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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의 《친일인명사전》 강매 논란

‘꼼수’ 지원인가, 교육목적 보급인가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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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교육청, 市의회가 《친일인명사전》을 구매하라고 의결했다고 왜곡”(송재형 서울시의원)
⊙ 市의회 가결 예산안엔 ‘친일청산 교육활동 지원’뿐… ‘친일인명사전 보급’은 없어
⊙ “市교육청의 도서 특정 부적절… 市의회 의결 취지대로 여러 선택지 안내했어야”(김용석 서울시의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친일인명사전》 강매를 ‘市의회 의결 사안’이라고 계속 주장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11월 8일 서울시 용산구 효창동 백범 김구 묘 앞에서 《친일인명사전》을 공개했다. 《친일인명사전》은 여러 논란이 있는 책이지만,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1억6740만원을 들여 관내 중ㆍ고교 558개교에 이를 배포했다. 사진=조선일보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내 583개 중·고등학교에 총 1억7550만원(학교당 30만원)을 보내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하라고 강요한 문제를 둘러싸고 교육계가 시끄럽다. 서울시내 각급 학교의 도서관에 《친일인명사전》을 비치하고 ‘교사 연구 및 수업 활용 자료’ ‘학생들의 탐구 학습 자료’로 활용하라는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 중·고교 13곳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책을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구입 거부 학교에 대한 감사,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김문수(金文洙) 위원장은 해당 학교 교장에 대한 의회 출석 요구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실상의 ‘협박’이었다. 결국 구입 거부 방침을 밝힌 13개교 중 9개교가 입장을 바꿨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예산을 내려보낸 583개교의 96%에 해당하는 558개교가 《친일인명사전》을 샀다.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곳은 4개교, 보류 중인 곳은 21개교뿐이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의 ‘강공’이 먹혔다는 얘기다. 과연 이들의 ‘콤비 플레이’는 적법절차를 따른 것일까.
 
 
  “《친일인명사전》 구매 예산 넣는 것 몰랐다”
 
  《친일인명사전》은 여러 가지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책이다. 해당 책을 출간한 ‘민족문제연구소’에 대해 “주도하는 인사들이 좌편향적이다” “학문적 권위가 없는 민간단체가 자의적 기준에 따라 ‘친일파’ 낙인을 찍는다” “좌익엔 관대하고, 우익엔 냉혹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지적은 그동안 숱하게 있었다.(《월간조선》 2015년 3월호 ‘서울시교육청의 민족문제연구소 특혜 지원 논란의 내막’ 참조)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는 이 같은 ‘문제의 책’을 국민의 세금을 들여 사들이게 했다. 가장 먼저 이를 제안한 사람은 김문수 서울시의원이다. 그는 2014년 12월 2일 이근표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에게 “각급 학교에 《친일인명사전》을 보급하자”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교육청의 2015년도 예산안에 ‘《친일인명사전》 보급’ 사업 관련 예산을 편성해 교육청에 되돌려보냈고, 교육청은 수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 예산안은 2014년 12월 15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 시의원이 이처럼 민족문제연구소의 책을 서울시내 학교에 퍼뜨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다른 시의원들은 뭘 했을까. 다음은 교육위원회 소속 모 시의원의 얘기다.
 
  “당시 시의회 속기록을 찾아보시면 알겠지만, 《친일인명사전》과 관련해서 의원들 사이에 토론이 없었습니다. 관련 예산이 들어간 사실을 당시에 알았다면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었을 텐데, 보도자료 한 장 찾아볼 수 없잖아요.
 
  그게 계수조정소위 때 김문수 교육위원장이 챙긴 예산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는 다른 의원들이 넣고자 하는 예산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게 관행이기도 하고, 다들 자기 관심 사안만 가지고 교육청과 얘기를 하다 보니까 지나치게 된 거죠. 비판을 한다면 감수해야겠지만, 솔직히 지난해 역사교과서 문제 이후 《친일인명사전》 논란이 있고 나서 예산이 들어간 걸 알게 됐습니다.”
 
