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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어느 性폭행 사건 수사·재판 기록을 들여다보다

서울대 교수의 여대생 性폭행 사건 전말

글 : 김성동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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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性폭행 혐의 피소→서울지검, 무혐의→피해자 항고로 서울고검 재수사, 무혐의→피해자 재정신청
    →지법·고법 무죄 판결→고소인 상고 포기로 무죄 확정
⊙ ‌서울대 교수는 담당 수사 경찰 수사지연 등 혐의로 손해배상 소송 제기→법원은 국가와 담당 수사
    경찰에게 500만원 배상 판결
⊙ 5년여 수사와 재판 기간 동안 그에게 남은 것은 서울대 교수 해임뿐
⊙ 왜 경찰은 초기에 피해자 통화기록을 확인 안 하고 사건현장에 함께 있었던 교수의 여자친구는
    피해자가 고소한 수개월 후에야 조사했을까
⊙ 왜 사건 당시 통화기록, CCTV 영상기록 등 객관적 증거들이 경찰 수사기록에서 사라졌을까
性폭행 혐의 때문에 해임 처분을 받았던 서울대의 한 교수는 무죄 판결 이후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취재기(記)로 쓸 수밖에 없다.
 
  성폭행 사건의 성격상 취재원은 사건이 무혐의로 끝나기는 했지만 언론에 다시 이름이 거론됨으로써 2차 피해가 발생할 것을 두려워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전직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 놓고 억울함과 무죄를 호소하고 싶어했지만 그의 부모나 주변 지인들의 반대에 ‘용기’를 접었다.
 
  용기를 접으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주변에서 이렇게 말한다. ‘서울대 교수라는 직함은 요즘 소위 말하는 갑이다. 갑이 억울함을 아무리 호소해도 강간사건 고소인은 어린 여대생이기 때문에 을이 될 수밖에 없다. 법이 아무리 당신에게 무죄를 선언했어도 여론은 을을 피해자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요즘 갑이 을을 당할 재주는 없다’고. 정 기사를 쓰고 싶으면 내 이름과 사건 시점, 장소 등은 빼고 썼으면 한다.”
 
  이 기사는 기사의 기본 요건인 6하원칙, 즉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왜(why), 어떻게(how) 중 누가, 언제, 어디서를 뺐기 때문에 취재기라는 이름을 붙인다. 정확히 말하면 ‘누가’에 해당하는 부분은 실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서울대 교수’와 ‘여대생’으로 호칭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만 빠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무죄 판결 나왔지만 이름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
 
고소인이 검찰의 무혐의 수사 결과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낸 후 사건은 법원의 재판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가을 기자는 평소 잘 아는 취재원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그 취재원은 청와대 고위직으로 근무했었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취재원을 99%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취재원과 그 절반쯤 신뢰할 수 있는 인사로 분류한다. 기자에게 그 취재원은 전자(前者)에 해당하는 인사다. 기자와 만난 그 취재원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잘 아는 서울대 교수가 있다. 성폭행 사건에 연루돼 해직됐는데 내가 보기에 억울한 측면이 많다. 성폭행 사건은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았고 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성폭행 교수로만 기억한다. 경찰수사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시간을 끈 흔적들이 많고 증거도 사라졌다. 사실 나도 개인적으로 알아봤는데 경찰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 교수는 성폭행 관련 문제로 서울대에서 해직됐다.”
 
  기자는 그 전직 서울대 교수를 금년 초까지 서너 번 만났다. 당연히 그는 여대생 성폭행 사건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로부터 사건과 관련한 기본적인 자료를 건네받았다. 처음 건네받은 자료는 그 교수의 입장에서 작성한 것들이었지만 기자 입장에서는 ‘서울대 교수의 명문 여대에 다니는 여대생 성폭행’이라는 사건의 성격에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주변 취재를 통해 사건에 대해 가졌던 표피적 흥미는 사실에 대한 궁금증으로 바뀌었다. 그 서울대 교수가 주장했던, 검찰이 두 번이나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피해자가 불복해 재정신청(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 그 불기소처분의 옳고 그름을 가려 달라고 직접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을 냄으로써 이루어진 1, 2심 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그 교수의 성폭행 사건 무죄 판결은 확정됐다.
 
