을 잘해서 주가를 높이는 정상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로 돌아가야 합니다.”
 
 
  “기업은 현대판 소작농”
 
  지금과 같은 고(高)세율의 상속세가 계속되면 기업 승계에 어려움이 있다는 진단은 맞아 보인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상속 4~5대째로 내려가면 오너가의 지분은 거의 소멸한다. 상속을 통해 지분이 유지되면, 경영권의 안정으로 투기자본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게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삼성그룹이 오너십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기사를 다룬 적이 있는데 과한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승연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대(大) 폐업의 시대로 들어갈 수 있다. 절반이 후계자를 찾지 못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위원은 “기업 승계가 단순한 부의 대(代)물림이 아니다”라며 “기업 승계는 기업의 존속과 일자리 유지를 통해 국가 경제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상속세율이 너무 높아서 국제 조세 경쟁에서 불리한 것을 고려할 때 기업 승계와 관련한 상속세제는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속세를 절감해주거나, 개정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중소기업중앙회와 파이터치연구원은 〈가업상속세 감면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라는 보고서(2021년 3월)를 냈다. 보고서를 보면, 상속세를 현재보다 50% 감면할 경우, 총 26만7000개의 일자리(회사의 총 매출액 139조원 증가), 100% 인하할 경우 일자리 53만8000개(회사의 총 매출액 284조원 증가)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얘기다.
 
  “한국의 상속제도는 착취적 제도에 가깝습니다. 사유재산권을 보장하지 않고 경제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 승계의 경우 최대주주에게는 최고세율 60%를 내라는데, 한 해 생산물 50% 이상을 상납한 것은 조선 시대 소작농이 땅 주인에게 매년 바치던 것이었습니다. 가히 기업은 ‘현대판 소작농’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주주가 기업을 사모펀드에 팔아버리면, 사모펀드는 상속 같은 것이 없으니 서로 윈윈입니다. 상속세를 폐지한다면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한국 경제가 성장할 것이고, 첨단기술 누출 방지, 주가 상승, 기업가 정신의 고양으로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임동원 연구위원은 “기업 상속이 본격화된 것이 최근이기 때문에 기업 상속세가 감면된 결과 투자가 촉진됐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없다. 다만 스웨덴의 상속세 폐지 결과로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동원 연구위원이 말한 바로는 스웨덴은 2005년에 상속세를 폐지했는데, 오히려 세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운명이 갈린 두 중견회사
 
  상속세 폐지 혹은 축소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미 우리나라에 중소·중견 기업의 가업 승계 보호 조치가 있다고 말한다. 이 제도가 생기기 전과 생긴 후에 회사의 운명이 판이하게 바뀐 사례가 있다.
 
  김승욱 명예교수는 세미나에서 ‘농우바이오’와 ‘삼기오토모티브’라는 두 회사의 사례를 비교했다. 농우바이오는 국내 1위 종자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2013년 8월에 소유주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당시 매출은 676억원, 종업원은 403명이었다. 회사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고, 기업 상속세가 1000억원이 넘었다. 상속인은 과중한 상속세를 낼 능력이 없어서 농협에 회사를 매각했다.
 
  삼기오토모티브는 자동차 엔진용 부품 제조업을 주 업종으로 하는 회사다. 2014년 매출액은 2340억원, 종업원은 440명이었다. 2014년에 중견기업에 대한 가업 승계 요건이 완화되면서, 이 회사는 기업 승계를 성공적으로 이뤘다. 2015년에 매출액이 전년보다 18.4%, 영업이익은 38.5%가 늘었다. 김 교수는 “기업상속공제 혜택을 못 받아 한 회사는 매각됐고, 다른 한 곳은 가업상속공제를 통해 상속에 성공한 사례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가업 승계 보호 조치를 많은 회사가 이용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가업상속승계를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서다.
 
  임동원 연구위원의 조사로는 2016~ 2020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이용한 평균 건수는 92건, 공제금액은 2866억원이었다. 같은 시기에 가업상속제도를 개정한 독일은 평균 건수가 9995건, 공제금액은 146억 유로(20조원)에 달한다.
 
 
  “중견기업의 가업 승계 혜택 조건 지나치게 까다로워”
 
  임동원 위원은 “독일의 기업상속지원제도는 2016년에 개정됐지만, 우리나라처럼 요건이 엄격하지 않았다. 피상속인의 10년 이상 가업 영위니, 사후 관리 기간에 고용유지 요건 등도 우리는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말했다.
 
  오문성 회장은 “혜택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공제를 해줘봤자 코끼리에게 주는 비스킷이다”고 말했다.
 
  최준선 명예교수는 “제약조항이 많아서 유명무실한 제도다. 상속세를 포괄적으로 폐지한다면 기업 승계와 고용 승계로 장수 기업이 수천 개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은 중소·중견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며 대기업도 똑같다”고 말했다.
 
  황승연 명예교수는 “기업들을 만나보면 제도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신청조차 못 하겠다는 얘기가 많다. 국세청이 마치 기업 승계를 위해 편법을 쓴 것은 아닌지 사냥감 다루듯이 한다는 것이다. 이제 정부도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세 개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본이득세(자본을 매각할 때 이득에 대해 과세하자는 것)로의 전환’을 얘기한다. 기업이 주식으로 상속할 당시에 그 상속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지 말고, 대주주가 그 자산을 팔 때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이다. 과연 이런 방식을 도입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까.
 

