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저하고’(현대·한국연구원) vs ‘상고하저’(LG)
⊙ 반도체의 지나친 의존도는 한국 경제의 明暗
⊙ 한국 경제의 경착륙 혹은 준스태그플레이션 시그널은 분명
⊙ 반도체의 지나친 의존도는 한국 경제의 明暗
⊙ 한국 경제의 경착륙 혹은 준스태그플레이션 시그널은 분명
- 코로나19 장기화 탓에 전 세계가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서울 명동 거리의 한 점포가 텅 비어 있다. 사진=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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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0일에 폐쇄된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 사진=뉴시스 |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인 실리콘밸리뱅크는 지난 3월 10일 폐쇄됐다. 은행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알려진 지 이틀도 되지 않아 미국 금융당국은 전격 폐쇄 결정을 내렸다. 미국 언론들은 실리콘밸리뱅크 폐쇄의 중요한 원인을 그동안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유지해온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보고 있다. 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스타트업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은행에 맡긴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뱅크는 예금 가입자가 맡긴 돈을 돌려주기 위해 기존에 투자했던 국채까지 매각해야 했는데, 현재 국채 가격이 폭락하면서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자산이 줄었다. 실리콘밸리뱅크는 자산을 메우기 위해 자금 조달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은행이 위험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예금자들이 앞다퉈 돈을 인출했다. 이런 과정 때문에 실리콘밸리뱅크의 폐쇄는 FED의 급격한 금리인상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금리인상은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전(全) 세계가 겪는 현상이다.
IMF, 한국 경제성장률 4번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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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1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조선DB |
소비시장은 고물가 및 고금리에 따른 가계 구매력 감소와 미래 불확실성 확대로 침체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월 소매판매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심리 악화와 실질 구매력 약화의 영향으로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수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품목·시장별로 수출 경기가 뚜렷하게 양극화되는 모습이다. 2월 수출 증가율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면서 수출 침체의 장기화가 예측된다. 특히 2월 수출 부진은 물량은 증가세로 반전됐으나,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수출 단가가 많이 감소한 것에 원인이 있다. 시장별로는 미국, EU 등에 대한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대(對)중국 수출 감소가 9개월 연속 지속하면서 전체 수출 경기 하강을 주도하고 있다. 고용시장은 제조업과 건설업의 일자리 창출력이 약화하면서 유휴 노동력이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있을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분석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많이 엇갈린다. 미국을 방문 중인 추경호(秋慶鎬) 경제부총리는 4월 14일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좀 더 나은 경기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미국 현지에서 한국 경제성장률을 4회 연속 낮춘 이유에 대해 “반도체 업계의 상황과 내수 둔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IMF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7월 2.9%에서 2.1%로 내리고 같은 해 10월 2%, 올 1월에 1.7%에 이어 최근 1.5%로 전망한 바 있다. 한국 경제가 2023년도에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게 물었다. 세 명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국 경제의 향방은 ▲금리 ▲수출 ▲고용 ▲중국 시장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봤다.
‘上高下低’일 수도 있어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상저하고’(상반기에 바닥을 치고 하반기에 올라감), LG경영연구원은 ‘상고하저’(상반기가 낫고 하반기에 오히려 더 떨어짐)를 점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이 이처럼 보는 이유는 수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의 얘기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기대됩니다. IMF도 2023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8%p 상향 조정, 미국 성장률도 0.4%p 상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IMF는 리오프닝에 따른 중국 경제 회복과 견조한 내수시장이 뒷받침되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그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경기 방향성에 대해 아직 시장 내 확실한 컨센서스는 없습니다. 만약 한국의 주력 시장인 중국과 미국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경우에 우리 수출 경기의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성장동력을 다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수출은 최고치를 찍었지만, 수입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무역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 적자의 주된 원인은 수입단가 상승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무역 적자를 기록했던 시기를 보면 반도체 수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무역 흑자, 적자와 궤를 같이합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반도체 경기가 살아난다는 전제하에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낫다고 봅니다.”
―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군요.
“우리 경제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입니다. 반도체 덕분에 한국 경제가 견고하게 성장했지만, 반대로 반도체 수출로 인해 국내 무역 흑·적자가 구분되는 상황이죠. 반도체는 다분히 경기의 흐름을 받기 때문에 반도체 의존성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 중국의 리오픈은 우리 무역과의 상관관계가 적을까요.
“중국 소비재에서 우리나라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중국의 경기 반등이 우리에게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지만, 우리가 중국에 소비재를 직접 수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비중은 아닙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수출에 대해 전망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고물가 부담, 금리인상 부담의 조건으로 볼 땐 하반기에도 뚜렷한 반등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 실리콘밸리뱅크의 폐쇄로 인해 FED의 금리인상도 당분간 스톱되지 않을까요.
