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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국책사업의 정치화와 사회·경제적 갈등비용

정치화 이후 제주 해군기지 갈등비용 290배 증가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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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송전탑 건설과 인제 송전탑 건설 둘러싼 정치갈등 비용 242배 차이
⊙ 2005년 4월 이후 계속된 제주 해군기지의 정치갈등 비용 378억여 원
⊙ 동남권신공항 논란과 전주신공항 정치갈등 비용 격차 18.1배
⊙ 국책사업 민관위원회나 공동조사단도 진영논리에서 못 벗어나
⊙ 국토계획법, 보상법, 혐오·기피시설법 등 관련 법제를 망라한 ‘갈등관리기본법’ 제정 필요
2013년 4월 25일 제주도 강정마을 제주 해군기지 공사장 앞을 가로막고 농성을 벌이던 문정현 신부를 경찰이 끌어내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상습 반대와 외부세력의 개입, 찬반논쟁, 법정소송과 같은 ‘한국형 정치갈등’으로 사회·경제적 갈등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의 경우 정치화 이전(2005년 4월~2010년 5월)에 발생한 갈등비용이 1억300만원이었으나 정치화 이후 290.8배(2013년 말까지)가 증가한 378억여 원이 소요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치화 이전·후 차이는 372억800만원이었다.
 
  이 비용은 비슷한 국책사업인 군산 ‘직도(直島) 공군사격장’ 건설사업 당시 발생한 갈등비용(1억3200만원)과 비교해도 282.4배나 많았다. 직도 공군비행장 건설논란은 2005년 5월부터 2009년 7월까지 4년2개월간 지속됐었다.
 
  이 같은 결과는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위원장 한광옥)가 한국행정학회에 의뢰해 작성한 〈한국형 정치갈등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연구〉에서 드러났다. 지금까지 삼성경제연구소 등이 사회갈등지수나 집회로 인한 피해액을 조사한 적은 있으나 ‘한국형 정치갈등’에 따른 사회·경제적 피해 및 손실액을 수치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서 ‘한국형 정치갈등’이란 국책사업을 반대하는 시위와 집회가 대규모로 증가하고 지역 정치권과 정당, 대선주자의 현지방문, 종교사회단체와 같은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주민분열과 갈등이 증폭되는 현상을 말한다.
 
  국민대통합위원회 정책평가부 관계자는 “공공갈등의 정치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치화 갈등을 분석하고 한국적 환경에 맞는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며 “현재 일반국민은 공공갈등에 대한 관리 및 시스템 체계를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합위 관계자는 또 “한국형 정치갈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중요하다”며 “한국형이라는 차별적 고려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지역문화, 정치, 환경 차이가 더욱 정치화 및 공공갈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책사업 상습반대 시위자들
 
상습, 무조건, 이념, 이벤트화한 反對를 위한 反對!

 
  권위주의 정부에서 민주정부로 전환되면서 점점 늘어나던 국책사업 반대행위는 노무현(盧武鉉) 정부 들어 정점에 이르렀다. 1992년 인천국제공항 건설 반대를 필두로 1994년 양양 양수댐 건설 반대, 1998년 새만금 방조제 건설공사 반대 및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공사 반대 등 1990년대부터 국가가 추진하는 대형 국책사업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국책사업 반대행위는 상습반대 행위자들이 해당 지역의 환경단체나 주민과 연대할 때 더욱 격렬해지는 경향이 있다. 서울을 거점으로 한 전국적인 환경단체가 개입해 지역주민 간의 불신이 팽배해지고 지역공동체가 갈등을 겪는 일마저 벌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동강댐, 한탄강댐, 부안 방폐장, 천성산 터널공사,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이다. 상습반대 시위꾼들은 잘못된 정보로 선동과 선악 이분법으로 이념화한 세력을 결집, 정치투쟁의 도구로 삼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져도 사과하기는커녕 억지를 부리면서 계속해서 전국을 돌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밀양 송전탑 건설과 인제 송전탑 건설 비교
 
2013년 9월 11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경남 밀양시 단장면사무소에서 송전탑 건설 문제를 놓고 반대주민 대표들과 협상 결렬 후 버스를 타고 이동하자 주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추진한 밀양 송전탑 건설사업은 당초 2002년 시작해 2010년 12월까지 약 2920일 동안 52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이 고압선으로 인한 환경파괴 및 인체 유해, 민가와의 인접, 지역경제발전 저해를 주장하며 ‘송전선로 변경’을 요구, 갈등이 불거졌다.
 
