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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지난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대통령의 ‘약속’으로 혼란과 갈등만 일어났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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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직원 854명 고용키로 했다가 5일 만에 2940명 직고용 발표… 정부의 압박 있었나?
⊙ ‘보안검색요원’의 신분을 바꾸면서까지 정부 뜻에 동조
⊙ 취준생들 분노, “기존 비정규직 지키고자 새로 입사하려는 사람의 의지 박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국공 사태’ ‘문빠 찬스’ ‘로또 취업’ ‘부러진 펜 운동’….
 
  이 말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를 향하고 있다. ‘인국공 사태’는 인국공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요즘의 상태를 말한다. 조국 사태는 ‘아빠 찬스’, 인국공 비정규직은 문재인 찬스를 쓰고 있다며 ‘문빠 찬스’라고도 한다. ‘로또 취업’은 비정규직 직원이 너무나 쉽게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는 것을 조롱하는 표현이다. ‘부러진 펜 운동’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취업 준비생(취준생)들이 최근 사태를 보면서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펜을 부러뜨려 항의를 표하는 현상이다.
 
2020년 7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원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추진에 대한 공익 감사를 촉구하는 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인국공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였다면 이렇게까지 이슈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인천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직후 첫 행선지였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줄곧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장했다.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이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국공 사태에 정치권이 나섰다. 여당은 이번 사태를 옹호하고, 야당은 저지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는 “(인국공 논란은) 본질적인 것들이 없어지고 사소한 일”이라며 “요즘 보면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분노하는 것이 ‘잘못된 정보’ 때문이라는 소리다. 김두관 민주당 국회의원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공격하는 ‘조·중·동’ 유(類)의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당에서조차 의견이 나뉜다. 이원욱 민주당 국회의원은 “인국공 관련 청년들의 분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다. 청년들은 공정함을 잃은 것에 저항하고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미래통합당은 ‘인국공 공정채용 TF’를 만들어 ‘로또 취업 OUT’을 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5주 만에 40%(6월 29일~7월 1일·리얼미터 조사)대로 하락했다. 《국민일보》는 인국공의 비정규직 사태와 관련해 김두관 의원 등이 여론과 동떨어진 발언을 한 것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인국공 사태가 무엇이기에 취준생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으며 정치권까지 들썩이게 만든 것일까.
 
 
  대학생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공기업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건설·관리·운영 및 주변 지역을 개발하는 공기업으로 정부가 100% 출자(出資)했다. 회사는 1992년에 인천공항 조성을 위해 만들어졌고, 인천공항은 2001년 3월에 개항(開港)했다. 인천공항은 항공기 무사고 운항 100만 회 달성(2007년 10월), 세계공항서비스 평가 12년 연속 1위 등을 기록하며 아시아의 대표적인 공항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현재 인천공항을 통해 52개국, 173개 도시를 다닐 수 있고, 취항 항공사가 88개다. 회사는 2013년 인천공항 내에 ‘제2 여객터미널’을 짓는 공사를 시작했고, 제2 터미널은 2018년 1월에 문을 열었다.
 
