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 2022년 608조원, 사상 최대 슈퍼 예산 한국 경제 성장에 毒일까 得일까 : 월간조선

607조7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정부 예산(총지출 기준)이 편성된 2022년. 말 그대로 대한민국이 그동안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슈퍼 재정’이 등장했다. ‘정부의 재정건전성 악화 추세가 위험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특히 심각한 상태로 급증한 국가 부채와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대선(大選)을 앞둔 여당과 야당 등 국회, 또 정부가 허리띠 졸라매기 대신 608조원에 육박하는 슈퍼 예산을 선택했다.

여전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608조원에 육박하는 슈퍼 예산은 2022년 한국의 경제 성장과 안정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가파르고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재정 부채와 치솟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덫으로 돌변해 우리 경제의 성장 지체와 위기의 시작점으로 작용하게 될까.

부채·인플레이션 폭증에도 607조 슈퍼 예산 선택

2021년 12월 3일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607조7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슈퍼예산을 가결한 모습. 사진=뉴시스

2022년 한국 경제를 향하는 국내외의 시각은 방향성을 가늠하기 쉽지 않 을 만큼 조금 어지럽다. 먼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ADB(아시아개발은행) 같은 몇몇 경제 관련 국제기구들과 정부, 한국은행 등은 2022년 우리 경제에 대해 그리 나쁘지 않은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와 언론들이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 혹은 전망을 설명할 때 애용하는 OECD의 자료를 보자.

OECD는 2021년 12월 1일 〈세계 경제전망(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내놨다. 이 자료를 통해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종인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수출 성장과 투자 상황 개선’을 전망하며 한국의 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로, 또 2022년 경제성장률은 3%로 제시했다.

이 기사 마감 4개월 전인 2021년 9월 OECD가 제시했던 기존 2021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와는 동일하고, 202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터키, 영국, 러시아 등 OECD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1.6%포인트까지 상대적으로 큰 폭의 상향 조정을 한 국가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재정 지출과 통화 확대를 지속하며 전 세계 유동성 버블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과 비교하면 OECD발(發) 2021년은 물론 2022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가가 박한 것만은 아닌 셈이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역시 2021년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해 4% 전망치를 고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 우리 정부가 바라보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시선은 이보다 더 낙관적일 수 없는 모습이다. 2021년 12월 둘째 주까지 2021년 경제성장률을 무려 4.2%로 전망하기도 했다. 기사 최종 마감 2주 전인 지난 12월 2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정부가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4%로 낮추기는 했다. 하지만 202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하며 여전히 낙관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 OECD 등의 전망과 달리 한국의 2021년 경제성장률이 4%를 지켜낼 가능성은 사실상 매우 낮다는 분석이 크다. 국내외 경제 관련 연구소(원)들과 언론, 또 국내외 주요 금융·투자사들조차 한국의 실제 경제성장률에 대해 ‘3% 중후반 정도도 선방’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있다. 결국 2022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비교적 낙관적인 3%대로 전망하고 있는 정부나 한국은행의 바람과 달리, 실제로는 2% 중후반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짙다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이 같은 분석은 대형 민간 경제연구소들로부터 쏟아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 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기업 소속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이 2022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하는 상황이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보다 조금 후하긴 하지만 2.9%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며 3%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608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2022년 예산으로 쏟아붓고, 이를 통해 3%대 낙관적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개한 정부에 민간 경제 부문에서 나오고 있는 이 같은 시각은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정부·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 낙관

내수 시장이 빈약한 한국 경제는 해외에서 원료의 대부분을 공급받아 가공한 부품과 완제품을 만들어 파는 수출 주도형 제조업이 여전히 주력이다. 현재 세계 경제 흐름은 이 같은 경제 구조를 가진 국가들에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다. 끊임없는 변종 출현에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임계점을 향해 가파르게 상승 중인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주요 경제국들이 고민하고 있는 기준 금리 인상 이슈, 각종 산업의 심각한 공급망 차질, 특히 미국 정부와 인텔을 중심으로 철저히 미국 주도로 빠르게 재편 중인 반도체 시장의 급변과 짧은 기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국제 원유가 등 불안한 상태의 원자재 시장,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몰린 헝다(恒大) 등 부동산 관련 기업들을 중심으로 채권 등 부채 상환 불능 가능성이 치솟으며 세계 자본 시장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부실 문제 등 경제적 관점에서 우려스러운 요소들이 돌발적으로 계속 등장하는 실정이다.

