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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재벌사위 임우재 취재비화

혜문의 정체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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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협박에 기자 이용
⊙ 고(故) 이병철 회장 유언에 착안해 일본 기자 섭외
⊙ 삼성 후계구도를 바꾸겠다?
⊙ 취재윤리 논쟁에 대한 입장
김영준(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월간조선》은 7월호 ‘삼성 맏딸 이부진과 이혼한 임우재의 고백’ 기사를 통해, 이혼소송 중인 삼성전기 임우재 고문의 심경을 소개했다. 7월호에서 ‘취재경위’를 밝혔으나 발간 이후에도 보도에 이르게 된 배경에 대해 독자들의 문의가 계속됐다. 6월 14일 서울 강남 한식당 ‘고기고’에서 《월간조선》 《한겨레》 《시사인》과 일본의 월간 《문예춘추》 기자 등 4명이 임 고문을 만난 이후의 상황은 7월호 보도 때 설명했다. 다만 14일 모임에 참석하게 된 과정은 충분히 밝히지 못했다.
 
  6월 14일 임 고문과의 만남을 주선한 사람은 김영준씨다. 조계종 승려로 법명은 ‘혜문’이었으나 결혼해 아이를 낳고 환속(還俗)한 인물로, 현재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로 활동 중이다. 김씨는 4월 기자와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임우재 고문이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싶어한다”며 자리를 주선해 주겠다고 말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때 김씨(혜문)는 임 고문과 상의해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뷰가 임박했다고 생각한 기자는 삼성 가계도(家系圖)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지난 10년 동안의 삼성 관련 기사를 수집해 핵심 쟁점을 암기했다.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소문 가운데, 취재와 관련 있는 내용들을 확인했다. 5월 24일 혜문과 저녁을 다시 하게 됐다. 인사동 인근 한식당과 호프집에서 6월 14일 일정에 대해 4시간가량 이야기했다.
 
 
  “삼성에서 확인전화 올 것”
 
  5월 24일 저녁 가장 많이 이야기한 내용은 ‘임 고문과의 만남을 회사에 보고를 하느냐’의 문제였다. 어찌 보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었다. 처음 기자가 보안 등을 감안해 “회사에도 보고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김씨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답했으면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대화의 절반 이상이 보고 문제에 집중된 것은 사연이 있었다. 기자가 보고를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이야기했음에도, 김씨가 “보고하는 것이 이 기자에게 좋다”며 재촉했기 때문이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때 김씨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회사에 보고하는 순간 임우재는 이혼 안 해.” ‘회사에 보고하면 자연스럽게 삼성에 흘러들어갈 것이고, 그러면 삼성(혹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임 고문과 《월간조선》이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욕(侮辱)이었다. 강하게 항의를 하자, 김씨는 속내를 털어놨다. “《월간조선》 이정현 기자가 임 고문과 점심을 먹는다는 팩트를 삼성에 흘려 주는 일을 《월간조선》은 할 필요가 없어요. 《월간조선》은 확인만 해 주면 되는 것이죠.”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씨는 구체적인 계획을 이야기했다.
 
  “(삼성에) 라인을 가지고 있어요. 이 기자가 임 고문과 밥을 먹었다고 (삼성에) 말하지는 않겠지요. (삼성에 정보가) 흘러가게 하는 것은 저의 몫이죠. 이 기자에게 (삼성에서) 확인전화가 갈 거예요. 확인만 해 주면 되는 것이죠.”
 
  기자를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혜문의 계획은 큰 충격이었다. 기자보고 부업(副業)으로 브로커로 나서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혜문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순수하시네요.” 그런 식으로 하다가 큰일 날 것이라는 경고였다.
 
 
  일본 언론 등장의 속사정
 
  상황이 이렇게 되자, 6월 임 고문과의 모임에 《월간조선》만 초대를 받았는지 의심이 들었다. 그런 목적이라면 기자가 더 많으면 좋지 않을까. 4월에 처음 임 고문을 만나게 해 준다고 했을 때와는 여러 가지로 느낌이 달랐다. 김씨(혜문)에게 단독이 맞는지 확실하게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씨는 일본 《문예춘추》 기자도 참석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엉뚱하기 그지없었다. 일본 기자는 왜 부른다는 말인가. 김씨의 계획은 치밀했다.
 
