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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한국인의 고소·고발 심리

분노의 한국, 고소왕국이 되다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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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은 잘 원망하며 여러 가지 형태로 복수하는 경향이 짙어
⊙ 2006~2010년 5년간 고소·고발 50만건…형사사건 중 20% 이상이 고소·고발
⊙ 한국인의 고소·고발 감정은 ‘분노의 심리’와 ‘잘못된 의사소통’의 결과
⊙ 분노는 ‘울컥·버럭’과 함께 호통을 치거나 나무라는 행동으로 나타나
⊙ 분쟁시 법적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 과정이라 볼 수도 있어
  한국인은 ‘노여움을 잘 타고 남을 잘 원망(怨望)하며 원한(怨恨)에 사무친 나머지 여러 가지 형태로 복수(復讐)까지 하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서울대 이부영 명예교수, <한국인 성격의 심리학적 고찰> 참조) 원한은 갈등의 원인을 자신의 문제로 귀결시키지 않고 상호간에 증오를 촉발시킨다. 이 심리적 근간에는 ‘남 탓’이 존재한다. 환경 탓, 부모 탓, 세상 탓으로 돌리는 투사(投射)의 기제는 노여움을 더욱 부채질해 극단적인 선택으로 자신을 몰고 간다.
 
  그 선택의 대표적인 경우가 고소·고발이다. 한국인의 고소·고발 감정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죄를 묻고 처벌을 요구하는 심리는 분노(憤怒)의 심리와 관련이 깊고, 잘못된 의사소통의 결과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고소(告訴)는 범죄의 피해자 등 고소권을 가진 사람이 경찰서나 검찰청에 범죄사실을 신고해 범인을 처벌해 달라고 요구하는 행위다. 단순한 피해신고와는 성격이 다르다. 고발(告發)은 범죄의 피해자나 고소권자가 아닌 제3자가 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을 신고해 범인을 처벌해 달라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고소·고발을 위해선 직접 수사기관에 출석해 구두(口頭)로 처벌을 요구할 수도 있고 서류(고소장)를 작성해 제출할 수도 있지만 여간 번거롭지 않다. 그런데도 경찰서와 검찰청을 찾아가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심리는 ‘분노의 심리’가 매우 응축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분노의 심리란, 화가 났을 때 목덜미가 뻣뻣해지고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감정과 이성의 불균형 상태를 의미한다.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강우(朴剛旴) 교수와 단국대 법학과 이정민 교수가 정부에 제출한 <경찰단계에서의 고소·고발제도 처리절차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의 고소·고발 건수는 50만 건을 오르내리고 있다. 형사사건 중 20% 이상을 고소·고발 사건이 차지하고 있다.
 
  2007년의 예를 살펴보면, 한국 경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건수는 41만8714건으로 인구 1만명당 86.8건이다. 이웃 일본의 1만6958건, 인구 1만명당 1.3건과 비교할 때 66.7배 높은 고소·고발률을 보여준다.
 
 
  私的 감정이 公的 판단을 삼켜버려
 
   그러나 고소사건에 대한 기소율은 20% 내외에 불과하다. 일반 형사사건의 기소율(44~50%)보다 현저히 낮다. 기소율이 낮다는 것은 고소·고발이 최소한의 법률적 요건을 못 갖췄거나 혐의·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악(惡)’을 심판하려는 감정이 무작정 경찰서와 검찰청으로 달려가게 만들어, 고소장을 쓰게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사적(私的)인 감정은 공적(公的)인 판단(법적 근거)을 삼켜버린 경우다.
 
  박 교수는 “민사분쟁형 고소사건인 사기·횡령·배임죄에 대한 수사결과, 혐의가 없거나 기타 사유로 불기소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2008년의 경우 1만7304건의 고소사건 중 4135건(24.5%)이 기소됐으며 1만1916건(70.6%)이 불기소됐다”고 했다.
 
  한국인의 고소·고발 선호현상은 역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숭실대 법대 임상혁 교수의 저서 《나는 노비로소이다》에 따르면, 조선후기 백성들도 결코 소송을 기피하지 않았다고 한다. 15~16세기 조선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강력한 유교이념이 지배하던 시대였지만 소송이 필요한 상황이면 체면을 버리고 ‘법정으로 달려가는’ 수고를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임 교수는 “조선후기의 고문서들, 소송접수 상황을 기록한 《민장치부책(民狀置簿冊)》 등이 많이 남아 있어 소송이 일반화된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시각은 구한말(舊韓末) 근무했던 일본인 판사에게서도 나타난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종실록》에 실린 글의 일부다.
 
