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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문재인 정권 5년 차 부동산 시장 풍경

결국 ‘다주택 적폐들’이 文 정권 최후의 승리자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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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 郡·面에까지 퍼진 아파트값 폭등, 전남 구례군 아파트 가격도 2억5000만원
⊙ 文 정권 초기에 아파트 입주권 사들여 자산 100억원 이룬 신흥 부자들
⊙ 부동산, 바이오주, 암호화폐로 수십억원 벌어들인 ‘파이어족’들
⊙ 국민이 각자도생하는 사이, 정부는 작년보다 세금 48조원 더 거둬들여
지난 7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매 시세표만 붙어 있다. 아파트 매매가는 폭등하고, 전월세 매물은 씨가 말랐다. 사진=조선DB
  ‘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다.’
 
  지난 7월 31일 경상남도 양산을 찾았다. 천년고찰 통도사나 그 근방에 짓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 보금자리 정도로만 기억하던 도시였다. 인구는 35만명. 가장 가까운 KTX 역인 울산역에서 1시간여를 달렸을까. 양산 외곽의 한 모델하우스에 도착했다. 양산에 들어설 한 민간임대 아파트를 홍보하는 곳이었다.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래미안 등의 아파트 브랜드가 아닌, 처음 들어본 낯선 브랜드의 아파트였다.
 
 
  규제 피하는 임대주택 인기
 
지난 7월 경남 양산의 한 민간임대주택 모델하우스에서 계약서 작성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모델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의외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인파로 내부가 북적거렸다. 뙤약볕 아래 한적한 거리 모습과 대비됐다. 청년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평형은 계약 완료됐다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계약 상담을 하는 직원들은 할 일을 못 찾겠는지 사람들 사이를 서성거렸다. 인파에 들뜬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별다른 상담도 하지 않고 오로지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완판’될 것 같다는 소곤거림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민간임대주택이란 8~10년 뒤에 분양 전환할 것을 약속하고 공급하는 주택이다. 계약을 하면 ‘임차인’이 된다. 임대주택에 입주 전까지 임차인의 명의를 바꿀 수 있다. 임대주택이 인기를 얻으면서 임차권 거래에 웃돈까지 붙었다. 일명 ‘프리미엄’이다.
 
  민간임대주택 시장은 일종의 변종 주택 거래 형태로 봐야 된다. 정부가 주택 규제를 시장에 그야말로 융단폭격하자 수요와 공급이 민간임대의 형태로 새 나갔다.
 
  분양권이 아니고 임차권이기 때문에, 사고팔아도 별도의 신고가 필요 없다. 청약 자체도 쉽다. 소유 주택 수 규제를 받는 일반 아파트 청약과 달리 주택 수에 구애받지 않는다.
 
  일단 분명히 해두자면, 기자는 민간임대주택 거래나, 양산의 아파트 구매를 추천하기 위해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시국에도 식지 않고 여전히 ‘불장’인 부동산 이상 현상을 현장에서 들여다보고 싶었다. 보통 여름 휴가 기간은 부동산 랠리에서 잠시 쉬어가는 기간으로 보는데, 어째 올여름엔 그런 것도 없는 듯했다.
 
  서울에서 시작한 아파트값 고공 행진은 문재인 집권 5년 차 들어 대도시를 거쳐 지방 소도시와 군・면(郡·面)으로 번져가고 있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 구례군의 아파트 가격도 2억5000만원을 기록한 상황이다. 구례군민들의 경제력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주택 가격은 상당 부분 수요에 좌우된다. 구례군의 인구는 2만6000명이 안 된다.
 
  다시 양산의 모델하우스 안. 대기 중인 사람들 사이에 끼어 앉아 이들의 대화를 들어봤다. 재산 증식이라는 같은 목적 아래 전국에서 모여서인지, 이들은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가만히 들어보니 이들의 주된 화제는 ‘아깝게 놓친 투자처’였다. ‘부산 해운대’ ‘송도 미분양 아파트’ 등이 자주 들려왔다. 추후 아파트 가격이 어떻게 될지 이런저런 의견들도 오갔다.
 
