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핵안보정상회의, 5월 핵비확산조약(NPT)평가회의
⊙ IAEA 안전조치 강화하고 불이행시 제재 규정 강화해야
⊙ NPT 탈퇴해도 책임 물어야
張東熙 駐 리비아대사
⊙ 1956년 출생.
⊙ 경북대 행정학과 졸업. 고려대 법학 박사.
⊙ 외교통상부 조약국 심의관, 주벨기에 공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주제네바 차석대사,
주리비아대사.
⊙ IAEA 안전조치 강화하고 불이행시 제재 규정 강화해야
⊙ NPT 탈퇴해도 책임 물어야
張東熙 駐 리비아대사
⊙ 1956년 출생.
⊙ 경북대 행정학과 졸업. 고려대 법학 박사.
⊙ 외교통상부 조약국 심의관, 주벨기에 공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주제네바 차석대사,
주리비아대사.
- 한 반핵운동가가 2005년 NPT평가회의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핵(核) 문제가 올 봄 국제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당장 4월에 있을 핵 안보 정상회의, 이어 5월 3일부터 4주간 뉴욕에서 열릴 핵 비확산 조약(NPT) 평가회의, 거기에다 코펜하겐 정상회의 이후 부쩍 관심이 높아진 친환경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原子力)을 둘러싼 각 국가들의 부산한 움직임이 서로 얽혀 국제사회는 바야흐로 새로운 핵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핵은 그 양면성 때문에 우리에게 쉽지 않은 고민을 던진다. Nuclear는 우리 말로 원자력 또는 핵이라고 번역하는데, 평화적으로 이용될 때는 원자력으로, 무기와 연계될 때는 주로 핵으로 번역하곤 한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청정(淸淨)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때는 원자력의 제2 르네상스 시대를 이야기하며 장밋빛 분위기에 접어들다가도, 북한의 핵위협과 이란 핵문제를 목도하면서 우리는 원자력이 언제든지 우리 인류 전체의 삶을 위협할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몸서리를 치기도 한다.
원자력의 양면성이 문제되는 것은 원자로 가동을 위한 저농축(低濃縮) 우라늄(LEU)의 농축도를 95% 이상으로 높이면 바로 핵무기 제조 원료로 사용될 수 있으며, 기술적으로 평화적 이용을 위한 농축활동과 무기용 핵물질 생산을 위한 농축활동 간에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양날의 칼을 가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장비와 물질이 핵무기로 전용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한데, 이러한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핵 비확산체제인 것이다.
NPT, 북한·이란 핵 못막아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를 통하여 핵무기의 가공할 위력을 목격한 인류가 최소한 더 이상 핵무기가 확산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일념으로 ‘핵 비확산 조약’을 채택한 지 금년으로 꼭 40년을 맞았다. NPT는 비(非)핵보유국이 핵무기를 취득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하는 대신, 핵보유국은 핵군축을 약속함과 동시 비보유국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증진을 보장한 국제조약이다. 그리고 이 NPT는 평화적 이용을 빌미로 원자력 관련 기술이나 물질, 장비 등이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기능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맡겼다.
그러나 NPT로 대표되는 현재의 핵 비확산체제는 인도, 파키스탄에 이은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지 못했고, 이란 핵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 심각한 안보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는 국제사회에서 볼 때는 핵 비확산체제를 위반한 대표적 사례로서, 핵 비확산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아직 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NPT의 전반적 운용실태를 재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평가회의는 1970년 NPT가 발효된 이후 5년마다 개최되어 왔으나, 특히 이번 회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이후 처음 개최되는 평가회의이기 때문이다. 2000년 평가회의 합의사항을 내팽개치고 2005년 평가회의를 무력화시킨 부시 행정부에 비하여, 오바마 행정부는 핵확산 저지뿐만 아니라 핵군축을 실시하는데도 앞장서겠다는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어, 2010년 평가회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추구할 궁극적 목표는 당연히 ‘핵무기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궁극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핵무기가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으면서, 이 세상에서 마지막 핵무기가 없어질 때까지 현존하는 핵무기를 감축시켜 나가는 방법이다. 그러면 이를 위해 국제사회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당장 금년 5월로 다가온 2010년 NPT 평가회의에는 어떠한 자세로 임하여야 할 것인가.
