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교재단, “신도들 재산권 침해한 시행사와 전 이사장 책임져야”
⊙ 문현진(3남)측 “이번 소송은 명백한 ‘문현진 죽이기’”
⊙ 어느쪽이 이기든 손해배상 규모 수천억원 달할 것
⊙ 문현진(3남)측 “이번 소송은 명백한 ‘문현진 죽이기’”
⊙ 어느쪽이 이기든 손해배상 규모 수천억원 달할 것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2번지 파크원 공사현장. 11월 초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건너편, 영등포구 여의도동 22번지 일대 파크원(Parc1) 현장은 공사가 중단된 채 을씨년스러웠다. 건너편 SIFC(서울국제금융센터)의 건물이 지반공사를 끝내고 몇 층째 올라가기 시작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서울시는 2005년 서울시 부지에 SIFC를 건립한다는 계약을 외국계 금융회사와 맺었고, 올해 2월에는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로 지정했다. SIFC와 파크원은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의 핵심이 되는 곳이다. 최고층은 각각 56층(SIFC), 72층(파크원)으로 이들은 서울의 새로운 마천루 역할을 예고한 상태였다.
2010년 11월 초부터 파크원의 공사가 중단된 것은 땅 주인과 지상권 소유자의 분쟁 때문이다. 원래 이 땅의 소유주인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이하 통일교재단)은 2005년 5월 Y22 금융투자와 계약을 맺고 99년간 지상권을 설정해 주기로 했다.
이에 Y22는 오피스빌딩과 쇼핑몰, 호텔이 포함된 복합공간 ‘파크원’을 짓기로 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돌입했고,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아 2008년 말 공사에 착수, 현재 25%의 공정이 진행된 상태이다.
그런데 2010년 10월 29일 통일교재단은 돌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Y22를 상대로 ‘지상권 등기 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5년 전 맺은 지상권 계약은 무효이며, 땅을 다시 돌려달라는 주장이다. 또 이 소송 전후로 여의도 공사현장 앞에서는 통일교 신자 수백 명이 ‘통일교 성지에 금융회사가 웬말이냐’ ‘여의도 성지는 통일교 세계본부가 들어서야 한다’는 내용으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통일교재단 측은 관련법 조항을 들어 “주무관청(문화관광부) 허가 없이 재단법인의 재산에 대해 지상권을 설정한 행위는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2005년 계약 당시에는 문화관광부의 허가가 없었다. 민법 제43조에 따르면, 재단법인의 재산을 처분할 경우 주무관청에 정관변경의 허가를 받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재단법인의 경우 처분뿐만이 아니라, 99년 정도의 장기로 지상권을 설정해 주는 경우 역시 처분에 준(準)해 주무부처에 정관변경 허가신청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Y22 측은 “당시 대지 처분은 허가 사항이나 지상권 장기임대는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받았던 상태”라며 “더구나 2007년 2월 7일 문국진 이사장 명의로 등기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지난 계약을 문제 삼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공정의 4분의 1이 진행된 공사에 대해 땅 주인이 5년 전 계약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 그리고 2조3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공사가 중단된 배경은 무엇일까.
2005년 첫 계약 당시는 ‘화기애애’
사건의 쟁점은 2005년 당시 양측 합의하에 맺은 계약에 대해 통일교재단이 이제 와서 계약조건을 문제 삼은 이유다. 파크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금융사와 시행사 등이 통일교재단의 ‘생떼’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애초 통일교재단과 시행사 간의 계약은는 것이었다.
당시 통일교재단은 외환위기 이후 그룹 계열사들의 사정이 악화되면서 여의도 부지에 상당액의 근저당을 설정해 놓고 있었는데, Y22가 파이낸싱을 통해 이를 일부 해결하고 지상권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
기한을 99년으로 명시한 이유는 비슷한 시기에 서울시가 다국적 금융사 AIG에 여의도 서울시 부지(파크원 맞은편)를 99년간 임대하며 지상권을 설정하고 서울국제금융센터(SIFC)를 짓기로 했기 때문에 이를 본뜬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통일교재단이 뒤늦게 계약상의 문제를 제기할 이유는 없다. 또 시행사나 금융사 측 주장대로 통일교재단이 이제 와서 다시 재산에 욕심을 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통일교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사건은 좀 복잡해진다. 2005년 계약은 당시 통일교재단의 곽정환 이사장과 Y22 대표인 폴 로저스 간에 이뤄졌다. 폴 로저스는 리먼브러더스와 UBS투자은행의 아시아지역 금융전문가로 활약해 온 인물이며, Y22는 여의도 파크원 프로젝트를 위해 2005년 설립된 특수목적 금융회사다.
곽정환 전 이사장은 문선명 통일교 총재와 사돈지간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통일교의 2인자’로 불려 온 인물이다. 딸 전숙씨는 1987년 문 총재의 3남 문현진씨와 결혼했다. 문현진씨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통일교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주목받던 인물이었고, 곽 전 이사장 역시 통일교의 ‘실세’로 통했다.
그러나 곽정환 전 이사장은 2006년 미국에서 귀국한 문선명 총재의 4남 문국진 회장에게 재단이사장직을 물려주게 된다. 이후 곽 전 이사장의 국내 활동은 거의 없다. 문현진씨는 재단법인 UCI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3남 문현진씨는 형들의 사망으로 사실상 맏아들 역할을 하고 있다.
“땅주인_시행사 신뢰 완전히 깨졌다”
서울 마포 공덕오거리 인근 도원빌딩의 통일교 본부를 찾아가 소송을 제기한 원인에 대해 문의했다. 통일그룹 기획조정실장인 안진선 부사장은 소송 제기 배경에 대해 “Y22가 우리를 기망(欺罔)하고 통일교재단의 가장 중요한 재산의 가치를 상실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2개 층, 56개 층 등 2개 동을 짓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Y22가 이를 임대 개발한다고 한 사실만 믿고 있었죠. 근데 최근 언론을 통해 이 건물 2개 동이 맥쿼리와 미래에셋 등 업체에 매각된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 겁니다. 시행사는 땅 주인인 우리에겐 전혀 설명이 없었습니다. 신도들의 항의가 이어졌고요. 사실 파크원 부지는 신도들에게는 ‘여의도 성지(聖地)’로 불릴 만큼 중요한 곳입니다. 서울의 중심지에 세계본부를 짓고자 신도들의 피와 땀을 모아서 구입한 곳이죠. 그런데 우리에겐 일언반구도 없이 건물을 수천억 원에 매각한다고 하고, 이 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겨우 알게 됐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와 Y22 간의 신뢰는 완전히 깨졌다고 봅니다.”