 
  “《친일인명사전》 강매는 학교 자율성 침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좌)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우). 두 사람은 《친일인명사전》 구매ㆍ비치를 거부하는 학교들에 각각 ‘감사’와 ‘시의회 출석’ 등을 내세우며 예산 집행을 압박했다. 사진=조선일보
  이번 《친일인명사전》 관련 논란은 책의 내용, 출간단체의 성향 등을 떠나 ‘배포 과정’의 ‘강제성’에서 비롯한 것이다. ‘강매’에 가까운 서울시교육청의 행태에 위법적인 요소가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교육청은 2월 2일 중·고교 583개교에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해 교사 연구 및 수업 등에 활용하도록 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특정 서적을 사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조형래 배명고등학교 교장(서울시 사립중고교교장회 회장)은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교육청에 구입하라고 했기 때문에 교육청은 학교에 《친일인명사전》 구입 대금 30만원을 교부하니 구입하길 바란다’고 명시했다”며 “이는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시 사립중고교교장회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서울시교육청의 《친일인명사전》 구매 강요와 관련해 반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학교가 도서 구입을 할 때는 ‘학교도서관진흥법’에 따라 도서 구입 전 일주일간 공포하고,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에서 심의 결과 반대할 경우엔 해당 책을 살 수 없다. 《친일인명사전》을 사라고 요구하는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을 따르려면 학교장이 법을 위반해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부도 이와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서울시교육청에 ‘적법절차’를 따랐는지 보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교육 관련 민간단체 자율교육학부모연대는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인 김문수 시의원을 ‘직권 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승인한 취지와 달리 집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친일인명사전》 강매에 일부 학교가 반발하자 보도자료를 내고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은 서울시의회의 합의를 거쳐 정당하게 편성되었으며, 학교에 목적사업비로 교부한 것이므로, 학교에서는 예산을 목적에 맞게 집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친일인명사전》 배포를 찬성하는 측에서도 “새누리당 시의원들도 동참해 만장일치로 의결한 사안”이라는 걸 내세우면서 반발 움직임을 막으려 했다.
 
 
  與黨 市의원, “도서명 특정한 예산은 부당하다” 이의제기
 
송재형 서울시의원(새누리당)은 “서울시교육청이 마치 서울시의회가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하도록 결정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2014년 12월 당시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1544쪽에 달하는 〈2015년도 서울특별시 교육비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서〉에 ‘친일인명사전’이란 단어가 들어간 사업은 없다. 이는 새누리당 소속 송재형(宋在亨) 시의원(교육위원회)이 “도서명을 특정한 예산 요구는 부당하다”며 이의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송재형 시의원의 얘기다.
 
  “당시 예산결산특별위원 30명 중 10명이 새누리당 소속인데, 그중 한 명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교육위원회에서 올라온 사업 중 ‘《친일인명사전》 보급’이란 게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걸 막으려고 이의제기를 했고, 결국 ‘친일청산 교육활동 지원 사업’이라고 사업 내역을 변경한 후 예산을 편성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해당 예산의 세부 내역은 100개 학교(공립 60개, 사립 40개)에 각 175만원씩 지원하는 것이었다. 요약하면 서울시의회가 의결한 사업은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관내 중·고교 583개교에 30만원씩 주면서 《친일인명사전》을 사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친일청산 교육활동’을 하라는 취지로 100개교에 돈을 내려보내는 것이었다.
 
  ‘친일청산 교육활동 지원사업’으로 사업 내역을 변경한 취지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친일청산’ 관련 교육활동을 하는 데 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대문형무소나 독립기념관 같은 시설 견학, 항일을 주제로 한 각종 시청각물 제작 또는 감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돈을 쓰라는 것이지, 특정 도서를 사라고 강요하라는 게 아니었단 얘기다.
 
  이와 관련, 송재형 시의원은 “새롭게 편성한 ‘친일청산 교육활동 지원 사업비는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와 의논해 자율적으로 계획을 세워 학교 단위에서 집행하는 학교회계전출금일 뿐”이라며 “이런 사실에도 서울시교육청은 마치 서울시의회가 특정 도서를 구입하도록 결정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백번 양보해 각 학교에서 자율적인 결정에 의해 특정 도서를 구입한다면 모를까, 교육감이 특정 도서를 지정해 목적성 경비로 사용하라고 강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소속 김용석(金勇錫) 시의원(교육위원회)도 같은 취지의 비판을 했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예결위에서 사업명을 바꿨고, 그게 본회의에서 통과된 거라면, 본회의 의결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본회의 의결에서 《친일인명사전》이란 말이 빠졌다면, 교육청은 학교 측에 여러 선택지를 안내하면서 ‘《친일인명사전》 구매’를 그중 하나로 얘기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 하나만 딱 집어서 사라고 한 건 ‘오버’인 거죠.”
 
