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는 대국민 사기극’, 인터넷 통해 유포
⊙ 유네스코 “N7W는 우리와 관련 없다”
⊙ 범국민추진위 “이벤트는 이벤트일 뿐 자격증을 받는 것이 아니다”
⊙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경제 파급효과 무시 못 해
⊙ 유네스코 “N7W는 우리와 관련 없다”
⊙ 범국민추진위 “이벤트는 이벤트일 뿐 자격증을 받는 것이 아니다”
⊙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경제 파급효과 무시 못 해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다. 소문의 근거는 ‘Pythagoras0’이라는 아이디의 블로거가 작성한 문서다. 이 블로거는 해외자료를 분석해 ‘세계 7대 자연경관을 주관하는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이하 N7W) 재단은 신빙성 없는 단체’라는 요지의 문서를 만들어 유포했다. 그는 문서를 통해 “정체불명의 재단이 애국심을 이용해 돈 벌기 위한 행사를 꾸며냈다”고 주장한다. 이미 정부에서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를 ‘국가적 어젠다’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단체가 벌이고 있는 수익 사업에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쏟아붓고 국민의 통신비를 갈취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많은 사람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07년 ‘세계 7대 불가사의 선정’ 때 의혹 불거져
블로그는 N7W 재단이 주관해 2007년 발표한 ‘세계 7대 불가사의 선정’에서 재단의 신뢰성에 많은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2007년 당시 베버(N7W 설립자)의 N7W 재단 행사는 세계 문화유산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유네스코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유네스코는 7대 불가사의의 선정 방법과 목적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홈페이지에 “유네스코는 N7W 재단의 캠페인과 관련성이 없음을 확실히 밝힌다(UNESCO confirms that it is not involved in the “New 7 wonders of the world” campaign)”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유네스코는 “몇 번의 지원 요청을 받았지만 협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베버의 미디어화된 캠페인은 (유네스코의 공인 없는) 민간 차원의 사업이 될 것이고,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을 선정하는 목적과도 부합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N7W 재단이 주관하는 7대 불가사의 선정과의 관련성을 부정한 것이다.
크리스천 매너트(Manhart)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부 커뮤니케이션 국장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선정 직후 가진 2007년 7월 22일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들이 국제적으로 인증된 문화유산 보호기준을 따른다는 보장이 없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 윌리엄스(Williams) 유네스코 대변인 역시 2007년 7월 6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우리가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추구하는 규약이나 유형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N7W 재단 측은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기자의 이메일에 “우리는 유네스코가 아니라 유엔협력사무국(UNOP)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유네스코는 수백 곳의 세계 유산을 단순 선정만 하기 때문에 우리와 같이 대중매체를 이용한 행사를 지지할 권한은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유네스코의 인증이 없다면 행사의 권위가 부족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세계 최초의 국제투표였던 7대 불가사의 선정과, 10억 단위의 투표가 예상되는 7대 자연경관 선정을 통해 N7W의 활동은 투표자와 참가자들로부터 정당성을 획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김용범 홍보담당은 “파리에 있는 본부로부터의 회신이 지체돼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말하기는 힘들지만, 유네스코는 경제적 목적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목적이 다르다는 관점에서 N7W 재단에 대한 지지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UNOP와 유네스코 모두 유엔 산하기관이지만 별도의 조직이기 때문에 UNOP가 어떤 기준으로 협력관계를 맺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유포된 문서에서는 N7W의 투표방식도 문제 삼고 있다. 7대 불가사의 투표는 인터넷·전화투표로 이뤄졌고 중복투표가 허용됐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는 홈페이지에서 “베버의 캠페인은 전 세계가 아닌 인터넷 유저만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꼬집었고, 《LA타임스》는 이 투표를 ‘명백히 비과학적인 투표(decidedly unscientific poll)’라고 표현했다. 선정방식에서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Pythagoras0’은 중국(만리장성), 인도(타지마할), 브라질(예수상)의 유적지가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된 것은 “인구가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의 집단적인 몰표 덕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N7W 재단의 피츠제럴드(Fitzgerald) 커뮤니케이션 부장은 “세계 모든 사람이 직접 투표를 하는 방식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추진했다”고 밝혔고, 중복투표에 관해선 “현재 이메일 계정을 바꿔 투표하는 등의 방법을 기술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재단 홈페이지에 스폰서십·마케팅 관련 콘택트폼 외에는 재단을 확인할 만한 사무실 주소나 연락처, 직원 정보가 빈약해 정체가 의심된다”는 블로그의 주장에 대해 그는 “세계 각국의 로비나 폭주하는 문의 전화를 감당할 수 없어 홈페이지에 주소와 전화번호를 게재하지 않았다”며 “한국에서 유포된 문서의 글쓴이는 (우리에게 연락을 시도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단 한 번도 재단에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범국민추진위)’ 양원찬 사무총장은 N7W 재단의 신뢰성에 대한 질문에 재단등록서류 요약본을 제시하면서 “N7W 재단이 엄격한 스위스의 비영리단체 승인을 받은 재단이라는 것과, UN 대외 협력국과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있음을 사전에 확인했다”고 답했다.
