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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전국 시·도지사의 ‘관사 생활’ 점검

“사익 위한 예산 집행·도덕적 해이” 對 “업무 수행 위한 공적 필수 공간”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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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으로 운영하는 지자체장 거주 주택은 ‘공관’ 아닌 ‘관사’
⊙ 관사 쓰려다가 반발 확산하자 자비로 아파트 빌려 쓰는 ‘광주시장’ 이용섭
⊙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저택에 사는 박원순… ‘보증금 28억원·월세 208만원’은 세금으로
⊙ 도청까지 30분 안 걸리는 자택 세 주고 관사 생활하는 ‘경남지사’ 김경수와 ‘충북지사’ 이시종
⊙ 전임자가 없앤 ‘관사’ 되살린 ‘경기지사’ 이재명과 ‘대구시장’ 권영진
⊙ ‘관사 관리비’는 자부담하는 ‘경북지사’ 이철우와 ‘전남지사’ 김영록
⊙ 그렇게 필수 공간인 ‘1급 관사’를 왜 대다수 지자체는 운영하지 않는 걸까?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서울시장 관사다. 서울시는 현재 보증금 28억원에 월세 208만원을 세금으로 내면서 해당 관사를 운영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5년부터 해당 관사에 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4월 22일, 울산광역시 건축주택과는 “40년 울산시장 관사 서민주택 등으로 탈바꿈”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따르면 울산시는 공립어린이집으로 사용하던 과거 울산시장 관사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어린이집·공공임대주택·공영주차장으로 구성된 복합 공공시설을 신축한다. 이를 위해 2018년 11월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5월에는 사업계획 승인과 실시설계 용역을 마쳤다. 구 울산시장 관사는 1980년 1월 ‘관선 울산시장’ 숙소로 지어졌다. 1995년 7월, 심완구 당시 울산시장(1997년에 광역시로 승격)은 시장 관사를 없애고 이 자리에 어린이집을 만들었다. 해당 어린이집은 ‘공관어린이집’이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운영됐다.
 
  해당 소식을 접한 뒤 《월간조선》은 전국 광역단체장의 관사 사용 실태를 점검했다. 《월간조선》은 그동안 ▲사라지지 않는 관치행정의 유물, 관사(2012년 5월) ▲공짜 관사 살며 자택은 전세 놓은 시장·군수들(2012년 7월) ▲163억짜리 서울시장 공관 적절한가?(2013년 5월) ▲전국 시·도의 관사 운영비(2015년 2월) 등을 통해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의 관사 이용 행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문제 제기를 해왔다. 그런데도 상당수 자치단체는 아직 ‘단체장 관사’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경우에는 11개 시·도가 시·도지사 관사를 운영하고 있다. 점차 관사가 사라져가는 추세와 달리 왜 이들은 ‘관사’를 고집하는지, 세금을 그동안 어떻게 써왔는지 확인했다.
 
 
  시·도지사 주거공간은 ‘공관’인가, ‘관사’인가?
 
  현재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시·도지사가 거주하는 이른바 ‘1급 관사’를 운영하는 곳은 총 11개 시·도다. 이들은 ‘1급 관사’를 ‘공관(公館)’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공관’이란, ‘정부의 고위 관리가 공적으로 쓰는 저택’이다. ‘관사’란, ‘관청에서 관리에게 빌려주어 살도록 지은 집’이다.
 
  관사는 정부가 시장과 군수 등을 임명하던 시절에 운영되던 시설이다. 연고가 없는 부임지에서 길어야 1~2년 근무하고 다른 곳으로 가던 관선(官選) 단체장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제공됐다. 한마디로 공관은 고위 관리가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머무는 곳이며, 관사는 공사(公私) 여부와 무관하게 해당 관리의 주거 안정을 위해 관청에서 마련해주는 집이다. 이에 따르면 현재 시·도지사가 거주하는 건물은 ‘공관’이 아니라 ‘관사’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다. 참고로, 지방자치 소관 부서인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운영기준’에도 ‘관사’라고 명기돼 있고, 서울시의 경우에도 ‘서울특별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 조례’에서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관사 없어서 업무 수행 어렵다는 건 어불성설”
 
  자치단체장 관사와 관련해 그간 지역사회와 시민단체는 ‘폐쇄’를 주장했다. 이들은 해당 지역 주민 가운데서 뽑힌 ‘지역 일꾼’인 단체장이 ‘관사’에 사는 건 지방자치제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다음은 이와 관련해서 2012년 6월 당시 광주전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협의회가 내놓은 성명서 내용이다.
 
