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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대우조선해양 51일간 파업 뒷이야기

진심으로 일하고 싶었던 노동자들의 꿈이 짓밟혔던 시간

글 :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jgws8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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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업의 가장 큰 피해자는 대우조선 노동자들과 주변 상인들

⊙ 文 정부 ‘52 시간제’ 조선소 노동자 삶 뒤바꿔놔
⊙ 노동자가 노동자 발목 잡는 결과 초래한 금속노조
⊙ “저 사람들 시위하고 떠나면 그만, 피해는 노동자에게”
⊙ “대우조선 금속노조 지부 중앙에 1년에 10억씩 조합비 내”
⊙ “문재인 정부가 再하청업체를 키운 셈”
⊙ “희망버스 타고 온 사람들, 지역 주민에게 협박 전화”
⊙ 하청 노동자들 못 살겠다 떠나고 있어
사진=대우조선해양
  2022년 7월 22일 8000억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를 남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사태가 극적으로 타결됐다. 파업 51일째였다. 기자는 이번 불법 파업 이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거제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서울에서 6시간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거제도에 도착했다. 신거제대교에 들어서자 맞은편 산 중턱에 대우조선해양 홍보 전광판이 눈에 띄었다. 거제에 도착한 것이 실감이 났다. 퇴근 시각에 맞춰 옥포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정문으로 향했다. 퇴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퇴근 시각이 됐지만, 대우조선해양 정문은 조용했다. 간간이 자전거를 타고 나오는 노동자들만 보일 뿐 기자가 생각했던 자전거 부대의 노동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거제의 심장이 뛰는 걸 느껴보려면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의 출퇴근 모습을 보라’는 말이 기억나 일부러 퇴근 시각에 맞춰 그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허탕이었다.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노동자들도 황급히 자전거 페달을 밟아 어디론가 사라졌다.
 
  출근길 모습을 보기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이후 대우조선소 인근에 숙소를 잡고 지역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 음식점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예상과 달리 조용했다. 여기저기 네온사인이 번쩍였다. 하지만 음식점 안에는 손님은 보이지 않고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하염없이 TV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에 손님 한 명도 없을 때가 다반사”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통근버스에서 내려 작업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그곳에는 음식점도 많았지만, 노래주점 같은 유흥업소들도 즐비해 있었다. 한 노래주점 앞에서 담배를 태우며 하염없이 한숨만 쉬는 김덕배(가명)씨를 만났다. 김씨는 그곳에서만 노래주점을 15년간 운영해오고 있다. 그 전에는 조선소에서 노동자로 일했다. 김씨의 말이다.
 
  “조선소에서 한 30년을 일했어요. 당시 조선소가 호황일 때는 힘든 줄 몰랐죠. 한 달에 거의 600~700시간을 일하면 한 달 월급이 500만원 이상이 들어왔어요. 그 돈이 통장에 들어오는 재미로 열심히 일하다 가게를 차리면 더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지금의 일을 시작했습니다. 시작하고 한 10여 년은 그런대로 장사가 잘됐죠. 2016년부터 조선소가 불황에 접어들면서 지금은 하루에 손님이 한 명도 없을 때가 다반사입니다.”
 
  거제가 고향인 김씨는 그곳에서 고교 졸업 후 조선소에서만 일하다가 노래주점을 차렸다고 한다.
 
  ━ 노래주점 경영이 언제부터 어려워졌나요.
 
  “한 6~7년 됐을 겁니다. 조선업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노동자들도 지갑을 닫은 거죠. 그럼에도 요즘처럼 이렇게까지 어렵진 않았습니다. 작년보다 올해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 갑자기 더 어려워진 건가요.
 
  “네, 올해 봄까지만 해도 조선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고, 다들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찬물을 뿌린 거죠.”
 
  ━ 찬물을 뿌렸다니요.
 
  “이번에 시위꾼들 말입니다. 조선업이 다시 살아날 것 같으니 와서 찬물을 뿌린 거죠.”
 
  김씨는 이번 불법 파업이 되살아나는 조선 산업은 물론이고 거제 경기에 찬물을 뿌렸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는 지인들도 있는데 그들은 너무 분통해한다”며 “불법 파업으로 자신들이 2개월 가까이 일을 못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말하곤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고깃집 문 닫은 대우조선 출신 사장
 
  음식점 거리를 조금 벗어나니 바닷가가 보였다. 옥포항 인근이었다. 그 맞은편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배들이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모든 작업을 마치고 인도(引渡)를 앞둔 대우조선해양 배들이었다. 한참을 그곳에서 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방파제에 올라 낚시를 하는 사람들과 산책을 나온 인근 주민들도 종종 보였다.
 