안 부사장의 말대로 파크원 부지에는 72층짜리와 56층짜리 오피스타워 2개 동이 세워지는데, 56층 건물은 미래에셋이 만든 부동산펀드가 8047억원에 지상권을 매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 72층 건물 역시 맥쿼리컨소시엄이 매입하기로 결정된 상태다.
안 부사장의 설명. “우리(통일교)는 부지를 임대해 준 것이지 건물을 팔 수 있는 권리까지 양도한 것이 아닙니다. 당시 Y22는 지상권설정 기간이 만료되면 통일재단에 건물을 무상으로 양도할 것이고, 건축되는 모든 건물을 임대방식으로 개발하겠다고 설명했었습니다. 현재 일어나는 상황은 이와 반대입니다. 건물은 매각됐는데 99년 후 땅만 덜렁 돌아오면 뭐합니까.” 그는 Y22에 대해 ‘기망’과 ‘사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여기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통일교재단과 Y22는 2006년 새로 계약을 체결했다. 2005년 최초 계약체결 당시 합의했던 지대 3.5%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것에 양측이 동의한 것이다. 지대를 5%로 올린다는 내용으로 새로 계약을 맺고 영등포등기소에 제출한 서류에는 당시 이사장인 4남 문국진 회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문국진 회장이 99년 지상권 설정 및 파크원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동의한 것이다.
안 부사장의 설명이다. “당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의도 부지개발과 관련해서는 곽정환 전 이사장이 본부(문선명 총재를 의미)에 상세히 보고했었고 이사장이 바뀐 후에도 이 일을 가장 잘 아는 곽 전 이사장이 관련사항을 보고하고 있었는데, 약 1년 전부터 보고가 전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본부 측에서도 궁금해하던 중 언론에 건물매각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거죠. 그때부터 지난 계약과 진행상황을 검토해 본 결과 문제점이 드러난 겁니다.”
곽정환-Y22의 관계는
통일교 측의 말이 사실이라면, 곽정환 전 이사장이 파크원과 관련해 문 총재에게 지속적으로 보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왜 애초부터 3.5%라는 낮은 지대를 감수하고 Y22와 계약을 맺은 것일까.
Y22는 파크원 프로젝트와 관련해 새로 설립된 회사로, 이전 시행 실적은 없다. 현재 파크원의 시행사인 스카이랜은 Y22가 설립한 회사로 사실상 같은 회사다.
이 회사의 정체는 무엇일까. 취재 도중 Y22·스카이랜의 대표이사인 폴 로저스가 통일교 신자라는 제보가 있었다. 한 기독교 관계자는 “폴 로저스는 통일교 신자로, 통일교의 센트럴시티 매입 당시에도 활약했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취재하며 만난 통일교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폴 로저스는 본인이 통일교 신자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통일주차장 개발사업에 계속 실패해왔던 통일교가 외국인을 내세워 만든 회사가 Y22”라는 제보도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또 Y22가 문선명 총재의 3남(사실상 장남)인 문현진씨 소유라는 얘기도 있었으나 이 또한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통일교 ‘식구(신도를 의미)’끼리 소송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줄 선 라인’이 다른 것이 아닌지 추측될 뿐이다.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의 Y22·스카이랜 사무실을 찾아갔다. Y22·스카이랜의 마케팅담당 박주희 차장은 “도대체 통일교가 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계약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쪽(통일교재단) 이사장이 바뀌어서 혼란이 있는 것인지 생각도 했지만 저희는 2006년 현재 이사장인 문국진 이사장과 새로 수정 계약을 했어요. 그 이후 계약에서 달라진 점이나 저희가 계약을 어긴 것이 없습니다. 갑자기 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건물 지상권과 관련해 2010년 10월중 계약금을 입금할 예정이었던 미래에셋과의 계약이 보류됐고, PF도 엉망이 됐어요. 이대로 가다간 파크원은 서울의 흉물이 될 겁니다.”
기자가 “통일교재단에서 애초 계약상의 문제점을 들고 나섰는데, 곽정환 전 이사장과 폴 로저스 대표의 계약을 다시 검토하고 대처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박주희 차장은 “이사장이 바뀐 건 통일교재단 측의 사정이고, 또 우리는 2006년 문국진 이사장과 새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계약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일”이라며 “통일교재단의 정확한 의도를 우리로선 파악하기 어렵고, 우리 역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사업 관계자들은 대부분 Y22가 곽정환 전 이사장의 사위인 문현진씨와 관련된 회사라고 알고 있으며, 파크원이 통일교 집안 싸움에 휘말린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그는 “문현진씨 이야기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폴 로저스 대표는 해외에 체류 중이라 인터뷰는 이뤄지지 않았다.
통일교의 후계구도와 연관
취재 중 소송 당사자인 통일교재단과 시행사 양쪽 모두 국내에서 칩거중인 곽정환 전 이사장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곽 전 이사장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회장, 선문학원 이사장, 세계일보 사장, 통일그룹 한국회장 등을 거쳐 통일교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사위인 문현진(3남)씨가 후계구도에서 사실상 밀려나게 된 2008년 이후 통일교 내 직책을 대부분 내놓았고, 현재 국내에서 통일교 관련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통일교재단(이사장 문국진)과 곽정환 전 이사장, 시행사 Y22가 삼각으로 대립하고 있는 파크원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가족과 후계구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일교 문선명 총재는 부인 한학자씨와의 사이에 7남6녀를 두었는데, 아들 7명 중 3명(장남 효진, 차남 흥진, 6남 영진)은 사망했다. 이 중 5남 권진은 미국에서 통일교와 무관한 삶을 살고 있으며, 3남 현진, 4남 국진, 7남 형진이 후계구도 내에 있다.
장남을 우선시하는 한국적 정서에 따라 애초 후계구도에서 가장 앞서 나갔던 인물은 장남 문효진씨였다. 그러나 1995년 문효진의 부인(홍난숙)이 집을 나가 미국 언론에 사생활을 폭로하는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문효진씨는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이와 함께 사돈이었던 홍성표 전 일화 사장도 통일교에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후 문효진씨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등 통일교와 관계가 없는 생활을 해 오다가 2008년 사망했다.