  인천공항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주는 만큼 공항 운영사인 인국공은 인기 있는 일자리였다. 대학생과 취준생이 뽑은 ‘취업하고 싶은 공기업 1위’가 인국공이다. 취업 포털인 잡코리아가 지난 5월 ‘공기업 취업 선호도’를 조사했는데 인천국제공항공사(21.1%), 한국전력공사(15.3%), 한국철도공사(12.9%), 한국공항공사(9.8%) 순(順)이었다. 인국공은 지난해에도 ‘취업하고 싶은 공기업’ 1위였다. 연봉이 가장 높다. 인국공의 신입 초봉은 4399만원으로 9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항의 협력회사 일자리 역시 민간부문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였다. 2020년 4월 공사 업무통계를 보면 협력회사 평균임금은 4150만원으로 국내 정규직 평균임금 3790만원을 뛰어넘고 비정규직 평균임금(2070만원)의 2배 수준이다. 2012년 2월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이 마련되면서 고용안정도 보장돼 평균 이직률 1.1%(국내평균 5.8%) 수준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 방문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인천공항을 찾은 자리에서 정일영 당시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정일영 당시 사장.
  문제가 시작된 것은 지난 6월 22일 구본환 인국공 사장이 “비정규직인 보안검색요원 전원(1902명) 등 2134명을 공사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날부터 회사는 시끄러워졌다. 인국공의 임직원은 1500여 명(2019년 말 기준)이다. 여태 고용한 사람보다 634명이나 많은 비정규직을 갑자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공사 직원들은 공사의 일방적 추진에 반대하고,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던 이들은 “비정규직 직원이 대통령 말 한마디로 ‘꿈의 직장’ 공기업 정직원이 되는 것이냐”고 분노한다. 정규직 직원이 될 보안검색요원 역시 누군가는 쉽게 정직원이 되고, 누구는 탈락할 위치에 처하자 볼멘소리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방문 전후(前後)로 회사의 운명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말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대선(大選)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일 만에 인천공항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공기업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제로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인국공 정일영 사장(현 민주당 국회의원)은 “연내(年內)에 비정규직 제로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첫 방문지라는 ‘상징성’과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대통령, 그리고 공기업 사장의 과잉 충성에 가까운 화답이 오늘날의 문제점을 잉태했다. 2017년 5월 12일이었다.
 
  국제공항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인국공은 필수 인원은 공사 정규직 직원으로 고용하고, 나머지는 협력회사들과 용역 계약을 맺어 공항을 운영했다. 용역 계약은 ‘공사와 협력업체’ 간에 체결하는데 3년을 기본으로 하고 문제가 없을 경우에 2년을 연장하는 ‘3+2’ 제도였다. 공사와 60여 개 협력회사가 업무 협약을 맺었다. 협력회사가 공사로부터 일거리를 수주하면, 이전 협력회사 직원들을 고용승계해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형태였다. 가령 비행기가 착륙한 뒤 브리지로 연결시켜 승객들을 공항으로 이동시키는 업무 등은 ‘탑승교 운영용역’으로 분류해 협력사의 계약 직원이 일해왔다.
 
  문제가 된 ‘보안검색요원’ 역시 공사가 아니라 협력회사 소속 사람들이다. 쉽게 말해 우리가 공항에 도착해 수화물을 항공회사에 넘기고 발권하고, 출입국 허가를 거쳐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면세점을 지나 탑승하기까지 만나는 사람이 모두 인국공 직원이 아니다. 인국공 업무를 수행하는 수많은 회사의 계약 직원들이다. 인천공항 운영이 이런 구조이다 보니 인국공이 직접 고용하지 않고 협력회사의 계약직 형태 인력이 1만명가량 됐다. 회사에 소속된 직원은 대부분 비정규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용 불안 없는 세상,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국내 대기업 등 사기업에 이를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되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다.
 
  대통령 방문 2개월 만에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내용은 이랬다.
 
  〈(직접고용) 국민의 생명·안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
 
  (채용방식) 가이드라인 발표시점(7월 20일)에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전환 채용 대상자에 해당. 객관성이 결여된 임의적 평가시 향후 법적 분쟁 예상되는 유의
 
  (경쟁채용) 전문직 등 청년 선호 일자리(상대적으로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 또는 민간 유사 업무보다 근로조건 등이 우수하여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업무)〉
 
 
  2017년 8월, 노사협의회 출범
 
송언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인국공 사태’에 관심을 갖고 조사했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관련 있는 업무’에 대해 공공부문이 직접 이들을 고용하라는 것이다. 앞으로 공기업에 입사(入社)할 사람이 아니라 기존 직장인(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목표였다. 하지만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모호했다. 국민의 생명과 관련이 있는 업무라는 것도 애매할뿐더러 몇 명을 언제까지 직접고용하라는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이 이를 결정해야 했다.
 
