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첫 투자 농협펀드 수익률 90%↑ 대박
⊙ 올 1~6월 초, 5개월 수익률 ‘마이너스’ 다수
⊙ 거액 투자한 펀드 홍보물 들고 사진 찍는 등 文정부판 ‘관제 펀드’ 비판 자초하기도
⊙ 올 1~6월 초, 5개월 수익률 ‘마이너스’ 다수
⊙ 거액 투자한 펀드 홍보물 들고 사진 찍는 등 文정부판 ‘관제 펀드’ 비판 자초하기도
- 지난 8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NH농협을 찾아 직접 5000만원을 투자한 펀드의 홍보물을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신분임에도 금융상품 가입과 투자에 역대 어느 대통령들보다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관제금융 비판과 특정 금융사 밀어주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특정 금융사가 만들어 파는 위험성이 높은 펀드에 수천만원의 돈을 공개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 특정 금융사를 찾아가 이 금융사 회장과 은행장 등 경영진과 함께 자신이 가입한 금융상품의 홍보물을 손에 들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투자는 2021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투자 중인 주식형 펀드에 더해, 지난 1월 주식형 펀드 3개와 ETF(상장지수펀드) 2개 등 5개 금융상품에 추가 투자를 시작했다. 2019년 8월 가입한 NH-Amundi(아문디)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를 포함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총 6개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2019년 첫 펀드 투자 후 1월 추가 투자 나서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투자하는 6개 금융상품 중 가장 유명한 건 2019년 8월 26일 투자한 ‘NH-Amundi 필승코리아펀드(이하 농협 필승코리아펀드)’다. 여기에 지난 1월부터 삼성액티브자산운용(대표 김유상)의 ‘삼성뉴딜코리아펀드’와 KB자산운용(대표 이현승)의 ‘KB코리아뉴딜펀드’, 신한자산운용(대표 이창구)의 ‘아름다운SRI그린뉴딜1호(펀드)’에 추가 투자를 시작했다.
또 지난 1월부터 NH-Amundi자산운용(대표 박학주)이 만들어 운용하는 ETF인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ETF’와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서유석·김미섭)의 ETF인 ‘TIGER KRX BBIG K-뉴딜ETF’에도 투자를 시작했다. ETF는 코스피(KOSPI)나 코스닥(KOSDAQ) 지수는 물론 다양한 산업과 기업, 테마들을 묶어 구성한 지수의 등락을 일정하게 추종하게 설계한 일종의 펀드 상품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 상장해 주식처럼 누구나 쉽고 편하게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8월 첫 공개 가입한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에 5000만원, 또 1월 투자를 시작한 ‘삼성뉴딜코리아펀드’와 ‘KB코리아뉴딜펀드’ ‘아름다운SRI그린뉴딜1호(펀드)’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ETF’와 ‘TIGER KRX BBIG K-뉴딜ETF’에 각각 1000만원씩 총 5000만원의 돈을 넣었다. 결국 4개 펀드와 2개 ETF 등 6개 금융상품 투자금이 총 1억원인 셈이다.
지난 1월 13일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던 강민석 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추가 가입한 펀드와 ETF의 투자금에 대해 “2019년 투자한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에서 원금(5000만원)은 그대로 두고, 수익금을 환매한 뒤 신규 투자금을 보탠 것”이라며 “펀드 수익금만으로는 (추가 투자금) 5000만원에 못 미쳐서 그 부분은 (문 대통령이) 신규 투자금을 마련했다”는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필승코리아펀드 1년 4개월 수익률 90% 이상
문 대통령이 투자한 펀드들의 수익률은 어떨까. 첫 주식형 펀드 공개 투자인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수익률부터 보자.
문 대통령의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수익률을 좀 더 정확히 확인하려면 ‘두 시점의 수익률’을 살펴야 한다. 첫 번째로, 이 펀드에 투자한 2019년 8월 26일부터 청와대 측이 ‘투자원금 5000만원은 남겨두고 수익금만 모두 환매했다’고 밝힌 지난 1월 수익금 환매일까지 약 1년 4개월간의 수익률을 확인해야 한다. 또 하나는 이 펀드의 계좌 잔액이 다시 5000만원이 된 1월 중순 수익금 환매 시점부터 기사를 마감한 6월 8일 현재까지 약 5개월간의 기간 수익률을 확인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2일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수익금 환매를 요청했다고 알려져 있다. 농협 필승코리아펀드는 오후 3시30분 이전 환매를 요청 시 환매 청구일(1영업일) 다음 날(2영업일) 펀드 기준가를 적용해 환매액(수익금)을 확정하고, 환매 청구일로부터 사흘 뒤(4영업일) 환매대금을 고객에게 주는 구조다.(오후 3시30분 이후 환매 요청 시 요청일 이틀 뒤 기준가로 환매액 결정)
이 구조라면 문 대통령의 환매 요청일로 알려진 1월 12일 다음 날인 13일 펀드 기준가를 토대로 수익률과 수익금이 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투자 수익을 살펴봤다. 참고로 수익률은 ‘수정기준가’를 기초로 했다.
