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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국가부채

국회 最長 예결위원 지낸 이정현 前 새누리당 대표의 고백

정부 예산서 다 읽은 의원은 국회 72년 역사에 단 한 명도 없을 것

글 : 이정현  前 새누리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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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대갈이 예산’을 아십니까. 눈 가리고 아웅 하며 국민을 속이는 예산입니다”
⊙ “국회 예산심의 제도는 엉성, 과정은 졸속, 결과는 거수기”
⊙ 국민 세금 555조원을 어디 쓸지 논의하는 기간은 한 달

李貞鉉
1958년생. 광주 살레시오고·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국회정책 연구위원,·국회의원 비서, 한나라당 미디어 기획단장, 18대·19대·20대 국회의원,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 새누리당 당대표 역임
2019년 11월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김재원 예결위원장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간사, 이종배 자유한국당 간사, 지상욱 바른미래당 간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 그들에게 백지수표 다발을 준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원(願)도 한(恨)도 없이 실컷 써보자는 식(式)이다. 꼭 지켜내야 할 국가 부채와 재정의 마지노선도 붕괴했다. 재정안보 위기다.
 
  국가 재정과 부채가 왜 이렇게 급격히 악화됐을까? 필자는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가 국가 재정으로 국민의 표(票)를 산다고 본다. 이 정권은 매년 ‘슈퍼 예산’을 편성했다. 내년 예산안은 아예 ‘핵슈퍼 예산’이다. 실업 대책이라며 160조원을 쏟아붓는 ‘뉴딜 정책’이 갑자기 제시됐다. 집값이 오르니 느닷없이 수도를 옮긴다고 하고, 코로나19가 창궐하자 밑도 끝도 없이 의사를 4000명 늘리겠다고 했다. 경기가 어렵다고 24조원의 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하고 청년 취업 대책으로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늘린다는데 이들의 인건비만 370조원, 연금은 92조원이다. 총선용·대선용·선심성 예산 편성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또 ‘소득주도성장’ 실패를 ‘부채주도성장’으로 덮기 위함일 것이다. 미래 세대에 대한 개념이 없다.
 
 
  예결위는 12월 2일 이후에 법적 효력 잃어
 
  혹자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를 통제할 수 있지 않은지 물을 수 있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현행 국회법 85조에는 11월 30일까지 여야(與野) 합의가 안 되면 12월 2일에 예산안을 본회의에 자동 부의(附議)하게 돼 있다. 국회에서 몸싸움을 막고 원만한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해 만든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매년 11월 30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 심의를 전부 마쳐야 하고 다음 회계 연도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무조건 예산안을 본회의 토의에 부치는 것이다. 만약 그때까지 여야로 구성된 예결위에서 예산안 심의를 완료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 12월 2일이 지나면 예결위 예산 심의 효력이 법적으로 없어진다. 이때부터는 정부의 원안(原案)대로 의결하든지, 아니면 여야 원내대표끼리, 혹은 원내대표, 수석 부대표, 정책위원회 의장 등 ‘4+4’가 마주 앉아 정치적 흥정을 통해 수정안을 만들고 50여 명 의원의 동의를 받아 본회의에 제출하면 끝난다.
 

  여당은 예결위에서 야당과 힘들게 증액이나 감액을 가지고 논쟁하면서 정상적인 예산 심의 의지를 보이지 않아도 된다. 야당이 증액이든 감액이든 안을 내도 예결위에서 최종적으로 다수당인 여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상임위원회(이하 상임위)나 예결위 의원들의 수정안은 휴지 조각이 되고 만다. 그렇게 심의하는 척 예결위를 가동하다가 어느 시점에 꼬투리를 잡아 국회 일정을 파행으로 몰아넣고 12월 2일까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여소야대(與小野大)였던 지난해에는 다른 정당의 협조를 얻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했다. ‘4+1 체제’로 예산안을 날치기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국회는 여대야소(與大野小) 의석 구조다. 반수가 넘는 여당의 출현으로 이제는 여당 단독으로 야당 의견에 구애됨이 없이 대통령이 원하는 원안 그대로 단독 처리가 가능해졌다. 여대야소 구조에서 국회의 재정통제권은 거의 무력화(無力化)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재정 민주주의는 없다.
 
 
  예산 심의·확정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임
 
  필자는 3선(選) 하는 동안 예결위원을 총 일곱 번 해봤다(2008~2011년, 2014~2016년). 아마 신기록이 아닐까 싶다.
 