  그중 바다 쪽으로 앉아 휴대전화로 뉴스를 시청하는 한대수(가명)씨가 눈에 들어왔다. 충청도가 고향인 그는 매제의 도움으로 30년 전 거제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고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고향에 가면 조선소에서 일하는 한씨를 부러움의 눈길로 바라봤다고 한다. 그는 그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고향을 방문할 때면 대우조선해양 유니폼을 꼭 챙겨 입고 갔다고 한다. 한씨는 서른 살에 거제도로 들어와 20년 가까이 조선소에서 일했다. 이후 조선소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사장이 됐다. 그렇게 10년 정도 고깃집을 운영하던 한씨는 조선업이 어려움에 부닥치자 가게 문을 닫아야만 했다.
 
  ━ 고깃집이 어느 정도 어려웠나요.
 
  “장사가 잘될 때는 아르바이트 9명을 고용해서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업이 하향 산업으로 바뀌면서 직원들 월급 줄 돈도 없었어요. 그래도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유지해나갔는데 계속 적자가 생기니 어쩔 수 없더라고요. 고민 끝에 장사를 그만두게 됐어요.”
 
 
  “좋은 시절 다 지나간 것 같다”
 
  ━ 지금도 많이 어렵나 봅니다. 오면서 보니 음식점에 사람들이 거의 없던데요.
 
  “아직 어렵죠. 불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지역 경제도 다시 살아날 텐데 조선업이 아직 저러고 있으니 주변 장사하는 분들도 당연히 어려움을 겪고 있죠. 음식점의 경우 손해를 보지 않고 유지만 해도 잘하는 겁니다.”
 
  ━ 무슨 뉴스를 보고 계셨습니까.
 
  “대우조선 관련 뉴스를 봤습니다. 요즘 어수선하잖아요. 조선업이 점점 더 힘들어져서 걱정입니다. 20~30년 전만 해도 동네 강아지가 만원짜리 하나씩은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말 좋았는데…. 정말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간 것 같아요. 옛날 잘나가던 거제가 아닙니다.”
 

  ━ 이번 불법 파업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금속노조 사람들이 몰려와서 노동자들 일도 못 하게 하고 정말 화가 납니다. 우리 아들도 지금 대우조선에서 일하고 있는데 50일 동안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에게 월급은 생명과도 같은 것인데 파업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의 생명을 끊어 놓은 것입니다.”
 
  ━ 파업했던 노동자들이 임금을 너무 적게 받는다고 주장하던데요.
 
  “그것은 본인들이 일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이지 대우조선 잘못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대우조선이 100%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일할 때는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그래도 잘 살았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죠. 예전이랑은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노력하면 먹고살 정도는 됩니다.”
 
 
  “30% 인상 요구는 회사 망하게 하겠다는 것”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내 선박에서 금속노조 소속 협력업체 직원이 철제 구조물을 이용해 농성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노동자들의 아침 출근길 모습을 담기 위해 다시 찾았으나 전날 퇴근길과 마찬가지로 기대와는 달리 썰렁했다. 기자를 안내하던 김형식 대우조선해양 대외홍보부 책임은 “아직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노동자들이 많긴 하지만 대부분 통근버스를 이용한다”면서 “지금은 휴가 기간이어서 노동자들이 출근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의 활기찬 출근 모습을 기대했지만, 대신 김 책임의 안내로 활기차게 돌아가는 공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하청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인해 51일간 멈춰 있었던 공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김 책임은 배에 들어가는 철강이 부두로 들어와 배가 만들어지는 공정부터 진수되는 과정까지 상세히 설명해줬다.
 
  기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가 51일간 불법 파업을 벌였던 현장을 둘러보기 전 사내협력회사협의회 권수오 회장과 김성구 부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이 흔히 말하는 하청업체 대표들이다. 사내협력회사협의회는 하청업체 대표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와의 협상을 이끌어낸 주역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휴가 중임에도 인터뷰를 흔쾌히 수락했다. 사내협력회사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뉴스에서 많이 본 얼굴들이었다.
 
  ━ 이번 협상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제일 어려웠나요.
 
  권수오 회장의 말이다.
 
  “터무니없는 요구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지금 조선업 자체가 불황이고 그런데 노동자 임금 30% 인상 요구는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뭡니까. 지금 대우조선해양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과 일일 노동자들까지 하면 2만여 명 정도 되는데 그 사람들에게 30%씩 올려주면 회사는 어떻게 운영을 합니까. 결국에는 회사 측에서 제시한 4.5% 인상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만 너무 어이없는 요구를 하는 거죠. 솔직히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들도 일할 수 있는 터전이 있는 거 아닙니까.”
 
