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절감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소나무 33억 그루 심은 셈
⊙ 오지 관광열차 O·V-train 운행 1년 만에 40만명 이용
⊙ 오지 관광열차 O·V-train 운행 1년 만에 40만명 이용
- 대전 코레일 사옥 앞을 지나는 KTX. 개통 10년째를 맞은 KTX는 통근거리 확대 등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KTX가 지난 4월 1일 개통 10주년을 맞았다.
세계 5번째로 KTX를 개통하던 날인 2004년 4월 1일 새벽 5시 5분, 부산역을 출발한 대한민국 최초의 고속열차가 서울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7시 54분이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2시간49분 만에 주파한 것이다. 새마을호로 5시간이 넘게 걸리던 서울과 부산의 시간적 거리를 2시간 이상 좁힌 것이다. 그 후 시간은 더욱 단축돼 현재는 2시간27분 정도면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할 수 있다.
KTX 개통 10주년을 맞던 이날 대전 코레일 본사에서는 최연혜(崔然惠) 코레일 사장과 유관 기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통 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에서는 개통 이후 KTX를 가장 많이 이용한 승객에게 코레일이 감사의 표시로 KTX 특실 3개월 이용권을 증정하는 행사도 있었다.
특실 3개월 이용권을 받은 승객은 대전에 살며 10년 동안 KTX를 이용해 온 김상곤씨였다. 김씨는 소감을 통해 “대전의 집을 팔아서 서울에 전세도 얻기 어려운 여건과 교육환경 등을 고려하면 이사를 하거나 서울에 방을 얻어 주말부부 생활을 하는 것보다 KTX를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면서 “대전의 집을 나서 직장인 서울 종로에 있는 사무실까지 총 2시간이 걸리지만 대신 KTX 승차 후 안락하게 눈을 붙일 수 있어 2시간이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무엇보다 딸의 얼굴과 가족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이 KTX가 지난 10년간 내게 준 행복”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소감에서 알 수 있듯이 KTX는 주거(住居)와 이동(移動)이라는 주요 생활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 왔다. 한양대 박종혁 교수가 KTX로 인한 현대사회의 변화 중 으뜸으로 꼽은 점도 생활환경의 변화였다. 박 교수는 “이동시간의 단축은 기존 생활권역의 확대로 이어졌다”면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출퇴근과 통학이 가능해지면서 KTX 주변 도시들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이 대표적인 예다. 인구 증가도 증가려니와 KTX 개통으로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해지면서 지금은 ‘서울시 천안구’라는 별칭이 만들어졌을 정도다. 이렇게 KTX는 개통 이전 서울~수원에 머물렀던 통근 범위를 대전권까지 확장시키며 천안·아산이나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오송을 사실상 서울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KTX 개통 초기 빨대효과(고속철도나 고속도로 개통으로 인한 대도시 집중 현상)로 수도권 집중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과는 반대다. KTX 개통 7년째인 지난 2011년 인구통계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감소했고 지난해에 역시 감소했다. 우려했던 빨대현상이 기우로 그쳐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최진석 실장은 이에 대해 “KTX가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한다는 주장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KTX 개통을 지방에서 갖기 어려운 수도권의 인프라를 이용해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역 1일 평균 이용객 7만5000명
주거 등 현대인들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한편에서 KTX는 그 변화의 크기에 걸맞은 기록들을 숫자로 하나씩 쌓아 오고 있다. KTX가 지난 10년 동안 쌓아 온 숫자의 기록들을 살펴보자.
우선 이용객과 관련한 숫자만 봐도 지난 10년 동안 진행돼 온 KTX의 발전상을 한눈에 알 수 있다.
10년간 누적이용객은 4억1400만명이다. 전 국민이 8번 이상 이용한 셈이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15만명으로 개통 초기 7만2000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용객이 가장 많은 역은 서울역으로 하루 평균 7만5000명이다. 전체 이용자의 딱 절반이다. 서울역의 개통 초기 이용객 수는 2만2000명이었다. 10년 만에 3배 이상 는 것이다. 이용객 수가 가장 비약적으로 늘어난 역은 천안아산역과 광명역이다. 두 역은 개통 초기 하루 평균 각각 3900명, 5900명이 이용했지만 지금은 1만6000명과 2만여 명 수준이다. 이용객이 3~4배 늘어난 것이다.
