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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韓國語의 위기, 여기까지 왔다!

-‌대통령, 총리, 정치인, 기자, 과학자들이 한글 전용에 물들어 정확한 母國語를 쓰지 못한다는 이 비극!

글 : 조갑제  조갑제닷컴·조갑제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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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한자교육 공청회가 열린 한국교원대에서는 한자교육 찬반 단체들이 집회를 열었다. 사진=조선DB
  조남준 전 《월간조선》 이사는 지난 8월 초 조갑제닷컴에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에게 사과하라”는 요지의 글을 기고했다.
 
  〈윤석열(尹錫悅) 대통령님, 사과하세요. 이준석(李俊錫) 대표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세요. ‘내부 총질이나 하던’이라고 평소 마음속에만 있던 생각이 공개돼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세요. 이(李) 대표가 ‘내부 총질 한 것’은 맞습니다만, ‘내부 총질이나 하던’은 아닙니다. ‘내부 총질이나’는 ‘내부 총질만’과 같습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부 총질만’ 했다는 뜻입니다. 과연 이준석이 ‘내부 총질만’ 했습니까? 서울시장,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대통령 당선에, 지방선거에 누구보다 유의미한 공을 세웠잖습니까.
 
  특히 0.73%포인트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대선에서 승리하신 윤 대통령께서는 이 대표의 활약이 없었다면 어찌 됐을지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 대표가 영향을 준 2030세대의 지지가 없었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요?〉
 
  이 글은 윤석열 대통령의 표현력을 문제 삼았는데 나는 이 글에서 필자가 ‘尹錫悅’ ‘李俊錫’ 본명을 쓴 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 두 사람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윤석열, 이준석이란 발음부호만 적지 한 번도 본명을 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도 한자 본명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중국 인명 표기의 경우 ‘아베 신조(安倍晉三)’ ‘시진핑(習近平)’이라고 표기한다. 일종의 사대주의이다. 한글 전용의 이데올로기는 한자를 외국 문자로 치부, 한글로만 표기하는 것이 민족적이고 한자 표기는 사대적이란 생각인데 이름 표기에서 자국 대통령은 홀대하고 일본·중국 지도자는 우대하니 누가 사대적인지 모르겠다.
 
  ‘내부 총질하던’과 ‘내부 총질이나 하던’은 이준석 입장에서도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글 전용이 국민들의 어휘력을 약화시켜 적확한 표현이 드물어지고 있는데 윤 대통령의 문장력에서도 그런 점이 보인다.
 
 
  한덕수 총리, 襟度를 禁度로 오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월 16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한 총리는 페이스북에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는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금도를 넘는 욕설과 불법 시위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썼다. 금도는 ‘襟度’인데 금할 ‘금(禁)’이 아니라 옷깃 ‘금(襟)’이다. ‘옷깃을 넓게 하여 상대를 품는다’는 좋은 말이다. ‘금도가 있다’고 하면 너그럽다는 의미이다. 한 총리는 ‘금할 금’자로 오해하여 ‘금도’를 ‘금지선’ 정도로 잘못 이해한 듯하다. 한자를 모르는 정치인들이 예사로 그렇게 쓰니 천하의 엘리트 한 총리도 무심코 따라간 것이리라. 한글 전용이 사고력(思考力)의 하향(下向) 평준화를 가져온다는 유력한 증거이다. 음치와 함께 노래를 부르면 정상인도 음정이 다 틀려버리는 현상을 연상시킨다.
 
 
  ‘先黨後私’는 북한노동당의 선동구호와 비슷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지난 8월 8일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은 권성동 원내대표나 장제원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들이 이준석 대표를 만나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장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억울한 점이 있지만 ‘선당후사(先黨後私)’ 자세로 사표를 내고 후일을 도모하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복귀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당을 이끌고 나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를 비교적 정확하게 쓰는 김기현 의원도 징계를 당한 이준석 대표를 향하여 “오늘만 날이 아니다. ‘선당후사’ 각오로 국민과 당을 먼저 생각할 때”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이준석 대표도 작년 8월 부동산 문제로 탈당 요구를 받은 의원들이 반발하자 최고위원회에서 “대선 승리를 위하여 선당후사 정신을 발휘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10조는 흔히 대한민국 헌법의 심장으로 불리는데 국가와 개인을 동격으로 놓는 정도를 넘어서 개인의 자유를 국가보다 우선시하는 내용이다. 선개후국(先個後國)이라고 할 만하다.
 
