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에너지 수입액 1217억 달러, 선박, 철강, 승용차 수출액 합계보다 많다
⊙ 세계원자력협회(WNA), “2030년까지 원전 430基 신설될 것”
⊙ “우리 原電은 건설비용이 싸고, 工期가 짧고, 安全하다”
⊙ 2009년 기준 총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는 2.5%
李在奐
⊙ 75세. 고려대 정외과 졸업. 同 대학 정치학 석사, 단국대 행정학 박사.
⊙ 국무총리 비서관, 청와대 행정처장, 체육부차관, 제11ㆍ14대 국회의원, 국회 사무총장 역임.
⊙ 現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 세계원자력협회(WNA), “2030년까지 원전 430基 신설될 것”
⊙ “우리 原電은 건설비용이 싸고, 工期가 짧고, 安全하다”
⊙ 2009년 기준 총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는 2.5%
李在奐
⊙ 75세. 고려대 정외과 졸업. 同 대학 정치학 석사, 단국대 행정학 박사.
⊙ 국무총리 비서관, 청와대 행정처장, 체육부차관, 제11ㆍ14대 국회의원, 국회 사무총장 역임.
⊙ 現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낭보(朗報)가 전해졌다. 우리나라가 UAE 원전(原電) 4기를 수주(受注)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쟁입찰에 참여한 한전 컨소시엄은 APR1400(1400MW급 한국형 원전) 4기를 설계·건설하고 향후 60년 동안 운전, 기기교체 등의 운영참여 대가로 400억 달러를 받게 됐다. 1호기는 2017년, 나머지 3기는 2020년까지 완공하는데, 10년 동안의 건설 부문 수주액(200억 달러)의 경우 중형차 100만 대, 30만t급 유조선 180척을 수출하는 금액과 맞먹는다.
열사(熱沙)의 땅에서 이뤄낸 쾌거에 세밑의 대한민국은 들썩거렸다. 언론은 “원전이 반도체, 철강, 조선(造船)에 이어 대한민국의 신(新)성장동력 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원전에 대한 따뜻한 눈길은 약 1년 만에 싸늘한 시선으로 돌변했다.
지난 3월 일본의 ‘안전(安全)대국’ 신화를 무너뜨린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주변국은 물론 전 세계를 ‘방사능 공포’로 몰아넣었다. 독일은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시한연장 계획을 3개월간 보류한 데 이어 최근에는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전 도입을 계획하던 다른 국가들의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계속운전 중인 고리원전 1호기가 ‘전압차단기 고장’으로 때마침 가동이 중단되자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현(現) 정부의 원전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명박(李明博) 정부가 만든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현재 35%에서 59%로 올리기 위해 신규발전소 10기를 증설(增設)할 계획이다. 3월 18일 최중경(崔重卿)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금은 원전 정책을 재검토할 시점이 아니다”며 기존 정책 고수를 공언(公言)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5월 17일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을 찾아 “원전을 계속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2030년까지 原電 비중 35%에서 59%로 올리겠다는 정책 고수
5월 6일, 교과부는 40여 일에 걸쳐 이뤄진 전국 원전 21기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전국의 모든 원전이 설계안전기준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예상 밖의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5년간 1조440억원을 들여 안전설비를 보강하기로 했다.
이런 와중에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拂拭)시키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한 사람이 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하 원자력재단) 이재환(李在奐ㆍ75) 이사장이다. 원자력재단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지식의 계발ㆍ보급으로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1992년 설립된 유일한 원자력 홍보전담기구이다. 연평균 80억원 규모의 원전홍보 사업을 펼치는 원자력재단은 반(反)원전주의자에게는 ‘눈엣가시’다.
6월 2일 기자는 원자력재단 이사장실을 찾았다. 원자력재단은 임직원을 통틀어 50여 명인 조직이다. 이전에는 지식경제부 산하 96개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고, 예산 받는 데도 눈치를 보던 ‘천덕꾸러기’였다.
취임 후, 이 이사장은 2009년을 ‘재단 재탄생의 해’로 선포하고 전반적인 개혁 작업에 돌입했다. 자신이 직접 ‘원자력탐구올림피아드’ ‘대학생 에너지동아리 창설 및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원자력 홍보를 위해 뛰었다. 이사장이 직접 발로 뛰자 직원들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점수도 2006ㆍ2007년 ‘꼴찌’에서 2009년에는 B등급(90.35점)으로 올라섰다.