“실리콘밸리뱅크가 한몫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그로 인한 여파, 혹은 여파의 가능성이 추가 금리인상을 막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금리 상단이 기준금리 5.25% 정도로 낮아졌고, 일부에서 우려하듯이 6%대로 급등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하지만 FED의 기조가 장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냐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올렸고, 경기 침체의 가능성은 작다고 했지만, 현재 우리가 겪고 있습니다. 시장의 분위기도 그때마다 달라집니다. 미 FED의 말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저런 생각을 하는구나’ 정도의 참고만 하고 있을 뿐, 오히려 세계시장은 경기, 물가, 고용의 지표들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소득 감소로 인한 구매력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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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
〈내수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시장 금리의 방향이 경제의 안정성을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고금리에 따른 시장의 자금 경색이 실물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통상 통화 정책은 실물 경기가 하강하거나 침체하는 국면에서 금리를 낮추면서 유동성을 확대해 기업의 활력이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경기 역향적 기조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최근처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고금리 수준이 지속함에 따라, 시장 경색에 따른 자금 조달 차질로 내수시장이 빠르게 냉각 중이다. 다만 과거 정책금리 인상 시기를 살펴볼 경우, 정책금리 최종 수준이 결정되면 시장 금리가 먼저 하락하면서 유동성 경색이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정책금리 인상이 중단되고 상단이 유지됐던 사례를 보면, 시장 금리가 선제로 하락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고물가, 고금리로 소비 심리가 악화하는 가운데, 핵심 구매력의 원인인 고용시장이 냉각될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지금까지의 소비 부진은 고금리, 고물가로 가계의 소비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핵심 구매력인 소득 감소가 본격화될 경우 소비 침체가 더 깊어지고 장기화할 우려가 존재합니다. 즉 고물가, 고금리는 가계의 심리적 여건에 영향을 미치지만, 소득 감소는 구매력 자체를 훼손해 본격적인 소비 침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실제 소득 여건을 보면 2022년 하반기 이후 소득이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최근 고용시장에서는 추세적으로 취업자가 감소하고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음이 관찰됩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의 얘기다.
“아직 대출 회수에 대한 압박은 덜합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관련 대출로 나갔던 돈들이 있습니다. 그 자금에 대한 이자 연체 등에 대해 상환 독촉을 안 하는 조치들이 이뤄지는 경우에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에 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자금 상환을 할 여력이 약할 겁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금융당국이 대출 상환을 미룰 순 없습니다. 대출 상환이 현실화될 경우에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얘기다.
“코로나19 이전 20년이 비정상적으로 세계 경기가 호황기였던 것은 맞습니다. 금리도 낮았고, 고용이 원활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격차가 2% 이상 벌어질 경우에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가계 부채가 높기 때문에 금리로 인한 부채 문제가 불거지면 어려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 금리를 올린 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 때문이었죠.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인플레이션이 잡히기까지 시차가 존재하지만, 아직은 금리를 올려서 인플레이션이 잡혔다는 강력한 시그널은 없습니다. 잡힌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애매한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 금리 4%는 가계, 기업 모두에 상당한 부담입니다.”
― 그래도 아직 대출금 때문에 이자 부담이 늘었지만, 이자를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까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가계 부채는 결국 노동시장의 문제입니다. 가계 부채의 대부분이 담보 대출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당장 폭락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노동시장, 즉 일자리가 있다면 가계 부채의 이자금을 낼 수 있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결국 가계나 기업의 유동성 문제인데, 노동시장이 유지되면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침체경기가 마일드한 것은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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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8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를 찾은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결과적으로 앞으로 한국 경제는 긍정적 시나리오와 비관적 시나리오의 갈림길에 서 있는데, 지금과 같이 대내외 경제 여건이 부정적 기조를 지속할 경우 경착륙 이후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경로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시나리오인 연착륙 경로는 상반기까지 대내외 부정적 경제 여건의 충격이 이어지면서 경기가 하강하는 국면이 지속하나, 적절한 정책 대응으로 하반기 무렵 반등의 전환점이 마련되면서 회복 추세를 보이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부정적 시나리오인 경착륙 경로는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경제가 급격한 침체 국면에 빠지고, 특히 정책 대응이 실기(失期)하면서 연중으로 경기가 하강하고 나아가 2024년 상반기까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LG경영연구원은 이번 침체가 마일드하다는 것이 세계 경제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침체의 강도가 약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인플레를 없앨 만큼 큰 폭의 수요 감축이 이루어지지 않아 고물가가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라는 얘기다.
LG경영연구원의 분석이다.
