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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玄明官의 국가와 기업 (下)

“삼성 두 차례 부도 위기 맞았지만 그룹경영 체제로 성공 이뤄내… 지금은 그런 일이 가능한가?”

정리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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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반도체 진출 후 위기에 모든 계열사 자금 총동원… 그룹 각사가 은행대출 가능 한도만큼 모두 받아 반도체에 전액 투입
⊙ 그룹경영 체제는 다른 나라 기업이 갖지 못한 강력한 무기, 복합화·융합화 중심의 4차산업혁명 시대에 그룹체제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자산
⊙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오너 경영인이 전문 경영인보다 분명히 바람직하다
⊙ 시장의 지배자는 고객이지 정부 아냐… 정부가 할 일은 개방과 경쟁력 강화 위한 제도적 지원
⊙ 이병철 회장, 계열사 사장들에 “나가서 쇼핑하고 오라”, “만두 한 개 원가와 가격 보고하라” 그 뜻은…

玄明官
1941년 출생. 서울대 법학과 졸업 / 호텔신라, 삼성시계, 삼성건설 대표이사,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 삼성물산 총괄대표이사,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국마사회 제34대 회장 역임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지금은 세계 일류 기업인 삼성도 부도에 직면할 정도의 위기가 있었다. 1980년대 삼성이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진출할 때 세계시장은 미국의 마이크론과 일본의 도시바·히타치·샤프 등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상태였다. 이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수요자 주도 시장이었다. 1라인 건설에 1조원 이상 투자되는 자본집약적 산업인 데다 제품의 수명이 매우 짧은 대표적 기술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기술과 전문인력 등 아무런 기반이 없는 한국의 삼성이 새로이 여기에 진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병철 회장은 전격적으로 예상과 상식을 깨고 1983년 2월 7일 아침 6시30분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 505호실에서 당시 홍진기 회장에게 전화해 “삼성이 반도체와 컴퓨터 사업에 진출한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케 했다.
 
  그 후 업계 예상대로 삼성그룹 전체가 2번에 걸쳐 부도에 직면하는 위기를 맞았다. 삼성이 온 힘을 다해 업계의 예상보다 빨리 64kD램 개발에 성공, 수출을 시작하자 기존 업체들이 경계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삼성 죽이기에 돌입한 것이다. 마이크론이 지금까지 3달러 하던 64kD램을 절반 수준인 1.8달러로 덤핑했고, 뒤이어 일본 도시바 등도 0.3달러로 종전 가격의 10의 1이라는 대폭적인 덤핑을 치고 나왔다. 삼성은 원가 이하인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0.2달러로 출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말미암아 몇 개월 사이에 무려 1300억원의 손해를 봐야 했고, 2번째 라인을 건설해 256kD램을 생산하면서 3년 연속 수천억 원 적자를 봤다.
 
  이런 위기에서 삼성은 삼성전자 1개 회사 차원이 아닌, 전 그룹 차원의 반도체 총력지원 태세로 돌입했다. 삼성생명, 삼성통신, 제일제당, 제일모직 등 모든 회사의 자금을 총동원했다. 자기자금뿐 아니라 그룹 각사가 은행대출 가능 한도만큼 전부 융자받아 반도체에 전액 투입했다. 그룹이 아니었다면 반도체 사업은 불가능했다.
 
 
  국내 기업의 강력한 무기, ‘그룹’
 
2010년 2월 서소문 호암아트홀에서 삼성그룹 창립자인 故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 가운데 가족대표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만약 지금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시각에서 본다면 무모한, 이런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자기자금뿐 아니라 은행대출금 등 타인자금까지 차입하면서 법인격이 다른 삼성전자에 자금대여를 할 수도 없고, 만약 했다면 집단소송을 당하거나 배임 등 형사문제까지 될 것이다. 다른 나라 기업이 가지지 않은 삼성만의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위기를 모면했던 것이다.
 
  현대의 자동차, 조선도 마찬가지로 현대그룹이 있어 가능했다. 포스코의 철강은 한국정부가 지급보증해서 자금조달을 했고, 그런 의미에서 포항제철은 국가가 만든 것이다. 과거 IMF 외환위기 이전에는 다른 나라 기업에 없는 ‘그룹경영 체제’라는 우리만의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이미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득권자인 거대 다국적기업 등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시장지배자인 다국적기업과 똑같은 방법, 똑같은 무기를 가지고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지금까지 기득권자가 해 온 논리와 방법으로 강자의 논리다. 따라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전부라면 새로운 세계시장 참여자인 후발주자, 즉 팔로워(follower)는 영원히 기득권자를 따라잡을 수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경쟁력의 필요조건일 수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플러스 알파(+α)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며, 우리만의 한국적 경영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복합화·융합화 시대에 그룹의 가치
 
