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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조국 사태’로 본 ‘강남좌파’의 위선

“강남좌파들은 패션좌파… 자기 성찰도, 실천도 없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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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매한 대중처럼 찌질하지 않다”며 자신을 ‘생각하는 지식인’으로 포장
⊙ ‘586’에 의해 탄생한 강남좌파… 大勢 따라 학생운동한 출세 지향적 인물
⊙ “세상은 나를 비롯한 정의 vs 巨惡의 싸움”
⊙ “사회는 부조리하고 모순… 내 성공은 내 노력의 결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많은 단어가 생겼다.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조동설’(조국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등이다. 대부분 조 장관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행태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표현들이다. 법무부 장관이 되기 전 그의 이름 앞에 가장 오랫동안 붙었던 타이틀은 ‘강남좌파(左派)’다. 그리고 이번 인사 검증 과정은 강남좌파의 위선과 이중성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검색 사이트에서 정의한 강남좌파는 한국 사회의 신(新)계층으로 몸은 상류층에 속해 있지만, 의식은 프롤레타리아적인 사람을 말한다. 진보적 이념을 가진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통칭하는 말이다. 여기서 ‘강남’은 실제 거주 지역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생활수준을 말한다.
 
  언제부터 이들이 사회에 똬리를 틀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으나, 2005년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범여권 ‘386’(오늘날은 ‘586’이라고 부른다) 세대의 자기 모순적 행태를 비꼬는 말로 사용하면서 오늘날의 용어가 됐다. 1990년대에는 이 단어가 사용되지 않았다.
 
 
  ‘강남左派’
 
  70대 원로 철학 교수의 얘기다.
 
  “1940~5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40대 기성세대가 되어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시기에는 없던 단어입니다. 당시 사회에서 규정한 좌파는 반(反)정부적 성향을 가진 사람, 반체제 인사였습니다. 일부 지식층 가운데 좌파적 성향을 가진 이들이 있었지만, 이들의 삶은 비슷했습니다. 강남에 거주하지 않았고, 실제 삶도 자신들이 표방하는 프롤레타리아의 모습을 추구했습니다. 1990년대에도 강남 지역은 부유층과 지식층들이 상당수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파(右派) 인사들이 대부분 거주했습니다.”
 
  ― ‘강남좌파’가 있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숨겼던 것은 아닐까요.
 
  “거의 없었다고 생각하고, 설령 있었다 해도 자신의 성향을 드러낼 처지가 못 됐습니다. 당시 강남은 오늘의 자유한국당 후보가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이었습니다. 영호남 지역색보다 더한 곳이었죠. 가장 부유한 동네에 살면서 반정부적 성향을 가진 이들이 자리 잡을 만한 터전이 아니었습니다. 2000년 중반 즈음에 처음 그 단어를 들었습니다.”
 
  ―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모순이죠. 몸은 자본주의의 혜택을 오롯이 느끼면서 머리는 좌파적 사고를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지식인들 사이에서 ‘강남좌파라는 것이 당최 말이 되는 얘기냐’고 무시했습니다. 후배인 한양대 이모 교수가 강남좌파 같다는 말을 듣고, 선배들이 그를 혼쭐 낸 기억이 납니다. 반정부적 언행을 하면서 이곳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행태는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 있었고, 이에 대해 후배 교수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좌파 아니다”는 강남좌파들
 
지난 2012년 12월 3일,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운데)가 조국 교수(오른쪽)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토크 콘서트를 연 모습.
  원로 교수의 얘기와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다른 이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강남좌파는 2000년대 들어 생겼고, 2010년 즈음에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강준만 교수가 이 단어를 만들어냈다면 조국 장관은 스스로 ‘강남좌파의 상징’이 됐다.
 
  조국 장관이 2009년 3월 17일 《위클리경향》 칼럼에 쓴 글이다.
 