  ━ 지금 대우조선해양 협력사는 몇 개 정도인가요.
 
  “현재 98개 협력사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협력사협의회에 가입이 되어 있는 곳은 96개입니다.”
 
  ━ 나머지 2개 사는 왜 가입을 안 한 겁니까.
 
  “우리는 여러 가지 규정을 가지고 협의회를 운영합니다. 그런데 규정을 위반했다거나 잘못이 있을 경우 가입이 되지 않거나 회원사의 자격을 박탈하게 됩니다. 규정 위반은 노동자들 모집을 부정하게 한다거나 이런 부분들입니다. 이 자체가 우리만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고용을 위해 규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0년 경력에 월급 200만원’의 진실
 
  ━ 지금 재하청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릴게요”라며 김성구 부회장이 나섰다.
 
  “재하청 노동자들은 대부분 막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몇 개월 일하다가 돈을 더 주는 곳이 있으면 그곳으로 가버립니다. 우리는 상용공(정식 직원)을 필요로 합니다. 지속적으로 오래 일하면 우리도 더 좋죠.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오랫동안 일하면 노하우가 쌓이게 되고 일하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그러니 당연히 저희는 상용공을 원하죠. 그런데 재하청 노동자들이 안 하려고 합니다.”
 
  ━ 왜 안 하려고 하나요.
 
  “정직원으로 일하면 퇴직금, 연차수당 같은 것이 나중에 나가죠. 여기 조선소는 주휴 수당처럼 만근을 하면 그 시간 외 8시간을 더 줍니다. 그래서 실제로 한 달에 240시간을 일한다고 하면 거기에 우리가 붙여주는 시간까지 더해 한 318시간을 줘서 최저시급을 맞춰 줍니다. 이것만 해도 벌써 300만원 가까이 돼요. 여기에 퇴직금 연차수당, 4대 보험비용까지 일괄 지급하면 못 해도 400만원 이상은 받을 겁니다.”
 
  ━ 꽤 많은 돈이네요.
 
  “많죠. 여기에 재하청 노동자들은 주 52시간제에 해당이 안 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면 일을 더 할 수 있어요. 원청이나 하청 노동자들은 일을 더 하고 싶어도 52시간제 때문에 못 하는데 이들은 가능합니다. 그럼 잔업수당까지 하면 이런 조선소 불황에도 꽤 챙겨가는 거죠.”
 
  ━ 이번 불법 파업에 동참한 노동자 중에는 20년 경력에도 월급이 20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던데요.
 
  “그런 주장하는 사람이 누군지 압니다. 그 사람은 실제 경력이 20년인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데서 일하다가 대우조선에 온 지 5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또 그 사람 자체가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연차 다 쓰고, 남아서 잔업도 안 했기 때문에 그것밖에 받지 못하는 겁니다. 그런데 마치 나는 할 거 다 했지만, 월급이 그것밖에 안 되는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조선소에는 그렇게 일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부회장으로 일하면서 이번 불법 파업 당시 가로·세로·높이 1m 철장에 자신을 가두고 31일간 파업에 동참했던 유최안씨는 2016년부터 한 달에 200만원 받고 생활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유씨는 “평생을 최저시급 받는 것도 억울한데, 최저시급 받으면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더는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4대 보험 떼먹히고, 일은 힘들어지고, 사람들은 다치고, 이 모든 문제가 계속 심각해지고 있다”며 불법 파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었다.
 
 
  “세력 확장 위해 시작”
 
  하지만 유씨가 주장하는 것은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김성구 부회장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에서 만난 유씨와 같은 노동자들도 그를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그가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마치 자신은 대우조선에서만 20년 일했지만 200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면서 “실제 유씨는 거제도에 있는 푸르지오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한 달에 200만원 받는 사람이 과연 푸르지오에서 살 수 있을까”라며 반문했다. 4개월 전만 해도 25평짜리 푸르지오 아파트 시세는 2억300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 하청노조원들은 대우조선해양 소속 직원들인가요.
 
  권 회장이 답했다.
 
  “대부분 저희 노동자들이긴 한데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 하청노조 회장과 사무총장은 우리 회사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번 파업도 자신들은 뒤로 물러나 있고, 유최안 부회장을 앞세워서 재하청 노동자들을 동원해 일을 벌인 것이죠. 이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시작한 것이 아니고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시작한 것 같아요. 거기에 금속노조가 서울에서 내려와 동조한 것이고요.”
 
  ━ 처음부터 요구 조건을 성사시킬 목적이 아니었다는 말인가요.
 
