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30년 역사를 보유하고 있고, 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한국야구지만 구장은 아직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난 4월 16일 삼성라이온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열리고 있던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8회초 7시32분, 정전으로 조명탑은 물론 구장 내 조명이 꺼지면서 구장 전체가 암흑에 휩싸였다. 20여 분 후 일부 조명탑이 작동됐으나 외야조명탑은 불이 켜지지 않았다. 심판은 결국 서스펜디드 게임(Suspended·일시정지 후 다음 경기로 이어지는 게임)을 선언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것은 1999년 이후 12년만이다. 변압기 고장으로 일어난 이 정전사고로 두산 정재훈은 연습도구와 충돌해 이마가 찢어지는 바람에 20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4월 23일에는 대전 한밭구장에서 경기가 끝난 후 더그아웃 위에서 선수 인터뷰를 지켜보던 팬이 그라운드로 추락해 코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 팬은 낮은 관중석 난간에 기대고 있다가 머리부터 바닥으로 떨어졌다.
2010년에도 야구장 사건사고는 곳곳에서 일어났다. 경기 중 마운드에서 벽돌 수십 장이 출토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6월 22일 기아-넥센전이 펼쳐지던 광주 무등야구장에서의 일이다. 투수(넥센 송신영)가 “마운드 아래 이물질이 있다”고 하자 코치와 심판들이 마운드를 점검했고, 그 아래 벽돌 수십 장이 쌓여 있었다. 이는 부실한 기초공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마운드가 지나치게 딱딱하면 전력투구하는 투수의 몸에 이상이 올 수 있다.
다음 날인 6월 23일 마산야구장에서는 ‘벌집 사건’이 발생했다. 3루 쪽 불펜 뒤 방송카메라가 자리 잡은 천장에 정체불명의 덩어리가 있었던 것. 한 선수가 생수병으로 이를 건드리자 땅벌 수십 마리가 쏟아져나와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구장에 벌집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9월 불어닥친 태풍 ‘곤파스’는 야구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서울 목동야구장의 좌측 외야기둥이 완전히 붕괴돼 쓰러졌다. 넥센히어로즈의 2군 훈련장인 전남 강진의 강진베이스볼파크는 완전히 무너졌다. 서울 잠실야구장의 광고판과 광고 현수막도 완전히 뜯겨 날아갔다. 다행히 태풍이 불어온 시간이 오전이라 인명피해는 없었고 당일 경기는 당연히 취소됐지만, 복구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 밖에 딱딱한 인조잔디 그라운드에서 도루나 슬라이딩을 하다 부상당한 선수의 예는 셀 수 없을 정도다. 미(美) 메이저리그 출신 봉중근(LG트윈스)은 “한국 야구 수준은 미국이나 일본에 뒤지지 않는데 시설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특히 목동ㆍ대구ㆍ광주구장은 MLB(미국프로야구)로 치면 싱글A(마이너리그 최하 레벨)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야구장 사고는 이제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
한 해 관중 수가 6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프로야구지만, 국내 야구장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30년이 됐고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았지만 구장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가장 새 구장이 1999년 신축된 문학구장이다. 지은 지 보통 30~40년, 많게는 60년이 넘어가는 구장들은 대부분 시설이 노후하고 지진과 태풍 등 이상기후에 취약한 것은 물론, 이미 균열이 시작돼 붕괴의 위험이 가시화된 곳도 있다. 아직 심각한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월간조선》이 전국 프로야구 구장 실태를 점검했다.
현재 프로야구 8개 구단이 이용 중인 구장은 총 10개다.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가 서울 잠실야구장을, 넥센히어로즈가 서울 목동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며 SK와이번스가 인천 문학야구장, 한화이글스가 대전 한밭야구장과 청주야구장, 삼성라이온즈가 대구야구장, 기아타이거즈가 광주 무등야구장과 군산 월명야구장, 롯데자이언츠가 부산 사직야구장과 마산야구장을 이용한다. 모든 야구장은 지방자치단체 소유로, 구단이 이를 대여해 쓰는 형식이다.
