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 정부가 ICO 전면 금지해 싱가포르에서 ICO, “한국의 암호화폐 개발 노하우 3년 치가 싱가포르에”
⊙ 3월 시작되는 암호화폐 트래블 룰, “이미 큰손들은 막히기 전에 암호화폐 해외로 전송했을 것, 한국은 가두리 시장 될 수도”
朴星赫
KAIST 수학과 학사, 경영대학 박사 / 前 두나무앤파트너스 벤처파트너, 레코벨 CEO. 現 KAIST 경영대학 교수, 아난티코브 사외이사, 효성ITX 사외이사
⊙ 3월 시작되는 암호화폐 트래블 룰, “이미 큰손들은 막히기 전에 암호화폐 해외로 전송했을 것, 한국은 가두리 시장 될 수도”
朴星赫
KAIST 수학과 학사, 경영대학 박사 / 前 두나무앤파트너스 벤처파트너, 레코벨 CEO. 現 KAIST 경영대학 교수, 아난티코브 사외이사, 효성ITX 사외이사
암호화폐에도 봄이 찾아온 걸까. 지난 2월 4일 박성혁(39)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를 만났다. 공교롭게도 그 전까지 하락과 횡보를 거듭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이날 급등했다. 바이낸스(Binance) 거래소 기준 1개에 37K(3만7000달러대를 의미)에서 41K(4만1000달러대)로 하루 동안 약 400만원이 상승했다.
박 교수를 만나러 간 곳은 서울 여의도의 IFC 건물. 카이스트 여의도 캠퍼스가 그곳에 있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은 디지털금융전문가 과정을 운영 중이다.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이라는 과정도 개설했다. 올해로 2기째다.
구찌가 메타버스 관심 갖는 이유
박 교수는 블록체인과 AI라는 4차산업의 격랑 속에서 학계와 현장을 모두 경험했다. 카이스트에서 박사를 마친 후 빅데이터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해 경영했고, 두나무앤파트너스에선 암호화폐 관련 기업 투자도 담당했다. 식스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만드는 일에도 직접 참여했다. 그 경험을 살려 지금은 학계와 산업 현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물결을 한국은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을까, 코로나19 뒤엔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들어보고 싶었다.
최근 미국 대기업들이 부쩍 암호화폐나 메타버스, NFT 분야를 담당할 직원들을 뽑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암호화폐 분야를 이끌 사람을 찾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야 IT 관련 기업이니 그렇다 쳐도, 나이키, 디즈니, 구찌, 발렌시아가 같은 기업들이 메타버스, NFT 분야를 바라보는 이유는 뭘까.
― 미국 기업들이 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쪽 직원들을 뽑을까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가 계속 성장하고 있잖아요. 전 세계 시가총액 100위 기업을 보면 애플이 어떤 기업이고, 구글이 어떤 회사인지 알 수 있잖아요. 코인(coin)은 아직 그렇지 않잖아요. 톱10 코인을 보면서 이건 뭐고 누가 만들었고, 뭐가 다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코인이 아니더라도 메타버스나 NFT는 기업들이 이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니까요.”
― 메타(Meta)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론칭을 최근에 포기했잖아요.
“사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어요. 페이스북 20억 명의 회원들이 쓸 수 있는 화폐가 나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암호화폐가 거래소에 상장되어 존재하는 것과 실제 사용이 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거든요. 당장이라도 달러를 위협할 수 있으니 미국 정부가 묵과할 수 없었겠지요.”
블록체인은 분배의 기술
―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면서 주요 키워드로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와 블록체인을 들더군요. AI는 산업 현장에서 쓰이고 있으니 이해가 가지만, 블록체인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경제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분배도 중요하잖아요. AI 덕분에 2030년쯤엔 약 15% 정도의 초과 성장이 있을 거라고 PWC 리포트를 보면 예측하거든요. 초과 성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게 AI라면, 블록체인은 분배를 잘하게 해주는 기술이라 할 수 있어요.”
― 어떻게 분배를 잘하게 해주나요.
“예를 들면 우리가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하면 일정 금액이 음원 저작권자에게 돌아가잖아요?
미술계는 그렇지 않거든요. 제가 어떤 그림을 그려서 1000만원을 받고 팔았어요. 그런데 제가 죽고 갑자기 유명해져서 그림이 100억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가격이 올랐어도 제 가족에겐 돌아올 게 없거든요. 그런데 같은 그림이 NFT화돼서 거래가 되면 죽고 나서도 수익금의 일정 로열티가 원 제작자 측에 들어오게 설계를 할 수 있어요.”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는 쉽게 말하면 모든 물건에 누구 거라는 증서를 붙이는 걸 뜻한다. 그 증서를 토큰 단위로 나눠서 거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금도 땅을 필지별로 나누어 사고팔 수 있다. 그 땅이 누구 것인지는 등기소에 기록되어 있다. NFT도 기본적으로 원리는 같은데, 누구 것인지가 디지털 원장에 투명하게 기록된다. 토큰 단위로 얼마든지 소유권을 잘게 쪼개서 거래할 수 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1만분의 1만큼 소유해 사고파는 일도 가능하단 얘기다. 중간 브로커가 없으므로 거래의 수수료도 적다.
― 그림이라고 한다면, 거래도 투명해지겠군요.
“돈을 보냈니 안 보냈니 할 것도 없이 자동으로 돈이 분배되겠죠. 화가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요.”