  “그렇죠. 보세요. 처음 그들이 요구했던 조건이 하나라도 성사된 것이 있나요. 임금 인상 4.5%는 처음부터 회사가 제시한 것이지 그들은 30%를 원했습니다. 처음 제시했던 조건 중에서 이뤄진 것이 하나도 없어요. 있다면 오직 자신들의 존재를 확실히 알린 것밖에 없죠.”
 
 
  “文 정부 ‘52시간제’, 노동자들 임금 삭감시킨 정책”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 그런데 지금의 임금 구조가 언제부터 이렇게 자리 잡게 됐나요.
 
  “원래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부터 노동자들의 월급이 급격히 줄어들었죠. 물론 그 전에 조선 산업이 하도 불황이다 보니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이 서로 동의하에 줄인 것도 있습니다만 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은 주 52시간제가 결정적이었죠.”
 
  기자가 거제도에 내려가 알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제는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반대로 노동자들의 월급을 삭감한 정책이었다는 점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문재인 정부의 해당 정책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해변에서 만난 한씨는 “아무리 봐도 문재인은 노동자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노동자들을 살리는 정책이 아니라 죽이는 정책을 만들어놨다”며 열을 올렸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제도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권 회장은 인터뷰 끝에 “이 얘기는 꼭 좀 써주었으면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 우리도 노조 활동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이렇게 무리하게는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할 일을 다 하면서 노조 활동을 했습니다. 왜냐면 다른 사람들에게 책잡힐까 봐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또 옛날과 지금은 노동환경도 많이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그러면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노동운동도 해야지 이 사람들은 아직 1970~1980년대 노동운동권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시위를 하더라도 출구는 만들어놓고 해야 합니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민노총 비판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복도 벽에 여러 장의 벽보가 붙어 있었다. 대우조선민주노동자협의회 대의원들이 붙인 것이었다. 해당 벽보 내용의 일부를 소개한다.
 
  ‘조합원들은 안중에도 없고 정치 세력만 난무하는 대우조선’이라는 제목의 벽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금속노조는 든든한 보험이며 대우조선은 지부로 갈 것이라 현혹하면서 사회연대기금 및 교섭불참금 등의 내용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지회로 등록했던 조직, 하청지회가 대우조선 (민노협)조합원들을 향해 죽일 놈이라며 쌍욕을 퍼붓고 협박을 해도 그들의 판을 깔아주고 키워주기에 안달이 난 조직, 전체 구성원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것도 모자라 대우조선 역사상 그 누구도 막아서지 않았던 1도크(dock, 선박을 건조·수리하기 위해서 조선소·항만 등에 세워진 시설) 진수를 불법 파업으로 방해하는 그들을 정당하다고 인정하며 대우조선 조합원들에게 합법적 파업에 대해 이해와 양해를 부탁하는 조직이 민주노조임을 자처하는 것이다.
 
  연간 10억원씩 내는 조합비는 금속노조를 향한 조공이 아니다. 자칭 민주노조라는 제조직들은 그들만의 사상과 이념으로 민노협을 어용노조 프레임 만들기에 아직도 혈안이다. 그 어떤 계파나 정치적 목적도 없이, 오직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소통하는 것이 참된 민주라는 민노협 대의원들의 신념이 그들이 말하는 어용노조라면 우리는 앞으로도 어용노조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의 편에서 선봉투쟁을 함께 싸울 것이다.〉
 
  해당 벽보를 붙인 이들은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노동자들이다. 기자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사무실을 찾았다. 휴가 중이어서 회장이나 다른 간부들은 자리에 없었고, 대우조선에서 30여 년간 잔뼈가 굵은 노동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불법 파업 당시 대우조선 하청노조의 행동에 반대해 시위에 나섰던 노동자들이다. 대우조선지회 소속 노동자들은 금속노조가 하청노조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자신들에 대해선 무시로 일관한 행동에 화가 나 금속노조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금속노조 10억원씩 조합비 낸 우리 일터 빼앗아”
 
  금속노조 탈퇴에 대해서 노동자들에게 물으니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 말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사무실에서 세 명의 노동자들을 만났다. 사정상 이들의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한다. A씨는 대우조선에서만 38년, B씨는 36년, C씨는 27년을 근무했다.
 
  ━ 금속노조 탈퇴에 대해서 어떻게 결론이 날 것 같나요.
 
  A씨의 말이다.
 
  “지금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씀드리는 건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동자가 이번 사태를 통해 금속노조에 크게 실망한 것은 사실입니다.”
 
  ━ 이번에 하청노조를 상대로 반대 시위를 했는데 이유가 뭡니까.
 
  C씨의 말이다.
 
