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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철의 교통법 why?

좌측통행? 우측통행?

글 : 한문철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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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철
1961년생. 서울대 법대 졸업 / TBS 〈교통시대〉 교통사고 법률상담, TV조선 〈뉴스와이드 활〉
앵커. 현 스스로닷컴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교통사고 현장대처부터 소송절차 마무리까지》
《(만화)굿바이 음주운전》 출간
  우리나라 자동차들은 핸들이 왼쪽에 달려 있다. 하지만 영국과 홍콩과 일본은 오른쪽이다. 우리는 자동차가 중앙선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통행하고, 일본은 왼쪽으로 통행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우측통행인데, 보행자는 어떤가?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복도에 ‘정숙(靜肅)’이라는 글자가 걸려 있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정숙’이라는 단어 때문에 발뒤꿈치를 들고 소리 안 나게 걸으라고 배웠고 좌측통행하라고 배웠다. 어릴 때부터 차는 우측통행, 사람은 좌측통행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좌측통행은 여러모로 불편하기에 우측통행해야 한다 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좌측통행은 일제강점기의 잔재이면서 세계적으로 차와 사람이 반대로 통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고 대부분이 오른손잡이기에 우측통행을 해야 편리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측통행하다 일제 때 좌측통행
 
  우리나라도 대한제국 고종황제가 1903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인 황제전용어차를 들여오면서 보행자와 차마(車馬)는 우측통행하도록 했었다. 그러던 것이 일제강점기인 1921년에 조선총독부가 일본과 같은 방식, 즉 차와 사람 모두 좌측통행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해방 후 미군정기에 미국의 영향으로 차는 우측통행으로 바뀌었고 특별한 권고가 없어 사람은 그대로 좌측통행으로 남게 된 것이다.
 
  50~60년 전에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목조 건물 마룻바닥의 복도를 걸을 때 삐걱삐걱 소리가 나지 않도록 뒤꿈치를 들고 조용히 걷고 뛰다가 선생님께 들키면 혼나기도 했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때 배운 정숙과 좌측통행은 우리의 굳어진 생활습관이 되었었다.
 
  2000년대 후반에 ‘좌측통행은 우측통행으로 바뀌어야 한다’라는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는 2009년부터 시범 운영하다가 2010년 7월부터 공식적으로 우측통행을 천명했다. 2010년 6월 30일자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온다.
 
  “1일부터 우측보행이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보행편의와 국제관행 등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시범 시행해 온 우측보행을 7월 1일부터 공식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우측보행은 일제강점기인 1921년 조선총독부가 보행자를 좌측통행하도록 규정한 후 89년 만이다.”
 
  그 이후 지하철역에는 우측통행 표지판이 곳곳에 걸리고 환승역 통로에는 오른쪽엔 통행가능표시인 화살표, 왼쪽엔 통행하지 말라는 X표의 표시등이 설치되었다. 지금까지 6년이 지나면서 대다수의 국민의 습관에도 우측통행이 자리 잡힌 듯하다.
 
 
  세 종류의 길
 
보행자는 ‘보도(步道)’에서 원칙적으로 우측통행을 해야 한다. 보도는 차가 안 다니는 곳이다. 그런데 보도와 차도(車道)가 구분되지 않는 곳에서 보행자는 차를 마주 보는 좌측통행을 해야 안전하다. 요컨대 보도에서는 우측통행, 보도가 없는 곳에서는 좌측통행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람도 차도 모두 우측통행은 언제나 맞는 걸까? 차는 예전부터 우측통행해 왔고 사람은 좌측통행해 왔지만 2010년부터 사람도 우측통행으로 바뀌었기에 당연히 차도 사람도 모두 다 우측통행이 옳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큰 잘못이다. 사람은 우측통행해야 할 곳과 좌측통행해야 할 곳이 따로 있는데도 대다수는 언제나 우측통행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우측통행하고 언제 좌측통행해야 할까?
 
  길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차가 다니는 차도, 다른 하나는 사람만 다니는 보도(보통 ‘인도’라고 표현하지만 법적인 용어는 보행자를 위한 길 ‘보도’가 맞다), 또 다른 하나는 보도가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즉 보도블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차와 사람이 함께 다니는 길이다.
 
