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사실상 정부 소유이고 공공기관 성격이 강하지만,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고, 방문진이 제대로 감시하지도, 감시할 능력도 없는 특이한 구조. 제대로 된 감사와 감시를 받는 구조가 되어야 위기 극복 가능
⊙ “현재 MBC는 공공성의 고삐가 풀린 상업주의적 좌파방송” (尹錫敏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방문진이 MBC 내부 감사에 앞서 前任 방문진부터 감사해야” (邊熙宰 <미디어워치> 대표)
⊙ “MBC는 노조가 주인인, 정파적 폐쇄주의로 뭉친 조직” (黃懃 선문대 교수)
⊙ “세계 어느 나라 공영방송이 KBS나 MBC처럼 국민을 앞세우는 척하면서 국민을 무시하는가?”
(金榮 방문진 신임 감사)
⊙ “현재 MBC는 공공성의 고삐가 풀린 상업주의적 좌파방송” (尹錫敏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방문진이 MBC 내부 감사에 앞서 前任 방문진부터 감사해야” (邊熙宰 <미디어워치> 대표)
⊙ “MBC는 노조가 주인인, 정파적 폐쇄주의로 뭉친 조직” (黃懃 선문대 교수)
⊙ “세계 어느 나라 공영방송이 KBS나 MBC처럼 국민을 앞세우는 척하면서 국민을 무시하는가?”
(金榮 방문진 신임 감사)
지난 7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MBC의 대주주인 제8기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 9명과 감사 1명을 선임했다. 與野(여야) 6대 3의 구도, 보수성향의 이사가 3분의 2를 차지한다.
한나라당 추천 이사로는 金寓龍(김우룡·66) 한양대 석좌교수, 崔弘在(최홍재·41)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金光東(김광동·47)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南贊淳(남찬순·60) 고려대 초빙교수, 車基煥(차기환·46) 변호사 등이 선임됐다. 민주당 추천 몫으로는 高進(고진·64) 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鄭尙模(정상모·61) MBC 통일방송연구소 전문위원, 韓相赫(한상혁·48) 변호사가 이사로 등재됐다. 자유선진당 추천 이사로는 文在完(문재완·49) 한국외대 법대 부교수가 선임됐다.
방문진 이사진 교체로 과연 ‘공룡’ MBC에 매머드급 개혁의 태풍이 불어닥칠 수 있을까?
MBC는 과거 30년 전 자본금 평가를 받은 뒤 아직 재평가를 받지 않았다. 국회에서 경영 관련자료를 요청해도 꿈쩍하지 않고, 관리·감독기능을 가진 방문진의 말발조차 먹히지 않는다. 심지어 방통위가 ‘시청자에 대한 사과’ 이행명령을 내리면 불복하고 되레 법원에다 제소를 하는 방송사가 ‘공영방송다운 방송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MBC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논란의 초점인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과 소유구조 개편, 즉 민영화에 관한 논의와 프로그램 감시도 제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MBC의 파행적인 방송행태에 비판 여론이 고조된 만큼 새로 임명된 방문진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는 어느 때보다 높고 강렬하다. MBC가 보여 온 경영의 방만함과 편향성, 무책임 등을 새로운 방문진이 해소할 수 있을지, 독과점 우산 아래 특권을 누리며 덩치만 키웠던 ‘공룡 방송 MBC’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지에 대해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방문진은 관리·감독자가 아니라 ‘보디가드’
MBC 내부의 ‘방송강령’에는 뉴스 보도 프로그램과 기타 시사성 다큐멘터리, 정보 프로그램에 대해 ‘정확성’, ‘공정성’을 우선 항목에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내부 게이트 키핑(gate keeping) 시스템의 부실, 공영방송 MBC를 ‘방송문화진흥회법’에 의거, 관리·감독해야 할 방문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객관성, 공정성이 현저히 저해된 프로그램들이 여과 없이 방영되어 사회에 큰 해악을 끼쳐온 것이 저간의 현실이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羅卿瑗(나경원) 의원은 “MBC의 파행적 방송을 막으려면 새로 구성된 방문진이 방문진법에 규정된 기본 책무부터 충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실 방문진은 MBC를 관리·감독하기보다는 정치적 외풍을 막는, 일종의 ‘MBC의 보디가드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나 의원은 “公的(공적) 책임을 방기해 온 방문진 이사회가 MBC를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만 있다면 MBC는 勞營(노영)방송의 꼬리표를 떼고 경영 합리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방송문화진흥회나 정수장학회는 공익재단이어서 MBC 경영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MBC는 주인이 없는 회사입니다. KBS의 경우 경영실태에 대한 감사는 감사원이 하고, 결산은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공표하지만 MBC는 외부 감사인이 재무보고의 적정성만 감사하면 만사가 끝입니다. 아무런 감시, 견제장치가 없어요. 또 PD수첩의 저널리즘 행태가 다시 불거질 때 방문진이 확실하게 제동을 걸어 공적 책임을 다하는 방송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경희대 법대 鄭浣(정완) 교수는 “방문진 이사회 구성과 임명절차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결정을 내리는 도리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MBC 노조와 사회단체가 새로운 방문진 이사진 임명에 반발하고 있지만 MBC가 처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양자가 머리를 맞대는 수밖에 없어요.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다가 관리·감독을 받게 되면 여러 가지 난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리적, 인위적 반대에 대해 보편타당한 근거자료를 내놓는다면 반대를 위한 반대는 없을 겁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尹錫敏(윤석민) 교수는 좌표 없이 표류하는 MBC의 환부에 과감히 메스를 댈 수 있는 방문진의 正名(정명) 회복이 선결과제라고 충고했다.