그렇게 1년여를 보냈을 쯤, 이재환 이사장은 UAE 원전 수주 소식을 접했다. 그는 원전 수주가 원자력재단이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부터 했다고 한다. 재단의 소관부서도 지식경제부 원자력산업과에서 원자력수출진흥과로 이관(移管)돼 수출진흥지원이 주요업무 중의 하나가 됐다.
이때부터 원자력재단은 해외로 보폭(步幅)을 넓히기 시작했다. 2010년 5월 세계원자력협회(WNA) 가입, 7월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원전 안전성 홍보’에 관한 업무협력협정(MOU)을 체결했다. 작년 말에는 말레이시아에 ‘대한민국 원전 홍보관’을 설치하고 원전도입 희망국가에 한국형 원전의 우수성을 알리는 한편 경쟁국인 미국과 프랑스의 원자력산업 인사들과 교류도 추진하고 있다.
교과부 전국 원전 21基 안전성 검토, 결론은 이상 無
인사를 나눈 이 이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은 자연재해인데 마치 원전 자체 결함 때문인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무작정 폐쇄 혹은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비(非)현실적입니다. 반핵(反核)을 주장하는 환경단체는 그렇다 쳐도 국사(國事)를 논하는 정치인마저 대안(代案) 없이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합니다. 국회의원들도 원자력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이재환 이사장은 11ㆍ14대 국회의원, 체육부 차관, 국회 사무총장(장관급) 등을 역임한 정치인 출신이다. 그는 “내가 국회의원 시절 ‘원전 전문가’로 꼽혔다”면서 “11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원자력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지역구인 대전의 오피니언 리더는 대덕연구단지의 21개 연구기관장이었다. 이 이사장은 정치인으로서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 기관장 월례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원자력연구소장이던 한필순(韓弼淳ㆍ78) 박사는 이 이사장을 자신의 방에 데려가 일종의 ‘훈계’를 했다. 한 박사는 “에너지가 없는 우리에게 원자력은 필수”라며 “국회의원 ‘놈’들이 원자력을 모르니까 나라가 발전하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한 박사의 충고를 새기며 원자력에 대한 견문(見聞)을 넓혀 나갔다.
14대 국회에서는 저(低)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입지(立地) 선정에 관여하면서 또 한 번 전문 지식을 쌓는 기회를 가졌다. 원자력재단에 와서는 원자력 관련 서적이라면 주제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 지금 이사장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원자력 관련 서적은 대부분 이 이사장이 취임 후 독파한 것들이다. 어떤 때는 새벽에 퇴근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재환 이사장은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에 원자력은 포기할 수 없는 에너지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는 원전 비중이 75%가 넘기 때문에 중동 정세가 악화돼도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사활(死活)적 국익’ 차원의 문제인 에너지를 외부에 의존해야 합니까. 원자력을 통해 에너지 자립(自立)을 해야 합니다. 후대(後代)에 해외 의존도 97%의 에너지 빈국(貧國)을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이 이사장의 말처럼 우리는 ‘에너지 빈국’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에너지 수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이 1217억 달러로 같은 해 총수입액의 28.6%에 달한다. 작년 10대 수출품목 중 ▲선박(471억 달러) ▲철강(376억 달러) ▲승용차(317억 달러)의 총수출액(1164억 달러)에 53억 달러를 얹어야 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 중 원유(原油) 수입액만 686억 달러이고, 화석(化石)연료 수입총액은 1200억 달러를 넘는다.