문 대통령의 첫 투자일인 2019년 8월 26일부터 환매 기준가가 결정된 2021년 1월 13일까지, 약 1년 4개월간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은 모(母)펀드 기준 ‘99.08%’(소수점 셋째 자리부터 절사, 금융투자협회 기준, 이하 동일)에 이른다. 같은 기간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자(子)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큰 수수료 선취형 ‘클래스A 펀드’의 수익률은 95.95%였다.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또 다른 자펀드 ‘클래스C 펀드’의 수익률은 95.58%다.
약 1년 4개월 수익률 95.95%인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클래스A에 투자금 5000만원을 넣었다면, 수익금 환매 시점 이 펀드 계좌의 잔고는 9796만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1년 4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의 펀드 투자 수익이 4795만원이나 되는 것이다.
같은 기간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또 다른 자펀드인 클래스C의 수익률도 95.58%이니, 수익금 환매 시점 이 펀드의 계좌 잔고는 9779만원이 된다. 수수료와 세금을 제하기 전 수익이 4779만원이라는 뜻이다.
물론 수익금에서 판매 수수료와 운용보수, 사무수탁보수 등을 합쳐 연 1% 남짓에서 많으면 연 1% 중반쯤인 각종 수수료와 세금을 추가로 빼야 한다. 이렇게 되면 문 대통령의 실제 펀드 투자 수익금은 이보다 적게는 몇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정도가 적어지게 된다.
문 대통령은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에 투자해 번 수익금을 지난 1월 환매하며, 당시 이 펀드의 잔고가 다시 5000만원이 됐다. 그렇다면 지난 1월 13일부터 기사를 마감한 6월 8일 현재까지 문 대통령의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수익률은 어떨까.
확인 결과 1월 13일부터 6월 8일까지 약 5개월간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투자 수익률은 모펀드 기준 ‘3.28%’다. 같은 기간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자펀드인 ‘클래스A 펀드’와 ‘클래스C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2.67%’와 ‘2.6%’였다. 1월 13일부터 6월 8일까지, 5개월간 문 대통령의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수익이 130만원쯤이라는 뜻이 된다.
1월 투자 시작 5개 펀드·ETF 5개월 수익률 -3~1%로 저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부터 투자를 시작한 3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어떨까. 문 대통령이 추가로 투자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삼성뉴딜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을 보자. 1월 15일부터 6월 8일 현재까지 삼성뉴딜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은 모펀드 기준 ‘1.08%’다. 일반 고객들이 가입할 수 있는 자펀드인 삼성뉴딜코리아펀드A와 삼성뉴딜코리아펀드C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각각 0.59%와 0.46%다.
오프라인 영업점이 아닌 온라인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삼성뉴딜코리아펀드(S형)에 투자했다면 같은 기간 수익률이 0.72%로 조금 더 올라간다. 1월 15일 삼성뉴딜코리아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했으니 5개월이 지난 6월 8일 현재 수수료·보수·세금을 제외한 문 대통령의 전 수익은 5만~7만원 정도로 보인다.
KB자산운용의 ‘KB코리아뉴딜펀드’의 수익률도 살펴보자. 1월 15일부터 6월 8일 현재, KB코리아뉴딜펀드 수익률은 모펀드 기준 -2.03%였다. 같은 기간 일반 고객들이 가입하는 자펀드, ‘KB코리아뉴딜펀드A’와 ‘KB코리아뉴딜펀드C’의 수익률은 -2.54%와 -2.67%다. 온라인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투자하는 KB코리아뉴딜펀드(S형)의 수익률은 -2.42%다. KB코리아뉴딜펀드에 문 대통령이 1000만원을 투자했으니, 지난 5개월간 평가 손실이 24만~27만원쯤인 셈이다. 같은 날 가입한 신한자산운용의 ‘아름다운SRI그린뉴딜1호(펀드)’ 수익률은 모펀드 기준 -0.04%가 조금 넘는 손실 상태다.
역시 1월 15일 각각 1000만원씩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ETF 2개의 수익률도 보자. 개별 주식처럼 시장에서 투자자들 간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ETF이기에, 기준가격 외에 ‘시장가격’이 존재한다.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ETF의 수익률을 시장가격(종가)을 기준으로 먼저 살펴봤다. 1월 15일부터 6월 9일 현재 시장가격(종가)을 기준으로 NH-Amundi자산운용의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ETF’ 수익률은 -2.97%다. 수정기준가로 산출한 이 ETF 수익률은 -4.8%로 좀 더 부진하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 BBIG K-뉴딜ETF’의 수익률은 -2.69%(종가 기준)였다. 수정기준가로 확인하면 수익률은 -4%로 좀 더 낮다.
사실상 공개 투자 중인 주식형 펀드 4개와 ETF 2개에 대한 올 1월부터 6월 현재까지, 문 대통령의 투자 수익률은 양호한 편이 아니다. 한국 주식시장 전체 등락과 비교해도 아쉬운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새로운 주식형 펀드들과 ETF들에 추가 투자를 시작한 1월 15일 3085.90포인트이던 코스피 지수는 기사를 마감한 6월 9일 3216.18포인트로 4.22% 상승했다. 이 기간 한국 시장 전체가 4% 넘게 올랐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투자한 4개의 주식형 펀드와 2개의 ETF 등 총 6개의 투자 상품 중 코스피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심지어 코스피 상승률에 근접한 것조차 없다.