  이에 인국공은 2017년 8월 31일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꾸렸다. 사용자 측이 참석하고, 노동자 측은 한국노총(1명)과 민주노총(1명)이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했다. 인국공 정규직 노조는 발언권이 있는 참관 형태로 참여키로 했다. 인국공에서 비정규직을 ‘0명’으로 하려면 본사 정직원 외에 인천공항에서 근무한 인원 중 일부를 본사 정직원으로 채용해야 하고, 본사가 자회사를 만들어서 여태 용역을 줬던 업무를 자회사가 처리토록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공사의 자회사가 이들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적어도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공사 직원이거나 공사 자회사의 정직원이 되는 것이다. 논의를 진행하는 도중 11월 새로운 변수를 만났다. 공사나 공사의 자회사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협력회사 직원들의 가족이나 친인척 등을 부정 취업시키는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인국공 감사실은 60여 개 협력사를 관리하는 ‘청렴본부’를 두고 있는데, 이를 확대시켜 ‘채용비리신고센터’를 운영키로 했다.
 
  인국공 협력사 채용비리신고센터에 95건이 신고됐다. 협력사 본사 관계자가 혈연을 통해 직원을 고용하고, 현장 관리자급의 조카·아들 등이 채용되는 ‘인사 비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다. 이를 조사한 미래통합당 송언석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에는 민간업체에 대한 감사권한이 없는 인국공 감사실에서 이를 조사하다 보니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없어 채용비리 문제가 묻혀버렸다”고 말했다.
 
 
  당초 계획은 854명을 공사 정규직으로, 2개 자회사 만드는 것
 
  이런 와중에 사용자 측과 노조(한노총·민노총)는 협력회사 직원을 공사 정직원으로 고용, 혹은 공사의 자회사에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법을 논의했다(2017년 11월 27일~12월 21일). 양측의 입장은 이랬다.
 
  인국공 사용자 측은 “국민 생명과 안전 분야 854명(활주로·전력·기계·건축·토목 등 항공운송 관련 분야)을 직접고용한다. 직접고용은 경쟁채용을 하고, 나머지 인원은 공사가 자회사를 설립해서 자회사에 전환채용한다”고 제안했다. 노동자 측은 “직접고용 대상을 다시 검토하고, 직접 고용과 자회사 모두 고용 승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가 줄다리기를 하던 때에 《경향신문》에서 ‘인천공항공사, 3000명 직원 직접고용’이라는 제목의 기사(2017년 12월 21일)가 보도됐다. 회사는 발칵 뒤집혔다. 1600명의 공사 직원들은 난데없이 공사가 정직원을 3000명 가까이 직접고용을 한다는 사실에 술렁였다. 사용자 측뿐만 아니라 노조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노·사·전문가협의회 회의록에는 이날의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히 나타난다.
 
  〈이○○: 기사는 매우 구체적인데 지금까지 논의 방향과 전혀 다름. 전혀 논의된 바 없는 내용이 마치 확정된 것처럼 나와 있음.
 
  안○○: 공사 내부적으로 지금 굉장히 시끄럽고 경영진 퇴진까지 요구하는 상황임. 금년 안에 정부에서도 인천공항에 대한 기대가 많았고, 큰 그림을 금년 내에 그리고 내년부터 전환 작업에 착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음.
 
  사장: 우리가 기사를 내리라고 항의까지 하고 해명자료도 배포했음. 지금 타 언론사 문의도 많이 오고 있는데 일체 대응하지 않고 있고 나름대로 수습하고 있는 중임.
 
  부사장: 같이 끌고 나가도 힘들 판에 재를 뿌리는 보도가 나와 실망스러움.
 
  사장: 3000명 결정한 것 아님
 
  이○○: 3000~4000명 선이라고 생각이 듬.
 
  사장: 3000~4000명은 결정된 바 없는 사안임.〉
 
  회의록을 보면 인국공 사용자 측과 노조 역시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는 ‘3000명 직고용’이라는 숫자에 당황하고 있고, 오히려 해당 언론사에 기사 삭제를 요구하고 다른 언론사에는 해명자료까지 배포한 것을 알 수 있다.
 
 
  5일 만에 난데없이 2940명 직고용으로 바뀐 이유는?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브리핑을 마치고 나오자 직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가운데 흰색 마스크를 쓴 사람이 구본환 사장.
  하지만 불과 5일 만에 상황은 180도 바뀐다. 본사와 민노총은 2017년 12월 26일 “2940명을 직접고용한다”고 밝혔다. 1기 합의 내용은 세부적으로 이렇다.
 
