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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내놓은 ‘닮은 듯 다른’ 한국 경제의 진단과 해법

문재인 정부 경제 성적은 ‘F’와 ‘판단보류’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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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바라보는 두 교수의 다른 시각

“국민연금이 왜 공정거래위원회의 임무까지 합니까”(신장섭)

“최순실 딸 말 사주느라고 한 일이기는 하지만… 국민연금이 개입해 엘리엇 막아준 것 아닙니까”(장하준)


⊙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커 나가는 ‘사다리 성장’ 과정 뒷받침하는 금융시스템 만들어져야”(申)
⊙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경제민주화가 혁신성장에 도움 될 수 있어”(張)
⊙ “기본이 융합… 융합을 가장 혁신적으로 하는 기업은 ‘소프트뱅크’”(申)
⊙ “생계형 창업 많아 창업 실패율 높다고 생각”(張)
⊙ “전문 경영의 가장 큰 단점은 2년 내지 3년마다 전문 경영인이 바뀐다는 것”(申)
⊙ “왜 그렇게 지주회사에 매달리는 겁니까? 전경련 같은 데서 그런 얘기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張)

申璋燮
1962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현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張夏準
1963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 고려대 BK21 경제학 교환교수, 현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前文 | 문재인 정부의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는 가운데 지난 7월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관으로 ‘기업과 혁신 생태계 특별 대담’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렸다. 대담자는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였고, 배상근 전경련 전무가 사회를 맡았다. 이날 두 사람은 문(文) 정부의 혁신성장, 경제민주화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경제민주화와 대기업의 가족 경영에 대해서는 방법론상 의견이 엇갈렸다. 최근 논란이 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선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3차 산업혁명의 성숙기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들의 국내 대기업 경영권 쟁탈을 위한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신장섭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점수에 ‘F 학점’을 줬고, 장하준 교수는 ‘판단 보류’로 평가했다고 한다.
 
  이날 대담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까지 진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장하준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 등 정부의 경제정책을 사실상 주도해 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촌 동생임에도, 일부 정책에 대해선 현 정부의 그것과 상반되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끈다.
 
  《월간조선》은 이 대담의 상징성을 고려, 전경련이 작성한 대담 속기록을 정리해 소개한다. 현장에서 작성한 속기록은 원고지 200여 장 분량이었지만, 속기록의 특성상 비문(非文)이 많아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문장을 다듬었다. 내용상 불필요한 접속사, 중복되는 표현도 생략했다. 독자들의 이해를 방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내용도 지면 관계상 일부 삭제했음을 알려둔다.
 
  배상근: 장하준 교수님께 먼저 질문드리겠습니다. 역대 거의 모든 정부에서 혁신 생태계 조성의 기치를 내걸고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습니다마는 큰 성과를 냈다고 보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정부와 산업계가 기울인 노력과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하준: 일단 지난 한 20년 동안 설비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생태계만 조성하면 뭐해요. 말하자면 음식이 공급돼야 생물들이 먹고 자라고 번식하고, 또 진화도 하고 그러는 건데 들어가는 자원 자체가 적었습니다. 거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고요. 그리고 생태계를 이해해야 하는데, 재벌은 재벌, 벤처는 벤처, 이런 식으로 나눕니다. 자꾸 혁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연구자금이 엄청나게 듭니다. 아까 신장섭 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 일본 ‘도레이’라는 기업의 가치는 30년, 삼성 반도체 가치는 10년, 노키아도 전자사업부 만들어 17년간 적자를 냈어요. 그걸 버틸 자금이 있어야 되는데, 지금 주식시장의 행태가 그런 걸 허락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벤처기업을 한다고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지만 기초적인 기술이 있어야 그게 성공하는 거지 솔직히 지금 생계형 벤처가 많잖아요. 말만 벤처지, 무슨 숙박업 이런 게 어떻게 벤처가 됩니까? 벤처의 개념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배상근: 신장섭 교수님께 질문드리겠는데요. 혁신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주된 정책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혁신성장이 무엇인지, 그에 따라 개인과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신장섭: 저는 혁신주도 성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초보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자본주의 경제 성장의 동력이 혁신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자본주의를 상당 기간 했는데 핵심도 모르면서 이제 다시 혁신성장을 하겠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혁신에 대한 개념을 잘 이해를 하고 그다음에 거기에 관해서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D 투자액도 중요하지만 기업가들이 뛰어나갈 수 있는 여건, 그다음에 그것을 조직적이고 금융적으로 받쳐줄 수 있는 여건, 이런 것들이 만들어져야 됩니다. 지난 한 20년 동안 혁신 관련 정책이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 혁신성장 하면 벤처기업 육성하는 걸로만 생각을 해요. 그런데 창업 열풍이 많이 불어봤자 20개 중에서 1개만 성공하는데, 그럼 패배자들만 왕창 양산하는 거거든요. 더 중요한 것은 벤처를 육성하되 이 사람들이 제대로 커서 소기업이 중기업이 되고 중기업이 중견기업으로 가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커 나가는 ‘사다리 성장’ 과정을 뒷받침하는 금융시스템이 만들어져야 됩니다. 그런데 지금 여러가지 지원구조가 이상하게 돼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많다 보니까 중소기업들한테 지원이 집중이 됩니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이 거기서 더 크고 싶은 요인이 없는 상태가 돼 버리죠.
 
