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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검언유착’ 제보자X의 알려지지 않은 실체

자본주의가 “큰 틀의 사기판”이란 제보자의 인식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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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상태’란 가명으로 만든 페이스북 계정에 담긴 제보자X의 斷面
⊙ 2년 전 추미애 장관에게 냉담했던 제보자X, 지금은 적극 뒷받침
⊙ 제보자X, 중견 언론사와 소송 벌여 패소
⊙ ‘박 보살’ ‘태고종’과 제보자X와의 관계는?
⊙ 제보자X “사기를 쳐 직원의 일자리 보전할 수 있다면 칭송받을 일”
제보자X는 현재 ‘이오하’라는 가명으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윤석열 검찰총장과 야당을 맹비난하고 있다. 사진=‘이오하’ 페이스북 계정
  익명(匿名)의 그늘에 감춰진 대상에게선 신비감이 배어 나온다. 마치 베일에 싸인 보석을 보는 듯한 착각을 갖게 만든다. 거기에 ‘제보자’라는 수식어까지 달리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소위 ‘검언유착(檢言癒着)’ 사건으로 인해 잘 알려진 ‘제보자X’의 이야기다. 그에 대해 알려진 건 별로 없다. 성(姓)이 ‘지씨’라는 것, ‘이오하’란 가명으로 페이스북상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 정도다.
 
  그럼에도 제보자X의 위상(位相)은 상당하다. 그가 페이스북에서 쏟아내는 한마디 한마디는 뉴스가 되고,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며 검찰개혁을 주장하고, ‘윤석열 검찰’과 야당을 난타(亂打)하며 지난 몇 달간 언론을 장식해온 게 이를 방증한다.
 
 
  親與 브로커인가, 공익 제보자인가?
 
‘검찰개혁’과 ‘윤석열 사퇴’를 앞장서 주장하는 최강욱(왼쪽) 열린민주당 의원과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제보자X와 유착돼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사진=‘이오하’ 페이스북 계정
  가장 최근의 일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건이다. 지난 7월 12일 제보자X는 ‘박원순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발한 여성이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비서 출신’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나경원 전 의원 측은 제보자X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검언유착 사건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사건은 이미 보도가 많이 됐지만, 그래도 제보자X를 설명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어 쉽고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제보자X는 지난 3월 31일 MBC가 방송했던, 채널A 법조팀 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제보했다. 당초 제보자X는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의 대리인 자격으로 채널A 법조팀 기자를 만났다. 제보자X는 ‘채널A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나눈 통화 내용을 들려줬고, 이는 자신이 알고 있던 한 검사장의 목소리라고 판단했다’고 MBC에 밝혔다.
 
  채널A 기자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음성은 한 검사장이 아니다. 다른 법조 취재원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 들려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채널A 기자는 지난 3월 22일 지씨를 만나 들려준 해당 6초 분량의 음성 내용에 대해, ‘수사에 협조하면 선처받고 형량 감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일반론적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지난 7월 15일 검찰은 채널A 기자에게 구속영장 청구)
 
  그러나 제보자X는 “한동훈 목소리가 200% 맞다”면서도 정작 그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보자X는 이철 전 대표의 대리인 자격이라고 했지만,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른바 검언유착을 빌미로 ‘검찰개혁’과 ‘윤석열 사퇴’를 앞장서 주장하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과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의 경우, 제보자X와 유착돼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제보자X의 또 다른 가명 ‘견상태’
 