  <… 무뢰배들이 항상 재판정에 와서 혹은 품을 받고 대신 소송을 하기도 하고 혹은 사람들이 소송하도록 유도해 송사를 일으키게 한다. 이들은 민간에서 속칭 ‘외지부’라고 하는데 쟁송의 어지러움이 실로 이러한 무리로부터 말미암는 것이다. 마땅히 엄하게 징계하여 간사하고 거짓됨을 없애야 할 것이다. …>
 
  외지부(外知部)는 오늘날의 변호사와 같은 직업적인 대송인(代訟人)이다. 성종 9년(1478년) 외지부가 소송을 자꾸 지연시킨다는 이유를 들어 성종은 이들의 공개활동을 막았다. 그 뒤로는 은밀히 숨어 영업을 했기에 외지부 제도는 하나의 법 제도로 발전하지 못했다.
 
  카이스트 겸직교수이자 법무법인 양헌의 김승열(金承烈)) 대표변호사는 “우리 민족이 내재한 관존민비(官尊民卑) 사상 탓에 사사로운 다툼을 권위가 있는 관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성향이 작용했다고 보인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민사절차에서는 입증책임이 당사자에게 있기 때문에 자료수집이 중요한데 한국은 사립탐정에게 사실조사를 의뢰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어요. 오직 수사기관만이 이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이들의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도 형사고소를 안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요.
 
  또 현실적으로도 민사적 해결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찾지 못해 형사절차를 민사의 해결수단으로 보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민사소송을 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뿐 아니라, 소송의 결과로 인정되는 배상액도 실손해(實損害)에 한정돼 금액이 미미합니다. 그러나 형사적으로 고소해 가해자가 구속이 될 지경에 이르면, 경우에 따라 엄청난 형사합의금을 탈 수 있어 고소·고발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엄청난 형사사건의 폭주를 경찰·검찰의 수사당국이 줄이려 하기보다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는 점이다. 김 변호사는 “고소 건수가 많아야 자신들의 파워가 커지는 면이 있기 때문”이라며 “민사적 해결보다는 형사적 해결방향을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면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울컥’과 ‘버럭’의 심리
 
  한국인의 분노는 ‘울컥’ 하거나 ‘버럭’ 하는 형태가 많다. 울컥과 버럭만큼 한국인의 ‘화’를 잘 묘사해 주는 말도 없다. 한국인에게만 있다는 ‘홧병(Hwat-byung)’을 떠올려 보라.(미국정신과협회는 1996년 홧병을 ‘분노의 억압에서 기인하는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화여대 의대 부속 가슴앓이 홧병클리닉 신길자(愼吉子) 교수는 “홧병이란 한국 문화와 관계된 문화증후군의 일종으로 오랜 시절, 화, 분노, 체념, 패배의식, 적개심, 열등감, 우울증의 부정적인 감정이 몸에 축적되어 오다가 나이 들어 몸이 약해지거나 큰 스트레스가 있을 때 폭발하는 병”이라고 했다.
 
  분노는 ‘울컥·버럭’과 함께 호통을 치거나 나무라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분노의 감정은 전기쇼크처럼 강한 자극(전율)을 온 몸에 전한다. 심지어 이 자극은 의식과 무의식을 압도해 억눌린 감정의 응어리가 해소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화를 내는 동안에는 괴로움이나 충실감의 부족, 따분함, 비참함 등의 스트레스가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갖게 만든다.(코이케 류노스케, 《화내지 않는 연습》 참조)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李東龜) 교수는 “원래 분노의 감정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묻지마 범죄’와 같은 외현적(外現的) 비행은 분노가 밖을 향하는 것이고, 자살은 분노가 안으로 향할 때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과거에는 분노가 안으로 스며드는 한(恨)의 정서가 많았어요. 그러나 개인의 독립성과 시스템적 접근을 강조하는 서구문화의 유입, 그리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의 영향으로 ‘정보의 교류’(예를 들어 민원이나 고소·고발의 행위)가 활발해졌어요.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충효(忠孝)의 전통이 사라진 후 이를 대체할 주요 가치관이 없어 개인주의와 가족 이기주의, ‘손해(損害)보고 살지 마라’는 풍조가 사회에 만연하게 됐고 그 결과, 분노를 억제하기보다 밖으로 드러내는 일이 많아졌으며 그런 현상 탓에 고소·고발이 많아진 것은 아닌지 추측해 볼 수 있어요.”
 