핵 가진 나라가 안 가진 나라에 믿음 줘야
현행 핵 비확산체제는 핵 비보유국들이 핵무기 개발을 추구하지 않는 대신, 핵보유국들은 핵군축을 약속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보장하는 보유국과 비보유국 간 그랜드 바겐의 산물이다. 즉 현 비확산체제는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잠정조치로서, 일단은 현존 핵무기의 동결(凍結)과 핵무기의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1차적 목표를 갖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이란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 농축활동을 지속하는 등 핵무기 인프라 구축을 계속 추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테러리스트에 의한 핵물질 탈취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음에 비추어, ‘보다 안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핵 비확산체제를 강화시켜야겠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다만 비보유국들이 보유국들의 핵군축 의지를 의심하거나 자신들만 비확산 약속을 지키며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비확산체제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행정부는 2002년 러시아와의 ‘탄도 미사일 방어조약(ABM)’을 폐기함으로써 1995년 및 2000년 NPT평가회의 합의사항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을 하였을 뿐 아니라, 합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핵 비보유국들을 격앙시켰다. 미국은 95년 평가회의에서 NPT 효력 무기(無期) 연장이라는 자신의 목적만 달성하고는 핵군축을 위한 제반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핵 비확산체제는 비보유국들의 비확산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이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핵보유국들은 비보유국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필요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미국의 리더십 발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4월 핵 안보 정상회의에서 5개 핵보유국이 공동성명 등의 형태로 핵군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2009년 말 효력이 만료된 ‘미-러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 I)’의 후속 조약을 5월 평가회의 이전까지 마무리할 수 있다면, 비보유국의 신뢰 회복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95·2000년 핵군축 약속 이행이 신뢰회복의 기초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간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1995년과 2000년 평가회의에서 약속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이 있어야 하겠다. 1995년 NPT 평가회의는 NPT 역사에서 하나의 분수령이 된 중요한 회의다. 바로 NPT를 죽일 것인지 살릴 것인지, NPT의 운명을 결정하는 결정적 책무를 부여받은 회의였기 때문이다. NPT는 발효 25주년이 되는 해에 NPT를 무기한 연장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토록 규정하고 있어, NPT 발효 25주년이 되는 1995년 평가회의는 NPT의 무기 연장을 지지하는 미국, EU를 비롯한 서방진영과 무기연장에 반대하는 비동맹 진영 간 심각한 의견대립이 있었다.
길고 지루한 협상 끝에 비동맹 측은 NPT를 무기한 연장하는 데 합의하여 주는 대가(代價)로 ‘평가회의 과정(Review Process)’을 강화하고, 주요 핵군축 방안을 포함한 ‘핵 비확산 및 핵군축을 위한 원칙 및 목표’(이하 ‘원칙과 목표’)를 채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핵능력을 우려하는 아랍 국가들 주도로 중동지역 비핵지대화를 촉구하는 ‘중동 관련 결의’를 채택하였다.
한편, 5년 후인 2000년 평가회의는 핵군축을 위한 구체적 이행조치로서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의 조기발효, ‘핵분열성 물질 생산금지 조약(FMCT)’ 협상 조속 개시, ABM조약 강화 등을 포함한 ‘13개 실질조치’를 취할 것을 결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들은 NPT 6조가 요구하는 핵군축이 핵보유국뿐만 아니라 모든 NPT당사국이 이행하여야 할 의무라고 주장하곤 한다. 여기서 NPT 6조가 말하는 ‘일반적 군축(軍縮)’은 모든 당사국이 이행하여야 할 의무일 것이나, 핵군축의 주체가 핵보유국이 되어야 함은 조약 해석상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핵군축을 규정한 NPT 6조가 핵보유국의 의무를 분명하게 규정하지 못함으로써 해석상 혼란을 야기시킨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다행히 그 내용은 1995년과 2000년 평가회의를 통해 분명해졌다. 1995년 회의가 채택한 ‘원칙과 목표’, 2000년 회의가 채택한 ‘13개 조치’는 핵보유국들이 핵군축을 위하여 추진하여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준 것이다.
따라서 핵보유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13개 조치’를 포함하여 1995년 및 2000년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핵 비보유국들의 신뢰를 얻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ABM 조약처럼 이미 폐기되어 이행이 불가능한 사항이 있는 만큼, 5월 평가회의는 13개 조치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성은 있다 하겠다. 또한 2009년 9월 개최되었던 유엔 안보리(安保理) 정상회의 후 채택한 안보리 결의 1887호는 전문에서 “…1995년 및 2000년 최종문서를 포함한 과거 NPT평가회의의 결과를 환기하고…” 라고 규정하여 1995년 및 2000년 문서를 인정하는 표현을 사용하였는데, 미국이 이 결의에 찬성하였다는 것은 문서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부시 행정부에 비하여 오바마 행정부의 전향적(前向的) 자세를 보여주는 부분이라 하겠다.