  배상근: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세 축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하는데요.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입니다. 조금 전에 신장섭 교수님 강연에서는 이 중에서 ‘혁신성장’과 ‘공정경제’의 두 축이 서로 상충된다는 의견이 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장 교수님께서 보시기에는 이 세 가지 정책, 특히 혁신성장과 공정경제가 상충된다고 보는지 아니면 보완 단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는지 의견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장하준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복지국가… 혁신성장에 도움 될 수 있어”
  신장섭 “경제민주화, ‘기업을 어떻게 규제를 할 것인가’에 초점 맞춰져 있어”

 
신장섭·장하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입장을 달리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문재인 정부 경제민주화의 한 축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관련 단체와의 간담회 참석자들과 만나는 장면이다. 사진=뉴시스
  장하준: 공정경제 내지는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대기업을 누르자’ 이런 거면 그건 신 교수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보기에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복지국가예요. 민주란 뭡니까? 사람은 다 똑같은 권리를 갖고 살자는 게 민주인데, 그러면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국가가 진정한 경제민주화입니다. 기업은 민주적인 조직이 아닙니다. 어차피 돈으로 하는 건데요. 그래서 저는 경제민주화를 복지국가로 규정을 하는데, 그렇다면 그건 혁신성장에 도움이 될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 스웨덴, 핀란드 이런 나라들은 복지비 지출이 국민소득의 30% 선입니다. 우리나라는 10%, 미국이 20%입니다. 그런데 복지국가가 많아지면 우리 시장주의 생각으로 하면 망할 것 같지만, 그 나라들의 성장률이 미국보다도 더 빠르거든요. 왜냐하면 혁신은 잘해요. 왜 혁신을 잘할 수 있냐면 복지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이 기술 혁신에는 저항을 잘 안 합니다. 새 기술이 들어와 미국 노동자들이 자기 일자리를 잃으면 병원도 마음대로 못 가잖아요. 미국은 의료보험도 없는 나라인데요. 그런데 스웨덴이나 핀란드에서는…. 물론 직장 잃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직장을 잃어도 지금까지 받던 월급의 65% 내지 70% 받으면서 2년 동안 재교육받고, 필요한 사람은 대학도 다시 다녀 새 기술을 갖고 노동시장에 뛰어들어서 더 잘살 수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기술 혁신이 굉장히 빨리 됩니다. 스웨덴이 세계에서 로봇이 제일 많은 나라 중의 하나예요. 노동자들이 자동화에 저항을 안 하거든요. 미국은 도리어 스웨덴 같은 데 비해서 노동자들의 힘은 훨씬 약합니다. 스웨덴의 노조 조직률은 80%가 넘어요. 잘만 만들면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경제민주화가 혁신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배상근: 그러면 경제민주화의 정의에 따라 좀 다를 것 같은데, 신 교수님 한 말씀 더 하고 싶으시다면….
 
장하준 교수는 스웨덴의 재벌 발렌베리를 모델로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0년 11월 마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이 서울 광진구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의 금융(Finance)분과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장섭: 국내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정책을 담당하는 곳이 복지부가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로 돼 있어서 장 교수님께서 얘기하는 식의 경제민주화가 아닌 것 같습니다. ‘기업을 어떻게 규제를 할 것인가’ 여기에 경제민주화의 초점이 돼 있으니까요.
 
  장하준: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스웨덴이 굉장히 재밌다는 거예요. 그 나라엔 우리 삼성보다도 더 큰 5대(代)째 내려오는 ‘발렌베리’라는 재벌이 있습니다. 20% 이상 소유하면 대개 지배지분이라고 하는데, 발렌베리 집안의 지배지분이 20%입니다. 지배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주식시장 상장 총액을 합치면 스웨덴 전체의 반이에요. 세계에서 그렇게 기업 차원에서 경제에 집중된 나라가 없습니다. 게다가 복지국가로의 성격이 엄청 강하고, 노조가 잘 조직돼 있기 때문에 그 나라는 제가 보기에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민주화를 한 거예요.
 
  배상근: 이런 분위기 아주 좋습니다. 굉장히 뜨거워지고 있고요. 얘기를 돌려서 장 교수님께 다시 여쭙겠습니다. 산업육성책에 관한 질문인데요. 교수님의 여러 책을 보면 유치산업 보호를 많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유치산업 보호론을 현재 한국 경제와 산업 현실에 적용해 본다면 어떤 말씀을 해줄 수 있겠습니까?
 
  장하준: 두 가지만 얘기하고 싶은데 하나는 한국이 아직도 뒤처진 산업이 많거든요. 그런 산업에서는 옛날같이 관세(關稅), 수입규제, 이런 식으로 할 수는 없지만 정부의 여러 가지 금융지원이라든가 기술지원, 연구개발 지원, 이런 걸 통해 뒤처진 산업들을 키워야죠. 또 한 가지 얘기할 것은 기업들이 사실 엄청나게 유치산업 보호를 해왔고, 또 하고 있어요. 아까 말씀드린 ‘도레이 탄소섬유가 30년 적자 냈다’ ‘노키아가 17년 적자 냈다’ 이게 뭐냐면 기업 그룹 차원에서 유치산업 보호를 한 거거든요. 삼성도 맨 처음에는 일본에 야채, 생선 수출하다가 그다음에 다각화해서 설탕, 섬유 만들다가, 거기서 번 돈으로 전자, 반도체에다 쏟아부었거든요. 그게 기업 그룹 차원의 유치산업 보호를 하는 거예요.
 