  〈전체 대상자(인국공 협력업체 관계자) 9785명 중 소방대, 야생동물통제, 보안검색, 상주직원검색 2940명은 직접고용한다. 나머지 6845명은 2개의 자회사(인국공이 100% 출자)로 고용한다. 직접고용하는 인원 중 관리직은 경쟁으로 채용하고, 관리직 미만은 면접과 적격심사를 하되, 탈락자는 자회사 채용 등을 통해 고용을 보장한다. 자회사는 전환채용한다.〉
 
  이 결정은 두 가지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나는 불과 닷새 전에 ‘정규직 3000명은 논의한 적도 없다’던 회사 측이 돌연 입장을 바꾼 일이다. 송언석 의원실 관계자는 “인천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첫 방문한 ‘공기업 비정규직 제로’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85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너무 적은 숫자여서 2940명으로 바뀐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인국공 협력회사 직원들이 정규직이 되는 과정이다. 위 협의안에 따르면, 인국공의 정규직 관리직(소방대 3급 이상, 보안검색 4급 이상)은 비록 기존에 근무했던 사람들이라도 새로운 지원자들과 같이 경쟁을 통해 뽑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이 인원은 2940명 중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머지 2840명은 면접(및 적격심사)을 통해 바로 공사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이 이 과정에서 탈락하면, 공사의 자회사에 취직한다. 한마디로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했을 때 협력업체를 통해 근무했던 평직원들은 공사 정규직 혹은 공사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100% 채용된다는 소리다. 오늘날 문제가 생긴 이유가 바로 외부에서는 이들 회사에 대한 입사 기회조차 박탈된다는 점이다. 본사와 민노총의 이런 합의에 동의할 수 없었던 인국공 노조 집행부는 전원 사퇴하게 된다.
 
 
  보안검색요원의 ‘특수경비원’ 신분이 문제로 떠올라
 
  그렇게 2018년이 됐다. 인국공 노조 집행부는 바로 꾸려지지 않았고 얘기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공사의 직고용이나 자회사 설립 등이 당장 일어날 일이 아니었기에 회사는 어수선한 상태에서 업무를 계속했다. 마침 인천공항 제2 여객터미널이 그해 1월에 발족했기에 회사 안팎에서 분주했다고 한다. 2018년 3월 28일부터 새롭게 시작된 제2기 노・사・전문가협의회는 그해 10월 변곡점을 맞았다.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인천공항 협력사 채용비리 의혹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돼 감사원 특별감사에 이르게 된 것이다. 나중에 밝혀진 바이지만, 감사원은 공사 협력사가 2017년 7월(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에도 3000명 이상을 불공정하게 채용한 것을 확인했다. 협력사 직원을 비공개로 채용하고, 서류 심사도 없이 임의로 면접 대상자를 결정하고, 협력사 관리자급 친인척이 취업하는 등 유형도 다양했다. 이렇게 되자 노사 측이 또다시 합의를 시작했다. 첫 번째 합의를 도출한 지 1년 만인 2018년 12월 26일 1기 합의를 뒤집는 새로운 합의가 이뤄졌다.
 
  제2기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사항이다.
 
  〈친인척 채용비리 등 정규직 전환 정책을 예견한 불공정 채용에 대한 검증을 엄격히 하고, 불공정 채용 사실이 확인된 자는 전환 대상자에서 제외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최근 추가로 시달된 고용노동부 ‘정규직 전환 관련 채용비리 방지를 위한 지침’에 따라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는 업무 특성 등을 고려해 경쟁채용 도입을 추진한다.〉
 
  협력회사에 불공정하게 입사한 사람들은 공사나 공사 자회사가 채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노사가 지루한 협상을 이어갈 즈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공사가 전부 직접고용하겠다던 직원 중 대다수인 ‘1902명의 보안검색요원’이 문제가 됐다. 이들은 직무는 보안검색인데 직책, 즉 신분은 ‘특수경비원’이었다.
 
 
  청와대 회의 이후에 법적 해석이 바뀐 이유
 
  ‘보안검색요원’이란 자리에 대해서 알아보자.
 
