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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무더기 광고하는 탈모치료제의 비밀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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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카락은 태아 때 다 만들어진다”
⊙ 현재 의학으로 탈모 속도 늦추는 가장 확신한 방법은 프로페시아 복용
⊙ 프로페시아와 성분 같은 전립선 치료제 프로스카 복용자, 전국적으로 10만 명에 달해
⊙ 탈모치료제 시장 규모 3000억~1조원에 달해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 전면 광고중인 탈모 치료 용품들.
  B회사는 매주 한 번 꼴로 중앙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낸다. 자사(自社) 제품이 탈모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내용이다. 제품 사용 전과 후의 사진을 보면 같은 사람인가 의심이 들 정도다. 밑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 있다.
 
  <프랑스의 벤토나이트와 우리나라 남해머드, 광물질, 세계3대 광천수 중 하나인 초정약수의 미네랄을 추출해 세정제를 만들었고, 피부와 머릿결에 영양을 줘 머릿결을 탄력있게 만들어 준다.>
 
  이 ‘신비의 비누’ 10개와 피부머드팩 1개의 비용은 19만8000원이다. 비누 베스트셀러인 도브 비누 10개가 1만원 안팎이다. 일반 비누보다 20배쯤 비싸다. 이 회사에 전화를 했다.
 
  “비누를 사용하면 기미·주근깨가 빠지고, 머리가 새로 생겨나요. 개인 차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달에서 세 달 정도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어요.”
 
  - 머리가 없던 자리에서 새로 납니까.
 
  “네. 새로 나요.”
 
  - 어떻게 가능하죠.
 
  “비누 성분이 좋아요. 벤토나이트라고, 화장품 업계에서는 이미 알아주는 재료잖아요. 머드랑 비슷한 천연광물인데 그걸 이용해서 만들어 효과가 있는 거죠.”
 
  - 기미, 주근깨 빠지는 피부 미용이랑 머리칼 나는 거랑 상관이 없잖습니까.
 
  “그게 다 같이 된다니까요. 그래서 비누랑 머드팩이랑 같이 파는 거예요. 10일 써 보시고 마음에 안 드시면 반품하면 돼요.”
 
  - 신문광고에 사용자 중 80%가 효과를 봤다고 돼 있는데요.
 
  “저희 사장님부터 효과를 보셨으니까요. 사진대로예요. 머리가 없었는데 났으니까 ….”
 
  - 과학적 근거는 있습니까.
 
  “그냥 써 보시면 알아요.”
 
 
  벤토나이트는 토목용 방수제
 
  이 회사가 ‘화장품업계에서 알아주는’ 성분으로 지목한 벤토나이트에 대해 알아봤다. 국내에는 한국벤토나이트라는 벤토나이트 전문업체가 있다. 충남 예산공장의 담당자는 “벤토나이트는 점토 같은 것”이라며 “과거에는 일부 화장품 원료로 공급했는데, 요즘은 주로 토목용 방수제로 만들어서 건설업체에 납품한다”고 말했다.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명 ‘멍게샴푸’도 유행이다. 경남 통영시와 (주)멍게전략식품사업단이 버려지는 멍게껍질을 이용해 만든 샴푸다. 뉴스전문 매체인 《뉴시스》는 지난 6월 7일, 이 샴푸가 동물실험을 통해 발모를 촉진하는 효과를 입증받았고 특허를 출원해 둔 상태라고 보도했다. 300mL짜리 샴푸 한 통 가격은 4만5000원이다.
 
  사업단 관계자는 “부풀려진 부분이 많다”고 실토했다.
 
  “의약외품으로 판매하려면 식약청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받지 못했어요. 멍게껍질을 이용해서 뭘 만들었다는 게 신선하니까 제품 출시 전에 기사가 나갔는데, 좀 과장됐거든요.”
 
  - 멍게샴푸를 쓰면 탈모가 방지되는 것은 맞습니까.
 
  “효능에 대해 말할 수 없어요. 그래서 광고도 대놓고 못하고요. 동물실험은 했는데 아직 상품으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서 좀 그렇거든요.”
 
  - 판매는 하고 있습니까.
 
  “네, 소비자들한테 얘기는 해요. 이게 정식으로 인정받은, 뭐 그런 상품은 아니라고요. 그래도 사시는 분들은 사시니까, 저희야 뭐 …. 저희 사업단이 국비를 지원받아서 운영하는 부분이 있어서 언론 인터뷰 하지 말라 그랬거든요.”
 
  ‘뉴드림모’라는 탈모예방 제품을 파는 회사에 전화를 했다. 이 회사는 신문에 ‘감기만 하면 모발이 거짓말처럼 살아나!’라고 광고하고 있다.
 