  〈설사 누가 나를 ‘좌파 부르주아’라고 부르며 폄훼할지라도, 나는 의식적으로 왼편에 서서 나의 존재에 대한 ‘배신’을 계속하고자 한다. 나는 지역주의의 수혜 지역인 경상도 지방에서 남성으로 자라나서, 입시 경쟁의 승자가 되어 대학에 들어간 후 ‘미국물’까지 먹고 돌아왔으며, 집값 비싼 강남 지역에 거주하면서 ‘학벌’의 정점이라는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유명한 정식,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에 따르면 나는 지금 ‘숭미(崇美) 보수우파’로 활약하고 있어야 할 게다.〉
 
  조국 장관은 2011년 1월20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는 ‘강남좌파’를 이슈화시켰다.
 
  〈나를 ‘강남좌파’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서울 강남에 살고 서울대를 나왔으며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는 점이 내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의식은 존재 기반이나 배경과는 다르게 발전한다. 강남에 사니까 보수적이려니 하는 것은 기계론적 접근이다. 나는 오히려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강남좌파, 영남좌파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 장관과 비슷한 연배인 A씨는 강남좌파다. 81학번으로 의사이며 수십억원대의 자산가다. 새로 생긴 레스토랑 탐방, 클래식 음악을 연주자별로 바꿔 듣는 것이 취미다. 커피도 바리스타가 손으로 내리는 ‘핸드드립’ 커피를 선호한다. 하지만 그는 보수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한 적이 없다.
 
  “저는 강남좌파가 아닙니다. 정치적 성향은 중도이고 사안에 따라 판단합니다.”
 
  ― 그런데 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투표한 적이 없는지요.
 
  “제가 지지할 만한 정책이나 사안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부조리와 구조적 문제점을 들여다보거나 변화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현 상황을 유지하고 이어가려고만 합니다. 그게 보수(保守)가 아닌데 자신들의 권력을 이어가기 위해 지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 우리 사회가 그렇게 부조리했다면 어떻게 선진국 문턱에 올라섰겠습니까. 선생님도 현재와 같은 삶을 못 누리고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룬 것은 스스로의 노력이 컸습니다. 의대에 진학한 것은 집안 분위기 탓이 일정 부분 있었지만, 이후에는 제 몫이었습니다. 대학 시절에 학생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의 투쟁을 지켜봤습니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있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되었지만 그로 인해 양극화가 심해졌고, 좌우(左右) 간 갈등과 세대 간 갈등이 심화했습니다. 소위 기득권, 보수라는 이들이 뿌린 절망의 씨앗이 크게 자라서 수습이 힘들 지경인데 계속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 당장에라도 사회운동해야 할 듯합니다. 럭셔리한 생활과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데요.
 
  “독립운동할 때 누구나 폭탄을 던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략가도 있고, 독립자금 대는 사람도 있고, 전달자 역할 하는 사람도 있고요. 공장에 위장취업해 노동운동을 벌이던 시대는 지났죠. 저는 제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 진보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 동료 의사들과 대화할 때 거리감이 느껴집니까.
 
  “일부에서 제가 매사에 부정적이다, 반대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잘못된 겁니다. 저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원칙을 지키려는 사람입니다. 기성세대들이 나이 들수록 ‘현실과의 타협이 필요하다’ ‘맑은 물에서는 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말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원칙을 지키는 제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본인들이 세상과 타협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저 같은 소신 있는 사람들을 매도하고, 때로는 ‘강남좌파’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A씨와 비슷한 연배의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산가 여러 명의 얘기도 비슷했다. ‘내 성공은 내가 노력해서 이뤄진 것이지만 나를 둘러싼 사회는 부조리하다’ ‘나는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지 좌파가 아니다’ ‘보수, 기득권은 우리 사회에 공(功)보다 과(過)가 많다’ 등이었다.
 
 
  고민 없고 출세 지향적, 전향 기회 놓쳐 ‘강남좌파’ 됐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
  586세대가 강남좌파 시대를 연 것에 대해 주대환(周大煥)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는 이렇게 분석했다. 1954년생인 주 대표는 586세대들보다 10여 년 앞서 학생운동을 했다. 젊은 시절 네 차례나 구속되었다. 지하 노동조직을 이끌었고,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지냈다. ‘운동권 선배’인 그가 보는, 586세대가 강남좌파가 된 이유는 이렇다.
 