  “일본 언론은 보고 체계가 확실해요. 《문예춘추》가 자민당 의원에게 보고하면 자민당 의원이 삼성 기조실에 전화해요.”
 
  그럴듯했으나 굳이 일본 언론까지 불러 망신을 주려 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씨의 배경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됐다. “삼성은 일본 하청업체예요. 일본의 평가를 두려워해요. 일본의 평판을 나쁘게 하지 말라는 것이 이병철 회장의 유언이에요.”
 
  순간 걱정이 됐다. 일본 언론까지 동원해 삼성에 망신을 주면 오히려 역풍이 불지 않을까. 자칫 잘못하면, 큰 스캔들에 빠져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씨(혜문)는 주선자일 뿐이었다. 일본 기자가 정말 서울에 올지도 의문이었다. 일단 6월에 만나게 해 준다니, 임 고문을 직접 만나서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한국 언론은 《월간조선》이 유일하니, 단독이라는 처음 약속은 유지됐다고 봤다.
 
 
  혜문, “임우재는 대원군”
 
임우재·이부진 결혼 사진.
  그렇다면 김씨는 무엇을 노렸나. 김씨는 진행 중인 재판이 삼성 후계구도에 큰 영향을 줄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의 후계구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건희 회장의 의중을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대권을 주기 싫었어요. 이부진 사장에게 주고 싶었죠. 건강이 허락하면요.”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싫어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씨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부진 사장이 삼성 경영권을 차지하는 것이 옳으며 본인도 그것을 원하는데 임 고문이 방해가 되니 이혼을 통해 정리하려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이혼만 막으면 삼성 후계구도가 바뀌게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씨는 삼성가(家) 사람들의 건강상태에 대해 이야기하며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이혼만 피하면 “임우재는 대원군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혜문)는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언론을 동원해 원하는 바를 이루려 하는 것이 분명했다. 무언가 숨겨진 덫이 있다는 생각을 5월부터 하게 된 이유다. 가장 걱정한 것은 삼성측에는 14일 만난다고 흘려 놓고, 막상 14일 약속은 취소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약속 하루 전인 13일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정말 《월간조선》과 일본 기자 2명만 오는지를 확인했다. 김씨는 두 명만 온다는 사실을 전화로 다시 확인해 주었다.
 
  14일 임 고문과의 점심을 약속한 식당에 30분 먼저 도착했을 때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약이 6인이었다. 기자가 2명이면 4인좌석만 예약하면 되는 것인데, 왜 6인인가. 처음 약속이 깨질 수 있다고 느꼈다. 예감대로 기자와의 약속에 없었던 《한겨레》 《시사인》 기자가 도착했다.
 
  순간 구색을 맞추는 데에 보수 언론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기자가 보도를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모임에 참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속사정이 있다. 5월 기자와 만남에서 김씨는 선문답(禪問答)을 계속했다.
 
  “기사에 대한 생각을 버리면, 기사를 쓰게 된다.” “기사를 쓰도록 해 드리겠으나, 칼날의 끝을 정확히 인지하고 쓰라.” “임우재와 만날 수 있는 기자는 (너밖에)없다.” “(기사에 욕심내지 말고) 30년 뒤에 임우재와 술 먹는 사람이 되자.” “내가 책임지고 임우재 단독 인터뷰 시켜 주겠다.”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끝없이 혼란이 왔다. 4시간 내내 실랑이를 벌인 이유다. 오랜 이야기 끝에 김씨의 속내를 알았다. 김씨는 “내가 ‘결정적인 시점’을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김씨가 보도하라고 할 때 보도하면 되는 것이었다. 오랜 실랑이가 있었으나, 결국 기자는 “믿고 가겠다”며 김씨의 요구를 수용했다. 그렇게 이야기한 이유는 김씨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중계자에 불과한 것이었다. 모든 이야기는 임 고문을 직접 만나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한국 기자는 《월간조선》이 유일하다는 약속은 모임 하루 전까지 유지됐다.
 
  여기까지가 6월 14일 임우재 고문과 만날 때까지의 상황이다. 임 고문과 만난 이후의 사정은 《월간조선》 7월호에 기사화됐다.
 