투표하기 위해 건 전화요금의 행방은?
논란의 또 다른 핵심은 N7W 재단의 상업성 의혹이다. 유네스코 윌리엄스 대변인은 2007년 7월 22일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캠페인은 전적으로 상업적이고 여행자들의 돈을 끄집어내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7월 6일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N7W는 문화유산 보호보다는 상업적 목적에 더 직결됐다”며 N7W의 상업성을 지적했다. 블로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한 인도 블로거의 글을 발췌해 이 수익이 베버의 개인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N7W는 전 세계의 여러 전화회사와 계약을 맺고 명소들을 단문 메시지나 전화, 인터넷을 통해 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들은 프로젝트를 위한 기금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들과 전화회사의 매출을 올리게 만들어졌다.”
인도의 영자신문인 《더파이오니어》지도 2007년 6월 16일자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 선정은 돈벌이 책략(New list of wonders, a moneymaking)’ 기사에서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 《더파이오니어》지는 “베버가 자신의 인터넷 아이디어를 세계 각국의 미디어 회사에 판매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을 자신의 회사인 뉴오픈월드(NewOpenWorld)를 통해 60:40으로 나눠 가졌다”며 “진실은 타지마할을 위해 투표할수록 베버가 부자가 된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7대 불가사의 선정 때와 마찬가지로 7대 자연경관의 전화투표는 유료로 진행된다.
7대 불가사의 선정 당시 전화투표를 통해 발생한 비용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N7W 재단의 피츠제럴드 부장은 “재단의 운영비는 스폰서십, 행사 라이선싱 관리, 전화투표를 통해 만들어지고, 이 수익은 N7W 캠페인 유치와 조직 운영에 쓰인다”면서 “우리는 남는 수익의 50%를 기부하기로 약속했으나 세금혜택이나 재정지원, 정부의 로비가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생한 수익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재단 측은 그러나 기금 운영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블로그는 “한국에서 제주시가 목표로 세운 투표 1억명에서 절반인 5000만명이 전화로 투표를 한다고 계산할 때 발생하는 전화요금만 72억원이고, N7W와 KT가 그 수익에서 얼마씩 챙길지는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범국민추진위 양원찬 사무총장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통신사에 협조를 요청하던 중 KT에서 반응이 왔고, 단축다이얼을 만들고 전화요금을 1400원에서 140원으로 낮춰주는 등의 도움을 줬다”며 “우리는 전화요금의 구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KT의 수익구조에 대해 따질 권한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 홍보실 박승근 차장은 “통신요금으로 발생한 수익에 대한 부분은 영업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 다만 범국민추진위에서 요청이 와서 좋은 일에 일조하자는 취지로 협조한 일에 이런 의혹이 생겨 당황스럽고 이에 대해서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7대 자연경관 전화투표에는 180원 정도의 요금이 부과된다.
N7W 재단은 이메일을 통해 7대 불가사의와 7대 자연경관 선정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반적인 논란에 대한 공식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어떤 일이 매우 뚜렷한 성과를 만들고 유명해질 때, 한쪽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N7W는 세계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부정적인 의견은 전체의 1%에 불과합니다. 글로벌한 열정을 만든 우리의 성과는 모든 정·재계의 부러움을 살 만한 일임과 동시에 감내해야 하는 비판을 수반하는 일입니다.”
범국민추진위 양원찬 사무총장 역시 “수많은 언론 가운데 극소수의 비난 기사만 모아 대국민사기극이라고 호도하는 것은 객관적이지 못하며, 어떤 의견이 주류고 어떤 효과가 나타났는지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도 7대 자연경관 선정의 공식후원위원회인 제주관광공사는 “대외적인 공식 답변은 제주도 쪽에서 한다”고 했다. 제주도청 세계자연유산관리단은 “현재는 민간단체 중심으로 하고 있어 우리는 제한적인 지원만 하고 있는 상태로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남미·동남아 적극 참여, 중국은 한발 빼고 미·유럽은 무관심
2007년 세계 7대 불가사의 선정 당시 후보지를 가지고 있던 나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브라질과 요르단은 자국 문화유산의 선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 앞에서 자국민들의 투표를 독려했고, TV광고는 물론 영국과의 축구 경기에선 시합 전에 선수들이 예수상을 홍보하는 배너를 들고 있기도 했다.
