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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범죄의 둥지로 변모한 채팅 어플의 세계

글 : 박건영  월간조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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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폰서, 조건만남의 장으로 변질, 신상정보가 필요 없는 방식으로 단속도 쉽지 않아
⊙ 즐톡, 앙톡, 틱톡 등 랜덤채팅 어플만 150여개, 가입에는 일절 개인정보가 필요치 않아
⊙ 만17세면 다운로드, 속 내용은 음란 채팅과 성매매 유도로 가득해
⊙ 어플의 특성과 현행법의 미비로 인해 실질적인 단속 어려워
월 300의 스폰서를 제안한 남성과의 대화. 기자와의 거리가 1km 내임이 좌측 상단에 표시되어 있다.
  여름이다 - “월300스폰 받아보시겠어요?”
 
  새내기 - “스폰이면 머 어떤걸 의미하는거에여?”
 
  여름이다 - “아 만남 가지면서 지원 받으시는거에여^^ 한 달에 4번정도 보구여, 쇼핑은 따로 해드리구여”
 
  새내기 - “제가 이런 게 처음이라서… 그냥 그 정도로 돈을 주신다구요?”
 
  여름이다 - “아 별다른건 없어요^^; 개인적인 묻지 않아서, 네 잠자리 가지면서 만나는 거구여 지원은 300+쇼핑 이렇게 해드려요^^ 대학생이세여?”
 
  새내기 - “네! 올해부터 대학생이에요”
 
  여름이다 - “아! 반가워요^^ 전 개인사업하구 스폰은 한번 경험 있어요^^ 키몸이 어떻게 되시나여?”
 
  위 내용은 기자가 새내기라는 닉네임으로 직접 한 채팅 어플에 20세 여성으로 가장하여 가입한 후 한 남성과 나눈 대화를 옮겨 적은 것이다. 기자가 어플에 기입한 내용은 나이와 관심 주제, 닉네임, 성별이 전부였다. 사진도, 연락처도 없었다. 가입을 한 후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20통 이상의 쪽지가 도착했다.
 
39세의 김수구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이용자는 기자에게 매너만남이라며 말을 걸어왔다.
  쪽지 내용의 대부분은 음란스러운 내용들로 가득했다. 쇄도하는 쪽지들 속에 단순 음담패설은 물론이고 노골적인 조건만남, 스폰서를 제의하는 쪽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월 300이라는 금액으로 스폰서를 제의하는 31세의 남성과 대화를 나눠 봤다.
 
  월 300만원이라는 금액에 4회 만남, 쇼핑은 따로 해 준다는 남성. 이 남성은 이런 걸 잘 모른다는 기자의 말에 잠자리를 가지면서 만나는 것으로, 개인적인 건 묻지 않는다며 노골적인 성매매를 제의해 왔다. 기존의 조건만남, 스폰서의 그것과 다를 바 없지만 은밀한 곳에서 행해지는 형태가 아닌, 누구나 가입하여 볼 수 있고 심지어 미성년자도 이용할 수 있는 채팅 어플에서 일어나는 노골적인 제의는 너무도 가볍고 쉽게 이루어졌다.
 
  부정적이지 않은 태도를 취하며 대화를 이어 가자 남성은 키와 몸무게, 사는 지역 등의 정보들을 묻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정보들에 대하여 기자의 답장이 늦어지기 시작하자 남성은 조급함을 느꼈는지 바쁘냐고 묻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이후로도 이어진 대화에서 남성은 기자의 태도에 의구심을 느꼈는지 더 이상 답장을 하지 않았다.
 
  이어진 쪽지들 중에는 매너 만남, 조선, 스폰서 등의 특정 키워드를 던지는 쪽지들 외에도 노골적인 묘사와 가격을 적어 놓은 쪽지들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절대 ○○없이 제가 앞뒤 애무만 해드리고 10만 드려요ㅎ.〉 〈하이여~^^ 님앞에서 ○ 치는거 봐주실수있나요?? 저는 터치 안할 거구요, 궁금하시면 만져보셔도 상관없구요^^〉 대부분의 내용들이 미성년자도 이용 가능한 어플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의 높은 수위의 성 관련 이야기들이었다. 최근 변태적 성행위와 성범죄 모의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온 커뮤니티인 ‘소라넷’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 외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쪽지의 내용은 ‘매너 만남’. 개인정보를 기입하지 않고 이용하는 어플인 만큼 신분을 속이거나 단순 장난으로 하는 것이 아닌 실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지를 묻는 내용이다. 역시나 그러한 만남의 대부분은 단순 만남이 아닌 금액을 지불한 성매매 및 유사 성행위 제안으로 이어졌다.
 
  ‘매너 만남?’이라며 말을 걸어 온 한 남성은 매너 만남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건은요?’라며 답변이 아닌 또다른 질문을 건네왔다. 그렇게 그 남성은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사는 지역, 키와 몸무게 등 본인이 알아야 할 최소한의 정보만을 물었다. 이러한 질문들은 기자와 대화를 나눈 모든 이가 공통적으로 물어본 내용들이다.
 