  “586세대는 대학에 입학하고 깊은 고민 없이 추세에 밀려 학생운동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당시 대학교의 대세(大勢)는 학생운동을 하는 것이었거든요. 학생운동을 ‘패션’처럼 여긴 사람들입니다. 그런 이들이 전향할 기회를 놓치면서 나이가 들고, 그러다가 생긴 것이 강남좌파라고 생각합니다.”
 
  ― 운동권 선배들이 보기에 이들은 아무 생각 없이 학생운동을 했다는 것이군요.
 
  “개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과거의 운동권은 지방대 출신으로, 문사철(인문학·역사·철학), 사범대,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1980년대 이후 대학 입학생 수가 너무 많아졌고, 이들이 민주화운동으로 전부 쏟아져나왔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기생들도 독립운동했듯이, 당시 대학에 입학한 이들은 누구나 민주화운동을 하는 때였습니다. 운동권이 대세였고, 패션이었던 것이죠. 따라서 출세 지향적이고, 일종의 노출증 환자들이 모두 뛰어들었습니다.”
 
  ― 오늘날 강남좌파가 될 성향이 미리 있었다는 건가요.
 
  “강남좌파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고 하는데, 이들의 사상이 사회주의인지 아닌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강남좌파라는 586세대들이 사상적으로 정리가 돼 있지 않습니다. 조국이 청문회에서 ‘나는 사회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라고 말한 답을 들으면서 586세대들이 스스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생활뿐만 아니라 사상적으로도 정리돼 있지 않은 겁니다. ‘강남좌파’라는 단어가 가진 모순만큼 모순적인 삶을 살아온 겁니다.”
 
  ― 20대 때는 얼떨결에 학생운동했다 쳐도 나이 들면서 바뀌었을 텐데요.
 
  “전향할 기회를 놓쳤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조국이 구속됐던 ‘사노맹 사건’(1990년대 초 혁명적 좌파 조직인 남한사회주의 노동자동맹 조직원 구속사건)을 보죠. 이들이 사회주의를 꿈꾸던 1990년대 초반은 동유럽과 옛 소련이 이미 해체된 이후였습니다. 쉽게 말해 해방 이후에 독립운동한 것과 똑같은 일을 83학번들이 한 겁니다. 이들은 자기 것을 포기하고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출세 지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자기 것을 지키면서 전향할 기회를 놓친 채 살다가 강남좌파가 된 겁니다.”
 
 
  “강남좌파는 세상 물정 모르는 사춘기의 적대적 분노”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주 대표의 말처럼 1980년대에 대학생들이 폭우처럼 쏟아져나온 것은 분명하다. 《386세대 유감》이라는 책에 따르면 586세대는 약 865만명으로 전(全) 세대를 통틀어 가장 비대하다. 이들 50대를 꼭짓점으로 40대 843만명, 30대 719만명, 20대 681만명이며, 60대는 607만명 수준이다. 1960년대에 태어나 80학번을 얻은 사람은 전체 865만명 중 293만명이고, 이 가운데 187만명이 4년제 대학을 나왔다. 1970년대 학번을 가진 사람이 89만명(4년제 종합대학+2년제 전문대학)인 것과 비교해볼 때, 3배 많은 수의 대졸자가 586세대의 중심부를 차지한 셈이다.
 
  이들은 1970~80년 경제 호황기를 거치며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40대의 기성세대가 되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중반 정도다. 조국 장관 같은 강남좌파의 탄생과 위선에 대해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사춘기 소년 소녀적 인식”이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의 얘기다.
 
  “세상 물정 모르는 사춘기의 적대적 분노에 일부 유학파 엘리트들이 가세한 결과물이라고 봅니다. 존재하는 현실에 대한 아무런 이해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몸은 강남에, 머리는 좌파에 있고, 조국 말처럼 ‘사회주의면서 자유주의’라는 황당한 말이 나오는 겁니다.”
 
