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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현장에서 지켜본 주 52시간제의 명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만 고스란히 피해 갔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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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52시간제로 사람 필요하니 더 뽑으라는 것은 현실성 없는 얘기”(대기업 임원)
⊙ “우리더러 범법자 되든지, 공장 문 닫든지 하라는 것”(중소 섬유회사 사장)
⊙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는 30% 줄어든 느낌… 버텨야 산다는 의식 팽배해”(요식업체 사장)
지난 7월 2일 오후 6시, ‘주 52시간 근무’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여의도 LG 본사 앞에 퇴근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LG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퇴근시각을 오후 5시30분으로, 퇴근버스 출발시각도 오후 6시40분에서 오후 6시20분으로 바꿨다.
  “대기업은 벌써 석 달 전부터 착실하게 준비를 했지요. 탄력 근무제가 주 52시간제의 핵심이 됐습니다. 신문을 스크랩하느라 오전 7시에 출근한 직원은 오후 3시면 퇴근을 합니다. 대신 아이들 등교시키고 오전 10시쯤 출근한 직원은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합니다. 팀장의 주도하에 팀원들이 자율적으로 업무시간을 정하는 탄력 근무를 하는 겁니다. 업무 중간에 커피 타임, 흡연 타임 등은 알아서 근무시간에서 빼도록 했고요. 이렇게 원칙을 적용하면 주 평균 40시간, 최대 52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따지면 주 52시간을 못 채울지도 모르겠네요.”
 
  ― 저녁에 외부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고, 법인카드로 밤 10시에 결제하면 그때까지 근무시간 아닙니까.
 
  “회사에 따라 다른데 우리 회사는 저녁에 외부 사람 만나는 것을 추가 근무로 산정하지 않았습니다. 대기업 임원들은 근로자로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임원이 저녁 시간에 업체 사람을 만나러 가는데 팀원이 가고 말고는 스스로 정하도록 했어요. 어차피 근무시간으로 쳐주지를 않으니까, 자기가 경험 쌓고 업체와 친분 쌓고 싶은 사람은 따라 나가는 것이고 가지 않더라도 인사 고과에 페널티를 물리지 않아요.”
 
  ― 주말 골프는 업무 연장인가요, 아닌가요.
 
  “일단 근무시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골프가 회사 실적에 정확하게 영향을 끼쳤다고 하면 그건 업무 연장으로 쳐주기로 했습니다.”
 
  ―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52시간을 다 채우고 금요일에 아예 쉬겠다는 직원도 있겠네요.
 
  “젊은 직원들 중에서 그런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필수 근무시간을 뒀습니다. 하지만 주 52시간제에 따른 탄력 근무제 여파로 금요일에 좀 일찍 퇴근할 수는 있겠지요.”
 
  ―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는 이유가 사람을 더 뽑으라는 것 아닙니까. 2명 근로자가 했던 작업을 3명이 하라는.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는 그럴 수 있지요. 하지만 대기업 사무직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주 52시간제를 한다고 해서 사람을 더 충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서로 업무를 쪼개고 나눠서 하면 되니까.”
 
  ― 혼자 하던 업무를 나눠서 하다 보면 그만큼 효율이 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효율이 떨어진다기보다 전통적으로 했던 업무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과거처럼 친목 도모를 하거나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 등이 많이 줄어들겠지요. 모든 일을 철저히 업무 베이스로만 처리해서 되는 일은 하고, 안 되는 일은 바로 접는 식(式)으로 되겠지요. 주 52시간제가 대기업에 끼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봅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약 13만 개 일자리가 생긴다는 보도가 있던데 전혀 그럴 것 같지 않고요. 다만 근무 패턴이 바뀌어야 하는데, 너무 성급합니다. 마치 ‘그동안 너희가 했던 것은 다 틀렸으니, 완전히 새판 짜기를 해라’고 주문하는 느낌이 들어요. 세상일이라는 게 점진적으로 변해야 하고, 유연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 고로 대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건가요.
 