핵물질·장비 유통 철저히 감시해야
필자가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간 신뢰회복을 강조한 것은 핵보유국들이 진정성을 보인 후라야만 비보유국들에 비확산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첫째 핵확산 방지를 위한 검증체계라 할 수 있는 IAEA안전조치를 강화하여야 한다. NPT는 가입국에 핵물질의 군사적 전용(轉用)방지를 위하여 가입일로부터 18개월 이내에 IAEA와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1991년 이라크의 비밀 핵 프로그램이 발견되자 IAEA 안전조치가 과연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IAEA이사회는 1993년 논의를 시작, 1997년 5월에는 안전조치협정에 더하여 이를 강화하는 내용의 ‘모델 추가 의정서’를 채택하고, 각국에 이 ‘모델 추가의정서’에 따라 추가의정서를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동맹권 국가들이 ‘추가 의정서’ 체결 문제는 각국의 자발적 의사에 맡겨 두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라크의 경우를 통하여 현행 IAEA 안전조치 협정이 신고하지 않은 핵시설이나 핵물질을 발견해 내는 데 한계가 있음이 이미 입증된 만큼, 추가 의정서 체결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사항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2004년 파키스탄의 압둘 칸 박사 사건으로 핵관련 블랙 마켓의 존재가 확인됨에 따라, 핵물질과 장비의 보호 및 불법거래 방지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제고되었다. 따라서 핵물질이나 장비가 불량국가나 테러리스트 손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서는 핵관련 물질 및 장비 수출통제 지침인 ‘핵 공급국 그룹(NSG)’의 통제지침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고, 핵물질 방호(protection) 및 불법거래 방지를 위한 국제규범을 더욱 강화하고 보편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4월 ‘핵 안보 정상회의’가 핵물질의 탈취나 불법거래 방지 및 핵 테러리즘 예방을 위한 국제협력 증진방안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동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둘째, NPT 관련 규정과 IAEA안전조치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수단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북한은 1993년 IAEA가 핵 의혹 해소를 위해 요구한 특별사찰을 거부한 이후, NPT탈퇴 선언 및 2차에 걸친 핵실험을 감행하였으며, 이란은 IAEA의 안전조치 불이행 판정 및 농축 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에도 불구하고 핵 농축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마땅한 강제 내지 제재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IAEA의 경우 불이행 여부 판단이 NPT체제 전반이 아니라 안전조치 협정에 국한되고, 기술협력 중단과 안보리 회부 이외 자체적으로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으며, 안보리의 경우 상임 이사국의 거부권이라는 정치적,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안전조치 불이행은 유엔헌장 7장에서 말하는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 유엔 안보리가 바로 필요한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안보리의 권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들은 자국의 개별적 이해관계를 떠나 유엔헌장이 안보리에 부여한 책무에 충실토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NPT 탈퇴의 절차와 조건을 명확히 하자
셋째, 북한과 같이 NPT당사국으로서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장비, 물질, 노하우(know-how)를 습득한 이후 NPT를 탈퇴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방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북한의 IAEA특별사찰 거부에 대하여 IAEA이사회가 1993년 2월, 추가 정보 및 부지에 대한 IAEA의 접근 보장을 허용할 것을 결의하자, 북한은 93년 3월 12일 NPT를 탈퇴한다고 선언하였다. 그러고는 탈퇴 발효일 하루 전인 6월 11일 북한은 미국과의 공동선언을 통하여 “탈퇴의 발효를 정지”시킨다고 발표하였다.
그 후 2002년 12월 미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폭로하고, 이어 KEDO가 94년 미·북합의에 따라 공급하던 중유공급 중단을 발표하자, 북한은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NPT)탈퇴 발효”를 선언하고, 이후 핵실험까지 강행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북한의 여사한 행태를 목격하였을 뿐 아니라 NPT 당사국인 이란이 여차하면 NPT를 탈퇴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음에 비추어, NPT당사국으로서 필요한 기술이나 물질, 장비를 다 확보한 이후 NPT를 탈퇴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되겠다는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힘을 얻고 있다.