하루에 평일 200회, 토요일에 232회 운행하는 KTX의 지금까지 1일 최대 이용객은 22만7000여 명이다. 당연히 그날 수입이 지금까지 최대 수송수입으로, 72억13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19일 석가탄신이 낀 연휴 때 일이다.
1일 최대 이용객 기록과 최대 수송수입이 같은 날의 기록이라는 점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용객의 증가는 곧 수송수입의 증가를 의미한다. 개통하던 해인 2004년 5512억원으로 출발한 수송수입은 2007년 1조원대(1조446억원)를 돌파했다. 2011년에는 1조3853억원, 지난해에는 1조60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레일 전체 수입의 35.3%를 차지하는 매출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고속철 대수는 총 70편성이다. 이들의 운행거리를 모두 합치면 2억4000만km로 지구를 6000바퀴 달린 거리다.
승객 최다 이용 구간은 서울-부산 구간으로 하루 평균 2만명이 이용한다. 전체 이용객의 13.7%다. 다음이 전체 11.1% 비중의 서울-동대구 구간(1만6000명)이고, 하루 평균 1만2000명이 이용하는 서울-대전 구간이 전체의 7.5%를 차지하며 그 뒤를 잇고 있다.
KTX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정기권 발매 매수를 보면 그 숫자를 알 수 있는데 올 3월 현재 7000여 명이 정기권을 이용해 직장과 집을 오가고 있다. 정기권 이용자들의 주요 이용 구간은 서울-천안아산이 23.8%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직장과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의 이용객들이 정기권을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대전(11.3%), 대전-천안아산(10.5%), 광명-천안아산(8.3%), 서울-오송(8.2%), 광명-오송(3.6%) 구간이 그 뒤를 이었다.
수송분담률 58%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서울역 등 KTX 정차역에 설치한 회의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큰 변화다. 주로 기업이나 학교, 단체 등에서 좋은 교통 접근성 때문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KTX역에 설치된 회의실의 높아지는 인기는 비약적인 매출액 증가만 봐도 알 수 있다. KTX 전체 정차역에 설치된 회의실의 운영수입은 2005년 1700만원에 불과했던 것이 2008년에는 12억4500만원, 지난해에는 28억2100만원으로 급속 증가했다. 회의실 이용자는 2004년 4000명에서 지난해에는 37만여 명으로 늘어나 90배 이상의 이용 증가세를 보였다.
KTX의 수송분담률 증가는 자동차, 비행기 등 타 교통수단의 수송분담률 감소로도 잘 드러난다. 한국교통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서울-부산의 경우 KTX 개통 이후 승용차의 수송분담률은 39.9%에서 20.1%로, 항공은 8.7%에서 2.9%로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KTX의 서울-부산 간 수송분담률은 58.0%다.
호남선의 경우는 현재 서울-광주 간 수송분담률이 16.6%에 그치고 있지만 금년 말 호남고속철도가 개통하면 주요 구간에서 버스에서 KTX로의 전환율이 37.5%, 항공에서의 전환율은 53.6%로 예상됐다. 반대로 서울-광주 간 KTX 수송분담률은 45.0%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반철도 이용객들이 KTX를 타는 비율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04년에 철도 이용객 중 KTX 이용자는 1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1%로 2배 이상 증가했다.
KTX의 이용자 증가와 수송분담률 증가는 자연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서울-부산 간 KTX의 탄소배출량은 1인 기준으로 9.98kg으로 승용차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할 때 승용차 대신 KTX를 이용하면 소나무 12.4그루를 심는 효과와 같다. 지난 10년간 KTX가 절감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면 소나무 33억 그루를 심은 것과 같다는 뜻이다. 소나무 33억 그루를 심으려면 수도권 넓이의 땅이 필요하다고 한다.