― 누군지도 몰랐던 비플이라는 화가의 NFT 작품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800억원에 팔렸잖아요. 거품 아닌가요.
“그 작품은 그림 5000점으로 이뤄져 있어요. 800억원을 5000점으로 나누면 한 점에 약 16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비싼 것도 아니에요. 오프라인이었으면 판매는커녕 한 곳에서 전시도 못 했을 거예요.”
천재가 만들어 불친절한 디파이
― 그렇게 생각하니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군요.
“지금까진 작가분들이 어디 산속에 들어가 그림을 그려 내놓으면 화랑과 미술관의 권위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는 구조였잖아요. 이제는 화가들이 기안84 같은 웹툰 작가처럼 대중과 시장에서 바로 만날 수 있게 된 겁니다. 빨리 적응하는 분이 살아남겠지요.”
―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나요.
“골프선수라고 생각해보세요. 이 선수가 아직 안 유명한데 NFT 토큰을 발행해요. 제가 투자를 한 셈이지요. 이 선수가 잘 돼서 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이 일정 비율씩 저에게 코인으로 들어와요. 이런 식의 분배가 가능하게 된 겁니다.”
― 흥미롭군요.
“자신의 자산을 처분하고 분배하는 방식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죽은 후에도 제 딸들의 생일날마다 10만원씩 용돈을 받도록 한다고 가정합시다. 지금은 변호사 입회해 유언장 쓰고, 유산을 신탁에 맡기는 등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잖아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이더리움에서 스마트 콘트랙트를 설정하면 간단합니다. 태어나지도 않은 손주들에게도 용돈을 줄 수 있어요.”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는 말 그대로 블록체인에서 체결하는 계약을 뜻한다.
― 디파이(Decentralized Finance·탈중앙화 금융)도 주목을 받았었지요. 암호화폐로 금융거래를 하는 건데요. 꽤 어려워 보이던데요.
“암호화폐와 디파이 시스템 자체가 천재들이 만든 거예요. 인간미는 없어요. 비밀번호 잊어버리면 못 찾아요. 아무도 구제를 못 해주거든요. 콜센터 같은 건 없어요. ‘시드(seed) 구문 잊어버리면 지갑 복구 못 한다고 처음에 알려줬잖아’ 이건 천재의 기준이거든요.”
디파이 대중화될 것
― 잘 적응해 쓰다가도 질병에 걸린다든가 해 비밀번호를 잊어버릴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천재들은 사람이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가정을 못 해요. 본인들이 젊기도 하고 천재니까요. 시스템은 세련됐지만 많은 사람이 편하게 쓰려면 갈 길이 먼 거죠. 기존의 전통적인 금융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를테면 금치산자가 된 사람들의 계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등에 대한 규칙이 있잖아요.”
― 암호화폐의 경우, 비밀번호를 잘 외우고 있다 해도, 강도가 위협해 비밀번호를 알아내 털어가면 못 찾는 것 아닌가요
“가능하지요. 금고 안에 비밀번호를 넣어둔다 해도 금고를 들고 가서 번호를 알아내면 그만이거든요. 그렇기에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고, 거기에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파이가 계속 성장할 거라 봅니까.
“보통은 통장에 100만원 비상금이 있으면 그냥 가만히 놔두잖아요. 어디 투자하기도 애매하고 은행 이율도 낮고요. 그런데 디파이에서는 100원이든 10만원이든 예치해서 수익을 낼 수 있거든요. 기존 은행은 인건비 등 유지비가 들잖아요. 디파이에는 그런 게 없으니 누가 100만원을 예치해도 남는 거예요.”
― 기술로 중간 거래 비용을 줄인 거군요.
“IT 기술의 장점이 비용을 줄이는 거잖아요. 10만원을 갖고 있는 사람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판이 된 겁니다.”
― 디파이에서 코인 담보 대출을 받았다가 코인 가격이 급락해 청산되기도 하잖아요. 그만큼 리스크가 있는 거 아닙니까.
“리스크를 측정해서 알려주는 시스템도 점점 더 발전할 겁니다. 시스템이 더 세련돼지면서 리스크도 점점 떨어질 거고요. 증권사 CMA 통장이 히트친 이유도 1할 계산 이자를 지급해서잖아요. 디파이도 많은 사람이 쉽게 이용하게 될 날이 올 겁니다.”
― AI 분야에서 한국의 글로벌 순위는 어느 정도 됩니까.
“올림픽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대개 10등 정도 하잖아요. 경제력 순위를 봐도 그 정도고요. 그런데 AI에서는 그보다 잘하고 있습니다. 5, 6위쯤이라고 할까요. 구현력 같은 경우는 올해 어떤 기관이 뽑은 AI 지표에서 2위까지도 했어요.”
AI 분야 한국은 5, 6등
― 왜 잘하고 있을까요. 투자를 많이 했나요.
“사람들이 똑똑해요. 우리나라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쓰잖아요. 원천기술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투자도 잘 받지 못하고요. 서양에서 원천기술이 나오면, ‘이걸 디지털 마케팅에 쓰면 이렇구나’ 이런 식으로 응용을 기가 막히게 잘해요. 다양한 벤처들이 AI를 알아서 잘 쓰고 있어요.”
― 예를 들면요.