  “저희는 천연성분으로 샴푸를 만들거든요. 화학약품을 쓰지 않아 한방 성분만 들어 있어요. 당귀, 석창포, 하수오, 상백피, 구기엽 등 뭐 많이 들어가요.”
 
  - 이런 한약제가 직접 모발을 나게 한다는 소리죠.
 
  “이 샴푸로 감고 머리를 말린 다음에 저희가 세트로 판매하는 발모제를 두피에 바르면 효과가 있어요. 한 번 사용하면 모발이 굵어진다는 것을 경험하실 거고요. 여러 번 쓰다 보면 막혔던 모공이 열려서 시간이 흐르면 모발이 없던 곳에서 솜털이 나고 차츰 짙어지는 걸 알아요.”
 
  - 과학적으로 입증이 된 것인지.
 
  “고객분들이 효과를 보시니까 ….”
 
  - 한 세트를 사면 얼마나 쓸 수 있는지요.
 
  “샴푸 하나, 발모제 하나가 한 세트인데 19만8000원이고요, 두 세트 사시면 10만원 깎아서 29만8000원이에요. 여성분들은 한 달 반쯤 쓰시고, 남성분들은 석 달 쓰세요.”
 
  또 다른 신문에는 ‘탈모로 잃어버린 청춘, 감기만 하면 돌아온다’고 광고를 하고 있다. 전화번호가 달라서 알아봤는데, 좀 전에 통화한 ‘뉴드림모’라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상담원은 문의전화가 많으니, 휴대폰 번호를 남기면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15분 뒤, 상담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신문광고 보고 전화하셨죠? 저희 제품은 식약청, 보건복지부, 미 FDA에서 승인받은 제품이에요. 하루에 한 번씩 우리 제품으로 샴푸하고, 발모제를 바르면 한 달 만에 머리털이 쭈삣쭈삣 올라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으실 거예요. 저희가 제품을 자택으로 보내는데, 한 달 체험기간 동안 결제는 안하셔도 되고요. 두 달째부터 무이자 3개월로 내시면 됩니다. 샴푸 한 개, 발모제 한 개에 19만8000원이고요.”
 
  - 미 FDA에서 승인받은 제품이라고요.
 
  “네. 발모제로 특허를 받았고요. 현재 미국, 캐나다로 수출하고 있어요.”
 
  - 샴푸 원료는 뭔가요.
 
  “감초, 뽕잎, 석창포, 뭐 잘 모르실 텐데요. 머리에 좋은 30가지 생약제를 전부 넣어서 만들었고요. 고객님은 왜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생각하세요. 혈액순환이 안돼서 그러는 거거든요. 머리에 혈액순환을 막는 나쁜 기름때 같은 것이 끼어 있는데, 저희 샴푸를 사용하면 그런 것들이 없어지는 거예요. 써 본 고객분들이 말씀하세요.”
 
  - 다른 전화번호로 걸었는데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네요.
 
  “저희가 여러 루트로 해서요. 홈페이지에서도 제품 구입하실 수 있고요. 저희 제품은 평생 쓰는 게 아니라 딱 6개월, 두 세트만 쓰시면 돼요. 두피를 재생시켜서 머리카락이 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립니다. 주소 주시면 내일 받아 보실 수 있어요.”
 
  전화 상담원은 철저한 교육을 받은 듯, 쉴 새 없이 제품의 효능을 말하기에 바빴다. 식약청, 보건복지부, 미 FDA 승인까지 그럴듯하다.
 
  식약청 화장품정책과 관계자는 “전형적인 과장광고 상품”이라고 말했다.
 
  “미국 FDA는 샴푸제품에 대해 승인하지 않고요, 보건복지부는 의약외품인 샴푸랑 아무 상관이 없는 부서입니다. 저희쪽에서 양모샴푸로 승인을 받은 업체가 이렇게 과대광고를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 소비자들로서는 현혹당할 수밖에 없겠는데요.
 
  “저희가 과대광고에 대해 상시 단속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제품의 경우 광고주와 실제로 광고를 하는 광고자가 다릅니다. 광고하는 사람에게 제재를 가해도 광고주를 잡기 어렵고, 실제로 광고주 명의를 추적해 보면 대포 통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광고정지’ 처분 기일이 보름이라서, 이 사람들이 보름만 지나면 이름과 전화번호를 바꿔서 다른 신문에 또 광고를 합니다. 현실적으로 근절하기 어렵습니다.”
 
 
  태어날 때 머리카락 갯수가 맥시멈
 
  탈모 인구 1000만 시대다. 요즘처럼 춥고 건조한 계절이 되면 머리카락이 여름보다 두 배 정도 더 빠진다. 마치 동물이 겨울에 털갈이를 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 머리카락은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라는 게 정설이다. 피부과 전문의인 모리치피부과 오준규 원장의 설명이다.
 