2019년 8월부터 투자한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수익률이 2% 중반일 뿐, 올 1월 새로 투자한 주식형 펀드들의 수익률은 참담하다. 2개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상태이고, 그나마 플러스(+)라는 1개 펀드의 수익률조차 채 1% 남짓인 상황이다. ETF는 2개 모두 수익률이 -3% 가까이 떨어져 있을 만큼 좋지 않다.
투자한 펀드 모두 ‘높은 위험’ 주식형 펀드
2019년 8월 한 개 펀드로 시작한 문 대통령의 공개적인 투자는 올해 1월 투자 상품이 6개로 늘어났다. 5000만원이던 투자원금 역시 수익금 환매 후 재투자를 포함해 1년 10개월 만에 1억원으로 두 배나 키웠다.
4개 펀드와 2개 ETF 공개 투자에서 엿볼 수 있는 문 대통령의 투자 성향은 다분히 공격적인 모습이다. ‘높은 위험’에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2019년 8월 첫 번째 투자로 시작한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또 1월 15일 추가로 투자한 삼성뉴딜코리아펀드와 KB코리아뉴딜펀드, 신한아름다운SRI그린뉴딜1호까지 문 대통령이 투자 중인 펀드 모두 ‘펀드 자본의 최소 60% 이상을 한국 주식에 투자해야 하고, 주식보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채권 등에는 40% 이하로만 투자할 수 있는 전형적인 주식형 펀드’다. 4개 펀드 모두 투자 위험성이 ‘높은 위험’으로 평가받은 ‘투자위험등급 2등급’짜리다.
ETF는 펀드이긴 하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돼 주식처럼 시장가격으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상품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보통의 펀드들보다 좀 더 공격적인 수익 추구 상품으로 인식돼 있다. 즉 투자한 4개 펀드 모두 투자위험등급이 ‘높은 위험’인 주식형 펀드이고, 나머지는 2개는 주식처럼 거래하는 ETF다. 문 대통령은 주식형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채권형 펀드’나 ‘혼합형 펀드’에는 공개 투자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의 투자금 납입 방식 역시 위험성이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익을 조금 덜 내더라도 만약 있을 수 있는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원하는 펀드 투자자들은 주로 투자금을 한 번에 모두 내는 방식보다, 투자금을 조금씩 나눠, 매달 혹은 특정 주기나 시점별로 납입하는 ‘적립식’을 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주가나 지수등락에 큰 영향을 받는 주식형 펀드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 관리에는 투자금을 나눠 내는 적립식 납입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지금껏 적립식 투자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2019년 8월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가입 당시 5000만원의 거액을 한번에 투자했다. 지난 1월 15일 새로 투자한 3개 펀드와 2개 ETF 역시 각 1000만원씩 총 5000만원을 한번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6개 투자처에 총 1억원의 거액을 모두 한번에 납입하고 기다리는 일종의 거치형 투자를 한 것이다. 거치 투자는 주가나 지수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이 적립식보다 상대적으로 크지만, 주가나 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적립식보다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미래 산업 지원과 자본 확충 vs 文정부판 관제 금융
문재인 대통령의 펀드와 ETF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둘로 나뉜다. 2019년 8월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투자는 일본의 일방적인 대(對)한국 수출 규제 감행 당시 이루어졌다. ‘우리 경제와 산업, 기업들을 겨냥한 일본의 비(非)상식적 수출 규제에 대응하고, 소재·부품·장비 산업과 관련 기업에 투자할 자본에 힘을 싣자’는 정책적 메시지 전달과 응원을 명분으로 문 대통령의 투자가 진행됐다.
당시 문 대통령의 투자는 자본시장을 통한 일본의 경제적 압박 해소와 소부장 산업에 대한 투자 지원이라는 홍보 효과가 있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지난 1월 15일 시작한 펀드·ETF 투자 역시 미래 성장산업 발굴,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지원이라는 정책 메시지와 홍보 의도가 묻어 있다.
그런데 이런 명분에도 자본시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투자 방식과 행태, 또 이들 펀드와 관련한 문 대통령 주변인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9년 8월로 시계를 돌려보자. NH농협 등에서 필승코리아펀드를 판매한 게 2019년 8월 14일. 불과 12일 뒤 8월 26일 문 대통령이 어떻게 알았는지 서울 중구 NH농협 본점 영업부를 직접 찾아와 이 펀드에 가입하고 5000만원을 투자했다.
단순히 펀드만 가입한 게 아니다. 당시 NH농협은행 이대훈 행장(2020년 3월 사퇴)과 농협금융지주 회장이던 김광수 현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 NH농협 최고경영자들과 ‘필승코리아펀드’라는 상품명이 커다랗게 적힌 홍보물을 손에 들고 사진까지 찍었다.
현직 대통령이 특정 금융사 영업점에 직접 찾아와 그 자리에서 투자 위험도가 높은 투자 상품에 가입하고 바로 거액을 투자한 건 이례적이다. 더 이례적인 것은 자신이 가입해 거액을 투자한 특정 금융상품 홍보물을 직접 손에 들고, 사실상 홍보용으로 쓰일 게 뻔한 사진까지 찍었다는 점이다. 당시 관련 취재를 했던 기자는 상당수 금융인에게서 ‘납득이 쉽지 않은 행보’라는 평을 들었다. 관제 금융, 관제 펀드 논란이 컸던 이유 중 하나다.