  보도가 따로 설치되어 있으면 그곳으로 걸어야 한다. 차는 차도로, 보행자는 보도로 가야 한다. 차가 보도로 올라오면 안 되듯이 사람도 차도로 내려가면 안 된다. 예외적으로 보도가 막혀 있거나 도로를 횡단(무단횡단은 제외)하는 경우, 차도로 내려갈 수 있을 뿐이다.
 
  보도, 즉 보통은 보도블록, 가끔 연석선으로 차도와 구분된 공간이 없으면 차와 사람이 같이 다녀야 한다. 차도 다니고 사람도 다니고 엉키게 되면 차는 사람을 피해 가야 하고 사람은 차를 피해 가야 한다.
 
  이와 같이 보·차도 구분이 없는 도로에서 우측통행을 하면 어떻게 될까? 차도 우측통행, 사람도 우측통행이기에 사람이 차를 등지고 걷게 된다. 뒤에서 오던 차의 운전자가 휴대폰을 조작한다든지 한눈파느라 앞을 못 보면 앞에 가던 사람을 들이받게 된다. 우측통행하던 사람으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일 이런 경우 우측통행이 아닌 좌측통행을 한다면 차를 마주 보고 걷게 되므로 차가 똑바로 안 오고 삐딱하게 오거나 또는 길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 쪽으로 와도 눈앞에 보이기에 차를 피해갈 수 있다. 적을 등 뒤에 두는 것과 앞에 두는 거 어느 싸움이 유리할 것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도로에 나서는 순간 적과의 전쟁이다. 사람은 차를 상대로, 차는 사람을 상대로 한 전쟁이기에 내가 조금만 방심하면 적에게 당할 수 있다. 크게 다칠 수도 있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내가 살기 위해선 적을 바라보면서 적을 잘 살펴야 한다. 앞에 두고 살피더라도 갑작스런 돌발적인 공격에 당할 수도 있는데 적을 등 뒤에 둔다는 건 내 목숨을 적에게 바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적을 마주 보고 대치해야 하듯이 보도가 따로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차를 마주 보고 걸어야 한다. 차는 우측으로 오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느 쪽으로 걸어야 마주 본 상황이 될까? 당연히 좌측이다. 따라서 좌측통행을 해야 안전하다.
 
  그런데 보·차도 구분 없는 길, 즉 대부분의 국도, 시내의 이면도로, 골목길에서 거의 대다수의 사람은 좌측통행이 아닌 우측통행을 하고 있다. 이는 법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가 잘못이다. 정부가 정확히 법을 알려줬어야 한다.
 
  보도가 따로 없는 곳에서 사람이 우측통행하는 건 적을 등지고 걷는 거나 마찬가지인데도 그런 위험성을 따로 설명해 주지 않고 우측보행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법은 제대로 되어 있다. 도로교통법이 바뀐 건 2010년 7월 23일이다. 그날 개정공포되고 그날부터 시행되었다. 바뀐 도로교통법 제8조 제3항에는 “보행자는 보도에서는 우측통행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보도’이다. 보도는 차가 안 다니는 곳이다. ‘차가 안 다니는 보도에서는 우측통행’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도로교통법 제8조 제2항은 보도가 따로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의 보행방법에 대해 “보행자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아니한 도로에서는 차마와 마주 보는 방향의 길 가장자리 또는 길 가장자리 구역으로 통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차와 마주 보는 방향으로 걸으라고 되어 있다. 우측통행하는 차와 마주 보는 방향은 좌측통행이다.
 
  정리한다면, 보도에서는 우측통행, 보도가 없는 곳에서는 좌측통행이다. 다만 보도가 없는 곳에서 할 수 없이 우측통행을 해야만 하는 곳도 있다. 일방통행길이다. 일방통행길에서 마침 내가 가야 할 곳이 진행해 오는 차와 맞은편 쪽이면 마주 보고 걸을 수 있지만 우리 집이 일방통행길과 같은 방향이면 차를 등지고 걸을 수밖에 없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우측통행이지만 가능한 한 길 가장자리에 붙어서 뒤쪽에서 오는 차를 신경 쓰면서 걸어야 한다.
 
  우측통행은 언제나가 아니다. 차가 없는 곳에서만이다. 보도, 지하철역 통로, 이런 곳은 차가 없다. 차 없는 곳에서는 우측통행이지만, 차와 사람이 같이 다니는 길에서는 차를 등지지 말고 마주 보고 걸어야 한다. 그럴 땐 우측통행이 아닌 좌측통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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