  한국인은 ‘사실’과 ‘당위’에 대한 구분에도 익숙하지 못하다. 합리적으로 의논하고 남의 말을 경청하려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주장에만 목소리를 높인다. 당위가 사실을 압도해 버려 법정에서조차 삿대질을 하고 법관을 모독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법원행정처의 <법정내 사건사고 현황자료>에 따르면, 2008년 66건이던 법정내 사건사고는 2009년 33건으로 감소하다가 2010년 39건으로 늘어난 뒤 2011년 48건, 2012년 상반기 45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형별로는 소란행위가 114건(49.4%)으로 가장 많았고 실신 54건(23.4%), 모독 20건(8.7%) 순이었다. 이동귀 교수의 말이다.
 
  “한국인은 어떤 사람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논지를 얘기해도 곧 ‘~해야 한다’는 식의 ‘당위적 반응’이 많습니다. 또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perspective taking)도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돼요. 이런 태도는 ‘나만 옳다’는 생각이 만연해 ‘다른 것은 틀리다’는 사회문화와 맥이 닿아 있다고 보입니다. 다른 점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능력이 그 사람의 성숙도를 좌우합니다.”
 
 
  성난 한국인은 의사소통 기술이 부족해
 
고소·고발을 위해선 직접 수사기관을 방문,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검찰청사를 찾아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마라톤 선수는 경쟁상대를 미워하지 않는다. 오기로 하는 스포츠란 없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분쟁의 원인이자 심리적 갈등의 원인이다. 그런데 분노의 표출은 잘못된 의사소통의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 취재 도중 만난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의 이야기다.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에 실신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이는 검사의 구형에 불만을 품고 스스로 책상에 머리를 찧고, 안경테를 부러뜨려 뺨에 긋는 등 자해를 하거나, 불구속재판을 받다가 증인석을 향해 라면수프를 뿌리고 법정 밖으로 뛰어나간 일도 있습니다. 금방 후회할 일이지만 순간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일어난 현상입니다.”
 
  2006년 의정부지법에서는 불구속기소된 피고인이 몸에 기름을 뿌리고 법정에 들어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또 천안지원에서는 이혼소송 조정 중이던 남편이 준비해 온 제초제를 마시고 음독자살을 시도해 끝내 숨지기도 했다.
 
  한국인은 자기표현과 같은 의사소통 기술이 매우 미흡하다. 말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도 ‘말이 안 통해’ 법정으로 달려간다. 한국심리상담연구소 소장인 서강대 김인자(金仁子) 명예교수는 “우리는 살아가는 순간순간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상대방에게 표현한다고 하면서도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못하는 때가 많다”며 “그 결과 상황에 따라 공격적인 대응을 하거나 ‘비(非)자기표현적’인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고 했다. 비자기표현이란 감정의 호불호(好不好)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김인자,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 8가지》 참조)
 
  사람의 귀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 단순한 ‘공명판(共鳴板)’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글자 그대로의 말이 아닌 말 속에 담긴 화자(話者)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인자 교수는 “남의 이야기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신체적인 결함보다는 소리의 의미를 이해하는 훈련이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국인의 고소·고발 선호현상은 억울하고 답답함을 전달하는 의사소통 기술 내지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다.
 
  “자기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야 속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고소하는 방법 외에는,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할 기술이 없기 때문이죠. 더 근본적으로 볼 때 성장과정에서 문제해결 방식, 사회성 기술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웃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 예컨대 경청의 기술을 누구도 가르치지 않았어요.
 
  한국사회가 산업화를 거치며 교육과 일에서 너무 경쟁을 부추겨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들은 공부하라는 말 외에 어떤 말도 못 듣고 자랍니다. 부모들도 공부하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합니다. 가족과 이웃, 사회가 어떻게 해야 조화롭게 살 수 있는지, 때론 희생의 덕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어요.”
 
