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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위기의 경마산업, 원인과 해결책 진단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과 ‘불법 무관용’ 원칙 중요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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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법 경마, 불법 경마에 비해 환급률 낮아 ‘외면’
⊙ 경마산업 위축되면 세수확보·고용창출에 ‘빨간불’
⊙ “법으로 금지된 ‘온라인 마권 발매’ 조속히 시행돼야”
⊙ 美, 경마장 내에 카지노도 설치… 시너지 효과 극대화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렛츠런파크’에서의 경기 장면.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불법 사설 경마(競馬) 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회장 김낙순)가 관리·운용하는 합법 경마가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불법 시장 규모’가 ‘합법 시장’보다 두 배 가까이 커
 

  201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마사회 매출이 7조5376억원인 데 반해, 불법 사설 경마의 시장 규모는 최대 13조933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법 시장 규모가 합법 시장 규모에 비해 두 배 가까이 큰 셈이다. 합법적인 경마 시장이 불법에 의해 잠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비단 작년 한 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16년 충북대 산학협력단이 조사한 결과, 불법 사설 경마 시장 규모는 10조3275억원이었다. 한남대 산학협력단이 조사한 2017년에는 11조9799억원 규모였다. 이 시기 마사회 매출이 7조원대를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법 경마 시장의 규모가 월등함을 알 수 있다.
 
  불법 사설 경마의 부작용은 비단 시장 잠식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행하는 불법 사설 경마는 과도한 베팅을 유도해 가정파탄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오프라인으로만 운영되는 합법 경마보다 접근성이 우월해 청소년에게도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구조다.
 

  그렇다면 불법 사설 경마가 성행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정부가 합법 사행(射倖)산업 규제에 편중해 정작 불법 경마 단속에 대해선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불법 사설 경마는 PC나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데 반해, 합법 경마는 경마장이나 장외(場外) 발매소에서 마권을 구입해야 한다. 현행법상 온라인으로 마권을 발매·구매하는 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합법 경마가 불법 사설 경마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맹점(盲點)을 갖고 있다.
 
  불법 사설 경마는 합법 경마에 비해 환급률이 90%대로 매우 높다. 환급률이란 마권을 일정 금액만큼 구매했을 때, 구매자가 평균적으로 다시 돌려받게 되는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운영자의 이익을 제외한 전액을 소비자가 환급받는 구조다. 합법 경마 시장보다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 흥미로운 상품도 부지기수다. 베팅 상한선도 존재하지 않아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은 달콤한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정부가 레저세 등 제세(諸稅)공과금과 기금 명목으로 거둬가는 일정 비율이 존재해 합법 경마의 환급률은 낮다.
 
 
  他 사행산업에 비해 경마가 차별받는다는 지적도
 

  카지노나 복권 등 경쟁 사행산업에 비해 경마가 차별을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합법 사행산업 총매출액 중 경마의 비중은 33.7%로, 국내 사행산업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점유율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09년 이후 사행산업 총 규모가 35.4% 증가했음에도, 경마의 성장률은 1.0%에 그쳤다. 전체 사행산업 대비 경마 매출 점유율이 10.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반면 카지노(내국인), 복권, 체육진흥투표권은 각각 연평균 2.2%, 6.6%, 11.7%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타 사행산업에 비해 합법 경마 시장이 위축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한국마사회법은 마권의 온라인(유선·모바일) 발매를 금지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소액 구매 유도를 목적으로 마권에 ‘1인 1회 10만원’이라는 규제 상한선도 정해놓고 있다. 합법 경마가 위축되는 가장 큰 요인들이다
 
  ‘스포츠토토’는 2004년 이미 온라인 발매를 허용했다. 그 결과 2009년 1조 8000억원에서 2018년 4조7000억원으로, 2.6배 가량 매출이 늘었다. 2001년 전자복권이 도입된 복권시장 역시 동년(同年)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매출이 2조5000억원에서 4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시기 합법 경마 시장의 규모는 7조8000억원에서 7조3000억원으로 주저앉아버렸다.
 
 
  합법 경마 시장의 위축은 다른 분야에도 악영향
 

  문제는 합법 경마 시장 위축이, 마사회의 매출 하락으로만 끝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마사회법’ 1조는 “경마의 공정한 시행과 말산업 육성 관련 사업의 수행을 통하여 축산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 복지증진과 여가선용을 도모”라고 명시돼 있다.
 