이미 한국 경제에 이런 리스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21년 12월 기준, 직전 분기인 2021년 3분기까지 확인된 각종 경제 지표들이 우리 경제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2021년 3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 등이 제시한 연간 전망치인 4%는 고사하고 고작 0.3%에 불과했다.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2020년 2분기 -3.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더구나 3분기 경제성장률 0.3%는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한은이 여전히 2021년 경제성장률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4%가 사실상 힘들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 크다. 경제성장률 하락 추세 역시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 2분기 -3.2%로 추락했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0년 3분기와 4분기 각각 2.2%, 1.1%로 빠르게 회복했다. 하지만 2021년 1분기 1.7%를 마지막으로 2021년 2분기 0.8%, 3분기 0.3%로 다시 깊고 빠르게 지표가 급락해버렸다.

유동성 버블이 만든 심각한 인플레이션

이 같은 경제성장률과 관련해 우려가 커지는 부분이 인플레이션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였다. 정부의 연간 물가관리 목표인 2%는 물론 OECD의 2021년 한국 인플레이션 전망치 2.4%(9월까지 2.2%로 전망)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더욱이 이런 물가상승률 추세가 정부나 각종 경제 관련 연구소(원), 심지어 시장의 전망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을 만큼 빠르고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데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1년 4분기 시작점인 10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3%를 뚫었고, 불과 한 달 만인 11월 3.6%로 치솟은 것이 이런 우려를 키우는 것이다. 참고로 2021년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6%는 약 10년 전인 2011년 12월 4.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물가상승률이 2개월 연속 3% 이상이었던 것 역시 약 10년 전인 2012년 1월과 2월 이후 처음이다. 현재 한국이 얼마나 강력한 인플레이션 상황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사실 심각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문제의 핵심은 부풀 대로 부풀어 있는 유동성 확대에 있다. 국가 부채비율 급증 등 재정건전성 우려와 비판에도 2018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예산 키우기를 통한 재정 확대, 또 최근 1~2년 청와대·여야 국회·정부의 이해가 얽혀 경제 논리보다 정치적 이슈와 판단에 따라 수시로 결정되고 있는 천문학적 규모의 추경(추가경정예산), 여기에 수년전부터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실기론, 코로나19로 인한 정부 주도의 각종 지원금 확대 등 수년째 속도 조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돈 찍어내기가 시중의 유동성을 폭발적으로 부풀린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지난해 12월 3일, 여당과 야당 등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607조7000억원이라는 대한민국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상 최대의 슈퍼 재정을 편성했다. 심지어 이 슈퍼 예산은 정부인 기획재정부가 기존에 공개하고 국회에 제시했던 2022년 정부 예산안 604조4000억원보다 무려 3조3000억원, 즉 8.9%나 증액한 것이다. 정부의 1년 살림살이를 기획·집행하는 기재부의 판단보다, 대선(大選) 등 선거를 코앞에 둔 정치권이 돈 풀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 압력·자산 버블 독 되나

한국의 주요 수출 항구인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의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장. 사진=뉴시스