그 방안으로서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탈퇴를 하더라도 NPT당사국으로 있을 때 이행 책임이 있는 의무는 먼저 이행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개인들 사이에서 계약관계를 철회한다 하더라도 계약 기간 중 발생한 권리·의무 관계 이행책임이 면제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탈퇴에 앞서 위반사항이 있으면 위반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당사국 자격으로 도입한 물질, 장비 및 기술은 반출국에 되돌려 주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NPT 위반이나 탈퇴 시 이러한 반납 의무를 NSG 지침상 수출 조건으로 규정하는 것도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다음으로는 NPT 10조에 규정된 탈퇴 절차를 엄격히 준수토록 하여야 할 것이다. NPT 10조는 탈퇴통보 시 (i)모든 당사국과 (ii)유엔 안보리에 (iii)서면으로 (iv)3개월 전에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탈퇴 요건으로서 “비상적 사태(extraordinary event)가 자국의 최고 이해관계(supreme interest)를 위태롭게 하였다고 판단하였을 경우”라고 규정하고, 탈퇴 통보서에 이 ‘비상적 사태’를 함께 기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비상적 사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확히 기술토록 하여 3개월간의 사전 통보 기간을 당해 국가와 탈퇴 재고를 위한 협상기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핵연료의 공동 統制 검토해야
넷째,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주장하면서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통하여 핵무기를 추구하는 경우에 대비해 핵연료은행 설립을 포함한 핵연료의 다자통제체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함으로써 각국이 민감한 핵주기 기술 획득에 집착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까지 각국 정부나 국제기구 혹은 관련 연구기관 등에서 제출한 제안이 10여 가지에 달하고 있으나, 대별해 보면 ▲기존 우라늄 시장에 더하여 공급을 보장하는 방안 ▲IAEA 혹은 적절한 국제 통제하에 LEU 저장소를 설치하는 방안 ▲IAEA 혹은 여사한 형태의 국제 통제하 우라늄 농축시설을 설치하는 방안 등이다.
지난해 11월 말 IAEA 이사회는 러시아에 IAEA 감독 아래 120톤의 LEU저장소를 설치하고, 비확산 의무를 충실히 준수하는 국가가 정치적 이유로 핵연료 공급을 받을 수 없게 될 경우, 이 저장소에 있는 LEU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러시아의 계획을 승인하였다. 이는 상기 중 두 번째 카테고리에 속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민감 핵주기를 완전히 국제화하여 IAEA와 같은 중립적 국제기구의 감독하에 두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하겠다. 이 경우 시설물과 시설물 주위에 대하여는 불가침권(不可侵權)을 인정, 소재국의 관할권이 미치지 못하도록 하고, 공급되는 핵연료 가격도 평시 시장가격을 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각국이 민감 핵주기를 포기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핵연료 공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도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NPT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사실상 핵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같은 사실상 핵보유국 문제나, 새로이 핵능력을 추구하고 있는 북한 및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핵 비확산체제는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치 않을 수 없을 것임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1970년 채택 당시 핵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던 5개국에만 핵보유국 지위를 부여하고 그 이외 국가들에는 핵보유를 금지시킨 NPT는 불평등 조약이라는 끊임없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40년 동안 추가 핵능력 보유국을 최소한으로 묶어 놓음으로써 나름 국제평화에 기여해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NPT를 중심으로 한 핵 비확산체제는 북한 핵문제, 이란의 핵 농축활동 그리고 불법 밀거래를 통한 핵물질 유통위험 등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확산체제의 규범성을 강화하고 허점(loophole)을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비확산체제의 강화와 함께 비보유국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핵보유국들의 성실한 핵군축 약속 이행은 필수적이다.