특히 2008년에는 사상 유례(類例)없는 고(高)유가로 인해 에너지 수입액이 1415억 달러를 기록했다. 대외 의존적 에너지 수급구조 때문에 유가(油價)가 출렁일 때마다 한국경제는 휘청거렸다. 이재환 이사장은 “국내 총발전량 중 34.1%를 차지하는 원전은 저렴한 전력(電力)의 대량공급을 통해 에너지 안보(安保)의 한 축(軸)을 담당했다”고 평가했다. 즉 원전이 국가경제발전과 가계경제 안정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세계 원전시장 규모, 향후 20년 동안 1290조원
또 다른 ‘국익’ 차원에서도 우리는 원전을 그냥 보아 넘길 수 없다. WNA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 최소 430기의 원전이 신설(新設)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전 1기를 건설하는 데 전문가들은 “3조원이 든다”고 말한다. WNA의 전망치대로라면 향후 20년 동안 세계 원전시장 규모는 1290조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1173조원)을 웃도는 거대한 시장이 펼쳐진다는 얘기다. 2010년 1월 정부는 “2030년까지 해외에 80기의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세계 원전시장은 미국 웨스팅하우스(28%)ㆍGE(20%), 프랑스 아레바(24%)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4기를 수출하는 한국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산(勝算)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가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UAE 원전 수주 배경을 두고 각종 의혹이 제기된 것도 우리 원전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스스로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재환 이사장은 “한국 원전기술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하기 때문에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원전의 장점은 건설비용이 싸고, 공기(工期)가 짧고,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1kWh당 건설단가의 경우 프랑스(아레바 2900달러)나 미국(GE 3582달러)보다 현저히 낮은 2300달러입니다. 공기도 52개월로 경쟁국보다 조기(早期) 완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운영실적 또한 세계 1등으로 2010년 기준 원전이용률이 91.2%입니다. 한국형 원전 도입국가에 효율적이고 안전한 운영방법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원자력재단의 홍보 노하우(Knowhow)가 있기 때문에 원전 한류(韓流)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 이사장에 따르면 원전은 다가오는 ‘탄소경제’ 시대에 그 효용(效用)이 증대된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상 아직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선진국’에 주어진 탄소배출 감축의무가 없다. 이 이사장은 “2013년부터 ‘의무감축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농후해 원전을 통한 녹색성장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건국 60주년 경축사에서 “신(新)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현재 2%에서 2050년 2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재 총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는 2.5%(2009년)뿐이다. 2050년에 20%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주력으로 자리를 잡기에는 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환 이사장은 “태양광, 풍력, 조력(潮力) 등은 현 단계에서 다른 에너지원의 대체재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원자력은 화석연료 시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갈 때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에너지”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가 주(主) 에너지원이 돼야 하지만, 실용화하기 전까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전력공급 방안은 원자력발전뿐입니다. 원전은 다른 방식에 비해 ‘친(親)환경적’이며 경제적입니다. 첫째, 에너지원별 1kWh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면 석탄 991g, 석유 782g, 태양광 54g, 풍력 14g이지만, 원자력은 10g으로 태양광 발전의 1/5 수준도 안됩니다. 둘째, 100만kWh의 전기를 만들기 위해 원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 1개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풍력은 51개, 태양광은 151개에 상당하는 부지(敷地)가 있어야 합니다. 셋째, 1kWh당 발전단가도 원자력은 34.8원으로 석유의 약 1/3 수준입니다.”
청소년 1955명 중 36.5%만 “안전하다”고 답해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원자력 전도사’ 이재환 이사장은 원자력의 장점에 대해 쉴 새 없이 얘기했다. 하지만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낙관할 수준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원자력재단이 일반 성인(成人)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71.1%가 “원전은 안전하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은 “안전하지 않다”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같은 시기 청소년 195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는 더욱 부정적이다. 응답자 중 36.5%만 “안전하다”고 답했다.
이재환 이사장은 “미래 우리 사회 주역인 청소년들이 원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성인보다 원자력 지식이 없고 ‘핵(核)무기’ ‘체르노빌’로 대표되는 왜곡된 이미지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원전 수용성(受容性) 제고(提高)를 위해 더욱 열심히 뛰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본래 과학은 ‘위험’을 수반하지만, 이를 줄이는 연구를 거듭한 끝에 점차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근간(根幹)이 됐습니다. 원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동 초기에는 고장이 잦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운영과 안전관리 측면에서 전 세계가 놀랄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소비하는 전력량을 줄이는 것은 어렵고, 문명이 발전하는 만큼 필요한 에너지도 늘어날 겁니다. 원전을 반대하는 분들도 이런 상황을 인정하고 건설적인 비판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열사(熱沙)의 땅에서 이뤄낸 쾌거에 세밑의 대한민국은 들썩거렸다. 언론은 “원전이 반도체, 철강, 조선(造船)에 이어 대한민국의 신(新)성장동력 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원전에 대한 따뜻한 눈길은 약 1년 만에 싸늘한 시선으로 돌변했다.
지난 3월 일본의 ‘안전(安全)대국’ 신화를 무너뜨린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주변국은 물론 전 세계를 ‘방사능 공포’로 몰아넣었다. 독일은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시한연장 계획을 3개월간 보류한 데 이어 최근에는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전 도입을 계획하던 다른 국가들의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계속운전 중인 고리원전 1호기가 ‘전압차단기 고장’으로 때마침 가동이 중단되자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현(現) 정부의 원전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명박(李明博) 정부가 만든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현재 35%에서 59%로 올리기 위해 신규발전소 10기를 증설(增設)할 계획이다. 3월 18일 최중경(崔重卿)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금은 원전 정책을 재검토할 시점이 아니다”며 기존 정책 고수를 공언(公言)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5월 17일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을 찾아 “원전을 계속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2030년까지 原電 비중 35%에서 59%로 올리겠다는 정책 고수
5월 6일, 교과부는 40여 일에 걸쳐 이뤄진 전국 원전 21기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전국의 모든 원전이 설계안전기준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예상 밖의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5년간 1조440억원을 들여 안전설비를 보강하기로 했다.