  언젠가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그룹’은 오히려 최근 4차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주목받는다. 4차산업혁명의 특징은 복합화·융합화다. 여러 기술(예컨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융합, 전자기술과 인공지능 기계공학의 융합 등), 여러 산업(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의 여러 기술, 여러 산업을 포용하고 있는 그룹체제의 활용이야말로 우리만이 가지는 새로운 경쟁무기가 될 수 있다. 다만 미래산업과 미래 핵심기술 동향에 기동성 있게 적응하기 위하여 현재의 그룹조직과 문화는 새롭게 탈바꿈해야 하겠지만, 이미 우리만이 갖고 있고 또 글로벌 경제전쟁터에서 강력한 무기임이 입증된 무기를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요새 그룹 오너와 그 가족들의 행태에 대한 비난이 많다. 물론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상식을 벗어난 갑질, 위법적인 증여와 탈세 등은 당연히 엄단해야 되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그룹, 기업과 그 오너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법 및 부당한 행위를 한 사람은 엄단해야 하지만 기업과 그룹까지 일괄 비난하거나 기업이 여론의 뭇매를 맞아 경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기업은 우리가 공들여 키워 온 귀중한 재산으로 오너나 그 가족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끼고 격려해야 기업인들이 의욕과 자신감을 갖고 전쟁터에 나가서 열심히 싸운다. 기업이 있어 일자리가 생기고, 세금을 내게 하고, 협력업체가 먹고살 수 있는 것이다.
 
 
  복합화와 융합화, 조직에도 적용해야
 
  4차산업혁명의 특징인 복합화와 융합화는 그 자체로 기업에 답을 제공한다. 복합화·융합화는 편리하고 빠르면서 동시에 상대적으로 큰 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한 가지 기술, 한 가지 서비스, 한 가지 기능만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나아가 산업과 산업, 인문학과 과학기술, 심리학과 과학 등 산업과 학문간 벽을 허물어야 비로소 경쟁력이 생기는 시대다.
 
  로봇과 제조업의 복합화는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됐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 보자. 기계기술 위주의 자동차는 이미 고물이 됐고 전자기술, 환경에너지 기술, 인체공학적 기술이 융합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기술까지 접목해 무인 전기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런 기술적 융복합에 보험, 금융, 정기점검과 수리, 애프터서비스 등 서비스 체계까지 융합되지 않으면 자동차는 경쟁력이 없어진다.
 
  여기에 시사점이 있다. 이런 복합화·융합화 추세에 맞춰 기술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일하는 방법과 조직도 이런 경향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물론 정부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 기업과 정부는 대부분 구태의연한 과거 기능조직 그대로다. 기업은 마케팅과 판매, 구매와 협력사 관리, 회계와 재무관리, 기획과 홍보 등 기능별 편제가 보통이고, 정부도 주지하다시피 국방, 외교, 교육, 문화관광 등 기능별 편제다.
 
  이런 편제로는 지금 시대에 기동성 있게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재 기업이나 정부가 직면하는 과제는 종전에 비해 훨씬 그 성격이 복합적이고 융합적이기 때문에 한두 부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도 어렵다.
 
  예를 들어, 저출산 문제는 아동교육, 주택, 근로조건과 환경, 보육정책과 시설, 출산 의료, 출산 후 복직이라는 재취업 등 복합적인 사안들이 얽혀 있어 전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예산과 시간만 낭비하기 쉽다. 기업도 일례로 석유 정제시설 플랜트를 수주하려면 석유 정제시설의 설계, 엔지니어링, 설치하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준공후 가동, 운전과 원료인 원유 구매, 생산제품인 석유류 판매, 심지어 이 모든 것에 소요되는 금융 등을 일괄 패키지화해 유리한 조건으로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이나 정부 조직도 이런 경향에 맞게 개편돼야 한다. 일본의 ‘북방영토 담당 부서’가 보기가 될 수 있겠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꿈’이 있어야 한다
 
1987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3라인 기공식에 참석한 고 이병철(맨 오른쪽) 삼성그룹 창업자와 이건희(오른쪽에서 둘째) 회장.
  이 모든 제안은 기업과 국가가 ‘경쟁력’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은 어떻게 경쟁력을 가져야 할까. 고(故) 이병철 회장과 있었던 몇 가지 일화를 통해 삼성이 경쟁력을 갖게 된 과정을 소개한다.
 
