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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공개

미래사업에 박차 가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神의 영역’에 도전하는 KAI(카이), 이젠 우주로!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chosh76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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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언론 최초로 KAI 우주센터 취재
⊙ 우주센터에서 만난 차세대 중형위성(CAS500) 2호
⊙ 위성을 구성하는 ‘근육’인 복합재와 ‘혈관’인 보드
⊙ 누리호 발사체에 장착될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
⊙ 가상현실(VR)로 구현한 정비·조종 시뮬레이터 체험
⊙ 미래사업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KAI의 ‘혁신’
차세대 중형위성(CAS500) 2호. 사진=KAI 제공
  지난 10월 7일 아침,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경남 사천행 비행기를 타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 향했다. 2년 7개월 만에 다시 찾은 KAI에는 그땐 없던 신규 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2020년 8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센터를 준공한 것이다. 연면적 2만3332㎡에 달하는 KAI 우주센터(이하 우주센터)는 위성개발, 생산, 조립, 시험을 한곳에서 수행하며 KAI의 개발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국내 언론 최초로 우주센터 취재
 
  《월간조선》은 국내 언론 최초로 우주센터를 취재하는 기회를 가졌다. 통상 일반인들은 박람회 같은 곳에서 우주와 우주선을 영상과 모형 등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 최대 우주산업체인 KAI의 실재(實在) 우주산업 시설을 둘러본다는 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KAI에서는 우리나라 우주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비장의 무기’가 제작됐다. 오는 10월 21일 발사 예정인 ‘누리호(KSLV-Ⅱ)’다.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km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3단형 발사체이다.
 

  KAI는 300여 개 기업이 납품한 누리호 제품의 총조립을 수행했다. 누리호 발사체 중에서도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 제작에 주력했다. KAI는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참여해 조립설계, 공정설계, 조립용 치공구(治工具) 제작 등을 담당하며 사실상 누리호 완제품을 만들어냈다. 누리호 발사에 있어 KAI는 지난 1월 뉴스페이스(New space)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항공우주체계 종합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누리호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지난 12년간 2조원 가까이 투입돼 사상 처음 우리 힘으로 개발한 발사체이기 때문이다. 국내 우주개발 역사 30년 만의 대성과(大成果)라고 할 수 있다. 금번 발사에 성공하면 해외에만 의존하던 위성 발사를, 우리의 위성으로 우리 땅에서 독자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한국은 세계 7번째로 우주 수송 능력을 갖춘 국가로 발돋움하는 셈이다.
 
  누리호는 발사 127초 후 고도 59km에서 1단 로켓, 233초 후 고도 191km에서 페어링, 274초 후 고도 258km에서 2단 로켓이 분리된다. 마지막으로 3단 로켓이 점화돼 고도 700km까지 올라간 뒤 위성 모사체(模寫體)를 궤도에 내려놓으면 임무가 끝난다. 발사 후 약 15분 만에 모든 게 판가름 나는 것이다.
 
 
  청정실
 
  기자는 한창헌 상무(KAI 미래사업부문장)와 김상은 팀장(KAI 위성생산팀) 안내로 우주센터를 둘러볼 수 있었다. 우주센터에 들어가는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강력한 보안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 들어가는 문(門)마다 담당자들이 연신 카드를 태그해야 했다. 먼지를 제거하는 에어 샤워(Air shower)를 거친 뒤 무진복(無塵服)과 머리 덮개를 쓰는 과정도 거쳐야 했다. 위성 관련 전자기기에 이상을 줄 수 있는 정전기를 막기 위해, 몸에 있는 정전기를 제거하는 과정도 거쳤다.
 
  청정실에서 위성 제작 작업이 이뤄지는 이유는 위성에 전자장비가 많이 장착돼 있어 가급적 먼지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정실의 특징 중 하나는 무지주(無支柱) 단독 공간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위성과 양산 수요를 고려할 때, 각 위성별로 효율적인 레이아웃(lay out·공장 배열 등 공장 내부 환경을 일컫는 말)을 자유자재로 구축하기 위해 무지주로 만든 것이다. 먼지 없는 청정 환경을 조성하고, 무지주 공장으로 건설된 우주센터 내에는 위성을 제작하고 조립, 시험하기 위한 다양한 장비들도 구축되어 있다.
 