차남 문흥진씨는 18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러나 문흥진씨는 문 총재가 가장 총애했던 아들로, 지금도 통일교 내에서는 ‘영계(靈界)의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다. 이에 사돈지간인 박보희 전 국제평화재단 총재(문흥진씨 부인 문훈숙의 아버지) 역시 통일교 내에서 상당한 권력을 자랑했다. 박 전 총재는 1990년대 통일교 대중(對中)사업 실패와 부동산 관련 구속(2007년) 등으로 통일교 중심부에서 밀려났다가, 2010년에 유엔군 참전 60주년 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을 맡으면서 ‘복권’됐다는 평가다.
이런 사정 때문에 1990년대 중반부터 15년여 간 통일교 내부에서는 3남 문현진씨가 문선명 총재의 후계자로 공인되다시피 했다. 문현진씨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하버드 MBA를 마치고, 세계원리연구회 회장과 천주평화연합 대표 등 통일교 요직을 맡아 왔다. 그의 장인인 곽정환 전 이사장 역시 통일교 내에선 중요 직위를 두루 거쳤다. 곽 전 이사장은 한때 문 총재 유고시 결재권까지 위임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문현진은 누구인가
실제로 언론들은 <후계자 문현진, 2인자 곽정환(시사저널 2003.3.11)>, <문선명 목사 3남(현진) 후계체제로(뉴시스 2007.12.19)> 등의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에서 사업에 성공,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문국진 이사장이 2005년 귀국 후 통일그룹 회장에 취임해 관계사들의 구조조정에 나선 이후에도 ‘종교적·실질적 후계자는 문현진씨’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이런 후계구도에 변화가 시작됐다. 문현진씨는 통일교에 기반한 것이 아닌, 초(超)종교 세계평화운동을 내세우는 한편 워싱턴타임스(통일교가 미국에서 운영해온 일간지)의 경영문제 등과 관련해 통일교 측과 갈등을 빚었다. 그 결과로 통일교는 워싱턴타임스에 대한 지원금을 완전히 중단했고, 파산위기에 빠진 워싱턴타임스는 단돈 1달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통일교 측이 세운 새로운 회사에 신문사를 넘겼다.
문현진씨는 이 과정에서 많은 직책을 동생 문형진(7남)씨에게 물려줘야 했다. 또 문현진씨와 아버지 문 총재의 갈등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으나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정리된 것은 없었다. 이즈음부터 당시 30세(1979년생)에 불과했던 문형진씨가 후계구도에 언급되기 시작했고 문현진씨의 이름은 뒷전이 됐다. 일부 언론은 이를 ‘1차 형제의 난’으로 이름짓기도 했다.
이처럼 통일교 내에서 형제간 갈등은 지속됐고, 결국 문 총재는 2010년 7월 20일 통일교 홈페이지를 통해 ‘특보’를 내려 7남인 문형진씨를 후계자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주간조선> 2113호 2010년 7월12일자 보도). 당시 문 총재는 동영상에서 “후계자는 형진이며, 그 외는 이단자이며 폭파자”라고 언급했는데, ‘이단자·폭파자’는 문현진씨를 의미하는 것으로 통일교 내에서는 보고 있다.
한 종교연구가는 “문현진은 문선명 총재가 일관되게 개척해 왔던 세계평화운동이 동생들(4남 국진, 7남 형진)과 그에 동조하고 있는 세력들에 의해 역행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반발이 곧 아버지에 대한 저항으로 인식됐고, 형제간의 권력다툼으로 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3남 문현진은 형제 중에서도 언변이 뛰어나며 카리스마가 강했고, 성인이 된 후에는 든든한 외척(곽정환)과 함께 교계를 휘어잡고 있었으며, 동생들이 이에 반발했던 것으로 안다”며 “동생들이 국내를 장악하고 있는 이상 문현진씨는 앞으로도 해외활동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통일교에서 고령의 문 총재 대행 체제는 ‘종교 문형진, 기업 문국진’ 구도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문 총재의 자녀 중 통일교의 직책을 갖고 있는 사람은 문현진·국진·형진 삼형제 외에 2녀인 문인진 통일교회 미국회장이 있는데, 문형진 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형제가 많지만 특히 인진 누나·국진 형과 친하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인진·국진·형진 남매의 관계는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통일교의 경제적인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문국진 회장은 하버드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마이애미대 대학원에서 MBA를 마쳤다. 미국에서 총기회사 ‘KAHR’을 운영해 성공을 거뒀고, 2005년 귀국해 통일교 재단 이사장과 세계일보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문현진·문국진 갈등
이 후계구도와 파크원 사건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한 통일교 관계자의 얘기다.
“현재 통일그룹 회장인 KJ(4남 문국진) 입장에서는 한때 이른바 후계자였던 형 HJ(3남 문현진)가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은 그래도 형이고 아버지의 후계자로 인식되다 보니 표면적으로는 충돌하지 않았는데, 이제 HJ가 아버지나 신도들의 눈밖에 나고 나니 충돌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된 거죠. 나이도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또 KJ의 경우 미국에서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귀국 후 통일그룹의 구조조정에도 성공하면서 부모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게 됐습니다. 이번 파크원 사건의 경우 신도들이 현 재단을 향해 거세게 항의하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KJ로서는 난감한 일이죠. 근데 마침 HJ의 장인(곽정환)이 관련된 일이다 보니 그쪽으로 화살을 돌리는 것이 좋은 돌파구가 되지 않겠습니까. 사실 재단이 소송을 제기한 근거도 좀 비상식적이고, 이번 소송은 HJ를 겨냥한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겁니다.”
실제로 통일교재단 측이 “곽 전 이사장이 1년여 전부터 파크원 관련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 시점은 문현진씨가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이때부터 곽정환-문현진은 KJ가 이끄는 재단과 사실상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파크원 문제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곽정환 전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청파동 전(前) 통일교 본부를 찾았다. 비서는 “현재 주력하고 있는 GPF와 프로축구연맹에 관련된 일이 아니면 인터뷰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통일교, “문현진_곽정환은 타락한 아담과 천사장”
현재 문현진씨와 곽정환 전 이사장은 해외에서 GPF(Global Peace Festival)재단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GPF재단은 2007년 창시, 범세계 초종교 세계평화운동을 지향하는 단체로, 세계 20개국에서 수시로 행사를 열고 있다. 통일교재단 측은 “GPF는 문현진이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며, 창시자(문선명)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공식 문건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GPF의 존재는 통일교엔 눈엣가시인 셈이다.