  “중소기업이 오히려 힘들죠. 자영업자들이랑. 탄력 근무제로 저녁 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자명하고, 그만큼 회사 주변 요식업 상권은 어려워질 겁니다. 회사 근처 식당 한 곳은 금요일에 아예 영업을 안 해요. 예전 같으면 토요일이 휴일이니까 금요일에 회식들을 많이 했잖아요. 이제는 오히려 금요일에 일찍 귀가하는 편이라, 오히려 전기세, 아르바이트생 비용을 감안하면 금요일에 문 닫는 게 낫다고 하더라고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임원과의 대화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작된 ‘주 52시간제’ 시행이 대기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싶어 던진 질문이었는데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다. 몇몇 다른 대기업의 임원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비슷했다. 만일 정부에서 ‘대기업이 더 많은 사람을 뽑을 것’을 기대하면서 주 52시간제를 시행했다면, 결과는 의도했던 방향과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솔직히 편하다… 개인주의가 더 심해진 듯”
 
  또 다른 대기업의 중간 관리자(차장)에게 ‘주 52시간제’에 대해 물었다.
 
  “솔직히 편해졌어요. 저녁에 참석하는 회식 횟수 자체가 절반은 줄어들었습니다. 실장님들도 음주를 하는 자리보다 그냥 식사 중심으로 간단히 끝내는 분위기고요. 사실 이마저도 제가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하면 가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예요. 회사 끝나고 피트니스센터 들렀다가 집에 가려고 새로 등록했어요.”
 
  ― 업무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요.
 
  “잡무는 많이 늘었어요. 근무시간 중에 잠깐 병원에 갈 때 일일이 프로그램에 입력을 해야 하거든요. 예전에는 팀장께 보고하고 개인 용무를 보기도 했는데, 이제는 일일이 용무를 적고 이 일이 업무인지, 아닌지 전산망에 적어야 하니까 좀 귀찮죠. 개인 용무가 지나치게 많거나, 반대로 회사 업무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서 주 52시간제가 넘을 것 같으면 회사 전산팀에서 경고 메시지를 준다고 했습니다.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고 나서는 개인주의가 더 심해졌다는 생각은 들어요.”
 
  ― 어떤 식으로요.
 
  “예전에는 같은 시각에 출근해서 같이 앉아 있다가 퇴근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출근시각도 다 다르고 그렇잖아요. 선배랑 상의할 일이 있는데, 그 선배가 그날 오후 근무라고 하면 오전에 그냥 기다리는 거예요. 어떤 직원은 점심을 거르고 일한 다음에 한 시간 일찍 퇴근한다고 하고요. 그런 식으로 엇갈리는 일이 생기니까, 예전보다 같은 팀원들이 뭐 하는지를 모르는 일이 좀 생기더라고요. 팀별 업무나 예전처럼 화합 뭐 그런 느낌은 없어졌어요. 각자 자기 할 일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전체 업무 능력에 영향을 끼칠까요.
 
  “그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한곳을 보고 간다는 목적의식이나 우리가 함께 무엇을 이룬다는 생각은 많이 줄어들 것 같고요. 아마 신입사원들은 더할 것 같은데요.”
 
  ― 더할 것 같다는 말은.
 
  “과거에는 신입 연수를 받을 때 ‘우리는 하나’라는 정신 훈련 같은 시간이 많았어요. ‘동기애랄까’ 그런 것도 많았고, 우리는 한 공동체다, 한솥밥을 먹는 식구다 라는 강렬한 유대감이 있었거든요. 아마 앞으로 신입 연수 때는 주 평균 40시간제, 최대 52시간제 등에 대한 설명을 하겠지요. 요즘 분위기가 그렇잖아요. ‘미투’니 ‘갑질’ ‘주 52시간제’ 그런 것들이 이슈니까, ‘우리는 하나’라서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정 부분 감내하라는 교육은 하기 어렵겠죠. ‘부당한 대우를 참지 말아라’는 교육을 하다 보면, 앞으로 입사하는 직원들의 경우, 회사는 그저 임금을 지급하는 곳이라는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대기업에 근무하는 대리급~차장급 몇 명에게 ‘주 52시간제로 인한 변화’를 물었는데 답은 거의 비슷했다. 물론 직원 몇몇의 말을 대기업 직원의 표상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기자에게 답한 이들은 ‘회식 자리 현저히 줄어듦’ ‘팀장 눈치를 덜 봄’ ‘개인 용무 입력 등 잡무 늘어남’ 등이라고 답했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주 52시간 근로제’는 우리나라 직장의 근무 여건을 송두리째 바꾼 경우 중 하나다. 지난 7월 20일 《문화일보》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 상황을 가장 악화시킨 정책’에 대한 질문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35.19%), ‘대기업 규제’(18.98%), ‘근로시간 단축’(18.06%), ‘탈원전’(10.19%) 순으로 지목했다. 경제 전문가 100명은 조사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 시행 여파’로 노사 갈등이 증폭될 것(44%)이라고 답했다. ‘고용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은 전체의 7%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부의 전망은 다르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 6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오는 7월 1일부터 주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되면 1만5000개 일자리가, 2021년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확대되면 13만2000개 일자리가 생긴다는 전망을 내놨다.
 