2010년 프로야구 관중 수는 592만8626명. 2011년 5월 현재 관중 수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0% 이상 늘어난 상태여서 2011년 총 관중 수는 663만여 명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700만 관중을 기대하기도 한다. 또 엔씨소프트가 9구단을 창단해 2013년 또는 2014년 시즌부터 참여할 예정이며, 곧이어 10구단이 생기면 ‘1000만 관중’도 가능할 것으로 KBO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야구장들이 지금 같은 상태라면 관중 수가 계속 늘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63세 먹은 대구구장, 대형사고 위험도
수도권 구장을 제외한 지방 구장은 대부분 형편이 열악하지만, 야구팬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입을 모으는 곳은 정전사태가 발생한 대구구장이다. 대구구장이 지어진 해는 1948년이다. 무려 63년째 사용되고 있다. 1981년 개보수를 했지만 워낙 오래돼 곳곳에 균열이 생겨 있다.
기자 역시 수년 전 대구구장을 처음 찾았을 때 “과연 이곳이 명문구단 삼성라이온즈의 홈구장인가”라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연면적이 7605m²로 잠실구장(4만5312m²), 사직구장(1만2790m²)은 물론 광주구장(1만3872m²), 대전구장(1만2103m²)보다도 협소하다. 최근 CI(기업이미지) 작업을 마치고 인조잔디를 새로 까는 등 외관상으로는 비교적 산뜻해졌지만 관람 환경은 결코 쾌적하지 못하다.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져 흉한 것은 물론이고, 좁은 관람석과 장마철이면 진동하는 역한 냄새에 이미 삼성 팬들은 익숙해져 있다. 주차장이 수용가능한 차량 수는 274대에 불과해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주변도로의 혼잡이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몇 년 전 더그아웃과 더그아웃으로 가는 통로 천장이 균열로 무너질 지경이 되면서 철제 빔이 설치됐고, 10여 개의 빔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어 마치 텐트촌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더그아웃 위쪽은 관중석. 대부분의 삼성팬은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모르고 이쪽 자리를 찾는 관중에게 삼성라이온즈 선동열 전(前) 감독이 “그쪽에 앉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스포츠서울》의 이환범 기자는 “대구구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할 곳”이라고 주장했다. “어느 날 취재 중 더그아웃에서 관중석을 바라보는데 덜컥 겁이 나더군요. 기둥과 대들보에 철제 빔이 덕지덕지 붙은 구조물 위에 수많은 관중이 앉아 있는 겁니다. 대형사고가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대구구장은 관중석과 그라운드 모두 문제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대구구장 그라운드는 인조잔디 밑에 콘크리트가 깔려 있는 구조입니다. 돌 위에서 뛰는 격이니 몸이 성할 리가 없죠. 대구구장에서 도루를 시도하다 부상을 입은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닙니다.”
특히 대구구장은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야구장 안전점검 결과에서 2006년 ‘불량’을 의미하는 E등급을 받았다. E등급이란 진단결과(A~E) 중 최하등급으로 시설물의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을 해야 하는 등급이다. 쉽게 말해 철거대상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철제 빔 설치 등 일부 보수만으로 2009년에는 B등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B등급은 경미한 결함이 발생했지만 기능발휘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잠실야구장이 C등급을 받았는데 무너지기 직전의 대구구장이 B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기준이 모호한 안전진단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병일 연세대 운동의학센터 교수는 “프로야구 출범 30년이 됐는데도 한국 프로야구가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대구나 광주구장이 30년 전과 별 차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구와 광주구장은 미국 대학 야구장 수준이 될까 말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광주ㆍ대전구장도 ‘56년 역사’
대구구장 다음으로 안전과 편의 관련 지적이 잦은 곳은 광주 무등구장과 대전 한밭구장이다. 두 곳을 잇달아 방문해 보니 전형적인 중소도시의 공설운동장 분위기가 느껴졌다.
1965년 지어진 광주구장은 내부 일부 철근이 부식됐고, 지정석과 1루 경계 계단, 3루와 외야 경계 계단이 갈라져 있는 상태다. 또 경기장 곳곳에 부식된 흔적이 보였다. 2009년 소방방재청 안전점검에서는 대구구장과 같은 B등급을 받았다.
광주구장은 2007년 리모델링 전까지 전국에서 가장 낙후한 구장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비가 오면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생기고 구장 내에 물방개가 헤엄쳐다니는 일까지 벌어져 ‘물방개 구장’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또 리모델링 전까지는 원정팀 샤워시설이 없어 땀범벅이 된 선수들이 씻지도 못한 채 숙소로 가야 했고, 질 나쁜 인조잔디와 딱딱한 그라운드 때문에 선수들이 자주 부상을 입곤 했다.