  시장 축소는 말 생산 업체에 유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마사회는 총 211호(戶)의 말 생산 업체를 확보해둔 상태다. 마사회는 경마 시행 수익금 중 일부를 ‘축산발전기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매출 하락은 기금 납부에도 영향을 줘 결과적으로 말 생산 업체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국가 재정 및 지역균형 발전 기여라는 측면에서도 손해로 작용할 수 있다. 마사회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레저세 명목으로 10%, 지방교육세 4%, 농어촌특별세 2% 등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이는 경마 매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연도별로 보면 ▲ 2014년 1조4000억원 ▲ 2015년 1조4000억원 ▲ 2016년 1조5000억원 ▲ 2017년 1조6000억원 ▲ 2018년 1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경마산업의 위축은 고용창출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마사회가 내놓은 ‘말산업 중 경마산업의 국민경제상 위상’이란 자료에 따르면, 경마 부문에 있어 ‘직업고용’ 인원은 8610명, ‘간접고용(유발효과)’ 인원은 3만963.5명으로 나타났다. 이를 합하면 3만9573.5명이다. 총 4만명에 가까운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듯 합법 경마 시장의 퇴조는 마사회만의 손해로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준다.
 
 
  선진국의 사례 벤치마킹
 
  침체하는 경마산업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마사회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사행성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의미가 강해 합법 경마 사업도 경원시되는 측면이 있다”며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범(汎)정부적인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마를 대중 스포츠로 이벤트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경마월드컵’, 미국의 ‘브리더스컵’, 호주의 ‘멜번컵’ 같은 유수의 경마 이벤트를 벤치마킹해 경마를 야구나 농구처럼 전 국민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이런 이벤트가 활성화된다면 경마산업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부수적인 수입을 거둘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유명한 경마 이벤트인 ‘켄터키 더비’의 경우, 2018년 NBC 방송사가 생중계해 1610만명이 시청한 사례가 있다. 이로 인해 NBC는 짭짤한 광고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영국, 홍콩, 싱가포르를 예로 들며 경마세제의 개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세 나라는 경마에 따른 ‘원천징수 발매세’를 폐지하고, 이익금에 한해 세금을 부과하도록 징수체계를 개편했다. 세제를 개편하자 홍콩의 경우, 세제 개편 첫해인 2009년 6%대, 2010년 15%대 매출 신장을 보였다. 세수(稅收)도 2009년 3.7%, 2010년 13.9%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마 시행체에 타(他) 사행사업 시행권을 부여하는 국가도 있다. 미국의 경우, 경마장 내에 경마와 함께 카지노를 즐길 수 있도록 ‘레이시노’(Racing+ Casino=Racino)를 마련하고 있다. 사람들은 두 개의 레저를 함께 즐길 수 있고, 업체도 사업을 다각화해 수익적인 측면에서 시너지를 거둘 수 있다. 홍콩의 ‘마사회’ 격인 ‘자키클럽’은 복표(福票) 발행 및 스포츠 베팅까지 독점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복표 발행 및 스포츠 베팅 등 싱가포르 내 베팅사업을 총괄하는 사업체(Pools)가 경마 발매사업까지 총괄하고 있다.
 
 
  선진국 경마산업은 발전하고 있지만…
 
  이런 개선 조치로 각국의 경마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미 홍콩에서는 경마가 최고의 국민레저이자 공익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은 2018년, 경마로 거둬들인 매출의 잉여금을 국고에 납부했는데 그 액수만 3083억 엔, 한화(韓貨)로는 약 3조3033억원에 달했다.
 