제보자X가 2018년까지 사용했던 페이스북 ‘견상태’ 계정.
  제보자X는 2000년대 후반경 블로그, 트위터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발히 이용해왔다. 당시 그는 ‘주식 전문가’를 자처하며 그 세계에서 꽤나 이름을 알렸다고 한다. 동시에 뚜렷한 정치적 색깔을 갖고, 그 성향을 거리낌 없이 내보여왔다. 여기서 말하는 성향을 굳이 분류한다면 ‘좌파적 성향’을 뜻한다. 그는 거친 용어를 써가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보수 언론 등에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현재 ‘이오하’ 페이스북 계정을 보면,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을 조롱하는 한편 때때로 극언(極言)을 쏟아내기도 한다. 미래통합당을 겨냥한 비난도 거의 매일같이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최근 《월간조선》이 확인한 결과, 제보자X는 ‘이오하’ 외에 가명으로 된 또 다른 페이스북 계정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견상태’라는 계정이다. 제보자X는 ‘견상태’라는 계정을 2년 전인 2018년까지 사용했다. 확인 결과, 제보자X는 그 시기 ‘이오하’란 계정도 함께 갖고 있었다. 한 사람(제보자X)이 동시에 두 개의 페이스북 계정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그는 2013년부터 약 5년간 ‘견상태’ 페이스북 계정을 사용했다. 이 계정을 살펴보려는 이유는 자신이 휘말린 소송 등에 관해 제보자X가 솔직한 심경을 스스럼없이 털어놨기 때문이다.
 
  제보자X는 복역 중이던 2013년 모 중견 언론사와 소송을 벌였다. 언론사는 물론 불교계와도 복잡하게 얽힌 이 송사(訟事)에서 제보자X는 결국 패소했다. 이 과정에서 제보자X는 소송과 관련해 자필(自筆)로 작성한 ‘탄원서’ ‘최후진술서’ 등을 ‘견상태’ 명의의 페이스북에 올려놓았다. 이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부분으로 뒤에서 자세히 다루려고 한다.
 
‘뉴스타파’에 출연해 재소자 시절 검찰 정보원 역할을 했다고 인터뷰하고 있는 제보자X(모자이크 처리된 사람). 사진=뉴스타파
  제보자X는 원래 재소자임에도 검찰 수사를 도와주던 일종의 ‘정보원’ 역할을 하던 이였다. 그의 신원(身元)이 최초로 공개됐던 2019년 8월12일자 ‘뉴스타파’ 보도의 일부다.
 
  〈제보자X: 저는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죄수였는데, 남부지검의 수사도 했어요, 제가.
 
  뉴스타파: 본인과 연관된 사건에서 참고인 진술을 했다거나…. 일부 제보를 했다거나 그랬던 것 아닌가요?
 
  제보자X: 아니 그게 아니고, 처음에는 제가 연관된 사건 수사를 도왔지만 나중에는 저와 아무 상관 없는 사건의 수사도 했다니까요.
 
  뉴스타파: 그럼 뭐 기술적인 분석이나 이런 전문적인 영역에서 좀 조언을 해주신 거겠죠?
 
  제보자X: 어떤 기업을 수사해야 하는지, 아이템 발굴과 선정까지 제가 다 한 적도 있다니까요.〉
 
 
  수감 중임에도 아이패드 사용하며 페이스북 접근
 
  ‘뉴스타파’는 이날 보도를 통해 검찰이 죄수를 이용해 정보를 캐낸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보자X는 2014년 2월부터 2018년 7월까지 4년5개월간 수감돼 있었다. 이 기간 제보자X는 여러 구치소와 교도소를 전전했다. 그가 검찰의 수사를 집중적으로 도왔던 시기는,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2015년 12월부터 2017년 8월쯤까지다.
 
  제보자X는 서울 남부지검에 자신의 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715호 검사실 옆에 딸린 711호가 그가 사용하던 방이라고 한 것이다. 원래 영상증거녹화실이었던 방을 검찰이 자신의 방으로 내주었다는 얘기다. 그 공간에서 제보자X는 기업 정보를 검색하고 사건을 분석했으며, 전화 통화도 자유롭게 했다고 한다. 심지어 가족과 지인을 불러 만나기도 했다는 게 제보자X의 주장이다.
 