리모델링을 했다고는 하지만 매점과 화장실 시설이 낙후된 것은 물론, 관람석이 좁아 3시간 이상 앉아 야구경기를 즐기기에는 다소 불편해 보였다.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주차도 어려워 가족 나들이는 더더욱 어려워 보였다. 통로 계단도 좁아 사람이 몰리는 시간엔 지체현상이 심했다.
대전구장 역시 1965년에 지어진 오래된 구장이다. 첫 느낌은 대구구장이나 광주구장만큼 노후하지 않은 듯했지만 관중석에 앉는 순간 불편함이 느껴졌다. 앞뒤 간격이 좁아 만석일 때는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였다. 관중석 경사도 다른 구장보다 급해 노약자에겐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한화팬은 “대전구장은 관중석 각도 및 구조가 기형적이기 때문에 관중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그물망이 지나치게 높게 설치돼 있어 관객의 시야를 가리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KBO 산하 야구발전실행위원회 관계자는 “대전과 광주, 대구구장은 워낙 오래돼 아마추어용으로 사용해야 할 수준”이라며 “대구와 광주는 새 구장 건립이 확정됐고, 대전도 하루빨리 구장 신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태 좋은 구장도 자연재해에는 취약
한편 잠실과 문학, 사직구장은 10개 구장 중 상태가 가장 좋은 편이다. 선수들에게도 이들 구장은 ‘경기하기 편한’ 곳이다. 3만명 전후를 수용할 수 있는 이 대형구장들은 인조잔디가 깔린 다른 구장들과 달리 그라운드에 천연잔디가 깔려 있다. 잔디와 흙이 깔린 바닥은 부드러워 콘크리트와 인조잔디가 깔린 바닥에 비해 뛸 때 부담이 덜하고 부상위험도 훨씬 적다. 해당 지자체 재정형편이 좋은 편이어서 관중 입장에서도 이들 3개 구장에 갖는 불만은 크지 않다. 잠실과 사직은 해당 도시의 인구가 많고 야구 인기가 높다 보니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식당과 매점 등 편의시설이 다양해 이용객들에게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특히 문학구장은 연면적 4만1901m², 주차장 수용가능 차량 수 4559대로 전 구장 중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또 바비큐 존(Zone), 잔디밭, 파티 공간, 어린이놀이터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춰 시설이 ‘메이저리그급’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형편이 괜찮은 구장들도 지은 지 오래된 만큼 안전문제는 적지 않다. 국내 최대 구장인 잠실구장도 구장 구조물 이음부와 외벽에 미세 균열이 생겼고 조명탑 부근이 손상돼 시설공단 안전진단에서 목동구장(B등급)보다도 낮은 C등급을 받았다. 잠실과 사직구장은 지속적으로 관리와 개보수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어진 지 30년이 다 돼가는 만큼 곳곳에서 보이는 균열과 노후된 시설 등 세월의 흔적을 감출 수는 없는 상태다.