“루닛이라는 기업은 엑스레이 영상을 보여주면 암이 있는지 없는지 굉장히 높은 정확도로 판독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어요.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이제는 글로벌 시장으로 바로 진출할 수 있거든요.”
― 결국 사람이 중요하군요.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많고, 창업 환경도 좋습니다. AI를 전공했고, 실력자라는 게 이력에서 입증되면 창업만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어요. 예전엔 공부 오래하면 돈 못 번다는 말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아니에요. 역사상 처음으로 기술과 지식만 있으면 성과를 낼 수 있는 장이 열린 것 같아요.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린 것도 영향을 미치고요.”
― 코로나19 영향도 있을까요.
“그렇지요. 흔히 사업은 술도 잘 마시면서 영업도 잘해야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잖아요.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런 것들이 덜 중요해진 영향도 있을 거고요. 이제는 누가 확실한 기술만 갖고 있으면 말 잘하는 CSO(Chief Security Officer・최고보안책임자)며, HR(Human Resources・인적 자원)이며 다 붙여주며 창업을 지원해줍니다.”
―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 같은 사람은 겉모습만 보면 몸도 약할 것 같더라고요.
“하나만 잘하는 전형적인 T자형 인재인 거죠. 그런데 그런 사람이 지구를 쥐락펴락하는 시대가 된 거죠.”
블록체인 이끄는 한국인 천재들
― 그럼 블록체인, 암호화폐 분야에선 세계 몇 등인가요.
“우리나라는 블록체인 분야에 규제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똑똑한 천재들이 이걸 뚫고 가고 있어요. 테라(Terra)의 권도형 대표 같은 사람이지요. 테라에 최초로 투자한 기관이 두나무앤파트너스와 해시드입니다. 그때 제가 두나무앤파트너스에 있었거든요.”
― 테라는 이제 글로벌 기업이 됐지요.
“디지털금융과정 강의를 준비하면서 권도형 대표에게 전화를 했어요. 농담 반 제 첫인사가 뭐였는지 아세요? ‘형 전화 받아줘서 고맙다’ 그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 됐어요.”
― 테라가 내놓은 암호화폐인 루나(LUNA)의 가격이 크게 올랐지요. 권 대표의 경우 이제 가장 부유한 한국인 순위 상위에 들겠네요.
“권 대표도 천재예요. 2018년 제가 두나무앤파트너스에 있을 때 뉴욕에서 열리는 블록체인 분야 최대 행사에 갔어요. 미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 나온 백인 친구들이 두나무에 와서 투자를 받으려고 미팅을 하고 가고 그랬어요.”
― 미국에도 투자해주는 회사가 많을 텐데 왜 그랬죠?
“아시아에 거점을 만들어야 되잖아요. 그때 업비트가 전 세계 거래량 순위 5위 안에 들었어요. 아시아의 비전이 한국에 있다고 본 거죠. 한국 자본이 역사상 그런 대우를 받은 적이 있나요.”
― 신기하군요.
“트렌드를 잘 읽는 똑똑한 젊은 친구들이 활동할 수 있게 된 거죠. 해시드는 비탈릭 부테린이 ICO(Initial Coin Offering) 할 때 이더리움에 투자했어요. 몇천원 정도일 때 투자했고 그게 대박이 난 겁니다. 그러고는 테라 프로젝트에 최초로 투자했고요. 이게 또 대박이 나면서 암호화폐 부문에서 1위 투자사가 해시드예요.”
― 대단하군요.
“전 세계 톱10 코인 중 하나가 한국에서 배출됐어요. 최상급 투자사 중 하나도 한국에 있고요. 전 세계에서 꼽히는 주요 거래소도 보유 중이고요. 그 정도 되니 올림픽으로 치면 AI 분야가 7위권 내라면, 암호화폐는 5위 안에 들지 않을까요.”
중국 뒤따라 ICO 금지
― 상당 부분 한국의 개미 투자자들이 ‘가즈아’를 외치며 알바비를 투자해가며 이뤄준 거 아닌가요.
“맞아요. 그 귀한 기회를 잘 못 살렸어요. 정부가 ICO를 전면 금지했잖아요. 중국의 방향을 따라갔죠. 지금도 논의를 적극적으로 안 하고 있고요. 그게 제일 안타까워요.”
ICO는 암호화폐 공개를 의미한다.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뜻한다. 기업의 IPO를 생각하면 된다. 2017년 9월 문재인 정부는 ICO를 전면 금지했다.
― 피해자가 많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금지한 거 아닌가요.
“투자자 보호라는 취지는 좋지요. 어떻게 되는 게 최악인가 하면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발행 기관이 불명확한 코인은 거래되지 않도록 한다’ 좋은 규제 같잖아요? 그런데 이게 명문화되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한국 코인거래소에서 빠져야 해요. 발행 기관이 없거든요.”
― 규제도 때론 필요하겠지만 전체 판을 봐야 한다는 얘기군요.
“그렇죠. 전체 판을 안 보면서 규제를 하면 현실과 괴리가 너무 커집니다.”
― 소위 ‘김치 코인’이라 불리는 한국산 코인들이 많지 않습니까.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어떤 게 살아남을지 모르죠.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도 마찬가지잖아요. 거래 정지되고, 상장 폐지되고 망한 곳도 있지 않습니까. 결국 목표를 이루고, 사용자가 늘어나고 거래가 활성화되고 회사가 커져야 잘 될 거고 안 되면 새로운 코인에 밀릴 거예요. 그런데 아예 ICO 자체를 못 하게 했으니 시장의 건강한 옥석 가리기가 안 되는 거예요.”