  〈지방자치제 출범 이후, 기초자치단체장의 대부분이 지역에 기반을 둔 인사가 선출되고 있어, 관사의 필요성 여부에 대해 많은 언론의 지적과 행정안전부의 권고가 있었다. 더욱이 지난 2010년 행정안전부는 자치단체장 관사 운영에 따른 예산낭비, 활용도 저하, 관사의 감소추세 등을 들어 원칙적으로 단체장 관사 폐지 등 자치단체장 관사 운영 개선방안을 내놓았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업무를 처리하거나, 내·외빈 초청 등의 공식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관사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주장대로 관사의 유무 여부가 시정이나 도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 관사를 폐지한 지자체에서는 곧 관사를 다시 지었을 테지만, 지금까지도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관사 이용이 과연 필수불가결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민선단체장은 자가·임차 여부를 떠나 그 지역에 집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관사에서 생활할 이유가 없다. 관사운영비를 지자체장이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관사 관련 예산은 주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 써야 한다. 지자체장 사익을 위해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다. 유지관리비나 지원 금액이 적고 많음을 떠나, 정부시책과 재정건전성, 그리고 시민의 여론 등을 감안할 때, 각 지자체는 조속한 시일 내에 관사 존폐를 재검토하여 없애야 할 것이다.〉
 
 
  광주 관내에 ‘전세 아파트’ 있는데도 ‘아파트 관사’ 입주했던 이용섭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2018년 7월, 세금으로 운영되는 ‘아파트 관사’에 입주했다가 반발 여론이 높아지자, 7일 만에 ‘관사 사용’을 중단했다.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많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당선된 단체장 다수가 관사에 입주했다. 업무 시작 직후, 관사 사용 문제를 놓고 여기저기서 논란이 일었다. 이용섭(李庸燮) 광주광역시장은 전임 시장이 없앴던 관사를 다시 쓰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가 살던 광주시 북구 첨단지구 소재 전셋집과 시청이 멀어 업무에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2014년 당선돼 민선 6기 광주광역시장을 지낸 윤장현(尹壯鉉)씨는 재임 당시 ‘시장 관사’는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라고 하면서 전임 강운태(姜雲太) 시장이 관사로 쓰던 광주시 서구 쌍촌동 소재 힐스테이트 아파트(159m2·48평)를 4억원에 매각했다.
 
  광주시는 이용섭 시장이 아직 당선인 신분이던 2018년 6월 29일, ‘당선인 인수위원회’의 요청을 받고 나서 ‘시장 관사’로 쓰기 위해 광주시 서구 매월동 소재 아델리움 앤 로제비앙 아파트 한 채(112m2·34평)를 보증금 3억2000만원에 임차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 시장은 7월 9일 새로 마련된 ‘시장 관사’에 입주했다.
 
  이에 대해 지역사회는 반발했다. 정의당 광주시당은 2018년 6월 28일, “자가(自家)가 없어 관사를 구입하겠다는 것은 시민 혈세를 우습게 하는 발상이자,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을 법한 구태”라고 하면서 “시민과 동고동락할 자세라면 시작부터 혈세로 관사를 찾을 게 아니라 전셋집 대신 자가를 구해 광주에 등기하는 모습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 측이 내세운 ‘거리’ 문제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광주시가 이 시장 측의 요청에 의해 새로 마련한 ‘시장 관사’인 아델리움 앤 로제비앙 아파트는 광주시청에서 약 4km 떨어져 있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이동시간(네이버 지도 기준 정체 현상 없을 때, 이하 동일)은 약 15분 안팎이다. 이용섭 시장이 전세 임차해 살던 광주시 북구 첨단지구 소재 부영 1차 아파트에서 광주시청까지의 거리는 8.5km이지만, 이동시간은 15분가량으로 비슷하다. 외곽도로를 타고 시내로 진입하기 때문에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고, 신호에 걸리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결국 이동시간이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광주시가 ‘시장 관사 복원’의 이유로 내세운 ‘거리’는 설득력이 없었던 셈이다.
 
