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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로스쿨의 명암

‘다양한 전문가 육성’이란 도입 취지에서 벗어나 논란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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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 명문대 중심으로 ‘이상과열’
⊙ 법원은 ‘때 탄 사람’을 싫어한다?
⊙ 변호사 시험 성적 공개로 로스쿨 학원화 예상
  2016년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입시에 필수 참고자료가 되는 법학적성시험(LEET, 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이 8월 23일 전국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로스쿨 입학 전형(銓衡)은 학부성적, LEET 점수, 토익 등 영어점수, 서류평가 등을 종합해서 이뤄진다. LEET에 응시하지 않으면, 올해 말 로스쿨 입시에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국 25개 로스쿨 입학정원은 2000명이다. 지난 7월 초 마감된 LEET접수결과에 따르면, 올해 LEET 시험 응시자는 8246명이다. 산술적으로, 경쟁률은 4:1이다. 반면,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의 최근 1차 경쟁률은 2011년 12.1:1, 2012년 12.8:1, 2013년 13.9:1, 2014년 14.5:1이었다. 결론적으로 로스쿨은 사법시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률은 낮다.
 
  사법시험은 2017년 폐지 예정이다. 향후 법조인 선발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시험 합격자로 일원화할 예정이다. 다만 정치권, 법조계를 중심으로 사법시험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사법시험이 로스쿨과 공존할 가능성도 있다.
 
 
  로스쿨, 명문대 중심으로 ‘이상과열’
 
  모든 시험에는 허수(虛數)가 있다. 사실 LEET 응시는 대학졸업만으로 가능하다. LEET 지원자 가운데 상당수는 특별한 준비 없이 시험에 응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기자가 로스쿨 입시학원, 로스쿨 입시 지망생들에게 폭넓게 문의한 결과, 로스쿨 입학만을 목표로 6개월 이상 준비하는 수험생은 약 4000명 규모로 추정됐다. 이렇게 생각하면, 로스쿨 실질 경쟁률은 2:1에 불과하다는 추론이 나온다.
 
  기자는 7월 초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졸업생 포함)들을 서울시 강남역 근처 스터디카페에서 만났다. 출신학교, 이름 등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로스쿨 준비생의 속마음을 들었다. 로스쿨 입시생들의 이야기는 이렇다.
 
  —로스쿨에 왜 들어가려 하나요.
 
  “사실 ‘문과(文科)’ 출신이 할 게 별로 없어요. 취업이 힘든 정도가 아니에요. 변호사는 문과 최고의 자격증이라는 생각으로 준비 중입니다.”
 
  —경쟁률이 4:1 정도인데, 사법시험에 비해 쉬운 것 아닌가요.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로스쿨 지망생의 80%는 소위 스카이 출신(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이에요. 로스쿨에 가려는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법학 관련 학점을 따면서 철저히 준비해요. 상위권 로스쿨에 가려면 거의 모든 과목에서 A 학점을 유지해야 해요.”
 
  —학생들이 선호하는 로스쿨은 어디인가요.
 
  “인(In)서울(서울 소재 로스쿨)하고 싶어하죠. 로스쿨에 이미 진학한 선배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방 로스쿨로 가면 서울 로펌 취업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해요. 사실 명문 로스쿨도 대형로펌에 취업하는 졸업생이 10명 이내예요.”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나요.
 
  “부모님 도움 없이는 어렵다고 봐요. 원하는 로스쿨 진학을 위해 재수, 삼수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원비만 (한 달에)30만~40만원이에요. 합격하면 시작이에요. 등록금이 사립은 학기당 1000 만원, 국립은 500만원이에요. 요즈음 로스쿨은 선행(先行)학습이 기본이에요. 입학 전에 학원 가서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가지를 못해요. 변호사 시험 역시 로스쿨 수업만 듣고 합격하기 힘들어요.”
 
