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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진호 미스터리 해부

흥진호 선주·선장·선원 등 6인 연쇄 인터뷰

그들은 북한의 간첩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 밀사도 아니었다!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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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1일, 경북 경주시 감포항 선적 ‘391흥진호’(이하 흥진호)가 북한에 나포됐다. 해양경찰에 따르면 흥진호는 복어를 잡으러 울릉도 북동쪽 한·일 공동수역인 대화퇴 어장에 갔다가 이날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정부는 우리 어선이 북한에 피랍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10월 27일,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선원들을 송환한다”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발표 이후 해당 사실을 알았다.
 
  흥진호는 10월 28일 동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우리 해양경찰에 인계돼 강원도 속초시 속초항을 거쳐 경북 울진군 후포항에 닿았다. 하선한 흥진호 선원(한국인 7명, 베트남인 3명)은 대기해 있던 정부합동조사단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당시 이들의 귀환 모습은 이전과는 달랐다. 선원들은 신분 노출을 피하려고 마스크와 모자, 선글라스 등을 착용했다. 그런 탓에 연령대를 분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체격들이 건장해 일반 선원 같아 보이진 않았다. 또 이들이 청바지 등을 입고 있어서 20~30대로 보인다는 주장도 있었다. 북한에서 돌아온 이들을 맞이하는 가족들이 없었던 것도 특이한 일이었다.
 
  이후 소위 ‘흥진호 미스터리’가 제기됐다. “흥진호는 북한 공작선이다” “흥진호 선원들은 북한 공작원이다” “흥진호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금품을 보내기 위해 보낸 국가정보원 또는 군 소유 선박이다”를 비롯해 각종 의혹이 난무했다. 그럼에도 흥진호 선원들은 좀처럼 이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고, 의혹은 증폭됐다.
 
  《월간조선》은 경북 경주시와 울진군 현지 취재, 흥진호 선주ㆍ선장ㆍ선원과의 인터뷰, 그간 흥진호 선장ㆍ선원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온 다방 주인의 전언 등을 토대로 ‘흥진호 미스터리’를 전격 해부했다.
 

  흥진호 미스터리 해부① 흥진호 법적 선주 전 감포 수협 조합장 전◦◦(62)씨
 
  “‌복어 15톤은 잡아야 본전 … 3.5톤이 엄청난 양이라는 건 모르는 소리”
 
  ⊙ 선적지 감포항의 주민들은 ‘흥진호’에 대해 잘 몰라
  ⊙ 흥진호의 법적 선주는 전 감포 수협 조합장 … 실제 선주 역할은 전 선장 고씨
  ⊙ 흥진호는 주로 제주도에서 갈치잡이 … 복어 잡을 때는 울진 후포·죽변항으로
  ⊙ “배에서 내릴 때 작업복 대신 깨끗한 옷 입은 게 잘못인가?”

 
 
  11월 7일 ‘391 흥진호(이하 흥진호)’가 등록된 항구인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 감포항에 갔다. 감포항 어민들을 대상으로 흥진호 선원들에 대해 탐문하기 위해서였다. 감포항은 한적했다. 출항을 준비하는 배도 없었다. 이따금 마주친 어민들에게 흥진호에 대해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시원찮았다. 사실상 아는 사람이 없었다.
 
 
  “흥진호는 다른 어선보다 한국인 선원이 많다”
 
  다음 날 오전 감포항 인근 다방에 갔다. 다방 주인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처음엔 감포항에 있는 배와 선원들에 대해 잘 안다던 다방 주인은 “흥진호란 배는 처음 들었다”고 했다. “TV에 그렇게 자주 나왔는데 못 봤느냐? 이번에 북한에 나포됐다가 풀려난 배다”라고 알려줬지만,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방을 나와 역시 감포항 주변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자신의 배우자가 어선을 탄다는 식당 주인은 “우리 남편 나이가 50인데, 배에선 제일 젊은 사람이다. 흥진호엔 우리 남편보다 젊은 사람이 많고, 한국 선원들도 다른 배보다 많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식당을 나와 감포항에서 마주친 어민에게 선장이나 선원, 선주들이 자주 모이는 공간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채낚기 선주협회 사무실’ 위치를 알려줬다. 선주협회 사무실에 들어가니 울산에서 놀러 왔다는 60대 남성만 있었다. 그는 “감포항 선주들이 오늘 전부 부산에 시위하러 갔다”고 말했다.
 