 
  “임금 줄어서 공장 떠나는 직원도 안쓰럽고, 공장 정상가동 못하는 사장 처지도 가엽고”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를 이틀 앞두고 서울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에 영업시간 변경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신세계 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기존 개점 시각을 30분 늦춘 11시로 바꿨다.
  지난 7월 초, 경기 북부에 있는 한 섬유업체를 찾았다. 이 지역은 소재 섬유, 원단, 피혁, 나염업체들이 몰려 있는 공업 단지다. 몇몇은 자라, 망고 등 글로벌 SPA업체와 오랫동안 거래를 해왔고, 경쟁력이 탄탄한 섬유업체들이다. A사 대표는 마주 앉자마자 “앞이 안 보인다”고 했다. 이 회사는 근로자가 300명 미만이어서, 오는 2020년 1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받는다.
 
  “누구 좋으라고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지난달에만 직원이 10명 가까이 그만뒀어요.”
 
  ― 왜 그만뒀나요.
 
  “저희 회사가 1년 반 후부터 ‘주 52시간제’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야간, 특근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임금이 줄어요. 월급 300만원 받던 직원이 250만원밖에 못 받게 됩니다. 그걸 반길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직원들은 임금을 그대로 받으면서 ‘저녁 있는 삶’을 원하지, 임금이 깎이는데 누가 반기겠습니까.”
 
  ― 아직 시행하려면 시간이 남았는데 왜 벌써부터요.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답니다. 여기 섬유업체 직원들이 한꺼번에 러시아웃을 하면 직장 잡기 어려우니까, 미리 급여가 줄지 않는 곳으로 찾아간다고들 합니다. 어떻게 보면 똑똑한 친구들이지요. 4인 가족의 생활에 필요한 기본 생활비가 있는데 하루아침에 정부 정책 때문에 월급이 20~30%가 줄어든다고 해봐요. 다들 불평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는데, 분노하는 대신에 자기 살길을 자기가 먼저 찾아간다는 거 보면 똑똑한 친구들이지요. 성실해 꼭 붙잡아야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럴 수가 없어요. 그 친구에게 과거에 줬던 만큼 월급을 줄 수 없잖아요. 특근을 안 하는데 돈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러니 무슨 수로 잡습니까. 회사 복리후생이 나빠서도 아니고, 회사 생활에 적응을 못해서도 아니고, 정부 정책 때문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는 친구들 보면 마음이 짠합니다. 한편으로는 다음달에 우리 공장이 물량을 맞출 수 있을까 싶어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옵니다.”
 
  ― 2명 직원을 특근, 야근 시키지 말고 한 명 더 고용하라는 것 아닙니까.
 
  “고용 유연성이 이렇게 없는데 어떻게 사람을 더 뽑습니까. 비정규직도 없애고 전부 정규직으로 하라는데 무작정 사람만 더 뽑았다가 나중에 오더(order)를 받지 못하면 그 인원은 어떻게 합니까. 당장 사람이 필요하다고 미래가 불확실한데 덜컥 고용을 늘리는 중소기업은 아마 없을 겁니다.”
 
  ― 당장 일거리가 있는데 공장을 안 돌릴 수는 없잖습니까.
 
  “그러니 답답하지요. 공장 근무조를 바꿨는데도 사람이 부족해 야간에 설비 일부를 돌리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끼리(중소기업체 사장들) 말을 해요. 우리 섬유업체에 주 52시간제를 하라는 것은 우리더러 법을 지키지 않아서 범법자가 되라는 것이든, 아니면 공장 문을 닫으라는 것이든 둘 중 하나를 강요하는 것이라고요.”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2017년 섬유패션산업 인력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섬유의류산업 업체 수(1인 이상)는 4만8375곳이다. 5인 미만 업체 3만2000곳, 50~300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하는 곳은 1만2375곳이다. 이들은 오는 2021년 7월 1일까지 신규 채용 또는 유연근로시간제(유연근로제)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을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
 
 
  “식당이 줄어드는 수요에 맞춰 스스로 폐업할 시간 줬어야”
 
2017년 7월 17일, 최저 시급 인상에 이어 2018년 7월 1일 ‘주 52시간제’ 여파로 서민들의 삶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서울 종로3가 한 백반집 사장이 텅 빈 식당에 앉아 계산기를 두드리며 중간 결산을 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체 사장들은 이구동성 원성을 쏟아냈다. 실컷 한탄을 하다 “그래도 또 자영업자에 비하면 우리는 낫지…”라며 말을 얼버무리는 이들도 있었다. ‘주 52시간제’를 취재하면서 취재 방향이 대기업 임원에서 대기업 일반직, 중소기업을 거쳐, 자영업자로까지 옮아갔다.
 