사상 최대 슈퍼 예산이란 수식어가 붙은 올해 재정 확대가 과연 ‘2022년 경제성장률 등 우리 경제를 안정화시키며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끌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와 관련해 낙관론을 펴는 몇몇 시장과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야 국회가 승인해 정부가 쓸 수 있게 된 607조7000억원 규모의 돈 정도면 우리 경제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 현상 유지는 가능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이 시선의 핵심에는 3월 예정된 한국 최대의 정치 이벤트 ‘대통령 선거’와 이어지는 6월 ‘지방선거’가 있다. 정파를 가리지 않고 여당·야당 등 국회와 거의 모든 대선 후보, 또 청와대와 정부, 지자체들까지 어떤 형태로든 재정 확대를 멈추지 않게 할 것이라는 게 그동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변하지 않고 이어져 온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인들과 정부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보다, 돈을 쏟아부어서라도 당장 눈에 보이는 공적 부문에서의 자금 지원책같이 표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각종 지표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민간 영역의 낮아진 구매력 등 소비 실태, 또 세계 경제와 맞물려 잔뜩 움츠린 기업들 투자 현실에서 슈퍼 예산을 손에 쥔 정부가 공적 영역에 돈을 쏟아붓는 방법으로 성장률 등 각종 지표 하락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607조7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슈퍼 예산에 우호적 시각을 보이는 낙관론자들조차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 경제 원리와 이것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 경제에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에 대해 뚜렷한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608조원에 육박하는 슈퍼 예산을 바라보는 시장과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 중에선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신중론 가운데서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당장 민간 영역의 낮아진 구매력과 저조한 투자 실태로 인해 공적 영역이 한껏 부풀려놓은 인플레이션 압력은 결국 우리 경제 전반, 특히 서민 경제에 독(毒)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질 소득이 증가하지 못하는데 소비력마저 떨어진 상태에서 정부 등 공적 영역이 이런 상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1~2회성 지원금 등 생산 활동과 무관한 각종 명목의 자금을 시중에 쏟아냈을 때, 소득 증대와 소비 진작이라는 기대효과보다 인플레이션 압력만 더 키우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이렇게 더 강해지게 될 인플레이션 압력이 대부분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식료품 등 필수 소비재에 반영될 가능성이 짙다. 특히 가뜩이나 최근 2~3년 가격이 폭등한 부동산과 주식시장 등으로 집중돼 투기 버블 역시 더 확대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5년 지출 예산 51.7% 급증

최근 OECD가 제시한 한국 등 주요 경제국과 경제 지역의 2021년, 202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사진=뉴시스

사실 607조7000억원짜리 슈퍼 예산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더 큰 문제는 ‘부채’, 즉 국가 부채 폭증과 가파른 상승 추세다. 국가 부채를 이야기할 때 통상 부채 규모와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비율도 중요하다. 하지만 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특정 기간 확인되는 ‘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의 증감 속도’와 ‘방향성(추세)’이다. 특정 기간 국가 부채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이런 부채비율 상승세가 지속성을 보일 경우 주요 자본거래국들과 세계 자본시장, 또 글로벌 신용평가사 등 외부에서는 자칫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과 신뢰도에 이상, 혹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우선 ‘본예산’을 기준으로 최근 몇 년 정부의 예산 실태를 살펴보자. 정부 예산이 본격적으로 급증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다. 문재인 정부 이전인 2010년 이후 2017년까지 전년 대비 정부 예산 증가율은 6%를 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상황은 다르다. 문 정부에서는 오히려 전년 대비 정부 예산 증가율이 7% 아래로 한 번도 내려간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예산 편성인 2018년, 전년 대비 정부 예산 증가율 7.1%였던 것이 문 정부의 모든 기간 중 가장 낮은 예산 증가율로 확인되고 있을 정도다. 참고로 그동안 문 정부의 전년 대비 정부 예산 증가율을 살펴보면 2019년과 2020년 각각 9.5%와 9.1%로 9% 이상, 2021년 8.9%와 2022년 역시 8.9%에 이를 만큼 매년 정부 예산을 대규모로 증액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2017년 정부 예산이 약 400조5000억원이었으니 2022년 예산 607조7000억원을 감안하면, 본예산 기준 문 정부 5년간 정부 예산이 무려 51.7%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것은 본예산만을 분석한 것이다. 매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추경(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하면 최근 몇 년 정부가 쏟아낸 예산 증가율은 이보다 훨씬 커지게 된다.