  “머리카락은 태아 때 다 만들어집니다. 호르몬이나 후천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심장·위 같은 소화기관처럼 갖고 태어나는 기관의 일종입니다. 아기가 10만 개의 머리카락을 갖고 태어났다면 죽을 때까지 그게 맥시멈(maximum)입니다. 가지고 태어난 것보다 더 많아질 수는 없다는 것이 법칙입니다. 동물에서 간혹 예외가 있어요. 노루뿔이 빠질 때 분명 털이 없었는데, 그 자리에 털이 나는 경우가 있어서 의사들 사이에서 설왕설래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태어날 때 그 머리카락 갯수가 전부예요.”
 
  - 신생아 머리카락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데요.
 
  “그건 갯수의 문제가 아니라 머리카락이 굵으냐, 색깔이 검으냐의 이슈예요. 태아에 생긴 머리카락이 유년기, 사춘기를 거쳐 노년기로 갈수록 변하는 겁니다. 신생아의 머리카락은 아주 얇고, 태어나자마자 전체적으로 한 번 빠지죠. 그 이후부터 새로 자라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겁니다.”
 
  - 아이들 머리를 박박 밀면 숱이 많아진다는 얘기가 있죠.
 
  “낭설 중의 낭설입니다. 우연히 그렇게 보이는 것뿐입니다. 그런다고 절대 머리숱이 많아지지 않습니다. 신생아 때 한 번 빠진 머리카락은 굵고 진하게 나오는데 통상 3~4세까지는 이 머리예요.”
 
  - 태어날 때 10만 개의 머리카락을 갖고 태어났다면, 10만 개가 전부 다 납니까.
 
  “네. 신체에 질병만 없다면 머리카락이 생명력으로 가득 차서 전부 다 자랍니다.”
 
  대한모발학회 홍보이사인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의 얘기도 비슷하다.
 
  “서양인은 약 10만 개, 한국사람은 7만~8만 개의 머리카락을 갖고 태어납니다. 서양인은 털이 많은 대신에 가늘고, 한국인은 털은 적지만 굵고 피부층 깊이 위치해 있습니다. 신생아를 잘 살펴보면 이마부터 머리까지 털이 있습니다. 자라는 과정에서 이마털은 퇴화되고, 머리털은 굵어집니다.”
 
  - 태어날 때부터 2만~3만 개의 머리카락만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태생기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머리카락 숫자가 평균에 턱없이 못 미치죠. 줄기세포 기술이 아주 많이 발달해서 후천적으로 줄기세포를 심어 머리카락을 나게 하지 않는 이상, 불행히도 이렇게 적은 머리카락을 갖고 태어난 사람은 치료법이 없습니다.”
 
 
  머리카락 노화, 사춘기에 시작
 
오준규 모리치피부과 원장.
  흔히 신체 노화가 시작되는 시기를 25세 전후로 잡는다. 이것과 비교해 보자면 머리카락은 노화가 너무 빨리 시작된다. 오준규 모리치피부과 원장의 설명이다.
 
  “3~4세 때 빠진 머리는 초등학교 때까지 지속됩니다. 이때 머리가 진짜 머리예요. 환자들 중에서 ‘어렸을 때는 숱이 참 많았는데’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입니다. 머리카락은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변화기를 맞습니다. 사춘기 머리카락이 흔히 말하는 어른 머리카락입니다. 피부도, 두피도 어른입니다. 쉽게 말해 머리카락은 사춘기에 최고의 성숙기를 맞는데, 신체 나이는 청소년인 겁니다. 그리고 사춘기 때부터 탈모가 진행됩니다.”
 
  - 가장 건강한 머리카락은 초등학교 때고, 사춘기 때부터 퇴화된다는 겁니까.
 
  “네. 초등학교 이후의 머리카락은 보통 3년을 기준으로 빠지고 새로 나기를 반복합니다. 기대수명이 80세라고 하면 약 20~30번 빠지고 난다고 보면 되겠네요. 집안에 탈모 내력이 없고, 원래 갖고 태어난 머리카락이 많은 사람은 꽤 오랫동안 버팁니다. 70세 넘어서도 머리카락이 풍성한 분들이죠. 그럼 이런 분들은 20대 때는 대체 머리카락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본인이 몰랐을 뿐이지, 탈모 유전자가 있는 분들은 이미 사춘기 때부터 탈모가 서서히 진행돼 왔던 겁니다.”
 
  - 10대 환자도 있습니까.
 
  “불행히도 종종 있습니다. 10대 후반인데, 머리카락의 상당수가 빠진 경우가 있죠.”
 