최근 통일교회에서는 문현진씨를 ‘타락한 아담’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라고 한 통일교 신자는 전했다. 그는 지난 일요일(12월 12일) 통일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온 후 “목사님이 설교에서 우리의 성지 파크원이 훼손될 위기에 있다며 이 계약을 맺은 문현진-곽정환을 ‘타락한 아담과 천사장’이라고 말했다”며 “파크원에 대해 잘 모르던 신도들까지 격앙돼 파크원 매각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파크원 현장에서는 통일교 신도 수백 명이 모여 ‘파크원 지상권 매각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물론 이 신도들은 문국진·문형진씨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문현진 측, “문형진 후계 주장은 私談 수준에 불과”
파크원 사태는 실제로 통일교 내 ‘왕자의 난’일까.
통일교회 목사와 계열사 간부로 15년여 활동해 온 한 통일교 인사를 만났다. 그는 “이번 파크원 사건은 명백한 ‘문현진 죽이기’”라며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재단이 지금 시점에서 ‘문현진 죽이기’에 나설 이유가 있습니까.
“문현진 GPF 회장이 최근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GPF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데다 지난 10월에는 한국에서 GPLC(global peace leaders conferance)코리아 2010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통일교 외부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부터 장자이며 후계자로 인식돼 왔던 인물인데, 그대로 놔두면 통일교인들은 물론 비(非)교인들조차도 문현진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거죠.”
―문선명 총재의 후계자는 문형진으로 결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잇달아 있었는데요.
“그 (후계자 지정) 동영상이라는 것도 보면 아시겠지만 문 총재가 침실에서 한학자 여사의 추궁에 답하는, 사담(私談) 수준입니다. 사실 공식적으로 보여줄 만한 내용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를 현 재단과 그 추종세력들이 언론플레이한 것뿐입니다. 후계자는 아직 정해진 게 아닙니다. 통일교인이라면 누구도 후계자에 대해 직접 입에 담지 않습니다. 형제들은 계속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태고요.”
―문현진씨와 국진씨는 사이가 좋지 않습니까.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고 보입니다. 문현진 UCI 회장은 종교를 초월한 초종교·초국가 평화운동을 주창하고 있고, 문국진·형진 회장은 통일교 자체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진·형진 회장은 현재 통일교가 구악(舊惡)들에 의해 손상돼 있다고 보고 내부 쇄신과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요.”
통일교재단의 진짜 목적은
다시 통일교 본부를 찾아 안호열 통일교 대외협력실장을 만났다. 그는 문국진 이사장과 재단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다소 감정적인 것으로 느껴지는데, 소송을 제기한 진짜 이유는 무엇입니까.
“스카이랜이나 곽정환 전 이사장이나 파크원에 관련한 모든 사항을 정확하게 밝히라는 겁니다. 우리가 피땀으로 만들어 낸 우리 땅인데 왜 재단이나 신도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팔려 나가는 것만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재단은 곽 전 이사장에게 무언가 숨기는 것이나 찔리는 것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숨기는 것이라면 횡령이나 후계구도, 집안문제와 관련한 것입니까.
“횡령 같은 금전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그럴 분들은 아니라고 봅니다.”
안진선 통일교 기획조정실장은 “우리 재산을 지키려는 것일 뿐, 그 외의 다른 시각으로 봐서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약을 무효화하고 파크원 부지에 통일교 성전을 지으려 한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원래 부지를 매입할 때 통일교 세계본부를 짓고자 했던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그 큰 땅 전체에 종교시설만을 건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시설의 일부만 사용해도 충분하고, 나머지는 임대수익을 받으려 했습니다. 99년 지상권 임대 기간이 끝나도 마찬가지고요. 저희가 72층, 56층 건물을 다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Y22가 애초의 약속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건물 매각에 나서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통일그룹 한 계열사의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통일교 내에서 HJ, 곽 전 이사장의 행보와 관련해 말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쪽에서는 억울하다고 할 수도 있겠죠. 충분히 ‘형제의 난’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현재 통일교 땅 중에서 가장 재산가치가 높은 것이 여의도 땅인데, 이걸 뺏긴다면 교단 전체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겁니다. 계약이 잘못돼서 우리 땅이 통일교와 관계없는 회사에 팔려나간다면 계약과 관련해서 누군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국진) 이사장이 미국에서 태어나고 공부해 기업 운영에서도 미국식 합리주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은 협상 없이 끝까지 갈 것으로 보입니다.”
2조3000억원짜리 공사 표류 가능성
파크원 공사중단의 파급효과는 어떻게 될까. 소송 이후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참여키로 했던 금융사들은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미래에셋은 2010년 9월 17일 이사회를 열어 53층짜리 오피스타워를 8017억원에 매입키로 하고 부동산펀드(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사모부동산투자신탁29호)를 설립, 4147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또 10월 중 계약금으로 880억원을 입금키로 했으나, 소송사태 이후 자금지급을 보류한 상태다.
시공업체인 삼성물산도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삼성물산은 파크원의 공사비로 계약금 420억원을 제외하고는 한 푼도 못 받고 있다. 지금까지 대략 1000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밀렸으며 지난 8월에는 총 공사비 1조3000억원 가운데 2500억원을 유보키로 합의까지 했다. 사태가 이러니 공사는 당연히 중단됐다.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브리지론 대주단도 1600억원의 대출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0년 12월 7일 대주단은 시행사 스카이랜에 대해 기한이익상실(EOD, Event of default)을 선언했다. EOD 선언에 따라 스카이랜은 지금까지 대출한 원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소송이 끝날 때까지 해결방법이 없는 상태다.
또 소송사태 이후 1조6000억원가량이 모였던 파크원 PF(프로젝트 파이낸싱)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이 주도하는 파크원 PF대주단은 지난 10월까지 1조6000억원 정도를 구성했으나, 이후 금융사들이 하나둘씩 대출포기를 선언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해결된다 한들 특정 종교가 관련된 이상 금융권이 파크원에 연루되는 것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며 “통일교가 이를 노리고 소송을 제기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고 설명했다.