“여론이 만만치 않겠지만, 방문진의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어? 프로그램 편성 과정에 아무런 게이트 키핑도 없었어? 시사물도 아무 여과장치 없이 그냥 방송이 되고 있네’, ‘경영이 이처럼 방만한데도 이런 식으로 운영해 왔어?’ 등등 MBC가 처한 내부 모순과 과오를 낱낱이 지적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합니다.”
“前任 방문진 이사회부터 감사하라”
윤 교수는 “현재 MBC는 공공성의 고삐가 풀린 상업주의적 좌파방송”이라면서 이렇게 충고했다.
“우선 당장 오해의 소지가 크고 정치적 논란이 일 수 있는 민영화와 구조개편부터 손대지 말고 적자경영과 노영방송의 문제점부터 차근차근 따지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또 방문진 이사들은 정치권력 내지 방송권력에 포획되지 않도록 국민권력의 주체로 우뚝 서야 합니다.”
사실 새로운 방문진 이사회 구성을 두고 MBC 노조는 물론 좌파단체,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방송법에 의거, 방통위의 추천을 받아 구성했지만 여야 간 나눠먹기식 구성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독립이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姜尙炫(강상현) 교수는 “방문진 이사 구성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라며 이런 입장을 내놓았다.
“MBC는 수입의 100%를 광고에 의존하고 있지만, 지배구조 때문에 공영방송으로 분류됩니다. 한쪽에선 공영방송의 본분을 회복하라고 요구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민영화를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에요. 게다가 방문진 이사회의 구성 과정에서 사전 내정설이 터져나오는 등 매끄럽지 못했는데도 권력의 입맛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이런 추세대로라면 머잖아 공영방송의 민영화 바람이 거세게 불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공적 영역으로서의 ‘광장’이 돼야 할 방송이 이제 이윤추구에 급급한 ‘시장’이 되면 제한된 광고시장을 놓고 더 많은 미디어가 무한 출혈경쟁을 벌여 공멸의 길로 치달을 위험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방문진이 MBC 내부 감사에 앞서 前任(전임) 방문진부터 감사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매체비평지 <미디어워치>의 邊熙宰(변희재) 대표는 “MBC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대체 방문진은 뭘 했는지 최우선적으로 감사해야 방문진의 적극적인 활동을 계획할 수 있다”면서 “지난 임기 방문진 이사회가 직무유기를 했다면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이라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방문진의 기능이 무언지 방송문화진흥법 조문을 찾아보았다. 제10조에는 다음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방송사업자의 공적 책임에 대한 사항 ▲기본 운영 계획에 관한 사항 ▲결산 승인에 관한 사항 ▲경영평가 및 공표에 관한 사항 ▲정관변경 승인에 관한 사항 ▲예산·자금 계획과 결산 ▲기본 재산의 취득 및 처분 ▲정관이 정하는 규정의 제정 및 개폐 ▲정관의 변경 ▲기타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외부감사 규정 없어
그러나 방문진법 조항에는 MBC에 대한 외부감사 규정이 따로 없다. 때문에 9명의 방문진 이사회가 눈을 감으면, 아무도 MBC 내부를 알 수 없게 닫힌 구조다. 사실상 정부소유고 공공기관 성격이 강하지만, MBC는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아 왔다. 방문진이 MBC를 제대로 감시하지도, 감시할 능력도 없었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선문대 신문방송학 전공 黃懃(황근) 교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MBC의 경우 노조가 주인인, 정파적 폐쇄주의로 뭉친 조직이 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이다.
“지금까지 MBC는 감시나 감사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내부 경영의 투명성을 확인할 길이 없어요. 예산으로 무엇을 썼는지, 예산 낭비는 없었는지, 재정집행이 올바른지 한 번도 공식적으로 드러난 적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MBC는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 대상도 아니었잖아요. 아마 MBC는 광고가 넘치던 호황시절에는 눈먼 돈처럼 펑펑 써댔지만 현재 경영상황이나 운영방식의 문제점은 MBC 경영진조차 모를 겁니다. 신임 방문진 이사들은 우선 MBC의 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지금껏 어떻게 예산을 썼고, 왜 이런 결과를 낳았는지,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꼼꼼하게 따져야 합니다.”
황 교수의 계속된 얘기다.
“미디어법 처리 이후 향후 방송환경이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에 MBC가 변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칠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코바코(KOBACO·한국방송광고공사)가 독점적으로 대행해 주던 광고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편파방송을 해도 광고시장이 위축되지 않았지만, 코바코의 독점이 違憲(위헌)으로 판결이 난 이후로는 사정이 다릅니다.”
여기서 위헌 결정이란,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가 내린 ‘코바코의 방송광고 시장독점 위헌 결정’을 뜻한다. 이 결정 이후 코바코가 독점해 온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시장에 민영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방송 광고를 광고주 대신 판매하는 방송 광고 판매 대행사)을 도입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황 교수의 설명.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된 후에도 지금처럼 편파적인 방송이 계속되면 어떤 광고주가 그런 방송에 광고를 하겠어요? MBC는 1년을 버티기 어려울 겁니다.”