이렇게 급증하고 있는 정부 예산 속에 특히 우리 경제와 관련해 심각성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각종 이유를 내세워 재정 지출 규모를 키우고, 이를 위해 정부 예산을 단기간에 천문학적인 규모로 부풀렸을 때 국민과 우리 경제가 이를 무리 없이 뒷받침해줄 수 있을 정도로 정부의 재정 능력이 충분하냐는 점이다. 이에 대한 우려가 시간이 갈수록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이미 한국 정부의 적자 재정 실태가 우려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 재정’은 말 그대로 정부가 벌어들인 ‘재정 수입’보다 쓰고 있는 돈인 ‘재정 지출’이 많은 적자 상태를 의미한다. 2020년부터 우리 정부는 이미 적자 재정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 12월 국회가 확정한 정부 예산에 따르면 2022년 역시 적자 재정이 불가피하다. 재정 적자의 규모와 증가 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예산 관련 자료를 확인해 보면 본예산에 추경까지 적용한 2020년 정부 수입보다 재정 지출이 많았다. 본예산과 두 차례 추경을 적용한 2021년 12월 3일 자 기재부 자료를 분석하면 2021년 역시 정부의 수입보다 재정 지출이 무려 90조3000억원이나 많은 적자다. 2022년은 추경을 제외한 현재 확정된 본예산만으로도 정부 총수입보다 지출 규모가 이미 54조1000억원이나 많은 대규모 적자 상태다.

매년 늘린 슈퍼 예산 뒤 수십조씩 쌓인 재정 적자

기획재정부 홍남기 장관이 지난 8월 31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계, 기업, 국가 등 주체가 누구이든 대규모 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어떤 형태로든 재정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재정 확대와 정부의 대규모 예산 증액 논란에서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슈퍼 예산과 재정 적자 확대, 또 건전성 지적을 받고 있는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단순하다. 정부의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정부발(發) 각종 사업을 통해 수입을 끌어올릴 수도 있겠지만 공적 기능과 목적에 따라 이뤄지는 정부 사업의 성격상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방법이다.

이론적으로는 세목과 세율 조정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방법도 있다. 국민의 ‘조세부담률을 지금보다 더 높인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미 국민들 사이 이번 정부 들어 정규 세금 부담은 물론 심지어 준조세 성격의 공적 부담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사회적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이어지는 2022년 정부가 더는 손을 대기가 부담스러운 방법이다.

민간 영역의 투자수익률을 훨씬 능가할 만큼 정부 소유 기금의 수익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정부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출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외 경제 상황으로는 앞선 방법들보다 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카드는 국채 발행, 즉 빚을 내 부족한 적자 재정을 충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2020년과 2021년 수차례 이뤄진 추경 과정에서 국채 발행으로 적자 재정을 충당했다. 607조7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슈퍼 예산에도 불구하고, 이미 정부 본예산만으로도 적자만 54조1000억원인 것이 2022년 재정 실태다. 여기에 오미크론이라는 코로나19 변종이 한국을 강타 중이고 대선에 지방선거까지, 표 계산에 바쁜 여야 정치권은 2022년 1월 시작과 함께 벌써 추경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국민이 갚아야 할 국가의 빚인 대규모 국채 발행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2022년 국가 부채 사상 최대 1064조 넘어서

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도 짚어야 한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정부의 재정 리스크를 지적할 때 ‘안정적 재정운용을 위해 국가 채무비율 40% 선을 지켜야 하느냐’는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하지만 지금은 이 논란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 매년 국가 채무비율이 폭등해 이제 ‘60%를 넘겨도 괜찮겠느냐’ 혹은 ‘60% 이내로 관리해야 하느냐’는 문제로 상황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집계·발표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통계청과 기재부 자료를 기준으로 국가 채무를 살펴보면 2018년 680조5000억원이던 국가 채무가 2019년 723조2000억, 2020년 846조6000억원 증가했다. 기재부 집계인 2021년 국가 채무는 965조3000억원이고, 2022년에는 추경을 제외한 본예산만으로도 국가 빚이 1064조4000억원으로 1000조를 넘어서게 된다. 불과 5년 만에 국가 채무가 383조9000억원, 즉 56.41% 이상 말 그대로 폭증한 것이다.

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 증가세 역시 가파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35.9%와 37.6%로 40% 아래였다. 하지만 2020년 43.8%로 40%를 넘어섰고, 2021년 47.3%(기재부 통계)로 급증했다. 더욱이 2022년은 본예산만으로도 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은 이미 50%에 이른다. 추경이 더해지면 국가 채무비율이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짙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을 보는 국내외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1~2030년 중기재정전망’을 통해 현재 상황이 유지될 경우 국가 채무비율이 2025년 61%를 넘고 2030년 78.9%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시각은 더 박하다. IMF(국제통화기금)가 2021년 10월 내놓은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를 분석해 보면, 2022년 55.1%로 상승한 국가 채무비율이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망보다 빠른 2024년 61.5%로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IMF는 2026년 한국의 국가 채무비율이 66.7%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았다.