새로 들어선 미 오바마 행정부는 ‘핵 없는 세상’ 구현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해 9월 안보리 핵 정상회의 개최를 주도한 데 이어 4월에도 핵 안보 정상회의를 열며, 러시아와의 핵군축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역대 어느 정부보다 ‘핵 없는 세상’ 구현에 적극적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이런 미국의 태도가 5월로 예정된 2010년 NPT평가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세계 군축계(disarmament community) 전반의 군축 노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견으로 외교통상부나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함.>
▣ 2000년 NPT평가회의시 채택된 핵군축을 위한 13개 실질조치
1.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 조기 발효
2. CTBT 발효 시까지 핵실험 모라토리엄 실시
3. 제네바 군축회의(CD)에서 핵분열성물질 생산 금지 조약(FMCT) 협상 조속 개시
4. CD 내 핵 군축을 다룰 보조기구 설치
5. 핵 군축 및 여타 감축 조치시 불가역성(irreversibility) 원칙 준수
6. 핵무기 완전 철폐를 위한 핵보유국들의 명확한 공약
7. 전략무기 감축조약 II (START II)의 조기 발효 및 START III 협상 조기 개시,
탄도 미사일 방어조약(ABM) 강화
8. 미, 러, IAEA 간 3자 이니셔티브(Trilateral Initiative) 체결 및 이행
9. 핵보유국들이 취할 구체적 조치
- 핵무기 감축을 위한 일방적 조치
- 핵 능력에 관한 투명성 증진 및 핵 군축을 위한 자발적 신뢰 구축 조치
- 전술 핵무기 감축
- 핵무기 시스템의 작동상태 감소 조치
- 안보전략에 있어 핵무기 역할의 감소
- 모든 핵보유국의 핵무기 철폐를 위한 프로세스 진행
10. 군사적 목적에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핵분열 물질을 IAEA 등 국제 검증체제 관리하에 배치
11. 군축의 궁극적 목적은 효율적 국제 감시하 일반적이고 완전한 군축 실현임을 재 확약
12. NPT 6조 및 1995년 합의한 ‘핵 비확산 및 군축을 위한 원칙 및 목표’ 4항 (c) 이행 상황에 관한 정기적 보고
13. 핵 군축에 대한 검증기술 개발
핵은 그 양면성 때문에 우리에게 쉽지 않은 고민을 던진다. Nuclear는 우리 말로 원자력 또는 핵이라고 번역하는데, 평화적으로 이용될 때는 원자력으로, 무기와 연계될 때는 주로 핵으로 번역하곤 한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청정(淸淨)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때는 원자력의 제2 르네상스 시대를 이야기하며 장밋빛 분위기에 접어들다가도, 북한의 핵위협과 이란 핵문제를 목도하면서 우리는 원자력이 언제든지 우리 인류 전체의 삶을 위협할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몸서리를 치기도 한다.
원자력의 양면성이 문제되는 것은 원자로 가동을 위한 저농축(低濃縮) 우라늄(LEU)의 농축도를 95% 이상으로 높이면 바로 핵무기 제조 원료로 사용될 수 있으며, 기술적으로 평화적 이용을 위한 농축활동과 무기용 핵물질 생산을 위한 농축활동 간에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양날의 칼을 가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장비와 물질이 핵무기로 전용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한데, 이러한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핵 비확산체제인 것이다.
NPT, 북한·이란 핵 못막아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를 통하여 핵무기의 가공할 위력을 목격한 인류가 최소한 더 이상 핵무기가 확산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일념으로 ‘핵 비확산 조약’을 채택한 지 금년으로 꼭 40년을 맞았다. NPT는 비(非)핵보유국이 핵무기를 취득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하는 대신, 핵보유국은 핵군축을 약속함과 동시 비보유국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증진을 보장한 국제조약이다. 그리고 이 NPT는 평화적 이용을 빌미로 원자력 관련 기술이나 물질, 장비 등이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기능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맡겼다.
그러나 NPT로 대표되는 현재의 핵 비확산체제는 인도, 파키스탄에 이은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지 못했고, 이란 핵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 심각한 안보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는 국제사회에서 볼 때는 핵 비확산체제를 위반한 대표적 사례로서, 핵 비확산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아직 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NPT의 전반적 운용실태를 재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평가회의는 1970년 NPT가 발효된 이후 5년마다 개최되어 왔으나, 특히 이번 회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이후 처음 개최되는 평가회의이기 때문이다. 2000년 평가회의 합의사항을 내팽개치고 2005년 평가회의를 무력화시킨 부시 행정부에 비하여, 오바마 행정부는 핵확산 저지뿐만 아니라 핵군축을 실시하는데도 앞장서겠다는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어, 2010년 평가회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추구할 궁극적 목표는 당연히 ‘핵무기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궁극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핵무기가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으면서, 이 세상에서 마지막 핵무기가 없어질 때까지 현존하는 핵무기를 감축시켜 나가는 방법이다. 그러면 이를 위해 국제사회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당장 금년 5월로 다가온 2010년 NPT 평가회의에는 어떠한 자세로 임하여야 할 것인가.