 
  신장섭 “소프트뱅크의 혁신 역량에 주목해야”
  장하준 “‘집단적인 혁신 역량’이 더 중요”

 
장하준·신장섭 교수는 우리 제조업이 위기가 처했다는 데에 공감했다. 2018년 5월 2일 경기도 평택항에서 현대·기아·쌍용차 등 국내 생산된 자동차들이 수출을 위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내우외환에 둘러싸인 한국 자동차 산업은 한국 제조업 전체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조선DB
  배상근: 알겠습니다. 두 분께 이번에는 조금 다른 부분으로 공통 질문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혁신 역량들을 각 기업별로 봤을 때 향후 10년 뒤에 글로벌 기업 중에서 가장 혁신 역량이 강하다고 예상할 수 있는 기업을 국내 기업을 막론하고 한 기업을 골라 왜 그런지 말씀해 주시죠. 신 교수님부터요.
 
  신장섭: 제가 딱 짚은 기업은 ‘소프트뱅크’입니다. 이 소프트뱅크라는 데가 그 내용을 보면 엄청난 문어발이거든요. 제조업도 있고 서비스도 있고 금융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제조업에서 뭘 갖고 있냐면 로봇을 가지고 있습니다. ‘페퍼’라는 로봇도 생산하고 있는데, 현재 전 세계에서 제일 실용에 가까워진 로봇이 페퍼입니다. 구글이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갖고 있던 ‘보스턴다이내믹스’라는 로봇 부서를 소프트뱅크에 팔았습니다. 그리고 소프트뱅크는 국내에서 도코모 통신사를 갖고 있고 미국의 통신사 ‘스프린트’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비전 펀드’라고, 우리 돈으로 약 1000억 달러(약 120조원)나 되는 테크놀로지 펀드입니다. 첨단산업 펀드인데 이걸로 전 세계의 스타트업이나 AI 기업들을 다 사들입니다. 왜 이게 중요하냐면 그냥 개별 기업 하는 사람이 가서 ‘나 당신네 기술 좀 달라’ 그러면 절대로 안 줍니다. 그런데 주주로 들어가잖아요? 그러면 다 나오죠. 전 세계 중요한 테크놀로지 기업에 문어발처럼 발을 다 담가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그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큰 기업의 또 대주주가 됐습니다. 예를 들면 ‘알리바바’ ‘우버’ 등의 대주주가 됐거든요. 한꺼번에 들어가서 다 활용을 하는 거죠. 기본이 융합인데 제가 보면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 융합을 가장 혁신적으로 하는 기업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장하준: 저는 너무 새로운 것에만 관심을 가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 같은 것이 계속 진화하고 변화하고 있지만 결국 그것도 자동 주행이라면서 구글 이런 데서 할 것 같지만 결국 도요타나 폴크스바겐이 주력 기업이 될 거라고 보거든요. 기존의 기업들이 지금 볼 때는 ‘테슬라’가 다 쓸어서 자동차 산업을 없앨 것 같지만, 저는 (도요타나 폴크스바겐과 같은) 그런 기업들도 잘 지켜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웅적인, 비전이 있는 기업가도 중요하지만 결국 ‘집단적인 혁신 역량’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예가 10여 년 전에 노벨물리학상 탄 일본 사람 하나가 무슨 회사 연구소 주임이었잖아요. 저는 그게 일본의 역량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본의 손정의(소프트뱅크 회장) 선생도 있지만 그분 말고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업가가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일본은 혁신에서는 어느 나라 부럽지 않은 나라거든요. 저는 이런 집단적인 혁신 능력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장하준 교수는 스웨덴을 가리켜 “복지국가로의 성격이 강하고, 노조가 잘 조직돼 있어 진정한 의미의 경제민주화를 이뤘다”고 평했다. 사진은 스웨덴 노조를 주도하는 좌파당의 요나스 쇠스테드(Jonas Sjostedt·사진 가운데)로, 그는 금속노동자 출신이다.
  배상근: 우리 주력 제조업이 왜 위기고, 이걸 타개할 방법이 무엇인지 장 교수님께서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장하준: 지금 우선 객관적인 지표로 볼 때 중국에 추격 안 당한 사업이 반도체밖에 없잖아요. 조선·철강은 이미 주도권을 뺏긴 거고, 그다음에 자동차·휴대전화·디스플레이 이런 것도 점점 잠식당하고 있고요. 반도체도 지금은 괜찮다고 하지만 중국이 엄청 돈을 쏟아붓고, 한국 기술자들을 스카우트하기 때문에 시간문제입니다. 이게 놀랄 일이 아니에요. 우리가 옛날에 그렇게 했거든요. 우리가 들어가서 스웨덴과 영국의 조선 산업 다 망하게 했고, 우리가 들어가서 노키아 망하게 했고…. 다 한 거예요. 우리는 그렇게 했으면서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왜 이런 일이 벌어지지’ 하는데 우리가 지금 하는 것과 옛날에 한 것의 차이가 뭔가를 생각해 보면 딱 보입니다. 옛날에 기업들이 ‘문어발’이라고 욕먹을 짓도 하긴 했지만 계속적으로 다각화해 가지고 신(新)산업 만들어내면서 10년, 20년 적자 나는 걸 돈을 쏟아부어 가면서 신산업을 개발했거든요. 또 정부가 나서 그런 걸 보호해 주고, 키워줬고요. 그런 식으로 계속 기업이 다각화하고 업그레이드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거기에 맞춰 또 엄청나게 설비투자를 했는데 이제는 투자도 안 하죠.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겁니다.
 