유행처럼 문재인 펀드 가입 사진 찍는 유력 정치인·시장·도지사·고위 공직자들
실제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찍은 이 홍보용 사진은 수많은 언론과 온라인을 타고 정치인, 공무원들은 물론 국민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이로부터 며칠 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00만원, 이인영 원내대표가 100만원 등을 투자했고, 이재정·박완주·오영훈·위성곤·소병훈 의원, 또 당시 국회의원이던 민병두씨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유력 정치인들이 연쇄적으로 이 펀드에 가입·투자하기 시작했다. 이용섭 광주시장, 박남춘 인천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강인규 나주시장, 권오봉 여수시장, 허석 순천시장…. 여기에 성추행 혐의로 불명예 퇴진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도지사와 주요 시장들, 군수와 구청장들, 심지어 시·군·구의회 등 상당수 지방의원까지 이 펀드에 가입하고, 그 모습을 찍은 사진 공개 대열에 합류했다.
다음 선거 공천에 신경 써야 하는 국회의원과 도지사·시장, 지방의회 의원들만이 아니다. 경제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당시 중소벤처기업부와 외교부 장관이던 박영선·강경화 전 장관, 역시 당시 환경부 장관이던 조명래 전 장관, 또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부 부처 장관들, 심지어 경제·산업 정책과는 무관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전국 교육감들까지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가입·투자 행렬에 합류했다.
문 대통령이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에 공개 가입·투자한 직후에는 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주식형 펀드는 투자 위험성이 높기에 온라인 가입용 펀드가 아닌 이상 반드시 가입 희망자가 은행·증권사 등 판매점에 방문해 상품 특성과 위험성을 안내받은 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이 펀드에 가입한 다음 날인 2019년 8월 27일,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은행·증권사 영업점이 아닌 의정부시청 자신의 집무실에서 이 펀드에 가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금융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이것이 드러나자 안 시장 측은 가입한 이 펀드를 해지하더니, 곧바로 영업점을 찾아가 해지한 펀드에 다시 가입하는 황당한 모습까지 보였다.
이쯤 되자 당시 금융가와 투자자들 사이 NH농협의 필승코리아펀드가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관제 펀드, 관제 금융 아니냐”는 이야기와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언론이 대통령이 영업점을 찾아가 가입한 펀드로 대서특필해줬다”며 “대통령의 투자 직후 유력 정치인들과 경제부총리, 실세 장관 등 고위 공직자의 이름까지 대거 보도해줬으니 당연히 국민적 홍보 효과가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식형 펀드 같은 위험성 높은 투자에 대해 정확한 정보와 내용, 위험 요인들을 짚어주어야 할 언론과 언론인들 역시 당시 문 대통령의 행보와 관제 펀드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고위험 주식형 펀드들이 ‘한국판 뉴딜 펀드’로
시장 일각에서는 1월 15일 투자를 시작한 펀드와 ETF 역시 문 대통령의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투자 당시 논란과 비슷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7월 정부는 “2025년까지 국비 114조1000억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16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 개를 창출할 계획”이라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따라 향후 ‘한국판 뉴딜 펀드’가 계획되고 있다. 한국판 뉴딜 펀드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뒷받침하는 ‘국민참여형 정책 펀드’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모(母)펀드에 출자해 투자 위험을 낮추고, 국민을 포함한 민간에서 공모해 자(子)펀드를 결성해 추가 재원을 키우고 조성하는 공공 성격의 펀드다.
지난 1월 문 대통령이 투자한 삼성뉴딜코리아펀드와 KB코리아뉴딜펀드, 아름다운SRI그린뉴딜1호 펀드와 ETF의 상품의 이름에 자산운용사들이 ‘뉴딜’과 ‘코리아’라는 단어를 표기해놓았다. 자칫 일반 투자자들이 이 펀드가 마치 진짜 ‘한국판 뉴딜 펀드’라고 심각하게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1월 문 대통령이 투자한 3개 펀드와 2개 ETF는 사실, 정부가 지원하거나 정부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판 뉴딜 펀드’가 아니다. 아니 아예 정부 정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철저하게 수익을 좇는 자산운용사와 은행·증권사 등 민간 금융사들이 만들어 홍보하고 판매하는 ‘높은 위험’을 내포한 전형적인 ‘주식형 펀드’일 뿐이다.
펀드 명칭에 ‘뉴딜’과 ‘코리아’라는 표현을 버젓이 써넣은 자산운용사들조차 자신들이 만든 이 펀드가 사실은 “국내에 상장된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로 정부 정책 등에 따라 투자원본의 일부 손실을 보전해주거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한국판 뉴딜) 펀드가 아니다”라며 펀드 관련 서류들에 슬그머니 적어놨을 정도다.