  과거 김포공항이 국제공항 역할을 했을 때 이 업무는 경찰이 맡았다. 이후 1997년부터 경찰의 감독하에 청원경찰이 업무를 맡았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에서 청원경찰이 이 업무를 맡았다. 2001년 4월에 청원경찰을 특수경비원으로 대체하기 위해 경비업법이 개정되고, 2002년 11월부터 공항 운영자의 감독하에 용역업체에서 특수경비원이 업무를 맡아서 여태 이어져왔다. 그런데 부동산업이 위주인 인국공에서 ‘특수경비원’ 지위를 가진 사람들을 직접고용할 수는 없었다. 현행법상 무기를 소지하는 특수경비원은 항공산업과 부동산임대업을 주요 업무로 하는 공사가 직접고용할 수 없다. 1기에서 보안검색 직접고용 합의가 졸속으로 5일 만에 이루어지다 보니 법적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공사는 특수경비원인 이들의 신분을 청원경찰로 바꾸어 인국공에 취업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런데 공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법률을 검토해보니 이들의 신분을 청원경찰로 바꾸더라도 직접고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2017년 7월 2일)고 결론났다. 2019년 7월에 외부 법무법인에서 다시 검토했지만 역시 ‘부적합’이었다. 결국 지난 2월 제3기 노·사·전문가협의회가 새로운 합의문을 냈다.
 
  〈보안검색 1902명은 항공보안법, 경비업법, 통합방위법과 같은 직고용 법적 문제를 새로 고려하여 별도회사(인천공항경비주식회사)로 사업부제 방식으로 타 직무(보안경비 1729명)와 구별해 편제, 운영한다.〉
 
  법적인 문제가 있으니 일단 이들은 ‘자회사’로 고용한다는 소리다.
 
  공사는 이후 이들을 ‘특수경비원’에서 ‘청원경찰’로 바꾸어 직접고용하는 것을 외부 법무법인에 의뢰했지만 지난 4월에 역시 ‘부적합’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세 차례에 걸친 ‘부적합’ 판정은 청와대 회의 후에 갑자기 바뀌었다. 지난 5월 청와대 주관으로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과 관련한 관계부처 회의가 있었다. 이후 법무법인 화우에 동일한 내용을 자문했고, 이틀 만에 법무법인은 ‘가능하다’는 답을 내놨다. 그리고 지난 6월 공사는 “보안검색요원 신분을 특수경비원에서 청원경찰로 변경해 직접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똑같은 사안이다. 그런데 세 차례에 걸쳐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안이 어떻게 청와대 관계부처 회의 이후에 새로 섭외한 법무법인에서는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바뀌었을까. 지난 7월 9일 인국공 노조는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공사가 법적으로 문제 있는 청원경찰 직고용 추진을 정부에 보고해 일방적으로 졸속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가 있기 훨씬 이전부터 공사는 ‘보안검색요원’ 처우 문제를 두고 논의한 적이 있다. 인국공은 2006년에 ‘보안경비 및 보안검색 업무가 아웃소싱으로 운영됨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삼정회계법인에 용역 검사를 맡긴 적이 있다. 용역 보고서는 공항·항만 등 국내 국가 중요시설에 대한 경비 및 보안검색 현황을 분석하고, 미국·영국·홍콩·일본 등 주요 해외 공항 사례를 분석했다고 한다.
 
  삼정회계법인의 결론은 이랬다.
 
  〈보안검색 업무의 아웃소싱, 자회사, 공사 직영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직영 방식은 아웃소싱과 비교할 때 15년 동안 약 70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안이다. 자회사가 이뤄질 경우 고용안정과 직원들의 서비스 향상이 기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까지 인국공에서 있었던 일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854명을 직접고용키로 했다가 5일 만에 2940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한 배경은 무엇인지 ▲보안검색요원의 신분을 변경해도 직접고용하기 어렵다는 법률 검토가 관계부처 회의 후 돌변한 이유는 무엇인지다.
 
  사측과 노조의 주장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2년6개월 동안 논의돼온 일이다. 그런데 유독 올해 있은 결정이 큰 이슈가 된 이유는 이제 곧 이런 합의가 ‘실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국공과 계약을 맺어 공항업무를 한 협력회사의 업무가 지난 6월로 만료됐다. 그리고 공사와 노조는 이제 곧 ‘공사로 직접고용’과 ‘자회사 설립’을 행동에 옮길 계획이다.
 
