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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수처 출범 전 이미 예견된 ‘사찰’ 논란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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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언론인·민간인, 야당 인사 대상 통신자료 조회 행위에서 비롯된 ‘사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수처는 “재판·수사 등 목적으로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에게 서비스 이용자의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따른 절차였다”고 주장하면서 “경찰, 검찰도 다 하는데 왜 우리가 한 것만 ‘사찰’이라고 하느냐?”고 항변한다. 이는 공수처가 ‘민간인 사찰’ 지적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는 걸 방증한다.
 
  공수처를 옹호하는 정부·여당 인사들도 같은 인식을 공유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과거에도 수십만 건씩 검경이 영장 없는 조회를 해왔는데, 공수처 수사 대상이 대검찰청과 언론인이 되니 사찰 논란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사찰 논란에 대해 ‘적법절차’ 운운하는 식의 공수처 해명은 부적절하다.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한다는 공수처가 하필이면 왜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 공수처와 관련해서 부정적인 기사를 쓴 기자와 그 가족들을 ‘선별’해 통신자료를 무더기로 조회했는지, 객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자신들 업무와의 긴밀한 연관성을 밝혀야 한다. 그런 과정이 없는 한, 또 앞으로 기존 수사 관행에서 탈피해 불필요한 통신조회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지 않는 한, 공수처 관련 논란은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검찰 개혁’ ‘검찰 견제’라는 미명 아래 온갖 반대에도 현 정권이 밀어붙여 탄생한 공수처가 기존 수사기관들의 관행을 답습한다면, 이는 스스로 설립 목적과 존립 근거를 무너뜨리는 ‘자해(自害)’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감청·미행 안 한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사실, 공수처 관련 ‘민간인 사찰’ 논란은 이미 해당 기관이 설립되기 전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공수처 설치·운영법에 따르면 공수처의 수사권은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중앙행정기관 등의 정무직 공무원(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재소장 등 포함)과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 검찰총장과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장성급 장교 등 ‘고위공직자’ 7000여 명과 그들의 가족(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대통령은 4촌 이내의 친족)으로 제한된다. 이 중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은 ▲대법원장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이다.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현 정권이 무리하게 강행한 끝에 설립된 수사기관, 기소 대상은 극히 제한된 사정기관이 이른 시일 안에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한다면 존폐 논란이 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기자는 《월간조선》 2019년 6월호의 “공수처 설치·운영은 ‘독재’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공수처의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제한적인 수사 가능 대상으로 인해 ‘무늬만 공수처’일 뿐, 실상은 ‘초법적 사찰기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새로 설립된 공수처는 필연적으로 자신들의 존립 가치를 수사 성과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제한된 수사 대상 안에서 조기에 성과를 내기 위해 수사 대상자에 대해 사찰 활동을 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바꿔 말하면, 공수처가 범죄 정보 수집이란 명목으로 수사권이 미치는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고위 인사, 군과 국가정보원 등 국가안보 핵심 인사,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대법원장·대법관·판사, 검찰총장·검사 등의 사생활을 감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수사 대상이 고위공직자에 한정되므로 공수처는 이들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이들의 범죄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그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그들이 만나고 연락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는 욕구가 생기고, 그 결과 감청과 미행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축적된 사생활 정보를 어떤 식으로 악용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과거 사정기관들의 사례를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는 이런 사실이 없었지만, 출범 후 변변한 실적을 올리지 못한 공수처의 일부 인사들이 ‘정권의 비호’를 믿고, 이런 불법 행위를 전혀 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 역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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