  그는 2015년 11월 19일부터 2017년 8월 23일까지 21개월간 구치소에 있으면서 206회나 출정(出廷)을 나갔다. 출정이란, 구치소에 수감된 재소자가 재판을 받거나 자신의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나가는 외출을 의미한다. 제보자X가 재판을 위해 나간 건 고작 36회에 불과했다. 그는 나머지 170회는 검찰의 필요에 의해 ‘조사’ 목적으로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보자X는 검사에게 “수사를 위해서는 아이패드가 필요하다”고 부탁도 했다. 검사가 허락했고, 외부에 있는 가족이 아이패드를 검사실로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제보자X는 이 아이패드 등을 이용해 수감 중인 상태에서도 ‘견상태’ ‘이오하’ 두 계정의 페이스북을 관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제보자X “(추미애) 그동안 젓가락만 들고 잘 지냈죠 뭐 ㅋㅋ”
 
제보자X는 2018년에는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냉소적인 시각으로 봤지만, 현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상에서 검찰개혁 관련한 글을 올리면, 이를 공유하는 등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진=‘견상태’ 페이스북 계정
  이제 제보자X의 ‘견상태’ 계정 페이스북에 담긴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제보자X는 2001년 이후 사기와 배임, 횡령 등 경제범죄로 유죄로 확정된 것만 5건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계정엔 유독 사법부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글들이 많다.
 
  제보자X는 2018년 8월 24일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하하는 3행시를 써올렸다.
 
  〈양: 양아치만도 못한 사고를 가진 놈이
  승: 승승장구 출세하고 법을 더럽혔으니
  태: 태형 50만대!!!… 땅!땅!땅!… 다음 판사 입장!… ㅋㅋ〉
 
  같은 해 8월 20일엔 “양승태는 구속 이후에 징역과 별도로 사회봉사 명령으로 법원 마당 청소 50년형을 선고해야 함!… ㅋㅋㅋㅋㅋ”이라고 조롱했다. 8월 27일엔 “양승태, 이러고도 족보에는 ‘대법원장’으로 오르겠지?… 물론 역사에는 주석이 달리겠지만… ㅋㅋ”이라고 쓰기도 했다.
 
  8월 18일엔 이런 글도 썼다.
 
  〈의사가 병이 없는 사람을 ‘중병’으로 진단하고, 그 진단으로 사람을 대수술을 하고 오랜 기간 입원 치료를 시키고 때론 죽기도 했다면 검사들은 기소할 것이고 판사는 중형을 선고할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기소와 판결로 억울한 누명을 씌운 판검사들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배상 책임도 국가가 진다… 참 ×같은 세상이지?… ㅋㅋ〉
 
  정치 관련 글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감지할 수 있다. 가장 흥미로운 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식 변화다. 2018년 8월 27일 더불어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열고 이해찬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그에 따라 추미애 대표 체제가 막(幕)을 내렸다. 이날 제보자X는 “휴… 드디어 추미애 퇴장이구나…”라는 어느 페이스북 회원의 글을 공유하며 “그동안 젓가락만 들고 잘 지냈죠 뭐… ㅋㅋ”이라고 썼다.
 
  추미애 당시 대표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석열 검찰’을 맹비난하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는 입장에 서 있는 지금의 제보자X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현재 제보자X는 추미애 장관이 페이스북상에 검찰개혁 관련한 글을 올리면, 이를 공유하는 등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오히려 제보자X는 2018년 당시엔 민주당보다는 정의당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던 걸로 보인다. 같은 해 8월 23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소위(小委) 가운데 노동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고용노동소위에서 배제됐다. 이는 당시 교섭단체였던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협상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제보자X는 “민주당이 요로케만(이렇게만-기자 주) 계속해주면, 다음 총선 정의당 100석 이상… ㅋㅋ”이라는 글을 썼다.
 
  2018년 8월 10일에는 논란이 돼왔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영수증을 첨부하는 조건’으로 그해에 그대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특활비를 없애라는 여론이 높은데도 ‘거대 양당이 기득권 유지에 뜻을 함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를 두고 제보자X는 “다음 총선에서 정의당이 최소 100석 이상은 돼야 적폐청산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라고 썼다.
 
