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확천금 꿈을 안고 코인 판 입성하는 2030들
⊙ 선물 거래 600만원으로 300억원 번 20대 청년
⊙ 코인으로 전 재산 잃고 중견 기업 그만두고 음식 배달부 하는 40대
⊙ 24시간 돌아가는 도박 시장
⊙ 선물 거래 600만원으로 300억원 번 20대 청년
⊙ 코인으로 전 재산 잃고 중견 기업 그만두고 음식 배달부 하는 40대
⊙ 24시간 돌아가는 도박 시장
- 지난 1월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시세 현황표가 표시되어 있다. 이날 비트코인 국내 거래가가 4000만원을 돌파했다. 사진=조선DB
꽤 긴요한 조언이 될 수 있겠다. ‘비트코인’으로 돈을 한번 불려보고자 하는 이들에겐 말이다. 이 기사를 끝까지 읽어볼 것을 권한다. 역병의 시대에 재테크 광풍까지 불고 있다. 서울 아파트는 더 이상의 상승률 언급이 무의미할 정도로 올랐다. 재개발 입주권, 빌라, 연립으로 도미노처럼 상승세가 퍼지고 있다.
주식시장에도 불이 붙었다. 2021년이 되자마자 코스피는 3000지수를 훌쩍 넘어섰다. 여기저기에서 축배가 터진다. 약간의 현금이라도, 들고만 있으면 손해인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물론 ‘무주식(株式)이 상팔자’라며 참전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여기에 비트코인까지 가세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비트코인이 정확히 뭔지 잘 모른다 해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터다. 비트코인이 뭔지 간략하게 살펴보자. 기술 용어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건너뛰어도 된다. 암호화폐 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일단 비트코인은 암호화폐(暗號貨幣·Cryptocurrency)의 한 종류다. 암호화폐가 뭔지 알기 위해선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을 먼저 알아야 한다.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데이터를 블록에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한 다음, 수많은 컴퓨터에 동시에 복제·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정보를 어느 한 기관이 독점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공유한다 얘기다.
블록체인에 저장된 어떤 정보가 맞는지 틀리는지는 다수결로 결정된다. 전체 참여자, 즉 노드(node) 중 51% 이상이 같은 정보를 갖고 있고 나머지는 조금 다른 정보를 갖고 있다면 51% 쪽의 정보가 맞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설명이 어려울 수 있는데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A가 B에게 10만원을 송금한다고 하자. A는 은행 계좌를 통해 B의 계좌로 돈을 보낼 거다. 이때 A와 B가 돈을 주고받은 사실은 은행과 A, B만 알 수 있다. 만약 이 은행이 해킹이라도 당한다고 하자. A의 계좌에서 갑자기 돈이 빠져나가도 은행이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면 A는 꼼짝없이 돈을 잃는다. 혹은 은행이 어느 날 망해버리면 돈은 사라진다. 물론 현실에서는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같은 기관 때문에 이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시중 은행과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다면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된다.
블록체인은 전혀 다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지갑을 만들어 디지털 화폐를 저장했다고 하자. A가 B에게 화폐를 보내면 네트워크상의 모든 이용자가 이걸 알 수 있다. 모든 이용자의 컴퓨터에 A와 B의 거래 사실이 저장되기 때문이다. 물론 A와 B의 신원이 드러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A의 지갑에서 B의 지갑으로 화폐가 넘어간 걸 알 수 있단 얘기다.
블록체인 기술이 대체 뭐가 혁신적인 걸까? 핵심은 중간에서 정보를 독점하는 기관, 금융으로 치면 은행이 없다는 사실이다. 은행이 없으므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만약 해커가 해킹을 해서 A의 지갑에 있는 돈을 훔치려면 네트워크의 상당수 노드를 해킹해야 한다. 51% 이상의 노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네트워크에선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물론 작은 규모의 네트워크라면 가능하다.
같은 원리로 데이터를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주식 거래나 의료 기록 보관, 전자 상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만든 사람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나카모토 사토시(中本哲史)’라는 인물이 개발했다. 일본식 이름인데 아직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가 일본인인지 심지어 1명의 개인인지 여러 명의 집단인지조차 불분명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운용되는 화폐가 바로 암호화폐다. 가상화폐라고도 불리는데 가상이라는 명칭이 개념과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암호화폐를 더 많이 쓰는 추세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는 별개라는 사실이다. 코인 투자를 권하며 블록체인 기술의 강점을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걸러서 들어야 한다.
24시간 돌아가는 코인시장
대표적인 암호화폐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역시 나카모토 사토시가 개발했다. 지금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이외에도 수많은 암호화폐가 생겼다. 비트코인 이외의 다른 암호화폐는 ‘알트’라 부른다. ‘얼터너티브 코인(Alternative coin)’의 약자다. 비트코인과 알트를 통칭해 보통 ‘코인’이라 부른다.