  결국 이 시장은 관사에 입주한 지 7일 만인 2018년 7월 16일, ‘입장문’을 내고 “관사 사용 관행에 대해 문제의식이 부족했다. 규정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시민이 원하는 길이 아니라면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더는 관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시장은 임차 보증금을 자비로 내고, 해당 아파트에 입주해 살고 있다.
 
 
  월평균 1440만원 드는 ‘박원순 관사’ 운영·유지비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5년 10월, 관사 내부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시가 밝힌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한 직접적인 관사 운영비는 월평균 1440만원이다. 사진=뉴시스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이 현재 거주하는 ‘관사’는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저택’이다. 서울시가 보증금 28억원에 전세 임차한 해당 주택의 부지 면적은 660m2(200평), 건물 면적은 318m2(96평)이다. 최초 계약 당시 전세 기간은 2015년 1월 7일부터 2017년 1월 6일까지였는데, 지금까지 서울시와 해당 주택 소유주 전○○씨는 계속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갱신 과정에서 계약 조건이 일부 바뀌기도 했다. 애초에는 ‘보증금 28억원’에 전세 임차였지만, 2016년 12월에 계약을 ‘연장’하면서 ‘월세 208만원’이 추가됐다. 해당 조건은 2019년 11월에 ‘갱신’될 때도 계속 유지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한마디로 서울시장 관사 연간 임차료 2496만원이 세금에서 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 2018년에는 ‘집회·시위 등 질서 유지 및 공관 보안·방범업무 수행’ 명목으로 근무하는 방호인력 3명의 인건비로 1억3832만원이 들었다. 방호인력 1인당 연간 4610만원이 투입된 셈이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 2년 동안 관사 방호인력 인건비로 지출된 세금은 ‘2억7664만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월간조선》에 ‘2019년 7월~2020년 3월(9개월) 관사 방호인력 인건비’로 2억6329만원이 들었다고 밝혔지만, 이는 담당자의 ‘착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해당 기간 월평균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약 80만원이다. 이를 종합해서 추산하면, ‘박원순 서울시’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저택을 ‘시장 관사’로 운영하면서 매달 1440만원가량의 세금을 쓰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도청 옆 동네에 모친 집 두고 10년째 ‘관사 생활’하는 최문순
 
최문순 강원지사는 모친 소유의 단독주택(대지 428㎡, 건물 119㎡)이 강원도청에서 3.5km 떨어진 춘천시 후평동에 있지만, 10년째 관사에 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문순(崔文洵) 강원도지사도 ‘저택’에 산다. 그가 현재 거주하는 강원도 춘천시 봉의동 소재 ‘도지사 관사’의 대지 면적은 1643m²(498평), 건물 면적은 386m²(117평)다. 2011년 4월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도정을 맡은 최 지사는 취임 직후 “관사를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지역 주민들은 이를 ‘관사 폐지’란 의미로 해석했다. 강원도는 그러나 도지사 관사로 이용할 아파트를 매입하려 했다. 주택 형태만 바꿔 세금으로 운영하는 ‘관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이와 관련 지역 여론이 싸늘해지자 강원도는 “아파트 구입 방안은 검토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라며 관련 계획을 철회했고, 최 지사는 기존 관사에 입주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중 ‘민선 7기’로 접어든 이후 비용 지출 내역만 보면, 물품 구입비로 320만원, 전기·가스·수도요금은 710만원이다.
 