요르단에선 압둘라2세 국왕을 비롯한 왕가가 나서 홍보를 했다. 불가사의 선정을 계기로 비교적 무명에 가까운 ‘페트라’를 세계에 알리고 관광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다. 게시판, TV, 문자 메시지를 통해 투표를 장려했다. 그 외 행진, 오토바이 경주, 미스 페트라 개최 등을 했고 공항에 도착하는 여행객들에게 투표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기업들은 길가에 투표부스를 만들어 투표를 도왔다. 결국 페트라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됐다.
이에 반해 미국,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는 이 행사에 비교적 무관심했다. 특히 2007년 7월 7일자 《LA타임스》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로마시와 문화부 모두 이 투표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에펠탑,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영국의 스톤헨지는 모두 투표에서 떨어졌다. 이탈리아의 콜로세움은 자국민보다는 해외 유명세 덕에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됐다.
이집트는 캠페인에 가장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초 이집트의 기자 피라미드는 7대 불가사의 최종후보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이집트 당국은 투표 참가를 거부했다. 2007년 1월 30일자 《타임》지에서 이집트 고대유물최고위원회 자히 하와스(Hawass) 위원장은 베버의 프로젝트를 “비과학적이고 공신력이 없다”며 “기자 피라미드는 세계 불가사의가 되기 위해 투표 따위를 할 필요가 없다”고 참가 거부 이유를 밝혔다. 진정성과 전문성 있는 선정을 위해서는 대중의 투표가 아닌 전문가에 의해서 진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유네스코 같은 공신력 있는 주관 단체와 전문 학자들에 의해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2011년 3월 31일자 《타임》지는 “이집트의 투표거부는 이미 이집트가 필론이 정한 기존의 7대 불가사의 중 2개(피라미드와 파로스등대)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7대 불가사의를 만들기 위해 ‘에펠탑 같은 장난감이나 스톤헨지 같은 돌덩이’와 비교 당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존 7대 불가사의인 피라미드가 빠지자 N7W는 피라미드를 ‘명예 7대 불가사의’로 지정했다.
한편 중국은 다른 선택을 했다. 7대 불가사의 투표가 막바지에 이르던 시기 만리장성이 탈락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돌자 중국인들 사이에 7대 불가사의 투표가 화제가 됐다. 그러나 중국 문화재 관리국은 이 이벤트가 상업성을 띠고 있다는 의혹을 받자 국영통신사인 신화통신을 통해 “이 행사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지도, 반대하지도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되는 것이 만리장성의 보존을 위해서 좋은 일이긴 할 것이다”며 민간 차원의 사업에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만리장성은 ‘만리장성학회’를 비롯한 민간의 힘으로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됐다. 선정 후 이를 교과서에 반영하자는 여론이 생겼으나 중국 교육부는 “교과서 내용 변경은 엄격한 규정이 있으며 이를 일종의 투표행사 등의 이유로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못박았다.