  ― 같이 사용할 수 없는 단어인데 뜻을 이해 못 하는 것일까요.
 
  “사회주의 국가에 대해 국가가 일정 수준 개입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국가 정도로 인식하지 않나 싶을 정도입니다. 복지국가, 수정자본주의 정도로 이해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조국이 말하는 사회주의는 마치 체 게바라(Che Guevara·쿠바 사회주의자) 티셔츠를 입거나, 사회주의 구호가 적힌 옷을 입은 정도로 보입니다. 체 게바라 얼굴이 그려진 옷을 입었다고 해서 사회주의자는 아니거든요. 그냥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부류로 보입니다.”
 
  ― 진정한 좌파도 아니라는 겁니까.
 
  “강남좌파들은 전반적으로 ‘패션좌파’입니다. 현실에 대한 깊은 분석이나 이해는 없고, 지금 눈에 보이는 일부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적대적 분노를 쌓은 사람, 그것에 대해서 자기가 저항하고 질타하는 것이 멋있어 보인다고 스스로 착각하는 겁니다.”
 
  ― 착각에 빠져서 말로만 떠든다고 들립니다.
 
  “비슷합니다. 자신의 이념을 치열하게 실천해본 사람들은 성찰이 일어납니다. 현실과 맞닥뜨리면서 이해가 깊어지고, 그러면 생각을 바꾸고 모든 것을 재구성합니다. 그것이 정상적인 사람들의 패턴이라면, 그냥 말로만 떠드는 강남좌파 같은 사람들은 직접 실천해본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자기 성찰이 일어날 기회조차 갖지 못했고, 모든 것은 패션 상품 구매하듯이 하고, 스스로 그 옷을 입고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재벌 그룹에서 월급 받지만 ‘재벌은 문제 많다’는 강남좌파
 
강남좌파들의 행태는 몸은 럭셔리함을 추구하고, 머리는 사회 부조리를 탓하는 좌파적 사고를 하는 모순을 보여준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1세대 강남좌파 586세대들은 이후 수많은 ‘후배’를 양산했다. 40대 대기업 중견 직책을 맡는 B씨는 강남좌파지만 스스로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 주위에서는 강남좌파라고 하지 않나요.
 
  “제가 좌파면 주변에 좌파 아닌 사람이 한 명도 없을 겁니다. 보수 기득권에서 저를 좌파로 분류하는 모양인데, 스스로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국과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그런 분류 자체가 적절치 않습니다. 저는 미국이 저지르는 제국주의적 행태에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자신들이 세계의 질서고 절대 선(善)인 양 행동하는 모습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미국 정책에 동의하지 않으면 반미(反美)주의자가 되고 좌파가 되는 겁니까?”
 
  ― 전작권 환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역시 같은 대답입니다. 전시(戰時)에 당사자인 국가가 작전지휘권을 갖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주권(主權)을 다른 나라에 준다는 겁니까? 그런 차원에서 전작권이 회수돼야 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 우리는 6·25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입니다.
 
  “또 똑같은 논리입니다. 그것이 벌써 60년 전입니다. 우리는 아주 강해졌고, 군사력이나 경제력에서 군사 주권을 행사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언제까지 미국에 기대야 한다는 겁니까? 제 입장에서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고(思考)를 통해 합리적인 얘기를 하는 것인데, 기득권에서 저를 좌파라고 하면 할 수 없죠.”
 
  ―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폐기는 어떻게 생각을 합니까.
 
  “국가는 국민과 국가 영토를 보호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있잖습니까. 다소 성급하지만, 일본이 먼저 공격한 것에 대한 우리의 반격이라고 생각합니다.”
 
  ― 종북(從北)주의는 물론 아니라고 말하겠네요.
 
  “당연합니다. 김일성부터 이어 내려온 독재체제에 전혀 동조하지 않고, 북한이 왕따 국가가 되어 전 세계에 쏟아내는 괴기한 일들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북한 역시 우리가 안고 가야 할 부분이고, 어느 정부든 중점 과제로 둬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정부가 그런 차원에서 여태 경색된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나선 것을 두고 친북이라고 하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 우리 사회는 부조리하고 모순투성이며 변해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하겠네요.
 