  1964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위한 한일회담이 청구권자금 규모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을 때 이병철 회장 주선으로 당시 주일대사, 일본 외무성 심의관, 한국은행 도쿄지점장과 골프를 끝내고 저녁이 예약된 ‘후구겐’이라는 도쿄의 복요리 전문점으로 향했다. 교통체증으로 1시간 늦게 도착했더니 식당 주인(가와시마 겐조·1967년 사망)이 “왜 이제 오느냐? 1시간이나 늦게 오면 어떻게 하느냐? 시간 맞춰 요리해 놨는데 복요리 맛을 망쳐 놨다”면서 버럭 화를 내는 것이었다.
 
  난생 처음 식당 주인으로부터 야단을 맞고 어안이 벙벙해서 예약된 방으로 들어서는데 식당 주인이 따라 들어오며 “저는 규슈 출신입니다. 제가 이 식당을 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고의 맛을 서비스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일본 제일의 복요리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복사시미는 요리 후 1시간 지나면 그 원래의 맛을 잃어버립니다. 아까 화를 내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이 꿈이 그 식당 주인을 일본 제일, 세계 제일의 복요리사로 만들었고 그는 일본 정부에서 훈장을 받았다.
 
  이병철 회장은 식당 주인으로서의 자기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와 장인정신과 프로정신에 감명을 받았고, 30년 후 이병철 회장은 신라호텔 사장에게 호텔 일식 주방장을 그 복요리점에 연수 보내라고 지시했다.
 
  이 일화는 ‘꿈이 곧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경영이란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이고, 꿈은 경영의 출발점이다. 꿈이 있어 행복하고 의욕과 보람이 생기며, 성취욕을 느낄 수 있어 열심히 몰두할 수 있는 것이다. 꿈은 경쟁력의 원천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30여년 만에 13위권의 경제 중견국가가 됐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했다. ‘우리도 잘살아 보세’라는 염원과 꿈, 자신감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다. 이게 바로 경쟁력이다.
 
  꿈을 가지려면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냉철한 자기 모습, 자기 위치, 경쟁 상황 등의 인식은 경영의 기본이며 개혁과 혁신의 출발점이다. 자기 자신을 철저히 분석해 자기의 강·약점과 세계 일류와의 갭이 어느 정도이며 이를 따라잡으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인지, 일류 제품과의 갭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인지(품질, 가격, 브랜드 인지도, 기술 중 어떤 것인지 등), 지금 가고 있는 좌표가 중장기 전략에 부합하고 있는지, 경쟁 상대방의 경영전략과 새로운 기술, 무기는 어떤지 등을 모르고는 계획, 전략, 투자결정 등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경영은 쇼핑이다
 
  자기 자신, 자기 모습, 자기 위치를 확인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시장경제에서 경쟁은 ‘전쟁’이고, 전쟁터는 시장이다. 전쟁 상황을 파악하려면 전쟁터에 가야 한다. 내 회사 제품, 서비스가 잘 팔리는지, 디자인과 품질은 경쟁 상대방과 비교하여 어떤지, 가격 경쟁력은 있는지, AS(애프터서비스)는 신속하고 친절히 잘되고 있는지, 그래서 전투에서 경쟁 상대방에게 이기고 있는지를 체크, 확인해야 하고 그 장소가 바로 시장이다. ‘경영은 쇼핑’이라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1992년 삼성시계 사장 시절 비서실에서 “삼성전자, 삼성항공, 중앙일보의 사장, 삼성코닝 부사장 등과 함께 지금 미국 LA로 오라는 회장 지시”라는 전화가 와서 급히 미국으로 갔더니 LA의 백화점, 쇼핑센터, 마트 등에 가서 쇼핑을 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급한 회사일들을 뒤로 하고 부랴부랴 15시간 비행기 타고 왔는데 쇼핑하고 오라니?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쇼핑 후 저녁을 같이 하면서 쇼핑 갔다온 내용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질문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TV,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은 어디에 진열되어 있었는지, 고객이 쉽게 바로 볼 수 있는 진열대 중앙인가, 아니면 한구석 모퉁이더냐? 경쟁 상대인 일본 ,미국 회사 등과 가격은 얼마나 차이가 났느냐? 제일 비싼 것은 어느 회사 것이고 삼성전자 것은 얼마더냐? 디자인은 어느 회사가 제일 잘됐다고 생각하느냐? 우리 것은 어떤 수준이라고 생각했느냐? 점원은 제일 먼저 어느 회사 제품을 사라고 추천했느냐? 등등 질문이 쏟아졌다.
 
  요컨대 국내에서는 일류 제품이라고 자부심을 갖고 있었을지 모르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우리 제품, 우리 실력의 현주소를 직시하라는 것, 세계시장에서는 3류 취급 당하고 있다는 자기 자신을 똑바로 알라는 것,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직시하고 분발하라는 뜻이었다.
 