  ‘선당후사’는 《사기(史記)》에 나오는 ‘선공후사(先公後私)’에서 파생한 말이다. 공적인 이익이 사적인 이익을 우선한다는 점에서라면 선공후사는 논리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당(黨)에선 맞지 않다. 공적 존재로 보기엔 윤리성이 너무 떨어진다. 사당(私黨), 붕당(朋黨) 수준인 경우가 많다. 이준석 대표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공당(公黨)보다는 사당이나 파당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런 당을 개인보다 우선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되고, 전체주의적이다. 북한의 가장 유명한 선동구호가 “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이다. 이를 줄이면 ‘선당후사’이다. 선당후사는 자유민주주의 정당에 맞지 않는다.
 
 
  安危의 誤用
 
  •2016년 12월 9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박근혜 탄핵 소추에 관한 대국민 담화 중 일부: 〈무엇보다 정부는 굳건한 안보태세를 유지하겠습니다. (중략) 국가의 안위를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2017년 9월 28일 제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 〈우리 정부와 군은 국민과 조국의 안위를 지키는 일에 그 어떤 주저함도 없을 것입니다. 국민과 조국의 안위를 지키는 최전선에 군과 대통령은 늘 함께 있을 것입니다.〉
 
  •2017년 합동참모본부 순시: 〈국가안위라는 본연의 임무에 매진해주셔서 매우 든든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2015년 8·15 경축사: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입니다.〉
 
  ‘안위’의 한자 표기는 安危, 安慰가 있는데 위의 한글 전용 연설문 맥락으로 보아 ‘安危’를 뜻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안전’으로 바꾸면 되는데 ‘안위’라고 하면 뭔가 고매하게 느껴진다고 착각하거나 양비론적 습성의 이상한 발로가 아닌가 싶다. ‘안위를 지킨다’는 안전과 위험을 같이 지킨다는 뜻의 비문(非文)이다.
 
  •2014년 5월 19일: 〈그동안 국민의 안전과 재난을 관리하는 기능이 여러 기관에 분산되어 있어서 신속하고 일사분란한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컨트롤타워의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 관련 대국민 담화문 전문(全文)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렸는데, 〈신속하고 일사분란한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에서 ‘일사분란’은 오자(誤字)다. ‘일사불란(一絲不亂)’이 맞다.
 
 
  “아베 전 총리를 피격한”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등 정치 엘리트들의 문장력만 정확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글을 써서 먹고사는 기자들이 문법을 예사로 어기는 것은 오래된 이야기이고 이제는 지적해도 “뭘, 그런 걸 가지고”라는 태도이다.
 
  •2022년 7월 9일의 한 통신사 기사: 〈9일 일본 주간지 《슈칸분》에 따르면 유년 시절 아베 전 총리를 피격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를 기억하는 주민 한 명은 야마가미가 당시 아직 아장아장 걷는 여동생이 있다면서 가정은 유화적인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전 총리를 ‘총격’한 용의자”라고 써야 했다. ‘피격(被擊)한 용의자’라고 하면 용의자가 총을 맞은 것처럼 된다.
 
  〈야마가미는 체포 후 조사에서 처음에는 아베 전 총리를 소형 다이너마이트로 피살하려 했지만 실험 결과 다른 범행 도구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자가 ‘살해’와 ‘피살’을 구별하지 못했다.
 
  〈한편, 야마가미는 지난 8일 길이 40cm, 높이 20cm인 사제 총기를 가지고 유세 중이던 아베 전 총리를 피격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총격범과 아베 전 총리의 거리가 대략 2.5~3m 정도였다고 했다.〉
 
  또 ‘피격’을 사용했다. 사제는 ‘사제(私製)’라고 표기해야 안다. ‘사제’라고 하면 ‘司祭’로 오해할 수도 있다. 기자의 문장력이 이 정도라면 한국의 지성(知性)은 위기이다. 부장과 국장이 이런 비문을 바로잡지 못한 점이 더 충격적이다.
 