핵 가진 나라가 안 가진 나라에 믿음 줘야
현행 핵 비확산체제는 핵 비보유국들이 핵무기 개발을 추구하지 않는 대신, 핵보유국들은 핵군축을 약속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보장하는 보유국과 비보유국 간 그랜드 바겐의 산물이다. 즉 현 비확산체제는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잠정조치로서, 일단은 현존 핵무기의 동결(凍結)과 핵무기의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1차적 목표를 갖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이란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 농축활동을 지속하는 등 핵무기 인프라 구축을 계속 추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테러리스트에 의한 핵물질 탈취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음에 비추어, ‘보다 안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핵 비확산체제를 강화시켜야겠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다만 비보유국들이 보유국들의 핵군축 의지를 의심하거나 자신들만 비확산 약속을 지키며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비확산체제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행정부는 2002년 러시아와의 ‘탄도 미사일 방어조약(ABM)’을 폐기함으로써 1995년 및 2000년 NPT평가회의 합의사항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을 하였을 뿐 아니라, 합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핵 비보유국들을 격앙시켰다. 미국은 95년 평가회의에서 NPT 효력 무기(無期) 연장이라는 자신의 목적만 달성하고는 핵군축을 위한 제반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핵 비확산체제는 비보유국들의 비확산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이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핵보유국들은 비보유국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필요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미국의 리더십 발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4월 핵 안보 정상회의에서 5개 핵보유국이 공동성명 등의 형태로 핵군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2009년 말 효력이 만료된 ‘미-러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 I)’의 후속 조약을 5월 평가회의 이전까지 마무리할 수 있다면, 비보유국의 신뢰 회복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95·2000년 핵군축 약속 이행이 신뢰회복의 기초
 |
|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01년 12월 구 소련과 맺은 ABM협정 탈퇴를 발표하고 있다. |
길고 지루한 협상 끝에 비동맹 측은 NPT를 무기한 연장하는 데 합의하여 주는 대가(代價)로 ‘평가회의 과정(Review Process)’을 강화하고, 주요 핵군축 방안을 포함한 ‘핵 비확산 및 핵군축을 위한 원칙 및 목표’(이하 ‘원칙과 목표’)를 채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핵능력을 우려하는 아랍 국가들 주도로 중동지역 비핵지대화를 촉구하는 ‘중동 관련 결의’를 채택하였다.
한편, 5년 후인 2000년 평가회의는 핵군축을 위한 구체적 이행조치로서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의 조기발효, ‘핵분열성 물질 생산금지 조약(FMCT)’ 협상 조속 개시, ABM조약 강화 등을 포함한 ‘13개 실질조치’를 취할 것을 결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들은 NPT 6조가 요구하는 핵군축이 핵보유국뿐만 아니라 모든 NPT당사국이 이행하여야 할 의무라고 주장하곤 한다. 여기서 NPT 6조가 말하는 ‘일반적 군축(軍縮)’은 모든 당사국이 이행하여야 할 의무일 것이나, 핵군축의 주체가 핵보유국이 되어야 함은 조약 해석상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핵군축을 규정한 NPT 6조가 핵보유국의 의무를 분명하게 규정하지 못함으로써 해석상 혼란을 야기시킨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다행히 그 내용은 1995년과 2000년 평가회의를 통해 분명해졌다. 1995년 회의가 채택한 ‘원칙과 목표’, 2000년 회의가 채택한 ‘13개 조치’는 핵보유국들이 핵군축을 위하여 추진하여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준 것이다.
따라서 핵보유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13개 조치’를 포함하여 1995년 및 2000년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핵 비보유국들의 신뢰를 얻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ABM 조약처럼 이미 폐기되어 이행이 불가능한 사항이 있는 만큼, 5월 평가회의는 13개 조치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성은 있다 하겠다. 또한 2009년 9월 개최되었던 유엔 안보리(安保理) 정상회의 후 채택한 안보리 결의 1887호는 전문에서 “…1995년 및 2000년 최종문서를 포함한 과거 NPT평가회의의 결과를 환기하고…” 라고 규정하여 1995년 및 2000년 문서를 인정하는 표현을 사용하였는데, 미국이 이 결의에 찬성하였다는 것은 문서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부시 행정부에 비하여 오바마 행정부의 전향적(前向的) 자세를 보여주는 부분이라 하겠다.