 
  《친일인명사전》 보급 막는 게 反국가적 행위?
 
  그런데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김문수 시의원은 교육청에 《친일인명사전》 구매를 독촉했고, 조희연 교육감은 이에 호응했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회의록 중 일부다.
 
  〈위원장 김문수: (전략) 친일인명사전 관련된 얘기입니다. (중략) 자, 학생들에게, 지금 우리의 학생들에게 너희들도 앞으로 일본이나 외세가 우리를 침략하게 될 경우에 이렇게 하라고 해야 됩니까, 하지 말라고 해야 됩니까, 교육감님?
 
  교육감 조희연: 하지 말라고 해야지요.
 
  김: 당연히 하지 말라고 지금 가르쳐야 되지요?
 
  조: 네.
 
  김: 자, 이런 짓을 누가 했는지 이름을 자세히 가르쳐 주어야 됩니까, 이런 걸 가르쳐 주지 말고 숨겨야 됩니까, 교육감님?
 
  조: 잘 가르쳐야 되겠습니다.
 
  김: 누가 했는지 구체적으로 가르쳐 줘야 되지요, 이름 석 자까지 정확히 해서. 맞지요?
 
  조: 네.
 
  김: 자, 그런데 작년 예산에 우리 서울시의회에서 이것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서 지금 예산을 잡아 놓은 상태인데, 이것을 집행하려고 하니까 이걸 못하게 방해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중략) 이 자료는 이미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서 만들어져 있는 매우 훌륭한 역사자료입니다. 제 생각에는 꼭 이것을 집행을 했으면 좋겠고요. 저는 이 일을 못하게 하는 행위는 정말 이거야말로 반국가적인 행위라고 봅니다.(후략)
 
  조: 네, 김문수 위원장님께서 이렇게 주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또 여러 위원님들과 함께 만장일치로 이걸 사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책정을 하셨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희는 행정적으로 시행해야 되는데 어떻든 이게 책을 이렇게 구입해서 그런 선례가 많지 않다고 그럽니다. 그래서 저희가 선례라든가 이런 것을 지금 검토하고 있는 중입니다.(2015년 2월 26일 )〉
 
 
  서울시교육청, 違法 논란 피하려 ‘꼼수’ 부렸지만…
 
1544쪽에 달하는 〈2015년도 서울특별시 교육비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서〉에 《친일인명사전》구매 사업 예산이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친일인명사전》을 일괄 구매·배포하는 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 위반으로 해석할 여지가 큰 행위다.
 
  ‘지방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대상은 ‘추정가 2000만원 이하 사업’이다. ‘친일 청산 교육활동 지원’ 사업의 예산은 1억7550만원이다. 서울시교육청이 해당 사업을 진행하면서 ‘민족문제연구소’와 수의계약을 맺고, 사업비 전액을 《친일인명사전》을 구매하는 데 쓰는 건 ‘지방계약법’ 위반이란 얘기다.
 
  《월간조선》이 지난해 2월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에 질의했을 때 ‘친일청산 교육활동 지원사업’ 담당 부서인 민주시민교육과의 김재환 당시 과장도 “특정 대상을 지목하는 건 계약법에 맞지 않기 때문에 특정 출판사가 만든 걸 학교에 배포하는 건 곤란하다고 본다”면서 “예산은 규정에 맞게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위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금처럼 각 학교에 예산을 분배한 뒤, 학교별로 《친일인명사전》을 구매·비치하도록 공문을 보내거나 이런저런 방법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건 ‘특혜 시비’ ‘직권 남용 의혹’을 자초하는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의 신념은 어디로 갔나
 