  국내 자영업의 위기는 현실이었다. 상가정보연구소가 지난 4월에 발표한 ‘소상공인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국 8대 업종의 폐업률(2.5%)이 창업률(2.1%)을 앞질렀다. 특히 음식업종의 폐업률(3.1%)이 눈에 띄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4월에 발표한 ‘사업장 성립소멸현황’을 보면, 지난 2월 문을 닫은 사업체(14만9300개) 수가 새로 만들어진 사업체(7만1900개)의 두 배를 넘었다. 문 닫는 곳이 문 여는 곳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은 3년1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자영업의 위기’라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수준이다. 정부가 올 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인해 3조원의 일자리 안정기금을 쏟아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요식업을 하는 B씨. 소위 불야성을 이루는 유흥가 한복판에서 밥장사, 술장사를 하고 있다. 법인카드를 쓰는 회사원이 주 고객이다. 그는 “업자들 사이에서 ‘버텨야만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다’ 다짐하며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요식업이 경기를 많이 타죠. 조류인플루엔자라고 할 때는 닭고기 가게들이 타격받고, 일본 방사능 유출 얘기 나오면 생선가게들이 타격을 받아요. 계절에 따라 매출이 들쑥날쑥하고. 그런데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었어요.”
 
  ― 맨날 힘들다고 하던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1인당 몇만 원씩을 받았던 식당들이 타격을 입었죠. 그럴 때 식당들은 박리다매 형태로 싼 메뉴를 내놓아 많은 사람을 유치하는 것으로 어려움을 돌파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직장에 대한 생각, 업무 패턴, 회식 등 경제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술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몇 년 전부터 감지됐죠. ‘밤샘 놀이 문화’가 사라지면서 심야 상권이 사라지고, 유흥주점, 생맥주 전문점 등의 매출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큰 틀에서 보면 밤 문화라는 소비적인 문화가 사라진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시차가 안 맞는다는 거예요.”
 
  ― 시차가 안 맞다니요.
 
  “직장 문화가 바뀌든, 회식 문화가 바뀌든 점진적이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요식업자들도 더 이상 수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폐업을 하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을 하거나 장사 준비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하루아침에 ‘김영란법’이라고 해서 식대 금액 정해 버리고, 최저임금 높여서 식당 아르바이트생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높여 버렸어요. 그러더니 주 52시간제를 해서 업무와 비(非)업무 구분을 명확히 한다면서 저녁 자리를 없애 버렸습니다. 정부 정책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현 경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그래요. 갑자기 하루아침에 ‘공급자는 그대로인데, 수요가 30% 줄어든 느낌’이라고요. 적어도 수요자가 줄어드는 만큼, 공급이 줄어드는 시간을 줬어야 했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러다 보니 공급자들이 악에 받치는 거예요.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되나 두고 보자’는 악다구니요. 요즘 업자들은 그래요 ‘버텨서 살아남는 놈이 결국 이긴다’고요. 식당 수요라는 게 아예 없을 수는 없는 거니까요.”
 
  문제는 이 자영업자들의 분노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에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 대출에 대해 ‘위험 경보’를 발동했다. 자영업자의 대출은 최근 5년 만에 21%(2012년 12월)에서 27%(2017년 9월)까지 치솟았다. 연평균 1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대기업의 대출은 오히려 0.2% 줄었다. 같은 기간 가계 대출 역시 늘었지만,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가 제1금융권이 아니라 제2금융권에서 받는 대출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자영업자가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이 법인, 가계 대출을 앞질렀고, 2017년에는 자영업자 대출이 전년보다 42.3%가 늘었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내수 침체와 상관없이 자영업자들이 은행 이자를 내지 못해 스스로 폐업할 위험도 있는 셈이다. ‘OECD 기준에서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이 지나치게 길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다분히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시작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우리 사회의 근간을 어떻게 뒤흔들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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