인도네시아 정부, “N7W 재단이 협박” 주장
상이한 반응은 현재 진행 중인 7대 자연경관 투표도 마찬가지다. 미국(그랜드 캐니언)이나 독일(검은 숲)은 이 행사에 큰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반면 동남아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자국 후보지 투표 홍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베트남(하롱베이), 필리핀(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인도·방글라데시(순다르반스 숲) 등이 정부 차원에서 투표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베트남 떤 중(Tan Dung) 총리는 상하이 엑스포 당시 베트남 전시관에서 7대 자연경관에 투표를 하며 하롱베이를 홍보했고,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공식석상에서 하롱베이 지지를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인도 싱(Singh) 총리와 방글라데시 셰이크 하시나(Hasina) 국무총리는 벵골 호랑이의 보호를 위해 서식지인 순다르반스 숲을 자연경관으로 선정하는 데 협력하기로 결의했다. 캐나다(펀디 만)와 오스트레일리아(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에이어스 록)는 협력 관계를 맺고 서로의 자연경관 캠페인을 도와 더 많은 해외 득표를 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반면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는 N7W재단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당초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는 자국의 코모도섬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하기 위해 이 캠페인의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었다. 코모도섬이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될 경우 관광수입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더불어 2011년 11월 11일에 열리는 7대 자연경관 발표식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당국은 N7W 재단과 접촉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1년 2월 N7W 재단은 돌연 “코모도섬을 7대 자연경관 최종후보에서 제외할 것이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 측이 발표식 개최를 위한 법적 계약을 위반하고 미온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인도네시아 일간지 《자카르타글로브》지는 2011년 2월 1일 기사에서 “지난 몇 주간 법적 문제 해결을 위한 비생산적인 절차를 거치며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N7W 측의 입장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 코모도섬을 지지하던 인도네시아 국내 여론은 문화관광부의 행동을 비난했다. 이틀 후인 2월 3일 《자카르타글로브》지에 ‘N7W에 반격하는 인도네시아 - 협박(Indonesia Strikes Back at New7Wonders - Threats)’이라는 제목의 반박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는 “N7W 재단으로부터 코모도섬을 최종후보에서 제외시킨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사에 따르면 N7W 재단은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에 발표식 개최비용으로 450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한다. 예상보다 큰 비용에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는 발표식 개최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 의사를 N7W 재단 측에 전했다. 문화관광부는 “그러자 N7W 측에서 코모도섬을 제외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며 “N7W 재단과 법적 대응까지도 불사하겠다”라고 맞섰다.
사태는 N7W 재단이 7대 자연경관 코모도섬 공식후원위원회로 등록돼 있었던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의 자격을 박탈하면서 악화됐다. 2011년 2월 14일 N7W 재단 설립자 베버는 《자카르타글로브》지에 ‘A Lack of Wonder at Indonesian Tourism Ministry’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자연경관 선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명백함에도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가 공식후원위원회로서의 의무를 어기고 캠페인에 성실하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직접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는 2011년 2월 23일 같은 곳에 ‘N7W의 주장에 대한 관광부의 답변’을 통해 “문화관광부는 재단 측과 발표식 개최에 대해서 아무런 법적 계약을 한 적이 없고, 설령 했더라도 그것은 코모도섬의 최종후보 자격과는 다른 사안이며, 문화관광부의 캠페인 공식후원위원회 자격도 재단 측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재 코모도섬은 후보지로는 남았으나 문화관광부와 N7W 재단의 관계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형식만 보면 정부와 유명인사가 ‘낚인’ 셈
우리나라는 2010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7대 자연경관 홍보에 나섰다. 12월 13일 서울 논현동에서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가 구성됐으며, 위원장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한국계 혼혈 미식축구 선수 하인스 워드와 한류스타인 배우 박은혜·최정원, 아시아 탁구 영웅 자오즈민도 홍보대사로 참여해 해외 네티즌의 지지를 유도했다. 이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박지성, 배우 김태희 등도 제주도 7대 자연경관 홍보에 동참했다.
2011년 1월 14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트위터를 통해 “저도 제주도에 투표했습니다”라고 밝히며 투표를 독려했다. 이후 제주도 투표 소식이 트위터를 통해 확산되면서 투표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1월 22일에는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이제 정부 차원에서 전담부서를 만들어 민간 차원의 일을 지원하고 예산지원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고 정 장관은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은 제주도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로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관광입국을 달성할 국가 어젠다”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1월 31일 ‘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선정위원회(위원장 천정배)’를 구성했다.
이후 투표운동은 더욱 확대돼 2월 10일엔 국회에서 제주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지지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3월 23일에는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명예위원장에 추대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농협 등 기업 차원의 투표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형식상으로만 보면 민간의 이벤트에 정부와 유명인사들이 ‘낚인’ 셈이 됐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민간 행사라 하더라도 7대 자연경관 선정에서 오는 경제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사기(詐欺)’라고 몰아붙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범국민추진위, “효과 보고 판단해야”
범국민추진위 양원찬 사무총장의 말이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는 이벤트이지 국제기구로부터 자격증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이벤트에 참여했을 경우 어떤 효과를 누릴 수 있느냐를 따져보고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참여하고, 없다면 참가 안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외 사례를 봤을 때 그 효과가 검증됐다고 판단됩니다.”