  배상근: 장하준 교수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창업 관련 통계 중 한 통계를 보니까 ‘창업 기업 10개 중에 3년 내에 망한 기업이 6개나 된다’ 이런 게 있는데 그 이유를 뭐라고 보시는지요. 또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자영업자가 많지 않습니까. 치킨집, 호프집, 프랜차이즈 가맹점, 편의점 등이 많아서 생계형 창업 비율이 아주 높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이 같은 서비스업 분야의 혁신을 위한 조언을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장하준·신장섭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아닌) 3차 산업혁명의 성숙 내지는 끝물”
 
장하준·신장섭 교수는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아닌) 3차 산업혁명의 성숙 내지는 끝물”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사진은 2017년 9월 26일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위원들과 함께 4차산업혁명위원회 현판식을 하는 모습. 사진=조선DB
  장하준: 10여 년 전에 쓴 기사를 봤는데 우리나라 닭고기 소비량이 세계 10위밖에 안 됐는데 치킨집 수는 1위라고 하더라고요. 1인당 기준으로요. 우리나라의 저(低)성장성 소규모 창업이 많은 게 말하자면 복지국가가 제대로 안 돼 있어서 그래요. 낮은 한계 기업들을 놔두는 이유가 그거라도 해야 사람들이 먹고사니까 그런 거거든요. 제 생각에는 우선 생산성을 올리고 싶으면 규제완화를 해 대기업 진입을 허용을 해야 되는데, 그렇게 사회통합을 유지하려면 복지국가를 확대해야 돼요. 복지국가 확대하기 싫으면 그냥 이렇게 놔두고 저생산성 서비스를 받아들여야 됩니다. 창업 실패율이 높은 이유가 뭐냐 하면 진짜 무슨 아이디어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먹고살 게 없어서 하는 창업이 많기 때문이에요. 여기 주신 통계를 보니까 스웨덴의 창업 성공률이 1위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것하고 연결이 되는데, 일자리를 갖지 않아도 어느 정도 먹고살 수 있기 때문에 진짜 아이디어가 있을 때에만 창업을 하니까 성공률이 높은 겁니다. 생계형 창업이 많기 때문에 실패율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배상근: 앞선 두 분의 강연 내용을 들으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우리나라에선 아주 화두인데, 두 분은 좀 시큰둥하신 것 같으세요. 신 교수님부터 먼저 말씀해 주세요.
 
  신장섭: 혁명이라고 하는 것은 선도 산업 하나가 생겨나는 것만이 아니라,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 전반, 사회에까지도 큰 영향을 미칠 때 붙는 말입니다. 현재 진행되는 것은 3차 산업혁명이라는 IT혁명이 진행됐고, 그것이 성숙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봐야지, 4차 산업혁명이 그전에 있던 3차 산업혁명과 완전히 다른 거라고 얘기할 여지는 전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까 장 교수님도 얘기를 했지만 융합입니다. 산업이 하나 새로 생기면 나머지가 죽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이 됩니다. 그래서 그 융합이 잘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어떻게 만들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나라의 규제는 산업별로 나눠져 있습니다. 산업별로 있는 그 규제를 와장창 허물어 버려야 됩니다. 산업별로 나눠져 있는 규제를 ‘전체적인 틀에서 어떻게 허물고 재조정할 것인가’ 이 부분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또 하나 문제가 뭔가 하면 마음껏 융합만 벌인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빨리 돈도 벌어야 되거든요. 빨리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융합을 더 빨리 해서 결과물을 내놓아야 됩니다. 기업 경제 하는 분들이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이라는 얘기를 하시는데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시장에 누가 더 빨리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느냐가 중요합니다. 그것도 융합된 제품을요.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데하고 M&A 같은 것들이 광범위하게 잘 이루어져야 됩니다.
 
  장하준: 지금은 3차 산업혁명의 성숙 내지는 끝물입니다. 만약에 4차 산업혁명이 온다면 저는 그게 바이오나 소재산업을 통해서 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그건 아니고요. 그중에서 전자산업이 그래도 새롭다고 하는 것 중 하나가 인공지능인데, 그것도 아직 대부분의 전문가는 한 20년이나 있어야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고 말씀들 하십니다. 물론 나중에 일어난다고 지금 준비를 안 해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요. 너무 막 새로운 출현에 흥분해 가지고 지금 잘하는 것을 제대로 하지 않고, 너무 한눈 파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언젠간 올 테니까 하나는 그것에 관련된 신기술 분야, 나노·바이오 소재 이런 쪽에 기본 연구 투자를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또 하나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많이 바꿔야 되죠. 제가 공상과학 소설을 좋아해서 그런 상상을 많이 하는데, 인간이 나중에 몇백 년 후에 완전한 복합체가 되는 겁니다. 어떤 부분은 기계가 되고 어떤 부분은 화학 물질을 이용해 인간의 감정이라든가 집중력이라든가 이런 걸 자동으로 조절하게 될 수도 있죠. 또 유전공학을 통해, 예를 들어 게코도마뱀의 유전자를 결합해 사람이 손으로 (벽 등) 이런 데 짚고 올라가게 한다든가요. 이런 식으로 모든 걸 합치는 거죠. 그렇게까지는 아니라도 이런 융합이 지금 제일 중요한 화두(話頭)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신 교수님 말씀하신 대로 칸칸이 나누는 사고방식을 없애야 됩니다. 이 벽을 허물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키워내야 됩니다. 교육 같은 것도 그런 식으로 많이 바꿔야 될 거고요.
 
