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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 개선 본격화 이랜드그룹

‘중국 패션시장 제패’ 왕년의 명성 되찾을까

글 : 신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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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말 신용등급 하락, 은행권도 차입금 회수 나서
⊙ 자산 팔고, 중국 시장 전략 수정해 재기 발판 마련
⊙ “24년 노하우로 중국 시장 지켜낼 것” (이랜드)
  ‘중저가 브랜드 이랜드가 살아날까.’
 
  이랜드그룹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2016년부터 수익이 안 나는 부동산과 사업장을 팔고 적자 점포·브랜드를 철수시켰다. 유통 계열사 이랜드리테일은 주식 상장 전 투자자들로부터 일정 자금을 미리 유치 받는 PRE-IPO 제도를 실행했다. 덕분에 부채비율(부채/자본)은 315%(2016년)에서 198%(2017년)로, 올해 1분기 168%로 줄었다. 순차입금도 같은 기간 동안 약 1조7000억원 줄었다. 지주사 격인 이랜드월드의 1조원 자본 유치도 진행하고 있다. 작년 말 1000억원을 확보했고 올해 1분기 4000억원을 조달했다. 나머지 5000억원도 6월 내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올 하반기 예비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안에 상장된다.
 
  영업이익도 2분기 연속 1000억원 이상 거둬들였다. 작년 4분기 1300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도 1000억원 이상이었다. 투명한 경영 시스템 도입을 위해 이사회 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투자심의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설치했다. 이윤주 이랜드그룹 최고재무전문가(CFO)는 지난 4월 “올해는 재무적·사업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 해”라며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신뢰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부채비율 400% 육박
 
  현재 150여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이랜드그룹은 한때 패션·유통·레저 등 트렌드성 사업의 대표주자로 불렸다. 1980년 창업주 박성수 회장의 이화여대 앞 의류 보세가게 ‘잉글랜드’에서 출발한 이랜드는 중저가 브랜드, 대중적 이미지로 시장을 공략했다. 모토는 ‘2분의 1 가격에 2배의 가치’였다. 국내 최초 의류 프랜차이즈 사업을 개시, 1989년 아동복과 1990년 여성 캐주얼복 및 시계·주얼리 사업에도 진출한다. 1994년 유통업(아웃렛)과 식품업을 더했고 이듬해에 호텔업까지 겸했다. 2003년 뉴코아백화점, 2010년 동화백화점, 그랜드백화점 강서점을 차례로 인수하며 그룹 규모를 키웠다. 인도·영국·베트남·이탈리아 등 해외 각지의 패션 브랜드를 인수했다. 사업 확장과 아이템 다각화 전략으로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고공 경제성장률에 힘입어 현지 매장들도 고수익을 올렸다. 2012년까지 중국에서 번 돈으로 미국(K-SWISS)과 이탈리아(코치넬레·만다리나덕)의 유명 브랜드를 인수했다.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아시아 주요 지역에 의류 생산기지도 뒀다.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위기설’ 때문이었다. 2013년 부채비율이 398%에 달했다. 2014년 3월 31일 공개된 이랜드월드 및 종속기업 연결재무제표를 보면, 2013년 말 기준 자본 총액이 1조5570억원인 데 비해 부채 총액은 6조2060억원이었다. 침체 원인은 대략 세 가지로 꼽힌다. 중국 사업 부진, 핵심 자산 매각,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자금 고갈이 그것이다. 특히 유망했던 중국 사업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위기론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평가사의 말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꺾이고 백화점 영업이 힘들어지면서 과거 대비 영업 이익률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에요. 이랜드 같은 경우는 수익성이 좋다 보니까 레버리지(차입한 자본을 끌어다가 자산 매입에 나서는 투자법)를 일으켜서 사업을 해 왔습니다. 예전처럼 이익이 나면 과도한 레버리지도 커버가 됐는데, 중국 쪽이 꺾이면서 부채비율이 부각됐고 시장에서도 신뢰를 잃어서 (자본) 조달이 어렵게 됐습니다.”
 
  2015년 말 신용평가기관에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시작됐다. 은행들도 차입금 회수에 나섰다. 소비자의 구매 채널도 쇼핑몰·온라인 등으로 다변화함에 따라, 이랜드의 백화점·아웃렛 위주 영업 방식은 타격을 입었다. 황우일 이랜드그룹 홍보팀장의 말이다. “2000년대 초반 중국 성장률이 70~80%였습니다. 저희 매장이 하루에 3~4개씩 오픈할 정도였습니다. 매출도 2000억에서 3500억, 4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습니다. 엄청난 급성장이었죠. 그러다 2013년, 2014년에 중국 성장률이 10%대로 꺾였어요. 7000~8000곳에 달했던 매장들이 다 안착을 한 상황이라서 성장률이 떨어진 거죠. 고성장을 하다가 떨어지니까 신평사(신용평가사)에서 와치(경고)를 줬습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니까 은행들도 차입금 회수에 나서기 시작했죠.”
 