두산베어스 김진 사장은 “지은 지 30년 된 잠실구장은 관중 수용에 한계가 있다”며 “자금문제 등 현실적으로 신축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리모델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이야기다. “사실 관중석 좌석이 낡고 좁아서 관람하기 불편해요. 특히 한여름에는 3시간 이상 견디기가 힘들고 안전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도 수용인원 수가 넉넉하지 않은데 좌석을 넓혀 좌석 수를 줄이는 것 역시 야구팬들에게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벤치마킹을 위해 해외의 많은 구장을 돌아봤는데, 외야 뒤에 새로운 관중석을 증축하는 방법 등으로 서울시와 꾸준히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특히 어떤 야구장도 지진과 태풍 등 이상기후에 대한 대책이 아예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일본 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공포감이 늘어나고 있지만 10개 프로야구장 중 8개는 내진설계가 아예 돼 있지 않았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최근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제공받은 <전국 야구장 내진설계 현황 및 내진성능 평가 자료>를 공개하고 “문학경기장과 청주야구장을 제외하면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아 지진에 무방비 상태이며, 10개 구장 모두 내진성능평가를 실시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국내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포함해야 하는 법은 1988년 시행됐는데, 대부분의 야구장이 1988년 이전에 준공돼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내진성능평가를 실시한 적이 없어 내진성능 보강 권고조차 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잠실야구장과 목동야구장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경우 대중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내진등급 I등급에 해당되는 구조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야구장의 경우 지진피해가 집중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곳보다 대비가 필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프로야구 구장은 1999년 개장한 문학구장이다. 12년 된 구장이 가장 새 구장인 것이다. 아직 야구장에서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대형 인명사고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각 구단과 지방자치단체들은 구장 신축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구장 신축 물꼬 트여
다행히도 최근 노후 구장을 중심으로 자치단체와 구단 모기업들이 힘을 모아 구장을 신축할 것을 잇달아 결정했다. 야구팬들은 “최근 프로야구계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현재 야구장 신축을 결정한 곳은 기아와 광주, 삼성과 대구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구장으로 지적받는 곳들이다.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무등구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구장을 지어 2014년 시즌부터 문을 연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기아자동차가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시비 400억원과 정부지원 300억원 등 총 100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대구광역시 역시 2014년 완공을 목표로 대구구장 신축계획을 내놓았고, 삼성은 이에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대구 신축 구장 사업비는 부지매입비를 포함해 1500억원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다. 대구시는 국비 300억원, 시비 700억원, 삼성 500억원의 예산으로 구장을 신축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또 9구단 엔씨소프트가 연고지 창원에 새 구장을 지을 계획이고, 전주와 수원 등 자치단체도 10구단 창단을 위해 새 야구장을 건립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엔씨소프트와 창원시가 획기적인 최신식 구장을 신축해 다른 구단 및 지자체를 자극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이처럼 구장 신축의 물꼬가 트이자 이와 관련해 유영구 전 KBO 총재는 잠실구장 리모델링 또는 서울구장 신축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잠실구장을 반반씩 사용 중인 LG와 두산이 기아-광주시의 경우처럼 기업 측에서 일정액을 부담하고 서울시가 신축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실제로 KBO는 서울시와 두 기업을 상대로 조율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5월 초 유영구 총재의 갑작스런 사퇴 및 KBO 총재 공석사태로 서울 신 구장은 당분간 추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야구장 개선돼야 야구수준 높아진다
야구장 시설개선 문제는 현재 모든 야구인의 숙제다.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감독으로 금메달을 땄던 두산베어스 김경문 감독은 야구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야구장 시설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연습경기를 하려고 선진국 야구팀들을 초청했었는데, 한국의 구장을 보고 이런 곳에 몸값 높은 선수들을 보낼 수 없다는 팀도 있었습니다. 창피했지요. 그나마 서울에서 뛰는 우리 팀은 낫지, 열악한 지방 구장을 볼 때면 이곳을 홈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어떤 구장에선 선수들이 몸을 사릴 정도로 형편없습니다. 도저히 ‘프로야구’를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닙니다.”
KBO 이상일 사무총장은 “잠실구장은 별 3개급 호텔, 지방구장은 여인숙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구단주 및 자치단체들과 협의해 구장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려 합니다. 또 프로야구 구장은 물론, 아마야구나 청소년야구용 야구장도 태부족인 만큼 지자체들이 야구장 신축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해요. 전국 어느 곳에서나 안전하게 야구를 할 수 있을 때 한국 야구가 발전하리라 생각합니다.”
류중일 삼성라이온즈 감독은 “이번 정전사태는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정전사태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번 일로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구장 신축이 더 빨라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4월 23일에는 대전 한밭구장에서 경기가 끝난 후 더그아웃 위에서 선수 인터뷰를 지켜보던 팬이 그라운드로 추락해 코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 팬은 낮은 관중석 난간에 기대고 있다가 머리부터 바닥으로 떨어졌다.
2010년에도 야구장 사건사고는 곳곳에서 일어났다. 경기 중 마운드에서 벽돌 수십 장이 출토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6월 22일 기아-넥센전이 펼쳐지던 광주 무등야구장에서의 일이다. 투수(넥센 송신영)가 “마운드 아래 이물질이 있다”고 하자 코치와 심판들이 마운드를 점검했고, 그 아래 벽돌 수십 장이 쌓여 있었다. 이는 부실한 기초공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마운드가 지나치게 딱딱하면 전력투구하는 투수의 몸에 이상이 올 수 있다.