 
  신장섭 “가족 경영이 전문 경영에 비해 매출만 높은 게 아니라 이익 증가율 더 높다는 게 국제적인 연구 결과”
  장하준 “기업의 지배구조, 소유구조에 대해선 유연하게 생각해야… 정답은 없다”

 
  배상근: 공통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재벌개혁이 화두로 계속적으로 제기되는데 그중 하나가 주요 대기업들의 가족 경영, 이걸 비판하는 목소리가 아주 큽니다. 두 분께서는 가족 경영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은데 장하준 교수님께 먼저 여쭙겠습니다.
 
  장하준: 저는 (대기업의) 가족 경영에 있어서 스웨덴같이 차등의결권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인 대타협을 통해 복지국가처럼 노조를 강화하면서 가족 소유의 경영을 사회적으로 인정해 그걸 바터(barter·교환)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합니다. 아직도 그런 것들이 조금씩 남아 있죠. 예를 들어 도요타나 포드의 경우, 특히 포드 같은 경우 (포드 일가 주식 비율은 7%이지만) 40%의 차등의결권이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제도가 있다면 몰라도 지금같이 그런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대(代)를 물려나가면…. 그리고 가족 경영이라는 것은 언젠가는 자연히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인공적으로 그걸 없애기 위해서 어떤 기업 집단 구조 자체를 와해하는 게 잘못됐다고 항상 얘기를 해왔습니다. 물론 가족 경영, 굳이 고르라면 없는 게 더 좋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걸 없애기보다는 삼성, 현대같이 우리 온 국민이 키워준 국민 기업의 가족 지배를 없애기 위해 그 기업 지배구조를 와해시킨 뒤 외국 단일주주들한테 넘겨주려고 하는 것은 큰일 날 짓이라고 생각해요.
 
  배상근: 이번에 신 교수님.
 
 
  신장섭 “전문 경영인은 2~3년밖에 못 봐… 가족 경영은 상대적으로 미래를 보는 시야 넓어”
  장하준 “폴크스바겐은 창업자 가족이 결정권 갖고 있음에도 다수의 노동이사도 존재”

 
신장섭 교수는 엘리엇과 같은 단기 해외 투자 자문사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장하준 교수도 이들이 “기업의 존폐에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 결국 지난 5월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현대글로비스, 모비스 분할합병에 대한 주주총회는 불발되고 말았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현대모비스 본사의 모습. 사진=조선DB
  신장섭: 저는 가족 경영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없어진다는 것에 대해 동감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가족 경영을 인위적으로 없애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가족 경영이 나쁜 거고, 전문 경영이 어차피 갈 수밖에 없는 대세(大勢)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어떤 착각을 하고 있냐면, 비교를 할 때 잘 안되는 가족 경영과 잘되는 전문 경영을 비교를 합니다. 실제로는 잘되는 전문 경영이 있는가 하면 또 잘못되는 전문 경영도 굉장히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잘못되는 가족 경영도 있고 잘되는 가족 경영도 있습니다. 둘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야 합니다. 국제적인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가족 경영이 전문 경영에 비해 단순히 매출만 높은 것이 아니라 이익 증가율조차도 더 높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아무리 가족 경영에서 2세, 3세가 깽판을 치더라도 기업이 성장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중장기, 즉 미래를 바라보고 투자를 하는 데 있습니다. 전문 경영의 가장 큰 단점은 2년 내지 3년마다 전문 경영인이 바뀐다는 겁니다. 그러면 전문 경영인은 자기 시기, 즉 2~3년밖에 못 봅니다. 회사를 위해서 10년 있으면 좋아지는 것에 투자하겠습니까. 중간에 잘리는데요. 전문 경영인들이 미래의 신산업을 향한 적극적인 중장기 투자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반면, 가족 경영은 깽판 칠 수 있지만 또 그런 10년, 20년 길게 갈 수 있습니다. 미래를 보고 투자하니까 미래를 보는 시계(視界)가 갈수록 넓어지고 투자할 수 있는 대상도 많아지는 겁니다.
 