 
  제보자X가 언론사와의 소송에서 패한 까닭
 
  앞서 언급한 제보자X ‘지씨’와 모 언론사가 벌인 소송에 대해 알아보자.
 
  2015년 9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양요한)는 양도성 예금증서(CD) 18억원 상당에 대한 소유권이 없음에도 있는 것처럼 속여 이익을 빼앗으려 한 지씨를 사기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씨는 2013년 9월 A사가 연대보증채무를 해소하지 않아 자신이 운영하는 B사가 손해를 입은 것처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8억원을 받아 챙기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김지철)은 지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지씨는 2013년 6월 A사의 300억원 유상증자를 위해 중국 국영기업이 참여하도록 협력하고 업무진행 수수료 18억원을 받기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A사는 대한광물에 지고 있던 18억원의 연대보증채무로 인해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지씨가 운영하는 B사가 이 연대보증채무를 인수하기로 했다. 동시에 A사는 B사의 18억원 상당의 CD를 대한광물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했다. 재판부는 B사가 대한광물에 채무를 이행하거나 강제집행을 당한 적이 없어 연대보증채무 부담으로 손해를 입지도 않았는데, A사를 상대로 ‘허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봤다.
 
 
  ‘박 보살’ ‘태고종’… 불교계와 밀접한 제보자X
 
  제보자X와 관련한 또 다른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2013년 중순경 A사의 김○○ 대표이사는 정○○ 이사에게 회사 주식 892만여 주를 담보로 ‘50억원을 구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정 이사는 평소 친분이 있던 제보자X에게 ‘박 보살에게 부탁하면 돈을 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제보자X는 정○○ 이사로부터 받은 A사의 주식 약 절반가량을 담보로 박 보살에게서 20억원을 빌렸다. 제보자X는 빌린 20억원을 정○○ 이사에게 주며 ‘남은 주식으로 (박 보살로부터) 돈을 더 빌려야 하니 내가 보관하고 있겠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제보자X는 A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못 받은 돈 대신 이 주식을 챙겼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제보자X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소송이 한창이던 2014년 8월 14일 나온 A사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제보자X의 B사가 A사에 3억원을 담보제공자산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동시에 A사는 B사의 모(母)회사 격인 한 상조(相助)회사에 6억원을 출자하고 있었다.
 
  B사와 상조회사의 대표는 모두 제보자X였다. 이 중 B사는 중요무형문화재 48호인 만봉스님의 불화(佛畵) 작품에 대한 국내외 독점 판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상조회사는 (사)대한불교종단총연합회와 업무제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참고로 제보자X가 A사의 정○○ 이사로부터 주식을 건네받은 곳이 바로 상조회사의 사무실이었다.
 
  확인 결과 제보자X는 불교사회복지회 이사, 한국불교태고원(이하 태고원) 이사를 맡은 전력(前歷)이 있었다. 한국불교태고원은 불교의 한 종파(宗派)인 태고종의 관리 법인이다.
 
  제보자X는 2004년 한국불교태고원이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제보자X의 친척 지○○씨는 코스닥 상장사 신용카드 단말기 조회 업체 C사의 지분 12.33%인 140만 주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제보자X뿐 아니라 그의 친척 지○○씨도 태고종이 세운 녹색장묘문화개발원 이사로 있었다. 제보자X는 그해 3월 8일 C사의 대표이사가 됐다.
 