문 대통령의 3개 펀드와 2개 ETF 투자에 대해 청와대 측은 올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소부장 펀드에서 얻은 수익에 신규 투자금을 일부 더해 한국판 뉴딜펀드에 재투자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으로 수출 규제의 파고를 이겨낸 성과를 대한민국 미래에 다시 투자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정부 표현 하나라도 정확히 해야
익명으로 취재에 답한 한 금융사 관계자는 “펀드는 이름에 투자 대상과 방법 등 모든 정체성이 담겨 있다”며 “펀드 명칭부터 금융·투자 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이 자칫 ‘정부 지원이 있거나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펀드나 금융상품’으로 오해할 수 있는 ‘뉴딜’이란 표현을 써넣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펀드 자금 유치와 돈벌이도 중요한 금융사들이지만 좀 더 신중했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금융·투자시장 관련 내용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청와대나 정부의 표현 하나하나조차 정확하고 명확히 해야 한다”며 “지난 1월 문 대통령의 주식형 펀드와 ETF 투자에 대해 ‘한국판 뉴딜 펀드에 재투자한다’거나 ‘대한민국 미래에 다시 투자한다’고 밝힌 언급은 신중함에서 아쉽다”는 견해를 말했다.
2019년 8월부터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의 공개 투자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다. 올해 약 5개월간 투자 수익률은 정체돼 있지만, 이미 최초 투자금 5000만원의 수익률이 90%를 넘었고 이를 환매해 추가 투자까지 나섰으니 말이다.
유력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도 자유롭게 금융상품에 가입·투자할 수 있다. 명분과 이유가 명확하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이들은 늘 신중해야 한다. 그동안 관제 투자 상품들이 불러온 부작용을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투자는 2021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투자 중인 주식형 펀드에 더해, 지난 1월 주식형 펀드 3개와 ETF(상장지수펀드) 2개 등 5개 금융상품에 추가 투자를 시작했다. 2019년 8월 가입한 NH-Amundi(아문디)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를 포함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총 6개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2019년 첫 펀드 투자 후 1월 추가 투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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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NH농협은행 본점에서 필승코리아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또 지난 1월부터 NH-Amundi자산운용(대표 박학주)이 만들어 운용하는 ETF인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ETF’와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서유석·김미섭)의 ETF인 ‘TIGER KRX BBIG K-뉴딜ETF’에도 투자를 시작했다. ETF는 코스피(KOSPI)나 코스닥(KOSDAQ) 지수는 물론 다양한 산업과 기업, 테마들을 묶어 구성한 지수의 등락을 일정하게 추종하게 설계한 일종의 펀드 상품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 상장해 주식처럼 누구나 쉽고 편하게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8월 첫 공개 가입한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에 5000만원, 또 1월 투자를 시작한 ‘삼성뉴딜코리아펀드’와 ‘KB코리아뉴딜펀드’ ‘아름다운SRI그린뉴딜1호(펀드)’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ETF’와 ‘TIGER KRX BBIG K-뉴딜ETF’에 각각 1000만원씩 총 5000만원의 돈을 넣었다. 결국 4개 펀드와 2개 ETF 등 6개 금융상품 투자금이 총 1억원인 셈이다.
지난 1월 13일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던 강민석 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추가 가입한 펀드와 ETF의 투자금에 대해 “2019년 투자한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에서 원금(5000만원)은 그대로 두고, 수익금을 환매한 뒤 신규 투자금을 보탠 것”이라며 “펀드 수익금만으로는 (추가 투자금) 5000만원에 못 미쳐서 그 부분은 (문 대통령이) 신규 투자금을 마련했다”는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필승코리아펀드 1년 4개월 수익률 90% 이상
문 대통령이 투자한 펀드들의 수익률은 어떨까. 첫 주식형 펀드 공개 투자인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수익률부터 보자.
문 대통령의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수익률을 좀 더 정확히 확인하려면 ‘두 시점의 수익률’을 살펴야 한다. 첫 번째로, 이 펀드에 투자한 2019년 8월 26일부터 청와대 측이 ‘투자원금 5000만원은 남겨두고 수익금만 모두 환매했다’고 밝힌 지난 1월 수익금 환매일까지 약 1년 4개월간의 수익률을 확인해야 한다. 또 하나는 이 펀드의 계좌 잔액이 다시 5000만원이 된 1월 중순 수익금 환매 시점부터 기사를 마감한 6월 8일 현재까지 약 5개월간의 기간 수익률을 확인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2일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수익금 환매를 요청했다고 알려져 있다. 농협 필승코리아펀드는 오후 3시30분 이전 환매를 요청 시 환매 청구일(1영업일) 다음 날(2영업일) 펀드 기준가를 적용해 환매액(수익금)을 확정하고, 환매 청구일로부터 사흘 뒤(4영업일) 환매대금을 고객에게 주는 구조다.(오후 3시30분 이후 환매 요청 시 요청일 이틀 뒤 기준가로 환매액 결정)
이 구조라면 문 대통령의 환매 요청일로 알려진 1월 12일 다음 날인 13일 펀드 기준가를 토대로 수익률과 수익금이 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투자 수익을 살펴봤다. 참고로 수익률은 ‘수정기준가’를 기초로 했다.