  현재 우주센터에서는 국가 위성으로는 최초로 민간업체가 주관하는 차세대 중형위성(CAS500) 2호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CAS500 2호는 ▲국토·자원 관리 ▲재난재해 대응 관련 공공부문 수요 대응 ▲국가 공간정보 활용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밀지상관측 영상 제공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밖에 차세대 중형위성 3~5호와 다목적 실용위성(KOMPSAT) 7A 구성품 제작이 우주센터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CAS500 2호는 올해 안에 제작을 마무리해 내년 상반기 중에 카자흐스탄에서 발사할 예정이다.
 
  기자는 한창 작업 중인 CAS500 2호를 만날 수 있었다. KAI 관계자들은 “마침 작업 중인 CAS500 2호가 우주센터에 있어 기자님은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입을 모았다.
 
  CAS500 2호의 태양 전지판은 탄소복합재(carbon composite)와 그 사이에 알루미늄 허니캄(honeycomb)이라는 벌집 모양의 복합재로 채워져 있었다. 샌드위치를 연상하면 이해가 쉬운데, 샌드위치 빵 두 개가 탄소복합재였고, 샌드위치 안의 내용물이 허니캄 복합재였다. 한창헌 상무는 “위성의 관건은 기능도 기능이지만 무게를 가볍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복합재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위성을 구성하는 ‘근육’과 ‘혈관’
 
  탄소복합재는 위성이나 항공기, 헬기 내장재 등에 쓰이는 핵심 재료다. 탄소복합재 제작 기술은 선진국에서도 공개를 꺼리는 기술 중 하나라고 한다.
 
  탄소복합재는 짙은 갈색의 카본 테이프(carbon tape)로 제작된다. 카본 테이프는 닭가슴살처럼 수직 방향으로만 찢어질 뿐, 수평 방향으로는 찢어지지 않는다. 이 카본 테이프를 수백 번 교차해 접착한 뒤 오토클레이브(autoclave)에서 섭씨 300℃가 넘는 고온에 가압(加壓) 처리하면 전투기와 헬기 내장재로 쓰이는 탄소복합재로 탈바꿈한다.
 
  탄소복합재는 가벼울 뿐 아니라, 매우 단단하다. 알루미늄 허니캄 역시 벌집 모양의 복합재로, 매우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나다. 한창헌 상무는 “항공기에 쓰이는 복합재와 위성에 쓰이는 복합재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항공기에 쓰이는 복합재는 내구성(strength)이 관건이고, 위성에 쓰이는 복합재는 단단함(stiffness)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복합재는 위성의 근간을 이루는 ‘근육’인 셈이다.
 
  위성은 고온의 태양열과 항시 접해 있기 때문에 내열(耐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김상은 팀장은 내열과 관련해 “위성은 기본적으로 열진공 시험 과정을 거친다. 이는 내열에 있어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김 팀장은 “위성은 발사 후에는 수리할 방법이 없어 발사 전 치밀하게 모든 과정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창헌 상무는 “CAS500 2호엔 카메라가 장착된다”며 “레이더와 카메라에 먼지가 붙으면 우주 공간에서는 (공기가 없어) 먼지를 제거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CAS500 2호를 보기에 앞서 KAI 직원 수십여 명이 길쭉한 책상에 앉아 무엇인가에 몰두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김상은 팀장은 “기술진이 보드(board)에 납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을 제작하려면, 그 안에 장착될 컴퓨터를 별도로 제작해야 한다. 이 컴퓨터에 들어갈 보드 역시 따로 만드는데 그때 필요한 작업이 바로 납땜이다. 보드는 위성 장비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로, 신체에 비유한다면 ‘혈관’에 해당한다는 게 김상은 팀장의 설명이다.
 
  방위산업은 최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있지만, 대다수 과정은 사람 손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그래서 방위산업은 최첨단인 동시에 ‘노동집약 산업’이라고 일컬어진다.
 