  하지만 1년 후 한국불교태고원은 인수한 뒤 거래 정지 등 자금난에 시달렸다. 결국 태고원은 보유하던 주식을 전부 팔아치웠다. 제보자X는 ‘M&A 전문가’로 불렸지만 그에 걸맞은 성과를 냈다는 얘기는 업계에 들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사기 및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전과 5범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본주의 자체가 큰 틀의 사기판”
 
제보자X가 ‘견상태’ 페이스북에 올린 ‘최후진술서’(왼쪽)와 ‘탄원서’. 자신을 ‘현직 죄수’라고 쓴 게 눈에 띈다. 사진=‘견상태’ 페이스북 계정
  제보자X가 ‘견상태’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A사 소송과 관련한 ‘내용증명’ ‘최후진술서’ ‘탄원서’ 등은 모두 자필로 써 있다. 제보자X는 이를 스캔해 ‘견상태’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것이다. 이 글들은 정자(正字)로 또박또박 쓰였다. 한자를 많이 사용했다는 특징도 있다.
 
  가장 흥미로운 글은 A사 김○○ 대표이사에게 쓴 편지다. 제보자X는 이 자필 편지를 상당히 정중한 문투로 썼다. 그렇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제보자X가 평소 갖고 있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편지의 일부를 보자.
 
제보자X가 자신과 소송을 벌인 A 언론사 대표이사 김◦◦씨에게 쓴 편지.

  〈광배(김○○ 대표이사의 가명으로 제보자X가 임의로 붙인 이름-기자 주)씨
 
  그리고 광배씨를 돕는 명색이 법무팀장이라는 분.
 
  제가 굳이 이렇게 육필(肉筆)로 편지까지 써가면서 드리고 싶은 말은 광배씨나 법무팀장님이나 소송을 너무 양으로 승부하려는 경향이 있어 그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요. (중략) 광배씨와 법무팀장의 소송은 이곳에 있는 사람을 무시하는 처사로 소송 서류에 너무 성의가 없소.
 
  물론 당사자인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똑똑하다는 사람들만 모아놓은 법원인데 그렇게 성의가 없어서야, 무책임해서야 되겠소. 언론사인 A사의 이름으로 나오는 서류를 그렇게 무책임하게 쓴다면 그것은 사회에도 누가 되는 일 아니겠소. (중략)
 
  기업에서는 기업 내 범죄 사기보다 더 큰 죄악이 최고 의사 결정권자의 무능함이오. 외부에서 사기를 쳐서 회사를 살리고 직원의 일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무능함보다는 칭송받을 일이 아니겠소. 법적인 판단은 뒤로하더라도 자본주의 자체가 큰 틀의 사기판이라고 보는 내 지론에서 생각해본 결론이오.
 
  광배씨
 
  당신은 기업인으로 무능함에다가 무책임까지 겸비하였으니 세계 최강이오. 당신의 앞날에 어떤 법률적 불행이 닥친다면 그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고 당신이 얼마 전 위증(僞證) 고소 사건 대질 신문 조사관 앞에서 내게 말해주었던 진실은 언제가 밝혀진다고 했던 그 진실의 힘일 것이오.
 
  한 가지 첨언할 것은 명자(名字)를 몰라 광자(狂字)를 썼소. 미쳐야(狂) 미친다(及) 하여 한 가지 일에 정진하는 경우나 미친 듯이 일한다는 표현처럼 성실의 극단을 표현하는 경우 등에 쓰이는 걸로 봐서 좋은 듯하여 골라서 썼으니 곡해하여 탓하지 않으셨음 하오.〉
 
  “기업에서는 기업 내 범죄 사기보다 더 큰 죄악이 최고 의사 결정권자의 무능함” “외부에서 사기를 쳐서 회사를 살리고 직원의 일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무능함보다는 칭송받을 일”이라고 강변하고, 더 나아가 “법적인 판단은 뒤로하더라도 자본주의 자체가 큰 틀의 사기판”이라고 말한 대목에서 그가 왜 경제사범으로 실형(實刑)을 선고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혹시 적반하장이라는 말을 아시오?”
 