― 그럼 국내 기업인 카카오가 만든 코인 클레이튼이나 다날이 만든 페이코인은 어떻게 만들었나요.
“둘 다 싱가포르에서 만들었어요. 싱가포르에 한국의 암호화폐 3년 치 노하우가 쌓여 있어요. 원래 한국에 있어야 했는데요.”
― 왜 싱가포르지요?
“전부 싱가포르에 가서 ICO를 하니까요. 싱가포르는 ICO 규제가 없거든요. 그 노하우가 싱가포르가 아닌 한국에 쌓여 있었으면 전 세계와 교류를 계속했을 겁니다. 사업을 하면 로펌이라든가, 회계법인이라든가 부가적인 업무들을 해주는 곳들이 필요하잖아요. 이런 업계가 가만히 앉아서 얻는 낙전만 해도 크거든요.”
국내 노하우가 싱가포르로
―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들도 싱가포르로 이주했겠군요.
“일단 기지를 거기에 둬야 하니까요. 자연히 인재도 거기에서 뽑겠죠. 그게 제일 아까워요.”
박 교수의 말이 이어졌다.
“싱가포르에서 ICO를 하려면 재단 이사장에 싱가포르 사람이 반드시 들어가야 해요. 그러니 사실 한국 거라 할 수 없는 거예요. 한국이 금고를 열 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재단인 것이지요. 부(富)는 모두 싱가포르에 쌓여 있는 겁니다.”
트래블 룰, 시장 왜곡 우려
3월 25일부터는 트래블 룰이 도입된다. 자금이동을 제한하는 규칙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암호화폐를 100만원 이상 전송하는 송수신인의 신원정보를 기록해야 한다. 자금세탁 등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한국이 최초로 실시한다. 빗썸 같은 거래소는 소유자 신원 확인이 안 되는 메타마스크에 암호화폐를 못 보내도록 이미 막았다. 메타마스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암호화폐 지갑이다.
― 트래블 룰이 전격적으로 시행됩니다.
“자금세탁을 방지한다는 취지일 텐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전체 구조를 봐야 해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건 글로벌 차원의 얘기거든요.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서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런데 자꾸 규제가 생겨서 자유롭게 오가는 흐름을 막으면 한국이 가두리 시장이 될 우려가 있어요.”
― 한국에서만 유독 암호화폐 가격이 비싼 소위 ‘김치 프리미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군요. 그러니 큰손들은 특검법이 시작되기 전에 외국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암호화폐를 보내 놓겠군요.
“그렇지요. 파레토의 법칙이라고 있어요. 최상위 20%가 전체 자산의 80%를 들고 있단 말입니다. 그 사람들은 이미 자산을 잠수함에 태워 외국으로 내보냈을 겁니다. 자금이 지하세계로 들어가 버린 거예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겠죠.”
― 규제 때문에 똑똑하고 동작이 빠른 사람들이 반사이익을 얻겠군요.
“정책에 부작용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런 점을 고려한 건지 모르겠어요. 암호화폐 과세도 마찬가지예요. 취지는 알겠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기본 철학이 뭔지 어떻게 충돌하는지 큰 그림을 보면서 영향을 고려해 정책을 펴야 하지 않을까요.”
― 외국 정부들은 어떻게 대응하나요.
“프랑스는 상당히 개방적입니다. ‘이번 블록체인 패러다임은 놓치지 않겠다’고 보고서에 썼을 정도니까요. 유럽에서 가장 개방적인 자세로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겠다고 했어요. 전문가들과 논의를 활발히 하고 있어요.”
― 미국은 어떤가요.
“미국도 개방적입니다. 규제를 하더라도 조건부로 규제하는 식이에요. 중국은 우리랑 같아요. 걸어 잠갔어요. 중국인들도 암호화폐 자산을 이미 외국으로 내보내서 해외에서 집 사고 했을 겁니다. 한국은 중국을 좇는 중인데, 대선 후보들은 개방적인 공약을 내놓았더라고요.”
― 국내엔 비트코인 채굴장이 많이 없지요?
“이런 제안도 있어요. 채굴하려면 전기가 들잖아요. 제주도에 풍력 발전 등 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이 증가해서 전기가 남는답니다. 그걸 육지로 보낼 수도 없잖아요. 남아도는 걸 돈으로 비축했다 필요할 때 쓰는 게 금융이잖아요. 남는 전기로 비트코인 채굴을 하면 에너지 금융이라는 거죠.”
― 괜찮은 아이디어네요.
“에너지를 저장했다 쓰면 되지 않나 반박할 수 있는데, 에너지를 저장하고 꺼내 쓰는 과정에서 손실이 어마어마하거든요.”
투자금 2%는 암호화폐에
― 평소 지인들에게 암호화폐 투자를 권하나요.
“학술적으로 증명된 방법이기도 한데요,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 한 2~3%, 1000만원 투자하시는 분이라면 20만~30만원을 암호화폐에 넣으면 어떨까 싶어요. 워낙 변동성이 크니까 더 내려갈 수도 있지만, 전체 수익률을 훨씬 높이거든요. 두 배 정도 높여요. 2~3%니 손실이 나도 영향이 적고요. 그 정도로 시작하시라고 권유를 하죠.”