KTX의 발전을 이야기할 때 승차권 발매 방식의 진화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장 발매에서 벗어나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예약, 인쇄하는 ‘홈-티켓’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e-티켓’, 2006년에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SMS-티켓으로 승차권 발매 방식은 계속 진화를 거듭해 왔다.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한 2010년에는 승차권 예매 앱인 ‘코레일 톡’을 개발해 언제 어디서나 승차권 구입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자가 발권은 전체 발매매수 중 59.5%까지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코레일 톡은 승차권 예매 수단 가운데 36%를 차지하고 있다. 코레일 톡이 전 국민의 필수품화하고 있는 것이다.
KTX와 함께 따라다니는 용어 중 하나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다. KTX 시네마는 세계 최초의 달리는 개봉관으로 2006년에 문을 열었다. KTX 1호차를 영화 객실로 개조해 매년 개봉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역시 세계 최초로 300km로 달리는 KTX 열차 내에서도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LTE(4세대 이동통신)를 설치해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열차 내에 설치된 미니도서관도 다른 나라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공간이다.
지역경제 살리는 오지 관광열차
철도 전문가들은 앞으로 세계 철도 시장이 연간 11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성장에 발맞춰 코레일은 첨단 철도운영 경험과 선진기술을 앞세워 세계 철도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물론 코레일이 첨단기술을 앞세워 세계 시장 개척에만 온힘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첨단기술 개발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여유로움과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 관광 활성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관광열차 같은 상품들이 그것이다.
코레일은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주)을 통해서 KTX와 연계한 여행상품을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KTX의 빠른 속도를 이용한 상품들이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여행상품은 청산도·보길도(1박2일)다. 부산 명소 기차여행(1박2일), 외도·순천만(1박2일), 홍도·흑산도(1박2일)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느림의 미학’이 바탕에 깔려 있는 관광열차 상품들도 있다. 중부내륙순환열차와(O-train)와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가 대표적이다. 중부내륙순환열차는 서울과 수원에서 출발해 제천-태백-영주를 순환하는 열차로 다람쥐열차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백두대간협곡열차는 영동선의 경북 봉화군 분천역에서 강원도 태백시 철암역까지를 왕복하는 관광열차다. 아기백호열차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오·브이 트레인(O·V-train)으로 묶여 불리는 이 두 열차는 지난 4월 초 운행 1년 만에 탑승객 40만명을 넘어섰다. 오 트레인이 4량 205석으로 1일 2회 왕복 운행하고 브이 트레인이 3량 158석으로 1일 3회 왕복 운행하는 것을 고려하면 만 1년 만에 탑승객 40만명 돌파는 대단한 기록이다.
차로는 찾기 어려운 오지 마을이 오·브이 트레인을 운행하면서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농업과 채취에 종사하던 마을 주민들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터를 열고 정차역 주변을 대상으로 한 각종 체험여행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다.
철암역과 분천역은 오지의 간이역으로 하루 평균 이용객이 오·브이 트레인 개통 전 10여 명에 불과했지만 운행 이후 각각 915명과 876명으로 증가했고 주말에는 2000명 가까이 이용하고 있다.
이 관광열차가 지나는 지역의 변화도 뒤따르고 있다. 관광오지였던 분천역 인근에는 민박집, 식당, 찻집, 장터, 자전거셰어링 센터, 캠핑장, 여행안내 센터가 생겼다. 식당만 9곳이 성업 중이다. 철암역에는 올 2월 철암탄광 역사촌이 문을 열었고 예술인을 위한 아트하우스도 설치됐다.
충북대 사회과학연구소는 중부내륙관광열차로 지난해 348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었으며 601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이 연구소는 앞으로 10년 후 중부내륙관광열차가 지나는 지역사회의 매력도는 190%, 지역경쟁력은 27%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레일의 수익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오·브이 트레인 제작비 26억원을 1년 이내에 회수한 것은 물론이고 중앙선, 영동선, 태백선, 충북선의 일반열차 이용객도 15.6%나 증가해 해당 노선의 코레일 수입도 50억원 증가했다. 지역사회와 공기업이 상부상조한 셈이 된 것이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추진했던 ‘팔도장터 관광열차’ 운행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지난해 21회 운행에 8100명이 참여했던 이 관광열차는 올해 방문시장을 8개에서 11개로 확대하는 한편 운행횟수도 50회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올 한 해 동안 2만여 명이 팔도장터 관광열차를 타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또 5월부터 서울역에서 도라산역을 1일 2회 왕복하는 디엠지 트레인(DMZ train)도 개통한다. 모두 3량으로 된 꼬마 기차로 객차마다 평화실, 화합실, 사랑실 등의 이름이 붙는다. 8월부터는 경원선 디엠지 관광열차도 운행할 예정이다.⊙
세계 5번째로 KTX를 개통하던 날인 2004년 4월 1일 새벽 5시 5분, 부산역을 출발한 대한민국 최초의 고속열차가 서울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7시 54분이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2시간49분 만에 주파한 것이다. 새마을호로 5시간이 넘게 걸리던 서울과 부산의 시간적 거리를 2시간 이상 좁힌 것이다. 그 후 시간은 더욱 단축돼 현재는 2시간27분 정도면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할 수 있다.