문국진, 승소해도 수천억 손해배상 불가피
법적으로 분쟁이 종결되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일까. 통일교재단, 즉 ‘작은 왕자’ 문국진 이사장 측이 승소할 경우 지금까지 자금을 투입한 스카이랜과 삼성물산 역시 바로 통일교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두 회사는 이미 이 사건과 관련해 로펌과 함께 법적 검토에 들어갔으며, 지금 상태에서 맞고소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변호사는 “2005년 주무관청 허가 없는 계약을 무효라 한들 현 재단 이사장이 재계약을 맺은 사실이 명확하기 때문에, 통일교가 승소한다 해도 지금까지 이뤄진 공사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교가 승소한 후 스카이랜과 삼성물산이 요구할 금액은 얼마나 될까. 2005년 계약이 무효가 되면 스카이랜은 이미 조달한 자체자금 400여억 원과 브리지론 1600억원을 물어내야 하고, 삼성물산은 1000억원 이상의 공사비를 손해봤다. 이 금액만 해도 약 3000억원인데, 스카이랜과 삼성물산은 소송 기간 동안 공사중단에 대한 손해배상과 이미 구성했던 PF 1조6000억원이 무산된 데 대한 배상까지 모두 합하면 5000억원은 확실히 넘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스카이랜이 승소할 경우에도 스카이랜과 삼성물산은 통일교에 공사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한편, 미래에셋과의 8000억원짜리 계약이 무산된 데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교는 재판에서 이기든 지든 수천억 원을 물어내야 할 판이다.
스카이랜 측은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을 외쳐 온 서울시나 금융위원회가 사태해결에 나서길 내심 바라고 있지만, 이들은 사실상 이해관계가 없는 만큼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건너편 SIFC의 한 직원은 “파크원이 초기부터 자금조달에 힘겨워한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올 줄은 몰랐다”며 “국제금융중심이 반쪽짜리가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심지에 2조3000억원 규모의 대형 공사가 갈 곳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사태를 해결하려는 사람도 없다.⊙
2010년 11월 초부터 파크원의 공사가 중단된 것은 땅 주인과 지상권 소유자의 분쟁 때문이다. 원래 이 땅의 소유주인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이하 통일교재단)은 2005년 5월 Y22 금융투자와 계약을 맺고 99년간 지상권을 설정해 주기로 했다.
이에 Y22는 오피스빌딩과 쇼핑몰, 호텔이 포함된 복합공간 ‘파크원’을 짓기로 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돌입했고,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아 2008년 말 공사에 착수, 현재 25%의 공정이 진행된 상태이다.
그런데 2010년 10월 29일 통일교재단은 돌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Y22를 상대로 ‘지상권 등기 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5년 전 맺은 지상권 계약은 무효이며, 땅을 다시 돌려달라는 주장이다. 또 이 소송 전후로 여의도 공사현장 앞에서는 통일교 신자 수백 명이 ‘통일교 성지에 금융회사가 웬말이냐’ ‘여의도 성지는 통일교 세계본부가 들어서야 한다’는 내용으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통일교재단 측은 관련법 조항을 들어 “주무관청(문화관광부) 허가 없이 재단법인의 재산에 대해 지상권을 설정한 행위는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2005년 계약 당시에는 문화관광부의 허가가 없었다. 민법 제43조에 따르면, 재단법인의 재산을 처분할 경우 주무관청에 정관변경의 허가를 받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재단법인의 경우 처분뿐만이 아니라, 99년 정도의 장기로 지상권을 설정해 주는 경우 역시 처분에 준(準)해 주무부처에 정관변경 허가신청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Y22 측은 “당시 대지 처분은 허가 사항이나 지상권 장기임대는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받았던 상태”라며 “더구나 2007년 2월 7일 문국진 이사장 명의로 등기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지난 계약을 문제 삼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공정의 4분의 1이 진행된 공사에 대해 땅 주인이 5년 전 계약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 그리고 2조3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공사가 중단된 배경은 무엇일까.
2005년 첫 계약 당시는 ‘화기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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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선명 통일교 총재와 부인 한학자씨가 2009년 6월 문 총재의 자서전 출판기념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이 7남 문형진, 오른쪽이 3남 문국진이다. |
애초 통일교재단과 시행사 간의 계약은
당시 통일교재단은 외환위기 이후 그룹 계열사들의 사정이 악화되면서 여의도 부지에 상당액의 근저당을 설정해 놓고 있었는데, Y22가 파이낸싱을 통해 이를 일부 해결하고 지상권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
기한을 99년으로 명시한 이유는 비슷한 시기에 서울시가 다국적 금융사 AIG에 여의도 서울시 부지(파크원 맞은편)를 99년간 임대하며 지상권을 설정하고 서울국제금융센터(SIFC)를 짓기로 했기 때문에 이를 본뜬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통일교재단이 뒤늦게 계약상의 문제를 제기할 이유는 없다. 또 시행사나 금융사 측 주장대로 통일교재단이 이제 와서 다시 재산에 욕심을 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통일교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사건은 좀 복잡해진다. 2005년 계약은 당시 통일교재단의 곽정환 이사장과 Y22 대표인 폴 로저스 간에 이뤄졌다. 폴 로저스는 리먼브러더스와 UBS투자은행의 아시아지역 금융전문가로 활약해 온 인물이며, Y22는 여의도 파크원 프로젝트를 위해 2005년 설립된 특수목적 금융회사다.
곽정환 전 이사장은 문선명 통일교 총재와 사돈지간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통일교의 2인자’로 불려 온 인물이다. 딸 전숙씨는 1987년 문 총재의 3남 문현진씨와 결혼했다. 문현진씨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통일교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주목받던 인물이었고, 곽 전 이사장 역시 통일교의 ‘실세’로 통했다.
그러나 곽정환 전 이사장은 2006년 미국에서 귀국한 문선명 총재의 4남 문국진 회장에게 재단이사장직을 물려주게 된다. 이후 곽 전 이사장의 국내 활동은 거의 없다. 문현진씨는 재단법인 UCI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3남 문현진씨는 형들의 사망으로 사실상 맏아들 역할을 하고 있다.
“땅주인_시행사 신뢰 완전히 깨졌다”
서울 마포 공덕오거리 인근 도원빌딩의 통일교 본부를 찾아가 소송을 제기한 원인에 대해 문의했다. 통일그룹 기획조정실장인 안진선 부사장은 소송 제기 배경에 대해 “Y22가 우리를 기망(欺罔)하고 통일교재단의 가장 중요한 재산의 가치를 상실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2개 층, 56개 층 등 2개 동을 짓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Y22가 이를 임대 개발한다고 한 사실만 믿고 있었죠. 근데 최근 언론을 통해 이 건물 2개 동이 맥쿼리와 미래에셋 등 업체에 매각된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 겁니다. 시행사는 땅 주인인 우리에겐 전혀 설명이 없었습니다. 신도들의 항의가 이어졌고요. 사실 파크원 부지는 신도들에게는 ‘여의도 성지(聖地)’로 불릴 만큼 중요한 곳입니다. 서울의 중심지에 세계본부를 짓고자 신도들의 피와 땀을 모아서 구입한 곳이죠. 그런데 우리에겐 일언반구도 없이 건물을 수천억 원에 매각한다고 하고, 이 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겨우 알게 됐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와 Y22 간의 신뢰는 완전히 깨졌다고 봅니다.”