  사건현장에는 서울대 교수의 여자 친구도 함께 있었다. 그 여대생과 성 관계를 가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뭔가 있으니까 그런 일이 벌어졌겠지’ 하며 그 서울대 교수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서울대 교수라는 그의 이전 직함은 그 잘못된 사실을 더 견고한 사실로 붙들어 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교수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서울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갑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서울대 교수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오랜 시간 이 사건 때문에 시달렸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한다.
 
  그는 녹록지 않은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가 교수로 있던 분야에서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전문가다. 기자는 이런 이유를 들어 그가 사건을 겪으며 느꼈던 심정과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까지 헤쳐 온 삶의 역정을 묶어서 기사화할 생각이었다.
 
  그는 자신과 관련한 성폭행 사건의 진실과 경찰의 불공정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기자의 기사화 제안에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더 알리고 싶어하는 것은 사건 당시 담당 경찰들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사건 초기 경찰이 자신의 무고함을 밝힐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사건 발생 당일 전후의 고소인 통화내역을 왜 제대로 확보하려 하지도 않았고 그나마 훗날 확보한 통화내역마저 증거에서 누락시켰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수차례 되뇌었다.
 
  하지만 기자의 기사화 제안에 반색했던 그는 주변과 협의 끝에 결국 자신을 드러내는 보도는 사양했다. 그가 허락한 것들은 검찰수사, 법원 판결 등의 기록을 중심으로 한 보도였다.
 
 
  사라진 기억은 어디에
 
  성폭행 피해자임을 주장했던 여대생의 고소장과 변호인의 반박, 검찰조서, 판결문 등을 중심으로 사건의 전개와 준강간치상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서울대 교수가 무죄 확정판결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4년여가 걸릴 정도로 길고도 지루했다. 무죄 판결 이후에는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과 국가를 상대로 ‘경찰의 수사 태만으로 무죄 입증이 늦어졌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내 담당 경찰과 국가가 서울대 교수에게 각각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기까지 1년여가 또 걸렸다.
 
  사건은 피해를 입었다는 여대생의 고소장으로부터 시작한다. 다음은 고소장의 일부다.
 
  〈식당에서 불고기와 와인을 먹었고 그 후 제가 정신을 잃었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제가 있는 곳이 어느 집이었으며,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 저의 상·하의가 모두 벗겨져 있었고 저의 옆에는 ○○○(서울대 교수)이 옷을 모두 벗고 누워 있었습니다.〉
 
  여대생이 고소장 제출 후 경찰이 작성한 진술조서의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 시간이 얼마 정도 흘렀는지는 모르지만 와인 3병이 테이블에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때부터 제가 정신을 잃은 것으로 그 당시 그 남자와 ○○○(당시 서울대 교수의 여자친구)은 술을 많이 먹지도 않으면서, 그 남자가 저보고 ‘술 잘 마시네’ 그러면서 술을 계속하여 마시라고 권하여 제가 와인잔으로 5잔 정도를 먹은 것 같고 그 후 정신을 잃었으며, 깨어 보니 모르는 방 침대에 옷을 벗고 그 남자와 누워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여대생이 말한 ‘어느 집’은 서울대 교수의 아파트를 말하는 것이고 그날 서울대 교수와 그의 여자친구, 여대생 3명은 함께 그 아파트로 갔다.
 
  사건의 쟁점은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대생이 정말 의식을 잃고 있었는가였다. 그 여대생이 옷을 벗고 있었다는 것 외에는 기억하는 게 없다고 진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 측은 그 여대생이 의식을 잃지 않았다는 증거로 함께 술을 마셨다는 식당과 서울대 교수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CCTV 동영상 등을 제출했다. 당시 그 여대생이 자신의 어머니와 이모, 대학 선배 등과 문자 등을 주고받았다며 통화내역 확보도 함께 요구했다. 통화내역이 확보되면 정신을 잃었다는 여대생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기록에는 경찰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건 초기 서울대 교수의 변호인과 부모 등이 수없이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인의 사건 당일 전후 통화내역 조회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난다.
 
 
  고소인의 사건 당일 통화내역 조사를 미룬 경찰
 
엘리베이터 속 CCTV는 무죄의 결정적 증거가 됐다.
  수사기록을 보면, 검찰은 수사지휘서를 통해 세 번에 걸쳐 통화기록 조사를 지시하지만 경찰의 수사보고서에는 그 지시 내용이 없다. 나중에 법원의 영장을 받아 확보한 통화내역도 수사목록에서는 빠져 있었다.
 