  이들을 지배하고 있는 정서는 ‘위기감’인 듯했다. 무주택자는 단지 집 사는 데 관심이 덜했을 뿐인데 어느 날 ‘벼락거지’가 됐다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서울에서 온 30대 여성 A씨의 말이다.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안정화한다고 해서 아파트 구매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2년 지나니 제가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가 2배가 됐더라고요. 너무 오른 것 같아 지금이라도 사야 되는 건가 고민만 하는 사이에 더 올라버렸어요. 이젠 제가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을까 싶어요. 조금이라도 돈을 모으려고 양산까지 왔네요.”
 
  1주택자는 1주택자대로, 소위 ‘상급지’, 즉 더 좋은 지역으로 옮겨가기 어려워졌다며 불안해했다. 다주택자들은 정부 규제를 눈치 보며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듯했다.
 
  위기감에 더해 ‘상대적 박탈감’도 느껴졌다. 지방 소도시 거주자들은 부산, 대전, 광주 등 인근 대도시의 아파트값 상승률을 보며 위축되고, 지방 대도시 사람들은 서울 아파트값을 보며 힘이 빠지는 식이다. 서울 거주자들은? 요즘 말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된 강남 3구를 부러워하거나 외면한다.
 
 
  文 정권 시기 등장한 신흥 부자들
 
  이들은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올랐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거라 보는 듯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며 추경, 3기 신도시 토지 보상까지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내려갈 수 없다고 본다고들 했다. 이미 공급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에 이 정부가 무슨 정책을 내놔도 아파트, 특히 신축 가격은 우상향(右上向)한다는 얘기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서울, 경기, 부산 등지에서 조를 지어 내려왔다. 45인승 버스를 대절해 전국을 돌며 ‘임장(臨場) 투어’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임장’이란 현장을 방문해 부동산 매물과 주변 환경을 확인하는 걸 뜻한다.
 
  전주에서 차를 대절해 양산을 찾은 이들을 만났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주에서 공무원을 하는 50대 남성 B씨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는 이번 정부 들어 드디어 100억원대 자산가가 됐다고 한다. 그와 대화를 나눠봤다.
 

  ― 어떻게 100억원으로 불었나요.
 
  “40대가 지나기 전에 한 10억원 정도라도 모을 수 있을까? 생각했지요.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더라고요. 100억원대로 자산이 불었어요.”
 
  ― 주로 어떤 투자를 했나요.
 
  “미분양 아파트들을 사들였어요. 인천, 부산에서는 여러 채를 샀죠. 서른 채 가까이 있었는데 지금은 일부 정리했어요. 가족, 친척들 명의로 분산해놨고요. 주식과 암호화폐로 몇억원을 벌기도 했는데 주력한 건 아파트예요.”
 
  ― 세금이 부담되지 않나요.
 
  “정부와 맞벌이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세무사도 조사 들어오니 너무 세금 아낄 생각하지 말라 하더라고요. 어차피 한 채 팔면 5억~6억원씩 남으니 세금 내는 데는 별문제가 없습니다.”
 
 
  “文 찍은 손가락 자르고 싶어”
 
  함께 있던 또 다른 투자자 C씨는 반대로 재미를 못 본 경우다. 전주에 사는 50대 여성인 그는 여러 채 보유했던 아파트를 정리하고 상가로 방향을 바꿨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상가는 애물단지가 됐다.
 
  “많이 아쉽죠.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폭등할 줄 알았나요. 제 주변에선 문재인 대통령 찍은 손가락 잘라버리고 싶다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전주의 투자자들이 왜 양산까지 왔을까 싶었는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전주는 최근 2년 동안 4대 신도심을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 시세가 급등했다. 전북혁신도시, 만성지구, 에코시티, 효천지구다.
 