다음 날인 6월 23일 마산야구장에서는 ‘벌집 사건’이 발생했다. 3루 쪽 불펜 뒤 방송카메라가 자리 잡은 천장에 정체불명의 덩어리가 있었던 것. 한 선수가 생수병으로 이를 건드리자 땅벌 수십 마리가 쏟아져나와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구장에 벌집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9월 불어닥친 태풍 ‘곤파스’는 야구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서울 목동야구장의 좌측 외야기둥이 완전히 붕괴돼 쓰러졌다. 넥센히어로즈의 2군 훈련장인 전남 강진의 강진베이스볼파크는 완전히 무너졌다. 서울 잠실야구장의 광고판과 광고 현수막도 완전히 뜯겨 날아갔다. 다행히 태풍이 불어온 시간이 오전이라 인명피해는 없었고 당일 경기는 당연히 취소됐지만, 복구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 밖에 딱딱한 인조잔디 그라운드에서 도루나 슬라이딩을 하다 부상당한 선수의 예는 셀 수 없을 정도다. 미(美) 메이저리그 출신 봉중근(LG트윈스)은 “한국 야구 수준은 미국이나 일본에 뒤지지 않는데 시설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특히 목동ㆍ대구ㆍ광주구장은 MLB(미국프로야구)로 치면 싱글A(마이너리그 최하 레벨)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야구장 사고는 이제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
한 해 관중 수가 6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프로야구지만, 국내 야구장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30년이 됐고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았지만 구장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가장 새 구장이 1999년 신축된 문학구장이다. 지은 지 보통 30~40년, 많게는 60년이 넘어가는 구장들은 대부분 시설이 노후하고 지진과 태풍 등 이상기후에 취약한 것은 물론, 이미 균열이 시작돼 붕괴의 위험이 가시화된 곳도 있다. 아직 심각한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월간조선》이 전국 프로야구 구장 실태를 점검했다.
현재 프로야구 8개 구단이 이용 중인 구장은 총 10개다.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가 서울 잠실야구장을, 넥센히어로즈가 서울 목동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며 SK와이번스가 인천 문학야구장, 한화이글스가 대전 한밭야구장과 청주야구장, 삼성라이온즈가 대구야구장, 기아타이거즈가 광주 무등야구장과 군산 월명야구장, 롯데자이언츠가 부산 사직야구장과 마산야구장을 이용한다. 모든 야구장은 지방자치단체 소유로, 구단이 이를 대여해 쓰는 형식이다.
2010년 프로야구 관중 수는 592만8626명. 2011년 5월 현재 관중 수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0% 이상 늘어난 상태여서 2011년 총 관중 수는 663만여 명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700만 관중을 기대하기도 한다. 또 엔씨소프트가 9구단을 창단해 2013년 또는 2014년 시즌부터 참여할 예정이며, 곧이어 10구단이 생기면 ‘1000만 관중’도 가능할 것으로 KBO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야구장들이 지금 같은 상태라면 관중 수가 계속 늘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63세 먹은 대구구장, 대형사고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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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역시 수년 전 대구구장을 처음 찾았을 때 “과연 이곳이 명문구단 삼성라이온즈의 홈구장인가”라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연면적이 7605m²로 잠실구장(4만5312m²), 사직구장(1만2790m²)은 물론 광주구장(1만3872m²), 대전구장(1만2103m²)보다도 협소하다. 최근 CI(기업이미지) 작업을 마치고 인조잔디를 새로 까는 등 외관상으로는 비교적 산뜻해졌지만 관람 환경은 결코 쾌적하지 못하다.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져 흉한 것은 물론이고, 좁은 관람석과 장마철이면 진동하는 역한 냄새에 이미 삼성 팬들은 익숙해져 있다. 주차장이 수용가능한 차량 수는 274대에 불과해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주변도로의 혼잡이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몇 년 전 더그아웃과 더그아웃으로 가는 통로 천장이 균열로 무너질 지경이 되면서 철제 빔이 설치됐고, 10여 개의 빔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어 마치 텐트촌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더그아웃 위쪽은 관중석. 대부분의 삼성팬은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모르고 이쪽 자리를 찾는 관중에게 삼성라이온즈 선동열 전(前) 감독이 “그쪽에 앉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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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라이온즈의 홈구장인 대구구장의 더그아웃 통로. 균열이 심해 철제 빔으로 받쳐놓은 상태다. |
특히 대구구장은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야구장 안전점검 결과에서 2006년 ‘불량’을 의미하는 E등급을 받았다. E등급이란 진단결과(A~E) 중 최하등급으로 시설물의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을 해야 하는 등급이다. 쉽게 말해 철거대상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철제 빔 설치 등 일부 보수만으로 2009년에는 B등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B등급은 경미한 결함이 발생했지만 기능발휘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잠실야구장이 C등급을 받았는데 무너지기 직전의 대구구장이 B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기준이 모호한 안전진단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병일 연세대 운동의학센터 교수는 “프로야구 출범 30년이 됐는데도 한국 프로야구가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대구나 광주구장이 30년 전과 별 차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구와 광주구장은 미국 대학 야구장 수준이 될까 말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광주ㆍ대전구장도 ‘56년 역사’
대구구장 다음으로 안전과 편의 관련 지적이 잦은 곳은 광주 무등구장과 대전 한밭구장이다. 두 곳을 잇달아 방문해 보니 전형적인 중소도시의 공설운동장 분위기가 느껴졌다.