  로스쿨 입시는 명문대 출신들을 중심으로 이상(異常)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작년 서울대 경영대 각 학년 성적우수자를 축하하기 위해 교수들이 마련한 축하 만찬에서, 학생들이 장래 희망을 너도나도 ‘로스쿨 진학’이라고 말해 교수들이 당황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도입 취지 변질
 
2014년 3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로스쿨 제도 정상화를 위한 원우총회’에서 전국 로스쿨 학생들이 모여 “변호사 시험을 자격 시험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로스쿨은 법률시장 개방을 대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과 국제 감각을 겸비한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2009년 도입했다. 로스쿨의 모범사례가 된 미국의 경우, 의사·회계사·기자·과학자 등 다양한 직종에서 활동하던 전문가들이 로스쿨에 입학하고 있다. 직장에서 은퇴한 40~50대가 로스쿨 진학을 통해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일도 흔하다.
 
  로스쿨이 설립 취지를 살리려면, 다양한 사회 경력자를 폭 넓게 선발해야 한다. 만약 로스쿨이 다양한 직장 경력자를 우대(優待)하고, 폭넓은 사회 경험자들을 우선 선발한다면 로스쿨 진학 희망자들은 로스쿨 진학 전에 직장 경력부터 쌓으려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로스쿨, MBA 입학을 위해 직장 상사의 추천과 사회 경험이 크게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최근 공개된 2015학년도 전국 25개 로스쿨 입학자 현황을 보면 2015년 서울 소재 12개 로스쿨 입학생의 94.2%가 31세 이하였다. 특히 41세 이상은 단 1명이었다. 명문대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했다. 2015학년 로스쿨 입학생 가운데 31세 이하 비율은 서울대 97.4%, 고려대 100%, 연세대 93.7%로 나타났다.
 
  로스쿨 도입 취지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육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최소 직장 경력 3년 이상으로 선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취업난이 극심한 요즈음 남학생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30대 초반에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어느 정도 사회경험을 쌓고 로스쿨에 지원을 하면 자연스럽게 나이가 30대 중반이 된다. 그러나 이런 경력자의 로스쿨 입학에는 현실적인 장애물이 있다.
 
 
  직장인, 로스쿨 진학 망설여
 
  로스쿨 입시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로스쿨이 나이 많은 지원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취업 시장에서 ‘나이’는 중요한 경쟁력이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도, 나이가 많으면 취업이 힘들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로스쿨이 가능하면 나이 많은 지원자를 자연스럽게 꺼리는 것이다. 두 번째로 직장인들이 로스쿨 진학에 매력을 못 느끼고 있다. 사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과거 사법시험 출신과 처우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무한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려는 지원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전문직 종사자들보다 대학생들이 직장을 구하려 하지 않고 재수, 삼수까지 하며 로스쿨 입시에 올인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이제 ‘나이’는 로스쿨 입시에 중요한 스펙(specification)으로 여겨지고 있다. 요즈음은 50세에 9급 공무원에 도전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하물며 학교 입학에 나이가 합격의 중요 기준이 된다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않다.
 
  기자는 로스쿨 입시생을 가장하고 로스쿨 입시학원을 방문해 로스쿨 입학 가능성을 문의했다. 대답은 이러했다.
 
  —로스쿨 입학이 가능할까요.
 
  “‘나이’가 많아(38세) 서울은 어렵습니다. 지방을 목표로 도전해 보세요.”
 
  —로스쿨 입시요강에 ‘나이’에 대한 내용은 없는데, 왜 안 되나요.
 
  “면접, 서류전형에서 자연스럽게 탈락해요. 수년 동안 원서를 써 와서 잘 알아요. 분명 학교마다 ‘나이’ 제한이 있어요.”
 
  —왜 ‘나이’가 많으면 안 되나요.
 
  “‘나이’가 많으면, 변호사 시험이 어려워요. 변호사 시험 합격률과 관련이 있어요. 확실히 어릴 때 공부해야 성적이 좋아요. 또 ‘나이’가 많으면 취업도 힘들어요. 취업률도 떨어지는 것이죠.”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하는 기자의 상황이 이런데, 40세를 넘긴 전문직 종사자의 로스쿨 입학은 거의 닫혀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았다. 실제 기자는 취재 도중에 ‘나이’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수험생을 만났다. 그는 서울 소재 명문 사립대 경영학과 박사과정에 있었다. 작년 지방 소재 로스쿨에 지원했는데 탈락했다. 그는 나이(당시 37세)가 크게 좌우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슷한 경우로 나이 때문에(입학 당시 37세) 서울 소재 로스쿨 입학이 좌절됐다고 생각하는 지방 소재 로스쿨 재학생도 있었다.
 