  정치화 이전단계에서는 6번의 시위와 집회가 발생했다. 대부분 외부개입 없이 지역주민과 지역 시민·환경단체가 주도한 것으로 대규모 첫 집회는 2007년 7월 밀양시 5개면(단장, 산외, 상동, 부북, 청도면 등) 지역주민 1000여 명이 참여한 궐기대회였다. 이날 발생한 사회·경제적 갈등비용을 환산하면 6332만원이었다. 산출방식은 1(하루)×1000(참여인원)×7915원(시간당 노임단가)×8시간(법정 근로시간)이다.
 
  2008년 8월에도 송전선로 백지화를 요구하는 ‘청정 밀양지키기 시민 궐기대회’에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를 비용으로 산정하면 1억2664만원(1×2000명×7915원×8시간)이다. 정치화 이전 발생한 6번의 시위와 궐기대회에 든 갈등비용을 모두 합산하면 4억2424만4000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외부에서 ‘탈핵(脫核) 희망버스’가 밀양에 들어오고 ‘희망순례’가 이어지면서 밀양은 순식간에 반전(反戰) 녹색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야당 정치인과 종교인이 밀양 농성장을 찾아와 합류하는 등 본격적인 정치갈등이 시작됐다. 2012년 3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정치화 이후 발생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모두 23차례에 걸쳐 103억9512만9360원이었다.
 
  이 금액에는 2013년 10월부터 작년 6월까지 254일 동안 투입된 경찰관 38만1000여 명의 공권력 투입발생 비용 99억여 원(경남경찰청 추산)이 포함돼 있다. 밀양 현지에서 숙식한 경찰관 33만여 명의 숙박비와 식비가 망라된 액수다. 구체적으로는 경찰 1인당 숙박비 1만2000원, 하루 3끼 식비 1만8000원 등 하루 평균 1500명의 경찰관에게 4000만원 상당이 들어갔다는 계산이다.
 

  다음은 정치화 이후 발생한 사회·경제적 갈등비용 중 일부다.
 
  〈▲2012년 3월 17~18일: 경남 밀양에서 고리원전 폐쇄를 촉구하는 ‘탈핵 희망버스’ 행사 1000여 명의 참석하에 진행(2×1000명×7915원×8시간=1억2664만원).
 
  ▲2013년 1월 14~15일: 밀양주민들과 송전탑 반대 대책위 ‘희망순례’ 진행(2×40명×7915원×8시간=506만5600원).
 
  ▲2013년 9월 11일: ‘밀양송전탑 갈등 해소 특별지원협의회’가 협상안(주민들에게 각 400여 만원의 보상금 지급안)을 확정 발표. 이에 반대대책위 주민 300여 명은 단상면사무소 앞에서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피력(1×300명×7915원×8시간=1899만6000원).
 
  ▲2013년 10월 28일~2013년 11월 11일(15일): 경남 밀양시 상동면 금호마을 박정규 이장 등 주민 3명,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국토대장정을 실시(15×3명×7915원×8시간=284만9400원).
 
  ▲2013년 12월 23일: 야당 의원 80여 명은 정부에 밀양 초고압 송전탑 공사 중단과 경과지 주민과 대화를 통한 대안 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개최(1×80명×7915원×8시간=506만5600원)….〉
 
  국민대통합위에 따르면 밀양 송전탑 건설사업을 두고 빚어진 정치화 이전·후의 갈등비용 차이는 99억7088만5360원이었다. 유사사례인 강원도 인제 송전탑 건설논란의 경우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차례 시위와 집회가 발생, 사회·경제적 비용이 4470만원 발생했다. 밀양 송전탑 정치화 이전·후 갈등비용(108억여원)과 비교해 242.0배의 차이가 났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논란과 군산 直島 공군사격장
 
2012년 3월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 전국시민의 날’ 행사에서 10여 명의 시위대가 카약을 타고 제주 해군기지 부지 내 구럼비 해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는 당초 예상대로라면 작년 9월 공사를 끝내야 했다. 사업계획은 2010년부터 2014년 9월까지 약 1365일이었다. 예상 사업비는 1조8000억원.
 
  정치화 갈등 이전 단계의 시위와 집회는 2005년 3월 25일~2010년 4월 20일에 간헐적으로 16차례 이뤄졌다. 사회·경제적 비용은 1억321만1600원으로 추산됐다.
 
  2006년 11월 18일 제주 주민 1000여 명이 참여한 ‘군사기지 반대 제1차 도민평화대회’가 가장 큰 집회였다. 이날 발생한 비용은 6332만원(1×1000명×7915원×8시간)이다.
 