 
  동거동락
 
  •2010년 8월 24일: 〈한편, 오는 8월 11일 첫 방송될 SBS 새 수목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사랑스러운 구미호 역 신민아와 액션 배우 지망생 차대풍 역의 간 떨리는 동거동락을 그린 코믹작이다.〉(경향닷컴)
 
  ‘동고동락(同苦同樂)’을 ‘동거동락’이라고 잘못 쓰는 기자들이 너무나 많다. 구글에 ‘동거동락’이라고 검색어를 치면 141만 건의 글이 잡힌다. 한자(漢字)를 모르고 발음만 듣고는 대충 표기한 것이 엉터리 낱말이 된 것이다. 문제는 무식(無識)의 지적에도 부끄럼이 없다는 점이다. 문법(文法)에 맞지 않는 글을 쓰고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법을 어기고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13년 11월 15일: 한국 방송의 간판 프로인 KBS TV의 〈9시 뉴스〉에서 초보적인 문법 잘못이 바로잡히지 않은 채 이어졌다. 자막(字幕)으로 “스노든 유출 기밀문서 최대 20만 건”이란 뉴스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20만 건은 크기가 아니고 양이므로 ‘최다(最多)’라고 해야 맞다. 이 뉴스 시간에 한 기자는 은하계에 있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최대 400억 개’라고 보도하였다. 이 역시 ‘최다 400억 개’이다. 최대, 최고, 최다, 최장이 최대로 통일되고 있다. ‘최대 30도가 되겠습니다’ ‘최대 80km’ 운운해도 그냥 넘기는 분위기는 정확성을 포기한 사고(思考)의 반영이다. 한글 전용은 정확한 언어 선택을 어렵게 한다. 적확한 언어 선택이 어려워지면 사람의 분별력도 약해진다. 고급 학문이나 기술 발달에 장애가 된다. 한자 혼용의 일본은 거의 매년 과학 부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한자를 버린 한국은 노벨상 불모지(不毛地)가 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연합뉴스는 이런 기사를 내보냈다.
 
  〈이번 개각은 국무총리를 비롯해 최대 10개 부처 장관을 대상으로 하는 대폭이 될 것으로 알려져 이명박 정부 들어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10개 부처’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기자가 ‘크다’와 ‘많다’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정밀한 사고 능력의 부족함을 드러낸다. 한 문장에서 ‘최대’ ‘대폭’ ‘최대 규모’라는 세 단어가 낭비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는 이어서 〈신임 국무총리의 경우 집권 하반기 국정 쇄신을 상징하는 차원에서 경력을 따지지 않고 젊고 참신한 ‘미래형’ 인물을 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라고 설명하였다. “젊고 참신한 ‘미래형’ 인물”이란 설명이 장황하다. ‘참신한 인물’이라고 줄여도 독자들은 이해한다.
 
  경력을 따지지 않는 게 국정(國政) 쇄신을 상징한다니 우습다. 기자들이 한국어의 70%를 차지하는 한자어(漢字語)를 한글로 표기하여 암호화하는 버릇에 젖으니 이렇게 분별력이 없고, 부정확한 기사를 쓰게 된다.
 
 
  암호 같은 학술논문
 
  2009년 《한국우주과학회지》에 실린 ‘중개궤도를 이용한 지구-달 천이궤적의 설계 및 분석’은 한자 개념어를 한글로 표기, 읽을 수는 있어도 의미가 통하지 않았다. 거기에 한자 표기를 했더니 아래와 같은 글이 되었다.
 
  〈탐사선의 운동방정식의 구현을 위하여 태양, 지구, 달의 중력에 의한 섭동력(攝動力)이 포함된 N체 운동방정식을 사용하였으며 보다 실질적인 우주환경의 모사(摹寫)를 위하여 지구의 비대칭 중력장(重力場·Geopotential), 태양 복사압(輻射壓·Solar radiation pressure) 그리고 달의 J2 섭동(攝動)에 의한 영향도 고려하였다. 임무 설계를 위해 가정된 추력(推力)은 순간 추력(Impulsive thrust)으로 가정하였으며 발사체의 성능은 현재 개발 예정인 KSLV-2로 가정하였다. 미래 한국의 가상 달 탐사선이 지구-달 천이(遷移) 궤적(Trans Lunar trajectory)에 진입하는 방법으로는 지구 주차궤도(駐車軌道)에서 직접 진입하는 방법과 여러 번의 타원(楕圓) 중개(仲介) 궤도를 거친 후 지구-달 천이 궤적으로 진입하는 방법을 모두 이용하였다.〉
 
  •섭동력(攝動力): 천체가 상호 인력의 영향을 받아 그 운동 궤도에 변화를 일으키는 힘.
 
  •모사(摹寫): 본뜨다.
 
  •중력장(重力場): 중력이 작용하고 있는 지구 주위의 공간. 중력 마당.
 