KTX 개통 10주년을 맞던 이날 대전 코레일 본사에서는 최연혜(崔然惠) 코레일 사장과 유관 기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통 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에서는 개통 이후 KTX를 가장 많이 이용한 승객에게 코레일이 감사의 표시로 KTX 특실 3개월 이용권을 증정하는 행사도 있었다.
특실 3개월 이용권을 받은 승객은 대전에 살며 10년 동안 KTX를 이용해 온 김상곤씨였다. 김씨는 소감을 통해 “대전의 집을 팔아서 서울에 전세도 얻기 어려운 여건과 교육환경 등을 고려하면 이사를 하거나 서울에 방을 얻어 주말부부 생활을 하는 것보다 KTX를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면서 “대전의 집을 나서 직장인 서울 종로에 있는 사무실까지 총 2시간이 걸리지만 대신 KTX 승차 후 안락하게 눈을 붙일 수 있어 2시간이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무엇보다 딸의 얼굴과 가족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이 KTX가 지난 10년간 내게 준 행복”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소감에서 알 수 있듯이 KTX는 주거(住居)와 이동(移動)이라는 주요 생활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 왔다. 한양대 박종혁 교수가 KTX로 인한 현대사회의 변화 중 으뜸으로 꼽은 점도 생활환경의 변화였다. 박 교수는 “이동시간의 단축은 기존 생활권역의 확대로 이어졌다”면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출퇴근과 통학이 가능해지면서 KTX 주변 도시들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이 대표적인 예다. 인구 증가도 증가려니와 KTX 개통으로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해지면서 지금은 ‘서울시 천안구’라는 별칭이 만들어졌을 정도다. 이렇게 KTX는 개통 이전 서울~수원에 머물렀던 통근 범위를 대전권까지 확장시키며 천안·아산이나 정부세종청사가 있는 오송을 사실상 서울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KTX 개통 초기 빨대효과(고속철도나 고속도로 개통으로 인한 대도시 집중 현상)로 수도권 집중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과는 반대다. KTX 개통 7년째인 지난 2011년 인구통계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감소했고 지난해에 역시 감소했다. 우려했던 빨대현상이 기우로 그쳐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최진석 실장은 이에 대해 “KTX가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한다는 주장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KTX 개통을 지방에서 갖기 어려운 수도권의 인프라를 이용해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역 1일 평균 이용객 7만50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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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철도차량정비창에서 정비 중인 KTX. 국내 고속철 대수는 KTX 포함 70편성이다. |
우선 이용객과 관련한 숫자만 봐도 지난 10년 동안 진행돼 온 KTX의 발전상을 한눈에 알 수 있다.
10년간 누적이용객은 4억1400만명이다. 전 국민이 8번 이상 이용한 셈이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15만명으로 개통 초기 7만2000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용객이 가장 많은 역은 서울역으로 하루 평균 7만5000명이다. 전체 이용자의 딱 절반이다. 서울역의 개통 초기 이용객 수는 2만2000명이었다. 10년 만에 3배 이상 는 것이다. 이용객 수가 가장 비약적으로 늘어난 역은 천안아산역과 광명역이다. 두 역은 개통 초기 하루 평균 각각 3900명, 5900명이 이용했지만 지금은 1만6000명과 2만여 명 수준이다. 이용객이 3~4배 늘어난 것이다.