  변호인 측은 CCTV 영상을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는 중요 증거로 삼았다. 이 CCTV 동영상에서 그 여대생이 출입 버튼을 누르는 장면, 엘리베이터에서 층수를 확인하는 장면과 웃고 이야기하는 장면 등을 보면 그 여대생이 의식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CCTV 동영상은 고법에서 서울대 교수가 무죄를 선고 받게 되는 결정적 증거로 활용됐지만 서울대 교수 측이 재판정에 제출한 증거였다. 경찰도 해당 CCTV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동영상이 없는 CCTV였다.
 
  서울대 교수의 당시 여자친구였던 ○○○이 경찰 진술에서 한 주장도 변호인 측이 내세운 증거 중 하나였다. ○○○은 성폭행을 당했다는 대학생의 대학 선배이기도 했다. 무죄 판결 후 서울대 교수가 담당 수사경찰을 수사태만으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 중에 하나는 이 ○○○을 경찰이 여대생이 고소한 시점으로부터 6개월이나 지나서야 소환했다는 사실도 들어 있다. 여자 친구인 ○○○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주요 증인인데도 경찰이 그녀를 바로 소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사건 발생 6개월여가 지난 후 있었던 ○○○의 경찰진술 내용이다.
 
  〈문: 핸드폰은 누구에게 걸려온 것인가요.
 
  답: ○○(여대생)이 엄마에게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문: ○○이가 어떤 내용의 통화를 했나요.
 
  답: ○○이 가방이 거실에 있어 제가 핸드폰을 집어 ○○이에게 가져다주었는데, ○○이가 엄마와 통화를 했는데 선배 언니와 같이 있다면서 저를 바꿔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엄마가 잘있느냐고 하여 제가 잘있다고 하고 ○○이 렌즈 끼니까 용액을 잘 챙겨 달라고 하여 제가 알겠다고 했습니다.〉
 
  엄마하고 통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불명 상태는 아니었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인 것이다. 이에 대한 객관적 증거로 변호인 측은 여대생이 의식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시간에 자신의 이모, 대학 선배 등과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증언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서울대 교수의 성폭행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고법 판결문에는 변호인 측이 증거로 제출한 CCTV 영상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 피고인의 집에 그대로 머물렀던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또한 수사보고에 첨부된 CCTV 동영상에 의하더라도 같은 날 05시23분경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피해자의 모습에 의하면 낯선 곳에서 영문도 모른 채 밤을 보냈다는 피해자에게 불안감, 두려움, 곤혹감 등 부정적인 심리상태의 징후를 발견하기 어려운 반면, 그곳 엘리베이터 내부에 설치된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머리와 옷매무새를 자연스럽게 가다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인 점….〉
 
  이 부분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은 각주를 붙이기도 했다.
 
  〈만약 피해자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그 전날 식당에서 음주로 정신을 잃고 피고인의 집에 가게 된 과정, 피고인의 집에서 밤을 보내게 된 경위 등이 당시에 전혀 기억나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보통 일반인의 경우 현장에서 벗어났을 때 불안감과 당혹감 등의 심리상태로 인해 매우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해임 근거였던 품위손상은 사라지고
 
  긴 수사와 재판 끝에 서울대 교수는 무죄를 받았지만 그는 서울대 교수직을 잃었다.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해임을 당한 것이다. 사건 발생 후 5개월여가 흐른 시점이었다.
 
  서울대가 해임 근거로 삼은 것은 품위손상, 무단결근, 수업권 침해였다. 당시 해임의 가장 큰 이유가 됐던 품위손상 대목은 바로 성폭행 사건에 연루된 것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무단결근과 수업권 침해는 곁가지에 불과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 국제회의 참석이 예정돼 있던 이 서울대 교수는 자신을 대신해 강의를 할 강사를 선정해 강의에 지장이 없도록 한 다음 출국했다. 물론 학장의 허락도 받았다.
 
  이 교수는 성폭행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내려진 후 서울대에 해임 취소 청구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해임의 주요 이유가 됐던 품위손상 문제는 해결됐지만 사건 발생 후 서울대의 복귀명령에 불복해 장기간 결근하고 강의를 하지 않아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해임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서울대 교수 측은 서울대의 복귀명령을 곧바로 따를 수 없었던 이유가 경찰의 수사 지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됐지만 수사기록을 보면 사건 초기 피의자가 된 서울대 교수 측이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여대생의 사건 당일 통화내역 조회를 요구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통화내역 조회 요구에 응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주요 현장 증인인 당시 서울대 교수의 여자친구도 조사하지 않고 있었다.
 