 
  남성호르몬과 5알파리덕타제 효소 만나 탈모 촉진물질 생성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탈모가 사춘기에 시작된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탈모의 원인은 이 시기에 분비되는 남성호르몬 때문이다. 남성호르몬이 분비되면 목소리가 굵어지고 근육이 늘고 수염이 늘어나는 등 흔히 말하는 ‘2차 성징’이 드러난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때부터 탈모도 시작된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의 설명이다.
 
  “사람들이 가장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탈모가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머리가 빠지는 탈모가 있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탈모가 있습니다. 남성호르몬이 원인인 대머리는 머리가 가늘어지는 탈모입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탈모는 가을철이 돼서, 항암치료 때문에, 출산 후에 머리카락이 빠지는 경우입니다. 이런 탈모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됩니다. 그런데 남성탈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카락이 계속 가늘어집니다.”
 
  허창훈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머리카락이 나오는 원리는 이렇다. 머리카락은 줄기세포에서부터 모근원세포가 나와서 시작된다. 이 세포가 점점 밑으로 내려와서 맨 밑에 있는 모유두세포에 가고, 모유두세포가 모근세포와 합작을 하면 머리카락이 만들어진다. 이 작업이 계속되면 결국 털이 밀려서 피부 표피 위로 올라간다. 원천 줄기세포가 밖으로 나오면 피부가 되고, 밑으로 내려가면 털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오준규 모리치피부과 원장은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다가 결국에는 모근이 없어지는 것이 탈모”라고 말했다.
 
  “달리기를 하면 땀구멍이 열려서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커져 있잖습니까. 머리카락이 완전히 나지 않는 사람들의 모근을 보면 아주 퇴화해서 세포덩어리를 간신히 확인할 정도로 작습니다. 완전히 막힌다기보다 아주 많이 작아지는 겁니다. 머리카락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현재 피부과 전문의들이 말하는 탈모의 원인은 ‘남성호르몬’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남성호르몬이 만들어 내는 ‘DHT(Dihydrotosterone)’가 머리카락을 제대로 못 자라게 해서다.
 
  모발이식을 주로 하는 홍정욱 모제림성형외과 원장의 설명이다.
 
  “5알파(α)리덕타제 효소가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과 만나면 탈모를 일으키는 DHT로 변합니다. 이 DHT는 모발이 가늘어지는 사이클을 촉진합니다. 모발이 충분히 굵어지고 튼튼해지는 데 필요한 시간이 있는데, 이를 앞당기는 겁니다. 머리카락이 굵어지기 전에 퇴행기, 휴지기가 됐다가 다시 나는 일이 반복되면서 모낭이 위축되고 결국에 탈모가 됩니다.”
 
  -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남자는 탈모 확률이 높습니까.
 
  “꼭 그렇게 볼 수는 없습니다.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돼도 5알파리덕타제 효소와 잘 반응하지 않으면 DHT가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통상 남성호르몬이 적을 때보다 많을 때 효소와 반응할 것이라고 가정해서, 남성호르몬 과다가 탈모의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그럼 아예 남성호르몬 자체를 못 나오게 해서, ‘DHT’가 생성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없애 버리면 어떨까. 오준규 모리치피부과 원장은 “사춘기 전에 거세하면 탈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했다.
 
  “과거 유럽에서 남자 소프라노를 양성하려고 거세했습니다. 집안 내력이 대머리인 형제 중 동생은 거세했고, 형은 그대로 뒀더니 형은 대머리가 됐습니다. 동생은 괜찮았죠. 이후에 동생에게 남성호르몬을 주사했더니 다시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남성탈모는 유전과 호르몬에 의해 결정됩니다.”
 
 
  평생 매일 먹어야 하는 약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막을 수 없다면, 5알파리덕타제라는 효소와 잘 결합하지 못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이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다. 이것은 미(美) 머크 제약회사가 만들었는데, 원래는 양성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연구 과정에서 이 약이 5알파리덕타제 효소를 억제해 DHT의 농도를 감소시킨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탈모 치료제로 쓰이게 됐다. 우리가 흔히 상품명으로 말하는 ‘프로페시아(propecia)’가 이 성분으로 만들어진 경구용 남성 탈모 치료제다. ‘프로페시아’는 임상실험 결과를 통과해 1997년 12월에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초의 먹는 탈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현재 의학으로 탈모 속도를 더디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프로페시아 복용’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의 얘기다.
 
  “탈모치료를 받겠다는 사람들은 우선 프로페시아를 복용해야 합니다. 모발이식을 하든, 안 하든 무조건 복용해야 해요. 모발이식을 해도 프로페시아를 복용하지 않으면 다시 머리가 빠집니다. 하루 한 알, 1mg을, 매일 복용해야 합니다. 약을 복용하다가 중단하면 그때부터 다시 머리가 빠집니다.”
 
  - 평생,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인데 부작용은요.
 