  “그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닙니까. 기득권의 득세와 재벌그룹의 방만한 경영, 이로 인한 양극화 양성과 사회적인 기초 보장 제도의 부재,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 사회… 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봅니다. 개혁되어야죠.”
 
  ― 재벌그룹에서 월급 받고 있는데, 방만한 경영을 한다고 비판하면 그런 곳에서 일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제가 작은 회사에 다니면서 재벌의 폐해에 대해 지탄한다면 주위에서 ‘가보지 못해서 시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제가 직접 보고 겪었기 때문에 재벌의 문제점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직장은 돈 버는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그렇다고 제 의식 구조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마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말한 ‘내가 아이를 외고에 보내보니 외고를 폐지해야겠더라’는 식(式)이네요.
 
  “그 말이 옳다고 봅니다. 알지 못하면 비판해도 허공에 떠도는 메아리처럼 들리지 않습니까. 경험자가 직접 그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어준 방송 들으면서 스스로 정신 무장하는 듯”
 
  한 가족 내에서도 서로 다른 정치 성향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사례가 있다. C씨는 “명절에 양가 방문하는 것이 괴롭다. 남편이 정치적 성향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 때문에 모임 분위기가 머쓱해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C씨 남편은 강남 8학군에서 자라 ‘스카이대’를 졸업하고 쉰을 코앞에 둔 시중 은행 중견간부다. 결혼한 이후에도 그가 나고 자란 인근 아파트에서 여전히 거주 중이다.
 
  “명절 때 남편은 항상 진보적 성향의 말을 합니다. 친정이랑 시댁이 모두 강남 사는 분들이라 우파 성향이 강하거든요. 그냥 말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고마울 텐데, 꼭 무슨 사상 전파라도 하는 사람처럼 매번 정치 얘기를 꺼내서 너무 곤혹스럽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들을 하는 건가요.
 
  “이번 선거 때 누구를 찍으면 안 된다는 말은 기본이고, 그동안 이 나라가 친일 부역자들과 보수 기득권자들에 의해 잘못 세팅되었다는 둥, 나라를 확 뒤집어엎는 참신한 세력이 나타나서 젊은 사람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둥 많아요.”
 
  ― 그때 양가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그냥 너는 떠들어라’는 식으로 무시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남편이 볼 때마다 그러니까 불편한 거죠. 한번은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고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느냐’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는데, 결국 시아버지가 두 손 두 발 다 드셨습니다. 동의하는 것은 하나도 없고, 무조건 잘못되고 바뀌어야 하고, 잘못된 역사 위에 나라가 서 있고…. 결국 시아버지가 ‘내 아들이 언제부터 저렇게 삐딱해졌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끌끌 차고 끝났습니다. 저는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거든요. 저한테도 ‘생각을 좀 하고 살라’고 훈계하고 그래요.”
 
  ― 이번 조국 장관의 이중성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던가요.
 
  “이번에는 조금 충격을 받은 것 같았어요. 자기도 애 키우는 입장에서 저렇게 부정한 방법으로 스펙을 만들어줬다는 데 화를 내더라고요. 하지만 결론은 똑같습니다. 요즘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예전보다 더 열심히 듣고 있어요. 자기의 좌파적 생각에 균열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 정신무장을 한다고, 그런 방송을 들으면서 다른 이들의 말은 듣지 않고 스스로 벽을 쌓는 느낌을 받았어요.”
 
 
  “‘나는 다르다’는 허영심으로 자신을 포장해”
 
  심리분석학자인 황상민 박사는 “강남좌파는 일종의 허영심”이라고 말했다. 황 박사의 얘기다.
 