  장하준: 맞는 말씀인데 저는 기업의 지배구조, 소유구조 이런 것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생각해야 된다고 봅니다. 정답이라는 건 없거든요. 제일 좋은 예가 폴크스바겐인데, 폴크스바겐은 세계 유수의 대기업 중에 거의 유일하게 창업자 가족이 (지분) 50% 이상을 갖고 있습니다. 2대 주주는 폴크스바겐 본부가 있는 작센주라는 지방정부예요. 또 ‘폴크스바겐 특별법’이 있어서 옛날에 이게 한번 망해서 공적자금이 들어간 일이 있습니다. 특별법이 있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공장 폐쇄라든가 합병 이런 것에 있어서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 됩니다. 거기다 공동 결정권자라고 해서 노동이사들이 수두룩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세계에서 제일 잘되는 기업 중의 하나잖아요. 창업자 가족이 결정권을 갖고 있지만, 폴크스바겐을 보면 모든 게 다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거예요.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인 폴 싱어.
  배상근: 지난 5월달에 엘리엇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건에 반대를 하고 나섰습니다. 글로벌 의결권 전문사인 ISS하고 글라스루이스 등도 반대 의견을 내면서 결국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엘리엇의 이러한 행동이 현대차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신장섭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신장섭: 엘리엇이라고 하는 데는 엄청난 투기자본입니다. 단순히 단기 하면 들어왔다 나가는 거지만 들어와서 (기업을) 막 쥐어흔듭니다. 쥐어흔들고 짜내고 해서 자기들이 필요한 것 얻어낸 다음에 탁 뛰쳐나가는 자본입니다. 엘리엇이라는 데가 삼성과 현대를 공격하니까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요. 한국 재벌들이 미우니까 재벌을 함께 때려주는 사람한테 환호를 보냅니다. 오히려 냉정하게 생각해서 그러면 그 사람들이 재벌을 때린다고 해서 그 이익이 나한테 돌아오느냐? 카타르시스는 좀 될지 모릅니다만 내 이익은 엄청나게 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보기에는 이 부분에서 국민들이 좀 더 냉정한 판단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현대차 같은 경우 제가 이번에 글도 썼습니다마는 기본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이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성장을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대글로비스하고 현대모비스하고 합병을 했는데 설혹 모비스 쪽이 조금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모비스 주주들이 글로비스 주식을 갖게 만들어줬거든요. 조금 손해 본다면 이쪽에서 메울 수가 있으니까요. 그다음에 글로비스에 여러 분야를 모으니까 그쪽에서 시너지가 날 겁니다. 모비스를 지주회사 중 그룹의 꼭대기에 올려서 이쪽을 ‘테크놀로지 컴퍼니’로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였거든요. 그것이 전반적인 세계 자동차 산업계의 추세고요. 그렇게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반대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요. 그런데 엘리엇은 완전히 헛다리 짚었어요. 모비스, 글로비스 위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주회사 체제로 갈 거라고 생각하고서 주식을 현대차, 기아차, 그다음에 모비스를…. 그런데 글로비스 주식은 안 샀거든요. 그러면서 모비스 주주총회 앞두고 ‘현대차 자사주 매입 늘리라’고 요구했지요. ‘그러지 않으면 주주총회 가서 깽판 치겠다’는 식의 얘기이지요. 그런데 전 세계 내로라하는 투자 자문사들이 다 엘리엇 편을 들었습니다. 국내 자문사도 알면서 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했습니다. 나는 이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구조를 정부와 국민, 기업들이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된다고 봅니다. 이러면 4차 산업혁명이나 융합, M&A를 절대로 못합니다.
 
 
  장하준 “단기 이윤이 어디서 나오나? 하청기업하고 노동자 쥐어짜지 않으면 안 나온다”
  신장섭 “자사주 매입은 자기 재산 팔아서 자기 월급 올린 뒤 ‘내 가치 올랐다’고 자랑하는 거”

 
장하준 교수는 전경련이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있어 지주회사에만 매달린다며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지난 7월 3일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수익구조 및 출자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사익편취 등의 수단으로 이용될 부작용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하준: 중요한 말씀은 다 하셨는데 한두 가지 좀 덧붙이자면, 예를 들어 정말로 폴크스바겐하고 연대를 하기 위해서 뭐를 한다고 하면 그건 외국 자본이어서가 아니라 그런 데하고 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에 좋고, 현대에 좋고 우리 국민에 좋으니까 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단기 투자자들이 들어와서 돈을 더 내놓으라고 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중소기업하고 노동자를 더 쥐어짜는 거예요. 이윤을 많이 내야 하니까요. 그것도 단기 이윤을 많이 내야 하고요. 단기 이윤이 어디서 나옵니까? 하청기업하고 노동자 쥐어짜지 않으면 안 나오거든요. 그렇게 해서 나오면 그거에서 ‘자사주 매입하라’는 식으로 다 빼가거든요. 국민들이 자기한테 돌아오는 이익이 없는데 카타르시스만 느끼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거예요. 그 사람들 때문에요. 바로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일자리가 안 만들어지고, 그 대기업과 직접 관련된 하청기업들이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거거든요. 노동자들은 기업의 존폐에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엘리엇 같은 사람들은 정말 관심 없어요. 아까 전경련이 주주 자본주의 들여오는데 잘못했다고 쓴소리했으니까 이번에는 도와드리는 소리 한 번 할게요. 왜 그렇게 지주회사에 매달리는 겁니까? 그렇게 된 이유가 뭐냐면 우리가 지주회사 이런 걸 안 했기 때문에 그룹 구조를 유지하려니까 순환출자 같은 걸 했거든요. 옛날에 미국이 일본을 점령했을 때 일본 재벌들을 해체하면서 지주회사를 금지해 버렸어요. 지주회사라는 걸 허용하면 이게 다시 경제력을 집중해 일본이 다시 군국주의로 갈 것이라는 이유로 그걸 금지한 겁니다. 우리는 별생각도 없이 그 법을 들여왔고요. 그래서 옛날에는 지주회사가 불법이었어요. 왜 그런 얘기를 안 하는지…. 사실 재벌들이 억울하죠. 왜냐하면 옛날에 지주회사를 하지 말라고 해서 억지로 막 순환출자 하고, 재주를 부려서 만들어놨더니 갑자기 이게 잘못됐으니까 ‘지주회사 전환 안 하면 안 된다’ 해서 결국 기업 집단을 어렵게 하고 있잖아요. 왜 그런 얘기 안 하세요? 전경련 같은 데서 그런 얘기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배상근: 장 교수님이 여러 번 말씀해 주셨는데 삼성이나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신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신장섭: 주주한테 환원을 해야죠. 주주는 환원을 받든 배당을 받든 아니면 차액을 노리든 그것 때문에 들어온 사람들이니까 그걸 줘야 됩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정한 분배를 하느냐입니다. 그리고 얼마나 기업의 성장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배분을 하는가, 또 보다 더 정의로운 방법으로 배분이 이루어지는가입니다.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봐야 되는데, 저는 그런 면에서 자사주 매입, 특히 자사주 소각을 위한 매입은 정부에서 금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사주 소각은 열심히 돈을 번 다음에 그 돈을 태워버리는 거거든요. (자사주 소각하면) 오히려 근로자들은 잘려나갑니다. 자사주 매입할 돈을 끌어당기기 위해 구조조정 하느라고 그렇습니다. 경영자 입장에서 자사주 소각엔 경영 능력이 필요 없습니다. 경영 능력 키우는 데 하나 도움이 안 되는 거죠. 오로지 투자자들 중에서도 단기 투자자만 이익을 보는 겁니다. 회사가 자사주 매입을 계속해 주는 동안 주가는 떨어지지 않거든요. 그때 팔고 튀는 거죠. 그런 건데 이상하게 자사주 매입에 대해서, 특히 금융가에 있는 분들이 주주 환원으로 제일 중요한 사안이라고 계속 펌프질을 합니다. 거기에 대해서 효과적인 반론이 많지가 않아 마치 그게 글로벌 스탠더드인 양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유를 들자면 자사주 매입이라는 것은 자기 재산 팔아서 자기 월급 올리고 내 가치 올랐다고 자랑하는 거거든요.
 