  국회 예결위원은 300명 의원 중 50명으로 구성하고 1년 단위로 매번 새로 바뀐다. 의석수에 따라 배정된 인원을 각 당이 자체적으로 뽑는다. 선정 기준이나 자격은 따로 없고 희망자 위주로 내부에서 조정한다. 예결위원의 본래 역할은 정부 예산안, 즉 본예산이나 추경예산 등을 심의·확정하고 결산을 심의·확정해 본회의에 부치는 것이다. 헌법 54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고 확정한다고 돼 있다. 법률안 제출, 심의, 확정과 함께 국회 권한 중 가장 중요한 양대 권한이자 책임이다.
 
  원래 예산 심사가 이뤄지는 과정은 이렇다.
 
  각 상임위 전체 회의와 예결 소위원회, 그리고 다시 전체 회의를 거쳐 예비 심사한 부처별 예산안을 예결위에서 종합적으로 심의해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확인한다. 예결위에서는 먼저 종합정책 질의를 하고, 경제와 비(非)경제 분야로 부별 심의를 한다. 예결위 전체 심의가 끝나면 소위 ‘계수조정위원회’라고 불리는 15명 이내로 구성된 소위원회 심의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국회 예산정책처와 각 상임위 전문위원들이 분석한 자료가 의원들에게 제공된다. 예산 관련 공청회도 예결위 주관으로 개최된다.
 
  과정과 절차만 들으면 국회 예산이 낭비된다거나, 예산 집행이 중복된다거나, 선심성 예산이 끼어들 틈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국회 예산 심의 제도는 엉성하고, 과정은 졸속이며, 결과는 거수기다. 정부 예산안은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가 편성도 하고 집행도 하고, 대통령 직속의 감사원이 감사까지 한다. 심사만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국회 심의는 제도와 법상 들러리고 형식이다.
 

  매년 9월 1일에 정기 국회가 시작된다. 약 53개 정부 기관의 예산안과 부속서류가 9월 2일까지 상임위별로 국회의원에게 제공된다. 예결위원들에게는 서류 전체가 온다. 일반적으로 한 권당 400여 페이지가 될 것이다. 부처별로 1~3권 정도 된다고 잡으면 어른 키로 몇 배, 5단 책장을 가득 채울 양이다. 예산서에는 비목과 금액만 적혀 있다.
 
  정기 국회가 시작되면 대정부 질문과 상임위 현안 질의, 국정감사를 하고 법안 심의도 해야 한다. 당연히 그 사이에 휴회하는 날도 많다.
 
  대통령은 10월 25~27일쯤에 예산안 시정 연설을 한다. 시정 연설이 끝나고부터 예결위가 가동된다. 10월 하순부터 예산 심의가 시작되는 것이다. 앞서 밝혔듯이 12월 2일에 예산안을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니, 휴일을 빼고 555조8000억원의 내년 예산을 예결위에서 심의하는 기간은 한 달 남짓 된다. 국회의원들이 봐야 하는 서류는 어른 키의 몇 배 분량, 기간은 한 달 남짓인 셈이다. 국정감사와 법안심사, 그리고 현안을 논의하는 정기 국회 중에 이 예산서를 다 읽는 의원은 72년 국회 역사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만화책이라고 해도 이 분량을, 이 기간에 다 볼 수 없다. 예산서를 만든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장관이 국회의원이 됐다고 해도 그 예산안 책자를 보고 문제점을 찾아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이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예결위에서는 종합정책 질의와 경제·비경제 분야로 나뉜 부별 심의를 하는데 질문 시간이 한 의원당 주(主) 질의 심의 10분, 보충 질의 5분, 추가 질의 3분을 하게 된다. 부별 심의 때는 그나마 답변까지 포함한 시간이 이 몇 분간이다. 2~3건 정도의 아이템으로 공방하다 보면 끝이 난다. 그것도 예산 관련보다는 정치 현안 관련 질의에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소위원회 파행, 이후 물밑거래가 관행처럼 이어져
 
2017년 12월 5일 밤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예산안 처리를 강행하려 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단상 앞으로 몰려와 항의하고 있다.
  그러고 나면 각 당의 합의로 약 15명 이내의 소위원회를 구성한다. 계수조정위원회라고 부른다. 심도가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기구다. 가장 중요한 감액(減額) 심의는 처음에는 상당히 진지하게 진행된다. 보통 며칠간은 예결위 소위가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러나 감액 심의할 때도 국민의 입장에서 손봐야 할 사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다음에 더 논의하자’며 대부분 보류하고 넘어간다. 대충 예산안 전체를 1독(讀)하고 나면 한 달이 거의 훌쩍 지나가버린다. 물리적으로 깊이 있는 심의는 완전히 불가능하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보류된 안건이 진지하게 논의되는 경우는 드물다. 한마디로 국회 예결위 예산 심의는 허당이다. 도깨비다.
 