〈경기침체로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고물가 부담이 지속하면서 경제 주체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한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앞으로 세계 경제는 수년간 저성장·고물가 상황이지만 침체와 인플레의 강도는 대표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인 과거 오일쇼크보다 약한 ‘준스태그플레이션(Quasi-stagflation)’ 양상이 예상된다. 물가 상승을 유발했던 요인 중 공급 차질은 점차 완화되나, 높은 자원가격과 임금 상승 압력은 물가 하락을 제약할 전망이다. 국제화물운임지수가 코로나19 기간 고점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할 정도로 물류난은 안정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가능성, 자원 무기화 움직임, 에너지 전환 시도 등으로 국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은 경기침체에도 크게 낮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누적된 인력난 속에 인플레의 후폭풍으로 임금인상 요구가 확산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2024년에도 경기 반등은 약할 것”
LG경영연구원의 분석으로는, 이번 세계 경제 침체는 과거 침체 대비 침체 후 경기 반등의 강도가 약할 것이라고 한다. 과거 오일쇼크 기간 1982년 0.7%까지 떨어졌던 세계경제성장률은 1984년 4.6%로 높아졌지만, 이번 침체 기간에는 내년 2.2%로 낮아지는 세계경제성장률이 2025년에도 2.7%로 높아지는 데 그칠 전망이다.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경기침체로 인해 미 연준이 내년 하반기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설령 인하하더라도 소폭에 그칠 전망이다. LG경영연구원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주요국들의 재정 상황이 악화하고 정부 부채가 급증한 것도 앞으로 경기 부양 정책을 제약하면서 경기 반등의 강도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의 얘기다.
“준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은 1년 이하로 봅니다. 그 이후로의 경기 반등은 약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체감하기 어려울 겁니다. 경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어려운 시기라 해도 모두가 어려웠던 것은 아닙니다. 오일쇼크, 스태그플레이션, 경제 위기 속에서도 해법을 찾았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LG경영연구원의 분석이다.
〈인구 측면에서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퇴직자 급증, 이민자 감소 등으로 선진국들은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고, 인구 고령화, 낮은 출산율 등으로 중국, 우리나라 등에서 생산 가능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세계 경제 회복의 견인차 구실을 했던 중국은 인구 메리트가 사라지는 가운데 투자 확대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약화하고 있다. 반면,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세계 경제 성장의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인공지능, 로봇, 메타버스 등 신산업들은 아직 효과를 실감하기 어려운 단계이다.〉
“그럼에도 기회는 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년 차임에도 한국 경제를 장밋빛으로 점치지 않았습니다. ‘고통을 분담할 시기다. 고통을 넘어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주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부채가 적고, 외환보유고가 적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과거 외환위기와 같은 가능성은 적습니다. 하지만 국가 채무 급등에 따른 위험요소가 있고, 준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은 큽니다.”
― 개인, 기업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합니까.
“자금을 축적하고 자기 소득을 극대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바뀌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국가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 글로벌 공급망이 바뀌는 상황은 분명하죠.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글로벌 공급망 차이입니다. 미국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생산 기지로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트럼프 때부터 무역전쟁을 했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며 그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 겁니다. 중국을 젖히려는 미국의 생각은 갈수록 심해질 겁니다. 코로나19는 ‘자유무역시대의 종언’으로 압축됩니다. WTO는 유명무실한 기구가 될 겁니다. 우리나라는 재정건전성을 타이트하게 가져가고, 미래에 대비해야 합니다.”
“좋은 자산 싼값에 인수할 수 있는 시기”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한국 경제가 성장 엔진을 잃어버려 ‘실속(失速)하고 경착륙’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는 첫째, 경제 정책의 무게중심을 물가 안정보다 성장 강화에 둬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경기 진작’ 기조로 선회돼야 한다. 둘째, 고금리, 고물가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 지속하는 가운데, 고용시장 냉각으로 가계 구매력의 핵심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각적이고 실효적인 고용 창출력 확충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 수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력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 노력과 상대적으로 대응 여력이 취약한 수출 중견·중소기업의 경영 안정화에 대한 지원이 요구된다. 또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서 중앙은행의 명확한 포워드 가이던스 제시가 요구되며, 국지적 유동성 경색을 선제로 파악하고 즉각 조치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끝으로 불황 국면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응해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확충과 복지사각지대의 해소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은 이런 상황을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해야 한다. 과거 어려웠던 시기는 뒤집어보면 좋은 자산을 싼값에 인수할 수 있는 시기다. 현금, 준비된 기업은 업계의 승자로 변화할 기회가 된다”며 “결국 버티고, 준비돼 있고, 현금이 있는 기업이 우위를 선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