― 어떤 코인을 사야 할까요.
“잘 모르시면서 처음부터 변동성 높은 잘 모르는 코인 사지 마시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정도가 어떨까 싶어요. 스테이킹으로 맡겨놓으면 1년에 7~8% 이자가 나오는 클레이튼 같은 코인도 있고요. 코인 가격이 내려가도 스테이킹에 맡겨놓으면 복구가 되잖아요.”
― 미성년자들이 코인에 투자하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저는 제 아이들에게 용돈을 코인으로 줄 거예요. 자식들에게 증여를 할 때도 교육 차원에서 주식과 현금, 암호화폐를 3분의 1씩 섞어서 줄 수 있겠지요. 10년에 한 번씩 함께 자산 현황을 점검하면서 경제 교육도 할 수 있고요. 그렇게 투자 마인드를 길러주는 겁니다.”⊙
박 교수를 만나러 간 곳은 서울 여의도의 IFC 건물. 카이스트 여의도 캠퍼스가 그곳에 있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은 디지털금융전문가 과정을 운영 중이다.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이라는 과정도 개설했다. 올해로 2기째다.
구찌가 메타버스 관심 갖는 이유
박 교수는 블록체인과 AI라는 4차산업의 격랑 속에서 학계와 현장을 모두 경험했다. 카이스트에서 박사를 마친 후 빅데이터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해 경영했고, 두나무앤파트너스에선 암호화폐 관련 기업 투자도 담당했다. 식스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만드는 일에도 직접 참여했다. 그 경험을 살려 지금은 학계와 산업 현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물결을 한국은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을까, 코로나19 뒤엔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들어보고 싶었다.
최근 미국 대기업들이 부쩍 암호화폐나 메타버스, NFT 분야를 담당할 직원들을 뽑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암호화폐 분야를 이끌 사람을 찾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야 IT 관련 기업이니 그렇다 쳐도, 나이키, 디즈니, 구찌, 발렌시아가 같은 기업들이 메타버스, NFT 분야를 바라보는 이유는 뭘까.
― 미국 기업들이 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쪽 직원들을 뽑을까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가 계속 성장하고 있잖아요. 전 세계 시가총액 100위 기업을 보면 애플이 어떤 기업이고, 구글이 어떤 회사인지 알 수 있잖아요. 코인(coin)은 아직 그렇지 않잖아요. 톱10 코인을 보면서 이건 뭐고 누가 만들었고, 뭐가 다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요. 코인이 아니더라도 메타버스나 NFT는 기업들이 이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니까요.”
― 메타(Meta)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론칭을 최근에 포기했잖아요.
“사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어요. 페이스북 20억 명의 회원들이 쓸 수 있는 화폐가 나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암호화폐가 거래소에 상장되어 존재하는 것과 실제 사용이 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거든요. 당장이라도 달러를 위협할 수 있으니 미국 정부가 묵과할 수 없었겠지요.”
블록체인은 분배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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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9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관람객들이 한국NFT콘텐츠협회가 전시한 디지털 아트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경제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분배도 중요하잖아요. AI 덕분에 2030년쯤엔 약 15% 정도의 초과 성장이 있을 거라고 PWC 리포트를 보면 예측하거든요. 초과 성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게 AI라면, 블록체인은 분배를 잘하게 해주는 기술이라 할 수 있어요.”
― 어떻게 분배를 잘하게 해주나요.
“예를 들면 우리가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하면 일정 금액이 음원 저작권자에게 돌아가잖아요?
미술계는 그렇지 않거든요. 제가 어떤 그림을 그려서 1000만원을 받고 팔았어요. 그런데 제가 죽고 갑자기 유명해져서 그림이 100억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가격이 올랐어도 제 가족에겐 돌아올 게 없거든요. 그런데 같은 그림이 NFT화돼서 거래가 되면 죽고 나서도 수익금의 일정 로열티가 원 제작자 측에 들어오게 설계를 할 수 있어요.”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는 쉽게 말하면 모든 물건에 누구 거라는 증서를 붙이는 걸 뜻한다. 그 증서를 토큰 단위로 나눠서 거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금도 땅을 필지별로 나누어 사고팔 수 있다. 그 땅이 누구 것인지는 등기소에 기록되어 있다. NFT도 기본적으로 원리는 같은데, 누구 것인지가 디지털 원장에 투명하게 기록된다. 토큰 단위로 얼마든지 소유권을 잘게 쪼개서 거래할 수 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1만분의 1만큼 소유해 사고파는 일도 가능하단 얘기다. 중간 브로커가 없으므로 거래의 수수료도 적다.
― 그림이라고 한다면, 거래도 투명해지겠군요.
“돈을 보냈니 안 보냈니 할 것도 없이 자동으로 돈이 분배되겠죠. 화가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요.”
― 누군지도 몰랐던 비플이라는 화가의 NFT 작품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800억원에 팔렸잖아요. 거품 아닌가요.
“그 작품은 그림 5000점으로 이뤄져 있어요. 800억원을 5000점으로 나누면 한 점에 약 16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비싼 것도 아니에요. 오프라인이었으면 판매는커녕 한 곳에서 전시도 못 했을 거예요.”
천재가 만들어 불친절한 디파이
― 그렇게 생각하니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군요.