 
  CAS500 2호의 위용
 
KAI에서 태양전지판, 전자광학카메라 등의 위성기능을 시험하고 있는 차세대 중형위성(CAS500) 2호. 사진=KAI 제공
  김상은 팀장은 품질검사실과 유닛조립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납땜을 통해 완성된 보드는 품질검사실에서 도면(圖面)에 맞게 납땜이 됐는지 검사가 실시된다. 이때 검사는 현미경과 엑스레이로 이뤄지며 납땜이 완료된 보드의 상(像)은 모니터를 통해 작업자가 확인할 수 있다. 납땜을 통해 보드에 장착되는 부품 하나하나가 워낙 미세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검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김상은 팀장은 “약 20년간 숙련공들이 납땜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자동납땜시설(reflow soldering)을 구축 중”이라며 “관련 기계는 이미 들여왔지만 별도의 승인 과정이 필요해 승인을 받으면 시험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동납땜시설을 이용하면 기계가 보드에 자동적으로 납땜을 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열을 가해 보드를 완성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보드를 하나하나 조립하는 곳이 유닛조립실이다.
 
  유닛조립실까지 둘러본 기자는 CAS500 2호가 있는 청정실로 이동했다. 김상은 팀장은 “CAS500 2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조립을 하다가 후속 작업을 위해 얼마 전 KAI로 옮겨왔다”고 말했다. 현재는 발사체와 분리할 때의 충격이 얼마나 될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의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마무리 작업들이 끝나면 내년 상반기 발사를 위해 카자흐스탄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기자가 본 CAS500 2호는 무게가 500kg 정도였다. 위성 곳곳에 케이블이 어지럽게 붙어 있었고, 이 케이블은 위성 주변을 포진하고 있는 연구진의 컴퓨터와 연결돼 있었다. 연구진은 컴퓨터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여러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김상은 팀장은 “위성에 부착된 장비들이 실제 제대로 작동하는지 연구진이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줬다. 혹시 누전되는 것은 없는지, 작동하지 않는 장비는 없는지 일일이 사람의 눈과 손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위성 조립에 있어 자동화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가고는 있지만, 실제 조립만큼은 앞서 지적한 대로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위성이 고도화할수록 점점 집적화(集積化)하기 때문에, 사람 손이 기계보다 위성에 접근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섬세한 위성을 기계가 조립하면 위성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도 사람 손을 빌리는 요인 중 하나다.
 
 
  추진체 탱크
 
  이어 KAI 종포공장으로 향했다. KAI는 경남 사천시 용현면 종포항 인근에 위치한 종포공장에서 누리호 발사체 중, 앞서 언급한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를 제작했다. 이 두 탱크를 합쳐 ‘1단 추진체 탱크’라고 부르는데 1단 추진체 탱크는 발사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KAI는 1단 추진체 탱크 기술 첨단화를 위해 2017년 9월, 종포공장 내에 비파괴검사실, 용접룸, 조립청정룸, 내압(耐壓)시험실 등을 갖춘 발사체 탱크 전용 제작 공장을 준공했다.
 
  임감록 팀장(KAI 발사체생산팀)은 위성 발사체의 기본 구조와 함께 두 탱크의 기능을 설명했다. 임 팀장의 말이다.
 
  “누리호 발사체는 크게 총 3단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총 길이는 47.2m입니다. 발사체에 들어갈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는, 발사체 맨 하단(1단)에 위치합니다. 산화제 탱크에는 액체산소가 들어갑니다. 우주에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연소에 필요한 액체산소를 주입하는 용기가 산화제 탱크입니다. 그 아래에 연료 탱크가 위치합니다. 연료 탱크엔 비행기 연료와 같은 등유(燈油)가 주입됩니다.”
 
  직접 보니 두 탱크는 크기에도 차이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산화제 탱크가 더 크고, 연료 탱크가 산화제 탱크와 연료 탱크, 그리고 엔진을 조립하면 약 23m에 달해 전체 누리호 발사체의 거의 50%를 차지한다. 외벽의 색깔은 금박을 입힌 것처럼 반짝반짝 윤이 났다.
 

  KAI는 추진체 탱크 제작의 핵심 공정인 알루미늄 합금 원판을 스피닝(spinning) 장비로 균일하고 얇게 펴 돔 형태로 제작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스피닝 공정개발을 자체적으로 완료하고, 제작기술도 확보한 것이다.
 