  특히 전북혁신도시가 시세 분출을 실질적으로 견인했다. 전북혁신도시는 전주와 완주에 걸쳐 위치한다. 실질적으로 전주라 보면 된다. 세금 1조5000억원 이상이 전북혁신도시 조성에 투입됐다. 13개 공공기관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해왔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혁신도시 15년의 성과평가와 미래발전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전북의 계획인구 달성률은 93.4%다. 부산(107.5%), 울산(95.4%)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다. 늘어난 일자리 수로 보면 전국 1위다. 전주의 아파트값 상승은 어찌 보면 필연이었다. 현지 사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서울에 앉아서, 지방 아파트값 급등은 ‘투기꾼들의 가격몰이’ 때문이라고 분석한 게 얼마나 우매한 탁상공론인지 실감했다.
 
 
 
시세 상승에서 소외된 원주민들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앞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에 반대하는 단체의 회원들이 ‘자국민 역차별 賣國 부동산정책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정작 전주에서 오래 살던 주민들은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오를 줄 몰랐다고 한다. B씨의 말이다.
 
  “전주에도 아파트 입주권을 갖고 있었어요. 프리미엄이 붙자 몇 채 정리했어요. 아파트 등기도 치기 전에 프리미엄이 3억5000만원까지 붙은 건 전주에선 처음 일어난 일이에요. 프리미엄이 몇억원이 붙으니 전주 사람들은 겁이 나서 쉽게 못 샀어요. 외지인들은 아직도 싸다면서 몇 채씩 샀어요. 그 아파트들이 지금은 애초 분양가의 3배가 넘게 거래돼요.”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예상을 뛰어넘어 오를 수 있다는 걸 눈 뜨고 당하는 식으로 뼈아프게 깨달은 셈이다. 이 교훈을 바탕으로 이들은 아직 덜 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B씨가 인천 송도에 주목한 이유다.
 
  “송도도 부산처럼 해변에 있잖아요. 해운대처럼 계획도시이기도 하고요. 제주도처럼 국제학교도 있고요. 해운대에 비하면 너무 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B씨는 재빨리 송도 아파트를 여러 채 사들였다. 그 결과 현재는 이미 원금의 수배에 달하는 차익을 남겼다. 정작 인천이나 서울 거주자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고전한 송도, 청라의 아파트 시세 흐름을 알기 때문에 쉽게 송도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혁신도시에서 깨달은 교훈을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접근한 결과 큰돈을 번 셈이다.
 
  신축 불패 학습 효과 때문일까. 이제 익산, 군산, 김제 같은 곳도 시세가 오르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난 6월 전라북도 익산시 마동 24-5번지 일원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익산’의 경우 평(3.3㎡)당 1200만원 이상의 분양가로 공급했는데, 프리미엄이 벌써 저층 기준 6000만원이 붙었다고 한다.
 
  원룸을 지어 팔아 번 돈으로 아파트를 사들여 수십억원으로 자산을 불렸다는 D씨는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김제 집값이 오르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김제에선 토지 보상금으로 40억원, 50억원씩 보상을 받았답니다. 그 시골에서 벤츠, 아우디가 팔린다니까요. 전북 쪽 상황만이 아니에요. 대전 도안신도시를 보세요. 3억원대에 분양했는데 12억~13억원 얘기가 나와요. 전국이 불장입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가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진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시중 유동성을 늘린 결과 빚어진 인재(人災)다.
 
 
  부동산 흐름 왜곡한 정부
 
  부동산 시장엔 ‘10년 주기설’이란 게 있다. 상승장이 약 5년 지속되면 하락장이 5년 이어진다는 뜻이다.
 
  주기가 존재하는 이유는 이렇다. 주택도 결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조정된다. 그런데 주택은 어느 날 갑자기 공급을 늘릴 수 없다. 신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선 빨라도 4~5년이 걸린다. 택지 보상이나 기존 거주자들의 이전 절차를 생각해보자. 그린벨트를 풀어 짓는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창릉신도시 자리를 가보면 토지 보상과 관련해 신도시 지정에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걸려 있다.
 