  “우리는 한 가지 이유에서 시위에 나섰습니다. 회사에 나오는 이유가 뭡니까. 일을 해서 돈을 벌어 가정을 잘 꾸리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120명이 2만 명을 볼모로 잡고 일을 못 하게 하니 당연히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에 1년에 10억씩 받아가는 금속노조가 하청지회 편을 들고 나서니 더 화가 나는 거죠. 같은 지회가 두 개가 있는데 공평하게 중립을 지켜주든가 그게 아니고 하청 편에만 서니 억울하고 분한 거죠. 이번 파업 때문에 월급이 반 토막이 났어요.”
 
  ━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회비를 얼마씩 냅니까.
 
  “사람마다 다릅니다. 통상 월급의 1.5%는 내는데 4만원 내는 사람도 있고, 5만원, 6만원이고, 최고 많이 내는 사람은 8만원까지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4800명의 조합원이 그렇게 모아서 조합비를 내는데 우리 노동자 편이 아니라 하청지회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니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 그런데 대우조선지회가 원래 금속노조 소속이 아니었던 것으로 압니다.
 
  “원래는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금속노조에 들어간 이유는 저희가 기업별 노조다 보니 전국적인 노동 정책의 힘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매각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솔직히 지방에 떨어져 있다 보니 우리만으로 힘들다는 취지에서 조합원들을 설득해서 금속노조에 들어가게 된 거죠. 그런데 결국 계속 매각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도 우리한테 크게 도움이 안 되고 있어요. 그리고 이번 파업 때도 하청노조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저희에게 울분만 더 갖게 한 거죠. 아마 이번 투표 과정에서 이런 부분이 반영될 것이라고 봅니다.”
 
 
  “하청지회는 시위하고 다른 데로 가면 그만”
 
  ━ 언제 금속노조에 들어갔나요.
 
  B씨의 말이다.
 
  “4년 전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하청지회 손을 들어주고, 피해는 우리 노동자들이 다 떠안는 거죠.”
 
  ━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이분들은 파업을 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렇죠. 그러니 2만 명의 목숨을 담보로 이런 일을 벌이죠. 솔직히 이번 일로 인해 배 진수 날짜도 뒤로 미뤄졌고, 얼마나 피해가 큰지 모릅니다.”
 
  ━ 어느 정도 미뤄졌나요.
 
  “하루 이틀이면 진수될 배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51일을 버텼으니 한 3개월은 늦어졌을 겁니다. 조선소라는 곳이 약속으로 먹고사는 곳인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우선 돈으로 그걸 갚아야지, 다음 배를 수주하는 데 있어서 과연 선주들이 우리에게 일을 맡기려고 하겠습니까. 안 그래도 중국이 자꾸 우리 수주를 방해하면서 가로채는 마당에 진수 날짜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다 같이 죽자는 거죠.”
 
  A씨가 말을 받아 이어 나갔다.
 
  “저들은 노동자도 아닙니다. 지회장이라는 사람과 사무총장은 우리 회사 사람도 아닐뿐더러 자신들은 뒤에서 하청노동자들을 조종하면서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때 가서는 그 자리에 없습니다. 다 이용당하는 거죠. 하청노조 사무총장이라는 사람은 다른 곳에서 전문 시위를 통해 그 회사가 망하는 데 일조를 했던 사람입니다.”
 
  ━ 하청노조에서 말하는 임금구조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임금구조에 대해선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조선업이 불황에 들어서다 보니 지금까지 원청 직원들뿐만 아니라 하청업체도 일이 없어 마이너스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 같이 힘들었죠. 그런데 마치 원청과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돈을 많이 받고 자신들은 열심히 일했음에도 돈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말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죠. 그리고 이제 대우조선이 3년 치 물량이 확보되어 일을 좀 하려고 하니 30%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니 참….”
 
 
  “52시간제, 일하고 싶어도 일 못 해”
 
대우조선해양 용접공 노동자가 늦은 밤까지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B씨의 말이다.
 
  “이번에 철창 안에 있던 유최안이도 자신의 통장을 공개하면서 20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고 주장을 하는데 그 친구 본봉이 220만원 되더라고요. 그런데 잔업이라든지 특근은 하나도 안 하고 조퇴도 계속했고, 일하는 사람들을 선동이나 하고 다니니 그 정도 월급밖에 못 받는 거죠. 그걸 보고 너무 자존심이 상했어요. 언론이 그 친구 하나만 보고 전체 조선소 노동자들이 그것밖에 받지 못하는 것처럼 말을 하니까요.”
 
  C씨는 “우리 원청 직원들도 기본급 자체는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도 잔업과 특근 수당을 포함시켜야 어느 정도 연봉이 되는데 마치 하청 직원들만 적은 연봉을 받아가는 것처럼 말하니 우리는 억울할 따름이다”라며 “현장에 일이 없으면 당연히 월급이 적을 수밖에 없다. 원청 노동자들도 잔업과 특근을 안 하면 그 정도 받는다”고 꼬집었다.
 