이런 와중에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拂拭)시키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한 사람이 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하 원자력재단) 이재환(李在奐ㆍ75) 이사장이다. 원자력재단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지식의 계발ㆍ보급으로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1992년 설립된 유일한 원자력 홍보전담기구이다. 연평균 80억원 규모의 원전홍보 사업을 펼치는 원자력재단은 반(反)원전주의자에게는 ‘눈엣가시’다.
6월 2일 기자는 원자력재단 이사장실을 찾았다. 원자력재단은 임직원을 통틀어 50여 명인 조직이다. 이전에는 지식경제부 산하 96개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고, 예산 받는 데도 눈치를 보던 ‘천덕꾸러기’였다.
취임 후, 이 이사장은 2009년을 ‘재단 재탄생의 해’로 선포하고 전반적인 개혁 작업에 돌입했다. 자신이 직접 ‘원자력탐구올림피아드’ ‘대학생 에너지동아리 창설 및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원자력 홍보를 위해 뛰었다. 이사장이 직접 발로 뛰자 직원들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점수도 2006ㆍ2007년 ‘꼴찌’에서 2009년에는 B등급(90.35점)으로 올라섰다.
그렇게 1년여를 보냈을 쯤, 이재환 이사장은 UAE 원전 수주 소식을 접했다. 그는 원전 수주가 원자력재단이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부터 했다고 한다. 재단의 소관부서도 지식경제부 원자력산업과에서 원자력수출진흥과로 이관(移管)돼 수출진흥지원이 주요업무 중의 하나가 됐다.
이때부터 원자력재단은 해외로 보폭(步幅)을 넓히기 시작했다. 2010년 5월 세계원자력협회(WNA) 가입, 7월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원전 안전성 홍보’에 관한 업무협력협정(MOU)을 체결했다. 작년 말에는 말레이시아에 ‘대한민국 원전 홍보관’을 설치하고 원전도입 희망국가에 한국형 원전의 우수성을 알리는 한편 경쟁국인 미국과 프랑스의 원자력산업 인사들과 교류도 추진하고 있다.
교과부 전국 원전 21基 안전성 검토, 결론은 이상 無
인사를 나눈 이 이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원인은 자연재해인데 마치 원전 자체 결함 때문인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무작정 폐쇄 혹은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비(非)현실적입니다. 반핵(反核)을 주장하는 환경단체는 그렇다 쳐도 국사(國事)를 논하는 정치인마저 대안(代案) 없이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합니다. 국회의원들도 원자력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이재환 이사장은 11ㆍ14대 국회의원, 체육부 차관, 국회 사무총장(장관급) 등을 역임한 정치인 출신이다. 그는 “내가 국회의원 시절 ‘원전 전문가’로 꼽혔다”면서 “11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원자력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당시 그의 지역구인 대전의 오피니언 리더는 대덕연구단지의 21개 연구기관장이었다. 이 이사장은 정치인으로서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 기관장 월례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원자력연구소장이던 한필순(韓弼淳ㆍ78) 박사는 이 이사장을 자신의 방에 데려가 일종의 ‘훈계’를 했다. 한 박사는 “에너지가 없는 우리에게 원자력은 필수”라며 “국회의원 ‘놈’들이 원자력을 모르니까 나라가 발전하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한 박사의 충고를 새기며 원자력에 대한 견문(見聞)을 넓혀 나갔다.
14대 국회에서는 저(低)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입지(立地) 선정에 관여하면서 또 한 번 전문 지식을 쌓는 기회를 가졌다. 원자력재단에 와서는 원자력 관련 서적이라면 주제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 지금 이사장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원자력 관련 서적은 대부분 이 이사장이 취임 후 독파한 것들이다. 어떤 때는 새벽에 퇴근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재환 이사장은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에 원자력은 포기할 수 없는 에너지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는 원전 비중이 75%가 넘기 때문에 중동 정세가 악화돼도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사활(死活)적 국익’ 차원의 문제인 에너지를 외부에 의존해야 합니까. 원자력을 통해 에너지 자립(自立)을 해야 합니다. 후대(後代)에 해외 의존도 97%의 에너지 빈국(貧國)을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이 이사장의 말처럼 우리는 ‘에너지 빈국’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에너지 수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이 1217억 달러로 같은 해 총수입액의 28.6%에 달한다. 작년 10대 수출품목 중 ▲선박(471억 달러) ▲철강(376억 달러) ▲승용차(317억 달러)의 총수출액(1164억 달러)에 53억 달러를 얹어야 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 중 원유(原油) 수입액만 686억 달러이고, 화석(化石)연료 수입총액은 1200억 달러를 넘는다.