  “복용자의 1.4%가 성욕감퇴를 느낀다고 조사됐습니다. 소화기관이나 어지럼증, 불면증 유발 등 다른 부작용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장기간 복용했을 때 전립선암을 예방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다만 전립선암 예방효과가 있었지만, 막상 전립선암에 걸린 사람을 조사해 보니 진행속도가 초기가 아니라 말기 쪽으로 심한 경우가 있었다는 논문이 1991년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논란거리인 주제이고, 안심하고 먹어도 좋은 약입니다.”
 
  오준규 모리치피부과 원장의 입장도 같다.
 
  “탈모 환자들에게는 이런 약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일입니다. 피나스테리드 성분은 테스토스테론에 수소가 2개 붙어서 ‘DHT’가 되려고 하는 그 과정을 방해합니다. 수소가 그 자체로 존재하게 만드니까 ‘DHT’가 없는 건데, 그만큼 약 효과가 좋습니다. 부작용이 거의 없습니다. 예전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는 성욕감퇴 부작용이 30%대였는데, 피나스테리드는 1%대예요. 우리나라 남자들이 성기능 장애라고 하면 기겁을 하니까 약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건데, 과학적으로 입증된 약입니다. 100명 중의 1명이 겪은 부작용 때문에 99명이 두려워할 필요는 없죠.”
 
  - 탈모 환자인데, 하필이면 그 1%에 들어가면요.
 
  “인생관에 따라 탈모를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성욕감퇴를 감내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불행하지만 어쩔 수 없죠. 현재로서 프로페시아를 복용하지 않으면서 탈모 치료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프로페시아, 남아 임신한 여성에게 치명적
 
프로페시아.
  그렇다면 탈모 치료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 성분)를 먹지 않고 머리에 바르면 어떨까. 허창훈 교수의 얘기다.
 
  “프로페시아를 주사약으로 만들어 머리에 직접 주사하면 좋은데, 식약청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브라질과 일부 남미 지역에서는 프로페시아 주사약을 쓰는데, 실제 탈모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우리는 왜 허가가 나지 않습니까.
 
  “프로페시아가 여성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출산과 상관없는 여성은 상관이 없는데, 가임기 여성이 이 약을 복용하면 기형아 출산 위험이 있어요. 임산부가 여아를 임신했다면 상관없는데, 만약 남아라면 그 아이의 성기발달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남아의 성기는 보통 앞에서 뒤로 껍질이 덮여서 완성되는데, 프로페시아 성분이 이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에 남아 성기 기형에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프로페시아를 머리에 바르는 약으로 출시하거나, 주사약으로 할 경우 가임기 여성에게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습니다. 프로페시아 먹는 약을 만드는 공장도 전부 남자 직원들로만 이뤄져 있습니다.”
 
  - 프로페시아를 먹는 남자의 부인이 임신했다면요.
 
  “이 약은 남자와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기형아 출산’이라고 하니까, 가임기의 여성이나 그 남편들까지 전부 먹으면 안 되는 줄 아는데, 남자는 아무리 먹어도 상관없습니다. 여성, 가임기, 특히 남아를 잉태한 여성에게만 치명적인 약입니다.”
 
  그리고 탈모 치료제로 사용되는 것에는 바르는 탈모 치료제인 ‘미녹시딜’이 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프로페시아’와 ‘미녹시딜’을 먹고 바르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들 한다. ‘미녹시딜’은 미국에서 개발된 혈관확장약으로 주로 중증 고혈압에 사용된다. 그런데 이 약품이 외용제로 사용될 때 남성형 탈모 치료에 유효한 것으로 확인돼 현재 실험 중이다. 아직까지 그 효능이 완벽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대다수의 피부과 전문의들은 ‘미녹시딜’이 탈모를 더디게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미녹시딜’을 하루에 2번씩 발라야 하는데, 사실 그 과정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의사 입장에서 환자들에게 ‘미녹시딜’을 하루에 2번씩 꼬박꼬박 바르라고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약이 끈적끈적해서 마치 머리가 기름 끼어서 떡진 것처럼 되고, 그 약에 들어간 방부제 성분 때문에 따갑다는 사람이 있어요. 일단 두피에 염증이 생기면 더이상 ‘미녹시딜’을 바르기는 어렵죠. ‘안 바르는 것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에 일주일에 두세 번씩 바른다는 환자들을 보면 답답합니다. 규정량을 지키지 않으면 안 바르는 것과 똑같습니다.”
 
  - 불편함을 감수하고 하루에 3, 4번씩 바르면 효과가 더 좋을까요.
 
  “너무 많이 바르면 흡수되는 양이 많기 때문에 부작용 우려가 있습니다. 애초에 혈압치료제로 개발된 것이고, 모근 자체를 자극하는 약이니까 지나친 것도 좋지 않죠.”
 