“정부의 재정 운영 기준·원칙·방향성 있긴 한가”

사실 국가 채무비율 수치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관리 한계로 불려온 국가 채무비율 40%니 60%니 하는 것이 사실은 경제학적 근거나 이론에 의한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주요 경제국들의 재정 운영 경험이 반영된 일종의 ‘관례적 수치’이다. EU(유럽연합)가 권장하는 국가 채무비율 60%를 보자. 이 역시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 과거 기존 회원국들이 비회원국의 EU 가입 시도 시 국가 채무비율 60%를 평가에 반영하던 것이 근거일 뿐이다.

국가부채 관리와 관련해 수치만큼 중요한 것은 ‘재정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분명하고 합리적인 ‘재정 원칙이 있느냐’는 것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성 교수는 “최근 몇 년 우리 정부의 재정 운영 실태를 보면 확고한 기준과 원칙, 방향성 없이 그때그때 급하게 대책을 찾으려는 모습”이라며 “국가 부채의 총액이나 채무비율 같은 것보다 이런 재정 운영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찾기 힘든 우리 정부의 재정 관리 실태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 결국 우리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마저 불안감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문제는 성태윤 교수만의 지적이 아니다.

서울대 경제학부 김소영 교수 역시 “예산 증가 폭과 채무비율의 가파른 상승도 문제지만 세밀하게 계획된 기준과 과정을 통해 재정이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 정부 예산 증액과 재정 지출이 확대돼온 과정을 보면 재정 운영 방향이나 성장 모델 없이 그때그때 즉흥적인 이유들을 내세워 늘려온 듯한 인상도 있다”고 했다.

정부 예산 급증과 맞물려 국가 부채와 채무비율의 빠르고 가파른 증가 추세 역시 우려스럽다. 지난 10월 IMF는 〈재정점검보고서〉를 통해 주요국들의 국가채무 증가 실태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주요 35개국의 평균 채무비율 121.6%와 비교해 한국의 국가 채무비율이 낮은 수준이긴 하다.

하지만 국가 부채와 채무비율의 ‘증가 폭’, 또 ‘증가 속도’와 관련해서는 주요 35개 경제국 중 가장 크고 빠른, 1위로 분석하고 있다. 2021년을 기준으로 2026년까지 IMF는 한국의 국가 채무비율 상승 폭을 15.4%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3% 정도로 분석한 주요 35개국 평균치는 물론, 현재 가장 적극적인 재정 지출과 통화 확대로 전 세계 유동성 버블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G7 국가의 -3.2%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경제국들이 정부 지출 축소와 예산 증가율을 어떻게든 낮추는 방향의 정책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한국만큼은 부채 확대를 지속할 것이라는 게 IMF의 시각이다.

“너무 빠른 부채 증가 속도 위험한 게 사실”

불과 몇 년 만에 지출 기준 정부 예산 증가 폭이 51%를 넘어서며 단숨에 607조원 이상으로 급증한 정부 예산과 맞물려, 국가 부채 역시 사상 최초로 1000조원을 넘어서게 될 만큼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더구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몇 년 만에 국가 채무가 383조9000억원, 즉 56% 이상 폭증했을 만큼 빚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서울대 김소영 교수는 “이 부분이 결국 한국 경제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리스크 요인이 될 가능성이 짙다”며 “부채 규모나 비율 문제에 앞서, 당장 빚 증가 속도가 주요국 중 가장 좋지 않게 평가되고 있을 만큼 빠르다는 점은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외부 시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사실 기축통화국이라면 부채를 늘리거나 증가 속도를 높여도 다른 경제국들보다 상대적으로 덜, 또 늦게 영향을 받는다. 세계 자본 시장과 경제 흐름을 그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非)기축통화국은 상황이 다르다. 국가 채무 급증과 빨라지는 부채 증가 속도는 채권과 환율, 또 신용도와 경제 환경 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국내 투자 감소나 철회, 또 국내외 자본의 이탈을 촉진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자산 버블 등 인플레이션 확대와 유동성을 풀어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성장률 등 각종 경제 지표의 착시 현상까지 불러오게 된다.