  ‘선주협회 사무실’에서 나와 흥진호의 법적 소유자로 알려진 전모(62)씨 집에 갔다. 흥진호의 경우엔 법적 소유자와 실소유자가 다르다. 법적 소유자는 감포 수산업협동조합에서 경매사로 일했고, 최근 조합장을 지낸 전모씨다. 실소유자는 예전부터 흥진호 선장을 하면서 총괄 관리를 해 온 고모(47)씨다. 전씨는 고씨의 부탁을 받고 선박 구매 자금을 대출받아 줬고 고씨는 후일 이를 갚은 뒤 명의를 옮겨 가는 조건으로 두 사람이 동업을 했다. 흥진호 사건과 관련해서 해양경찰에 흥진호 위치를 허위보고한 ‘선주’는 고씨다.
 
 
  “고 선장과는 일종의 동업 관계 … 배 인수 시 대출 받아 줘”
 
  전씨는 2016년 3월 15일 경남 통영시에 사는 김모(57)씨로부터 흥진호를 인수했다. 등본상 선박 지분은 전씨가 1/10, 그의 부인 김모(62)씨가 9/10를 가졌다. 다음은 두 차례 방문 끝에 만난 흥진호의 법적 소유자 전씨와의 문답이다. 흥진호 관계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린 탓에 사진을 찍지 못한 대신 이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전달하기 위해 그들이 쓴 어투나 비속어 등을 최대한 살렸다.
 
  — 흥진호 소유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그기 우리가 무슨 사업을 하면 공조를 하잖아요? 이건 동업 관계지. 인자 원래 선장이 있어요. 고○○이라고. ”
 
  — 고 선장과는 어떻게 알았습니까.
 
  “내가 여기서 수협 경매사로 일할 때 고○○ 선장이 제주도 ○○호란 배를 타고 작업을 많이 하러 왔어요. 조합마다 위판 실적이 있어야 하니까 유치를 해요. 내가 경매 주임을 했으니까 예전부터 알고 지냈죠. 경매사로 있을 때 그 배가 우리한테 복어도 입찰시켜 주니까, 그걸 많이 해가 실적이 올라야 하니까 그걸 유치를 했지. 그러다 보니까 알게 되고, 친분이 있었어.”
 
  — 왜 동업을 시작한 겁니까.
 
  “이 배가 제주도에 있다가 통영으로 팔렸어요. 그 선주가 복어잡이, 갈치잡이를 하려고 했는데 이기 골치가 아픈 기라. 그 선주가 고 선장한테 배를 외상으로 줄 테니 몇년 해서 갚으라고 하면서 지분은 안 넘기고 운영을 맡긴 건데 바닷일이라는 기 그렇잖아요? 안 잡힐 때도 있으니까 약속 이행을 못했어요. 그 선주는 배를 가지고 가려고 할 것 아닙니까? 고 선장은 그 사이에 한 2억원을 갚았어요. 그러니까 인마가 나 조합장 할 때 ‘조합장님, 이 정도 갚았는데, 조합장님 앞으로 배를 이전하면 어떻느냐?’고 해서. 복어만 잡아도 1년에 매출이 7억~8억원 해요. 갈치도 잡고 그러니까 모든 걸 제하더라도 충분히 배값이 되겠더라고. 7억~8억원은 전체 입항고를 말합니다. 그리 보면 선주로서는 1/3 정도 갖고 가는 거지. 배값이 얼마나 남았느냐 물어보니 내가 이래이래 갚고 6억~7억원이 남았대. 그래가 나하고 부인 명의로 대출을 받고 ‘좋다, 네가 열심히 해 돈 갚고 배를 갖고 가라’고 해서 배는 정상적으로 우리한테 넘어왔고. 고 선장이 운영을 하다가 이번에 사고가 났거든. 고 선장은 7~8개월 전에 큰 수술을 했거든. 목이 아파서 지 친구를 대리 선장으로 보냈는데, 2급 장애인이라요. 그 넘어간 사람도 복어 배를 오래 했어요.”
 
  — 명의만 빌려준 겁니까.
 