  지역, 나이, 만남의 형태, 키, 몸무게. 이는 채팅 어플을 이용해 성매매를 행하는 이들에게 있어 일종의 기준과 같아 보였다. 마치 제원이라도 파악하려는 듯이 말이다. 이러한 대화들을 이어 나가는 중에도 쪽지는 끊임없이 도착했다. 내용은 그간 도착했던 쪽지들과 대부분이 비슷했다.
 
 
  익명성과 채팅 기록 삭제, 휴대폰 채팅 앱에 대한 법적 규제 미비
 
가입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이는 모든 채팅 어플의 공통점이다.
  이처럼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채팅 어플’을 적으면 성매매를 비롯한 각종 사건, 사고에 관한 기사들이 줄을 잇는다. 서울지방경찰청 제5기동단 소속의 한 경장이 채팅 어플을 이용해 불법 성매매를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일도 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존재해 오던 낯선 이와의 채팅. 그럼 어느 순간부터 채팅 어플이 이렇게 성매매와 범죄의 온상으로 변질된 것일까. 그 면면을 분석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어플을 다운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랜덤채팅’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150여 개의 관련 어플들이 뜬다. 그 가운데 성매매, 사기 사건 등 각종 범죄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어플로는 ‘앙톡’, ‘즐톡’, ‘영톡’ 등이 있다.
 
  해당 어플들의 본래 목적은 갈수록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힘들어지는 사회 속에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그 본래의 목적이 유지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 속에서 자행되고 있는 범죄 중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성매매. ‘조건만남’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돈을 지불한 뒤 유사 성행위에서부터 본격적인 성매매까지 진행되는 것이다. 특히 성 관념이 확실하게 자리 잡지 못한 미성년자들 사이에서 그러한 성매매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채팅 어플의 가장 큰 특징은 가입이 매우 간단하다는 점이다. 그저 이용자 본인이 임의로 닉네임과 나이, 성별 등을 기입하면 가입이 완료된다. 어플마다 메뉴의 구성에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메뉴는 바로 ‘주변’ 탭이다.
 
  스마트폰 내에 내장된 GPS를 이용, 이용자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들과 연결해 주는 채팅 메뉴다. 채팅 어플로 일어나는 범죄 행위의 99%가 위와 같은 탭에서 이루어진다. 가까운 거리에 있음을 확인, 채팅을 통해 성매매를 알선한 후 빠른 시간 내에 만나게 하고 행위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매매 행위자, 알선자, 대상자 모두 본인의 신상은 밝히지 않는다. 해당 어플들의 다운로드 제한 나이는 만17세 이상. 대한민국 기준 고등학교 2학년 이상이라면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는 어플이라기엔 지나치게 선정적이다.
 
  현행법상 미성년자 성매매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법률 제14236호)에 의거, 처벌 받는다. 법 제13조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제15조에서는 알선영업행위 등에 따라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의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자, 정보통신망에서 알선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스마트폰 채팅 어플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미성년자 성매매 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 조항들이다.
 
  실제 성행위까지 가지 않았다고 해서 법망을 피해 갈 수는 없다. 2013년 6월 13일, 의정부지방법원은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오빠가 일찐만드러주고 소속사꼽아줄테니까 섹스한번만해달라구’라고 하는 등 당시 11세의 피해자에게 성을 팔도록 권유한 피고인 송모씨에게 벌금 100만원 및 신상정보 고지를 명했다.
 
 
  2차, 3차적인 추가 범죄로 이어질 소지가 높아. 다각화하는 채팅 어플 악용 범죄
 
  그 외에도 본인의 신분을 숨길 수 있다는 점을 악용, 사기행각을 벌이는 일도 종종 있다. 일례로, 무직 상태였던 31세의 한 남성은 자신을 “모델로 활동하며 옷가게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여성들에게 접근, 재력과 신분을 속여 금품을 갈취했다. 가해자는 인터넷으로 습득한 통장 및 금품 사진들을 통해 여성들에게 허위로 재력을 과시하며 이로 신뢰감을 쌓은 후에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대까지 돈을 빌려 잠적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달에는 사기사건 외에도 감금된 상태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는 미성년자들에게 접근, 이들을 구해 주겠다며 꾀어 해당 피해 미성년자들을 자신들이 관리하는 다른 피해자들과 합류시켜 다시 성매매를 강요한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채팅 어플을 통해 이루어지는 범죄 행위들은 점점 다양해지고 단속하기 힘든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과는 단속에 있어 채팅 어플이 지닌 특성상 위장을 하고 만나 검거하는 방법으로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 단속도 검거도 쉽지 않은 채팅 어플, 손쉬운 접근성과 높은 악용 가능성에 비해 그 자체의 제작 및 등록의 규제 방안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다 정확한 기준의 휴대폰 채팅 어플에 대한 규제와 단속 관련 법률 개정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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