  당시나 지금이나 최 지사의 모친은 강원도청에서 3.5km 떨어진 춘천시 후평동 소재 단독주택(대지 428m2, 건물 119m2)에서 살고 있다. 이곳에서 차를 타고 가면 강원도청까지는 6~7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최 지사는 첫 도지사 선거 출마 당시 이곳에 머물면서 선거운동을 했었다. 그런데 지사직 취임 이후엔 세금으로 운영하는 관사에 들어가 햇수로 10년째 사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강원도는 “관련 조례에 따라 도 소속 공무원에 대하여 관사를 제공하고 있다”는 식의 답변을 보내온 바 있다.
 
  이철우(李喆雨) 경북지사는 경북도청 옆 대외통상교류관 내 손님맞이 숙박 시설(게스트하우스)을 ‘관사’로 이용하고 있다. 방 2개와 거실·주방으로 이뤄진 해당 시설의 면적은 188m2(57평)다. 경북도는 이 지사가 관사에 입주할 때 ▲세탁물 건조기 133만원 ▲응접탁자 66만원 ▲책상 42만원 ▲침대 2개 887만원 등 1128만원을 물품 구매비로 지출했다. 관사 관리비의 경우에는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177만원을 썼다. 이후에는 이 지사가 전기·가스·수도요금을 직접 부담하고 있다.
 
  이 지사는 관사 입주 후 1년이 지난 시점인 2019년 5월 27일, “관선 시대 임명직 도지사의 관사는 맞지만, 민선 시대 임기가 보장된 선출직 도지사가 관사를 쓰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는 취지로 관사 반납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지사는 관사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자택은 세 주고 매달 운영비 1000만원 드는 관사 사는 김경수
 
‘문재인 최측근’ 김경수 경남지사는 경남도청에서 차량으로 20분쯤 걸리는 거리에 자택이 있는데도, 월 운영비 1000만원이 드는 경남지사 관사에 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최측근’ 김경수(金慶洙) 경남지사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소재 단독주택을 ‘관사’로 쓰고 있다. 해당 관사는 5200m2(1575평) 규모의 대지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실제 사용 면적은 1572m2(476평)이다. 건물 면적은 217m2(66평)다. 이곳에서 경남도청까지의 거리는 1.2km다.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3분 정도 걸린다.
 
  김 지사는 당선인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관사 입주와 관련해 “재난과 재해가 발생했을 때 관사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할 수 있는 거주 여건을 갖췄는지를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사 입주 여부를 인수위에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또 “혹시라도 수해가 생겨서 긴급하게 보고받고 협의를 하고 현장도 나가봐야 하는 일들이 있을 수 있다”며 “도지사가 재난과 재해의 컨트롤타워인데, 그런 역할을 하는 데 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고, 가능하다면 그런 방향으로 정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 측은 도정 업무 시작 직전인 2018년 6월 29일, “기존에 마련된 관사에 입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자택은 경남도청에서 약 16km 떨어진 김해시 율하동 소재 모아 미래도 아파트(84m2, 25평)다. 차를 타고 가면 20분 정도 걸린다. 자택에서 통근하는 게 관사에서 다니는 것보다는 거리가 먼 것은 사실이지만, 도정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 지사가 실제로 ‘긴급 보고 청취’ ‘현장 방문’ 등을 이유로 관사 입주를 결정했다면, 이는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여타 시·도가 내세우는 것처럼 ‘손님맞이’를 고려했던 것도 아닌 듯하다. 경남도가 “관사에서 개최된 행사내역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 지사의 관사 입주 결정에 따라 경남도는 1746만원을 들여 급수 배관 작업 등을 실시했다. 김 지사는 2018년 7월 7일, 해당 관사에 입주했다. 이후에도 경남도는 거실 바닥 부분 보수 외 7개 작업에 2245만원(2019년), 보일러 부품 교체 및 수리 외 1개 작업에 128만원(2020년)을 썼다.
 