1965년 지어진 광주구장은 내부 일부 철근이 부식됐고, 지정석과 1루 경계 계단, 3루와 외야 경계 계단이 갈라져 있는 상태다. 또 경기장 곳곳에 부식된 흔적이 보였다. 2009년 소방방재청 안전점검에서는 대구구장과 같은 B등급을 받았다.
광주구장은 2007년 리모델링 전까지 전국에서 가장 낙후한 구장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비가 오면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생기고 구장 내에 물방개가 헤엄쳐다니는 일까지 벌어져 ‘물방개 구장’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또 리모델링 전까지는 원정팀 샤워시설이 없어 땀범벅이 된 선수들이 씻지도 못한 채 숙소로 가야 했고, 질 나쁜 인조잔디와 딱딱한 그라운드 때문에 선수들이 자주 부상을 입곤 했다.
리모델링을 했다고는 하지만 매점과 화장실 시설이 낙후된 것은 물론, 관람석이 좁아 3시간 이상 앉아 야구경기를 즐기기에는 다소 불편해 보였다.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주차도 어려워 가족 나들이는 더더욱 어려워 보였다. 통로 계단도 좁아 사람이 몰리는 시간엔 지체현상이 심했다.
대전구장 역시 1965년에 지어진 오래된 구장이다. 첫 느낌은 대구구장이나 광주구장만큼 노후하지 않은 듯했지만 관중석에 앉는 순간 불편함이 느껴졌다. 앞뒤 간격이 좁아 만석일 때는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였다. 관중석 경사도 다른 구장보다 급해 노약자에겐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한화팬은 “대전구장은 관중석 각도 및 구조가 기형적이기 때문에 관중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그물망이 지나치게 높게 설치돼 있어 관객의 시야를 가리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KBO 산하 야구발전실행위원회 관계자는 “대전과 광주, 대구구장은 워낙 오래돼 아마추어용으로 사용해야 할 수준”이라며 “대구와 광주는 새 구장 건립이 확정됐고, 대전도 하루빨리 구장 신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태 좋은 구장도 자연재해에는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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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날 빗물이 빠지지 않는 광주 무등구장의 관중석. 지방구장의 현실은 열악하다. |
특히 문학구장은 연면적 4만1901m², 주차장 수용가능 차량 수 4559대로 전 구장 중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또 바비큐 존(Zone), 잔디밭, 파티 공간, 어린이놀이터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춰 시설이 ‘메이저리그급’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형편이 괜찮은 구장들도 지은 지 오래된 만큼 안전문제는 적지 않다. 국내 최대 구장인 잠실구장도 구장 구조물 이음부와 외벽에 미세 균열이 생겼고 조명탑 부근이 손상돼 시설공단 안전진단에서 목동구장(B등급)보다도 낮은 C등급을 받았다. 잠실과 사직구장은 지속적으로 관리와 개보수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어진 지 30년이 다 돼가는 만큼 곳곳에서 보이는 균열과 노후된 시설 등 세월의 흔적을 감출 수는 없는 상태다.