김 교수는 “최근 몇 년 확인된 부채 증가 속도는 어떤 관점으로 봐도 거의 모든 국내외 경제 영역에서 위험스러워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내부에선 인플레이션과 조세 및 준조세 부담 확대, 제조 등 생산 관련 투자 축소 같은 문제가 이미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외부 시각이 어느 수준까지 와 있다고 못 박긴 어렵지만 최소한 우리의 실제 경제 체력과 무관하게 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 성장 지원보다 비효율적 소모성 지출 많아

2021년 12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식품 매장 모습. 지난해 11월 생산자물가지수가 1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가 부채 1000조원 돌파를 감수하고 만들어낸 사상 최대 정부 예산 607조7000억원. 이런 2022년 정부 예산이 과연 한국 경제가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상당수 경제학자와 시장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급증한 예산 상당 부분이 경제 성장이나 기반 확대와는 무관한 1회성, 지원성 지출 예산들”이라며 “비효율적 지출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익명으로 취재에 응한 한 금 융사 관계자의 진단도 비슷했다. 이 관계자는 “예산 내용을 분석하면 우리 내부의 경제적 필요와 세계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실제 생산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고용과 투자 확대, 각종 경제·산업 인프라 확장에 필요한 항목에서 예산이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조심스런 분석이라며 기자에게 “경제 기반을 늘리거나 생산력 확대, 양질의 안정적 고용 창출과는 딱히 연관성이 없는 정치적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각종 소모성, 지원성 예산이 중점적으로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서울대 김소영 교수 역시 “이전, 또 2022년 예산 역시 규모 면에서는 사상 최대로 커졌는데 경제 효율과 생산력을 높이거나 투자 강화에 유용한 예산 편성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다분히 정치적 판단에 따른 항목에서의 증액이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결국 경제 관점에서 방만과 비효율, 또 버블 우려를 키우는 방향의 증액일 수 있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자의 취재에 응한 경제 전문가들 모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정지출 확대의 필요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말했다. 하지만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예산과 재정 지출이 경제든, 복지든 정말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제대로 투입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비효율’과 ‘방만’을 강조할 만큼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말했다. 이들은 607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예산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경제적·사회적 요구와 필요가 큰 예산보다 정치적 판단과 이해가 얽힌 항목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나 한국은행, 또 상당수 경제 관련 국책연구소(원)들은 현재, 2022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 혹은 그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608조원에 육박할 만큼 사상 최대로 증가한 재정 지출 등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슈퍼 예산이 이런 전망이 나오게 하는 데 역할을 한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가 마냥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낙관론에 목소리를 집중하는 정부나 한국은행, 상당수 경제 관련 국책연구소(원)들과 달리 철저히 경제 환경과 시장 움직임에 집중하는 국내외 민간 영역에서의 분석은 사뭇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3%? 2%? 고민 커지는 경제성장률

2022년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해 후하게 봐도 3%는 넘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는 곳도 있다. 세계 최대 신용평가사인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를 보자. S&P는 608조원에 육박하는 정부 예산이 통과되고 불과 6일 뒤인 12월 9일, 자신들이 기존에 제시했던 전망치보다 0.1%포인트를 떨어뜨리며 “2022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7%에 머물 것”이라는 새 전망을 내놨다.

산업연구원의 분석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책연구원임에도 불구하고 2021년 11월 “2022년 국내 경제는 수출 경기 둔화와 정책 지원 축소, 기저효과 소멸 등으로 성장세가 다소 약화될 것”이라며 2022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9%로 전망한 것이다.

608조원에 육박하는 2022년 정부 예산을 제대로, 잘 사용하기만 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심각한 비효율적 지출과 방만한 예산 운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심각해지는 적자 재정과 부채 확대, 특히 그 어느 주요 경제국들보다 가파르고 빠른 국가 부채비율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것이 결국 한국 경제의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