문 대통령의 첫 투자일인 2019년 8월 26일부터 환매 기준가가 결정된 2021년 1월 13일까지, 약 1년 4개월간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은 모(母)펀드 기준 ‘99.08%’(소수점 셋째 자리부터 절사, 금융투자협회 기준, 이하 동일)에 이른다. 같은 기간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자(子)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큰 수수료 선취형 ‘클래스A 펀드’의 수익률은 95.95%였다.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또 다른 자펀드 ‘클래스C 펀드’의 수익률은 95.58%다.
약 1년 4개월 수익률 95.95%인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클래스A에 투자금 5000만원을 넣었다면, 수익금 환매 시점 이 펀드 계좌의 잔고는 9796만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1년 4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의 펀드 투자 수익이 4795만원이나 되는 것이다.
같은 기간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또 다른 자펀드인 클래스C의 수익률도 95.58%이니, 수익금 환매 시점 이 펀드의 계좌 잔고는 9779만원이 된다. 수수료와 세금을 제하기 전 수익이 4779만원이라는 뜻이다.
물론 수익금에서 판매 수수료와 운용보수, 사무수탁보수 등을 합쳐 연 1% 남짓에서 많으면 연 1% 중반쯤인 각종 수수료와 세금을 추가로 빼야 한다. 이렇게 되면 문 대통령의 실제 펀드 투자 수익금은 이보다 적게는 몇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정도가 적어지게 된다.
문 대통령은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에 투자해 번 수익금을 지난 1월 환매하며, 당시 이 펀드의 잔고가 다시 5000만원이 됐다. 그렇다면 지난 1월 13일부터 기사를 마감한 6월 8일 현재까지 문 대통령의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수익률은 어떨까.
확인 결과 1월 13일부터 6월 8일까지 약 5개월간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투자 수익률은 모펀드 기준 ‘3.28%’다. 같은 기간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자펀드인 ‘클래스A 펀드’와 ‘클래스C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2.67%’와 ‘2.6%’였다. 1월 13일부터 6월 8일까지, 5개월간 문 대통령의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수익이 130만원쯤이라는 뜻이 된다.
1월 투자 시작 5개 펀드·ETF 5개월 수익률 -3~1%로 저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부터 투자를 시작한 3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어떨까. 문 대통령이 추가로 투자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삼성뉴딜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을 보자. 1월 15일부터 6월 8일 현재까지 삼성뉴딜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은 모펀드 기준 ‘1.08%’다. 일반 고객들이 가입할 수 있는 자펀드인 삼성뉴딜코리아펀드A와 삼성뉴딜코리아펀드C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각각 0.59%와 0.46%다.
오프라인 영업점이 아닌 온라인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삼성뉴딜코리아펀드(S형)에 투자했다면 같은 기간 수익률이 0.72%로 조금 더 올라간다. 1월 15일 삼성뉴딜코리아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했으니 5개월이 지난 6월 8일 현재 수수료·보수·세금을 제외한 문 대통령의 전 수익은 5만~7만원 정도로 보인다.
KB자산운용의 ‘KB코리아뉴딜펀드’의 수익률도 살펴보자. 1월 15일부터 6월 8일 현재, KB코리아뉴딜펀드 수익률은 모펀드 기준 -2.03%였다. 같은 기간 일반 고객들이 가입하는 자펀드, ‘KB코리아뉴딜펀드A’와 ‘KB코리아뉴딜펀드C’의 수익률은 -2.54%와 -2.67%다. 온라인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투자하는 KB코리아뉴딜펀드(S형)의 수익률은 -2.42%다. KB코리아뉴딜펀드에 문 대통령이 1000만원을 투자했으니, 지난 5개월간 평가 손실이 24만~27만원쯤인 셈이다. 같은 날 가입한 신한자산운용의 ‘아름다운SRI그린뉴딜1호(펀드)’ 수익률은 모펀드 기준 -0.04%가 조금 넘는 손실 상태다.
역시 1월 15일 각각 1000만원씩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ETF 2개의 수익률도 보자. 개별 주식처럼 시장에서 투자자들 간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ETF이기에, 기준가격 외에 ‘시장가격’이 존재한다.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ETF의 수익률을 시장가격(종가)을 기준으로 먼저 살펴봤다. 1월 15일부터 6월 9일 현재 시장가격(종가)을 기준으로 NH-Amundi자산운용의 ‘HANARO Fn K-뉴딜디지털플러스ETF’ 수익률은 -2.97%다. 수정기준가로 산출한 이 ETF 수익률은 -4.8%로 좀 더 부진하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 BBIG K-뉴딜ETF’의 수익률은 -2.69%(종가 기준)였다. 수정기준가로 확인하면 수익률은 -4%로 좀 더 낮다.
사실상 공개 투자 중인 주식형 펀드 4개와 ETF 2개에 대한 올 1월부터 6월 현재까지, 문 대통령의 투자 수익률은 양호한 편이 아니다. 한국 주식시장 전체 등락과 비교해도 아쉬운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새로운 주식형 펀드들과 ETF들에 추가 투자를 시작한 1월 15일 3085.90포인트이던 코스피 지수는 기사를 마감한 6월 9일 3216.18포인트로 4.22% 상승했다. 이 기간 한국 시장 전체가 4% 넘게 올랐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투자한 4개의 주식형 펀드와 2개의 ETF 등 총 6개의 투자 상품 중 코스피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심지어 코스피 상승률에 근접한 것조차 없다.