  그 다음 날은 호텔 소연회장에서 경쟁사 제품과 삼성전자 제품을 전부 분해해서 비교 평가하는 회의를 했다. 화면 밝기, 시청 가능 각도, 디자인 등은 기본이고 TV부품 연결 회로선이 경쟁사 제품은 연결 상태가 잘 정돈되고 또 간결한데 삼성 것은 얼기설기 왜 이렇게 복잡하고 연결선이 많은지, 심지어 TV 리모트 컨트롤러의 버튼 배열이 삼성과 경쟁사가 서로 다른데 그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것이 고객 입장에서 더 편리한지, 고객이 제일 많이 사용하는 버튼은 온오프 버튼인데 어느 쪽에 위치하게 하는 것이 좋은지 등 정말 세세한 것까지 비교 평가했다. 우리 자신을 철저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 상대를 분석하라
 
  자기 자신을 아는 방법의 또 다른 하나는 벤치마킹이다. 경쟁 상대방을 철저히 분석, 평가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강・약점을 명료히 해서 앞으로의 전략 방향을 정하자는 것이다.
 
  호텔신라 시절 이병철 회장댁으로부터 중국만두를 보내라는 전갈이 있어 중국식당에서 정성껏 만들어 회장댁으로 보냈다. 그런데 이 회장은 맛이 없어서 만두 하나를 맛보고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다며 “다른 호텔 만두는 어떤지, 만두 가격과 원가는 어떤지 등을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다른 호텔에 가서 만두를 시켜 먹고 샘플을 가져와 분해하면서 재료를 분석했다. 그리고 우리 호텔 만두와 다른 호텔 것의 원가, 맛, 재료 구성비율, 가격 등을 비교했다. 사실 콩나물, 녹두나물 같은 경우는 분량에 따라 쉽게 가격이 나오지만 만두 하나에 들어간 재료나 원가 등은 계산하기가 무척 어렵다. 돼지고기 한 근이나 밀가루 1kg 구매가격은 알지만 그중 만두 한 개 분량을 수치로 계산해 내기는 어렵다. 하여튼 밤을 새워 만두의 원가, 품질, 맛에 대한 비교표를 만들어 이튿날 회장께 보고했다. 만두 하나처럼 사소한 것이라도 반드시 나의 경쟁자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나중에야 들었다.
 
  시장에서 경쟁력 판단 주체이자 시장의 지배자는 고객이다. 시장에서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어 우수한지는 고객이 결정한다. 고객이라는 심판관이 어느 제품, 서비스가 우수한지를 심사해서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바로 시장이다. 우리 회사 제품이 왕성하게 성장하고 있는지, 죽어 가고 있는지, 이미 죽은 상태인지를 알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시장이고 이런 결정권자는 고객이라는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정부는 경쟁력 판단 주체가 아니다. 정부는 단지 시장 작동의 룰을 정하고 그 룰대로 공정하게 작동되고 있는지 감시자 역에 불과하며 정부가 경쟁력의 유무까지 판단, 결정하고자 한다면 분명한 잘못이다. 시장원리가 왜곡되고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부동산 대책이 좋은 예다. 부동산 가격은 부동산 시장에서 고객이 어느 지역의 어떤 아파트 값을 얼마로 함이 합리적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다만 수요와 공급의 환경조성, 즉 촉진 또는 억제로의 유인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뿐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부동산 가격 상한제(또는 임대료 상한제) 등에까지 손을 대는 것은 실패를 부르고 부작용만을 초래할 것이다.
 
 
  경쟁력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개방’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개방이 가장 중요하다. 폐쇄주의, ‘끼리끼리’ 문화, 순혈주의는 쇠락의 길이며 그룹공채로 입사한 한국인들끼리의 조직으로는 한계가 있다. 세계 각국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차별없이 들어와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그러한 조직문화, 즉 ‘용광로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비단 기업에 국한된 얘기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입국심사 제도, 비자 제도, 이민 제도 등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경제전쟁은 인재·두뇌 쟁탈전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그 어느 때보다 세계 인재 영입이 필요하다”며 경제발전 핵심전략을 인재 영입으로 정했다. 중국은 노벨상 수상자, 우수한 과학자와 기술자, 그리고 기업인 등에게 10년 체류 비자를 가족 포함해 단 하루 만에 발급하고 있다. 일본도 우수 인재는 1년 체류만으로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계의 경쟁국들은 이렇게 과감한 우수 인재 블랙홀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우리도 세계 일류 인재들이 우리 대학, 우리 기업, 우리 정부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적법, 공무원법, 입국심사 관련 법규 등의 획기적 수정이 전제돼야 한다. 우수한 세계적 영재, 기술자, 과학자라면 삼고초려해야 하고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국적을 논할 필요가 없다. 이중국적이면 어떻고 삼중국적이면 어떤가. 지나친 국수주의와 이념 지향의 시대는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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