  시간이 지나면 예결위 소위원회는 예외 없이 파행을 하고, 회의는 거의 못 열게 된다. 아니 안 한다. 그런데 헌법상으로도 국회법상으로도 11월 30일이면 심의를 마감하고 12월 2일까지 국회의장은 무조건 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시키게 돼 있다. 아주 예외적으로 교섭단체 간 합의로 단 며칠을 미루기는 한다. 하지만 예산 심의와는 별 관계가 없다.
 
  이 파행 과정에서 예결위 심의는 아예 팽개쳐버린다. 과거에는 간사 간 합의를 하는 ‘소소위’라는 규정에도 없는 협의체를 다시 구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말이 간사 간 협의지, 교섭단체 간 물밑거래를 위한 관행 기구다. 이 과정이 바로 실세들의 예산 증액, 즉 쪽지 예산이 난무하는 기간이다. 협상 참여 의원들도 지역구 예산을 챙기기 위해 결국 거래를 한다. 그 과정에서 여당은 단독처리 압박을 계속한다. 야당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법과 원칙이 사정없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예결위원을 해보니 사실상 전체 예산의 1%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조정하거나 수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보통 전체 예산의 1% 내에서 애써 감액하는 척 숫자를 맞추고 몇몇 의원의 요구로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 증액이 그보다 약간 더 반영되는 수준이다. 이러나저러나 결국은 정부가 원래 내놓은 안(案)대로 된다. 돌고 돌아 결국 ‘똔똔’이다.
 
 
  눈 가리고 국민을 속이는 ‘포대갈이 예산’
 
  ‘포대갈이 예산’이라는 것이 있다. 원조받는 나라들이 식량 등 원조물자가 들어오면 그대로 배급할 수도 있지만, 담는 포대를 자기 나라에서 새로 제작해 마치 정부가 주는 것처럼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나의 경험상 예산도 이미 집행되고 있거나 앞선 정권에서 시행하던 것을 마치 자기 정권에서 새로 하는 것인 양 명칭만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포대갈이’라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며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현행법과 규정, 관행상 국회로 이미 넘어온 것들은 예산 심의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 국회에서 정부가 이미 확정한 개별사업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예산 편성 이전부터 아예 예산 규모를 통제하면 모를까, 이미 국회로 넘어온 것들을 그제야 컨트롤하기는 어렵다.
 
  그 때문에 예산 편성권 자체를 국회로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은 국회가 예산을 편성한다.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하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국회가 예산을 편성하는 권한까지 갖게 되면 지금보다 더 상황은 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천억원에서 몇조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아는가? 없는 강도 만들어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필자는 과거 국정을 책임지는 일원으로서 국가 부채와 균형 예산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소속 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 이해 당사자들의 저항과 반발이 있었지만, 재정 부실을 막고자 최선을 다했다.
 
  방만한 예산과 국가 부채, 선심성 복지 남발은 중독성이 있다. 사실 그 돈은 오른쪽 주머니에서 빼서 왼쪽 주머니에 찔러주는 것이다. 그 어떤 정권도 한번 늘린 복지예산은 줄일 수 없다. 세금을 더 많이 걷기도 어렵다. 국민 혈세(血稅)인 세금을 낭비하지 않고, 국가가 균형 재정을 이루며, 폭탄 같은 국가채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정부와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예산 심의가 엉터리인 이유
 
  매년 논의되는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은 늘 같은 모양새다. 가장 중요한 정부의 1년 예산안을 심의·결정하는 것이 제대로 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정보력 부재’ 때문이다. 성인 키의 몇 배에 달하는 자료를 살펴보기도 힘들뿐더러, 중·장기적인 재정 수입과 지출에 대한 종합적인 내용을 국회의원들이 잘 모른다. 정치권이 재정 통제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다. 재정이든 부채든, 미래 부담이든 도통 무관심이다. 예결위를 상설화하고 지원 기관을 전문화·독립화하지 않는 한 과오는 반복될 것이다.
 