외부 기구에 의한 감시 시스템 도입해야
MBC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기구에 의한 감사, 국회에 의한 결산심사 등 감사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공영방송 MBC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를 개정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방문진의 관리 감독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때문에 MBC가 외부 견제를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꼭 국정감사 같은 규정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자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견제를 받을 수 있는 장치의 마련은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지난 1990년대 이후 MBC는 노조가 경영과 인사권을 사실상 장악, ‘노영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MBC를 관리 감독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방문진은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환경이 좋아질 수도,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편파적인 보도 행태다. 金大業(김대업)의 兵風(병풍)보도, ‘盧武鉉(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중계방송’, 온 나라를 광우병 공포에 빠뜨린 ‘PD수첩’, 시청자 의견을 조작한 ‘100분 토론’, 편향진행 논란을 촉발시켰던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등이 별다른 내부 견제장치 없이 방송을 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朱豪英(주호영) 의원의 이야기다.
“새로 선임된 이사장과 이사진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해서 MBC는 지금이라도 공영방송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해요. MBC는 올해 상반기 4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고, 연말까지 적자 폭이 600억원을 웃돌리란 전망도 나와요. 우선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 환경 조성이 시급합니다.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일반 기업들이 하듯 경영 정상화 수순을 밟아야 합니다.”
방문진의 ‘2008년 MBC 경영평가 보고서’를 보면 차장대우 이상 간부가 1176명으로 MBC 직원 1635명 중 72%를 차지한다. 투자예산 1130억원 중 실질 집행률이 65.6%에 불과할 정도로 투자계획에 대한 사전 사후 평가과정도 정상적이지 못하다.
주 의원은 “탄핵 편파보도나 PD수첩의 광우병 쇠고기 엉터리 보도가 MBC 경영악화의 직접적 원인의 하나였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싫증 난 광고주들이 등을 돌려 발생한 적자를 줄이려면 보도의 균형을 잡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노조는 정부가 ‘MBC 죽이기’ 차원에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가 준다고 강변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렇지 않습니다. 편파 왜곡 방송을 계속하는 한 시청자들이 외면, 광고가 붙을 까닭이 없어요.”
MBC가 勞營방송이 된 이유
그는 “지배주주인 방문진이 처음부터 유명무실해졌고, 덕분에 국민의 자리를 노조가 차지하면서 노영방송이 굳어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MBC는 방문진이 20만주의 주식 가운데 14만주(전체 지분의 70%·액면가 7억원), 재단법인 정수장학회(이사장 최필립)가 6만주(지분 30%·3억원)를 소유하고 있다. MBC는 공적 재원이 투입된 공영방송이다. 하지만 운영은 100%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상업방송식 편성을 할 수밖에 없는 애매한 구조다.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위원장인 鄭柄國(정병국) 의원은 “MBC의 정체성 확립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영국 BBC는 생존을 위해 지난 2003년 1만2000여 명을 해고했고, 일본 NHK도 새로운 미디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지상파 방송들이 기득권 유지에 급급해 시대변화를 외면하면 ‘종합편성 TV’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PP社(사)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제도와 틀을 새롭게 하는 일이 방문진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MBC 임원진의 人的(인적) 구성과 관련, 방문진이 MBC 임원들의 임명 절차를 감사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MBC 임원 7명은 모두 嚴基永(엄기영) 사장이 임명한 보도본부장·제작본부장·편성본부장 등 각 본부장이 ‘자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디어워치>의 변희재 대표는 “방문진이 MBC 이사진을 해임하고 새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엄기영 사장이 MBC 임원을 2배수 추천해 지난 2006년 2월 22일 방문진 이사회로부터 임명됐다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엄 사장이 추천한 그대로 임명됐다고 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방문진은 이사 선임권이라는 사실상 유일한 권리를 MBC 측에 넘겨준 것이고, 이 때문에 MBC에 대한 경영 감시를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그는 MBC 본부장들 대신 MBC를 확실하게 개혁할 수 있는 이사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병국 의원은 “MBC 이사진 교체가 옳은 방법이긴 하지만, 이는 방문진이 국민적 신뢰를 쌓은 후 논의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1대 대주주로서 현 경영진에 대한 경영상의 잘잘못부터 먼저 가려야 한다는 얘기다.
MBC는 경영·콘텐츠·신뢰의 위기에 처해
김우룡 신임 방문진 이사장은 MBC PD 공채 1기 출신으로 MBC 편성기획부장, 방문진 이사,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김 이사장은 “MBC는 경영의 위기, 콘텐츠의 위기,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문진이 MBC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권과 함께 이사(MBC 경영진) 선임권이 있지만, 후배들의 進退(진퇴)에 대해 함부로 말할 상황이 아니다. 경영진으로부터 MBC의 현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現(현) 경영진의 功過(공과)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방문진 이사들이 ‘PD수첩’ 등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간섭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신문사나 방송국의 편집권이나 편성권은 사장에게 있다. 다만 사장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에 次(차) 하위자인 주필이나 보도본부장 등에게 위임하는 것”이라며 “방문진은 편성권이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는 않겠지만, 방송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동 방문진 이사는 미국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했으며 나라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방문진의 시급한 당면과제로 “MBC의 미래 생존전략 마련과 공정방송 확립”을 꼽았다.
“미디어 관련법이 계속 바뀌고 있고, 민간 미디어렙의 등장, 종합편성 채널 증편, IPTV의 등장, 방송과 통신 간의 융합 등 방송환경이 계속 변화하고 있어요. MBC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생존 발전하는, 경쟁력 있는 방송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두 번째 과제로 공정방송 확립 문제를 꼽았다.