  •복사압(輻射壓): 자기파 등의 복사(輻射)가 물체에 닿았을 때 물체에 미치는 압력.
 
  •섭동(攝動): 행성의 궤도가 다른 천체의 힘에 의해 정상적인 타원을 벗어나는 현상.
 
  •천이궤도(遷移軌道): 가장 적은 에너지로 두 행성 사이를 이동할 수 있도록 두 행성의 공전궤도를 타원으로 연결한 비행경로.
 
  •주차궤도(駐車軌道): 최종 임무 궤도로 천이하기 전에 우주 비행체가 머무는 임시 궤도.
 
  한글은 소리말이므로 정리된 생각이 담긴 개념어를 만들기 어렵다. 개념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세상사는 초점이 맞지 않는 안경을 쓴 것처럼 보인다. 일본에 가서 일본어를 배우다가 한자를 익힌 젊은이가 하는 말이 “한자를 이해한 후 세상이 명료하게 보였다”였다. 한자로 표기해야 할 한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다 보면 초점이 맞지 않는 안경을 쓰고 돌아다니다가 넘어지고 부딪치는 식의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문장 이해력 일본인이 1등, 한국인은 평균 이하
 
  OECD는 2016년에 〈문장 이해력과 수치(數値) 이해력이 낮은 어른들〉(필자는 앙케 그로트뤼센 등 4명)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2012년 이 기관이 실시한 ‘성인(成人) 경쟁력에 대한 국제조사(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PIAAC)’ 결과를 토대로 문해력(文解力)의 영향을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 연구한 것이다. PIAAC 조사는 OECD 가맹 24개국의 16~65세 16만6000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조사 항목은 세 분야였다. 문해력, 수치력(數値力), 그리고 컴퓨터를 사용한 기술적 문제해결 능력.
 
  흥미로운 것은 문해력이 좋으면 수치력과 문제해결 능력도 높은 식으로 세 분야의 상관성이 강하였다는 점이다. 문장 이해력이 강한 사람은 수학적 두뇌도 좋고 기술적 문제해결 능력도 뛰어나고 자연히 사회생활에서도 성공하여 소득도 높고 건강도 좋다는 결론이었다. 흔히 하는 ‘인간은 어휘력만큼만 성공한다’는 말이 증명된 셈이다.
 
  비교 대상 22개국 중 문해력과 수치력,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에서 3관왕을 차지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종합 2등은 핀란드(세 분야 모두 2등), 3등은 네덜란드, 4등은 스웨덴, 5등은 노르웨이.
 
  한국은 문해력에서 국제 평균치보다 낮은 10등, 수치력에선 평균치보다 낮은 15등, 컴퓨터에 의한 문제해결 능력에선 평균치와 같은 점수로 7등이었다. 한국인(16~65세)의 특징은 고급 문해력이 약하다는 점이었다. 한글 전용으로 문맹자(文盲者)는 거의 없어졌지만 한자(漢字)를 포기함으로써 ‘읽을 순 있지만 이해가 안 되는’ 신종 문맹자가 생겼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고급 문해력 1등은 일본이다. 한자를 가타카나와 혼용한 덕분이다. 한자를 버린 한국과 대비된다.
 
 
  吳之湖의 대예언, 불행히도 적중하다!
 
오지호 화백. 사진=조선DB
  한글 전용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1990년대 이후 한자는 국민들의 생활, 제도, 사고(思考)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암호와 소리에 가까운 한글어들이 들어가니 국어의 혼란이 벌어지고 이게 국민적 교양과 국가적 기강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정확한 언어생활을 통해서만 함양할 수 있는 정신력(사고력, 창의력, 분별력 등)과 행정, 정치, 법치, 군사, 과학, 예술, 학문의 수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장력과 어휘력의 퇴화는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품격과 수준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다. 50년 전 이런 사태를 예견한 사람이 있다.
 