  세 명의 직원도 20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유씨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 조선업이 불황이어서 임금이 적은 겁니까.
 
  A씨의 말이다.
 
  “그 이유가 제일 크죠.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52시간제와 최저임금의 문제도 있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두 정책 모두 성급했다고 봐요.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니 일하고 싶어도 일을 못 하게 돼요. 예를 들어 옛날에는 배 진수 날짜를 맞추기 위해서 직원들이 함께 밤 10시까지 잔업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걸 못 하니 진수 날짜를 맞추기 위해선 재하청 직원들을 쓸 수밖에 없는 거죠. 그들은 52시간제에 해당이 되지 않으니까요.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가 재하청 업체를 키운 거나 마찬가지죠.”
 
  ━ 이번 파업을 겪으면서 직원들끼리 얼굴 붉히는 일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평소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어느 날 우리를 향해 욕설을 퍼붓고 있고, 일을 못 하게 막고 있으니 좋게 보입니까. 정말 이제는 어디 가면 저 사람이 시위에 가담했는지부터 물어보게 됩니다. 직원들끼리 이게 뭡니까. 너무 안타깝죠.”
 
  ━ 이번 파업이 노노(勞勞) 갈등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게 무슨 노노 갈등입니까.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노동자로서 정당하게 일할 권리를 요구한 것일 뿐 다른 조건은 없었습니다.”
 
  ━ 합의는 했지만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봉합 수준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다시 불법 파업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앞장설 것입니다. 특히 금속노조가 다시는 거제도 땅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올해 조선업 호황 기대… 파업이 다 망쳐”
 
  “처음 하청노조 노동자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요. 과거에는 아무리 파업을 해도 도크는 건드리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불문율로 지켜오던 것을 이번에 하청노조 노동자들이 깬 거죠.” 지난 7월 하청노조 노동자들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던 대우조선해양 1도크로 이동하며 김형식 책임이 말했다.
 
  1도크로 향한 이유는 불법 시위 당시 모습은 남아 있지 않겠지만,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말하는 도크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기자의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1도크에 도착하니 기자는 그 크기에 놀랐다. 하청노조 노동자들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던 배는 조립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또 다른 배의 일부 조각들이 조립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 책임은 당시 상황을 기자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김 책임은 “협상이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노동자들이 하나같이 뛰어나와 미리 일을 할 수 있게 사전 작업을 하고 있었다”며 “도크에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물을 채워야 한다. 그런데 하청노조원들이 기계실에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게 테이프로 막아 노동자들이 나와서 그것부터 제거하고 도크에 물을 채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책임은 “그때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면서 “도크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노동자들이 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 얼마나 일을 하고 싶었으면 협상이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일찍 나와 이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1도크로 갔을 때 그곳에서는 한창 작업 중이었다.
 
  ━ 지금 노동자들 휴가 기간 아닌가요.
 
  “휴가 기간이죠. 그런데 파업 때문에 진수 날짜가 늦어진다고 노동자들이 휴가를 안 가고 다들 나와서 일하고 있습니다.”
 
  ━ 다들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그럴 수밖에 없죠. 올해 초만 해도 조선업이 되살아난다고 다들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파업 때문에 희망이 사라진 거죠.”
 
 
  “38년 일하면서 최근이 가장 힘들어”(박두선 사장)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여름휴가 중에도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아이스크림과 얼음물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현장을 둘러보다가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자주 자리를 함께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시간을 가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 휴가는 다녀왔습니까.
 
  “아니요, 좀 전까지 비상경영체제이기도 했고, 아직 회사가 정상화되지 않았는데 휴가는 반납해야죠.”
 
  ━ 직원들이 현장에 자주 나온다고 뭐라고 한다면서요.
 
  “하하! 네, 현장에 나오는 것이 저의 유일한 취미인데 사장이 자꾸 현장에 나와서 풀 뽑고 청소한다고 뭐라고들 하더라고요.”
 
  ━ 이번 불법 파업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이미지가 안 좋은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아야죠.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중간에 합의가 잘 되는 것처럼 하다 불발되고 이렇게 한 2주를 가다 보니 민주노총 희망버스가 내려오고 하면서 일이 커진 거죠.”
 
  ━ 대우조선 노동자로 시작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네, 지금까지 38년을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했습니다. 뭐 그렇다 보니 안 해본 일이 없죠. 제가 38년 일하면서 최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51일 동안 제가 잠을 제대로 못 자다 보니 살이 7kg이나 빠졌습니다.”
 
  ━ 이번 파업에 대해서 어떤 입장입니까.
 