“MBC는 현재 보도·교양·시사 프로그램 등에서 심하게 편파적인 프로를 방영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지탄받고 있기 때문에 공정성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MBC는 공영방송에 걸맞은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이념적 편향성으로부터 탈피하여 국민통합과 국가정체성 확립, 민주 시민·사회적 교육을 지향해야 합니다.”
김 이사는 MBC의 미래 생존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현재 MBC 지방 방송사 19개는 대부분 적자입니다. 2012년부터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MBC는 적절한 투자와 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해외의 방송은 계속 광역화되고 있습니다. CNN이나 BBC처럼 MBC도 한국을 뛰어넘어 아시아, 세계의 방송이 돼야 합니다. 그러나 MBC의 현 체제로는 방송의 광역화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요. 그런 부분에서 미래 전략을 만들어 투자를 획기적으로 해야 합니다.”
새 이사진 출근 저지 투쟁 벌어져
김광동 이사는 공정방송 확립에 대한 구체적 방안으로 공정방송 지표를 만든다든지, 공정방송 심의위원회나 전원위원회를 구성한다든지, 모니터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MBC의 경영권을 노조로부터 지켜내 프로그램이 편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MBC 노사협약에서 공정방송협의회나 고충처리위원회 등 관련 조항 등 독소조항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게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데 내용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조항들이 여러 제약을 가져온다는 문제제기는 들었는데, 어떤 방식으로 메커니즘이 작동해 그런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몰라요.”
방문진 이사들이 MBC 노조를 비롯한 외부세력과의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사회 첫날인 지난 8월 10일 MBC 노조원 50여 명은 일부 이사들의 출근을 가로막았다. 이들은 김우룡·김광동·최홍재·차기환 이사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팻말시위를 벌였다. 모두 한나라당 추천 이사들이다. 김광동 이사의 말이다.
“MBC는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움직이는 공영방송입니다. MBC는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지만, 소유권이나 지배구조는 공영이기 때문에 국민의 자산입니다. 국민이 MBC 자산의 관리·감독·운영과 관련된 권한을 정부에 위임한 것이고, 정부는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회를 통해 국민의 뜻을 관철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에 의해 선임된 정부, 정부에 의해 선임된 이사는 국민이 위임한 게 아닙니까. 국민에게 위임받은 사람들은 MBC 경영진·간부·노조나 사회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되 특정 집단에 좌우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사회 입장에서 볼 때 MBC 노조는 갈등 관계가 아니라,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다음은 김광동 이사와의 대화 내용이다.
―엄기영 사장 등 경영진 교체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가 오가고 있나요.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하고 있고, 두 달 이상 시간이 걸릴 겁니다.”
―조만간 MBC 경영진으로부터 보고를 받을 계획으로 알려졌는데, 적자 경영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은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데, 아직 구체적인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사회에서 그 정도까지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경영진을 교체하면 YTN 具本弘(구본홍) 전 사장 체제처럼 (파업이) 5개월이 갈지, 3개월이 갈지 모를 일이죠. 그러나 그런 걸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해서 할 일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방문진의 역할은 ‘MBC 살리기’
―일각에서는 신임 방문진이 李明博(이명박) 정부가 MBC를 장악하기 위해 보낸 ‘점령군’이란 표현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표현은 국민이 구성한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나요?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 받은 정부고, 정부의 위임을 받은 이사들이 임기 기간에 법과 제도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뿐이죠. 그것을 부정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정 질서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같다고 봅니다.”
방문진 남찬순 이사는 동아일보 부장과 논설위원, 관훈클럽 총무, 한국언론재단 감사를 거쳐 지난 대선 당시 선거기사 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 언론학부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그는 방문진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방문진의 역할은 한마디로 ‘MBC 살리기’입니다. 민영화 문제는 새 시대에 맞게 MBC가 되살아나야 한다는 원칙에서 논의될 사안입니다.”
민주당 추천의 고진 이사는 MBC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목포MBC 사장과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MBC 민영화는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와의 대화 내용이다.
―MBC 노사협약에서 공방협 구성 등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는데요.
“MBC 프로그램 문제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경영문제가 어려우니까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프로그램은 그쪽에서 알아서 잘할 테니까 자율성을 보장해 줘야 합니다.”
―프로그램 얘기가 아니라 공방협 얘기 말입니다. 노사협약에 따라 노조원들이 보직 국장의 해임까지 건의할 수 있는 등 MBC가 노영방송이란 비판이 있어요.
“아직 거기까진 미처 생각 못 했어요. 제가 근무할 때도 그랬으니까….”
한나라당 추천의 차기환 이사는 우정합동법률사무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변호사다. 그는 방문진 이사회가 작성한 지난해 경영평가보고서를 “전반적으로 정확하다”고 평가했다. 또 “신임 이사회는 MBC에 대해 ‘주식회사’라는 시각에서 접근하려 한다”면서 “주식회사란 영업이익을 내야 하는 조직인 만큼 꾸준한 재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재원을 자체조달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국민을 앞세우는 척하면서 국민을 무시”
―MBC 민영화와 경영진 경질 문제가 가장 큰 화두입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MBC의 경영만 나빠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시청료를 받는 KBS와는 비교하기 어렵겠지만, SBS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사실 지난해 외환위기처럼 경기가 나빠진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실적이 곤두박질 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철저히 검증하겠습니다. 민영화와 경영진 경질 문제는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어요. 일부 이사들이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으나, 私的(사적)인 수준에서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꺼낸 것이라 보면 됩니다.”