  오지호(吳之湖) 화백이 1971년에 쓴 《國語에 대한 重大한 오해》란 70쪽 남짓한 소책자는 67세에 쓴 글답지 않게 힘 있는 내용이다. 필력(筆力)은 체력(體力)이기도 한데 그(1982년에 작고)의 글은 대단한 기백을 느끼게 한다. 그 힘은 울분에서 우러나온 것 같다. 이 글을 나는 역사적 명문(名文)이라고 생각한다. 한글 전용이 몰고 올 폐해를 정확하게 예측했으므로. 이미 일어난 일을 분석하는 것은 쉽지만 다가올 일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오 화백의 머리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다섯 손가락을 꼽을 수 있을까 말까 하는 다만 몇 사람 한글주의자의 그릇된 애국심이 禍가 되어 지금 이 時刻, 한 민족의 아들딸들 모두가 일제히 멍청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이 무서운 현실을 보다 못하여 나는 여기 또다시 이 글을 草하는 것이다.〉
 
 
  한자어 제거는 척추 제거
 
임권택 감독의 1962년 작 〈전쟁과 노인〉. 제목부터 배우·제작진의 이름까지 한자로 가득하다. 사진=정종화 제공
  이 글은 한글 전용론의 허구성을 언어학적으로, 또 문명사의 입장에서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오지호는 우리 국어(國語)가 한글로 표기될 수 있는 바람, 눈물, 하늘 같은 고유어(固有語)와 주로 고급 개념어가 많은 한자어(漢字語)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실히 하며 한자가 결코 외국어가 아니라 국어의 일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한글로써는 한자어의 발음부호를 달 수는 있지만 뜻을 제대로 전할 수 없으므로 한자의 도움을 받지 않은 국어는 언어가 아닌 소리, 또는 암호라고 밝히고 있다.
 
  〈국어에 있어서의 고유어와 한자어와의 관계는 척추동물에 있어서의 근육과 骨格과의 관계와 같다. 우리말은 漢字語라는 골격을 얻음으로써 軟體동물에서 척추동물로 진화하였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말에서 한자어를 제거하자는 말은 우리 몸에서 척추를 제거하자는 말과 같다.〉
 
  그는 우리 낱말 가운데 70%나 되는 한자어의 약 80%는 이의동음어(異義同音語)이기 때문에 한글로 표기된 한자어는 그 뜻을 외울 수 없어 언어가 아니라 소리로 전락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한자 자전(字典)엔 한자음이 480여 개가 있다. 이 자전에 수록된 한자가 1만3000여 자이니 1음(音) 평균 30자 가까운 이의동음자(異義同音字)가 있는 셈이 된다’고 썼다.
 
  나는 서울 종로1가를 지나가다가 한 음식점의 간판에 ‘가연’이라 쓰인 것을 보았다. 읽을 수는 있지만 그 뜻을 알 수는 없으니 이건 말이 아니라 소리였다. ‘佳緣’의 한글 표기인 것 같은데 물론 확실하지는 않다. 이처럼 읽어서 그 의미가 그 자리에서 확실하게 전달되지 않는 언어는 암호이든지 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이 오지호씨의 되풀이되는 주장이다.
 
 
  ‘漢字造語의 만능성’
 
  한글의 한계를 분명히 한 오씨는 한자의 위대성을 강조한다. ‘한자조어(漢字造語)의 만능성’이란 대목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그런데 한자로는 이것을 완전무결하게 바꿔놓을 수 있다. Philosophy를 哲學, Sociology를 社會學, Ethics를 倫理學으로 번역하였는데, 이것들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번역된 언어가 原語보다도 오히려 더 정확하게 그 語彙가 갖는 개념을 표현하고 있다. 더 분명히 말하면, 언어 자체가 바로 그 언어의 定義다. 그런 까닭으로, 한자 어휘는 漢字만 알면 물을 필요도 없고, 배울 필요도 없다.
 

  이와 같이 한자는
 
  1. 그 의미의 정확성에 있어,
  2. 그 意味解得의 자동성에 있어,
  3. 그 의미 인식의 신속성에 있어,
  4. 소수의 문자로 다수의 언어를 만들 수 있다는 그 경제성에 있어 인간이 문자에 바랄 수 있는 최고의 理想을 완전히 실현하여준 文字다.〉
 
 
  한자가 사라진 한국에서 일어날 일들
 
  오씨는 한자가 배우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의(異義)를 제기한다.
 
  〈영어는 우리나라에 있어 대학입시를 치르려면 단어 5000개는 알아야 하고 歐美에 있어서 사회생활을 하자면 최소한 단어 1만 개가 필요하고 학술을 연구하자면 단어 3만~4만 개는 있어야 하는데 한자는 3000자 정도만 알면 족하다.〉
 
  그 이유는 한자의 거의 무제한적인 조어(造語) 능력에 있다. ‘한자(漢字) 3000자를 알게 되면 서로 연결하여 60만 자를 불학이해(不學而解=배우지 않아도 안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소책자의 결론 부분에는 어두운 예언이 실려 있다. 이 대목을 기자는 희대(稀代)의 명문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면 이 땅에서 한자가 깨끗이 소멸한 다음에는 어떤 사태가 惹起될 것인가.
 