  “저는 처음부터 원리원칙을 지키겠다고 결심을 했었습니다. 노조하도급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고 싶지만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합니다. 그리고 파업 기간에 조선 3사 사장단 회의도 했습니다. 그때 다른 사장들이 요구하는 것도 원리원칙대로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대우조선해양이 요구를 들어주면 조선 전체가 죽는다. 그러니 원리원칙을 지켜달라고 당부를 하더라고요.”
 
 
  “지난해 매출 반토막 나”
 
  ━ 임금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봅니까.
 
  “지금 용접하는 분들이 야간 수당까지 받으면 하루에 50만원 정도 받아갑니다. 그리고 발판 작업을 하는 분들도 하루 일당이 20만원 가까이 됩니다. 이번에 파업에 참가했던 유최안씨는 자신이 연월차 다 쓰고 하루에 6시간 일하고, 노동운동할 거 다 하면서도 200만원을 받아갑니다. 저는 200만원도 너무 많이 받아가는 거라 생각합니다. 여기 노동자분들도 다들 그렇게 받아간다고 착각을 하시는데 3~4년 전까지만 해도 다들 열심히 일을 하면 400만~500만원씩 받아갔습니다. 그런데 52시간제가 되면서 300만원밖에 못 받아가게 된 거죠. 그리고 용접공이나 블라스팅공처럼 기술이 있는 분들은 더 많이 받아가죠.”
 
  ━ 2023년 되면 조선업이 다시 살아날 거라는 전망이 있는데 이번 같은 파업이 계속되면 어려운 것 아닙니까.
 
  “조선 산업이 사이클 산업입니다. 수요가 떨어지면 일이 없어집니다. 노동 유연성이 필요한 산업이기도 합니다. 10년 주기로 오르고 내리고 합니다. 호황일 때야 좋죠. 오버 타임도 많이 해서 돈도 벌고, 그런데 내려갈 때는 일이 없으면 인원 감축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도우면서 함께 가려고 하죠. 지난해 같은 경우 1만8000명 노동자 중에서 3000명은 필요 없는 인원이었지만 우리는 감축하지 않고 함께 갔어요. 물론 경상남도와 거제시, 하청업체 사장들이 힘을 합쳐서 고용을 이어 나갔죠.”
 
  ━ 지난해 매출이 얼마였습니까.
 
  “원래 매출이 한 8조원 됩니다. 그런데 지난해 4조원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반 토막이 난 거죠. 상식적으로 매출이 줄면 인원도 감축해야 하는데 우리는 끝까지 함께 갔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다 묻히고 안 좋은 부분만 도드라져 보도가 되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 정부에서 도와줬으면 하는 부분은 없습니까.
 
  “도움이 필요하죠. 제일 먼저 도와줘야 할 부분은 아무래도 주 52시간제를 조금 유연성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노동자들 보기 어려워져”
 
  박두선 사장과의 만남을 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나섰다. 취재 도중 이번 불법 파업 과정에서 금속노조 희망버스가 대우조선해양으로 몰려들면서 인근 상가 상인들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을 찾았다. 먼저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 시간이 다가왔지만 마트 안은 한산했다.
 
  그곳에서 마트 점장을 만나게 됐다. 점장은 젊은 청년이었다. 해당 마트 점장은 가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김성식 점장은 그곳에서 8년 가까이 일을 하고 있었다.
 
  ━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도 많이 옵니까.
 
  “많이 왔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노동자들을 보기 어려워졌어요.”
 
  ━ 매출에 영향이 있나요.
 
  “큰 폭은 아니지만, 당연히 영향이 있죠.”
 

  ━ 이번 대우조선해양 파업 때는 어떠했나요.
 
  “그땐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왔어요.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아니지만, 파업 때문에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몰려오다 보니 손님들이 많았죠.”
 
  ━ 그 사람들은 주로 어떤 것을 사 갔나요.
 
  “대부분 술과 고기를 많이 사 갔어요. 그리고 음식재료를 사 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마트를 나와 조금 걸으니 상가들이 모여 있는 골목이 나왔다. 대부분 저녁 장사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곳에는 이른 저녁을 먹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반면 문이 잠겨 있는 가게들도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문이 활짝 열린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눈에 들어왔다.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손님은 없고 사장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홀로 앉아 있었다. 그곳에서 10년 동안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나가는 사람이 더 많아”
 
  ━ 요즘 집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이 없나 보죠.
 
  “말도 마세요. 집 보러 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이 더 많아요.”
 
  ━ 왜 나가죠.
 
  “외지에서 일자리를 구하러 왔다가 여기 사정도 변변치 않으니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거죠.”
 