  홍콩의 ‘자키클럽’은 홍콩 내 최대 규모 납세자다. 2017~2018 회계연도 기준으로 보면 자키클럽의 총납세액은 홍콩 달러 기준으로 226억 규모다. 한화로는 약 3조1640억원이다. 또한 잉여금 전액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수익금을 문화예술, 사회복지, 지역사회 발전, 교육, 보건, 스포츠 분야에 적정하게 배분·사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휴경마, 다양한 승식(단승식·연승식·복승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고안한 추첨 방법) 개발 등 단기 성과 위주의 매출 상승 방안을 추진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중장기적인 매출 증대 방안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마사회 관계자는 “세제 개편, 타 사업 시행권 모두 규제로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온라인을 통한 마권 판매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불법 사설 경마에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환급률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주요 경마 국가의 최저 환급률은 80%대로 추산된다. 아일랜드가 94%인 것을 비롯해 호주(87.8%), 뉴질랜드(86%), 마카오(84.7%), 영국(84.5%), 홍콩(83.2%)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은 이탈리아, 프랑스와 더불어 73~74%대로 하위에 머물고 있다.
 
  이를 위해선 앞서 언급한 영국·홍콩·싱가포르처럼 세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오프라인으로 국한된 마권 판매를 온라인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다. 마사회 관계자는 “경마장이나 장외 발매소를 통한 오프라인 발매는 이미 전 세계에서 하향세로 접어들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불법 사설 경마에 대한 정부의 처벌 수위도 좀 더 높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좋은 사례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에서 불법 경마의 베팅 규모는 연간 6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싱가포르 사법당국은 과거부터 불법 경마에 대한 ‘무관용 처벌’을 시행, 정부의 규제 등 각종 제도적 노력을 경주했다. 그 결과 불법 경마에 대한 사회적 경계 의식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사회 관계자는 “아시아경마연맹(ARF)은 산하에 ‘불법도박방지 TF’를 2016년 설립한 상태라, ARF와의 연계를 통한 국제 사법공조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개 불법 사설 경마 사이트의 서버가 국내 감시망을 피해 해외에 있는 터라, 국제공조는 필수라는 얘기다.
 
 
  우리 경마 환경은 선진국에 손색없어
 
  경마는 고대부터 인류와 함께해온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진 스포츠다. 우리 역사는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2년 사단법인 조선경마구락부가 설립되어 경마가 시행됐다.
 
  한국전쟁 이후, 국민들의 여가선용을 소화할 수 있는 뚜렷한 레저산업이 전무하자, 정부는 1962년 축산발전 및 마사(馬事) 진흥 목적의 ‘한국마사회법’을 제정·공포한다. 이어 뚝섬경마장에 대한 시설투자를 늘려 현대화하고 청량리·명동·영등포 등지에 장외 발매소를 개장해 시민들이 좀 더 편리하게 경마를 접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를 계기로 경마장 입장 인원이 늘었고, 매출액의 증가로 이어져 1972년 경마 사상 최초로 흑자로 전환하는 성과를 냈다.
 
  1989년 뚝섬경마장을 경기도 과천으로 이전하고 이듬해 제주경마장을 개장해 시설을 확충해나갔다. 특히 1995년 개장한 제주 경주마목장은 한국 경마의 선진화를 이루는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말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구(自救) 노력 덕분에 마사회는 2012년 7조8397억원이라는 사상 최고 매출을 달성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 경마의 양적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경마장 수는 두 개를 갖춰 세계 15위에 랭크돼 있다. 연간 1900 경주를 개최해 경주 수로는 세계 16위 수준이다. 경주마(서러브레드種) 총 출전 두수는 2만585두로 세계 13위, 서러브레드 생산 두수는 1400두로 15위 수준이다.
 
  이처럼 선진국에 비견되는 우수한 경마 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불법에 밀려 그간 쌓아온 역사와 전통이 퇴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경마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포괄하는 ‘사회적 순효용’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마의 가치를 확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더불어 그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병행·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 필요성 논의
 
  한편, 국내 경마 시장 활성화를 위한 학계 차원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주관한 ‘이용자 보호 중심의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10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국회, 정부 유관기관, 학계 등에서 15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황승흠 국민대 법학부 교수는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이 불법 사설 경마 시장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황승흠 교수는 “경마가 건전한 레저 문화로 자리 잡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기두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도 “온라인 마권 발매는 불법 시장으로 이탈하려는 경마 고객들을 제도권으로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탁성현 한국마사회 구매건전화추진단장은 온라인 마권 발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온라인 마권 발매 시 발생할 수 있는 미성년자 접근, 과(過)몰입자 양산 등에 대해서는 현장방문 대면 가입방식 및 강화된 자가통제시스템 등을 대응책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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