핵물질·장비 유통 철저히 감시해야
 |
| 파키스탄의 핵기술을 북한에 유출한 압둘 칸 박사. |
핵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첫째 핵확산 방지를 위한 검증체계라 할 수 있는 IAEA안전조치를 강화하여야 한다. NPT는 가입국에 핵물질의 군사적 전용(轉用)방지를 위하여 가입일로부터 18개월 이내에 IAEA와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1991년 이라크의 비밀 핵 프로그램이 발견되자 IAEA 안전조치가 과연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IAEA이사회는 1993년 논의를 시작, 1997년 5월에는 안전조치협정에 더하여 이를 강화하는 내용의 ‘모델 추가 의정서’를 채택하고, 각국에 이 ‘모델 추가의정서’에 따라 추가의정서를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동맹권 국가들이 ‘추가 의정서’ 체결 문제는 각국의 자발적 의사에 맡겨 두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라크의 경우를 통하여 현행 IAEA 안전조치 협정이 신고하지 않은 핵시설이나 핵물질을 발견해 내는 데 한계가 있음이 이미 입증된 만큼, 추가 의정서 체결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사항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2004년 파키스탄의 압둘 칸 박사 사건으로 핵관련 블랙 마켓의 존재가 확인됨에 따라, 핵물질과 장비의 보호 및 불법거래 방지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제고되었다. 따라서 핵물질이나 장비가 불량국가나 테러리스트 손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서는 핵관련 물질 및 장비 수출통제 지침인 ‘핵 공급국 그룹(NSG)’의 통제지침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고, 핵물질 방호(protection) 및 불법거래 방지를 위한 국제규범을 더욱 강화하고 보편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4월 ‘핵 안보 정상회의’가 핵물질의 탈취나 불법거래 방지 및 핵 테러리즘 예방을 위한 국제협력 증진방안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동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둘째, NPT 관련 규정과 IAEA안전조치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수단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북한은 1993년 IAEA가 핵 의혹 해소를 위해 요구한 특별사찰을 거부한 이후, NPT탈퇴 선언 및 2차에 걸친 핵실험을 감행하였으며, 이란은 IAEA의 안전조치 불이행 판정 및 농축 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에도 불구하고 핵 농축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마땅한 강제 내지 제재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IAEA의 경우 불이행 여부 판단이 NPT체제 전반이 아니라 안전조치 협정에 국한되고, 기술협력 중단과 안보리 회부 이외 자체적으로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으며, 안보리의 경우 상임 이사국의 거부권이라는 정치적,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안전조치 불이행은 유엔헌장 7장에서 말하는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 유엔 안보리가 바로 필요한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안보리의 권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들은 자국의 개별적 이해관계를 떠나 유엔헌장이 안보리에 부여한 책무에 충실토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NPT 탈퇴의 절차와 조건을 명확히 하자
셋째, 북한과 같이 NPT당사국으로서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장비, 물질, 노하우(know-how)를 습득한 이후 NPT를 탈퇴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방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북한의 IAEA특별사찰 거부에 대하여 IAEA이사회가 1993년 2월, 추가 정보 및 부지에 대한 IAEA의 접근 보장을 허용할 것을 결의하자, 북한은 93년 3월 12일 NPT를 탈퇴한다고 선언하였다. 그러고는 탈퇴 발효일 하루 전인 6월 11일 북한은 미국과의 공동선언을 통하여 “탈퇴의 발효를 정지”시킨다고 발표하였다.
그 후 2002년 12월 미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폭로하고, 이어 KEDO가 94년 미·북합의에 따라 공급하던 중유공급 중단을 발표하자, 북한은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NPT)탈퇴 발효”를 선언하고, 이후 핵실험까지 강행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북한의 여사한 행태를 목격하였을 뿐 아니라 NPT 당사국인 이란이 여차하면 NPT를 탈퇴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음에 비추어, NPT당사국으로서 필요한 기술이나 물질, 장비를 다 확보한 이후 NPT를 탈퇴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되겠다는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힘을 얻고 있다.
그 방안으로서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탈퇴를 하더라도 NPT당사국으로 있을 때 이행 책임이 있는 의무는 먼저 이행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개인들 사이에서 계약관계를 철회한다 하더라도 계약 기간 중 발생한 권리·의무 관계 이행책임이 면제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탈퇴에 앞서 위반사항이 있으면 위반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당사국 자격으로 도입한 물질, 장비 및 기술은 반출국에 되돌려 주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NPT 위반이나 탈퇴 시 이러한 반납 의무를 NSG 지침상 수출 조건으로 규정하는 것도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다음으로는 NPT 10조에 규정된 탈퇴 절차를 엄격히 준수토록 하여야 할 것이다. NPT 10조는 탈퇴통보 시 (i)모든 당사국과 (ii)유엔 안보리에 (iii)서면으로 (iv)3개월 전에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탈퇴 요건으로서 “비상적 사태(extraordinary event)가 자국의 최고 이해관계(supreme interest)를 위태롭게 하였다고 판단하였을 경우”라고 규정하고, 탈퇴 통보서에 이 ‘비상적 사태’를 함께 기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비상적 사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확히 기술토록 하여 3개월간의 사전 통보 기간을 당해 국가와 탈퇴 재고를 위한 협상기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핵연료의 공동 統制 검토해야
넷째,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주장하면서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통하여 핵무기를 추구하는 경우에 대비해 핵연료은행 설립을 포함한 핵연료의 다자통제체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함으로써 각국이 민감한 핵주기 기술 획득에 집착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까지 각국 정부나 국제기구 혹은 관련 연구기관 등에서 제출한 제안이 10여 가지에 달하고 있으나, 대별해 보면 ▲기존 우라늄 시장에 더하여 공급을 보장하는 방안 ▲IAEA 혹은 적절한 국제 통제하에 LEU 저장소를 설치하는 방안 ▲IAEA 혹은 여사한 형태의 국제 통제하 우라늄 농축시설을 설치하는 방안 등이다.