  KAI는 발사체 대형 구조물에 대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결합하는 정밀 용접기술도 보유하게 됐다. 용접 기술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발사체에서 연료 누출이 발생해 위성 발사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임감록 팀장은 “탱크 외벽이 압축기밀용기라 일일이 용접을 해 (탱크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엑스레이로 불량이 있는지 별도로 확인하는 작업도 거친다.
 
  임 팀장은 기자를 내압시험실로 안내했다. 내압시험실은 연료 탱크가 압력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곳이다. 탱크에 물을 채워 수압과 압력을 가해 내압을 확인한다. 이런 인고(忍苦)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것이 1단 추진체 탱크인 셈이다. 임감록 팀장은 “산화제 탱크와 연료 탱크는 이미 제작을 마쳐 현재 납품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KAI 기술진과 연구진은 ‘미지(未知)의 세계’ 우주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고 있었다. 어떤 측면에서 이들은 ‘신(神)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의 영역은 신비로워서 인간의 접근을 반기기도 하지만, 때론 매몰차게 거부하기도 한다.
 
  위성이라는 게 10년 이상 준비한다고 해도 우주 궤도에 무사히 안착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위성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KAI 관계자들은 10월 21일 발사 예정인 누리호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자체 개발한 누리호는 이제 신의 영역으로 그 공이 넘어갔다. 누리호를 반길지, 아니면 거부할지 지켜볼 일이다.
 
 
  VR을 이용한 정비·조종 시뮬레이터
 
KF–21 시제 1호기. 사진=KAI 제공
  CAS500 2호를 뒤로하고 KAI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또 하나의 최신 설비를 경험할 수 있었다. 바로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환경을 이용한 한국형전투기 KF-21 시뮬레이터와 FA-50(경공격기), 소형무장헬기(LAH) 시뮬레이터였다.
 
  여기서 잠시 KF-21에 대해 살펴보자. KF-21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최초의 국산 전투기로, 지난 4월 시제 1호기를 출고했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 개발을 지시한 이래 20년 만에 이룬 쾌거다. 2026년까지 지상·비행시험을 무사통과하고 개발을 완료하면 한국은 자체 기술로 전투기를 개발한 13번째 국가가 된다. 개발기간 10.5년, 사업비 8조원이 넘는 국내 최대 연구개발사업이다.
 
  KAI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필요성 확대, 군(軍) 교육 시스템의 선진화 등 변화에 따른 훈련 시스템에 대한 미래 발전방향을 고민해왔다.
 
  그 결과 메타버스(metaverse·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을 일컫는 말) 등 4차산업 기술을 접목한 가상현실 환경의 비행 조종 시뮬레이터와 정비 시뮬레이터를 개발 중이다.
 
MUH–1 시뮬레이터. 사진=KAI 제공
  가상현실 시뮬레이터는 일반인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VR 게임장에서 하는 가상현실 게임과 흡사하다. 고글(goggles)을 안면(顔面)에 착용하면 눈앞에 실제와 똑같은 가상현실 환경이 펼쳐진다. 즉 실제적인 상황에서 전투기를 조종하고 정비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전투기 정비 시뮬레이터였다. 두 사람이 정비 작업 시뮬레이터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보통 2인 1조로 정비 작업이 이뤄지는 데 따른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고글과 함께 손에는 센서가 쥐어져 있었다. 한 사람이 정비 공구를 다른 한 사람에게 넘겨주는 식으로 정비 작업을 가상으로 진행하는 중이었다. 이렇게 이뤄지는 모든 가상 상황은 외부 모니터에 구현된다. 다른 정비사들은 모니터를 통해 VR 장비를 착용한 두 명의 정비사가 매뉴얼에 맞게 정비하는지 하나하나 체크할 수 있다.
 