 
  로스쿨, 공식적으론 ‘나이’ 제한 부인
 
  정말 이들이 ‘나이’ 때문에 피해를 봤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없다. 공식적으로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 로스쿨은 없다. 만일 있다면 그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당연히 ‘로스쿨’은 나이 등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입시 결과는 서울 소재 로스쿨 입학생의 열에 아홉은 ‘31세 이하’로 나타나고 있다. 또 로스쿨 교수들에게 개인적으로 문의한 학생들이 교수로부터 “30대 중반에 로스쿨에 들어오면, 40대 초반에 취업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겠느냐”, “나이가 많으면 매너리즘에 빠져 공부가 어렵다”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35세가 넘으면 로스쿨 입학은 단념하는 것이 좋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은 다양한 사회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경력 법조인만 법관으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력법관 제도란 일정기간 법조 경력을 가진 사람만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제도로, 2011년 법원조직법이 개정되면서 생겨났다. 10년 이상 법조 경력이 있는 사람만을 법관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한시적으로 2013~2017년에는 3년 이상 법조 경력이 있는 사람도 법관으로 선발한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곧바로 판사로 임용되면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법복을 입는 경우도 생겼다. 고시원에서 평생 공부만 해, 사회경험이 전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사회에 관심이 있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 치열한 판사임용 경쟁에서 탈락하기가 쉬웠다. 이런 배경에서 판사가 사회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한 법원장 등 법원 고위직에서 은퇴하고, 근무하던 법원 앞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설해 눈총을 받는 일이 많았다. 소위 전관예우(前官禮遇) 논란이다. 주요 사건이 전관에게만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전관 변호사 수임료는 부르는 것이 값이 되었다. 그 결과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인식이 보통 시민들에게 퍼져, 극심한 사법 불신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 법조 경력자를 판사로 임용해, 가능하면 은퇴할 때까지 판사직을 수행하도록 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이 법조일원화의 취지이다.
 
  법조일원화는 로스쿨 제도와 엉켜 있다. 이제 로스쿨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가진 변호사가 배출되니, 사법시험처럼 성적순으로 판사를 임용하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법원은 ‘때 탄 사람’을 싫어한다?
 
  아마 법원이 ‘법조일원화’의 취지를 살리려 한다면, 해당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를 판사로 영입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법관 임용을 원하는 법조인들은 박사학위를 취득하거나, 관련 책을 집필하는 등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만약 법원이 사회봉사 경험을 높이 사서 법관을 임용한다면, 변호사 사이에 무료 변론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많이 다르다.
 
  기자는 올해 초 풍부한 사회활동과 방송출연으로 유명한 변호사에게 ‘경력판사’에 한 번 지원해 보면 어떠냐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사법연수원을 마친 후 변호사 개업을 했다. 방송출연 등으로 이름도 있고 사회활동도 활발하게 했으니, 경력판사에 지원하면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에 농담 삼아 물어봤다. 당시 해당 변호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경력판사 지원해 보면 어때요.
 
  “(웃으며)법원은 저처럼 때 탄 사람 좋아 안 해요.”
 
  — (3년 이상 법조인으로)자격은 충분하지 않나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죠. 그러나 (법원은)이러저런 일 하며 돌아다닌 사람 좋아하지 않아요. 로클럭 생겼잖아요. 결국 로클럭이 되는 것이죠.”
 
  —법원은 경력판사 제도를 통해 순혈주의를 깨고, ‘법조일원화’를 이루자고 하는 것 아닌가요.
 
  “법원에 오래 있다가 나와서 변호사 하시는 분들은, 저희들(전관 없이 변호사 개업한 법조인)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같은 변호사지만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의 예언은 곧 현실화됐다. 지난 7월 1일 법원은 법조 경력 3년 이상의 경력법관 37명을 임명했다. 최초로 로스쿨 출신 법관이 탄생한다는 점에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법원의 발표 직후 비판이 빗발쳤다. 로스쿨 출신 37명 가운데, 27명(73%)이 재판연구원(로클럭) 출신이라는 점이 불씨가 됐다. 로클럭은 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사건의 심리 및 재판에 관한 조사, 연구를 수행하는 자리로, 대법원장이 변호사 자격자 중에서 선발한다. 굳이 표현하면 ‘판사 인턴’ 정도의 지위다.
 