“지금까진 작가분들이 어디 산속에 들어가 그림을 그려 내놓으면 화랑과 미술관의 권위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는 구조였잖아요. 이제는 화가들이 기안84 같은 웹툰 작가처럼 대중과 시장에서 바로 만날 수 있게 된 겁니다. 빨리 적응하는 분이 살아남겠지요.”
―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나요.
“골프선수라고 생각해보세요. 이 선수가 아직 안 유명한데 NFT 토큰을 발행해요. 제가 투자를 한 셈이지요. 이 선수가 잘 돼서 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이 일정 비율씩 저에게 코인으로 들어와요. 이런 식의 분배가 가능하게 된 겁니다.”
― 흥미롭군요.
“자신의 자산을 처분하고 분배하는 방식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죽은 후에도 제 딸들의 생일날마다 10만원씩 용돈을 받도록 한다고 가정합시다. 지금은 변호사 입회해 유언장 쓰고, 유산을 신탁에 맡기는 등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잖아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이더리움에서 스마트 콘트랙트를 설정하면 간단합니다. 태어나지도 않은 손주들에게도 용돈을 줄 수 있어요.”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는 말 그대로 블록체인에서 체결하는 계약을 뜻한다.
― 디파이(Decentralized Finance·탈중앙화 금융)도 주목을 받았었지요. 암호화폐로 금융거래를 하는 건데요. 꽤 어려워 보이던데요.
“암호화폐와 디파이 시스템 자체가 천재들이 만든 거예요. 인간미는 없어요. 비밀번호 잊어버리면 못 찾아요. 아무도 구제를 못 해주거든요. 콜센터 같은 건 없어요. ‘시드(seed) 구문 잊어버리면 지갑 복구 못 한다고 처음에 알려줬잖아’ 이건 천재의 기준이거든요.”
― 잘 적응해 쓰다가도 질병에 걸린다든가 해 비밀번호를 잊어버릴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천재들은 사람이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가정을 못 해요. 본인들이 젊기도 하고 천재니까요. 시스템은 세련됐지만 많은 사람이 편하게 쓰려면 갈 길이 먼 거죠. 기존의 전통적인 금융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를테면 금치산자가 된 사람들의 계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등에 대한 규칙이 있잖아요.”
― 암호화폐의 경우, 비밀번호를 잘 외우고 있다 해도, 강도가 위협해 비밀번호를 알아내 털어가면 못 찾는 것 아닌가요
“가능하지요. 금고 안에 비밀번호를 넣어둔다 해도 금고를 들고 가서 번호를 알아내면 그만이거든요. 그렇기에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고, 거기에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파이가 계속 성장할 거라 봅니까.
“보통은 통장에 100만원 비상금이 있으면 그냥 가만히 놔두잖아요. 어디 투자하기도 애매하고 은행 이율도 낮고요. 그런데 디파이에서는 100원이든 10만원이든 예치해서 수익을 낼 수 있거든요. 기존 은행은 인건비 등 유지비가 들잖아요. 디파이에는 그런 게 없으니 누가 100만원을 예치해도 남는 거예요.”
― 기술로 중간 거래 비용을 줄인 거군요.
“IT 기술의 장점이 비용을 줄이는 거잖아요. 10만원을 갖고 있는 사람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판이 된 겁니다.”
― 디파이에서 코인 담보 대출을 받았다가 코인 가격이 급락해 청산되기도 하잖아요. 그만큼 리스크가 있는 거 아닙니까.
“리스크를 측정해서 알려주는 시스템도 점점 더 발전할 겁니다. 시스템이 더 세련돼지면서 리스크도 점점 떨어질 거고요. 증권사 CMA 통장이 히트친 이유도 1할 계산 이자를 지급해서잖아요. 디파이도 많은 사람이 쉽게 이용하게 될 날이 올 겁니다.”
― AI 분야에서 한국의 글로벌 순위는 어느 정도 됩니까.
“올림픽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대개 10등 정도 하잖아요. 경제력 순위를 봐도 그 정도고요. 그런데 AI에서는 그보다 잘하고 있습니다. 5, 6위쯤이라고 할까요. 구현력 같은 경우는 올해 어떤 기관이 뽑은 AI 지표에서 2위까지도 했어요.”
AI 분야 한국은 5, 6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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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에 참석한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사진=조선DB |
“사람들이 똑똑해요. 우리나라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쓰잖아요. 원천기술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투자도 잘 받지 못하고요. 서양에서 원천기술이 나오면, ‘이걸 디지털 마케팅에 쓰면 이렇구나’ 이런 식으로 응용을 기가 막히게 잘해요. 다양한 벤처들이 AI를 알아서 잘 쓰고 있어요.”
― 예를 들면요.
“루닛이라는 기업은 엑스레이 영상을 보여주면 암이 있는지 없는지 굉장히 높은 정확도로 판독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어요.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이제는 글로벌 시장으로 바로 진출할 수 있거든요.”
― 결국 사람이 중요하군요.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많고, 창업 환경도 좋습니다. AI를 전공했고, 실력자라는 게 이력에서 입증되면 창업만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어요. 예전엔 공부 오래하면 돈 못 번다는 말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아니에요. 역사상 처음으로 기술과 지식만 있으면 성과를 낼 수 있는 장이 열린 것 같아요.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린 것도 영향을 미치고요.”