비트코인과 알트를 두고 하루에도 수많은 일이 벌어진다. 아직 제도권 안으로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조차 되고 있지 않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코인을 사고팔며, 돈을 버는 건 어떤 이들일까. 이들과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이나 코인판, 디시인사이드 등 각종 코인 관련 커뮤니티에서 코인을 거래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신분이 드러나지 않으니 오히려 자신의 사정을 더 쉽게 털어놓는 듯했다.
이야기를 나눈 이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역시 20대와 30대였다. 40대도 여러 명 봤다. 코인 관련 공간에선 거의 서로 반말을 한다. 그렇다고 ‘야’라고 하는 건 아니고 모두 서로를 ‘형’이라 부른다. 또는 상대가 여성임을 밝히면 ‘언니’라 부르기도 한다. 서로 같은 성별이라는 가정을 하는 거다. 이런 식이다. ‘○○형, 비트코인 지금 떨어질 거 같아?’
꽤 괜찮은 의사소통 방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민주적이다. 성별을 의식하지 않으니 성적인 대화가 오갈 일이 없다.
‘고래’와 ‘운전수’
코인판에서 쓰이는 용어들이 있다. 주식이나 도박 쪽에서 쓰이는 말들과 많이 겹치기도 한다. 이건 의미심장하다. 애초에 코인시장 자체가 주식 거래의 형태를 빌린 카지노라 볼 수 있어서다. 코인 거래자들의 대화 중엔 이런 말이 자주 등장한다. ‘고래’ ‘스캠’ ‘운전수’ ‘박상기의 난’.
‘고래’ 혹은 ‘세력’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이들을 뜻한다. 주식으로 치면 ‘작전세력’과 개념이 비슷하다.
‘스캠’은 사기를 뜻하는데, 원래 카지노 쪽에서 많이 쓰이던 말이다. 카지노가 은밀히 손님들을 속여 돈을 잃게 하는 걸 의미한다. 코인판에서 어떤 코인을 두고 스캠이라 하면 ‘개미’들한테 비싼 가격으로 코인을 넘기고 나오기 위해 만들어진 사기성 코인이라는 뜻이다.
‘운전수’는 코인 가격을 조정하는 이를 뜻한다. 자전거래 등을 하며 시세조정을 하는 ‘마켓메이커(Market maker)’와 같은 의미다. 마켓메이커는 주식시장에서는 합법이다. 정해진 한도 내에서 구체적인 요건을 지켜 적법하게 해야 한다. 코인판에서는 다르다. 별다른 적용 법률이 없기 때문에 무한한 행위를 할 수 있다. 특정 코인의 가격이 며칠 만에 200%씩 오르는 경우는 허다하다. 물론 하락을 넘어 상장 폐지되는 경우도 있다.
‘박상기의 난’
‘박상기의 난’은 2018년 1월 11일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뜻한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거래소 폐쇄를 포함해 초강경책을 동원해 암호화폐 거래를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투자 자체를 금지하겠다는 얘기였다. 그의 발언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단숨에 30% 폭락하면서 대폭락장이 시작됐다. 문제는 이때 속칭 ‘물린’ 투자자들이 대부분 갓 시장에 진입한 초보 ‘개미’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때는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한국 시장의 영향력이 컸을 때다. 한국 내의 폭락이 전체 시장에서 폭락을 이끌었다. 이때 손해 본 이들은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박상기의 난’을 들먹이며 박 전 장관을 원망한다.
암호화폐 단체 채팅방에서 알게 된 20~30대들은 대부분 한탕의 꿈을 안고 코인판에 들어왔다. 29세 여성 A씨는 인터넷 쇼핑몰을 하다 접고 전업 코인투자자가 됐다고 했다. 자본금 500만원으로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크게 벌거나 잃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자본금이나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20대들은 다들 A씨와 비슷한 경우였다. 대학생들의 경우는 ‘비트코인이 오른다기에 등록금 낼 돈을 잠깐 넣어보려 하는데 어떻게 사면 되느냐’ 묻기도 했다.
40대 남성 B씨는 코인 때문에 인생이 바뀐 경우였다. 괜찮은 연봉을 받고 탄탄한 중견 기업에 다니다 코인시장에 들어오게 됐다. 선물 거래로 수억원을 벌자, 가지고 있던 돈에 대출까지 더해 투자금을 늘려갔다. 그러다 그 돈을 모두 잃었다. 회사라도 그대로 다녔으면 좋았을걸, 회사마저 그만뒀다고 했다. 역시 선물 거래로 투자금을 크게 잃은 날,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받아 무단결근을 거듭했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는 지금 원룸에 살며 오토바이 배달을 하고 있다. ‘배민’(배달의 민족) 라이더처럼 대기하고 있다 콜을 받고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 말이다. 코인 거래로 다시 일어서는 게 그의 목표였다.
또 다른 40대 남성 C씨는 택배 배달원이다. 그는 200만원을 자본금으로 해서 단타를 하며 하루에 2만원씩 번다고 했다. 큰 욕심 안 부리고 자신의 용돈을 벌기 위해 한다고 했다. 그는 한 종류의 코인을 샀다 조금 오르면 파는 식으로 돈을 벌었다.