재단 측은 이메일 답변에서 아예 경제효과 연구를 제시했다. 그들은 경영학 석학 필립 코틀러(Kotler) 교수가 쓴 《마케팅 입문》(Marketing, An Introduction)을 자료로 첨부했는데 이 책에는 “2007년 7대 불가사의 선정의 관광·마케팅·국가브랜드를 비롯한 경제효과가 50억 달러 이상”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어떤 연구기관도 효과를 정확히 따져본 곳은 없다. 제주발전연구원이 “검증이 필요한 단계지만, 요르단을 비롯한 7대 불가사의 선정지 자료를 제주도에 대입해 보면 관광소비가 5000억~1조원, 생산유발효과가 6000억~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2007년 ‘세계 7대 불가사의 선정’ 때 의혹 불거져
블로그는 N7W 재단이 주관해 2007년 발표한 ‘세계 7대 불가사의 선정’에서 재단의 신뢰성에 많은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2007년 당시 베버(N7W 설립자)의 N7W 재단 행사는 세계 문화유산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유네스코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유네스코는 7대 불가사의의 선정 방법과 목적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홈페이지에 “유네스코는 N7W 재단의 캠페인과 관련성이 없음을 확실히 밝힌다(UNESCO confirms that it is not involved in the “New 7 wonders of the world” campaign)”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유네스코는 “몇 번의 지원 요청을 받았지만 협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베버의 미디어화된 캠페인은 (유네스코의 공인 없는) 민간 차원의 사업이 될 것이고,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을 선정하는 목적과도 부합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N7W 재단이 주관하는 7대 불가사의 선정과의 관련성을 부정한 것이다.
크리스천 매너트(Manhart)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부 커뮤니케이션 국장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선정 직후 가진 2007년 7월 22일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들이 국제적으로 인증된 문화유산 보호기준을 따른다는 보장이 없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 윌리엄스(Williams) 유네스코 대변인 역시 2007년 7월 6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우리가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추구하는 규약이나 유형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N7W 재단 측은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기자의 이메일에 “우리는 유네스코가 아니라 유엔협력사무국(UNOP)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유네스코는 수백 곳의 세계 유산을 단순 선정만 하기 때문에 우리와 같이 대중매체를 이용한 행사를 지지할 권한은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유네스코의 인증이 없다면 행사의 권위가 부족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세계 최초의 국제투표였던 7대 불가사의 선정과, 10억 단위의 투표가 예상되는 7대 자연경관 선정을 통해 N7W의 활동은 투표자와 참가자들로부터 정당성을 획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김용범 홍보담당은 “파리에 있는 본부로부터의 회신이 지체돼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말하기는 힘들지만, 유네스코는 경제적 목적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목적이 다르다는 관점에서 N7W 재단에 대한 지지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UNOP와 유네스코 모두 유엔 산하기관이지만 별도의 조직이기 때문에 UNOP가 어떤 기준으로 협력관계를 맺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유포된 문서에서는 N7W의 투표방식도 문제 삼고 있다. 7대 불가사의 투표는 인터넷·전화투표로 이뤄졌고 중복투표가 허용됐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는 홈페이지에서 “베버의 캠페인은 전 세계가 아닌 인터넷 유저만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꼬집었고, 《LA타임스》는 이 투표를 ‘명백히 비과학적인 투표(decidedly unscientific poll)’라고 표현했다. 선정방식에서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Pythagoras0’은 중국(만리장성), 인도(타지마할), 브라질(예수상)의 유적지가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된 것은 “인구가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의 집단적인 몰표 덕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N7W 재단의 피츠제럴드(Fitzgerald) 커뮤니케이션 부장은 “세계 모든 사람이 직접 투표를 하는 방식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추진했다”고 밝혔고, 중복투표에 관해선 “현재 이메일 계정을 바꿔 투표하는 등의 방법을 기술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재단 홈페이지에 스폰서십·마케팅 관련 콘택트폼 외에는 재단을 확인할 만한 사무실 주소나 연락처, 직원 정보가 빈약해 정체가 의심된다”는 블로그의 주장에 대해 그는 “세계 각국의 로비나 폭주하는 문의 전화를 감당할 수 없어 홈페이지에 주소와 전화번호를 게재하지 않았다”며 “한국에서 유포된 문서의 글쓴이는 (우리에게 연락을 시도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단 한 번도 재단에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범국민추진위)’ 양원찬 사무총장은 N7W 재단의 신뢰성에 대한 질문에 재단등록서류 요약본을 제시하면서 “N7W 재단이 엄격한 스위스의 비영리단체 승인을 받은 재단이라는 것과, UN 대외 협력국과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있음을 사전에 확인했다”고 답했다.