―경영상태 외에 이념편향이나 프로그램의 공정성 문제에 대한 것도 이사진에서 논의할 계획인가요.
“물론입니다. 방송의 공정성 문제도 논의 중입니다. PD수첩 등 논란이 된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도 포함돼 있어요. 편향된 프로그램 때문에 회사에 해를 끼치는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방문진이 이념적으로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MBC 노조의 반대도 만만찮습니다.
“일부 세력의 형평성을 잃은 시각일 뿐입니다. 지난 방문진은 반대쪽으로 편향돼 있었는데 그때는 아무 말도 없었잖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과정과 절차를 거쳐 임명된 이사진일 뿐입니다.”
방문진 金榮(김영·67) 감사는 부산MBC 기자 출신이다. 부산MBC 보도국장을 거쳐 부산MBC 사장까지 올랐고,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을 역임했다. 그는 “MBC는 과거 민영 체제와 공영 체제를 모두 경험했다. 민영과 공영을 다 경험한 방송은 세계에서도 MBC가 유일할 것”이라며 “어느 체제가 MBC에 바람직한지 분석,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또 “지금 당장 민영이 좋다, 공영이 좋다 판단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MBC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는가” 하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방송 저널리즘의 본질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오늘날의 우리 방송이 정상적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국민이 다 알고 있잖아요. 공영방송의 모델인 영국 BBC와 일본 NHK를 보세요. 세계 어느 나라 공영방송이 KBS나 MBC처럼 국민을 앞세우는 척하면서 국민을 무시합니까. 한국 공영방송의 행태는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문제입니다.”⊙
한나라당 추천 이사로는 金寓龍(김우룡·66) 한양대 석좌교수, 崔弘在(최홍재·41)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金光東(김광동·47)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南贊淳(남찬순·60) 고려대 초빙교수, 車基煥(차기환·46) 변호사 등이 선임됐다. 민주당 추천 몫으로는 高進(고진·64) 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鄭尙模(정상모·61) MBC 통일방송연구소 전문위원, 韓相赫(한상혁·48) 변호사가 이사로 등재됐다. 자유선진당 추천 이사로는 文在完(문재완·49) 한국외대 법대 부교수가 선임됐다.
방문진 이사진 교체로 과연 ‘공룡’ MBC에 매머드급 개혁의 태풍이 불어닥칠 수 있을까?
MBC는 과거 30년 전 자본금 평가를 받은 뒤 아직 재평가를 받지 않았다. 국회에서 경영 관련자료를 요청해도 꿈쩍하지 않고, 관리·감독기능을 가진 방문진의 말발조차 먹히지 않는다. 심지어 방통위가 ‘시청자에 대한 사과’ 이행명령을 내리면 불복하고 되레 법원에다 제소를 하는 방송사가 ‘공영방송다운 방송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MBC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논란의 초점인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과 소유구조 개편, 즉 민영화에 관한 논의와 프로그램 감시도 제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MBC의 파행적인 방송행태에 비판 여론이 고조된 만큼 새로 임명된 방문진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는 어느 때보다 높고 강렬하다. MBC가 보여 온 경영의 방만함과 편향성, 무책임 등을 새로운 방문진이 해소할 수 있을지, 독과점 우산 아래 특권을 누리며 덩치만 키웠던 ‘공룡 방송 MBC’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지에 대해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방문진은 관리·감독자가 아니라 ‘보디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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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방문진 사무실 앞 도로에서 임시 이사회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이사들의 차량을 MBC 노조원들이 가로막고 있다. |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羅卿瑗(나경원) 의원은 “MBC의 파행적 방송을 막으려면 새로 구성된 방문진이 방문진법에 규정된 기본 책무부터 충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실 방문진은 MBC를 관리·감독하기보다는 정치적 외풍을 막는, 일종의 ‘MBC의 보디가드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나 의원은 “公的(공적) 책임을 방기해 온 방문진 이사회가 MBC를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만 있다면 MBC는 勞營(노영)방송의 꼬리표를 떼고 경영 합리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방송문화진흥회나 정수장학회는 공익재단이어서 MBC 경영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MBC는 주인이 없는 회사입니다. KBS의 경우 경영실태에 대한 감사는 감사원이 하고, 결산은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공표하지만 MBC는 외부 감사인이 재무보고의 적정성만 감사하면 만사가 끝입니다. 아무런 감시, 견제장치가 없어요. 또 PD수첩의 저널리즘 행태가 다시 불거질 때 방문진이 확실하게 제동을 걸어 공적 책임을 다하는 방송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경희대 법대 鄭浣(정완) 교수는 “방문진 이사회 구성과 임명절차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결정을 내리는 도리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MBC 노조와 사회단체가 새로운 방문진 이사진 임명에 반발하고 있지만 MBC가 처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양자가 머리를 맞대는 수밖에 없어요.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다가 관리·감독을 받게 되면 여러 가지 난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리적, 인위적 반대에 대해 보편타당한 근거자료를 내놓는다면 반대를 위한 반대는 없을 겁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尹錫敏(윤석민) 교수는 좌표 없이 표류하는 MBC의 환부에 과감히 메스를 댈 수 있는 방문진의 正名(정명) 회복이 선결과제라고 충고했다.