  건설반대 집회뿐만 아니라 찬성 집회도 열려 지역 내 갈등이 커졌다. 2009년 12월 11일 제주도의회 앞에서 인허가를 촉구하는 범도민 궐기대회가 열렸는데 참여인원은 150명이었다. 갈등비용은 948만8000원(1×150명×7915원×8시간)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논란은 2010년 7월 15일 이후 정치화 갈등단계에 접어들었다. 2013년 말까지 집회와 시위에 소요된 사회·경제적 비용이 371억8789만9320원, 여기다 경찰과 공권력 투입에 따른 발생비용 6억4396만4400원을 더하면 378억3186만3721원으로 늘어난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 해군기지 반대시위는 외부세력이 제주로 몰려가거나 서울로 옮겨와 촛불집회와 삭발시위를 갖는 바람에 커다란 파장을 낳았다. 2011년 9월 3일 ‘구럼비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구럼비 순례 및 평화버스, 평화비행기 행사(1×1500명×7915원×8시간=9498만원)부터 2012년 2월 26일 강정포구 해군기지 반대 ‘카약시위’(1×30명×7915원×8시간=189만9600원)는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2년 3월 11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50여 명이 구럼비 발파작업 반대시위를 벌였고 청계천 광장에서도 500여 명이 삭발시위를 가졌다(2×550명×7915원×8시간=6965만2000원).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지역 내 갈등은 2007년 7월 주민소환 청구로 이뤄졌다. 주민소환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주민소환 서명 참여자는 7만7367명. 주민소환투표 청구 요건인 제주지역 유권자 41만6490명의 10%인 4만1649명보다 3만5718명이나 많아 지역공동체에 심각한 갈등을 초래했다.
 
  2009년 8월 6일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주민소환투표가 현실화해 귀중한 도민 역량이 낭비되고 있다”며 “국가에서 당위성을 인정한 해군기지는 도지사 소환 명분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9년 8월 26일 주민소환 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부결되고 말았다. 국민대통합위 관계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논란은 주민소환제라는 정치화 촉진과정을 거치며 많은 비용이 발생했다”며 “이 과정에서 가치적 대상이 ‘제주도를 위한’에서 ‘국민을 위한’으로 변경됐으며 사회단체 중 인권이나 평화를 사용하는 단체 개입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회·경제적 갈등비용에는 9차례 공권력 투입으로 소요된 비용이 포함돼 있다. 일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2011년 8월 31일 제주 강정마을 농성현장 철거에 경찰력 660명 투입(1×660명×7915원×8시간=4179만1200원).
 
  ▲2012년 3월 7일 구럼비 바위 발파작업 반대시위에 경찰력 780명 투입(1×780명×7915원×8시간=4938만9600원).
 
  ▲2012년 3월 25일 시민단체 민중의힘 소속 회원 및 시민 5000여 명이 참여한 제주 해군기지 반대시위에 경찰력 6000여 명 투입(1×6000명×7915원×8시간=3억7992만원).
 
  ▲2013년 4월 25일 제주 강정마을 농성현장에 경찰력 860명 투입(1×860명×7915원×8시간=5445만5200원)….〉
 
군산 직도 공군사격장 모습. 왼쪽의 작은 섬이 소직도, 오른쪽 큰 섬이 대직도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갈등과 비슷한 사례로 ‘직도 공군사격장 건설사업’이 있다. 직도는 군산에서 60km 떨어진 작은 섬으로, 2006년 9월 국책사업인 직도 한미 공군사격장 건설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었으나 주민들이 국책사업을 수용하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상생(相生)을 택한 케이스다.
 
  그러나 사격장 건립이 처음 발표될 무렵에는 지역주민과 종교인,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평화행진과 반전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사회·경제적 비용 환산이 가능한 집회와 시위비용은 모두 7차례에 1억3200만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제주 해군기지 사회·경제적 비용(379억여 원)과 비교해 287.4배나 차이가 났다.
 
  군산시는 2005년 당시 국책사업추진단을 구성하고 산지전용 및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내주면서 중앙정부로부터 11개 사업 3167억원(이후 3340억5000만원으로 증액)의 정부지원을 받았다. 이 돈은 군산시 한 해 예산(8700억원) 중 경직성 경비를 제외한 사회기반시설 투입예산(3700억원)과 맞먹는 사업비였다.
 
 
  동남권 신공항 논란과 전주 신공항
 
2011년 4월 저녁 대구 동성로광장에서 정부의 동남권 신국제공항 백지화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대통령과 정치권이 나서며 지자체 문제가 대선의 이슈로 커져 버렸다.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이 가덕도로 결정될 경우 2012년 착공, 2027년까지 5840일 동안 총 9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입지선정을 두고 부산과 경남, 울산과 대구·경북 등 5개 시·도가 갈등을 빚으며 아직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논란은 2006년 5월부터 시작됐지만 정치화 갈등 이전에 든 사회·경제적 비용은 32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부산·대구·울산상공회의소와 경북·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 허남식 부산시장, 박맹우 울산시장, 김태호 경남도지사 등 5개 광역시·도 상의와 시장 등이 신공항 건설을 촉구하는 정도의 미미한 성명전이 전부였다.
 