  로클럭 출신 신임 법관들은 변호사 시험 합격 후 2년 동안 각급 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일한 뒤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임용됐다. 변호사 경험은 6개월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대형로펌 출신이 많았는데, 대형로펌이 향후 법관으로 임용될 로클럭 출신을 인맥 관리 차원에 선발한다는 ‘후관예우’ 논란이 촉발됐다. 로펌들이 판사 임용이 거의 확실시되는 로클럭 출신들에게 경력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사전에 관리했다는 의혹이다.
 
  결국 법관이 되고 싶으면, 로스쿨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로클럭에 선발돼야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달라진 것은 과거 오직 점수만으로 선발하던 것에서 법원의 주관적 고려가 개입될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의 빌미가 되고 있다. 실제 고위 법관 출신 자녀들의 임용 소식이 언론에 계속 보도되면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따가운 시선에 법원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변호사 시험 성적 공개로 로스쿨 학원화 예상
 
  로스쿨은 각 대학별로 특성화해 있다. 학교들이 서열화하지 않고, 다양한 전문가 육성의 본래 목표를 이루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실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점수’에 올인해야 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25일 헌법재판소는 로스쿨 재학생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변호사 시험 성적 비공개’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은 위헌이다”고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로 관련 조항을 위헌 결정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법무부는 7월 초 1~4회 변호사 시험 성적을 공개했다.
 
  헌재 결정 전까지, 로스쿨 졸업생들이 응시하는 변호사 시험은 자격시험을 명분으로 성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 결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 자격 취득 졸업생의 실력을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로스쿨 학점이 유일했다. 논란은 로스쿨마저 서열화해 아무리 지방 로스쿨에서 좋은 학점을 받아도 로펌 등에서 인정해 주지 않아, 지방 로스쿨 출신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변호사 시험 초기부터 변호사 시험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그러나 시험 성적을 공개하면, “로스쿨이 변호사 시험 학원이 된다”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았다. 헌재의 결정은 이러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헌재 결정에 따라, 개인 석차뿐만 아니라 로스쿨별 평균점수까지 공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4회 변호사 시험의 경우 석차를 제외한 점수만이 공개됐다.
 
  성적공개는 ‘로스쿨 학원화’라는 우려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공교육 붕괴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러한 부작용이 그대로 전염되는 모양새다. 로스쿨 공교육 붕괴 징후는 현실화했다. 이미 로스쿨 재학생을 타깃으로 한 교육상품이 출시됐다. 현직 변호사가 강사로 나서, 학년별 학점관리를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학비 역시 만만치 않다. 6개월 동안 변호사 시험 대비 전 과목 강의를 듣는데, 3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 입시에도 불만 많아
 
전통적 고시의 중심 서울 신림동 고시촌 풍경. 로스쿨 도입으로 이제는 사라져가고 있다.
  사실 로스쿨 다니는 것도 힘들지만, 입학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수 학생들이 진학을 열망하는 로스쿨 입시는 학부 학점, LEET 점수, 토익 등 영어점수, 서류평가 등을 통해 결정된다. 이러한 입학 전형은 타당한가. 기자가 로스쿨 입시 준비생들을 폭넓게 만나 본 결과,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우선 ‘학점 인플레’ 논란이 크다. 해외에서 대학을 마치고 국내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 학생들이 가장 놀라는 부분이 한국 학생들의 학점이다. 로스쿨 지망생들의 학점은 거의 A- 주변을 맴돌고 있다. 거의 대부분 A+를 받고, 몇 과목에서 A-를 받은 것이다. 미국 등 북미대학의 경우, 이 정도 학점을 받으면 교수들로부터 ‘박사과정까지 장학금을 줄 테니 대학원에 진학하라’는 제의를 받는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학부 과정을 마치고, 현재 서울 소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은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캐나다 등 북미 대학에서 학점을 받는 것은 정말 어려워요. 수강 과목당 A+는 1~2명 받아요. B+만 나와도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대학원 진학과정에서 학점 때문에 힘들었어요.”
 