  이러니 정권 초기에 공급을 늘리기로 결정해도 정권 말기가 되어서야 주택이 실제로 시장에 공급된다. 수요와 공급 사이에 지체가 있을 수밖에 없단 얘기다. 재개발 경우엔 더하다. 조합 설립부터 입주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급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주택 가격이 보합세로 돌아선다. 내려갈 땐 서서히 내려간다. 하방경직성 때문이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높은 부동산 거래세가 큰 역할을 한다. 올해 7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2500만원이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세금으로 3300만원을 내야 한다. 취득세로 3000만원, 지방교육세로 300만원이다. 그렇다면 매수자에게 이 아파트의 원가는 10억3300만원이 된다.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감안하지 않고도 말이다.
 
  그러면 이 매수자는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10억3300만원 이하의 가격으론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한번 손이 바뀔 때마다 아파트의 체감 원가가 올라가게 된다. 하락장이라고 갑자기 가격이 폭락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급매 물건이야 상승장이나 하락장이나 늘 존재한다.
 
 
  노무현 정부 ‘시즌2’
 
  물론 하락장에서도 하락 속도와 낙폭의 차이는 있다. 공급 시기와 지역이 얼마나 겹치는지, 글로벌 경기침체 발생 등이 변수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지속된 수도권 아파트 상승장은 2007년 막을 내렸다. 2007년부터 서서히 시작된 하락장은 2008년 본격화됐다. 미국발 금융위기 탓이다. 2013년에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 2014년부터 꿈틀대기 시작하더니,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해 지금까지 왔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약 7년간 부동산 상승장이 지속된 이유는 뭘까. 5년이 아니고 말이다. 바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탓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당시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세금 규제를 걸었더니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잠시 멈추더니 이듬해 폭등했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노무현 정부 ‘시즌2’라 부르는 이유다.
 
  이 정부는 강남 아파트값을 잡겠다며 전방위로 신규 아파트 공급을 줄이는 정책을 폈다. 재건축・재개발을 스톱시켰고, 양도세를 중과해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자신들이 내건 정책 목표와 정확히 반대되는 정책을 편 셈이다.
 
 
 
인간 본능 무시한 정부 정책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학원에서 청년들이 부동산 경매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조선DB
  대신 공급을 늘리겠다며 ‘역세권 청년주택’ ‘행복주택’ 같은 한 동짜리 소형 임대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물론 문 대통령처럼 13평(44㎡)짜리 행복주택을 둘러보며 “부부에 아이 둘까지 살겠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불행히도 현실에선 갓 결혼한 신혼부부도 24평(79㎡) 이상을 선호한다. 행복주택이나 청년주택은 주택 공급으로 간주하기 힘든 이유다. 복지정책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많은 것이 그렇겠지만 특히 주거에 있어서는 수준을 낮추기 힘들다. 한번 신축 아파트에 살면 20~30년 된 구축 아파트나 빌라, 다세대로 웬만해서는 주거를 바꾸기 힘들다. 결혼과 출산, 자녀의 진학 등 생애주기가 진행될수록 주거의 질이 중시된다.
 
  신흥 부자가 된 이들은 자연스럽게 비슷한 상황의 이들끼리 어울린다고 한다. 부동산 신흥 부자 외에도 주식, 코인 신흥 부자들이다. B씨의 말이다.
 
  “바이오 주식으로 60억원 벌고, 암호화폐로 100억원 넘게 번 이들이 여럿 있어요. 씨젠 주식의 경우 2만원이었던 게 33만원을 찍었잖아요. 일하는 게 의미가 없으니 회사도 그만두고, 사업은 정리하더군요.”
 