30대 남성 D씨는 2017년, 2018년에 코인으로 약 20억원을 벌었다고 했다. 그 돈으로 아파트도 한 채 사뒀다. D씨도 코인 선물 거래로 돈을 벌었다.
코인시장은 24시간 돌아간다. ‘안방에서 즐기는 강원랜드’라며 자조하는 이도 봤다.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보면 위의 사람들과 비슷한 경우에 있는 투자자들은 단톡방에서 하루 종일 코인 얘기를 한다. 잃었다는 하소연엔 위로를 하고, ‘익절’ 즉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는 얘기엔 비결을 물으며 부러워한다. ‘인생은 한강뷰 아니면 한강물이다’라는 표현은 이들의 심리를 잘 나타낸다.
비트코인 상승 이유
비트코인 시세는 왜 올랐을까. 별별 설명이 다 나오지만 크게 세 가지 원인으로 판단된다.
첫째, 오를 때가 됐다. 코인의 시세 패턴은 비슷하다. 긴 시간 저가에 횡보한 후 시세 급등, 일명 ‘펌핑’이 일어난다. ‘고래’ ‘세력’들이 저가에 수량을 매집한 후 어느 날 가격을 올리면, 더 오를 거라 보는 ‘개미’투자자들이 시장에 진입한다. 그러면 시세가 더 올라간다. 시세가 거의 올랐다 싶으면 ‘고래’ ‘세력’들은 처분해 이익을 실현한다. ‘개미’들끼리 주고받다 시세가 다시 내려간다. 그 과정에서 ‘고래’들이 보유분을 매도해 하락을 가속화시키기도 한다. 내려가야 다시 매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2018년 대하락 이후 2년 넘게 횡보 기간을 거쳤다. 충분한 매집 기간을 거쳤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비트코인에 어느 정도 신뢰가 쌓였다는 점이다. 몇 년 전까지 네덜란드 튤립 광풍 시기의 튤립 취급을 받았다. 오늘은 하나에 1000만원이지만 내일 0원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었다. 이제는 일종의 가치재로 인정받는 정도에 이르렀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일종의 기축통화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신뢰다.
셋째, 기관투자자다. 일명 ‘고래’가 안 보이는 그늘에 있다면, 기관투자자들은 제도권 내에서 세력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이 대표적인 예다. 2013년에 설립된 미국의 암호화폐 신탁펀드 투자 회사다. 지난해 12월 초 기준 20K(2만 달러)를 넘지 못했던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 1월 8일 42K(4만2000달러)를 돌파했다. 그레이스케일의 적극적인 비트코인 매수가 초반 시세 폭발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시중 유동성이 더해졌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유동성이 넘치고 있다. 이후 42K까지 간 건 유동성에 기대 시장에 진입한 ‘개미’투자자들의 영향이다.
선물의 끝은 청산
코인 하면 일반인들은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걸 생각한다. 기자가 개인투자자들과 심층적으로 대화를 나눠보니, 자본금이 커지면 많은 이가 선물 거래로 넘어간다. 선물 거래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비트코인 선물이라고 하면, 현시점 기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것 같은지, 내릴 것 같은지 판단해 돈을 건다. 오를 거라고 보면 ‘롱(Long) 포지션’에 걸고, 내릴 것 같으면 ‘숏(Short) 포지션’에 건다.
‘선물의 끝은 청산’이라는 말이 있다. 오를 거라 걸었는데 내릴 경우 손해를 보는데, 특정 구간을 넘어 더 내려가면 청산이다. 청산은 투자자가 건 돈을 모두 잃는다는 뜻이다. 계속 이익을 보다가도 한번 청산당하면 타격이 너무 크다. 선물투자자가 잃는 돈은 거래소가 가져간다. 거래소를 상대로 도박을 하는 셈이다.
기자가 관찰해보니 코인시장에서 선물 거래의 영향은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비트코인 시세의 원인 모를 출렁임은 많은 경우 선물 거래로 설명된다. 크게 하락할 것처럼 보이다가 올라가는 경우 선물투자자들은 ‘숏 포지션으로 유도한 다음 청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1월 11일 비트코인 가격은 38K에서 30K까지 하락했다. 하락한 원인은 복합적이겠지만, 세력의 이익 실현과 그레이스케일의 매입 중단 등이 이유로 꼽힌다. 선물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바이낸스 거래소에서는 이날 1시간 동안 1억1000만 달러의 포지션이 청산됐다. 약 1200억원이 ‘개미’의 계좌에서 거래소로 넘어간 것이다. 물론 이 와중에 돈을 딴 투자자도 있을 게다.
코인 선물 투자자 E씨는 이렇게 말했다.
“투자자가 수억원 등 큰 금액을 특정 포지션에 걸면 주시하고 있던 세력에게 포착이 된다. 그래서 그가 청산될 때까지 시세를 조정한다.”