 
  외국에서 놀라는 한국 대학 ‘학점’
 
  과연 해외 대학생들이 보기에 놀라운 고(高)학점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로스쿨 준비생들을 위한 인터넷 카페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해당 학생은 로스쿨 입학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학부에서 법학 전공과목을 많이 수강했어요. 이번에 본교 로스쿨에 입학했어요. 학부 수강 법학 관련 과목에서 전과목 A+를 획득했던 것이 크게 도움을 줬어요.”
 
  이런 글이 올라오자, 해당 학생에게 전과목 A+ 획득 비법을 묻는 댓글이 쇄도했다.
 
  기본적으로 해당 학생이 전과목 A+를 받은 것은, 본인의 노력이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서울 소재 대학 학부생을 상대로 법학과목을 강의하고 있는 강사는 최근 기자를 만나 이런 하소연을 했다.
 
  “중간, 기말고사가 끝나면 학점 관련해 학생들이 집요하게 연락해요. 학점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죠. 로스쿨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절대평가라면, 그냥 웬만하면 A-를 주고 싶어요. 그런데 요즈음은 상대평가로 A학점을 줄 수 있는 비율이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정해진 비율에 맞게 최대한 A학점을 주고 있어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만일 낮은 학점이 나오면 학생들은 끝없이 재수강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계절학기 등을 이용해 학점을 올리고, 그래도 어려우면 1~2학기 학교를 더 다니면서 학점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대외 제출용 성적표’를 따로 발급해 주고 있다. 과거 낮게 나왔던 성적은 삭제되고, 재수강한 학점만 기입되는 것이다.
 
  로스쿨 입시의 중요한 전형 요소인 토익 역시 비슷한 문제가 있다. 로스쿨 합격생들의 평균 토익 점수는 900점이 넘는다. 원래 토익 점수가 900점이 넘으면 외국인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900점이 넘는다고 해서 영어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토익 성적과 영어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실 미국, 캐나다 사람이 토익 시험을 응시하면 800점대 중반을 취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인이라고 국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0점 취득자가 유독 한국에만 많은 것은 한국 특유의 시험 전략 때문이다. 문제가 꾸준히 유출되고, 이렇게 쌓인 문제를 반복 학습하면서 시험에 대한 기술이 늘어나는 것이다. 기자가 최근 중견기업 인사팀장을 만나 토익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로부터 “토익으로 성실성을 본다”는 답을 들었다.
 
  사실 법학은 영어와 큰 상관이 없다. 대륙법을 따르고 있는 한국의 법률을 공부하는데 영어보다 독일어가 더욱 요긴하다. 그럼에도 불안한 수험생들은 토익 900점이 넘어도 만점 획득을 위해 1년 넘게 어학원 새벽반 수업을 들으며 점수를 올리고 있다.
 
 
  법조계, ‘사법시험 존치론’ 갈등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며, 신림동 고시촌 인근에 설치된 홍보 게시물들.
  현재 로스쿨 관련 가장 ‘뜨거운 감자’는 사법시험 존치 문제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사법시험은 2017년 폐지된다. 그러나 “로스쿨은 ‘돈’스쿨이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될 수 있는 사법시험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기존 로스쿨 제도를 유지하면서 사법시험 제도를 병행(竝行)하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사회적 약자’ 등 어려운 생활형편의 학생들이 로스쿨 학비를 감당할 수 없고 ▲로스쿨 선발, 로펌 채용 과정이 불투명해서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할 우려가 있으며 ▲로스쿨 출신은 실력이 떨어지며 ▲로스쿨 도입으로 법학교육이 변호사 시험 학원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반면 로스쿨 존치론자들은 ▲로스쿨은 장학금이 많아 형편이 어려워도 진학이 가능하며 ▲사법시험 역시 학원비 등 돈 없이 합격이 불가능하며 ▲이미 2017년 폐지가 결정됐고, 이를 믿고 대부분의 학생이 로스쿨에 진학했는데 이제 와서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사법시험 존치 관련 법안이 5건 계류돼 있다. 현재 사법시험의 운명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사법시험 존치 주장은 기본적으로 로스쿨 제도에 대한 비판 혹은 회의(懷疑)에서 시작됐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과 국제감각을 겸비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가 훼손된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지금이라도 다양한 출신들을 포용해야, 로스쿨에 대한 비판이 잠잠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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