― 코로나19 영향도 있을까요.
“그렇지요. 흔히 사업은 술도 잘 마시면서 영업도 잘해야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잖아요.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런 것들이 덜 중요해진 영향도 있을 거고요. 이제는 누가 확실한 기술만 갖고 있으면 말 잘하는 CSO(Chief Security Officer・최고보안책임자)며, HR(Human Resources・인적 자원)이며 다 붙여주며 창업을 지원해줍니다.”
―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 같은 사람은 겉모습만 보면 몸도 약할 것 같더라고요.
“하나만 잘하는 전형적인 T자형 인재인 거죠. 그런데 그런 사람이 지구를 쥐락펴락하는 시대가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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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 사진=조선DB |
“우리나라는 블록체인 분야에 규제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똑똑한 천재들이 이걸 뚫고 가고 있어요. 테라(Terra)의 권도형 대표 같은 사람이지요. 테라에 최초로 투자한 기관이 두나무앤파트너스와 해시드입니다. 그때 제가 두나무앤파트너스에 있었거든요.”
― 테라는 이제 글로벌 기업이 됐지요.
“디지털금융과정 강의를 준비하면서 권도형 대표에게 전화를 했어요. 농담 반 제 첫인사가 뭐였는지 아세요? ‘형 전화 받아줘서 고맙다’ 그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 됐어요.”
― 테라가 내놓은 암호화폐인 루나(LUNA)의 가격이 크게 올랐지요. 권 대표의 경우 이제 가장 부유한 한국인 순위 상위에 들겠네요.
“권 대표도 천재예요. 2018년 제가 두나무앤파트너스에 있을 때 뉴욕에서 열리는 블록체인 분야 최대 행사에 갔어요. 미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 나온 백인 친구들이 두나무에 와서 투자를 받으려고 미팅을 하고 가고 그랬어요.”
― 미국에도 투자해주는 회사가 많을 텐데 왜 그랬죠?
“아시아에 거점을 만들어야 되잖아요. 그때 업비트가 전 세계 거래량 순위 5위 안에 들었어요. 아시아의 비전이 한국에 있다고 본 거죠. 한국 자본이 역사상 그런 대우를 받은 적이 있나요.”
― 신기하군요.
“트렌드를 잘 읽는 똑똑한 젊은 친구들이 활동할 수 있게 된 거죠. 해시드는 비탈릭 부테린이 ICO(Initial Coin Offering) 할 때 이더리움에 투자했어요. 몇천원 정도일 때 투자했고 그게 대박이 난 겁니다. 그러고는 테라 프로젝트에 최초로 투자했고요. 이게 또 대박이 나면서 암호화폐 부문에서 1위 투자사가 해시드예요.”
― 대단하군요.
“전 세계 톱10 코인 중 하나가 한국에서 배출됐어요. 최상급 투자사 중 하나도 한국에 있고요. 전 세계에서 꼽히는 주요 거래소도 보유 중이고요. 그 정도 되니 올림픽으로 치면 AI 분야가 7위권 내라면, 암호화폐는 5위 안에 들지 않을까요.”
중국 뒤따라 ICO 금지
― 상당 부분 한국의 개미 투자자들이 ‘가즈아’를 외치며 알바비를 투자해가며 이뤄준 거 아닌가요.
“맞아요. 그 귀한 기회를 잘 못 살렸어요. 정부가 ICO를 전면 금지했잖아요. 중국의 방향을 따라갔죠. 지금도 논의를 적극적으로 안 하고 있고요. 그게 제일 안타까워요.”
ICO는 암호화폐 공개를 의미한다.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뜻한다. 기업의 IPO를 생각하면 된다. 2017년 9월 문재인 정부는 ICO를 전면 금지했다.
― 피해자가 많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금지한 거 아닌가요.
“투자자 보호라는 취지는 좋지요. 어떻게 되는 게 최악인가 하면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발행 기관이 불명확한 코인은 거래되지 않도록 한다’ 좋은 규제 같잖아요? 그런데 이게 명문화되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한국 코인거래소에서 빠져야 해요. 발행 기관이 없거든요.”
― 규제도 때론 필요하겠지만 전체 판을 봐야 한다는 얘기군요.
“그렇죠. 전체 판을 안 보면서 규제를 하면 현실과 괴리가 너무 커집니다.”
― 소위 ‘김치 코인’이라 불리는 한국산 코인들이 많지 않습니까.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어떤 게 살아남을지 모르죠.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도 마찬가지잖아요. 거래 정지되고, 상장 폐지되고 망한 곳도 있지 않습니까. 결국 목표를 이루고, 사용자가 늘어나고 거래가 활성화되고 회사가 커져야 잘 될 거고 안 되면 새로운 코인에 밀릴 거예요. 그런데 아예 ICO 자체를 못 하게 했으니 시장의 건강한 옥석 가리기가 안 되는 거예요.”
― 그럼 국내 기업인 카카오가 만든 코인 클레이튼이나 다날이 만든 페이코인은 어떻게 만들었나요.
“둘 다 싱가포르에서 만들었어요. 싱가포르에 한국의 암호화폐 3년 치 노하우가 쌓여 있어요. 원래 한국에 있어야 했는데요.”
― 왜 싱가포르지요?