  결과적으로 김 지사 입주에 따라 관사 보수 공사비용으로 세금 4118만원을 쓴 셈이다. 복합기, 바닥청소기, 세탁기, 회의용 탁자, 비데를 새로 들이는 데는 1466만원이 들었다. 김 지사 입주 이후 지난 4월까지 관사 청원경찰 3명에 대한 인건비는 2억900만원이다. 월평균 950만원이 드는 셈이다. 2018~2019년의 월평균 관사 관리비는 16만원 수준이다. 한편, 김 지사는 관사에 입주하면서 김해시 율하동 소재 아파트를 임대했다. 그의 재산 공개 내역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를 임대하면서 받은 보증금은 1억5000만원이다.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전북지사 관사… 한 달 운영비는 1030만원(추산치)
 
  전북지사 관사는 대지 664m², 건물 402m² 규모로 지은 단독주택이다. 관광지로 유명한 ‘전주한옥마을’ 안에 있다. 송하진(宋河珍) 전북지사는 2014년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다. 전북도가 밝힌 관사 운영비 내역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관리비와 청원경찰 인건비 등 운영·관리비는 월평균 1032만원이다.
 
  김영록(金瑛錄) 전남지사는 ‘아파트 관사’에 살고 있다. 김 지사는 취임 직후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인근 ‘한옥 관사’에 입주했다가 ‘호화 관사’ 논란이 일자 ‘관사 폐쇄’를 선언했다. 박준영(朴晙瑩) 지사 재임 시절, 전남도청이 광주에서 전남 무안으로 이전할 때 신축한 당시 전남지사 관사 중 지사 거주 공간인 이른바 ‘어진누리(445m2·135평)’와 손님 숙소나 공식 회의 등에 이용된 ‘수리채(650m2·197평)’에 투입된 건축비는 각각 16억원, 17억원이다. 기존 전남지사 관사에는 청원경찰 시설직 인력 5명이 근무했다. 이들 인건비로 연간 1억원이 나갔다. 전기요금, 보수비용 등 유지관리비는 연간 2000만원이 들었다. 한마디로 매달 1000만원에 달하는 세금이 ‘지사 거주공간’에 쓰였던 셈이다.
 
  임기 시작과 함께 해당 관사에 입주했던 김 지사는 열흘이 지난 2019년 7월 10일,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주간 실·국장 정책회의’에서 “한옥 공관은 공간이 커 인력과 경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며 “다른 용도로 전환해 사용하거나 매각을 검토해달라”고 지시했지만, 이는 자택에서 지내겠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전남도는 김 지사 지시 이후 ‘새 도지사 관사’를 물색했다. 그 결과, 전남도청에서 3분 거리인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 소재 주상복합 아파트(155m2·47평)를 3억3000만원에 전세 임차했다. 김 지사는 그해 10월 25일, 한옥 관사에서 나와 새 관사로 이사했다.
 
  전남도는 김 지사의 아파트 관사 입주에 따라 커튼 신규 설치에 260만원 ▲침대 2개 262만원 ▲응접탁자 36만원 ▲진공청소기 134만원 ▲세탁기 180만원 ▲의류 관리기 150만원 등 물품 구매에 약 760만원을 썼다. 관리비의 경우 2018년 10월부터 2019년 4월까지는 전남도가 부담했지만, 그해 5월부터는 김 지사가 자비로 납부하고 있다.
 
 
  청주 소재 아파트 있는데도 계속 관사 거주한 이시종
 
이시종 충북지사는 청주시 서원구 소재 ‘아파트 관사’에 살면서, 충북도청에서 30분가량 걸리는 청주시 오송읍 소재 109㎡형(33평) 아파트를 사들여 ‘임대’했다. 사진=뉴시스
  이시종(李始鍾) 충북지사는 2010년부터 ‘아파트 관사’에 살고 있다. 해당 관사는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 소재 푸르지오캐슬의 123m2형(37평) 아파트다. 2010년 7월, 충북도가 일단 전세 임차했다가 1년 뒤 3억5000만원에 아예 사들였다. 해당 아파트에서 충북도청까지의 거리는 2km, 이동시간은 6~7분이다.
 