“여론이 만만치 않겠지만, 방문진의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어? 프로그램 편성 과정에 아무런 게이트 키핑도 없었어? 시사물도 아무 여과장치 없이 그냥 방송이 되고 있네’, ‘경영이 이처럼 방만한데도 이런 식으로 운영해 왔어?’ 등등 MBC가 처한 내부 모순과 과오를 낱낱이 지적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합니다.”
“前任 방문진 이사회부터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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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룡 방문진 신임 이사장은 8월 13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MBC에 대한 국민신뢰 회복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
“우선 당장 오해의 소지가 크고 정치적 논란이 일 수 있는 민영화와 구조개편부터 손대지 말고 적자경영과 노영방송의 문제점부터 차근차근 따지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또 방문진 이사들은 정치권력 내지 방송권력에 포획되지 않도록 국민권력의 주체로 우뚝 서야 합니다.”
사실 새로운 방문진 이사회 구성을 두고 MBC 노조는 물론 좌파단체,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방송법에 의거, 방통위의 추천을 받아 구성했지만 여야 간 나눠먹기식 구성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독립이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姜尙炫(강상현) 교수는 “방문진 이사 구성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라며 이런 입장을 내놓았다.
“MBC는 수입의 100%를 광고에 의존하고 있지만, 지배구조 때문에 공영방송으로 분류됩니다. 한쪽에선 공영방송의 본분을 회복하라고 요구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민영화를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에요. 게다가 방문진 이사회의 구성 과정에서 사전 내정설이 터져나오는 등 매끄럽지 못했는데도 권력의 입맛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이런 추세대로라면 머잖아 공영방송의 민영화 바람이 거세게 불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공적 영역으로서의 ‘광장’이 돼야 할 방송이 이제 이윤추구에 급급한 ‘시장’이 되면 제한된 광고시장을 놓고 더 많은 미디어가 무한 출혈경쟁을 벌여 공멸의 길로 치달을 위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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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문광위 소속 나경원 의원은 “MBC는 勞營방송의 꼬리표를 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필자는 방문진의 기능이 무언지 방송문화진흥법 조문을 찾아보았다. 제10조에는 다음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방송사업자의 공적 책임에 대한 사항 ▲기본 운영 계획에 관한 사항 ▲결산 승인에 관한 사항 ▲경영평가 및 공표에 관한 사항 ▲정관변경 승인에 관한 사항 ▲예산·자금 계획과 결산 ▲기본 재산의 취득 및 처분 ▲정관이 정하는 규정의 제정 및 개폐 ▲정관의 변경 ▲기타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외부감사 규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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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윤석민 교수는 “방문진은 MBC가 처한 내부 모순과 과오를 지적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선문대 신문방송학 전공 黃懃(황근) 교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MBC의 경우 노조가 주인인, 정파적 폐쇄주의로 뭉친 조직이 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이다.
“지금까지 MBC는 감시나 감사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내부 경영의 투명성을 확인할 길이 없어요. 예산으로 무엇을 썼는지, 예산 낭비는 없었는지, 재정집행이 올바른지 한 번도 공식적으로 드러난 적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MBC는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 대상도 아니었잖아요. 아마 MBC는 광고가 넘치던 호황시절에는 눈먼 돈처럼 펑펑 써댔지만 현재 경영상황이나 운영방식의 문제점은 MBC 경영진조차 모를 겁니다. 신임 방문진 이사들은 우선 MBC의 투명성을 높여야 합니다. 지금껏 어떻게 예산을 썼고, 왜 이런 결과를 낳았는지,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꼼꼼하게 따져야 합니다.”
황 교수의 계속된 얘기다.
“미디어법 처리 이후 향후 방송환경이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에 MBC가 변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칠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코바코(KOBACO·한국방송광고공사)가 독점적으로 대행해 주던 광고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편파방송을 해도 광고시장이 위축되지 않았지만, 코바코의 독점이 違憲(위헌)으로 판결이 난 이후로는 사정이 다릅니다.”
여기서 위헌 결정이란,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가 내린 ‘코바코의 방송광고 시장독점 위헌 결정’을 뜻한다. 이 결정 이후 코바코가 독점해 온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시장에 민영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방송 광고를 광고주 대신 판매하는 방송 광고 판매 대행사)을 도입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황 교수의 설명.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된 후에도 지금처럼 편파적인 방송이 계속되면 어떤 광고주가 그런 방송에 광고를 하겠어요? MBC는 1년을 버티기 어려울 겁니다.”
외부 기구에 의한 감시 시스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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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강상현 교수는 “방문진 이사 구성 방식부터 개혁하라”고 지적했다. |
“방문진의 관리 감독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때문에 MBC가 외부 견제를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꼭 국정감사 같은 규정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자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견제를 받을 수 있는 장치의 마련은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지난 1990년대 이후 MBC는 노조가 경영과 인사권을 사실상 장악, ‘노영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MBC를 관리 감독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방문진은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환경이 좋아질 수도,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편파적인 보도 행태다. 金大業(김대업)의 兵風(병풍)보도, ‘盧武鉉(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중계방송’, 온 나라를 광우병 공포에 빠뜨린 ‘PD수첩’, 시청자 의견을 조작한 ‘100분 토론’, 편향진행 논란을 촉발시켰던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등이 별다른 내부 견제장치 없이 방송을 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朱豪英(주호영) 의원의 이야기다.