하루에 평일 200회, 토요일에 232회 운행하는 KTX의 지금까지 1일 최대 이용객은 22만7000여 명이다. 당연히 그날 수입이 지금까지 최대 수송수입으로, 72억13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19일 석가탄신이 낀 연휴 때 일이다.
1일 최대 이용객 기록과 최대 수송수입이 같은 날의 기록이라는 점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용객의 증가는 곧 수송수입의 증가를 의미한다. 개통하던 해인 2004년 5512억원으로 출발한 수송수입은 2007년 1조원대(1조446억원)를 돌파했다. 2011년에는 1조3853억원, 지난해에는 1조60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레일 전체 수입의 35.3%를 차지하는 매출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고속철 대수는 총 70편성이다. 이들의 운행거리를 모두 합치면 2억4000만km로 지구를 6000바퀴 달린 거리다.
승객 최다 이용 구간은 서울-부산 구간으로 하루 평균 2만명이 이용한다. 전체 이용객의 13.7%다. 다음이 전체 11.1% 비중의 서울-동대구 구간(1만6000명)이고, 하루 평균 1만2000명이 이용하는 서울-대전 구간이 전체의 7.5%를 차지하며 그 뒤를 잇고 있다.
KTX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정기권 발매 매수를 보면 그 숫자를 알 수 있는데 올 3월 현재 7000여 명이 정기권을 이용해 직장과 집을 오가고 있다. 정기권 이용자들의 주요 이용 구간은 서울-천안아산이 23.8%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직장과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의 이용객들이 정기권을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대전(11.3%), 대전-천안아산(10.5%), 광명-천안아산(8.3%), 서울-오송(8.2%), 광명-오송(3.6%) 구간이 그 뒤를 이었다.
수송분담률 58%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서울역 등 KTX 정차역에 설치한 회의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큰 변화다. 주로 기업이나 학교, 단체 등에서 좋은 교통 접근성 때문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KTX역에 설치된 회의실의 높아지는 인기는 비약적인 매출액 증가만 봐도 알 수 있다. KTX 전체 정차역에 설치된 회의실의 운영수입은 2005년 1700만원에 불과했던 것이 2008년에는 12억4500만원, 지난해에는 28억2100만원으로 급속 증가했다. 회의실 이용자는 2004년 4000명에서 지난해에는 37만여 명으로 늘어나 90배 이상의 이용 증가세를 보였다.
KTX의 수송분담률 증가는 자동차, 비행기 등 타 교통수단의 수송분담률 감소로도 잘 드러난다. 한국교통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서울-부산의 경우 KTX 개통 이후 승용차의 수송분담률은 39.9%에서 20.1%로, 항공은 8.7%에서 2.9%로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KTX의 서울-부산 간 수송분담률은 58.0%다.
호남선의 경우는 현재 서울-광주 간 수송분담률이 16.6%에 그치고 있지만 금년 말 호남고속철도가 개통하면 주요 구간에서 버스에서 KTX로의 전환율이 37.5%, 항공에서의 전환율은 53.6%로 예상됐다. 반대로 서울-광주 간 KTX 수송분담률은 45.0%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반철도 이용객들이 KTX를 타는 비율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04년에 철도 이용객 중 KTX 이용자는 1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1%로 2배 이상 증가했다.
KTX의 이용자 증가와 수송분담률 증가는 자연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서울-부산 간 KTX의 탄소배출량은 1인 기준으로 9.98kg으로 승용차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이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할 때 승용차 대신 KTX를 이용하면 소나무 12.4그루를 심는 효과와 같다. 지난 10년간 KTX가 절감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면 소나무 33억 그루를 심은 것과 같다는 뜻이다. 소나무 33억 그루를 심으려면 수도권 넓이의 땅이 필요하다고 한다.
KTX의 발전을 이야기할 때 승차권 발매 방식의 진화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장 발매에서 벗어나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예약, 인쇄하는 ‘홈-티켓’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e-티켓’, 2006년에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SMS-티켓으로 승차권 발매 방식은 계속 진화를 거듭해 왔다.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한 2010년에는 승차권 예매 앱인 ‘코레일 톡’을 개발해 언제 어디서나 승차권 구입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자가 발권은 전체 발매매수 중 59.5%까지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코레일 톡은 승차권 예매 수단 가운데 36%를 차지하고 있다. 코레일 톡이 전 국민의 필수품화하고 있는 것이다.