  한창헌 상무는 “과거에는 전투기 정비사들이 정비 관련 책을 옆에 낀 채 (정비) 기술을 익혀야 했다”면서 “VR을 이용한 시뮬레이터가 본격 도입되면 가상현실을 이용해 정비 작업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상무는 “정비 시뮬레이터의 장점 중 하나는 테스트를 수시로 해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과거엔 테스트 한 번 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VR 장비만 갖추고 있으면 언제든 손쉽게 정비사들의 정비 실력을 체크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모든 게 언택트(untact)로 대체됐다”며 “시뮬레이터 도입에 따라 이제 항공기 관련 교육도 최소한의 인력만으로 코로나19 노출 없이 가능해졌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시뮬레이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자체 개발
 
T–50 시뮬레이터. 사진=KAI 제공
  기자는 모니터에 구현되는 KF-21과 LAH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관심이 갔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매뉴얼이 모두 한글로 구현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창헌 상무는 “가상 시뮬레이터 장비는 일반인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용 장비지만 관련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KAI가) 독자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투기와 헬기 모두 우리 기술로 만들었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까지 우리 손으로 제작했기에 그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KAI가 보유한 시뮬레이터는 KF-21, FA-50 등 전투기뿐만이 아니었다. KAI가 개발한 수리온 헬기의 조종·정비 시뮬레이터도 갖추고 있었다. KF-21 전투기도 그렇지만, 헬기 역시 조종과 정비 매뉴얼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KAI가 헬기 제작에 있어서도 국내 정상급 기술을 갖췄기에 헬기 관련 시뮬레이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상현실 환경에서 헬기 조종 훈련 절차 학습을 수행하고 있는 모니터를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간단치 않아 보였다. 헬기 한 대를 띄우는 데 많은 절차를 거쳐야 했고, 그에 따라 시간도 많이 소요됐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어떤 버튼이 어디에 있는지 일일이 외워야 할 텐데 보통 일이 아니겠다”며 혀를 찼다.
 
  헬기 정비 학습 과정도 역시 쉽지 않아 보였다. 가상현실 환경에 구현된 LAH의 유압 시스템에서는 연료가 나오고 들어오는 라인을 점검하는 과정이 있는데, 모두 난도(難度)가 높았다. 자칫 용어 하나라도 제대로 숙지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형무장헬기(LAH). 사진=KAI 제공
  고도의 기술력으로 항공기나 헬기를 제작해도 운용 능력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운용 능력이 없는 항공기나 헬기는 고철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KAI는 체계 개발을 통한 제작과 정비, 그리고 관리에 있어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해 일종의 ‘수직계열화’에 다가섰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자는 가상현실 환경 조종 시뮬레이터에 탑승해 고글을 착용하고 전투기를 조종하는 가상체험을 해봤다. 전투기 고도를 서서히 높이며 1만 피트(feet) 이상 상공으로 올라가는 기분은 짜릿했다. 고도 상승뿐 아니라 전투기 선회 등 ‘곡예비행’도 실제와 똑같이 재현할 수 있었다.
 
  KAI는 10월 19일 열리는 방위산업 전시회인 아덱스(ADEX·Seoul International Aerospace & Defence Exhibition 2021)에 이 시뮬레이터 장비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공군 등과 산학(産學) 협력에 나설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KAI를 두 번 취재했지만, 그때마다 아쉬웠던 건 보안 때문에 사진 촬영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것이다. KAI 임직원들이 제아무리 열심히 방위산업 최전선(最前線)에서 뛴다 해도 일반인들은 이를 구체적으로 알 방도가 없다. 방위산업이 주는 딱딱한 이미지도 사람들과 괴리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다. 공장이 경남 사천시에 위치하는 터라 접근 역시 쉽지 않다.
 
  지령(誌齡) 500호 《월간조선》을 통해 KAI 임직원들이 흘리고 있는 굵은 땀방울이 조금이나마 독자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터뷰
  한창헌 KAI 미래사업부문장이 말하는 ‘우주사업’
 
  “위성 제작과 발사, 활용서비스까지 ‘토털 솔루션’ 제공할 것”
 
한창헌
  1969년생.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졸업, 서울대 항공우주공학 석·박사 / KAI 선임연구원, 개발사업팀장, LAH·LCH사업기획팀장 / 現 KAI 미래사업부문장(상무)
 
사진=KAI 제공
  ― KAI 미래사업 부문이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미래사업 부문은 2020년 7월 처음 만들어진 직제입니다. KAI의 미래 신수종(新樹種) 사업으로 삼을 만한 것을 찾아 그에 따른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발전 방향을 확정한 뒤 사업 부문을 독립화하는 게 제가 맡은 임무입니다. 미래사업 부문엔 위성 발사체 사업, 무인기 사업, 훈련체계 사업 세 개의 사업군이 있습니다. 각 사업군의 중장기 계획이나 발전 방향이 확정되면 이들 사업 부문을 독립시키려고 합니다. 한마디로 KAI의 미래상을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 그래도 KAI는 사명(社名)처럼 우주사업이라는 미래 먹거리에 계속 관심을 가져오고 있지 않았습니까.
 