지난 3월 7일 조희연 교육감이 낸 보도자료. 조 교육감은 해당 글에서 ‘《친일인명사전》 강매 논란’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 ‘《친일인명사전》 배포 사업’은 서울시의회 의결 사안이라고 강변했다.
  지난 3월 7일, 조희연 교육감은 ‘친일인명사전 학교 도서관 배포를 마무리하며’란 보도자료를 냈다. 조 교육감은 해당 글에서 ‘《친일인명사전》 배포 사업’은 서울시의회 의결 사안이라고 또다시 강변하면서 ‘강매 논란’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지난 2014년 말 서울시의회의 의결에 의해 추진된 《친일인명사전》의 중·고등학교 배포 사업을 일단락짓고자 합니다. 《친일인명사전》 배포에 대한 일부 단체의 항의, 가처분 소송, 행정소송, 구입 학교 학교장에 대한 고발 ‘위협’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 이 사전의 배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시의회의 결정을 존중해 진행한 《친일인명사전》 배포 사업에 적극 호응해 주시고 학생들이 직접 열람할 수 있도록 도서관에 비치해 주신 교장선생님들과 학교 관계자 여러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 드립니다.
 
  (중략)
 
  저는 대학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쳐 온 사람으로서 평소에 우리 사회가 ‘수평적 다양성의 사회’로 가야 하고 ‘수평적 다양성의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일인명사전》 비치를 거부하신 교장선생님들이나, 보류 중인 분들과도 저는 계속 소통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친일인명사전》 강매’ 과정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조 교육감의 신념인 ‘수평적 다양성’을 찾긴 힘들다. “특정 책을 사지 않으면 감사를 하겠다”며 윽박지르는 ‘수직적인 획일성’,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강제성’만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과장과 장학관, 미루거나 전화 안 받거나
 
  지금까지 살핀 내용을 종합하면 서울시교육청의 《친일인명사전》 강매는 예산서에 나온 ‘사업 내역’과 다른 것이고, 서울시의회의 예산 승인 취지에 어긋난다. 그럼에도 《친일인명사전》을 사라고 일선 학교에 강요하는 건 ‘직권 남용’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월간조선》은 김시영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과장에게 물었다.
 
  —2015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서엔 친일인명사전 구매 사업은 없고, ‘친일청산 교육활동 지원 사업’이 있던데요.
 
  “아, 그랬던가요?”
 
  —예,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해서 도서관에 비치하라고 한 건 해당 예산 편성 취지에 어긋난 것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요.”
 
  —본회의 의결 취지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친일청산’과 관련한 여러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인데요.
 
  “제가 3월 1일 자로 와서 지금 얘기한 내용이 금방 이해가 안 되네요.”
 
  김 과장은 외근 중인 담당 장학관에게 문의하라고 했다. 담당 장학관은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김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담당 장학관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얘기했으니 다시 해 보라”고 말했다. 재차 담당 장학관에게 전화했지만, 그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또 김 과장에게 이를 전했더니, 그는 “우리가 답변을 회피하는 건 아니다. 분명히 ‘통화하겠다’고 말했다”고 얘기했다. 이후 담당 장학관과의 통화를 4회 더 시도했지만, 끝내 그의 답을 듣지 못했다.
 
  《친일인명사전》 강매 논란과 관련해 가장 큰 이득을 본 곳은 책을 펴낸 ‘민족문제연구소’다. 일단 이들은 서울시교육청 덕분에 불과 한 달 만에 매출 1억6740만원을 올렸다. 이번 논란 이후 전북에서도 《친일인명사전》 배포를 추진하는 걸 감안하면 향후 이들은 더 많은 판매고를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또 실속을 차린 이들은 조희연 교육감과 김문수 시의원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2014년 6월 서울 교육감 선거 당시 자신을 지지해 준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임헌영씨에게 국민들의 돈(세금)으로 일종의 ‘보은’을 한 셈이다. 김문수 시의원의 경우 《친일인명사전》 강매 논란이 이어진 약 40일 동안 하루 평균 4회 이상 기사에 등장했다. ‘《친일인명사전》 전도사’를 자처하며 하루에도 수차례 언론에 나오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많아졌을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실속’을 챙기는 사이 우리 사회는 ‘역사 갈등’ ‘학교 자율성 침해’ 말고 무엇을 얻었을까. 자기가 낸 세금이 이런 책을 사는 데 쓰였다는 것을 아는 서울시민은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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