선물시장과 세력의 존재를 모르면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시세를 추종하는 다른 코인들 시세의 등락을 이해하기 어렵다. 고도의 심리 싸움이라고 할까. 어쩌다 운이 좋아 이익을 올릴 순 있지만, 개인의 경우 이기기 힘든 게임이다.
정신이 피폐해져
코인투자자들을 관찰해보니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보였다.
첫째, 생활이 피폐해진다. 24시간 장이 돌아간다. 게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가격이 올라갔다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계속 지켜보고 대응을 해야 한다. 하루 종일 틈만 나면 코인 시세만 체크하니 인간관계에도 타격이 크다.
둘째, 일확천금을 바라게 된다. 선물 투자를 하면 운이 좋은 경우 단 한두 시간 만에 투자금의 3~4배를 번다. 당연히 잃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다 보니 소소한 행복에 무감해진다. 선물로 돈을 벌어보니 매달 받는 월급이 시시해 보여 회사를 그만뒀다는 이들을 몇 명이나 보았다.
이들이 일확천금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는 있다. ‘비트코인으로 지인의 지인의 지인이 몇십억원을 벌었더라’ 하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게다. 단톡방이나 게시판엔 가끔 자신이 그렇게 벌었다는 이들이 나타나 ‘인증’을 한다. 암호화폐 지갑을 캡처해 보여주는 식이다. 더 적극적인 이들은 신축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고급 외제 스포츠카 사진을 보여준다.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개미’들은 와와거리며 부러워한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되리라 다짐한다.
수십억 벌고 빈털터리
일명 코인 버전 ‘슈퍼 개미’들이다. ‘워뇨띠’ ‘웨돔n브로’ 같은 투자자가 대표적이다. 워뇨띠는 23세에 600만원을 가지고 코인판에 뛰어들어 300억원을 만들었다. 1997년생인 웨돔n브로 역시 400만원으로 시장에 들어와 100억원을 만들었다. 이런 경우는 극히 희귀한 경우지만 특히 20대들은 이들을 선망한다. 이 둘은 모두 지난 2017년 장에서 돈을 벌었다. 그때는 선물 거래로 수익을 올리는 게 현재와 비교해 상당히 쉬웠다고 한다. 장을 움직이는 운전수들과 거래소가 고도화되기 전이라 장이 비교적 단순했다고 투자자들은 말한다. 게다가 그때는 중국 자금이 대거 코인시장에 들어와 있었다.
중국 큰손들의 자금을 대신 굴려주고 일명 ‘뽀찌’, 수수료를 받은 한국인 트레이더들도 있었다고 한다. 트레이더들을 잘 아는 이의 얘길 들어보니 별천지 얘기 같았다. 트레이더들은 보통 1명이 300억~500억원을 굴렸다. 수수료로 1%를 받았는데 수수료 수익으로만 매달 수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트레이더들은 몇 명이 같이 움직였는데, 어느 날 올리자고 말을 맞춰 가격을 올리고, 내리는 식이었다. 지금은 중국 자본이 그 정도로는 들어와 있지 않다고 한다.
그렇게 수수료만으로 수십억원을 번 트레이더들이 3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다. 코인시장이 잠잠해지자 주식시장으로 달려가 번 돈을 그대로 잃고 빈털터리가 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트레이더들의 얘기를 들려준 E씨는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셋째, 코인 가격의 변동성이 카지노 룰렛과 비슷하다 보니 중독된다. 흔히 한국인이 만들어 한국 거래소에 상장한 알트를 ‘김치 코인’이라 부른다. 이더리움 같은 메이저 알트가 비트코인의 가격을 추종하는 것과 달리, 김치 코인은 자신만의 길을 간다. 등락이 해당 코인의 운전수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두 배로 오르는 식이다. 어쩌다 조금 사봤는데 두 배가 되면 횡재한 기분이 든다. 잃으면 잃은 대로 만회해보겠다고 다시 다른 코인을 기웃거린다. 중독이다.
지금까지 읽은 분들은 물을 수 있다. 그래서 비트코인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기자가 관찰한 대로면 코인시장에 발을 아예 들여놓지 않는 게 돈 버는 방법인 것 같다. 2017년에 선물 거래로 크게 돈을 번 이들도 이번 장에선 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알트의 경우엔 전적으로 정보 싸움이다. 맨손으로 자본금 들고 시장에 들어가는 건 세력들에게 그대로 헌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욕심을 통제하지 못한다. 앞서 소개한 하루에 단타로 2만원만 벌고 나간다는 40대 C씨는 오히려 희귀한 경우다.
도박 수준의 중독
비트코인의 가치를 믿고 있는 이들도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메이저 코인은 가치재로 인식된 건 사실이다. 언젠가는 암호 화폐가 오프라인에서도 화폐로 널리 사용될지 모른다. 실제로 지하경제에선 화폐의 역할을 이미 하고 있다고 한다. 코인에 대한 고급 정보를 비트를 주고 사는 식으로 말이다.