특히 2008년에는 사상 유례(類例)없는 고(高)유가로 인해 에너지 수입액이 1415억 달러를 기록했다. 대외 의존적 에너지 수급구조 때문에 유가(油價)가 출렁일 때마다 한국경제는 휘청거렸다. 이재환 이사장은 “국내 총발전량 중 34.1%를 차지하는 원전은 저렴한 전력(電力)의 대량공급을 통해 에너지 안보(安保)의 한 축(軸)을 담당했다”고 평가했다. 즉 원전이 국가경제발전과 가계경제 안정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세계 원전시장 규모, 향후 20년 동안 1290조원
 |
| 이재환 이사장은 “청소년들이 원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2011년 4월 삼척에서 있었던 반원전 시위 현장 모습. |
현재 세계 원전시장은 미국 웨스팅하우스(28%)ㆍGE(20%), 프랑스 아레바(24%)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4기를 수출하는 한국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산(勝算)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가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UAE 원전 수주 배경을 두고 각종 의혹이 제기된 것도 우리 원전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스스로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재환 이사장은 “한국 원전기술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하기 때문에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원전의 장점은 건설비용이 싸고, 공기(工期)가 짧고,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1kWh당 건설단가의 경우 프랑스(아레바 2900달러)나 미국(GE 3582달러)보다 현저히 낮은 2300달러입니다. 공기도 52개월로 경쟁국보다 조기(早期) 완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운영실적 또한 세계 1등으로 2010년 기준 원전이용률이 91.2%입니다. 한국형 원전 도입국가에 효율적이고 안전한 운영방법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원자력재단의 홍보 노하우(Knowhow)가 있기 때문에 원전 한류(韓流)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 이사장에 따르면 원전은 다가오는 ‘탄소경제’ 시대에 그 효용(效用)이 증대된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상 아직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선진국’에 주어진 탄소배출 감축의무가 없다. 이 이사장은 “2013년부터 ‘의무감축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농후해 원전을 통한 녹색성장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건국 60주년 경축사에서 “신(新)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현재 2%에서 2050년 2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재 총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는 2.5%(2009년)뿐이다. 2050년에 20%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주력으로 자리를 잡기에는 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환 이사장은 “태양광, 풍력, 조력(潮力) 등은 현 단계에서 다른 에너지원의 대체재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원자력은 화석연료 시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갈 때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에너지”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가 주(主) 에너지원이 돼야 하지만, 실용화하기 전까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전력공급 방안은 원자력발전뿐입니다. 원전은 다른 방식에 비해 ‘친(親)환경적’이며 경제적입니다. 첫째, 에너지원별 1kWh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면 석탄 991g, 석유 782g, 태양광 54g, 풍력 14g이지만, 원자력은 10g으로 태양광 발전의 1/5 수준도 안됩니다. 둘째, 100만kWh의 전기를 만들기 위해 원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 1개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지만, 풍력은 51개, 태양광은 151개에 상당하는 부지(敷地)가 있어야 합니다. 셋째, 1kWh당 발전단가도 원자력은 34.8원으로 석유의 약 1/3 수준입니다.”
청소년 1955명 중 36.5%만 “안전하다”고 답해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원자력 전도사’ 이재환 이사장은 원자력의 장점에 대해 쉴 새 없이 얘기했다. 하지만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낙관할 수준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원자력재단이 일반 성인(成人)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71.1%가 “원전은 안전하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은 “안전하지 않다”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같은 시기 청소년 195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는 더욱 부정적이다. 응답자 중 36.5%만 “안전하다”고 답했다.
이재환 이사장은 “미래 우리 사회 주역인 청소년들이 원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성인보다 원자력 지식이 없고 ‘핵(核)무기’ ‘체르노빌’로 대표되는 왜곡된 이미지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원전 수용성(受容性) 제고(提高)를 위해 더욱 열심히 뛰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본래 과학은 ‘위험’을 수반하지만, 이를 줄이는 연구를 거듭한 끝에 점차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근간(根幹)이 됐습니다. 원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동 초기에는 고장이 잦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운영과 안전관리 측면에서 전 세계가 놀랄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소비하는 전력량을 줄이는 것은 어렵고, 문명이 발전하는 만큼 필요한 에너지도 늘어날 겁니다. 원전을 반대하는 분들도 이런 상황을 인정하고 건설적인 비판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