안 부사장의 말대로 파크원 부지에는 72층짜리와 56층짜리 오피스타워 2개 동이 세워지는데, 56층 건물은 미래에셋이 만든 부동산펀드가 8047억원에 지상권을 매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 72층 건물 역시 맥쿼리컨소시엄이 매입하기로 결정된 상태다.
안 부사장의 설명. “우리(통일교)는 부지를 임대해 준 것이지 건물을 팔 수 있는 권리까지 양도한 것이 아닙니다. 당시 Y22는 지상권설정 기간이 만료되면 통일재단에 건물을 무상으로 양도할 것이고, 건축되는 모든 건물을 임대방식으로 개발하겠다고 설명했었습니다. 현재 일어나는 상황은 이와 반대입니다. 건물은 매각됐는데 99년 후 땅만 덜렁 돌아오면 뭐합니까.” 그는 Y22에 대해 ‘기망’과 ‘사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여기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통일교재단과 Y22는 2006년 새로 계약을 체결했다. 2005년 최초 계약체결 당시 합의했던 지대 3.5%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것에 양측이 동의한 것이다. 지대를 5%로 올린다는 내용으로 새로 계약을 맺고 영등포등기소에 제출한 서류에는 당시 이사장인 4남 문국진 회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문국진 회장이 99년 지상권 설정 및 파크원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동의한 것이다.
안 부사장의 설명이다. “당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의도 부지개발과 관련해서는 곽정환 전 이사장이 본부(문선명 총재를 의미)에 상세히 보고했었고 이사장이 바뀐 후에도 이 일을 가장 잘 아는 곽 전 이사장이 관련사항을 보고하고 있었는데, 약 1년 전부터 보고가 전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본부 측에서도 궁금해하던 중 언론에 건물매각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거죠. 그때부터 지난 계약과 진행상황을 검토해 본 결과 문제점이 드러난 겁니다.”
곽정환-Y22의 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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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선명 총재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통일교 주요 인사들. 자녀들 중에서는 3남 문국진과 7남 문형진의 모습만 보인다. |
Y22는 파크원 프로젝트와 관련해 새로 설립된 회사로, 이전 시행 실적은 없다. 현재 파크원의 시행사인 스카이랜은 Y22가 설립한 회사로 사실상 같은 회사다.
이 회사의 정체는 무엇일까. 취재 도중 Y22·스카이랜의 대표이사인 폴 로저스가 통일교 신자라는 제보가 있었다. 한 기독교 관계자는 “폴 로저스는 통일교 신자로, 통일교의 센트럴시티 매입 당시에도 활약했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취재하며 만난 통일교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폴 로저스는 본인이 통일교 신자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통일주차장 개발사업에 계속 실패해왔던 통일교가 외국인을 내세워 만든 회사가 Y22”라는 제보도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또 Y22가 문선명 총재의 3남(사실상 장남)인 문현진씨 소유라는 얘기도 있었으나 이 또한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통일교 ‘식구(신도를 의미)’끼리 소송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줄 선 라인’이 다른 것이 아닌지 추측될 뿐이다.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의 Y22·스카이랜 사무실을 찾아갔다. Y22·스카이랜의 마케팅담당 박주희 차장은 “도대체 통일교가 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계약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쪽(통일교재단) 이사장이 바뀌어서 혼란이 있는 것인지 생각도 했지만 저희는 2006년 현재 이사장인 문국진 이사장과 새로 수정 계약을 했어요. 그 이후 계약에서 달라진 점이나 저희가 계약을 어긴 것이 없습니다. 갑자기 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건물 지상권과 관련해 2010년 10월중 계약금을 입금할 예정이었던 미래에셋과의 계약이 보류됐고, PF도 엉망이 됐어요. 이대로 가다간 파크원은 서울의 흉물이 될 겁니다.”
기자가 “통일교재단에서 애초 계약상의 문제점을 들고 나섰는데, 곽정환 전 이사장과 폴 로저스 대표의 계약을 다시 검토하고 대처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박주희 차장은 “이사장이 바뀐 건 통일교재단 측의 사정이고, 또 우리는 2006년 문국진 이사장과 새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계약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일”이라며 “통일교재단의 정확한 의도를 우리로선 파악하기 어렵고, 우리 역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사업 관계자들은 대부분 Y22가 곽정환 전 이사장의 사위인 문현진씨와 관련된 회사라고 알고 있으며, 파크원이 통일교 집안 싸움에 휘말린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그는 “문현진씨 이야기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폴 로저스 대표는 해외에 체류 중이라 인터뷰는 이뤄지지 않았다.
통일교의 후계구도와 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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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선명 총재는 지난 7월 ‘특보’를 통해 7남 문형진(사진)이 후계자라고 밝혔다. |
통일교재단(이사장 문국진)과 곽정환 전 이사장, 시행사 Y22가 삼각으로 대립하고 있는 파크원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가족과 후계구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일교 문선명 총재는 부인 한학자씨와의 사이에 7남6녀를 두었는데, 아들 7명 중 3명(장남 효진, 차남 흥진, 6남 영진)은 사망했다. 이 중 5남 권진은 미국에서 통일교와 무관한 삶을 살고 있으며, 3남 현진, 4남 국진, 7남 형진이 후계구도 내에 있다.
장남을 우선시하는 한국적 정서에 따라 애초 후계구도에서 가장 앞서 나갔던 인물은 장남 문효진씨였다. 그러나 1995년 문효진의 부인(홍난숙)이 집을 나가 미국 언론에 사생활을 폭로하는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문효진씨는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이와 함께 사돈이었던 홍성표 전 일화 사장도 통일교에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후 문효진씨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등 통일교와 관계가 없는 생활을 해 오다가 2008년 사망했다.
차남 문흥진씨는 18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러나 문흥진씨는 문 총재가 가장 총애했던 아들로, 지금도 통일교 내에서는 ‘영계(靈界)의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다. 이에 사돈지간인 박보희 전 국제평화재단 총재(문흥진씨 부인 문훈숙의 아버지) 역시 통일교 내에서 상당한 권력을 자랑했다. 박 전 총재는 1990년대 통일교 대중(對中)사업 실패와 부동산 관련 구속(2007년) 등으로 통일교 중심부에서 밀려났다가, 2010년에 유엔군 참전 60주년 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을 맡으면서 ‘복권’됐다는 평가다.