 
  대통령 말에 충성 경쟁하는 관료들에 의해 혼란에 빠져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원인은 대통령이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다녀가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대통령은 노동시장 이원화 해결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 단기적인 정치 홍보와 인기 영합용 지시를 했고, 대통령의 말에 충성 경쟁하는 관료들과 기관장에 의해 노동시장의 질서가 흔들리고 혼란에 빠진 것이다. 그 결과 누구는 횡재하고, 누구는 노노갈등 및 취준생들과의 갈등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취준생들이 격분하는 부분 중 하나를 꼬집었다. 물론 2017년부터 논의되어온 상황이지만, 이제 곧장 ‘액션’에 들어갈 채비를 보이자 취준생은 동요했다. 이 모든 일의 수혜자는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 즉 문재인 대통령이 다녀간 시점에서 인천공항에 근무한 이들만을 위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이 취준생들은 적어도 기존 인력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만한 그라운드조차 얻을 수 없다.
 
  한 취준생이 학교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상시적으로 필요한 직무에 대해 외주화를 없애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물론 기존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력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현재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자격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 경력을 쌓은 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분들도 있다. 그렇다면 직고용 대상 전체에 대해 공개경쟁 채용 방식을 선택하되 일한 경력과 성과에 대한 평가를 반영해 가산점을 주는 것이 맞다. 기회의 평등은 2030청년들이 치열한 경쟁을 버티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인국공 현직자라고 자신을 밝힌 이는 이렇게 말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좋은 직장 하나 가져보겠다며 밤새워 공부했습니다. 그 노력의 결실로 인국공에 입사해 ‘노력하면 보상받는다’는 진리를 느끼며 자부심과 애사심을 가지고 일해왔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의 청년 뒤통수 때리는 지금의 사태는 십수 년간 노력해온 제 땀과 눈물을 비웃는 것 같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언석 의원은 “인천공항 사태는 단순한 청년 취준생들의 문제만이 아닌 조국, 윤미향 사태에 이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정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라며 “대통령이 시작한 일인 만큼 대통령이 직접 풀어내는 것이 상처받은 청년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인천공항 정규직화 반대’ 청와대 민원은 현재 30만명(2020년 7월 10일 기준)을 넘긴 상태다. 한 청원인은 “정규직 수보다 많은 이들이 정규직 전환이 됐다. 이들이 노조를 먹고 회사를 먹을 것이다. 이곳에 들어가려고 스펙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를 지은 것이냐”고 글을 올렸다.
 
  이들 예비 취준생이 제기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2017년 5월 12일’(대통령 방문일) 이전에 입사한 이들에 대한 ‘프리미엄’이고, 또 하나는 향후 박탈당할 수 있는 그들의 일자리에 대한 논의다. 실제로 정부는 2018년 4월에 ‘자율정원조정제도’라는 것을 시행했다. 공공기관 정원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쉽게 말해 공기업에 더 많은 사람이 취업하는 것이 골자다. 인국공 역시 올해에는 총 90명(일반직 70명, 전문경력직 2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5월에 폐지했다. 따라서 공사 입사 인원은 종전보다 대폭 줄어들 추세다.
 
  공기업의 ‘비정규직 제로’가 꼭 필요한 조치였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런 조치로 공기업은 어느 정도 이득을 취할 수 있을까.
 
  연결포괄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의 매출은 (2019년 말 기준) 매출 2조8265억원, 영업이익 1조2897억원, 순익 8634억원이었다.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404억원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에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34만명(2017년 말)에서 41만명(2010년 1분기)으로 늘었다. 공공기관의 부채는 495조원(2017년)에서 525조원(2019년)으로 늘었다. ‘공기업의 비정규직 제로화’라는 미명하에 인국공에서 지난 3년 동안 있었던 혼란은 뒤로하고서라도, 과연 이런 조치가 국가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였을까? 공기업 부채를 책임져야 할 미래 세대에게 일자리 뺏기와 더불어 빚 넘기기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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