  김 교수는 “우리 인류가 지금껏 생존한 비결은 서로 희생하고 협동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발전할 수 있었다”며 “사랑과 협동이 인간의 속성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랑과 협동정신을 가르쳐야 합니다. 한국사회는 경쟁을 가르치지만 사랑과 협동정신은 안 가르칩니다.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한국에서는 경쟁에서 이긴 거북이 얘기만 합니다. 그러나 미국과 독일에선 그렇게 가르치지 않아요. ‘거북이가 나쁘다. 자는 토끼를 깨워 함께 가야지 그게 무슨 경주냐’고 가르쳐요. 우리는 혼자 노력해 이기는 행위를 정당화하지만 그 나라는 함께 경쟁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고소·고발의 심리는 개인의 불화(不和)를 공동체의 윤리(倫理)에 호소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호소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응축된 분노는 계속된다. 법원 판결에 불복해 재정신청(裁定申請)을 내는 경우도 그런 이유에서다.
 
  재정신청이란 고소·고발 사건을 검사가 불기소할 경우 그 결정에 불복한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법원에 그 결정이 타당한지 여부를 묻는 절차를 말한다. 법원행정처가 펴낸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7년까지 한 해 600~800건 수준이었던 재정신청 건수가 2008년 1만1248건으로 늘었고 2009년 1만2726건, 2010년 1만5292건까지 증가했다. 2011년에도 1만4203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39건의 재정신청이 법원에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증가의 배경에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不信)이 깔려 있지만 그 심리적 기저에는 ‘확증 편향’ 의식이 내재해 있다.
 
 
  확증 편향의 오류
 
시시비비를 가리는 법정에서조차 불만을 품고 법정을 모독하기도 한다. 수원지방법원이 법정질서 유지 시범을 보이고 있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만 관심을 가질 뿐 그 반대논리나 부정적인 증거를 찾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확증 편향은 일단 어떠한 의견이나 지각, 판단이 머릿속에 자리 잡으면 확증할 만한 사례만 찾아다닐 뿐 그 반대의 증거는 외면한다. 게다가 자신에 반(反)한 부정적 증거를 반박하거나 무시할 방법을 찾는 데만 관심을 기울인다. 자신의 신념체계를 위협하는 부정적 증거들이 침투해올 때 “그렇긴 하지만~”이라며 자신의 신념을 기댈 사족(蛇足)을 댄다.(행크 데이비스, 《양복을 입은 원시인》 참조)
 
  기자와 만난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의 말이다.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재정신청을 통해 소송이 제기된 건수는 2005~2007년 6건에 불과합니다.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뒤 2008년 121건, 2010년 224건, 2011년 134건 등으로 늘고 있으나 소송까지 가는 비율은 극히 일부예요. 고소인의 말만 듣고 기소를 하면 피고소인에게 큰 피해가 가기 때문에 재정신청이 들어온다고 해서 이를 바로 수용하는 것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어요.”
 
  경찰청은 경찰수사의 공정성을 높인다며 지난 2011년 5월부터 ‘수사관 교체요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사관 교체를 요청할 수 있는 경우는 경찰서에 접수된 고소·고발·진정·탄원 등 민원사건이 대상이다. 교체 기준은 수사관의 욕설·가혹행위 등 인권침해와 청탁·편파수사 의혹이 일 경우다.
 
  2011년 5월부터 12월까지 수사관 교체요청은 1026건이었고, 작년에는 1678건이었다. 해마다 요청건수는 늘고 있다. 또 실제 수사관이 바뀐 경우는 2011년 789건(76.9%), 작년 1434건(85.5%)으로 압도적인 비율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첨예하게 다투는 고소·고발 사건은 잘잘못을 가리기가 어려워 공정하지 않다며 수사관 교체를 요구하면 거부하기 힘든 측면이 많다.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수사관이 자꾸 바뀌다 보니 담당 경찰관이나 피고소인이 반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김승열 변호사는 “사적 구제보다는 정식 법절차에 의한 분쟁해결을 꼭 나쁘다고 볼 수 없고, 다만 형사절차로만 집중되는 현상은 제도적으로 개선·보완해야 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 과징금의 대폭적인 인상, 사설탐정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그의 말이다.
 
  “분쟁시 법적 절차로 요구하는 것은 권리의식이 높은 선진국민에게 당연시되는 일이죠. 개별적 피해에 대한 권리구제 요청은 사회를 좀 더 투명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어요. 일본의 집단적이고 소극적인 국민성향보다는 좀 더 적극적이고, 목소리가 높은 한국인의 정서가 긍정적 요인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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