2022년부터는 암호화폐 수익도 과세 대상이 된다. 어느 정도 제도권으로 편입된다는 얘기다. 암호화폐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지 호재로 작용할지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알트의 경우엔 지금보단 시장이 안정화된 거로 보인다.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다. 굳이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싶다면 수백억을 번 투자자 1명 뒤엔 수많은 ‘개미’의 눈물이 있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도박 중독자였다. 그는 자신이 룰렛에서 돈을 딸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믿었다. 우연에 기대는 룰렛에 도대체 무슨 시스템이 있을 수 있을까. 기자가 보기엔 암호화폐 시장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의 가치와 잠재성은 매우 높다. 다시 말하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는 엄연히 다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데 암호화폐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은 블록체인의 가면을 쓴 온라인 사설 카지노로 보인다. 도스토옙스키는 도박 경험으로 소설이라도 썼다. 〈도박꾼〉이다. 그도 결국 나중엔 깨달았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도박장에서 도망치는 것밖에 없다는 걸 말이다.⊙
주식시장에도 불이 붙었다. 2021년이 되자마자 코스피는 3000지수를 훌쩍 넘어섰다. 여기저기에서 축배가 터진다. 약간의 현금이라도, 들고만 있으면 손해인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물론 ‘무주식(株式)이 상팔자’라며 참전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여기에 비트코인까지 가세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비트코인이 정확히 뭔지 잘 모른다 해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터다. 비트코인이 뭔지 간략하게 살펴보자. 기술 용어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건너뛰어도 된다. 암호화폐 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일단 비트코인은 암호화폐(暗號貨幣·Cryptocurrency)의 한 종류다. 암호화폐가 뭔지 알기 위해선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을 먼저 알아야 한다.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데이터를 블록에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한 다음, 수많은 컴퓨터에 동시에 복제·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정보를 어느 한 기관이 독점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공유한다 얘기다.
블록체인에 저장된 어떤 정보가 맞는지 틀리는지는 다수결로 결정된다. 전체 참여자, 즉 노드(node) 중 51% 이상이 같은 정보를 갖고 있고 나머지는 조금 다른 정보를 갖고 있다면 51% 쪽의 정보가 맞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설명이 어려울 수 있는데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A가 B에게 10만원을 송금한다고 하자. A는 은행 계좌를 통해 B의 계좌로 돈을 보낼 거다. 이때 A와 B가 돈을 주고받은 사실은 은행과 A, B만 알 수 있다. 만약 이 은행이 해킹이라도 당한다고 하자. A의 계좌에서 갑자기 돈이 빠져나가도 은행이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면 A는 꼼짝없이 돈을 잃는다. 혹은 은행이 어느 날 망해버리면 돈은 사라진다. 물론 현실에서는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같은 기관 때문에 이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시중 은행과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다면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된다.
블록체인은 전혀 다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지갑을 만들어 디지털 화폐를 저장했다고 하자. A가 B에게 화폐를 보내면 네트워크상의 모든 이용자가 이걸 알 수 있다. 모든 이용자의 컴퓨터에 A와 B의 거래 사실이 저장되기 때문이다. 물론 A와 B의 신원이 드러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A의 지갑에서 B의 지갑으로 화폐가 넘어간 걸 알 수 있단 얘기다.
블록체인 기술이 대체 뭐가 혁신적인 걸까? 핵심은 중간에서 정보를 독점하는 기관, 금융으로 치면 은행이 없다는 사실이다. 은행이 없으므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만약 해커가 해킹을 해서 A의 지갑에 있는 돈을 훔치려면 네트워크의 상당수 노드를 해킹해야 한다. 51% 이상의 노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네트워크에선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물론 작은 규모의 네트워크라면 가능하다.
같은 원리로 데이터를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주식 거래나 의료 기록 보관, 전자 상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만든 사람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나카모토 사토시(中本哲史)’라는 인물이 개발했다. 일본식 이름인데 아직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가 일본인인지 심지어 1명의 개인인지 여러 명의 집단인지조차 불분명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운용되는 화폐가 바로 암호화폐다. 가상화폐라고도 불리는데 가상이라는 명칭이 개념과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암호화폐를 더 많이 쓰는 추세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는 별개라는 사실이다. 코인 투자를 권하며 블록체인 기술의 강점을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걸러서 들어야 한다.
24시간 돌아가는 코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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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인천의 한 가상화폐 채굴장.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채굴하는 장비가 뿜어내는 열을 식히기 위해 대형 송풍기가 돌아가고 있다. 각 선반에 놓인 장비가 채굴기다. 이렇게 채굴기를 돌려 비트코인을 획득할 수도 있다. 사진=조선DB |
비트코인과 알트를 두고 하루에도 수많은 일이 벌어진다. 아직 제도권 안으로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조차 되고 있지 않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코인을 사고팔며, 돈을 버는 건 어떤 이들일까. 이들과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이나 코인판, 디시인사이드 등 각종 코인 관련 커뮤니티에서 코인을 거래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신분이 드러나지 않으니 오히려 자신의 사정을 더 쉽게 털어놓는 듯했다.