  피의자 측은 피해자가 의식을 잃어 다른 정황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핵심 증거를 외면하고 있는 경찰이 편파 수사를 하고 있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은 서울대 교수에게 “경찰이 편견을 갖고 수사를 하고 있는 것 같으니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후에 귀국하라”면서 “통상 3개월 정도면 검찰로 사건이 송치될 것”이라고 서울대 교수 부모에게 조언을 했다고 한다. 실제 사건 담당 검사도 사건 발생 3개월여 후인 ○월 ○일까지 송치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다. 서울대 교수의 부모에게도 경찰에 지시한 송치 날짜에 사건이 송치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실제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시기는 검찰이 송치 시한으로 정한 날짜에서 4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다음은 사건 발생 3개월여 후인 ○월 ○○일까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라는 검사지휘서 내용이다.
 
  〈○ 관련 사건이 현재 ○○경찰서 형사과 형사○팀에서 수사진행 중이므로 본건과 병합하여 수사하고,
 
  본건 관련 ○○○(서울대 교수)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 ○○○(여대생) 및 ○○○(서울대 교수의 당시 여자친구)의 휴대전화 통화 및 문자 메시지 등 객관적인 증거들을 신속하게 확보하여 조속히 수사한 후 ○○○○, ○, ○○까지 재지휘 받기 바랍니다.〉
 
  고소인의 통화내역 등을 확보하라는 이 같은 검사지휘서는 이후에도 두 달 간격으로 두 번 더 반복된다. 경찰은 이후 서울대 교수 성폭행 사건을 검찰에 넘긴다.
 
  서울대 교수는 실제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직후 귀국하지만 서울대가 이미 그에 대해 해임 결정을 내린 후였다.
 
 
  담당 수사 경찰 고소와 그 결과는?
 
  서울대 교수 측은 당시 사건 진행 과정에서 담당 수사경찰을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지연시키며 법원의 영장을 받아 확보한 통화내역이 수사기록에서 사라지는 등 증거인멸을 했다는 혐의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 처분에 불복한 서울대 교수 측은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이유서와 함께 재정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 판결했다.
 
  재정신청서와 이유서는 등기우편으로 검찰에 제출됐고 고검으로 전했다는 확인서도 있었지만 고검에는 서류를 받은 기록이 없었다. 나중에 검찰은 이유서가 법원에 따로 제출되지 않고 수사기록과 함께 편철돼 송부됐기 때문에 법원에서 미처 이유서를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결국 서울대 교수 측은 국가와 담당 수사경찰을 상대로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고의적인 수사 태만으로 결정적 증거 제출이 누락돼 무죄 입증이 지연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원의 주요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 ○○○(수사 담당 경찰). 대한민국은 원고에게 500만원 및 이에 대한 ○○○○. ○. ○부터 ○○○○. ○. ○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서울대 교수 측이 수사 태만의 주요 증거로 주장한 통화기록 확인자료 누락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 다만 당시 상황을 보면, 사건 경위에 대한 원고 쪽과 고소인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었고, 원고 쪽에서는 고소인의 주장이 거짓임을 입증하기 위해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확보해 줄 것을 수사기관에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담당 검사는 고소인의 통화 및 문자 메시지 내역을 확보하라고 수사 지휘를 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수사의 중립성과 통신사실 확인자료가 그 사건에서 갖는 중요성 등 당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그 조항에 의하지 않더라도, 사건을 담당한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 확보한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수사기록에 첨부하여 누락되지 않도록 하고, 검찰에 송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 피고 ○○○이 전임자로부터 인계받아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확인하고도 이를 누락한 것은,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것으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 당시의 제반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 ○○○이 그 증거가 원고의 유·무죄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더라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사건을 요약하면 사건의 무게에 비해 결과는 아주 단순하다.
 
  서울대 교수는 여자친구의 후배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검찰과 법원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와 문자메시지 등을 근거로 무혐의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수사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통신내역을 누락했다.
 
  5년여 동안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면서 고소를 당했던 서울대 교수에게 남은 것은 ‘서울대 교수직 해임’과 국가와 담당 경찰로부터 500만원을 배상 받으라는 판결이 전부다. 대신 그는 명예와 시간과 직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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