“전부 싱가포르에 가서 ICO를 하니까요. 싱가포르는 ICO 규제가 없거든요. 그 노하우가 싱가포르가 아닌 한국에 쌓여 있었으면 전 세계와 교류를 계속했을 겁니다. 사업을 하면 로펌이라든가, 회계법인이라든가 부가적인 업무들을 해주는 곳들이 필요하잖아요. 이런 업계가 가만히 앉아서 얻는 낙전만 해도 크거든요.”
국내 노하우가 싱가포르로
―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들도 싱가포르로 이주했겠군요.
“일단 기지를 거기에 둬야 하니까요. 자연히 인재도 거기에서 뽑겠죠. 그게 제일 아까워요.”
박 교수의 말이 이어졌다.
“싱가포르에서 ICO를 하려면 재단 이사장에 싱가포르 사람이 반드시 들어가야 해요. 그러니 사실 한국 거라 할 수 없는 거예요. 한국이 금고를 열 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재단인 것이지요. 부(富)는 모두 싱가포르에 쌓여 있는 겁니다.”
트래블 룰, 시장 왜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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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가상화폐 채굴장.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장비가 선반에 놓여 있고 장비의 열을 식히기 위해 대형 송풍기가 돌아가고 있다. 2018년에 촬영했다. 사진=조선DB |
― 트래블 룰이 전격적으로 시행됩니다.
“자금세탁을 방지한다는 취지일 텐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전체 구조를 봐야 해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건 글로벌 차원의 얘기거든요.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서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런데 자꾸 규제가 생겨서 자유롭게 오가는 흐름을 막으면 한국이 가두리 시장이 될 우려가 있어요.”
― 한국에서만 유독 암호화폐 가격이 비싼 소위 ‘김치 프리미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군요. 그러니 큰손들은 특검법이 시작되기 전에 외국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암호화폐를 보내 놓겠군요.
“그렇지요. 파레토의 법칙이라고 있어요. 최상위 20%가 전체 자산의 80%를 들고 있단 말입니다. 그 사람들은 이미 자산을 잠수함에 태워 외국으로 내보냈을 겁니다. 자금이 지하세계로 들어가 버린 거예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겠죠.”
― 규제 때문에 똑똑하고 동작이 빠른 사람들이 반사이익을 얻겠군요.
“정책에 부작용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런 점을 고려한 건지 모르겠어요. 암호화폐 과세도 마찬가지예요. 취지는 알겠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기본 철학이 뭔지 어떻게 충돌하는지 큰 그림을 보면서 영향을 고려해 정책을 펴야 하지 않을까요.”
― 외국 정부들은 어떻게 대응하나요.
“프랑스는 상당히 개방적입니다. ‘이번 블록체인 패러다임은 놓치지 않겠다’고 보고서에 썼을 정도니까요. 유럽에서 가장 개방적인 자세로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겠다고 했어요. 전문가들과 논의를 활발히 하고 있어요.”
― 미국은 어떤가요.
“미국도 개방적입니다. 규제를 하더라도 조건부로 규제하는 식이에요. 중국은 우리랑 같아요. 걸어 잠갔어요. 중국인들도 암호화폐 자산을 이미 외국으로 내보내서 해외에서 집 사고 했을 겁니다. 한국은 중국을 좇는 중인데, 대선 후보들은 개방적인 공약을 내놓았더라고요.”
― 국내엔 비트코인 채굴장이 많이 없지요?
“이런 제안도 있어요. 채굴하려면 전기가 들잖아요. 제주도에 풍력 발전 등 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이 증가해서 전기가 남는답니다. 그걸 육지로 보낼 수도 없잖아요. 남아도는 걸 돈으로 비축했다 필요할 때 쓰는 게 금융이잖아요. 남는 전기로 비트코인 채굴을 하면 에너지 금융이라는 거죠.”
― 괜찮은 아이디어네요.
“에너지를 저장했다 쓰면 되지 않나 반박할 수 있는데, 에너지를 저장하고 꺼내 쓰는 과정에서 손실이 어마어마하거든요.”
투자금 2%는 암호화폐에
― 평소 지인들에게 암호화폐 투자를 권하나요.
“학술적으로 증명된 방법이기도 한데요,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 한 2~3%, 1000만원 투자하시는 분이라면 20만~30만원을 암호화폐에 넣으면 어떨까 싶어요. 워낙 변동성이 크니까 더 내려갈 수도 있지만, 전체 수익률을 훨씬 높이거든요. 두 배 정도 높여요. 2~3%니 손실이 나도 영향이 적고요. 그 정도로 시작하시라고 권유를 하죠.”
― 어떤 코인을 사야 할까요.
“잘 모르시면서 처음부터 변동성 높은 잘 모르는 코인 사지 마시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정도가 어떨까 싶어요. 스테이킹으로 맡겨놓으면 1년에 7~8% 이자가 나오는 클레이튼 같은 코인도 있고요. 코인 가격이 내려가도 스테이킹에 맡겨놓으면 복구가 되잖아요.”
― 미성년자들이 코인에 투자하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저는 제 아이들에게 용돈을 코인으로 줄 거예요. 자식들에게 증여를 할 때도 교육 차원에서 주식과 현금, 암호화폐를 3분의 1씩 섞어서 줄 수 있겠지요. 10년에 한 번씩 함께 자산 현황을 점검하면서 경제 교육도 할 수 있고요. 그렇게 투자 마인드를 길러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