이런 사정 때문에 1990년대 중반부터 15년여 간 통일교 내부에서는 3남 문현진씨가 문선명 총재의 후계자로 공인되다시피 했다. 문현진씨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하버드 MBA를 마치고, 세계원리연구회 회장과 천주평화연합 대표 등 통일교 요직을 맡아 왔다. 그의 장인인 곽정환 전 이사장 역시 통일교 내에선 중요 직위를 두루 거쳤다. 곽 전 이사장은 한때 문 총재 유고시 결재권까지 위임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문현진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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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6월 5일 열린 파크원 기공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폴 로저스 스카이랜 대표(오른쪽)가 기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
그러나 2008년 이후 이런 후계구도에 변화가 시작됐다. 문현진씨는 통일교에 기반한 것이 아닌, 초(超)종교 세계평화운동을 내세우는 한편 워싱턴타임스(통일교가 미국에서 운영해온 일간지)의 경영문제 등과 관련해 통일교 측과 갈등을 빚었다. 그 결과로 통일교는 워싱턴타임스에 대한 지원금을 완전히 중단했고, 파산위기에 빠진 워싱턴타임스는 단돈 1달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통일교 측이 세운 새로운 회사에 신문사를 넘겼다.
문현진씨는 이 과정에서 많은 직책을 동생 문형진(7남)씨에게 물려줘야 했다. 또 문현진씨와 아버지 문 총재의 갈등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으나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정리된 것은 없었다. 이즈음부터 당시 30세(1979년생)에 불과했던 문형진씨가 후계구도에 언급되기 시작했고 문현진씨의 이름은 뒷전이 됐다. 일부 언론은 이를 ‘1차 형제의 난’으로 이름짓기도 했다.
이처럼 통일교 내에서 형제간 갈등은 지속됐고, 결국 문 총재는 2010년 7월 20일 통일교 홈페이지를 통해 ‘특보’를 내려 7남인 문형진씨를 후계자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주간조선> 2113호 2010년 7월12일자 보도). 당시 문 총재는 동영상에서 “후계자는 형진이며, 그 외는 이단자이며 폭파자”라고 언급했는데, ‘이단자·폭파자’는 문현진씨를 의미하는 것으로 통일교 내에서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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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현진씨는 현재 해외를 중심으로 GPF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
그는 “어릴 적부터 3남 문현진은 형제 중에서도 언변이 뛰어나며 카리스마가 강했고, 성인이 된 후에는 든든한 외척(곽정환)과 함께 교계를 휘어잡고 있었으며, 동생들이 이에 반발했던 것으로 안다”며 “동생들이 국내를 장악하고 있는 이상 문현진씨는 앞으로도 해외활동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통일교에서 고령의 문 총재 대행 체제는 ‘종교 문형진, 기업 문국진’ 구도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문 총재의 자녀 중 통일교의 직책을 갖고 있는 사람은 문현진·국진·형진 삼형제 외에 2녀인 문인진 통일교회 미국회장이 있는데, 문형진 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형제가 많지만 특히 인진 누나·국진 형과 친하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인진·국진·형진 남매의 관계는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통일교의 경제적인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문국진 회장은 하버드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마이애미대 대학원에서 MBA를 마쳤다. 미국에서 총기회사 ‘KAHR’을 운영해 성공을 거뒀고, 2005년 귀국해 통일교 재단 이사장과 세계일보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문현진·문국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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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정환 전 통일교재단 이사장은 파크원 계약을 맺은 장본인이지만, 현 파크원 사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
“현재 통일그룹 회장인 KJ(4남 문국진) 입장에서는 한때 이른바 후계자였던 형 HJ(3남 문현진)가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은 그래도 형이고 아버지의 후계자로 인식되다 보니 표면적으로는 충돌하지 않았는데, 이제 HJ가 아버지나 신도들의 눈밖에 나고 나니 충돌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된 거죠. 나이도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또 KJ의 경우 미국에서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귀국 후 통일그룹의 구조조정에도 성공하면서 부모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게 됐습니다. 이번 파크원 사건의 경우 신도들이 현 재단을 향해 거세게 항의하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KJ로서는 난감한 일이죠. 근데 마침 HJ의 장인(곽정환)이 관련된 일이다 보니 그쪽으로 화살을 돌리는 것이 좋은 돌파구가 되지 않겠습니까. 사실 재단이 소송을 제기한 근거도 좀 비상식적이고, 이번 소송은 HJ를 겨냥한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겁니다.”
실제로 통일교재단 측이 “곽 전 이사장이 1년여 전부터 파크원 관련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 시점은 문현진씨가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이때부터 곽정환-문현진은 KJ가 이끄는 재단과 사실상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파크원 문제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곽정환 전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청파동 전(前) 통일교 본부를 찾았다. 비서는 “현재 주력하고 있는 GPF와 프로축구연맹에 관련된 일이 아니면 인터뷰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통일교, “문현진_곽정환은 타락한 아담과 천사장”
현재 문현진씨와 곽정환 전 이사장은 해외에서 GPF(Global Peace Festival)재단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GPF재단은 2007년 창시, 범세계 초종교 세계평화운동을 지향하는 단체로, 세계 20개국에서 수시로 행사를 열고 있다. 통일교재단 측은 “GPF는 문현진이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며, 창시자(문선명)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공식 문건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GPF의 존재는 통일교엔 눈엣가시인 셈이다.
최근 통일교회에서는 문현진씨를 ‘타락한 아담’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라고 한 통일교 신자는 전했다. 그는 지난 일요일(12월 12일) 통일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온 후 “목사님이 설교에서 우리의 성지 파크원이 훼손될 위기에 있다며 이 계약을 맺은 문현진-곽정환을 ‘타락한 아담과 천사장’이라고 말했다”며 “파크원에 대해 잘 모르던 신도들까지 격앙돼 파크원 매각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파크원 현장에서는 통일교 신도 수백 명이 모여 ‘파크원 지상권 매각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물론 이 신도들은 문국진·문형진씨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문현진 측, “문형진 후계 주장은 私談 수준에 불과”
파크원 사태는 실제로 통일교 내 ‘왕자의 난’일까.
통일교회 목사와 계열사 간부로 15년여 활동해 온 한 통일교 인사를 만났다. 그는 “이번 파크원 사건은 명백한 ‘문현진 죽이기’”라며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재단이 지금 시점에서 ‘문현진 죽이기’에 나설 이유가 있습니까.