  벌어들인 사람이 있으면 잃은 사람도 있다. 기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집을 구매하지 않은 걸 두고 다투다 별거에 들어간 부부나, 결혼자금을 몽땅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90%를 날리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청년이 떠올랐다. 뉴스 속의 먼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 기자가 직접 목격한 현실이다.
 
 
  부동산 사들이는 중국인들
 
  과연 아파트 가격은 올라가기만 할까. 이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D씨의 말이다.
 
  “폭락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구가 줄어든다지만 1인 가구가 생각보다 엄청 많아요. 부모와 떨어져 사는 젊은이들도 있고, 이혼도 많이 합니다. 그런데 다들 신축을 선호해요. 여기에 외국인들까지 가세하잖아요. 해운대 아파트는 중국인들이 꽤 많이 매수했다고 해요.”
 
  중국인들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빌딩, 토지까지 사들이고 있다. 서울 마포의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에게 물으니, 마포, 특히 연희동 일대에 빌딩이 매물로 나오면 중국인들이 바로 사가는 일이 많다고 한다. 연희동엔 한성화교학교도 있고, 중국인들이 하는 자영업장도 많아 중국인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기자는 부동산 상담만 전문으로 하는 조선족 사주상담가도 봤다.
 
  지난 4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 국토교통부에 질의해 받은 외국인 토지 보유 현황을 보면, 교포・법인을 제외한 순수 외국인 소유 토지 면적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2014만2000㎡로 나타났다. 2016년(1199만8000㎡)과 비교해 약 67.9%(841만4000㎡) 증가했다.
 
  외국인 중 중국인이 소유한 토지는 2016년 2만4035건(필지 기준)에서 지난해 상반기 5만4112건으로 3만77건(125.1%) 늘어났다.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더 늘어났다. 중국인들이 소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같은 기간 2조841억원에서 2조7085억원으로 30%(6244억원) 상승했다. 미국인들이 소유한 토지가 4%(5600억원) 상승하고, 일본인 소유 토지는 4.5%(1200억원)로 오히려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외국인들은 한국인이 받는 각종 부동산 규제에서 자유롭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의 부동산 시세는 뉴욕・도쿄에 비해 아직도 싸다고 인식되고 있다. 서울・부산의 아파트값이 올라도 외국인들이 어느 정도 물량을 소화할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다.
 
 
  “적폐되었어야”
 
  양산까지 원정 온 부동산 투자자들과의 대화는 결국 ‘적폐가 되었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그것도 가능한 한 빨리 말이다. 강남 아파트 소유자, 그리고 다주택자가 문재인 정권 5년 차 최후의 승리자라는 얘기다.
 
  이들은 앞으로의 부동산 재테크 전략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공시가 1억원 미만의 주택을 사들이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공시가 1억원 미만의 주택은 취득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는다. 1.1%의 취득세만 내면 된다. 서울, 경기, 세종, 광역시가 아닌 지역이라면 양도세 중과에서도 예외다. D씨의 말이다.
 
  “이제는 1억원 미만 매물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어요. 5000만원짜리를 전세 끼고 사면 1000만원으로 1채를 살 수 있잖아요? 5채쯤 사서 각각 6500만원에 팔아도 이득이 나니까요.”
 
  듣고 있으려니 씁쓸해졌다. 이건 어느 개인의 물욕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값이 단기간에 너무 급속히 오르니, 부동산에 관심 둘 새 없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이 최종적으로 피해를 보는 게 아닐까.
 
  국민들이 각자도생하며 살길을 모색하는 사이 정부는 올해 들어서만 작년 동기 대비 48조원의 국세를 더 거둬갔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10일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8월호)를 보면, 국세가 늘어난 데는 양도소득세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정부의 양도소득세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조3000억원이 늘었다. 명동, 이태원 등 주요 상권엔 임대 간판이 늘어나고, 30대는 ‘영끌’해서 집을 사며, 20대는 암호화폐 시세에 미래를 건다. 정부의 세수(稅收)는 늘어난다. 문재인 정권 5년 차의 씁쓸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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