“새로 선임된 이사장과 이사진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해서 MBC는 지금이라도 공영방송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해요. MBC는 올해 상반기 4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고, 연말까지 적자 폭이 600억원을 웃돌리란 전망도 나와요. 우선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 환경 조성이 시급합니다.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일반 기업들이 하듯 경영 정상화 수순을 밟아야 합니다.”
방문진의 ‘2008년 MBC 경영평가 보고서’를 보면 차장대우 이상 간부가 1176명으로 MBC 직원 1635명 중 72%를 차지한다. 투자예산 1130억원 중 실질 집행률이 65.6%에 불과할 정도로 투자계획에 대한 사전 사후 평가과정도 정상적이지 못하다.
주 의원은 “탄핵 편파보도나 PD수첩의 광우병 쇠고기 엉터리 보도가 MBC 경영악화의 직접적 원인의 하나였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싫증 난 광고주들이 등을 돌려 발생한 적자를 줄이려면 보도의 균형을 잡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노조는 정부가 ‘MBC 죽이기’ 차원에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가 준다고 강변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렇지 않습니다. 편파 왜곡 방송을 계속하는 한 시청자들이 외면, 광고가 붙을 까닭이 없어요.”
MBC가 勞營방송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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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는 “MBC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그동안 방문진은 뭘 했는지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MBC는 방문진이 20만주의 주식 가운데 14만주(전체 지분의 70%·액면가 7억원), 재단법인 정수장학회(이사장 최필립)가 6만주(지분 30%·3억원)를 소유하고 있다. MBC는 공적 재원이 투입된 공영방송이다. 하지만 운영은 100%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상업방송식 편성을 할 수밖에 없는 애매한 구조다.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위원장인 鄭柄國(정병국) 의원은 “MBC의 정체성 확립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영국 BBC는 생존을 위해 지난 2003년 1만2000여 명을 해고했고, 일본 NHK도 새로운 미디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지상파 방송들이 기득권 유지에 급급해 시대변화를 외면하면 ‘종합편성 TV’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PP社(사)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제도와 틀을 새롭게 하는 일이 방문진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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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문대 신문방송학전공 황근 교수는 “MBC는 노조가 주인인, 정파적 폐쇄주의로 뭉친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
“엄기영 사장이 MBC 임원을 2배수 추천해 지난 2006년 2월 22일 방문진 이사회로부터 임명됐다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엄 사장이 추천한 그대로 임명됐다고 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방문진은 이사 선임권이라는 사실상 유일한 권리를 MBC 측에 넘겨준 것이고, 이 때문에 MBC에 대한 경영 감시를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그는 MBC 본부장들 대신 MBC를 확실하게 개혁할 수 있는 이사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병국 의원은 “MBC 이사진 교체가 옳은 방법이긴 하지만, 이는 방문진이 국민적 신뢰를 쌓은 후 논의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1대 대주주로서 현 경영진에 대한 경영상의 잘잘못부터 먼저 가려야 한다는 얘기다.
MBC는 경영·콘텐츠·신뢰의 위기에 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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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정병국 위원장은 “방문진은 격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제도와 틀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
새 방문진 이사들이 ‘PD수첩’ 등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간섭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신문사나 방송국의 편집권이나 편성권은 사장에게 있다. 다만 사장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에 次(차) 하위자인 주필이나 보도본부장 등에게 위임하는 것”이라며 “방문진은 편성권이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는 않겠지만, 방송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동 방문진 이사는 미국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했으며 나라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방문진의 시급한 당면과제로 “MBC의 미래 생존전략 마련과 공정방송 확립”을 꼽았다.
“미디어 관련법이 계속 바뀌고 있고, 민간 미디어렙의 등장, 종합편성 채널 증편, IPTV의 등장, 방송과 통신 간의 융합 등 방송환경이 계속 변화하고 있어요. MBC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생존 발전하는, 경쟁력 있는 방송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두 번째 과제로 공정방송 확립 문제를 꼽았다.
“MBC는 현재 보도·교양·시사 프로그램 등에서 심하게 편파적인 프로를 방영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지탄받고 있기 때문에 공정성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MBC는 공영방송에 걸맞은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이념적 편향성으로부터 탈피하여 국민통합과 국가정체성 확립, 민주 시민·사회적 교육을 지향해야 합니다.”
김 이사는 MBC의 미래 생존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현재 MBC 지방 방송사 19개는 대부분 적자입니다. 2012년부터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MBC는 적절한 투자와 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해외의 방송은 계속 광역화되고 있습니다. CNN이나 BBC처럼 MBC도 한국을 뛰어넘어 아시아, 세계의 방송이 돼야 합니다. 그러나 MBC의 현 체제로는 방송의 광역화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요. 그런 부분에서 미래 전략을 만들어 투자를 획기적으로 해야 합니다.”
새 이사진 출근 저지 투쟁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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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진 김광동 이사는 “공정방송을 확립하고 생존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현재 MBC의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
MBC 노사협약에서 공정방송협의회나 고충처리위원회 등 관련 조항 등 독소조항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게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데 내용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조항들이 여러 제약을 가져온다는 문제제기는 들었는데, 어떤 방식으로 메커니즘이 작동해 그런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몰라요.”