| ▣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 재단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를 주관하고 있는 재단으로, 2001년 버나드 베버(Weber)가 “‘우리의 유산은 우리의 미래’라는 모토 아래 유산을 재창조·보존한다”는 목적으로 스위스에서 설립했다. 2007년 이 재단은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New Seven wonders of the World)’라는 제안을 들고 나왔다. 기존의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이 하나(이집트 기자·Giza·피라미드)밖에 없으므로 새로 7대 불가사의를 정하자는 취지로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77개의 후보군 가운데 21개를 고른 뒤 전화·인터넷 투표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투표 결과 페루의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 멕시코 치첸이트사의 마야 유적지, 중국 만리장성, 인도 타지마할, 요르단의 고대도시 페트라,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이 새로운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됐다.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의 에펠탑,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는 21개의 최종 후보에는 올랐으나 투표에서 밀렸다. |
투표하기 위해 건 전화요금의 행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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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월 14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트위터에 ‘저도 투표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국민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
“N7W는 전 세계의 여러 전화회사와 계약을 맺고 명소들을 단문 메시지나 전화, 인터넷을 통해 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들은 프로젝트를 위한 기금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들과 전화회사의 매출을 올리게 만들어졌다.”
인도의 영자신문인 《더파이오니어》지도 2007년 6월 16일자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 선정은 돈벌이 책략(New list of wonders, a moneymaking)’ 기사에서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 《더파이오니어》지는 “베버가 자신의 인터넷 아이디어를 세계 각국의 미디어 회사에 판매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을 자신의 회사인 뉴오픈월드(NewOpenWorld)를 통해 60:40으로 나눠 가졌다”며 “진실은 타지마할을 위해 투표할수록 베버가 부자가 된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7대 불가사의 선정 때와 마찬가지로 7대 자연경관의 전화투표는 유료로 진행된다.
7대 불가사의 선정 당시 전화투표를 통해 발생한 비용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N7W 재단의 피츠제럴드 부장은 “재단의 운영비는 스폰서십, 행사 라이선싱 관리, 전화투표를 통해 만들어지고, 이 수익은 N7W 캠페인 유치와 조직 운영에 쓰인다”면서 “우리는 남는 수익의 50%를 기부하기로 약속했으나 세금혜택이나 재정지원, 정부의 로비가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생한 수익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재단 측은 그러나 기금 운영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블로그는 “한국에서 제주시가 목표로 세운 투표 1억명에서 절반인 5000만명이 전화로 투표를 한다고 계산할 때 발생하는 전화요금만 72억원이고, N7W와 KT가 그 수익에서 얼마씩 챙길지는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범국민추진위 양원찬 사무총장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통신사에 협조를 요청하던 중 KT에서 반응이 왔고, 단축다이얼을 만들고 전화요금을 1400원에서 140원으로 낮춰주는 등의 도움을 줬다”며 “우리는 전화요금의 구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KT의 수익구조에 대해 따질 권한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T 홍보실 박승근 차장은 “통신요금으로 발생한 수익에 대한 부분은 영업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 다만 범국민추진위에서 요청이 와서 좋은 일에 일조하자는 취지로 협조한 일에 이런 의혹이 생겨 당황스럽고 이에 대해서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7대 자연경관 전화투표에는 180원 정도의 요금이 부과된다.
N7W 재단은 이메일을 통해 7대 불가사의와 7대 자연경관 선정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반적인 논란에 대한 공식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어떤 일이 매우 뚜렷한 성과를 만들고 유명해질 때, 한쪽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N7W는 세계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부정적인 의견은 전체의 1%에 불과합니다. 글로벌한 열정을 만든 우리의 성과는 모든 정·재계의 부러움을 살 만한 일임과 동시에 감내해야 하는 비판을 수반하는 일입니다.”
범국민추진위 양원찬 사무총장 역시 “수많은 언론 가운데 극소수의 비난 기사만 모아 대국민사기극이라고 호도하는 것은 객관적이지 못하며, 어떤 의견이 주류고 어떤 효과가 나타났는지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도 7대 자연경관 선정의 공식후원위원회인 제주관광공사는 “대외적인 공식 답변은 제주도 쪽에서 한다”고 했다. 제주도청 세계자연유산관리단은 “현재는 민간단체 중심으로 하고 있어 우리는 제한적인 지원만 하고 있는 상태로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남미·동남아 적극 참여, 중국은 한발 빼고 미·유럽은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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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무명이었던 요르단의 ‘페트라’ 유적지는 요르단 왕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新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됐고, 이후 관광객이 급증했다. |
요르단에선 압둘라2세 국왕을 비롯한 왕가가 나서 홍보를 했다. 불가사의 선정을 계기로 비교적 무명에 가까운 ‘페트라’를 세계에 알리고 관광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다. 게시판, TV, 문자 메시지를 통해 투표를 장려했다. 그 외 행진, 오토바이 경주, 미스 페트라 개최 등을 했고 공항에 도착하는 여행객들에게 투표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기업들은 길가에 투표부스를 만들어 투표를 도왔다. 결국 페트라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됐다.