2019년 8월부터 투자한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수익률이 2% 중반일 뿐, 올 1월 새로 투자한 주식형 펀드들의 수익률은 참담하다. 2개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상태이고, 그나마 플러스(+)라는 1개 펀드의 수익률조차 채 1% 남짓인 상황이다. ETF는 2개 모두 수익률이 -3% 가까이 떨어져 있을 만큼 좋지 않다.
투자한 펀드 모두 ‘높은 위험’ 주식형 펀드
2019년 8월 한 개 펀드로 시작한 문 대통령의 공개적인 투자는 올해 1월 투자 상품이 6개로 늘어났다. 5000만원이던 투자원금 역시 수익금 환매 후 재투자를 포함해 1년 10개월 만에 1억원으로 두 배나 키웠다.
4개 펀드와 2개 ETF 공개 투자에서 엿볼 수 있는 문 대통령의 투자 성향은 다분히 공격적인 모습이다. ‘높은 위험’에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2019년 8월 첫 번째 투자로 시작한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또 1월 15일 추가로 투자한 삼성뉴딜코리아펀드와 KB코리아뉴딜펀드, 신한아름다운SRI그린뉴딜1호까지 문 대통령이 투자 중인 펀드 모두 ‘펀드 자본의 최소 60% 이상을 한국 주식에 투자해야 하고, 주식보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채권 등에는 40% 이하로만 투자할 수 있는 전형적인 주식형 펀드’다. 4개 펀드 모두 투자 위험성이 ‘높은 위험’으로 평가받은 ‘투자위험등급 2등급’짜리다.
ETF는 펀드이긴 하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돼 주식처럼 시장가격으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상품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보통의 펀드들보다 좀 더 공격적인 수익 추구 상품으로 인식돼 있다. 즉 투자한 4개 펀드 모두 투자위험등급이 ‘높은 위험’인 주식형 펀드이고, 나머지는 2개는 주식처럼 거래하는 ETF다. 문 대통령은 주식형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채권형 펀드’나 ‘혼합형 펀드’에는 공개 투자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의 투자금 납입 방식 역시 위험성이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익을 조금 덜 내더라도 만약 있을 수 있는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원하는 펀드 투자자들은 주로 투자금을 한 번에 모두 내는 방식보다, 투자금을 조금씩 나눠, 매달 혹은 특정 주기나 시점별로 납입하는 ‘적립식’을 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주가나 지수등락에 큰 영향을 받는 주식형 펀드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 관리에는 투자금을 나눠 내는 적립식 납입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지금껏 적립식 투자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2019년 8월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가입 당시 5000만원의 거액을 한번에 투자했다. 지난 1월 15일 새로 투자한 3개 펀드와 2개 ETF 역시 각 1000만원씩 총 5000만원을 한번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6개 투자처에 총 1억원의 거액을 모두 한번에 납입하고 기다리는 일종의 거치형 투자를 한 것이다. 거치 투자는 주가나 지수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이 적립식보다 상대적으로 크지만, 주가나 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적립식보다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펀드와 ETF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둘로 나뉜다. 2019년 8월 농협 필승코리아펀드 투자는 일본의 일방적인 대(對)한국 수출 규제 감행 당시 이루어졌다. ‘우리 경제와 산업, 기업들을 겨냥한 일본의 비(非)상식적 수출 규제에 대응하고, 소재·부품·장비 산업과 관련 기업에 투자할 자본에 힘을 싣자’는 정책적 메시지 전달과 응원을 명분으로 문 대통령의 투자가 진행됐다.
당시 문 대통령의 투자는 자본시장을 통한 일본의 경제적 압박 해소와 소부장 산업에 대한 투자 지원이라는 홍보 효과가 있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지난 1월 15일 시작한 펀드·ETF 투자 역시 미래 성장산업 발굴,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지원이라는 정책 메시지와 홍보 의도가 묻어 있다.
그런데 이런 명분에도 자본시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투자 방식과 행태, 또 이들 펀드와 관련한 문 대통령 주변인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9년 8월로 시계를 돌려보자. NH농협 등에서 필승코리아펀드를 판매한 게 2019년 8월 14일. 불과 12일 뒤 8월 26일 문 대통령이 어떻게 알았는지 서울 중구 NH농협 본점 영업부를 직접 찾아와 이 펀드에 가입하고 5000만원을 투자했다.
단순히 펀드만 가입한 게 아니다. 당시 NH농협은행 이대훈 행장(2020년 3월 사퇴)과 농협금융지주 회장이던 김광수 현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 NH농협 최고경영자들과 ‘필승코리아펀드’라는 상품명이 커다랗게 적힌 홍보물을 손에 들고 사진까지 찍었다.
현직 대통령이 특정 금융사 영업점에 직접 찾아와 그 자리에서 투자 위험도가 높은 투자 상품에 가입하고 바로 거액을 투자한 건 이례적이다. 더 이례적인 것은 자신이 가입해 거액을 투자한 특정 금융상품 홍보물을 직접 손에 들고, 사실상 홍보용으로 쓰일 게 뻔한 사진까지 찍었다는 점이다. 당시 관련 취재를 했던 기자는 상당수 금융인에게서 ‘납득이 쉽지 않은 행보’라는 평을 들었다. 관제 금융, 관제 펀드 논란이 컸던 이유 중 하나다.