  “쉽게 말하면 내가 저 사람을 십수 년 알았잖아요. 내가 이 정도 돈을 해 줘도 배값에 비하면 저는 변제받을 수 있는 길이 있으니까 하지. 그게 아니면 안 하잖아요? 그 정도 같으면 충분히 되니까. 지가 잘되면 가만히 있겠어요? 굳이 계약은 안 해도 수익이 나오면 한 만큼 내한테 주고.”
 
 
  “북한 해역 넘어간 건 현장 선장의 판단일 것”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항에 정박한 ‘391흥진호’다.
  — 선주 역할을 하는 고 선장이 북한 바다로 넘어가라고 지시한 겁니까.
 
  “아니죠!”
 
  — 남 선장 독단으로?
 
  “이거 바다 사정을 몰라서 그러는데, 기자들이 잘 써 줘야 …. 분명히 수산법령을 위반한 건 맞지만, 방금 얘기한 것처럼 고 선장이 가라고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북한 지역으로 가면 위법이라는 거 모르겠습니까? 굳이 그걸 이야기할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경험 많은 고 선장이 ‘야, 북한에 들어가 작업해’라고 하겠습니까? 이번에 보니까 경계선에 낚시를 놓으니까, 여기서 당겨 보면 고기량이 우리 지역보다 조금 더 올라오다 보니까, 이 사람들은 한발 한발 들어가다 보니까 침범을 했는데, 그건 현장의 선장이 판단할 사안이지, 여기 있는 사람은 전혀 모르지.”
 
  — 북한 바다로 왜 넘어갔다고 합니까.
 
  “선원들이야 어떻게 알겠습니까? 장비를 못 보니까. 조업한 위치가 북한 배도 보이고, 중국 배도 보이니까 ‘들어간 거 아니냐?’ 그랬나 봐요. 남 선장은 지 친구(고 선장)한테 피해가 가고, 딸린 선원 10명도 경제적으로 피해를 받을까 싶어서 물량을 채우기 위해서 들어갔지 않았느냐? 좋십니다. 그랬다 캐가 지금 지가 법의 저촉을 받고 있잖아요? 지가 들어갔잖아요? 아래께 시인했습니다.”
 
  — 이번에 북한 바다에서 3일 동안 잡은 복어 3.5톤이 상당히 많은 양이라는 주장이 있는데요.
 
  “배 유지하려면 한 번 나가서 15톤 이상은 해야 합니다. 15톤이면, 기름 값하고 미끼 값 제하고 선원들 봉급 제하면 선주한테 좀 떨어져요. 3.5톤이라고 하면 적자예요. 요번에 700만원 받고 팔았어요. kg에 6만원씩 하던 게 2만~3만원 한 거 아닙니까? 우리가 선장한테 뭐라 하는 기 가격도 없는데 왜 그 위험한 지역에 가서 정부 공무원들, 우리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물론 인간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욕심이 나서 들어갈 수도 있는데.”
 
  — 우발적으로 그럴 수는 있지만, 북한 해역에서 북한 어선과 싸웠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뒤에도 계속 조업을 하고요.
 
  “저 선장이 2급 장애인입니다. 정신은 아니고 신체장애인인데. 저도 답답한 기, 선장이 베테랑인 건 맞아요. 이 사람이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기라.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목적을 달성한다는 건 좋지만, 불법·탈법은 하면 안 되는데. 지가 남의 바다에 들어가면 얼른 나올 생각을 해야지, 왜 그 짓을 하느냐는 거예요?”
 
  — 일부러 북한 경비정을 부르기 위해 한 겁니까.
 
  “그기 인자 ‘뱃놈’ 소리 듣는 거예요. 옛날 상말로 ‘뱃놈’ 했거든요. 전통적으로 뱃사람들 수준이 무식하고 그래서 ‘뱃놈’ 소리 듣고 살아왔어요. 지가 남의 바다에 들어가서 뭔지도 모르고 큰소리쳤다 카는 건 저도 이해가 안 가거든요.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게 말이 됩니까. 일단 안 들어가야죠. 북한 경비정이 오는 과정까지 시간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라면 거기 쳐 있지 말고 빨리 나와야지, 이기 기본 상식인데. 북한 배들이 침몰되기 직전인 상태로 거기까지 나오니까 남 선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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