  “사회의 부유층과 지식인들은 대부분 현실 지향적이며 자기 권리가 침해되는 것에 예민합니다. 이것은 공통적인 성향인데, 이 중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약간 다르다는 느낌을 원하는 이들이 강남좌파입니다. 일종의 허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강남 사람들과 똑같은 강남 아파트에 살고, 비싼 음식을 먹고, 누구보다 진급에 목말라하지만, 그래도 ‘나는 달라’라는 느낌을 유지하고 싶은 것입니다.”
 
  ― 사는 모습은 일반인과 같은데 자기들이 뭐가 다르다는 겁니까.
 
  “그러니까 허영이라고 하는 겁니다. 자기 자신을 그런 식으로 데커레이션하는 겁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다른 사람과 행동 양식은 비슷하지만, 내 내면의 생각은 달라. 훨씬 개방적이고, 따라서 나는 찌질한 대중이 아니라 훨씬 나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보수는 남들에게 튀지 말고 비슷해달라고 요구하고, 진보는 남들에게 휩쓸려가는 것은 우매한 대중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롤레타리아를 지향하지만, 자기 스스로 그런 대중을 리드하는 사람으로 설정하는 것이 진보의 성향입니다.”
 
  ― 생각만 그렇게 하지, 행동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위선 아닙니까.
 
  “행동이 뭐가 중요합니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을 말하기만 해도 벌써 주위에서 주목을 받는데요. 이미 주위에서 ‘저 사람은 일반적인 강남 사는 애들하고 달라’라고 평가해주니 이를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옮길 필요는 없는 겁니다.”
 
 
  “전부 남 탓, 사회 탓”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남좌파의 행태에 대해 “위선의 결정체”라고 말했다. 류 교수의 얘기다.
 
  “자기들은 희생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비리는 끌어내고, 자기들 돈으로는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으면서 나라 곳간은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위선자들입니다. 부자가 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합니다. 내가 번 돈이지만 공동체에 대한 의무가 있기에 일부 환원하는 것이 제대로 된 우파의 사고방식입니다. 좌파와 전혀 다릅니다.”
 
  ― 좌파는 어떻습니까.
 
  “내 책임은 하나도 없고 사회의 잘못은 전부 구조적인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자본주의가 잘못이고, 사회의 구조·시스템이 잘못된 것이고, 시장경제가 잘못된 것이고요. 자기가 잘못된 부분이나 사회에 대한 역할은 말하지 않고 전부 남 탓만 합니다. 잘못은 내가 아닌 온통 사회에 있으니까 혁명해야 하고, 나는 거기에 앞장서는 사람으로 포장하는 겁니다.”
 
  ― 실제 행동은 그렇게 하지도 않습니다. 말뿐이지요.
 
  “그러니까 위선이지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자기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메시지를 내는 사람이니까, 그냥 말만 해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강남좌파입니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의 얘기다.
 
  “강남좌파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586세대들은 독특한 세계관이 있습니다. 상하이 임시정부 이후의 역사가 곧장 자기들에게 넘어갑니다. 자기들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만든 사람들이고, 그 이전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일종의 판타지, 만화 같은 세계관을 갖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었는데 어른답지 못하고, ‘왕자병’ ‘공주병’에 막내 특유의 기질이 남아 있고, 그것이 고스란히 강남좌파로 넘어갑니다. 스스로 이상하다고도 느끼지 않습니다. 자기를 객관화해서 보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내 문제다, 내 탓이다’라는 정상적인 사고도 없습니다.”
 
 
  “일종의 자화자찬”
 
  취재해본바 이른바 ‘강남좌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이들은 자신이 ‘좌파’라는 데 격렬히 부정했다. 대신 ‘상식적인 사람’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오늘날 자신이 부(富)와 명예를 거머쥔 것은 순순히 자신의 노력의 결과며, 자신을 둘러싼 사회에는 구조적 문제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을 ‘열린 사람’ ‘생각하는 지성’이라고 생각했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위선과 이중성에 대해서는 ‘실망했다’와 ‘이해는 한다’는 두 가지 견해로 갈렸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의 얘기다.
 