 
  ‘프로페시아’보다 훨씬 값싼 ‘프로스카’, 성분·효능 같아
 
  한국MSD에서 생산하는 ‘프로페시아’는 미 FDA와 국내 식약청에서 승인받은 유일한 먹는 치료제다. 하지만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 중에서 ‘프로페시아’가 아니라 ‘프로스카’를 복용하는 이들이 꽤 많다. ‘프로스카’와 ‘프로페시아’의 약 성분이 똑같아서다. 그런데 약값은 5배 차이가 난다. ‘프로스카’는 28일 복용분이 1만4000원, ‘프로페시아’는 한 달 복용분이 5만5000원 정도다. 탈모 치료를 위해서는 ‘프로페시아’를 1mg 복용해야 하는데, ‘프로스카’는 5mg짜리 알약 하나이다 보니 4분의 1로 쪼개 먹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따른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비용 때문에 ‘프로페시아’ 대신에 ‘프로스카’를 복용하는 탈모 환자가 전국에 1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격 차이가 나는 이유는 ‘프로페시아’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탈모 치료제이고, ‘프로스카’는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전립선염 치료제여서다. 하지만 두 약 모두 성분은 피나스테리드로 같다.
 
  그럼 아버지가 대머리이면 아들도 대머리가 될까. 아니면 아버지가 대머리인데 한 대를 뛰어넘어, 본인 아들이 대머리가 될까. 탈모의 ‘유전성’에 대해 대다수의 피부과 전문의들은 동의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의 얘기다.
 
  “유전적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유전이 아빠 반, 엄마 반 섞여서 나오는 건데 섞여지는 과정에서 계속 유전자 변이가 생깁니다. 나에게 탈모 유전자가 있다고 해도, 그 유전자가 결국 질환으로 가느냐 가지 않느냐는 또 별개의 문제예요. 유전자가 있어도 100% 질환으로 발전하지는 않습니다. 질환으로 가는 과정에서 어떤 영양인자들이 작용을 하는데,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통상 음식 30%, 스트레스 30% 등으로 얘기하죠. 탈모의 원인이 70% 이상 규명됐지만,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크기 때문에 아버지가 대머리라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 집안이 대대로 탈모인 사람이 본인 역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20대 초기부터 ‘프로페시아’를 복용하면 탈모가 중단됩니까.
 
  “그럼 그 상태가 일단 유지됩니다.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빠지는 부분까지는 조절할 수 없지만, ‘DHT’ 호르몬으로 인해 탈모가 빨라지는 현상은 막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이마가 40대 초반에 훤해졌던 전철을 밟지 않죠.”
 
  오준규 모리치피부과 원장은 종종 10대 청소년이 ‘프로페시아’를 먹겠다고 우겨서 부모 상담을 하는 경우가 있다. 10대 아들은 약을 먹겠다고 하고, 부모는 말리는 일이 허다하단다.
 
  “그 아들이 10대 후반부터 꾸준히 프로페시아를 복용했다고 하면 탈모 위험이 훨씬 줄어들 겁니다. 그런데 사실 탈모가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잖습니까. 탈모로 인해 외관상 사람들을 만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들 하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초창기에 병원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머리카락은 사춘기 이후부터 퇴화하는데, 탈모 인자가 많은 사람들조차 그냥 무심히 있다가 한참 진행된 다음에 병원을 찾는 거죠. 그만큼 치료가 어렵고, 비용에 비해 본인이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지도 못해서 안타깝습니다.”
 
 
  매년 급증하는 탈모치료제 시장
 
  탈모 치료제 시장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정확한 시장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혹자는 3000억~1조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그만큼 탈모로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두리화장품(주)에서 판매하는 ‘댕기머리샴푸’는 탈모 방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댕기머리 500mL 샴푸의 가격은 1만원선. 팬틴샴푸 850mL가 5000원 안팎인 점을 보면 꽤 비싸다. 이 샴푸는 탈모 방지에 효과가 있을까. 두리화장품 이기무 소장의 얘기다.
 
  “댕기머리 한방샴푸는 일반 샴푸의 천연성분 함량에 비해 매우 높은 33% 이상의 한방 성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동의보감 등 문헌을 통해 알려진 한방처방을 기준으로 사용합니다. 문헌에서는 남성호르몬 과다분비, 두피에 발생하는 지루성 피부염, 출산·스트레스 등을 탈모의 원인으로 꼽습니다. 남성호르몬 제어는 어렵기 때문에, 댕기머리 샴푸는 지루성 피부염의 원인으로 알려진 성분을 억제하는 성분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었고, 탈모개선 효과는 임상실험으로 증명됐습니다.”
 
  - 이 샴푸를 사용하면 얼마 만에 효과를 볼 수 있나요.
 