유행처럼 문재인 펀드 가입 사진 찍는 유력 정치인·시장·도지사·고위 공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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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당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한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에 가입했다. 사진=뉴시스 |
다음 선거 공천에 신경 써야 하는 국회의원과 도지사·시장, 지방의회 의원들만이 아니다. 경제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당시 중소벤처기업부와 외교부 장관이던 박영선·강경화 전 장관, 역시 당시 환경부 장관이던 조명래 전 장관, 또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부 부처 장관들, 심지어 경제·산업 정책과는 무관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전국 교육감들까지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의 가입·투자 행렬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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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NH투자증권을 찾아 문 대통령이 가입한 농협 필승코리아펀드에 가입했다. 사진=뉴시스 |
이쯤 되자 당시 금융가와 투자자들 사이 NH농협의 필승코리아펀드가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관제 펀드, 관제 금융 아니냐”는 이야기와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언론이 대통령이 영업점을 찾아가 가입한 펀드로 대서특필해줬다”며 “대통령의 투자 직후 유력 정치인들과 경제부총리, 실세 장관 등 고위 공직자의 이름까지 대거 보도해줬으니 당연히 국민적 홍보 효과가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식형 펀드 같은 위험성 높은 투자에 대해 정확한 정보와 내용, 위험 요인들을 짚어주어야 할 언론과 언론인들 역시 당시 문 대통령의 행보와 관제 펀드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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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3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함께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
지난해 7월 정부는 “2025년까지 국비 114조1000억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16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 개를 창출할 계획”이라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따라 향후 ‘한국판 뉴딜 펀드’가 계획되고 있다. 한국판 뉴딜 펀드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뒷받침하는 ‘국민참여형 정책 펀드’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모(母)펀드에 출자해 투자 위험을 낮추고, 국민을 포함한 민간에서 공모해 자(子)펀드를 결성해 추가 재원을 키우고 조성하는 공공 성격의 펀드다.
지난 1월 문 대통령이 투자한 삼성뉴딜코리아펀드와 KB코리아뉴딜펀드, 아름다운SRI그린뉴딜1호 펀드와 ETF의 상품의 이름에 자산운용사들이 ‘뉴딜’과 ‘코리아’라는 단어를 표기해놓았다. 자칫 일반 투자자들이 이 펀드가 마치 진짜 ‘한국판 뉴딜 펀드’라고 심각하게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1월 문 대통령이 투자한 3개 펀드와 2개 ETF는 사실, 정부가 지원하거나 정부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판 뉴딜 펀드’가 아니다. 아니 아예 정부 정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철저하게 수익을 좇는 자산운용사와 은행·증권사 등 민간 금융사들이 만들어 홍보하고 판매하는 ‘높은 위험’을 내포한 전형적인 ‘주식형 펀드’일 뿐이다.
펀드 명칭에 ‘뉴딜’과 ‘코리아’라는 표현을 버젓이 써넣은 자산운용사들조차 자신들이 만든 이 펀드가 사실은 “국내에 상장된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로 정부 정책 등에 따라 투자원본의 일부 손실을 보전해주거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한국판 뉴딜) 펀드가 아니다”라며 펀드 관련 서류들에 슬그머니 적어놨을 정도다.
문 대통령의 3개 펀드와 2개 ETF 투자에 대해 청와대 측은 올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소부장 펀드에서 얻은 수익에 신규 투자금을 일부 더해 한국판 뉴딜펀드에 재투자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으로 수출 규제의 파고를 이겨낸 성과를 대한민국 미래에 다시 투자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정부 표현 하나라도 정확히 해야
익명으로 취재에 답한 한 금융사 관계자는 “펀드는 이름에 투자 대상과 방법 등 모든 정체성이 담겨 있다”며 “펀드 명칭부터 금융·투자 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이 자칫 ‘정부 지원이 있거나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펀드나 금융상품’으로 오해할 수 있는 ‘뉴딜’이란 표현을 써넣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펀드 자금 유치와 돈벌이도 중요한 금융사들이지만 좀 더 신중했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금융·투자시장 관련 내용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청와대나 정부의 표현 하나하나조차 정확하고 명확히 해야 한다”며 “지난 1월 문 대통령의 주식형 펀드와 ETF 투자에 대해 ‘한국판 뉴딜 펀드에 재투자한다’거나 ‘대한민국 미래에 다시 투자한다’고 밝힌 언급은 신중함에서 아쉽다”는 견해를 말했다.
2019년 8월부터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의 공개 투자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다. 올해 약 5개월간 투자 수익률은 정체돼 있지만, 이미 최초 투자금 5000만원의 수익률이 90%를 넘었고 이를 환매해 추가 투자까지 나섰으니 말이다.
유력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도 자유롭게 금융상품에 가입·투자할 수 있다. 명분과 이유가 명확하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이들은 늘 신중해야 한다. 그동안 관제 투자 상품들이 불러온 부작용을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