이야기를 나눈 이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역시 20대와 30대였다. 40대도 여러 명 봤다. 코인 관련 공간에선 거의 서로 반말을 한다. 그렇다고 ‘야’라고 하는 건 아니고 모두 서로를 ‘형’이라 부른다. 또는 상대가 여성임을 밝히면 ‘언니’라 부르기도 한다. 서로 같은 성별이라는 가정을 하는 거다. 이런 식이다. ‘○○형, 비트코인 지금 떨어질 거 같아?’
꽤 괜찮은 의사소통 방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민주적이다. 성별을 의식하지 않으니 성적인 대화가 오갈 일이 없다.
‘고래’와 ‘운전수’
코인판에서 쓰이는 용어들이 있다. 주식이나 도박 쪽에서 쓰이는 말들과 많이 겹치기도 한다. 이건 의미심장하다. 애초에 코인시장 자체가 주식 거래의 형태를 빌린 카지노라 볼 수 있어서다. 코인 거래자들의 대화 중엔 이런 말이 자주 등장한다. ‘고래’ ‘스캠’ ‘운전수’ ‘박상기의 난’.
‘고래’ 혹은 ‘세력’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이들을 뜻한다. 주식으로 치면 ‘작전세력’과 개념이 비슷하다.
‘스캠’은 사기를 뜻하는데, 원래 카지노 쪽에서 많이 쓰이던 말이다. 카지노가 은밀히 손님들을 속여 돈을 잃게 하는 걸 의미한다. 코인판에서 어떤 코인을 두고 스캠이라 하면 ‘개미’들한테 비싼 가격으로 코인을 넘기고 나오기 위해 만들어진 사기성 코인이라는 뜻이다.
‘운전수’는 코인 가격을 조정하는 이를 뜻한다. 자전거래 등을 하며 시세조정을 하는 ‘마켓메이커(Market maker)’와 같은 의미다. 마켓메이커는 주식시장에서는 합법이다. 정해진 한도 내에서 구체적인 요건을 지켜 적법하게 해야 한다. 코인판에서는 다르다. 별다른 적용 법률이 없기 때문에 무한한 행위를 할 수 있다. 특정 코인의 가격이 며칠 만에 200%씩 오르는 경우는 허다하다. 물론 하락을 넘어 상장 폐지되는 경우도 있다.
‘박상기의 난’
‘박상기의 난’은 2018년 1월 11일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뜻한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거래소 폐쇄를 포함해 초강경책을 동원해 암호화폐 거래를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투자 자체를 금지하겠다는 얘기였다. 그의 발언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단숨에 30% 폭락하면서 대폭락장이 시작됐다. 문제는 이때 속칭 ‘물린’ 투자자들이 대부분 갓 시장에 진입한 초보 ‘개미’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때는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한국 시장의 영향력이 컸을 때다. 한국 내의 폭락이 전체 시장에서 폭락을 이끌었다. 이때 손해 본 이들은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박상기의 난’을 들먹이며 박 전 장관을 원망한다.
암호화폐 단체 채팅방에서 알게 된 20~30대들은 대부분 한탕의 꿈을 안고 코인판에 들어왔다. 29세 여성 A씨는 인터넷 쇼핑몰을 하다 접고 전업 코인투자자가 됐다고 했다. 자본금 500만원으로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크게 벌거나 잃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자본금이나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20대들은 다들 A씨와 비슷한 경우였다. 대학생들의 경우는 ‘비트코인이 오른다기에 등록금 낼 돈을 잠깐 넣어보려 하는데 어떻게 사면 되느냐’ 묻기도 했다.
40대 남성 B씨는 코인 때문에 인생이 바뀐 경우였다. 괜찮은 연봉을 받고 탄탄한 중견 기업에 다니다 코인시장에 들어오게 됐다. 선물 거래로 수억원을 벌자, 가지고 있던 돈에 대출까지 더해 투자금을 늘려갔다. 그러다 그 돈을 모두 잃었다. 회사라도 그대로 다녔으면 좋았을걸, 회사마저 그만뒀다고 했다. 역시 선물 거래로 투자금을 크게 잃은 날,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받아 무단결근을 거듭했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는 지금 원룸에 살며 오토바이 배달을 하고 있다. ‘배민’(배달의 민족) 라이더처럼 대기하고 있다 콜을 받고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 말이다. 코인 거래로 다시 일어서는 게 그의 목표였다.
또 다른 40대 남성 C씨는 택배 배달원이다. 그는 200만원을 자본금으로 해서 단타를 하며 하루에 2만원씩 번다고 했다. 큰 욕심 안 부리고 자신의 용돈을 벌기 위해 한다고 했다. 그는 한 종류의 코인을 샀다 조금 오르면 파는 식으로 돈을 벌었다.
30대 남성 D씨는 2017년, 2018년에 코인으로 약 20억원을 벌었다고 했다. 그 돈으로 아파트도 한 채 사뒀다. D씨도 코인 선물 거래로 돈을 벌었다.