  “빠른 사람은 1개월 정도의 사용으로 큰 효과를 보고, 3개월 이상 꾸준히 사용해야 효과를 보는 분들도 있죠.”
 
  - 한 번 샴푸를 쓰면 평생 꾸준히 써야 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몇 번 사용한 다음에 중단하면 효과가 발휘되는 시간이 적어서 효과가 지속되지 않습니다.”
 
  - 일반 샴푸에 비해 가격이 3배나 비싼데요.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가가 높습니다. 품질이 우수한 천연 한방약재가 많이 들어 있고, 한방추출 노하우 등 초기 비용이 포함돼서 그렇습니다.”
 
 
  탈모 샴푸 살 돈으로 약 먹어야
 
  이뿐이 아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탈모 샴푸’, ‘탈모에 좋은 음식’을 치면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허창훈 교수는 “탈모 환자들 중에서 돈만 낭비하다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말을 이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프로페시아’ 복용을 통한 탈모 방지는 한 달 먹는 약값이 6만원입니다. 그런데 과학적 방법은 무시하고, 무조건 탈모에 좋다는 제품 사서 바르고 먹는데 한 달에 10만원을 씁니다. 사람들이 ‘약’이라고 하니까 덜컥 겁을 내는 것인데 제 입장에서 보면 정말 안타깝지요.”
 
  - 케라틴 성분 함유도 있고, 샴푸 구성 성분에 이름도 잘 모르는 것들이 잔뜩 쓰여 있으면서 탈모 방지용이라고 하던데요.
 
  “성분 자체가 좋다는 것과 몸에 들어와서 작용하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흔히 피부미용을 위해 케라틴을 먹는다는데, 이 콜라겐이 실제로 피부에 들어가서 콜라겐이 되느냐는 알 수 없거든요. 쉽게 말해서 돼지껍데기 먹는 것과 똑같습니다. 콜라겐 팩을 해도 얼굴에 콜라겐이 들어가는 게 아니에요. 팩을 하는 동안 피부에 보습이 돼서 피부가 좋아지는 것이지, 콜라겐이 들어가서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 많은 탈모 용품들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합니까.
 
  “개인적으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탈모 환자가 ‘프로페시아’를 매일 먹으면서, ‘미녹시딜’을 하루에 두 번 바르고, 그러면서 탈모 방지 샴푸를 쓰고, 머리카락 생성에 도움되는 음식을 먹는다면 찬성합니다. 제일 답답할 때가 ‘아토피’ 피부 때문에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아토피에 좋은 보습제가 뭔가요?’라고 물어볼 때예요. 보습제가 1만원에서 2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라고 하죠. 20만원짜리 아껴서 바르는 게 좋겠습니까, 1만원짜리 듬뿍 자주 바르는 게 좋겠습니까? 탈모 방지 용품은 그런 차원입니다. 병원 치료 필요없고, 우리한테 두피 마사지 받으면 된다는 건 말이 안되죠.”
 
  오준규 모리치피부과 원장의 의견도 비슷하다.
 
  오 원장은 “샴푸든, 바르는 약이든 미녹시딜을 능가하는 제품은 없다. 내용물이 뻔한 상품들을 포장만 달리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열이 머리에 쏠려 탈모되는 것”(발머스한의원)
 
강여름 발머스한의원 원장.
  ‘댕기머리 샴푸’에서 알 수 있듯이 한의학이 탈모 치료에 뛰어든 지 오래다. 피부과에서 한의학을 보는 시각은 싸늘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피부과 전문의는 “한의학은 과학으로 명확하게 풀지 못하는 영역에는 모두 침투해 진실규명을 방해한다”며 “한의원에서 탈모 치료약이라며 주는 한약 속에 ‘프로페시아’를 갈아 넣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발머스한의원>은 전국에 15개의 지점을 가진 탈모전문 한의원이다. 이 한의원은 최근에 지난 5년 동안의 연구 보고서를 묶어서 《혁신적 탈모이론, 열성탈모》라는 책을 시중에 내놨다. 이 한의원에서 바라보는 탈모의 원인은 ‘신장(부신)의 기능저하’와 ‘혈(血)의 원활하지 못한 작용’ 때문이다. 강여름 원장의 설명은 이렇다.
 
  “신장 위의 호르몬 기관인 부신의 기능저하가 원인입니다. 열이 많은 남성들이 건강할 때는 충분히 커버가 되는데, 커버가 안되면 열이 위로 올라갑니다. 부신에서 조절되는 열이 골고루 퍼져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머리 쪽으로 쏠리는 거죠. 상열하한(上熱下寒)이 되면 두피가 사막화됩니다. 그러다 보면 모발이 점점 가늘어지고 힘이 없어지면서 탈모가 되죠. 두피가 빨갛고 모공이 열려 있는 것이 환자들의 특징입니다.”
 