  관사 입주 당시 이 지사는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소재 올림픽선수촌아파트 136m2형(41평)과 충북 충주시 호암동 소재 호암리버빌 아파트 85m2형(25평), 두 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듬해에는 충주시 소재 아파트를 팔고, 배우자 명의로 청주시 오송읍 연제리 소재 오송힐데스하임 109m2형(33평)을 신규 매입했다. 이 지사는 해당 아파트를 임대했다. 2011년 재산 변동 내역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의 임대보증금은 1억3000만원이다. 이 지사는 이후 2013년에는 1억7000만원, 2015년에는 1억9000만원으로 보증금을 올렸다. 2018년에는 보증금 2억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2019년에는 해당 아파트를 팔았다.
 
  이 지사가 관사 생활을 하면서 매입한 오송힐데스하임에서 충북도청까지의 거리는 17km다. 차량으로 이동 시 소요시간은 30분 남짓이다. 한마디로 이 지사는 도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가(自家)를 보유했으면서도 해당 주택은 세를 주고, 자신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관사에 살았다는 얘기다.
 
 
  ‘관사 재사용’ 추진했다가 ‘국민청원’ 대상 된 이재명
 
경기도는 남경필 지사 재임 당시 ‘도지사 관사’를 주민 편의시설로 개조했지만, 이재명 현 지사 취임 이후 해당 시설을 ‘도지사 관사’로 재사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李在明) 경기도지사는 취임 직후 자택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소재 양지마을 금호아파트에서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경기도청으로 통근했다. 이 지사는 당선인 시절 도청 인근 ‘광교신도시’에 ‘전세 관사’를 마련하려던 실무자의 계획을 보고받고 나서 “당분간 분당에서 출퇴근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얼마 되지 않아 경기도는 기존 관사를 재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경기도지사가 거주하던 기존 관사 건물은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에 있다. 1967년 당시 6471.3m2(1961평) 부지 위에 건물 면적 796m2(241평) 규모로 건축된 해당 주택(지상 2층)은 이 지사 전임인 남경필 지사가 주민에게 개방했다. 남 지사 재임 당시 경기도는 ‘도지사 관사’를 ‘굿모닝하우스’로 이름을 바꿔 ▲게스트하우스 ▲카페 등 주민 편의공간으로 운영했다. 이런 공간을 경기도가 이 지사의 ‘관사’로 다시 사용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논란이 일었다.
 
  이에 당시 경기도 측은 “굿모닝하우스 운영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반면 수용인원(하루 평균 10명)과 이용률(2%)이 낮고, 긴급 상황에 신속한 대처, 새 공관 건립 예산 절감을 위해 공관 재사용이 필요하다”고 ‘해명’했지만, 반발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 지사의 ‘관사 재사용’ 문제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음은 청원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전임 도지사가 도민들에게 개방한 문화공간으로 사용되던 열린 공공장소를 다시 관사로 되돌려 사유화하여 거주공간으로만 쓰려 하는 것은 지자체 역사상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지사의 권력남용으로 인해 도민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2018년 11월, 참여인원 4737명)〉
 
  〈이재명은 분당에 본인의 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30~40분 거리가 멀다고 도민들의 복지공간인 굿모닝하우스를 적자 핑계를 대며 빼앗은 후 2층에 살림집을 차림. 어떻게 국가는 이런 ○○○을 좌시하고 방치할 수 있단 말입니까? 철저히 특감하시어 나라의 악폐를 제거하여 주십시오!(2019년 7월, 참여인원 1만6261명)〉
 