  “586 좌파들은 자신들을 ‘정의롭다’ ‘선한 존재다’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사회의 혼탁한 흐름에 휘둘리지 않는 존재라는 자부심이 밑바탕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불평등, 양극화, 일자리 문제는 신자유주의와 재벌로 대표되는 이들의 과도한 탐욕과 갑질에서 생겼다고 말합니다. 가령 정상적인 대한민국의 국가가 가야 할 길이 있었는데, 기득권에 의해서 대한민국이 정상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잘못됐고,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에 대해 성찰하지 않습니다. 그냥 건너뜁니다. ‘문제가 많다’로요. 대한민국을 이렇게 만든 주류·보수·기득권이 잘못됐다고 설정하고, 이들을 공격할 때 친일(親日)과 독재부응,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조·중·동), 친재벌이라고 싸잡아서 욕을 합니다. 그 범주 내에 어지간하면 들어가니까요. 강남좌파들도 그렇기에 구체적인 자기 성찰을 하기보다 ‘사회 탓’을 하는 겁니다.”
 
  ― 강남좌파는 스스로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일종의 자화자찬, 착각에 휘말리는 겁니다. 옆집에 사는 강남우파처럼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는 뭔가 생각이 있는 사람인 양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멋있어 보이니까요. 보수우파는 국가의 기본 질서에 대해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따라서 원칙에서 어긋나면 편 가르기를 떠나서 단죄합니다. 하지만 좌파는 스스로 ‘선’이니까 부조리에 대한 분석 없이 모든 것을 그냥 ‘쟤네 탓’이라고 하면 되는 겁니다. 무슨 일이 생기든지 그냥 주류, 보수 기득권, 조·중·동으로 몰아붙이면 됩니다. 건강한 민주시민의 상식과 교양이 전혀 아닙니다.”
 
  ― 그렇기 때문에 조국 장관의 이중성에 대해 비판하지 않고 침묵하는 겁니까.
 
  “위선에다 진영 논리까지 포함된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선’인 좌파들은 상대방은 ‘사악한 존재들’로 규정했습니다. 정의 진영 대 거악(巨惡)의 싸움이 펼쳐지는 겁니다. 조국은 우리 편이고, 우리가 지켜줘야 할 사람이기 때문에 감쌉니다. 설령 더한 문제가 나왔다고 해도 조국은 소악(小惡)이고, 저들은 거악이기에 거악과 싸울 때 소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눈감아줘야 하는 겁니다. 강남좌파들이 조국에 대해 돌아서지 않는 것도 비슷한 논리로 보입니다.”
 
 
  “조국, 심리적으로 정말 떳떳할 것”
 
  이즈음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조국 장관은 자신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며, 이른바 강남좌파들은 자신의 위선적 행태에 대해 적어도 인지하고 있을까. 겉으로 당당하게 보이는 것과 달리 혼자 있을 때는 적어도 스스로의 위선, 이중성, 보여주기식 행태, 의미 없는 자기 포장에 대해 반성하고 있지 않을까. 심리분석학자 황상민 박사는 “조국은 정말 떳떳하며, 강남좌파들은 자신이 이중적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쟁터에서 적군을 죽이면 살인마입니까, 영웅입니까? 조국 장관의 청문회를 ‘전쟁’이라고 말한 것은 정확한 표현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상적 내전’ 상태에 휩쓸려 있습니다. 패거리 싸움이라고도 합니다. 좌파들, 특히 강남좌파들은 자기 삶의 불일치나 괴리를 혼란스러워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삶을 괴리적인 부분으로 애당초 세팅했기에 거기에 고민하지 않습니다. 자기에 대한 성찰이 없다는 것이 딱 들어맞는 말입니다. 그냥 그 모순과 이중성이 자신의 삶이고, 인생이에요.”
 
  ― 그럼 누군가가 ‘강남좌파’라고 지적하고 비난한다면요.
 
  “조국과 같은 태도를 보일 겁니다. 조국 장관은 떳떳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정말 떳떳할 겁니다. 자기에게 오는 공격에 대해서 내부 성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을 공격하는 대상 자체를 다시 심리적으로 공격합니다. ‘아, 이번에도 나의 적(敵)이 나를 또 공격하는구나’라고 담담히 받을 뿐입니다.”
 