  - 유전은 아닌 건가요.
 
  “탈모를 잘 유발하는 환경을 만드는 체질이 있습니다. 기골이 장대하고 괄괄하고, 또 부신 기능이 약하게 태어난 사람들이죠. 이런 환자들은 유전이 반이고, 전혀 없는 사람이 반이죠.”
 
  - 열을 머리 위로 안 올라가게 하면 낫습니까.
 
  “이론상으로는 쉬운데 그렇지 않아요. 양방에서는 탈모의 원인을 남성호르몬에 국한시키기 때문에 두피의 열을 제거해야 한다는 관점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남성호르몬과 열성탈모를 섞어서 말하죠.
 
  열순환을 잘 시키든지, 부신의 기능을 보호하면 됩니다. 보통 앞머리는 소화기 열과 관련이 많고, 정수리 탈모는 부신기능 저하로 탈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어떤 치료를 합니까.
 
  “우선 몸의 열을 제대로 잡는 치료를 시작합니다. 간, 부신을 보호하는 약재를 써서 먹는 약을 씁니다. 하수오, 구기자, 맥문동, 산수유, 오미자를 써요. 약재뿐 아니라 약재 비율이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하루에 두 번, 환자 상태에 따라 네 번도 먹습니다.”
 
  - 얼마나 복용하면 열이 떨어집니까.
 
  “열이 빨리 잡히는 환자는 보름부터 효과가 나고, 늦는 사람은 6개월 정도 걸립니다. 간이 얼마나 보호됐느냐는 숫자로 확인하기 뭣하지만, 열이 잡히면 모발이 새로 납니다.
 
  - 양의에서는 모근이 갈수록 작아져 세포 수준으로 조그맣게 돼서 아예 정지되는 것으로 보던데요. 한의에서는 모근은 살아 있고 그 외부 요인이나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는 겁니까.
 
  “당연한 얘기입니다. 모발이 나지 않더라도 모근 기능이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은 해외 논문에도 나옵니다. 피부 진피층까지 상처 입은 경우, 화상 입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죽은 모근은 없다고 봅니다.”
 
 
  모발이식 비싼 이유는 인건비
 
황정욱 모제림성형외과 원장.
  탈모 치료의 끝은 모발이식이다. 모제림성형외과는 모발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다. 이 병원에서는 절개법, 비절개법을 이용해 머리를 심는다. 황정욱 모제림성형외과 원장의 설명이다.
 
  “심한 탈모 환자들도 귀 뒤에서 뒷목 부분의 머리카락은 남아 있습니다. 이쪽 후두부에서 피부 조직을 떼는 것이 시작입니다. 머리카락 2000개를 뽑는다면, 통상 가로 15cm, 세로 1.5cm 정도를 절개합니다. 두피 피부를 통째로 절개한 후에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잡아당겨서 봉합을 합니다. 대기하고 있던 팀은 두피 피부에서 모낭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환자의 앞머리, 정수리 부분에 일일이 심습니다.”
 
  - 한 번에 몇 개나 심을 수 있나요.
 
  “보통 2000모(毛) 정도를 심으면 시술한 티가 나고, 심한 탈모환자는 4000모까지 해야 합니다. 머리카락을 모낭째 심었다고 해서 빠지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이식한 머리털은 곧 빠지고, 2주 정도 지나면 심은 자리에 뿌리가 내립니다. 그리고 다시 머리털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 부작용이라면.
 
  “절개한 부위에 심한 통증을 느끼죠. 머리는 다음 날부터 감을 수 있고, 첫날 남은 핏자국은 2~3일 후에 딱지로 바뀝니다.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비용이 고가지요.
 
  “머리카락 개당 2000원 정도입니다. 모발이식이 미용에 포함돼서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니까, 2000모를 이식하면 400만원 정도죠. 비절제수술은 두피를 벗겨내지 않고 후두부에서 모발을 하나하나 채취하는 방법인데 1.5배 정도 비쌉니다.”
 
  - 모발이식 비용은 왜 이렇게 비쌉니까. 모낭 채취 기술이 어려운 건가요.
 
  “쉽게 인건비라고 보면 됩니다. 모발 채취해서 이식하는 데 5~6시간이 걸려요. 더구나 두피를 절개하고, 모낭을 채취해 심는 과정이 한꺼번에 이뤄지다 보니 한 수술방에 7~8명의 의료진이 들어갑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아타스로봇’이라는 기계를 들여왔다.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채취해야 하는 모낭을 기계가 대신해 주는 것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기계가 정교하게 채취 부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로봇 팔이 빠르고 정확해 사람 손으로 채취하는 것보다 모낭 생존율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40대 이상의 많은 남성이 탈모로 인해 고민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일 먹고, 바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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