KTX와 함께 따라다니는 용어 중 하나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다. KTX 시네마는 세계 최초의 달리는 개봉관으로 2006년에 문을 열었다. KTX 1호차를 영화 객실로 개조해 매년 개봉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역시 세계 최초로 300km로 달리는 KTX 열차 내에서도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LTE(4세대 이동통신)를 설치해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열차 내에 설치된 미니도서관도 다른 나라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공간이다.
지역경제 살리는 오지 관광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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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브이 트레인 노선도. |
물론 코레일이 첨단기술을 앞세워 세계 시장 개척에만 온힘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첨단기술 개발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여유로움과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 관광 활성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관광열차 같은 상품들이 그것이다.
코레일은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주)을 통해서 KTX와 연계한 여행상품을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KTX의 빠른 속도를 이용한 상품들이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여행상품은 청산도·보길도(1박2일)다. 부산 명소 기차여행(1박2일), 외도·순천만(1박2일), 홍도·흑산도(1박2일)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느림의 미학’이 바탕에 깔려 있는 관광열차 상품들도 있다. 중부내륙순환열차와(O-train)와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가 대표적이다. 중부내륙순환열차는 서울과 수원에서 출발해 제천-태백-영주를 순환하는 열차로 다람쥐열차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백두대간협곡열차는 영동선의 경북 봉화군 분천역에서 강원도 태백시 철암역까지를 왕복하는 관광열차다. 아기백호열차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오·브이 트레인(O·V-train)으로 묶여 불리는 이 두 열차는 지난 4월 초 운행 1년 만에 탑승객 40만명을 넘어섰다. 오 트레인이 4량 205석으로 1일 2회 왕복 운행하고 브이 트레인이 3량 158석으로 1일 3회 왕복 운행하는 것을 고려하면 만 1년 만에 탑승객 40만명 돌파는 대단한 기록이다.
차로는 찾기 어려운 오지 마을이 오·브이 트레인을 운행하면서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농업과 채취에 종사하던 마을 주민들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터를 열고 정차역 주변을 대상으로 한 각종 체험여행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다.
철암역과 분천역은 오지의 간이역으로 하루 평균 이용객이 오·브이 트레인 개통 전 10여 명에 불과했지만 운행 이후 각각 915명과 876명으로 증가했고 주말에는 2000명 가까이 이용하고 있다.
이 관광열차가 지나는 지역의 변화도 뒤따르고 있다. 관광오지였던 분천역 인근에는 민박집, 식당, 찻집, 장터, 자전거셰어링 센터, 캠핑장, 여행안내 센터가 생겼다. 식당만 9곳이 성업 중이다. 철암역에는 올 2월 철암탄광 역사촌이 문을 열었고 예술인을 위한 아트하우스도 설치됐다.
충북대 사회과학연구소는 중부내륙관광열차로 지난해 348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었으며 601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이 연구소는 앞으로 10년 후 중부내륙관광열차가 지나는 지역사회의 매력도는 190%, 지역경쟁력은 27%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레일의 수익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오·브이 트레인 제작비 26억원을 1년 이내에 회수한 것은 물론이고 중앙선, 영동선, 태백선, 충북선의 일반열차 이용객도 15.6%나 증가해 해당 노선의 코레일 수입도 50억원 증가했다. 지역사회와 공기업이 상부상조한 셈이 된 것이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추진했던 ‘팔도장터 관광열차’ 운행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지난해 21회 운행에 8100명이 참여했던 이 관광열차는 올해 방문시장을 8개에서 11개로 확대하는 한편 운행횟수도 50회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올 한 해 동안 2만여 명이 팔도장터 관광열차를 타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또 5월부터 서울역에서 도라산역을 1일 2회 왕복하는 디엠지 트레인(DMZ train)도 개통한다. 모두 3량으로 된 꼬마 기차로 객차마다 평화실, 화합실, 사랑실 등의 이름이 붙는다. 8월부터는 경원선 디엠지 관광열차도 운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