이에 반해 미국,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는 이 행사에 비교적 무관심했다. 특히 2007년 7월 7일자 《LA타임스》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로마시와 문화부 모두 이 투표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에펠탑,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영국의 스톤헨지는 모두 투표에서 떨어졌다. 이탈리아의 콜로세움은 자국민보다는 해외 유명세 덕에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됐다.
이집트는 캠페인에 가장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초 이집트의 기자 피라미드는 7대 불가사의 최종후보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이집트 당국은 투표 참가를 거부했다. 2007년 1월 30일자 《타임》지에서 이집트 고대유물최고위원회 자히 하와스(Hawass) 위원장은 베버의 프로젝트를 “비과학적이고 공신력이 없다”며 “기자 피라미드는 세계 불가사의가 되기 위해 투표 따위를 할 필요가 없다”고 참가 거부 이유를 밝혔다. 진정성과 전문성 있는 선정을 위해서는 대중의 투표가 아닌 전문가에 의해서 진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유네스코 같은 공신력 있는 주관 단체와 전문 학자들에 의해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2011년 3월 31일자 《타임》지는 “이집트의 투표거부는 이미 이집트가 필론이 정한 기존의 7대 불가사의 중 2개(피라미드와 파로스등대)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7대 불가사의를 만들기 위해 ‘에펠탑 같은 장난감이나 스톤헨지 같은 돌덩이’와 비교 당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존 7대 불가사의인 피라미드가 빠지자 N7W는 피라미드를 ‘명예 7대 불가사의’로 지정했다.
한편 중국은 다른 선택을 했다. 7대 불가사의 투표가 막바지에 이르던 시기 만리장성이 탈락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돌자 중국인들 사이에 7대 불가사의 투표가 화제가 됐다. 그러나 중국 문화재 관리국은 이 이벤트가 상업성을 띠고 있다는 의혹을 받자 국영통신사인 신화통신을 통해 “이 행사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지도, 반대하지도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되는 것이 만리장성의 보존을 위해서 좋은 일이긴 할 것이다”며 민간 차원의 사업에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만리장성은 ‘만리장성학회’를 비롯한 민간의 힘으로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됐다. 선정 후 이를 교과서에 반영하자는 여론이 생겼으나 중국 교육부는 “교과서 내용 변경은 엄격한 규정이 있으며 이를 일종의 투표행사 등의 이유로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못박았다.
인도네시아 정부, “N7W 재단이 협박” 주장
상이한 반응은 현재 진행 중인 7대 자연경관 투표도 마찬가지다. 미국(그랜드 캐니언)이나 독일(검은 숲)은 이 행사에 큰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반면 동남아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자국 후보지 투표 홍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베트남(하롱베이), 필리핀(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인도·방글라데시(순다르반스 숲) 등이 정부 차원에서 투표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베트남 떤 중(Tan Dung) 총리는 상하이 엑스포 당시 베트남 전시관에서 7대 자연경관에 투표를 하며 하롱베이를 홍보했고,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공식석상에서 하롱베이 지지를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인도 싱(Singh) 총리와 방글라데시 셰이크 하시나(Hasina) 국무총리는 벵골 호랑이의 보호를 위해 서식지인 순다르반스 숲을 자연경관으로 선정하는 데 협력하기로 결의했다. 캐나다(펀디 만)와 오스트레일리아(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에이어스 록)는 협력 관계를 맺고 서로의 자연경관 캠페인을 도와 더 많은 해외 득표를 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반면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는 N7W재단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당초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는 자국의 코모도섬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하기 위해 이 캠페인의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었다. 코모도섬이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될 경우 관광수입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더불어 2011년 11월 11일에 열리는 7대 자연경관 발표식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당국은 N7W 재단과 접촉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1년 2월 N7W 재단은 돌연 “코모도섬을 7대 자연경관 최종후보에서 제외할 것이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 측이 발표식 개최를 위한 법적 계약을 위반하고 미온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인도네시아 일간지 《자카르타글로브》지는 2011년 2월 1일 기사에서 “지난 몇 주간 법적 문제 해결을 위한 비생산적인 절차를 거치며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N7W 측의 입장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 코모도섬을 지지하던 인도네시아 국내 여론은 문화관광부의 행동을 비난했다. 이틀 후인 2월 3일 《자카르타글로브》지에 ‘N7W에 반격하는 인도네시아 - 협박(Indonesia Strikes Back at New7Wonders - Threats)’이라는 제목의 반박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는 “N7W 재단으로부터 코모도섬을 최종후보에서 제외시킨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사에 따르면 N7W 재단은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에 발표식 개최비용으로 450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한다. 예상보다 큰 비용에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는 발표식 개최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 의사를 N7W 재단 측에 전했다. 문화관광부는 “그러자 N7W 측에서 코모도섬을 제외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며 “N7W 재단과 법적 대응까지도 불사하겠다”라고 맞섰다.
