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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하)

20대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금융 외길’ 미래에셋의 어제, 오늘

‘미래’라는 단어가 해외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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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셋 도전의 추동력은 혁신”(박현주)
⊙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의 60%를 미래에셋대우 해외법인이 올 상반기에 벌어
⊙ ‘한국판 실리콘밸리’ 판교 알파돔시티에 2조8000억원 투자
  “대다수의 우리나라 국민에게 ‘미래’라는 단어는 ‘Future’로 인식될 겁니다. 하지만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다릅니다. 그들은 ‘미래’라는 이름을 들으면 ‘미래에셋’을 떠올립니다. ‘미래’라는 단어가 보통명사가 아닌 고유명사가 된 겁니다. 오늘날 해외시장에서 ‘미래에셋’의 위치는 이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미래에셋’ 명함을 내밀었을 때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를 묻는 해외 투자자는 없다고 봅니다.”
 
  평소 회사에서 굵직한 해외 M&A딜을 추진하는 A씨가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미래에셋이 갖고 있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이 말에 함축돼 있다. 미래에셋이 해외에 진출하던 2000년대 초반 회사에 대해 업계는 ‘가당키나 하느냐’는 눈길을 보냈다. 물건을 만들어 팔면 모를까, 금융 후진국인 우리나라가 어떻게 금융 상품을 미국·유럽 등 금융 선진국에 판매하겠느냐는 식(式)이었다. 하지만 17년 만에 이런 인식이 180도 바뀌었다. 어쩌면 박현주 회장은 이 같은 일을 예상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는 2017년 회사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이런 말을 했다.
 
  “미래에셋은 늘 도전해왔고 그 도전의 추동력은 혁신이다. 미래에셋의 시작은 불가능한 상상이었지만 지금은 사회가 인정하는 현실의 길이 됐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미래에셋의 홍콩법인(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대우 진출)은 해외 법인의 교두보 역할을 착실히 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홍콩법인은 지난해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중국의 글로벌 유니콘 기업인 ‘마오얀 엔터테인먼트’의 해외 상장 공동 주관사로 참여해 성공적으로 IPO(기업공개)를 끝냈다. 또 회사가 5년 동안 보유하고 있던 두바이 국영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의 항공기 2대(B777-300ER)를 일본계 리스사에 매각했다. 이번 항공기 매각으로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은 15% 이상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박현주 회장의 기대만큼 실적으로 답하고 있는 미래에셋 홍콩법인의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래에셋은 지난 8월에 홍콩법인에 대해 3억 달러의 유상증자(有償增資) 실시를 발표한 바 있다.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의미는 그 회사를 더욱 키우겠다는 얘기이고, 결국 해외 투자를 늘린다는 소리다. 미래에셋대우는 2019년에도 홍콩법인에 대해 두 번의 유상증자를 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 확충을 통해 주식과 채권운용 규모를 앞으로 더욱 확대하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경기가 불확실한 가운데 미래에셋이 홍콩법인에 자금을 투입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美·캐나다 등 금융 선진국에서도 통했다
 
  미래에셋 미국법인(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대우 진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 상품 중에 ‘미래에셋 글로벌ETF(상장지수펀드)’라는 것이 있다. 2011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초창기에 5조원 규모였던 자산이 현재 51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고객들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믿고 자신들의 자산을 맡기는 금액이 7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는 얘기다. 한국을 포함해 9개국에서 운용한다.
 
  ‘ETF 자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의 ‘글로벌X’ 자산이 15조원, 캐나다의 ‘호라이즌 ETFs’(12조원), 한국의 ‘TIGER ETF’(11조원) 순(順)이다. 이는 미국·캐나다 등 서방 국가에서 ‘미래에셋’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글로벌ETF 리서치업체인 ‘ETFGI’에 따르면 지난 7월 말을 기준으로 미래에셋 글로벌ETF는 전 세계 운용회사 중에 순자산 규모 16위를 기록했다. 자금의 순유입 규모도 10위권에 랭크됐다.
 
  미래에셋의 인도 사업도 급물살을 탈 예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도법인이 인도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운용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2019년 11월에 승인받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이 지주사가 되면 단순히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의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인도 VIP를 위한 자산관리서비스 등까지 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인도에서의 사업에 날개를 달게 되는 셈이다. 미래에셋의 사업 영토는 일본으로까지 뻗어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회사인 ‘글로벌X’는 2019년 9월에 일본 다이와증권과 합작법인 ‘글로벌X재팬’을 만들었다. 국내 금융투자회사 중 일본에 법인을 설립한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처음이다.
 
  해외에서의 성과는 숫자로 드러난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영 실적에서 해외법인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0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벌어들인 전체 순이익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연말 미래에셋대우 호찌민·베트남·홍콩,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인도·홍콩법인 직원이 모두 승진했다.
 
 
  네이버와 손잡고 핀테크 도전
 
  핀테크 사업에 대한 도전도 시작됐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미래에셋은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사상 최대 규모인 8000억원을 ‘네이버파이낸셜’에 투자해 디지털 금융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의 금융 노하우와 네이버의 데이터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것이 목표다. 미래에셋이 꿈꾸는 ‘디지털+ 금융서비스의 융합’은 전 세계 고객들과 24시간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쉽고 빠른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비대면 계좌개설 고도화, AI(인공지능)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 맞춤형 투자 정보 등 다양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이를 위해 디지털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키우는 것은 필수다.
 