  국민의 피땀 어린 혈세의 쓰임새를 결정하는 심의기간이 한 달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도 문제다. 언제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 부의된다는 기간에 대한 압박은 야당의 협상력을 떨어뜨린다. 더구나 방만한 예산 편성과 예산 낭비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이가 없다. 처벌 방법도 없다. 마음대로 ‘슈퍼 더 슈퍼 더더 슈퍼 예산’ 편성을 막으려면 증가율을 법으로 강제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매달 추경을 편성하고, 국가부채를 늘리고, 적자 예산을 편성해도 말릴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국가 빚이 빛의 속도로 늘고 있다. 앞선 정부들이 국가부채 비율을 GDP 대비 40%를 넘지 않으려고 온갖 인내를 했는데, 현 정권이 끝나는 2022년에는 50.9%가 된다고 한다. 재정안보 위기다.⊙
 
미니 인터뷰 / 李貞鉉 전 새누리당 대표
 
  “바른 예산 편성을 위해 감사원을 대통령 직속으로 두면 안 된다”
 
사진=조준우
  ― 예결위원을 일곱 번이나 지낸 진기록을 세웠는데… 소회가 있다면.
 
  “3선 의원을 하는 동안 국민 앞에 가장 부끄럽고 양심에 찔린 것이 예산 심의였습니다. 혁명적인 법적·제도적·실질적 개선이 없다면 국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망치는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 무엇이 그렇게 부끄러웠습니까.
 
  “500조원이 넘는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는 유일한 기관이 국회입니다. 국민은 국회가 자신들을 대신해 예산을 꼼꼼하게 잘 심의해줄 것으로 믿고 전적으로 맡깁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정부 예산 관련 정보에 깜깜이입니다. 접근도 안 되고, 편성 과정에 참여도 못 하고 파악하려는 악착같은 의지도 없습니다. 정부의 일방통행일 뿐입니다. 예산 전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으니 예산 심의는 항상 정치 현안 질의로 변질합니다. 매번 예산 심의는 예산 외의 정쟁(政爭)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항상 국회 파행입니다.”
 
  - 이 문제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에서 늘 지적을 해왔는데요.
 
  “그때뿐입니다. 550조원이 어떤 돈입니까. 그 돈은 전부 국민이 낸 세금입니다. 일부는 미래 세대들이 갚아야 할 부채입니다. 그런 천문학적인 돈이 제대로 된 심의를 거치지 않으니 정권 지지율 유지와 정권 재창출 비용으로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쓰이는 겁니다. 이런 일을 견제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들러리를 서고 있으니 정상적인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 야당에서 더 강하게 견제할 수는 없습니까.
 
  “여대야소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여당은 정부와 사전에 당정(黨政) 회의를 통해 정부의 안을 함께 마련했기 때문에 반대하기 어렵습니다. 몸싸움했다가는 전부 법정에 끌려갑니다. 야당이 소수면 여당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더구나 정부 안에 지나치게 강한 이견(異見)을 내면 자기 지역구 예산이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느낍니다.”
 
  - 결국은 방법이 없다는 소립니까.
 
  “국가 재정과 예산을 다루는 전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이 모니터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불조심 강조기간’처럼 기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해야 합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완전히 독립시키고 중립 기관으로 바꿔야 합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정부와 협의하고 토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은 의원들이 말하는 예산 확보 홍보의 허구성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합니다.”
 
  - 예산을 끌어오겠다는 말에 속지 말라는 건가요.
 
  “쪽지예산, 끗발예산, 보은예산은 사실 거의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요령 있고 능력 있는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의 필요 사업에 대해 평상시 연중 내내 정부 관계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서 국회로 넘어오기 전에 정부의 안에 담기도록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정부의 안에 담겨서 국회로 넘어오면 사실상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국회의원들이 간혹 전화 통화로 말 몇 마디 보태고 마치 자신이 다한 것처럼 홍보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다른 의원들이 하거나, 오래전부터 국가의 중·장기 발전 계획에 따라 어차피 추진하기로 한 일들도 자기가 했다고 의정 보고 홍보물에 씁니다. 국민이 이런 일에 대해 조소(嘲笑)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감사원을 대통령 직속으로 두면 안 됩니다. 행정부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데 행정부 수반의 직속으로 두면 제대로 감사가 이뤄지겠습니까? 국회 예산 심의가 사실상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어느 정도 수정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아야 합니다. 국민의 돈인 만큼 국민 여론이 어느 정도는 전달·반영돼야 합니다.”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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