사태는 N7W 재단이 7대 자연경관 코모도섬 공식후원위원회로 등록돼 있었던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의 자격을 박탈하면서 악화됐다. 2011년 2월 14일 N7W 재단 설립자 베버는 《자카르타글로브》지에 ‘A Lack of Wonder at Indonesian Tourism Ministry’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자연경관 선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명백함에도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가 공식후원위원회로서의 의무를 어기고 캠페인에 성실하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직접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는 2011년 2월 23일 같은 곳에 ‘N7W의 주장에 대한 관광부의 답변’을 통해 “문화관광부는 재단 측과 발표식 개최에 대해서 아무런 법적 계약을 한 적이 없고, 설령 했더라도 그것은 코모도섬의 최종후보 자격과는 다른 사안이며, 문화관광부의 캠페인 공식후원위원회 자격도 재단 측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재 코모도섬은 후보지로는 남았으나 문화관광부와 N7W 재단의 관계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형식만 보면 정부와 유명인사가 ‘낚인’ 셈
우리나라는 2010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7대 자연경관 홍보에 나섰다. 12월 13일 서울 논현동에서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가 구성됐으며, 위원장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한국계 혼혈 미식축구 선수 하인스 워드와 한류스타인 배우 박은혜·최정원, 아시아 탁구 영웅 자오즈민도 홍보대사로 참여해 해외 네티즌의 지지를 유도했다. 이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박지성, 배우 김태희 등도 제주도 7대 자연경관 홍보에 동참했다.
2011년 1월 14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트위터를 통해 “저도 제주도에 투표했습니다”라고 밝히며 투표를 독려했다. 이후 제주도 투표 소식이 트위터를 통해 확산되면서 투표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1월 22일에는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이제 정부 차원에서 전담부서를 만들어 민간 차원의 일을 지원하고 예산지원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고 정 장관은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은 제주도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로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관광입국을 달성할 국가 어젠다”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1월 31일 ‘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선정위원회(위원장 천정배)’를 구성했다.
이후 투표운동은 더욱 확대돼 2월 10일엔 국회에서 제주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지지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3월 23일에는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명예위원장에 추대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농협 등 기업 차원의 투표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형식상으로만 보면 민간의 이벤트에 정부와 유명인사들이 ‘낚인’ 셈이 됐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민간 행사라 하더라도 7대 자연경관 선정에서 오는 경제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사기(詐欺)’라고 몰아붙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범국민추진위, “효과 보고 판단해야”
범국민추진위 양원찬 사무총장의 말이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이벤트는 이벤트이지 국제기구로부터 자격증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이벤트에 참여했을 경우 어떤 효과를 누릴 수 있느냐를 따져보고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참여하고, 없다면 참가 안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외 사례를 봤을 때 그 효과가 검증됐다고 판단됩니다.”
재단 측은 이메일 답변에서 아예 경제효과 연구를 제시했다. 그들은 경영학 석학 필립 코틀러(Kotler) 교수가 쓴 《마케팅 입문》(Marketing, An Introduction)을 자료로 첨부했는데 이 책에는 “2007년 7대 불가사의 선정의 관광·마케팅·국가브랜드를 비롯한 경제효과가 50억 달러 이상”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어떤 연구기관도 효과를 정확히 따져본 곳은 없다. 제주발전연구원이 “검증이 필요한 단계지만, 요르단을 비롯한 7대 불가사의 선정지 자료를 제주도에 대입해 보면 관광소비가 5000억~1조원, 생산유발효과가 6000억~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