신장섭 교수는 대기업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열심히 돈 번 다음에 태우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24일 삼성전자가 총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보도한 〈SBS 뉴스〉 화면.
  배상근: 장 교수님 답변 주시겠습니까.
 
  장하준: 딱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미국도 원래 그러지 않았어요. 미국에도 80년대 이전에는 자사주 매입·소각이라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기업 이익에 1% 정도였죠. 이렇게 아주 특이한 경우에나 하는 거였는데 지금은 미국 기업 이익의 30~60%까지 올랐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신장섭 교수님 하고 같이 작업하시는 라조닉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미국이나 영국의 상장 대기업들의 이윤의 85% 내지 95%, 어떤 데는 100%도 넘는다고 해요. 그게 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들한테 가거든요. 그런데 이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경영이란 말이에요.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가 가게를 운영할 때도 돈을 벌면 일부는 떼어놓고 그걸로 나중에 집 살 돈, 저금도 하고 애들 교육비도 하고 그러지 않습니까. 미래에 자기의 삶을 더 풍족하게 하기 위한 투자를 하잖아요. 그런데 이건 버는 대로 다 쓰자는 거예요. 버는 대로 다 쓰고 쥐꼬리만큼 남기는 거죠. 정말로 해로운 방식입니다.
 
  배상근: 장 교수님께서 발표하신 내용 중에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 아이템이 있습니다. 장 교수님은 ‘국민연금에 어느 정도 장기 투자가 필요하고 동시에 적극적인 기업 경영 마인드가 참여를 해야 된다’ 이런 식의 의견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신 교수님은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 주시죠
 
 
  신장섭 “국민연금을 정책 수행도구로 보면 안 돼… 국민연금이 왜 공정거래위원회의 임무까지 하나”
  장하준 “민주적 선거 통해 정부 뽑았으면 그 정부는 공공자금이나 공공기관에 개입할 권리 있어”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의미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등에 대해 신장섭·장하준 교수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사진은 2016년 7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관투자자 스튜어드십 코드의 쟁점과 한계’ 세미나에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개회사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장섭: 오늘 발표자료를 보니까 저랑 이 부분은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요. 국민연금은 기본적인 운영철학이라든지 규제 정신에 입각했을 때 지금 굉장히 비정상적입니다. 자료 중에도 있습니다마는 전 세계 주요 연금들을 비교하면 거의 대부분의 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의 1% 내외밖에 안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이 갖고 있는 데가 일본인데, 일본이 5% 넘게 갖고 있고, 한국은 주식시장 전체로 봤을 때 거의 7%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주요 대기업의 평균 10%에 육박할 정도로 갖고 있는데요. 일본 같은 경우에는 5% 좀 넘는다 하더라도 연금이 민간에다 위탁운영합니다. 민간 여러 군데에 위탁을 했으니까 민간끼리 서로 사고팔 수 있습니다. 의결권도 민간에 다 위탁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기업에 영향력을 미치는 데서는 0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현재 자본시장법상 의결권을 위탁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위탁을 한 운용사가 있어도 운용사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이 직접 행사하게 돼 있습니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경우입니다. 제가 보기에 국민연금이 5% 넘게 갖고 있는 것 자체가 극히 비정상적이라고 봅니다. 국민연금이 기관 투자자의 기본에 맞춰가기 위해서는 빨리 이 5% 밑으로 낮춰야 된다고 봅니다. ‘자본가들이 갖고 있으면 자본주의고, 노동하는 사람들이 얘기를 하면 그건 연금사회주의냐’고 그러시는데 저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봅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정책에 따라서 연금이 의사결정을 하면 그것은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다 ‘연금사회주의’라는 거죠. 연금이라는 것은 국민의 노후자산입니다. 국민연금은 ‘중장기적으로 투자수익률을 올려서 나중에는 내 노후에 쓸 수 있게 돌려달라’ 이게 가장 큰 멘데이트(mandate·임무)이거든요. 국민연금이 재벌 개혁이나 대기업 개혁이라는 전제를 갖고 들어가면 그것은 또 다른 연금사회주의라는 거죠. 국민연금을 정책 수행도구로 보면 안 됩니다. 국민연금이 왜 공정거래위원회의 임무까지 합니까? 국민연금은 중요한 게 투자수익률을 내고, 거기에 맞춰 유연하게 정책에서 반대할 것은 반대하고 어떤 것은 찬성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연금 운용입니다.
 