  이 같은 반발 여론에 경기도는 “관사를 재사용하되 지사가 상주하는 건 아니고, 용무가 있을 때만 이용하겠다”는 식으로 얘기하며 ‘도지사 관사’를 복원했다. 경기도는 ‘굿모닝하우스’를 관사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시설 개선에 5165만원, 전기 공사에 643만원을 썼다. ▲신발장 110만원 ▲창고 수납장 120만원 ▲거실 TV장 110만원 ▲거실 소파 302만원 ▲러그(바닥용 직물) 132만원 ▲식탁 세트 241만원 ▲식당 수납장 352만원 ▲세탁실 수납장 99만원 ▲안방 침대 500만원 ▲안방 욕실 욕조 143만원 ▲탕비실 수납장 110만원 ▲회의 테이블 세트 440만원 ▲회의 테이블 220만원 ▲회의용 의자 8개 440만원 ▲모직 칸막이 3개 99만원 등 3550만원을 도지사 관사 물품 구매 명목으로 지출했다.
 
  경기도는 도지사 관사 운영비와 관련해서 “2019년에는 운영·관리비(전기, 상하수도, 도시가스, 통신 등)로 월평균 211만원, 올해에는 4월 기준 282만원이 지출됐다”고 밝혔다.
 
 
  10년 전에 없앤 ‘대구시장 관사’… 권영진이 다시 마련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미 없앤 지 10년이 다 된 ‘시장 관사’를 되살려 5년째 거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 전임자가 없앤 관사를 다시 이용하는 사람은 또 있다. 권영진(權泳臻) 대구시장이다. 2006년 취임한 김범일(金範鎰) 대구시장은 “관내에 집이 있는데 관사를 왜 이용하느냐?”며 ‘시장 관사’로 이용되던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 1가 소재 아파트(227m2·69평)를 4억5000만원에 매각해 시 재정에 보탰다. 연간 관사 운영비로 지출하던 1000만원도 절약할 수 있었다.
 
  그런데 권영진 현 시장은 이미 없앤 지 10년이 다 된 ‘시장 관사’를 되살려 거주하고 있다. 현재 권 시장이 거주하는 관사는 대구시가 2016년에 6억4800만원을 주고 산 수성동 1가 소재 수성롯데캐슬 더 퍼스트 99m2형(30평)이다. 대구시는 해당 아파트를 매입한 뒤 ‘도배 및 바닥재 교체’ 명목으로 1700만원(2016년 2월 22일)을 썼다. 대구시는 또 해당 아파트에 들여놓을 물품을 사는 데 총 4736만원을 썼다.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전자제품(냉장고 외 9종) 1766만원 ▲주방용품 16종 361만원 ▲TV 장식장 외 14종 2353만원 ▲의류관리기 155만원 ▲공기청정기 102만원 등이다.
 
  대구시가 낸 해당 아파트의 관리비, 도시가스비, TV 및 인터넷 요금은 2016년 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총 1629만원이다. 지난 2년만 놓고 보면, 약 700만원을 ‘관사 운영비’로 쓴 셈이다.
 
 
  왜 ‘관사’를 고집할까?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광역단체장 관사 운영에는 세금이 들어간다.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방호인력 인건비까지 더하면, 월평균 운영·유지비는 1000만원 이상이다. 과연 이렇게 세금을 들여서 ‘시·도지사 관사’를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와 관련, ‘박원순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서울시장 관사는 ‘서울특별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 조례’에 근거하여 운영되는 공적인 공간으로서 해외 대사·국회의원·시의원·언론인 등 국내·외 주요 인사를 접견하고 시정설명회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시정 운영에 필수적인 공간”이라고 주장해왔다. 《월간조선》이 지난해 같은 주제로 취재를 진행했을 당시 다른 광역단체도 이와 비슷한 취지로 ‘주거 기능’ 외에 ‘정무·외교적 기능’을 강조했다.
 
  ‘아파트 관사’를 운영하는 시·도는 “관사는 도정 수행의 연속성을 위한 공간이며, 각종 상황(산불, 수해, 폭설 등)에 즉각적인 대처를 하기 위해 도청 지근거리에 있어야 한다(충북)” “관사는 사적인 주거공간 기능뿐만 아니라 공적 업무도 수행하는 공간으로서 원활한 도정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전남)”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앞서 살핀 내용과 대다수 광역·기초자치단체가 관사를 운영하지 않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이들 시·도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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