지난해 11월 말 IAEA 이사회는 러시아에 IAEA 감독 아래 120톤의 LEU저장소를 설치하고, 비확산 의무를 충실히 준수하는 국가가 정치적 이유로 핵연료 공급을 받을 수 없게 될 경우, 이 저장소에 있는 LEU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러시아의 계획을 승인하였다. 이는 상기 중 두 번째 카테고리에 속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민감 핵주기를 완전히 국제화하여 IAEA와 같은 중립적 국제기구의 감독하에 두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하겠다. 이 경우 시설물과 시설물 주위에 대하여는 불가침권(不可侵權)을 인정, 소재국의 관할권이 미치지 못하도록 하고, 공급되는 핵연료 가격도 평시 시장가격을 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각국이 민감 핵주기를 포기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핵연료 공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도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NPT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사실상 핵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같은 사실상 핵보유국 문제나, 새로이 핵능력을 추구하고 있는 북한 및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핵 비확산체제는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치 않을 수 없을 것임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1970년 채택 당시 핵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던 5개국에만 핵보유국 지위를 부여하고 그 이외 국가들에는 핵보유를 금지시킨 NPT는 불평등 조약이라는 끊임없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40년 동안 추가 핵능력 보유국을 최소한으로 묶어 놓음으로써 나름 국제평화에 기여해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NPT를 중심으로 한 핵 비확산체제는 북한 핵문제, 이란의 핵 농축활동 그리고 불법 밀거래를 통한 핵물질 유통위험 등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확산체제의 규범성을 강화하고 허점(loophole)을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비확산체제의 강화와 함께 비보유국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핵보유국들의 성실한 핵군축 약속 이행은 필수적이다.
새로 들어선 미 오바마 행정부는 ‘핵 없는 세상’ 구현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해 9월 안보리 핵 정상회의 개최를 주도한 데 이어 4월에도 핵 안보 정상회의를 열며, 러시아와의 핵군축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역대 어느 정부보다 ‘핵 없는 세상’ 구현에 적극적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이런 미국의 태도가 5월로 예정된 2010년 NPT평가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세계 군축계(disarmament community) 전반의 군축 노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견으로 외교통상부나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함.>
▣ 2000년 NPT평가회의시 채택된 핵군축을 위한 13개 실질조치
1.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 조기 발효
2. CTBT 발효 시까지 핵실험 모라토리엄 실시
3. 제네바 군축회의(CD)에서 핵분열성물질 생산 금지 조약(FMCT) 협상 조속 개시
4. CD 내 핵 군축을 다룰 보조기구 설치
5. 핵 군축 및 여타 감축 조치시 불가역성(irreversibility) 원칙 준수
6. 핵무기 완전 철폐를 위한 핵보유국들의 명확한 공약
7. 전략무기 감축조약 II (START II)의 조기 발효 및 START III 협상 조기 개시,
탄도 미사일 방어조약(ABM) 강화
8. 미, 러, IAEA 간 3자 이니셔티브(Trilateral Initiative) 체결 및 이행
9. 핵보유국들이 취할 구체적 조치
- 핵무기 감축을 위한 일방적 조치
- 핵 능력에 관한 투명성 증진 및 핵 군축을 위한 자발적 신뢰 구축 조치
- 전술 핵무기 감축
- 핵무기 시스템의 작동상태 감소 조치
- 안보전략에 있어 핵무기 역할의 감소
- 모든 핵보유국의 핵무기 철폐를 위한 프로세스 진행
10. 군사적 목적에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핵분열 물질을 IAEA 등 국제 검증체제 관리하에 배치
11. 군축의 궁극적 목적은 효율적 국제 감시하 일반적이고 완전한 군축 실현임을 재 확약
12. NPT 6조 및 1995년 합의한 ‘핵 비확산 및 군축을 위한 원칙 및 목표’ 4항 (c) 이행 상황에 관한 정기적 보고
13. 핵 군축에 대한 검증기술 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