방문진 이사들이 MBC 노조를 비롯한 외부세력과의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사회 첫날인 지난 8월 10일 MBC 노조원 50여 명은 일부 이사들의 출근을 가로막았다. 이들은 김우룡·김광동·최홍재·차기환 이사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팻말시위를 벌였다. 모두 한나라당 추천 이사들이다. 김광동 이사의 말이다.
“MBC는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움직이는 공영방송입니다. MBC는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지만, 소유권이나 지배구조는 공영이기 때문에 국민의 자산입니다. 국민이 MBC 자산의 관리·감독·운영과 관련된 권한을 정부에 위임한 것이고, 정부는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회를 통해 국민의 뜻을 관철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에 의해 선임된 정부, 정부에 의해 선임된 이사는 국민이 위임한 게 아닙니까. 국민에게 위임받은 사람들은 MBC 경영진·간부·노조나 사회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되 특정 집단에 좌우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사회 입장에서 볼 때 MBC 노조는 갈등 관계가 아니라,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다음은 김광동 이사와의 대화 내용이다.
―엄기영 사장 등 경영진 교체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가 오가고 있나요.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하고 있고, 두 달 이상 시간이 걸릴 겁니다.”
―조만간 MBC 경영진으로부터 보고를 받을 계획으로 알려졌는데, 적자 경영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은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데, 아직 구체적인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사회에서 그 정도까지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경영진을 교체하면 YTN 具本弘(구본홍) 전 사장 체제처럼 (파업이) 5개월이 갈지, 3개월이 갈지 모를 일이죠. 그러나 그런 걸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해서 할 일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방문진의 역할은 ‘MBC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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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진 남찬순 이사는 “방문진의 역할은 한마디로 ‘MBC 살리기’”라고 말했다. |
“그런 표현은 국민이 구성한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나요?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 받은 정부고, 정부의 위임을 받은 이사들이 임기 기간에 법과 제도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뿐이죠. 그것을 부정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정 질서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같다고 봅니다.”
방문진 남찬순 이사는 동아일보 부장과 논설위원, 관훈클럽 총무, 한국언론재단 감사를 거쳐 지난 대선 당시 선거기사 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 언론학부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그는 방문진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방문진의 역할은 한마디로 ‘MBC 살리기’입니다. 민영화 문제는 새 시대에 맞게 MBC가 되살아나야 한다는 원칙에서 논의될 사안입니다.”
민주당 추천의 고진 이사는 MBC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목포MBC 사장과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MBC 민영화는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와의 대화 내용이다.
―MBC 노사협약에서 공방협 구성 등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는데요.
“MBC 프로그램 문제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경영문제가 어려우니까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프로그램은 그쪽에서 알아서 잘할 테니까 자율성을 보장해 줘야 합니다.”
―프로그램 얘기가 아니라 공방협 얘기 말입니다. 노사협약에 따라 노조원들이 보직 국장의 해임까지 건의할 수 있는 등 MBC가 노영방송이란 비판이 있어요.
“아직 거기까진 미처 생각 못 했어요. 제가 근무할 때도 그랬으니까….”
한나라당 추천의 차기환 이사는 우정합동법률사무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변호사다. 그는 방문진 이사회가 작성한 지난해 경영평가보고서를 “전반적으로 정확하다”고 평가했다. 또 “신임 이사회는 MBC에 대해 ‘주식회사’라는 시각에서 접근하려 한다”면서 “주식회사란 영업이익을 내야 하는 조직인 만큼 꾸준한 재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재원을 자체조달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국민을 앞세우는 척하면서 국민을 무시”
―MBC 민영화와 경영진 경질 문제가 가장 큰 화두입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MBC의 경영만 나빠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시청료를 받는 KBS와는 비교하기 어렵겠지만, SBS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사실 지난해 외환위기처럼 경기가 나빠진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실적이 곤두박질 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철저히 검증하겠습니다. 민영화와 경영진 경질 문제는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어요. 일부 이사들이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으나, 私的(사적)인 수준에서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꺼낸 것이라 보면 됩니다.”
―경영상태 외에 이념편향이나 프로그램의 공정성 문제에 대한 것도 이사진에서 논의할 계획인가요.
“물론입니다. 방송의 공정성 문제도 논의 중입니다. PD수첩 등 논란이 된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도 포함돼 있어요. 편향된 프로그램 때문에 회사에 해를 끼치는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방문진이 이념적으로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MBC 노조의 반대도 만만찮습니다.
“일부 세력의 형평성을 잃은 시각일 뿐입니다. 지난 방문진은 반대쪽으로 편향돼 있었는데 그때는 아무 말도 없었잖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과정과 절차를 거쳐 임명된 이사진일 뿐입니다.”
방문진 金榮(김영·67) 감사는 부산MBC 기자 출신이다. 부산MBC 보도국장을 거쳐 부산MBC 사장까지 올랐고,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을 역임했다. 그는 “MBC는 과거 민영 체제와 공영 체제를 모두 경험했다. 민영과 공영을 다 경험한 방송은 세계에서도 MBC가 유일할 것”이라며 “어느 체제가 MBC에 바람직한지 분석,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또 “지금 당장 민영이 좋다, 공영이 좋다 판단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MBC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는가” 하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방송 저널리즘의 본질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오늘날의 우리 방송이 정상적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국민이 다 알고 있잖아요. 공영방송의 모델인 영국 BBC와 일본 NHK를 보세요. 세계 어느 나라 공영방송이 KBS나 MBC처럼 국민을 앞세우는 척하면서 국민을 무시합니까. 한국 공영방송의 행태는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문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