코인시장은 24시간 돌아간다. ‘안방에서 즐기는 강원랜드’라며 자조하는 이도 봤다.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보면 위의 사람들과 비슷한 경우에 있는 투자자들은 단톡방에서 하루 종일 코인 얘기를 한다. 잃었다는 하소연엔 위로를 하고, ‘익절’ 즉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는 얘기엔 비결을 물으며 부러워한다. ‘인생은 한강뷰 아니면 한강물이다’라는 표현은 이들의 심리를 잘 나타낸다.
비트코인 시세는 왜 올랐을까. 별별 설명이 다 나오지만 크게 세 가지 원인으로 판단된다.
첫째, 오를 때가 됐다. 코인의 시세 패턴은 비슷하다. 긴 시간 저가에 횡보한 후 시세 급등, 일명 ‘펌핑’이 일어난다. ‘고래’ ‘세력’들이 저가에 수량을 매집한 후 어느 날 가격을 올리면, 더 오를 거라 보는 ‘개미’투자자들이 시장에 진입한다. 그러면 시세가 더 올라간다. 시세가 거의 올랐다 싶으면 ‘고래’ ‘세력’들은 처분해 이익을 실현한다. ‘개미’들끼리 주고받다 시세가 다시 내려간다. 그 과정에서 ‘고래’들이 보유분을 매도해 하락을 가속화시키기도 한다. 내려가야 다시 매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2018년 대하락 이후 2년 넘게 횡보 기간을 거쳤다. 충분한 매집 기간을 거쳤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비트코인에 어느 정도 신뢰가 쌓였다는 점이다. 몇 년 전까지 네덜란드 튤립 광풍 시기의 튤립 취급을 받았다. 오늘은 하나에 1000만원이지만 내일 0원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었다. 이제는 일종의 가치재로 인정받는 정도에 이르렀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일종의 기축통화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신뢰다.
셋째, 기관투자자다. 일명 ‘고래’가 안 보이는 그늘에 있다면, 기관투자자들은 제도권 내에서 세력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이 대표적인 예다. 2013년에 설립된 미국의 암호화폐 신탁펀드 투자 회사다. 지난해 12월 초 기준 20K(2만 달러)를 넘지 못했던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 1월 8일 42K(4만2000달러)를 돌파했다. 그레이스케일의 적극적인 비트코인 매수가 초반 시세 폭발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시중 유동성이 더해졌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유동성이 넘치고 있다. 이후 42K까지 간 건 유동성에 기대 시장에 진입한 ‘개미’투자자들의 영향이다.
선물의 끝은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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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비트코인 ETF가 승인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조선DB |
‘선물의 끝은 청산’이라는 말이 있다. 오를 거라 걸었는데 내릴 경우 손해를 보는데, 특정 구간을 넘어 더 내려가면 청산이다. 청산은 투자자가 건 돈을 모두 잃는다는 뜻이다. 계속 이익을 보다가도 한번 청산당하면 타격이 너무 크다. 선물투자자가 잃는 돈은 거래소가 가져간다. 거래소를 상대로 도박을 하는 셈이다.
기자가 관찰해보니 코인시장에서 선물 거래의 영향은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비트코인 시세의 원인 모를 출렁임은 많은 경우 선물 거래로 설명된다. 크게 하락할 것처럼 보이다가 올라가는 경우 선물투자자들은 ‘숏 포지션으로 유도한 다음 청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1월 11일 비트코인 가격은 38K에서 30K까지 하락했다. 하락한 원인은 복합적이겠지만, 세력의 이익 실현과 그레이스케일의 매입 중단 등이 이유로 꼽힌다. 선물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바이낸스 거래소에서는 이날 1시간 동안 1억1000만 달러의 포지션이 청산됐다. 약 1200억원이 ‘개미’의 계좌에서 거래소로 넘어간 것이다. 물론 이 와중에 돈을 딴 투자자도 있을 게다.
코인 선물 투자자 E씨는 이렇게 말했다.
“투자자가 수억원 등 큰 금액을 특정 포지션에 걸면 주시하고 있던 세력에게 포착이 된다. 그래서 그가 청산될 때까지 시세를 조정한다.”
선물시장과 세력의 존재를 모르면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시세를 추종하는 다른 코인들 시세의 등락을 이해하기 어렵다. 고도의 심리 싸움이라고 할까. 어쩌다 운이 좋아 이익을 올릴 순 있지만, 개인의 경우 이기기 힘든 게임이다.
코인투자자들을 관찰해보니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보였다.
첫째, 생활이 피폐해진다. 24시간 장이 돌아간다. 게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가격이 올라갔다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계속 지켜보고 대응을 해야 한다. 하루 종일 틈만 나면 코인 시세만 체크하니 인간관계에도 타격이 크다.
둘째, 일확천금을 바라게 된다. 선물 투자를 하면 운이 좋은 경우 단 한두 시간 만에 투자금의 3~4배를 번다. 당연히 잃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다 보니 소소한 행복에 무감해진다. 선물로 돈을 벌어보니 매달 받는 월급이 시시해 보여 회사를 그만뒀다는 이들을 몇 명이나 보았다.