  ― 그쯤 되면 정신이상 아닙니까. 세상 살기 쉽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내 잘못은 내 문제가 아니라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 때문이면요.
 
  “아쉽게도 그게 사실입니다. 사상의 공백, 철학의 부재 현상입니다. 이 사람들 머리에는 ‘모순’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흔히 조국 사태를 놓고 ‘왜 김제동은 침묵하느냐’ ‘왜 손석희는 가만히 있느냐’고 하는데, 이들은 전혀 이 같은 비난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대신에 ‘나의 적들이 나에게 또 무언가를 퍼붓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이 장면에서는 이것을 읊고, 저 장면에서는 또 저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
 
  ― 조목조목 따져 물으면요.
 
  “거기에 일일이 답하지 않습니다. 일종의 ‘물타기’라고 하죠.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나에 대한 공격이기에 그냥 자기가 당한 것, 자기가 억울한 얘기만 하는 겁니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는 “건전한 갈등이 실종됐다”고 말했다.
 
  “사회적 갈등이 무조건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갈등을 토론하고 봉합하는 과정에서 사회는 더 발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것과 기본적인 체제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그 생각은 결국 사회주의로 간다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틀 안에서 건전한 갈등을 통해 성숙한 사회로 가야지, 오늘날 좌파의 사고방식으로 사회를 흔드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조국을 지지하는 40%
 
  조국 장관에 대한 인사 검증이 한창일 때 미국에 거주하는 D씨에게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경북 출신으로 미국 유학을 마치고 현지에서 살고 있는 그는 전형적인 강남좌파다. D씨의 주장은 이렇다.
 
  〈D: 애들 교육은 좀 털지 말지. 우리 애도 그렇고, 개인 네트워크 이용해서 논문 쓰고 결과 내서 좋은 대학 가고 하는데 그걸 털면 어떻게 하나. 검찰도 언론도 다 사회지도층인데 자기 무덤 파는 것 아닌가? 교육으로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거고. 지도층들을 다 그렇게 해야 하는데 그걸 털면 어떻게 하나.
 
  기자: 문제의 본질은 조국이 정의로운 척, 자신은 안 그런 척하는 위선을 떨었다는 것인데.
 
  D: 찬찬히 읽어보니까 조국이 애들 관련해서 한 말은 없더구먼. 미국은 논문이나 과외활동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데, 우리 아들도 인턴 할 때 내가 한 다리 건너서 꽂아준 거고. 그건 다 하는 거고. 아무 문제도 안 되거든.〉
 
  D씨의 문자메시지를 보면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한다는 ‘40%’가 허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황상민 박사는 “조국은 이미 아이돌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명박(MB)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층은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 세력이었습니다. 샐러리맨 신화를 이룩한 MB가 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엄마가 자식을 사랑하듯이 무한정 애정을 주는 ‘아이돌 정치인’이 등장해 맹목적인 지지를 받기에 이르렀는데, 조국은 벌써 그 대역에 올랐습니다. 맹목성의 근간은 이유 없이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실체가 어떻든 무엇이 진실이든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는 “3040 좌파 중에는 조국 같은 사람이 롤모델인 경우가 있어 보인다. 찌질하게 못 사는 놈이 사회주의자라고 하는 것보다는 인물 좋고 서울대 나오고 돈 있는 사람이 좌파라고 하면 더 그럴싸 해 보이는 것, 그것에 대한 동경이 있다”고 분석했다.
 
  강남좌파라는 표현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양에서는 ‘캐비어 좌파’(값비싼 캐비어를 먹으면서 좌파적 사고를 하는 사람), ‘리무진 좌파’(리무진 타는 좌파) 등이 있다. 미국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는 자신의 사회주의적 성향과 걸맞지 않게 저서의 인세로 백만장자가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화당 지지자들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언행(言行)이 일치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기에, 샌더스 당시 후보에게 쏟아졌던 지탄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은 언행일치가 당연하지 않은 사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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