  “네. 그렇긴 한데 외부 시각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그동안 외부에서는 KAI가 정부 사업만 한다는 인상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정부 예산에 따라 사업을 준비하면 돼 ‘KAI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냐’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제는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 우리도 미래에 적극 대응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앞서 보신 가상 시뮬레이터가 저희 사업 부문인 ‘훈련체계 사업’에 속해 있는데 최첨단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한 걸음 더 앞서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주사업을 미래사업 부문에서 맡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 우주사업을 둘러싼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KAI만의 강점은 뭡니까.
 
  “KAI는 제작 역량 중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항공기를 조립하면서 쌓아온 독자적인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위성에서 획득하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서비스 솔루션 개발 역량은 아직까지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독자적인 역량을 갖추기 위해 연구소, 대학교와 협업(協業)하고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도 추가적인 역량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올해 1월, 뉴스페이스 TF가 만들어진 것도 그러한 일환 중 하나입니다. 가장 먼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KAI가 위성 분야의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을 제공하기 위해 KAI 중심의 밸류체인(value chain) 구축과 각 분야별로 KAI와 협력할 업체들을 선정하는 것입니다.”
 
  ― 협력업체는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말하는 겁니까.
 
  “KAI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토털 솔루션 서비스 제공이 필요합니다. 최근 위성을 수출하는 국가들을 보면, 수입국에 지상국(地上局)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활용 솔루션 서비스도 같이 제공합니다. 지상국은 위성을 지상에서 운영하고 위성이 확보한 데이터를 수신받아 처리하고 보정(補整)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예컨대, KAI가 위성을 직접 개발하고, 위성 관련 데이터도 KAI가 운용하는 지상국에서 직접 받아 필요한 고객에게 서비스를 하는 것이죠. 하지만 KAI는 현재 지상국 관련된 시설이나 위성 활용 솔루션은 아직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전략적으로 협조할 기관과 업체를 찾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게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위성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 그래도 가격경쟁력 면에 있어서는 KAI가 우위(優位)에 있는 것 아닌가요.
 
  “위성 가격경쟁력은 선진국과 비교해 많이 낮은 편입니다.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위성 영상을 필요로 하는 국가에 위성 영상을 판매하고, 영상 판매를 통해 위성 수요를 창출하는 등 하나만 판매하는 것이 아닌 다각도로 판매를 구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세계적인 트렌드는 위성을 직접 운용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정보만을 사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위성으로 어떻게 수익 창출을 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해볼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말씀하신 위성 영상의 경우 단순히 지표면 촬영을 넘어 곡물의 경작도, 석유의 잔고 등을 파악하는 데에도 폭넓게 쓰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위성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위성은 어느 나라든 자유롭게 가서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 정세를 저장하고 처리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데이터 혁명을 가지고 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도 하루빨리 이 대열에 우뚝 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성 제작, 발사, 지상국 설치, 활용 서비스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전문화·계열화를 구축하고 필요하다면 인수합병(M&A)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우주사업에 있어 KAI에 가장 필요한 정신(spirit)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지금까지 우주산업은 항우연이 주관했습니다. KAI 같은 경우에는 거기에 참여하는 형식이었죠. 그래서 이게 내 사업이라는 의식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민간이 주도하는 사업환경이 되려면 우리가 주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주인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어떤 사업을 독자적으로 주관하면 시행착오나 업무를 담당하면서 겪게 되는 부분이 다릅니다. 이럴 때 키워지는 것이 진짜 역량이죠.”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국군의날 경축사에서 우주산업 육성 방안을 밝혔습니다.
 
  “우주사업은 KAI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나 수익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당장의 수익보다는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도 필요한 법입니다. 정부도 그런 인식을 KAI와 공유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 KAI의 미래는 우주사업이 책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KAI가 이끌어갈 대한민국의 우주 미래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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