  다만 7월호 보도 이후, 취재윤리와 관련해 논란이 있어 취재 기자로서의 의견을 밝힌다.
 
  첫째, ‘개인의 사생활을 공개할 만큼 보도가치가 있느냐’를 놓고 논쟁이 있다. 임 고문 이혼소송의 보도가치는 이러하다.
 
  많은 사람이 삼성가의 막강한 변호사들이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논란은 있으나 한국 가족법은 단지 가정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이유(파탄주의)만으로 이혼을 요구할 수는 없다. 외도(外道)를 하는 등 상대방에게 책임이 있어야 이혼을 청구(유책주의)할 수 있는 것이다. 법 앞에 모두 평등하다. 만일 권력이나 금력을 이용해 가족법의 원칙이 무너진다면, 이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그런데 임 고문은 자신에게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7월호 보도는 이러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임 고문의 주장이 중점적으로 실렸다. 이렇듯 보도가 추구하는 ‘가치(목표)’를 생각하면, 보도가치는 넘치고도 남는다고 본다.
 
 
  즉시 보도해 언론계 비웃음 피해
 
  둘째, ‘비보도(非報道)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이 있다. 우선 기자들 사이에서 어떠한 약속도 없었기에 엠바고(embargo)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프더레코드(off the record)의 문제이다. 6월 14일 모임 당시 임 고문은 “2~3달 후 재판이 끝나면 여기에 모인 기자들과 인터뷰하겠다”며 보도는 후로 미뤄 달라고 했고, 기자들은 동의했다. 그럼에도 보도한 이유는 7월호에서 설명했다.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아 보충 설명하면 이렇다.
 
  비보도 약속을 어겼다고 문제 삼는다면, 이렇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언제 보도해야 할까. 김영준(혜문)씨는 “내가 ‘결정적인 시점’을 결정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씨의 지시와 계획에 따라 보도하라는 것이다. 언론을 마음대로 조종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돌이켜 보건대, 김씨에게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보도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처음에 김씨는 모임에 《월간조선》과 《문예춘추》만 부른다고 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한겨레》 《시사인》 기자까지 도착했다. 김씨는 애초에 “삼성에 라인을 통해 흘리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씨가 월간·주간·일간·해외 기자를 한곳에 모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협박의 강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이다.
 
  《월간조선》을 부른 이유는 진보 매체만 있으면 영향력에 한계가 있을 것 같으니, 구색을 맞춘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만일 즉시 보도하지 않았다면, 삼성 협박을 위해 이름을 빌려준 기자로 두고두고 언론계의 비웃음거리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겨레》 기자 주장에 대한 반박
 
  또한 14일 모임에 참석했던 《한겨레》 기자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14일 늦은 밤 김씨를 통해 《한겨레》 기자에게 《월간조선》은 보도할 것이라고 알렸다. 그리고 《한겨레》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해당 기자는 이틀에 걸쳐 11건의 휴대폰 문자를 보냈다. 상당수가 욕설에 가까운 비난 문자였다. 기자 개인을 겨냥한 내용까지 공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것만은 말하고 싶어, 문자 하나를 공개한다.
 
  〈○○○○ ○○만도 못한 짓을 당신이 오늘 벌였어요. 임우재씨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요? 한 개인에게 어떻게 이런 짓을… 삼성과 똑같이 나쁜 짓을 한 거예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임 고문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을 알 수 있었다. 보도 직후 기자에게 전화해 “아들이 기사를 보면 어떻게 하냐”고 흐느끼며 이야기할 때는 함께 마음이 아팠다. 그렇다고 김영준(혜문)씨의 계획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런 생각을 하며 《한겨레》 기자가 보낸 휴대폰 문자 가운데, ‘삼성과 똑같이 나쁜 짓을 한 거예요’라는 부분의 의미를 거듭 생각해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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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창환    (2016-07-20) 찬성 : 92   반대 : 50
월간조선의 실제 기사는 바빠서 안 봅니다만, 이 기사를 끝까지 본 바로는 기자님 고생이 많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님 빼고 이 기사에 등장하는 분들 정말 나쁜 사람들이군요. 그들에게 이젠 질립니다.

2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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