  장하준: 오랜만에 의견이 갈린 게 있어서 제가 얘기를 하고 싶네요. 첫 번째로 저는 국민연금이라는 것을 단순히 노후자금이라는 차원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국민연금이 지금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걸 쓸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최순실 딸 말 사주느라고 한 일이기는 하지만 삼성이 그거(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기자 주) 할 때 국민연금이 개입을 해 엘리엇을 막아준 것 아닙니까. 그냥 주식시장 논리로 했으면 엘리엇 손을 들어줄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 교수님은 ‘사회주의’라고 하시고, 저는 그걸 ‘민주주의’라고 부르는데 민주적 선거를 통해서 정부를 뽑았으면 그 정부가 어떤 공공자금이나 공공기관에 개입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걸 틀을 잘 짜놔야죠. 안 그러면 ‘내 친구 딸 말 사야 되니까 돈 갖다 줘라’ 이런 식으로 되는 거니까요. 그렇게 하면 안 되지요. 그 룰만 잘 만들어 놓으면 정부가 그런 데 개입하는 거 자체는 맞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신장섭 교수는 국민연금의 과도한 대기업 경영권 개입에 우려를 표한 반면, 장하준 교수는 정부가 공공자금이나 공공기관에 적극적인 개입을 해도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사진은 지난 3월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뉴시스
  신장섭: 저는 엘리엇이든 누구든 중장기 투자자라면 국적 관계없이 웰컴(환영)입니다. 중장기 비전을 가지고 ‘이 회사를 키워야 된다’고 하는 분들끼리는 힘을 합쳐야죠. 국제적으로 합쳐야죠. 그 연대가 만들어져야 됩니다. 그런 면에서 얘기를 하는 거고. 그리고 거기에 국민연금이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그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국민연금이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됩니다. 독자적으로 결정해야지만 국민연금의 건전성이 유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배상근: 사실 우리 재벌에 대해 항상 등장하는 비판이 ‘문어발’이니 ‘낙지발’이니 하면서 재벌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는 겁니다. ‘이래가지고 서민이든 소상공인이든 중소기업이든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있느냐’ 이런 비난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 비난이 있어서 대기업이 신산업에 진출하기 굉장히 어려움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장하준 “대기업의 ‘사업 다각화’는 정상”
  신장섭 “‘문어발식 다각화 안 된다’고 하는데 혁신은 확률 낮은 일에 투자하는 것”

 
  장하준: 빵집이나 이런 분야에 재벌들이 안 들어가게 하는 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뭐냐면 다각화 없이는 발전이 있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다각화 안 하고 주력 기업에만 집중했으면 현대는 아직도 길 닦고 있고, 자동차가 어디 있겠어요. 삼성은 아직도 양복 만들고 있고, 반도체가 어디 있어요. LG는 아직도 치약 만들고 있을 겁니다. 휴대전화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외국 기업들 봐도 하나에 계속 집중한 데도 있지만 대부분은 최소한 한 번 정도는 다각화를 통해서 변신을 했거든요. 지금 보세요. 그렇게 핵심 역량 집중해야 된다고 하더니 구글 이런 데도 지금 문어발식 기업 만들어가지고 온갖 분야에 다 들어가잖아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마치 다각화하는 게 엄청난 죄를 지은 것처럼, 기형적인 것처럼…. 그게 아니거든요. 말하자면 이게 정상입니다. 다각화하는 게 정상이거든요. 치킨집이 됐든 빵집이 됐든 많은 사람이 좋은 이유든 나쁜 이유든 생계를 이어가는 그런 데까지 들어가는 건 반대입니다. 그렇지만 그 외에는 다각화를 장려해야죠.
 
  신장섭: 저는 그런 면에서 정부에 계신 분들이, 또 기업에서 정책 담당하시는 분들이 판단을 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계에서 본인들이 금융 투자를 할 때 격언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그러거든요. 그러면서 기업한테 얘기할 때는 ‘당신네 핵심 역량에 집중해라’는 식으로 쓸데없이 다각화하지 말라고 하는데, 세상 원리라는 것이 똑같죠. 금융 투자든 기업 운영이든요. 그런데 정책 하시는 분들이 거기에 대해서 자꾸 그런 얘기를 들어서 ‘너희 문어발식 다각화 안 된다’고 하는데 아까 제가 혁신을 말씀드렸지만 혁신은 확률이 낮은 일에 투자를 하는 겁니다. 처음엔 이게 비주력 산업이죠. 그런데 그것을 잘 키워야지만 그다음 게 되는 겁니다. 정부에서 무슨 주력 산업과 비주력 산업, 회사도 주력 기업과 비주력 기업이 나눠서 ‘비주력 기업은 팔아라’ 그러면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을 그냥 파는 경우가 되는 거죠. 기업에 계시는 분들이 속지 말아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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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릥    (2018-09-13)     수정   삭제 찬성 : 3   반대 : 2
이야.. 정말 좋은 뉴스네요

2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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