  정치화 이후인 2007년 10월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나서고 대권주자가 지역을 찾는 등 지자체 문제가 대선의 이슈로 커져 버렸다. 또 각 지자체의 입맛에 맞는 중복적 입지 타당성 용역 및 평가조사가 진행됐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시위와 집회도 점점 대형화했는데, 2009년 5월 11일 ‘바른공항건설시민연대’ 소속 회원과 시민 5000여 명은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광장에서 동남권 신공항의 가덕도 유치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발생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대략 3억1660만원(1×5000명×7915원×8시간)으로 추산됐다.
 
  2011년 1월 26일에는 대구, 울산, 경남·북 등에서 온 200여 시민단체 3000여 명이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모여 ‘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 시·도민결사추진위’ 발대식을 가졌다. 이날 갈등비용을 환산하면 1억8996만원(1×3000명×7915원×8시간)이었다.
 
  특히 2011년 4월 8일 ‘영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 시·도민결사추진위원회’는 경남·북과 대구, 울산 등 4개 시·도 주민 1만명이 참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규탄 및 재추진’을 요구하는 등 소모전으로 치달았다. 비용을 환산하면 무려 6억3320만원(1×1만명×7915원×8시간)이나 됐다.
 
  국민대통합위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 대한 정치화 이후 사회·경제적 비용을 36억4200만원으로 파악했다. 정치화 이전·후의 갈등비용 차이는 113.8배나 됐다.
 
  유사 사례로 전주 신공항 건설사업은 1998년 7월부터 10년간 공공갈등을 빚었다. “지역 정치인들과 도지사가 김제 시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신공항 건설을 추진했다”는 것이 반대이유였다. 전주 신공항은 예정지에서 불과 27km 떨어진 곳에 군산공항이 있고, 군산공항의 경제적 타당성 평가가 가장 높게 나왔음에도 군산공항의 활용이 배제됐다는 점도 논란의 불씨가 됐다. 그러나 당시 건설교통부는 1998년 9월 전북 김제시 백산면 일대를 공항부지로 지정고시했고 25억원의 설계비 예산이 배정됐으며 2004년까지 땅을 사들이는 데 450억원을 투입했다.
 
  결국 2008년 7월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수요가 너무 적어 공항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공항건설을 취소했다. 대신 군산공항을 대폭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김제공항 부지의 일부는 경작지로 쓰이고 있고 대부분의 땅은 방치되어 있다.
 
  전주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3차례 대규모 시위가 있었으며 이를 사회·경제적 갈등비용으로 환산하면 2억300만원이었다. 동남권 신공항 갈등비용과 비교해 18.1배의 차이가 났다.
 
  국민대통합위 관계자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의 경우 정치화 이전보다 이후에 외부 개입이나 대권주자의 개입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갈등비용이 확대돼 고비용을 유발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국책사업이 완전 중단된 사례 없어
 
  국민대통합위 갈등조정지원부 한 관계자는 “국책사업을 착공한 후 절차적 하자나 환경파괴 논란 등으로 소송이 제기됐으나 판결에 의해 해당 사업이 완전히 중단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건설이 중단된 전주신공항은 수요가 적어 정부가 스스로 포기한 경우다. 이 관계자는 “국책사업이 착공되고 나면 행정쟁송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중단시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책사업과 관련된 법령들은 행정청에 광범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책사업을 둘러싼 공공갈등이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다양한 이념과 가치의 대립, 환경과 지역이라는 갈등이슈 결합,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과거 지역감정이나 동서(東西)갈등 같은 지역간 갈등이 사라지고 양극화와 공공갈등이 한국형 사회갈등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공갈등의 이면에는 국책사업이 경제 효율성이나 사회적 합의와 무관하게 정치적 논리에 따라 대선공약이나 일부 관료 및 전문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규 원전(原電)건설 갈등에서 보듯 정부의 비(非)선호시설 입지정책이 여전히 중앙정부의 일방적 결정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을 제정, 2007년 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와 시민단체의 입법 반대로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대통합위 갈등조정지원부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갈등 관련 법제는 국토계획법, 환경법, 보상법, 혐오·기피시설법 등 개별법으로 분산돼 갈등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관련 법제를 망라한 ‘갈등관리기본법(가칭)’ 제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 법을 통해 행정절차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청문과 의견제출, 공청회 등 시민참여제도가 소극적이고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공공갈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대통합위 김현장(金鉉奬) 위원의 말이다.
 
  “밀양 송전탑 사례뿐만 아니라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대규모 국책사업 갈등을 찬반 단체들이 추천한 민관위원회나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운영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것은 전문가들조차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국사회의 갈등구조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대통합위의 국민의식 조사에서 국민들은 갈등해결 방식으로 당사자 간의 자율적인 해결이나 중립적인 조정자의 활용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정부는 갈등조정 과정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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