  제보자X는 A사와 A사 대표이사 김○○, 그리고 주주(株主)에게 보내는 형식으로 쓴 ‘내용증명’에서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수신인들은 각 언론사 대표이사 및 해당 언론사와 특수 관계인으로서 법인의 대표이사이고 수사권이나 조사권이 전혀 없으며 아직 대법원의 확정판결도 나지 않은 사건에 대하여 언론사의 대표이사는 직을 권력으로 착각하고 ‘범죄수익’ ‘은닉’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조작과 위증으로 얽혀진 사건으로 인해 수인(囚人)이 된 남편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한 여자에게 형사적 책임 운운하면서 극히 사적인 생활비의 출처를 밝히라는 등의 공갈-협박성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습니다.〉
 
  제보자X는 김○○ 대표이사에게 “감투가 자신의 머리보다 크면 그 감투가 머리를 내려와 눈을 덮게 돼서 앞을 볼 수가 없는 법”이라며 “부디 현실을 직시하고 당신의 비리와 불법 행위들을 모두 자복(自服)하고 무릎을 꿇는 건 어떻소”라고 물었다. 이어 “내 생각에는 그것이 그나마 회사를 위하는 길이고 아울러 그것이 당신 주변 사람들을 무능으로부터 보호하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제보자X는 이 내용증명 추신에서 김○○에게 “앞으로 당신 입에서 사람을 향해 불법 횡령, 범죄자금 은닉 등의 단어가 튀어나오는 일이 없도록 입단속을 부탁하오”라며 “참, 혹시 적반하장이라는 말을 아시오?”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제보자X는 A사 관련 재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친구 ‘패일’(敗一·가명으로 추정)이란 사람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는 편지도 썼다.
 
  〈김광배가 8월 16일 변제금을 준비하지 못해서 8월 1일에 개최됐던 긴급 이사회에 대해 너는 나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긴급이사회 자체를 알지 못한다”거나 “그런 이사회에 참석한 사실이 없다”며 몇 차례에 걸쳐 사실에 반하는 증언을 했다. 나는 그때 피고인석에서 진실을 말해줄 것으로 믿었던 너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만 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제보자X는 “이젠 더 이상 김광배의 작당대로 거짓을 말하지 말고 착각했다고 말하지도 말고 당시에 있었던 상황을 사실 그대로 말해주었으면 한다”며 “네가 가진 그 어떤 순수를 스스로 깨워 사실 그대로를 말해주길 바란다 간절히…”라고 호소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은 풀어줘도 도로 다 돌아오니까요”
 
  제보자X는 ‘도로 다’라는 제목의 편지를 썼는데, 내용이 재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광복 70주년 사면을 단행하자 어느 수형자(受刑者)가 박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썼다고 한다. 제보자X가 그 탄원서에 대한 짧은 소감을 쓴 것이다.
 
  〈도로 다
 
  박근혜 대통령님의 8·15 광복 70주년 기념 특별 사면의 발표가 있었다. 이에 어느 경험 많은 죄수 분이 대통령 앞으로 소망이 가득 담긴 화답의 탄원서를 보냈다.
 
  “박근혜 대통령 각하. 이번 사면의 혜택이 저희 같은 잡범(雜犯)들에게도 돌아올 수 있도록 유사 이래 가장 통 큰 사면을 부탁드립니다. 많이 들어준다고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은 풀어줘도 도로 다 돌아오니까요.”
 
  들어줄 것 같다.〉
 
  이 기사를 통해 제보자X를 기자 개인의 시각으로 규정하거나, 그를 평가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다만,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그간 일간지와 방송이 다루지 않았던 부분을 조금 더 깊이 보고자 했을 뿐이다. 제보자X 역시 과거 여러 사건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분명 억울한 부분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의 제보자X는 그 억울함을 토로하는 단계를 넘어 본인과 관련 없는 검찰개혁, 더 나아가 정치권 이슈에까지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가 내놓은 주장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가 열심히 글을 올렸던 페이스북 ‘견상태’와 지금도 활동하는 ‘이오하’ 계정에는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서려 있다. 이제 제보자X도 가면을 벗어던지고 친구 패일에게 말했던 것처럼, 그가 가진 “순수를 스스로 깨워야” 할 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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