  실제로 ‘미래에셋 인공지능 금융연구센터’에서는 딥러닝을 활용해 리서치 및 자산배분 솔루션, 투자 성향 분석 및 상품·서비스 개발까지 투자의 전 영역에서 AI를 활용한 금융 연구를 하고 있다. 다각도 분석을 통해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지난 6월, 네이버파이낸셜과 미래에셋대우가 내놓은 ‘네이버통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네이버통장은 미래에셋대우의 RP형 CMA(환매조건부채권을 기반으로 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와 네이버페이를 결합한 형태의 상품이다. ‘네이버통장’이라는 명칭 때문에 미래에셋대우가 발급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를 네이버가 직접 만든다는 오해도 있었고, 초반 가입자도 적었지만 참신한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공정위 44억 과징금 부과, 미래에셋 행정소송 제기
 
  대기업들이 세간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는 때는 기업 승계와 관련해서다. 1세대에서 2세대,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편법 혹은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주식 증여 방식이 주요 쟁점이다. 물론 선대(先代) 회장이 아들에게 주식과 함께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일찌감치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겠다고 강조해왔다. 한때 박 회장의 맏딸이 미래에셋운용 홍콩법인에서 근무해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지만, 박 회장은 “2세 경영은 아니다”고 못 박은 바 있다. 박 회장 본인도 회사 경영에 일일이 간섭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홍콩을 중심으로 한 미래에셋의 해외 사업은 챙기지만, 국내 사업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 최현만(崔鉉萬)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하만덕(河萬德)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대표적인 박 회장의 사람으로 국내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나 경영권 승계 등에 유독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국내 재계(財界)에서 창업주가 경영하는 사실상 유일한 그룹이기 때문이다. 삼성·현대차·SK 등은 ‘3세대 경영 시대’를 맞고 있고, LG와 두산은 ‘4세대 경영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박현주 회장이 1958년생 자수성가형 창업주로 아직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나이라는 점에 2세대 승계를 얘기하기는 시기상조다.
 
  박현주 회장은 지주회사 격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 48.63%, 박 회장의 배우자와 자녀가 34.8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에 대해 불공정 거래가 이뤄졌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룹 차원에서 오너 일가가 대주주인 회사(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생명보험 등 11개 계열사가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봤다. 계열사의 지원으로 골프장과 호텔이 급성장했다는 것이다. 공정위와 미래에셋의 공방은 2년 넘게 이어졌고, 공정위는 지난 5월에 미래에셋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44억원)을 내렸으나 당초에 거론됐던 박 회장의 검찰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래에셋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행정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로 인해 그동안 미뤄졌던 미래에셋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가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여수 경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
 
(왼쪽 4번째부터)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권오봉 여수시장을 비롯한 지역기관장 및 관계자들이 시삽식을 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단순히 금융상품을 파는 회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미래에셋은 판교의 알파돔시티에 2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판교 알파돔시티는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40여 개 기업, 약 1만3000명이 동시에 근무할 수 있는 중소기업과 벤처 창업가 센터다. 4차 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고 첨단산업 간 융합이 실제로 이뤄지는 공간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판교 알파돔시티는 창의적 인재와 혁신기업이 공존하는 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주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혁신(innovation)’의 정신이 이곳에도 묻어 있다.
 
  박현주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는 아니지만 외부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는 편이 아니다. 그런 그가 코로나19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던 지난 6월에 전남 여수시의 관광단지 개발 착공식을 찾아 화제가 됐다. 박 회장이 이 개발에 각별한 애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착공식은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를 개발하기 위한 자리였다.
 
  여수 경도는 섬 주변을 다른 섬들이 둘러싸고 있어 해풍의 영향이 적은 전남의 섬이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후가 따뜻하기에 일찍부터 다도해의 해양관광지가 되기에 적합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를 꾸밀 예정이다. 호텔과 콘도, 해상케이블카, 상업시설 등이 조성된다. 미래에셋은 오는 2024년까지 총 3400억원을 지급기로 했는데 지난 4월에 이미 300억원을 조기에 투입했다. 미래에셋은 지역경제 발전 및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지역인재 우선 고용도 약속했다.
 
  박현주 회장은 이날 “남해안 개발의 큰 꿈을 갖고 여수에 왔다. 여수 경도를 최고의 퀄리티로, 창의적으로 개발해 문화를 간직한 해양관광단지로 만들겠다. 역사적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경도에서 이익이 난다면 하나도 서울로 보내지 않겠다. 남해안에 오히려 더 투자하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혁신·본질·인재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말에는 묵직한 울림이 있다. 꼭 필요한 자리에서는 한마디씩 하는 편인데 그의 말을 관통하는 몇 개의 단어가 있다. ‘혁신’과 ‘본질’ ‘인재’다.
 
  그는 미래에셋해외법인 임직원에게 “고객과 사회를 위해 투자회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미래를 향한 유니크한 투자 철학을 가진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그것이 미래에셋의 본질”이라고 했다. 회사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는 “투자 없이 성장은 없다. 우리는 투자를 통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미래를 향한 투자와 혁신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미래에셋박현주 재단 20주년 행사장에서는 “사람을 키우고 기회를 주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고 했다. 이룰 만큼 이룬 듯도 싶지만, 박 회장의 말을 보자면 그는 아직도 ‘배가 고픈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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