“문현진 GPF 회장이 최근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GPF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데다 지난 10월에는 한국에서 GPLC(global peace leaders conferance)코리아 2010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통일교 외부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부터 장자이며 후계자로 인식돼 왔던 인물인데, 그대로 놔두면 통일교인들은 물론 비(非)교인들조차도 문현진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거죠.”
―문선명 총재의 후계자는 문형진으로 결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잇달아 있었는데요.
“그 (후계자 지정) 동영상이라는 것도 보면 아시겠지만 문 총재가 침실에서 한학자 여사의 추궁에 답하는, 사담(私談) 수준입니다. 사실 공식적으로 보여줄 만한 내용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를 현 재단과 그 추종세력들이 언론플레이한 것뿐입니다. 후계자는 아직 정해진 게 아닙니다. 통일교인이라면 누구도 후계자에 대해 직접 입에 담지 않습니다. 형제들은 계속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태고요.”
―문현진씨와 국진씨는 사이가 좋지 않습니까.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고 보입니다. 문현진 UCI 회장은 종교를 초월한 초종교·초국가 평화운동을 주창하고 있고, 문국진·형진 회장은 통일교 자체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진·형진 회장은 현재 통일교가 구악(舊惡)들에 의해 손상돼 있다고 보고 내부 쇄신과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요.”
통일교재단의 진짜 목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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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크원 조감도. |
―이번 소송은 다소 감정적인 것으로 느껴지는데, 소송을 제기한 진짜 이유는 무엇입니까.
“스카이랜이나 곽정환 전 이사장이나 파크원에 관련한 모든 사항을 정확하게 밝히라는 겁니다. 우리가 피땀으로 만들어 낸 우리 땅인데 왜 재단이나 신도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팔려 나가는 것만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재단은 곽 전 이사장에게 무언가 숨기는 것이나 찔리는 것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숨기는 것이라면 횡령이나 후계구도, 집안문제와 관련한 것입니까.
“횡령 같은 금전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그럴 분들은 아니라고 봅니다.”
안진선 통일교 기획조정실장은 “우리 재산을 지키려는 것일 뿐, 그 외의 다른 시각으로 봐서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약을 무효화하고 파크원 부지에 통일교 성전을 지으려 한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원래 부지를 매입할 때 통일교 세계본부를 짓고자 했던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그 큰 땅 전체에 종교시설만을 건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시설의 일부만 사용해도 충분하고, 나머지는 임대수익을 받으려 했습니다. 99년 지상권 임대 기간이 끝나도 마찬가지고요. 저희가 72층, 56층 건물을 다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Y22가 애초의 약속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건물 매각에 나서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통일그룹 한 계열사의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통일교 내에서 HJ, 곽 전 이사장의 행보와 관련해 말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쪽에서는 억울하다고 할 수도 있겠죠. 충분히 ‘형제의 난’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현재 통일교 땅 중에서 가장 재산가치가 높은 것이 여의도 땅인데, 이걸 뺏긴다면 교단 전체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겁니다. 계약이 잘못돼서 우리 땅이 통일교와 관계없는 회사에 팔려나간다면 계약과 관련해서 누군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국진) 이사장이 미국에서 태어나고 공부해 기업 운영에서도 미국식 합리주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은 협상 없이 끝까지 갈 것으로 보입니다.”
2조3000억원짜리 공사 표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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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월 가평군 통일교수련원에서 열린 구순 축하연에서 촛불을 끄고 있는 문선명-한학자 부부. 90세가 넘었지만 후계자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교인들에겐 ‘금기’다. |
시공업체인 삼성물산도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삼성물산은 파크원의 공사비로 계약금 420억원을 제외하고는 한 푼도 못 받고 있다. 지금까지 대략 1000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밀렸으며 지난 8월에는 총 공사비 1조3000억원 가운데 2500억원을 유보키로 합의까지 했다. 사태가 이러니 공사는 당연히 중단됐다.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브리지론 대주단도 1600억원의 대출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0년 12월 7일 대주단은 시행사 스카이랜에 대해 기한이익상실(EOD, Event of default)을 선언했다. EOD 선언에 따라 스카이랜은 지금까지 대출한 원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소송이 끝날 때까지 해결방법이 없는 상태다.
또 소송사태 이후 1조6000억원가량이 모였던 파크원 PF(프로젝트 파이낸싱)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이 주도하는 파크원 PF대주단은 지난 10월까지 1조6000억원 정도를 구성했으나, 이후 금융사들이 하나둘씩 대출포기를 선언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해결된다 한들 특정 종교가 관련된 이상 금융권이 파크원에 연루되는 것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며 “통일교가 이를 노리고 소송을 제기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고 설명했다.
문국진, 승소해도 수천억 손해배상 불가피
법적으로 분쟁이 종결되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일까. 통일교재단, 즉 ‘작은 왕자’ 문국진 이사장 측이 승소할 경우 지금까지 자금을 투입한 스카이랜과 삼성물산 역시 바로 통일교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두 회사는 이미 이 사건과 관련해 로펌과 함께 법적 검토에 들어갔으며, 지금 상태에서 맞고소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변호사는 “2005년 주무관청 허가 없는 계약을 무효라 한들 현 재단 이사장이 재계약을 맺은 사실이 명확하기 때문에, 통일교가 승소한다 해도 지금까지 이뤄진 공사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교가 승소한 후 스카이랜과 삼성물산이 요구할 금액은 얼마나 될까. 2005년 계약이 무효가 되면 스카이랜은 이미 조달한 자체자금 400여억 원과 브리지론 1600억원을 물어내야 하고, 삼성물산은 1000억원 이상의 공사비를 손해봤다. 이 금액만 해도 약 3000억원인데, 스카이랜과 삼성물산은 소송 기간 동안 공사중단에 대한 손해배상과 이미 구성했던 PF 1조6000억원이 무산된 데 대한 배상까지 모두 합하면 5000억원은 확실히 넘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스카이랜이 승소할 경우에도 스카이랜과 삼성물산은 통일교에 공사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한편, 미래에셋과의 8000억원짜리 계약이 무산된 데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교는 재판에서 이기든 지든 수천억 원을 물어내야 할 판이다.
스카이랜 측은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을 외쳐 온 서울시나 금융위원회가 사태해결에 나서길 내심 바라고 있지만, 이들은 사실상 이해관계가 없는 만큼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건너편 SIFC의 한 직원은 “파크원이 초기부터 자금조달에 힘겨워한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올 줄은 몰랐다”며 “국제금융중심이 반쪽짜리가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심지에 2조3000억원 규모의 대형 공사가 갈 곳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사태를 해결하려는 사람도 없다.⊙
정순성
(201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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