두산베어스 김진 사장은 “지은 지 30년 된 잠실구장은 관중 수용에 한계가 있다”며 “자금문제 등 현실적으로 신축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리모델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이야기다. “사실 관중석 좌석이 낡고 좁아서 관람하기 불편해요. 특히 한여름에는 3시간 이상 견디기가 힘들고 안전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도 수용인원 수가 넉넉하지 않은데 좌석을 넓혀 좌석 수를 줄이는 것 역시 야구팬들에게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벤치마킹을 위해 해외의 많은 구장을 돌아봤는데, 외야 뒤에 새로운 관중석을 증축하는 방법 등으로 서울시와 꾸준히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특히 어떤 야구장도 지진과 태풍 등 이상기후에 대한 대책이 아예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일본 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공포감이 늘어나고 있지만 10개 프로야구장 중 8개는 내진설계가 아예 돼 있지 않았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최근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제공받은 <전국 야구장 내진설계 현황 및 내진성능 평가 자료>를 공개하고 “문학경기장과 청주야구장을 제외하면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아 지진에 무방비 상태이며, 10개 구장 모두 내진성능평가를 실시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국내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포함해야 하는 법은 1988년 시행됐는데, 대부분의 야구장이 1988년 이전에 준공돼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내진성능평가를 실시한 적이 없어 내진성능 보강 권고조차 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잠실야구장과 목동야구장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경우 대중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내진등급 I등급에 해당되는 구조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야구장의 경우 지진피해가 집중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곳보다 대비가 필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프로야구 구장은 1999년 개장한 문학구장이다. 12년 된 구장이 가장 새 구장인 것이다. 아직 야구장에서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대형 인명사고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각 구단과 지방자치단체들은 구장 신축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구장 신축 물꼬 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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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야구장 매표소의 모습.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야구장에 대한 안전진단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 |
현재 야구장 신축을 결정한 곳은 기아와 광주, 삼성과 대구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구장으로 지적받는 곳들이다.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무등구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구장을 지어 2014년 시즌부터 문을 연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기아자동차가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시비 400억원과 정부지원 300억원 등 총 100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대구광역시 역시 2014년 완공을 목표로 대구구장 신축계획을 내놓았고, 삼성은 이에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대구 신축 구장 사업비는 부지매입비를 포함해 1500억원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다. 대구시는 국비 300억원, 시비 700억원, 삼성 500억원의 예산으로 구장을 신축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또 9구단 엔씨소프트가 연고지 창원에 새 구장을 지을 계획이고, 전주와 수원 등 자치단체도 10구단 창단을 위해 새 야구장을 건립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엔씨소프트와 창원시가 획기적인 최신식 구장을 신축해 다른 구단 및 지자체를 자극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이처럼 구장 신축의 물꼬가 트이자 이와 관련해 유영구 전 KBO 총재는 잠실구장 리모델링 또는 서울구장 신축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잠실구장을 반반씩 사용 중인 LG와 두산이 기아-광주시의 경우처럼 기업 측에서 일정액을 부담하고 서울시가 신축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실제로 KBO는 서울시와 두 기업을 상대로 조율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5월 초 유영구 총재의 갑작스런 사퇴 및 KBO 총재 공석사태로 서울 신 구장은 당분간 추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야구장 개선돼야 야구수준 높아진다
야구장 시설개선 문제는 현재 모든 야구인의 숙제다.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감독으로 금메달을 땄던 두산베어스 김경문 감독은 야구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야구장 시설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연습경기를 하려고 선진국 야구팀들을 초청했었는데, 한국의 구장을 보고 이런 곳에 몸값 높은 선수들을 보낼 수 없다는 팀도 있었습니다. 창피했지요. 그나마 서울에서 뛰는 우리 팀은 낫지, 열악한 지방 구장을 볼 때면 이곳을 홈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어떤 구장에선 선수들이 몸을 사릴 정도로 형편없습니다. 도저히 ‘프로야구’를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닙니다.”
KBO 이상일 사무총장은 “잠실구장은 별 3개급 호텔, 지방구장은 여인숙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구단주 및 자치단체들과 협의해 구장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려 합니다. 또 프로야구 구장은 물론, 아마야구나 청소년야구용 야구장도 태부족인 만큼 지자체들이 야구장 신축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해요. 전국 어느 곳에서나 안전하게 야구를 할 수 있을 때 한국 야구가 발전하리라 생각합니다.”
류중일 삼성라이온즈 감독은 “이번 정전사태는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정전사태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번 일로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구장 신축이 더 빨라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