이들이 일확천금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는 있다. ‘비트코인으로 지인의 지인의 지인이 몇십억원을 벌었더라’ 하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게다. 단톡방이나 게시판엔 가끔 자신이 그렇게 벌었다는 이들이 나타나 ‘인증’을 한다. 암호화폐 지갑을 캡처해 보여주는 식이다. 더 적극적인 이들은 신축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고급 외제 스포츠카 사진을 보여준다.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개미’들은 와와거리며 부러워한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되리라 다짐한다.
수십억 벌고 빈털터리
일명 코인 버전 ‘슈퍼 개미’들이다. ‘워뇨띠’ ‘웨돔n브로’ 같은 투자자가 대표적이다. 워뇨띠는 23세에 600만원을 가지고 코인판에 뛰어들어 300억원을 만들었다. 1997년생인 웨돔n브로 역시 400만원으로 시장에 들어와 100억원을 만들었다. 이런 경우는 극히 희귀한 경우지만 특히 20대들은 이들을 선망한다. 이 둘은 모두 지난 2017년 장에서 돈을 벌었다. 그때는 선물 거래로 수익을 올리는 게 현재와 비교해 상당히 쉬웠다고 한다. 장을 움직이는 운전수들과 거래소가 고도화되기 전이라 장이 비교적 단순했다고 투자자들은 말한다. 게다가 그때는 중국 자금이 대거 코인시장에 들어와 있었다.
중국 큰손들의 자금을 대신 굴려주고 일명 ‘뽀찌’, 수수료를 받은 한국인 트레이더들도 있었다고 한다. 트레이더들을 잘 아는 이의 얘길 들어보니 별천지 얘기 같았다. 트레이더들은 보통 1명이 300억~500억원을 굴렸다. 수수료로 1%를 받았는데 수수료 수익으로만 매달 수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트레이더들은 몇 명이 같이 움직였는데, 어느 날 올리자고 말을 맞춰 가격을 올리고, 내리는 식이었다. 지금은 중국 자본이 그 정도로는 들어와 있지 않다고 한다.
그렇게 수수료만으로 수십억원을 번 트레이더들이 3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다. 코인시장이 잠잠해지자 주식시장으로 달려가 번 돈을 그대로 잃고 빈털터리가 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트레이더들의 얘기를 들려준 E씨는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셋째, 코인 가격의 변동성이 카지노 룰렛과 비슷하다 보니 중독된다. 흔히 한국인이 만들어 한국 거래소에 상장한 알트를 ‘김치 코인’이라 부른다. 이더리움 같은 메이저 알트가 비트코인의 가격을 추종하는 것과 달리, 김치 코인은 자신만의 길을 간다. 등락이 해당 코인의 운전수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두 배로 오르는 식이다. 어쩌다 조금 사봤는데 두 배가 되면 횡재한 기분이 든다. 잃으면 잃은 대로 만회해보겠다고 다시 다른 코인을 기웃거린다. 중독이다.
지금까지 읽은 분들은 물을 수 있다. 그래서 비트코인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기자가 관찰한 대로면 코인시장에 발을 아예 들여놓지 않는 게 돈 버는 방법인 것 같다. 2017년에 선물 거래로 크게 돈을 번 이들도 이번 장에선 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알트의 경우엔 전적으로 정보 싸움이다. 맨손으로 자본금 들고 시장에 들어가는 건 세력들에게 그대로 헌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욕심을 통제하지 못한다. 앞서 소개한 하루에 단타로 2만원만 벌고 나간다는 40대 C씨는 오히려 희귀한 경우다.
도박 수준의 중독
비트코인의 가치를 믿고 있는 이들도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메이저 코인은 가치재로 인식된 건 사실이다. 언젠가는 암호 화폐가 오프라인에서도 화폐로 널리 사용될지 모른다. 실제로 지하경제에선 화폐의 역할을 이미 하고 있다고 한다. 코인에 대한 고급 정보를 비트를 주고 사는 식으로 말이다.
2022년부터는 암호화폐 수익도 과세 대상이 된다. 어느 정도 제도권으로 편입된다는 얘기다. 암호화폐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지 호재로 작용할지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알트의 경우엔 지금보단 시장이 안정화된 거로 보인다.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다. 굳이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싶다면 수백억을 번 투자자 1명 뒤엔 수많은 ‘개미’의 눈물이 있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도박 중독자였다. 그는 자신이 룰렛에서 돈을 딸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믿었다. 우연에 기대는 룰렛에 도대체 무슨 시스템이 있을 수 있을까. 기자가 보기엔 암호화폐 시장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의 가치와 잠재성은 매우 높다. 다시 말하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는 엄연히 다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데 암호화폐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은 블록체인의 가면을 쓴 온라인 사설 카지노로 보인다. 도스토옙스키는 도박 경험으로 소설이라도 썼다. 〈도박꾼〉이다. 그도 결국 나중엔 깨달았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도박장에서 도망치는 것밖에 없다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