  황승연 명예교수의 얘기다.
 
  “상속받은 재산 자체에 세금을 매기고, 받은 주식에 대해서는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시점에 발생하는 이익에 과세하자는 것입니다. 스웨덴이 2005년에 도입한 제도죠. 보수당 정권이 아닌 사민당 정권이 이를 도입했습니다. 우려와 달리 전체 세수가 늘었고 모두가 위너(winner)였습니다.
 
  자본이득세로 변경하면 법인세가 오히려 늘어서 상속세수 이상의 세수 확보가 가능합니다. 높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기업가들의 편법과 모순적 행위들도 줄어들 겁니다. 오히려 이 모순적 행위들의 원인을 제거해 기업 경영의 정상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또 개인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 회사를 설립하거나 출자 전환을 해 투자와 고용이 늘어납니다. 기업 승계를 방해하는 걸림돌을 제거해주고, 대신에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오너와 임원들의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합니다.”
 
  ― 주식 투자자들, 그러니까 개미들도 상속세 개정으로 오히려 이득을 본다는 얘기군요.
 
  “코리아 디스카운트 종식으로 주가가 상승해 1380만 명의 주식 투자자의 자산이 증식될 겁니다. 중산층이 늘고, 증시를 정상화시켜서 영끌 청년 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연금 고갈 우려도 줄어듭니다.”
 
  ― 대주주, 주식 투자자, 국가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흥미롭습니다.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국가로 발전한 계기는 1950년에 있었던 토지개혁입니다. 우리나라는 토지의 유상 매입, 유상 분배의 농지개혁법을 통해 농지의 대다수를 농민이 소유했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국부 창출 기반이 됐습니다. 지금은 기업이 부를 창출하는 시대입니다. 주식 시장을 통해 모든 국민이 기업을 나눠서 소유하고 기업의 주인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징벌적 상속세 때문에 국내 주식 시장이 저평가되고 주가가 왜곡돼 국민의 건강한 기업 소유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상속세제를 바꿔서 기업의 주가가 재평가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사라질 겁니다. 연금 시장도 달라질 것이고요.”
 
  ― 상속세가 우리 연금 시장에까지 영향을 끼칩니까.
 
  “우리나라 증시의 가장 큰손인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 등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위원회에 따르면 2023~2027년 국내 주식 비중을 16.8%에서 14%로 줄이고, 해외 주식 비중을 25.1%에서 40.3%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사학연금은 2025년까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19.1%에서 14.5%로, 공무원연금은 18.5%에서 10%까지 줄일 예정입니다. 국내에 투자해 높은 이윤을 얻기 어려워서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식이 제대로 평가받는다면 주가 상승으로 연기금 수익금도 늘어날 겁니다.”
 
 
  “재산 상속은 인간의 본성”
 
  학자들의 ‘자본이득세’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얘기를 한다. 만약에 해당 회사의 주식을 창업자의 아들, 손자, 증손자에게 대대손손 물려주면 세금을 내지 않는데 이것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는 시선이다.
 
  오문성 회장은 이에 대해 “대대손손 물려주는 재산에 과세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재산이고, 처분 가능한 재산이 아니면 그대로 이연시켜야 한다”며 “경제학적 다위니즘(적자생존의 원리)을 따르자는 것이다. 기업이 경영을 잘못해서 무너지면 도태되는 것이 맞지만, 상속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잘 굴러가는 회사가 후세들이 상속세 납부 때문에 회사 지분을 팔아서 경영권이 흔들리고 일자리를 잃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김우철 교수는 “세율은 약속이다. 세금은 너무 높거나, 너무 낮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며 “현재의 상속세율이 지나치다는 부분은 국민이 동의할 것으로 본다. 이번 기회에 대대적인 토론을 통해 상속세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상속세제 개편은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고 경제 내의 자본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국가 경제 구성원 모두에게 큰 혜택을 준다는 대의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미나에 나선 신중섭 강원대 명예교수의 얘기는 시사점이 크다.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국가 경제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문제가 있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기업의 대주주가 주가와 상속세를 연동시킨 상속세법 아래서 상속세를 절감하기 위해 낮은 주가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 행위입니다. 주가가 올라가면 상속세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터무니없이 올라간 상속세는 순조로운 기업 승계를 방해합니다. 기업들이 주가를 높이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아닙니다. 인간이 재산을 늘리고, 늘어난 재산을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하겠다는 본능은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재산 상속은 인간의 문화적 본성입니다. 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이 자기보다 더 좋은 삶을 살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가난의 대물림’을 막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부의 대물림과 가난의 대물림이 제로섬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건강하다고 해서 내가 병든 것은 아니듯이 다른 사람이 잘산다고 해서 내가 못사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승계가 잘 되어 기업이 성장하면 그것의 긍정적 효과는 모든 사람에게 미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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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주의 유물론    (2022-10-03) 찬성 : 5   반대 : 0
상속세는 천륜을 부정하는 공산주의 유물론에서 나온것. 부모와 자식이 서로 동무라고 부른다, 친구.?. 천륜은 일심동체이고 모든 것을 상속받고, 시신까지도 상속받아 모시는 것이다. 물론 유업도 이어받아야 하는 것이다. 무조건 받아야 하는 것이 천륜인것을.. 부정하는 자는 폐륜이니 인간이 아닌 것이다. 왜 말들 못하느냐? 무지랭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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