  1. 少數의 특수 지식인을 제외한 일반 국민은 언어 능력의 원시화에 의한 사고 능력의 퇴화로 말미암아 국민의 정신상태는 한자 수입 이전의 저급한 단계로 환원될 것이다. 젊은 세대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사태가 이미 진행 중에 있다.
 
  2. 학술을 연구하는 자는 필리핀이나 인도처럼 순전히 유럽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 결과 국민은 白人化한 소수의 지식귀족과 한글밖에 모르는 다수의 원주민 低知識族의 두 가지 계층으로 나누어질 것이다.
 
  3. 우리의 민족문화는 黃人文明의 일환으로서 한자와 한자어를 바탕으로 생성하고 발전되어왔다. 우리는 한자를 없앰으로써 이 강토에서 수천 년 동안 連綿히 계속되어온 우리의 고유문화는 그 전통이 단절될 것이다. 그 불가피한 결과로서 국민의 생활감정과 사고방식은 외형적, 또 말초적 면에서 歐美化할 것이다.
 
  4. 아세아대륙의 10억의 황인종이 향유하고 있는 동양문화권으로부터 스스로 이탈함으로써 한민족은 天涯無依의 문화적 고아가 될 것이다.〉
 
 
  英語는 佛語를 수용, 세계언어가 되었다!
 
영국 왕실의 문장엔 ‘DIEU ET MON DROIT’란 모토가 붙어 있다. 프랑스어인데 영어로는 ‘GOD AND MY RIGHT’이다. 노르만 왕조의 리처드1세(사자왕)가 처음 썼다.
  한 세대 전의 이 예언은 상당 부분 적중하여 지금 우리 눈앞에서 진행 중이다. 1960~70년대의 영화 포스터를 보면 ‘스크린’ ‘게리 쿠퍼’ 같은 낱말을 제외하면 제목부터 설명이 전부 한자어이다. 그때 영화를 보던 이들 중엔 못 사는 사람도 못 배운 사람도 많았지만 이런 한자 혼용 포스터에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한 방송사의 문화부장이 한 말이 생각난다.
 
  “창피하지만 저도 한자를 모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문맹률(文盲率)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일부 도서관에선 한자 혼용 책을 외국 책으로 분류하여 진열한다고 한다. 우리의 과거는 외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명언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를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라고 가르치겠다는 억지가 한국인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고 있다.
 
  오늘의 영어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언어이다. 1066년 이후 약 300년간 프랑스 말을 하는 바이킹 후예 노르만 전사들에 의하여 정복, 통치된 영국에선 영어가 공용어로서 폐지되고 라틴어와 프랑스어로 대체되었지만 다수 영국인들은 생활어로서 영어를 계속 쓰면서 프랑스어를 받아들였다. 14~15세기 백년전쟁을 계기로 영국 왕실과 귀족들도 프랑스어 대신 영어를 쓰기 시작했고,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가 영문학의 문을 열었다. 다시 살아난 영어는 노르만 전사들을 통해 받아들인 프랑스 및 라틴 어휘로 풍성해졌고 셰익스피어를 배출했으며 세계적인 언어가 된 것이다. 영국 왕실의 문장(紋章)에 적혀 있는 모토는 지금도 프랑스어이다. 영국인들이 한국인들처럼 프랑스어를 한자처럼 배척했더라면 오늘의 영어는 2류 언어가 되어 있을 것이고 영국의 영화(榮華)는 없었을 것이다. 국가도 어휘력만큼만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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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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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낙필    (2022-09-06) 찬성 : 1   반대 : 0
위 기사의 내용 중에, 〈9일 일본 주간지 《슈칸분》에 따르면 『유년 시절 아베 전 총리를 피격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1)를 기억하는 주민 한 명은.(..)〉에서 『따옴표』 속의 내용은,
①용의자는 아베 총리가 유년이었을 때 피격(총격이 맞겠지만...)했음.
②용의자는 자신이 어린 시절에 아베 총리를 피격했었다...로 해석 된다.
기자들의 국어 실력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김종택    (2022-09-06) 찬성 : 2   반대 : 2
한자 가르칠 필요가 있고, 아울러 한자를 배우며 삼강오륜과 같은 효와 예의범절을 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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