  ━ 나가는 사람이 어느 정도 되죠.
 
  “최근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이번에 대우조선에서 파업하는 기간에만 오피스텔 계약을 했다가 여기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계약금도 못 받고 돌아간 사람만 6명 정도 됩니다. 참 안타깝죠. 그분들도 일하러 왔다가 집을 구해놓은 상태에서 파업 때문에 회사가 문을 닫으면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형편이니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도 피해자지만 이분들도 파업의 피해자인 셈이죠.”
 
  ━ 살다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사람도 많나요.
 
  “그런 분들도 꽤 있습니다. 이곳에 일하러 오시는 분들은 거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아요. 외지에서 혼자 들어와 오피스텔에서 살다가 일을 하지 못하니 월세만 나가고… 그런 이유로 나간 분들이 많습니다.”
 
  ━ 언제부터 좀 상황이 어려워졌나요.
 
  “제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여기 아파트가 생겨나고 하면서 집을 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한 5~6년 전부터 상황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말도 못 해요. 아파트를 팔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고, 음식점을 하다가 떠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어요.”
 
 
  “희망버스 타고 온 사람들, 지역 상인에 협박성 전화까지”
 
  ━ 상가가 비면 그 자리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을 거 아닙니까.
 
  “거의 없어요. 요즘은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이 더 많아요. 오면서 보셨겠지만 지금 휴가철인 것도 있지만 거의 문을 닫은 집들이 많아요. 손님이 없으니까.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올해 유독 심한 것 같아요.”
 
  ━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도 영향이 있을까요.
 
  “영향이 크죠.”
 
  ━ 이번 파업 기간에 주변 상인 분들이 피해를 많이 봤나요.
 
  “정말 힘들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일을 못 하니까 당연히 외식은 생각도 안 하죠. 오죽하면 상인들이 파업을 중단해달라고 플래카드까지 걸었겠습니까. 그런데 플래카드를 걸었다고 희망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이 음식점들에 전화를 걸어 협박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 뭐라고 협박했나요.
 
  “음식점마다 전화를 걸어 ‘당신들 노동자들 덕분에 먹고사는데 불쌍한 노동자 편을 들어야지 왜 파업을 방해하느냐’는 식으로 말하면서 ‘장사를 오래 하고 싶으면 조용히 하라’고 했답니다.”
 
  ━ 상인들 분위기는 어땠나요.
 
  “정말 외지에서 3000명씩 몰려와서 분탕질 쳐놓고 자기들은 시위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은 어찌합니까. 정말 욕을 안 하는 상인들이 없었어요. 파업으로 인해 피해를보는 사람들은 대우조선 노동자들과 주변 상인들인 거죠. 너무 속상해요.”
 
  여사장은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며 눈물까지 보였다. 그와 1시간30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며 든 생각은 이번 파업이 불러온 가장 큰 피해자는 대우조선 노동자들과 주변 상인들이라는 것이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시작되자 대부분의 언론의 시선은 파업 중인 아래도급노동자들로 쏠렸다. 그렇다 보니 정작 주목받아야 할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하청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인해 51일간 일을 하지 못해 월급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2만여 명 가까이 된다. 이들은 대부분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들이다. 120명의 노조원으로 인해 이들 가족의 생계는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14년 전 거제
 
  2008년 1월 23일 자 《월간조선》 뉴스룸 ‘[현장 취재] 소득 3만 달러의 길을 제시한 巨濟’ 기사를 통해 당시로 돌아가 보자. 기자는 기사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노동자들의 출근길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거제의 아침은 자전거와 소형 오토바이의 긴 행렬로 시작된다. 세계 2, 3위 조선(造船) 업체로서 거제 옥포와 고현에 각각 자리 잡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로 향하는 근로자들의 출근길이 빚어내는 풍경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행렬은 30분 이상 계속됐다. 바닷바람이 비교적 매서웠던 11월 초 어스름한 시각의 아침이었지만 커다란 무리를 지은 그들의 행렬은 위풍당당했다. 붙잡고 말 붙일 겨를도 없이 그들은 일터를 향해 빠른 속도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당시 두 조선소의 매출은 지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월등했다. 해당 내용이다.
 
  “두 조선업체가 지난해 수출한 액수를 합치면 112억 달러라고 한다. 이 가운데 2조7000억원이 인건비로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매월 조선업체 임직원들에게 2200억원이 인건비로 지급됐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500만원이었다. 같은 시기 도시 근로자 평균 월급 302만원의 1.65배다. 시중에 돈이 넘쳐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선 산업이 호황이던 시절 거제에는 동네 강아지도 1만원짜리 한 장씩은 다 물고 다닌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의 조선 산업은 바람 앞에 등불과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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