 
  당기순이익, 적자에서 6500억으로
 
중국 상하이 인민광장에 위치한 이랜드의 대표 브랜드 ‘스파오’ 매장. 이랜드리테일은 스파오(SPAO)와 뉴코아아울렛 등 50여개 점포를 운영, 연매출 4조원을 올리는 그룹의 성장 재원이다. 사진=이랜드
  이랜드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작년 1월 패션 브랜드 ‘티니위니’를 8700억원을 받고 중국 기업에 넘겼다. 다섯 달 뒤 생활용품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7130억원을 받고 MBK파트너스에 팔았다. 부동산 매각도 병행했다. 각 계열사의 홍대역·합정역 부동산, 마곡 부지, 평촌 NC백화점, 부산·강원도 부지, 물류창고 등을 팔았다. 황 팀장은 “차입을 해서 확장을 하더라도 은행 빚은 항상 꼬박꼬박 갚아 왔다”고 말했다.
 
  성장률이 감소한 중국 시장에 대한 전략도 바꿨다. 고급 숙녀복 위주의 상품 구성에 중저가 의류를 포함시켰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서였다. 황 팀장은 “지금 성장률은 떨어졌지만 이익률은 더 탄탄하고 안정적으로 가고 있다”며 “70~80% 성장에 취해 있었다면 짐 싸고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랜드가 과거 중국에서 고성장을 누리던 것은 과열 현상이라고 했다. 현재 이익률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랜드는 중국 시장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랜드가 중국에서 꺾였다’는 말은 팩트가 조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만큼 성장률 나오는 곳이 없어요. (유통) 채널을 온라인으로 더 넓히고 ‘스파오(SPAO)’ 브랜드를 론칭시켜서 중저가 시장까지 잡을 겁니다. 중국은 저희에게 계속 희망이 되는 시장입니다.”
 
  이랜드는 기존 상하이·베이징 등 1선 도시 백화점 사업에 집중했던 전략을 변경, 칭다오·항저우·난징 등 2~3선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중국 내 산아제한 완화 정책에 따라 아동복 브랜드도 고수익을 올렸다. 작년 광군제(11월 11일에 열리는 중국의 쇼핑시즌) 때 하루 매출로만 4억5600만 위안(한화 기준 약 77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4월 10일 공개된 이랜드월드 및 종속기업 연결재무제표를 보면, 2017년 말 부채비율은 198%였다. 자본 총액이 2조9646억원, 부채 총액이 5조8715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자본은 약 7086억원 늘었고, 부채는 약 1조2357억원 줄었다. 재무상태표 일로부터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재작년 말 3조1452억원에서 작년 말 3조3191억원으로 약 1739억원 늘었다. 재무상태표 일로부터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는 같은 기간 4조8800억원에서 4조2215억원으로 약 6585억원 줄었다. 유동부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단기차입금 및 사채의 경우, 같은 기간 3조4077억원에서 2조6346억원으로 약 7731억원 줄었다. 매출액은 재작년 7조3707억원에서 작년 6조5505억원으로 약 8202억원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22억원에서 6576억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이랜드의 회복세는 이랜드리테일의 공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리테일은 스파오(SPAO)와 뉴코아아울렛 등 50여개 점포를 운영, 연매출 4조원을 올리는 그룹의 성장 재원이다. 총 매출액이 재작년 2조1960억원에서 작년 2조2370억원으로 약 410억원 늘었다. 당기순손익(총수익에서 총비용을 제외한 값)도 같은 기간 1302억원에서 5611억원으로 약 4309억원 늘었다. 부채비율의 경우 같은 기간 115%에서 72%로 감소했다.
 
 
  주요 브랜드 매각에도 실적 상승
 
2010년 당시 이랜드가 운영했던 브랜드 ‘티니위니’의 중국 상하이 매장. 이랜드는 작년 1월 패션 브랜드 ‘티니위니’를 8700억원을 받고 중국 기업에 넘겼다. 사진=조선DB
  현재까지는 회복세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다. 핵심 브랜드와 부동산을 다 팔아 남은 빚을 갚아 나갈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1조원 자본 유치 또한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의 말이다. “잘나가는 사업 부문을 많이 매각하긴 했어요. 모던하우스가 이익이 컸는데, 그걸 판 자금으로 급한 불은 끈 거죠. 문제는 지금 남아 있는 부채 구조를 수익으로 상쇄시켜야 하는 부분이에요. 하지만 할인점·백화점의 업황 자체가 구조적으로 잘될 거라고 보긴 힘들어요. 크레딧(신용평가사) 분들은 단순 부채 비율이 몇 퍼센트 떨어졌다고 해서 신용을 올려주지는 않아요. 사업부가 추가적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더 올라갈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능력을 보는 관점에서 좋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룹 측은 반박한다. 앞서 매각한 티니위니·모던하우스 없이도 대체 브랜드가 많이 생겨나 수익에는 지장이 없고, 자본 유치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황 팀장은 “자본 유치의 경우, 지금 여러 군데서 진행 중이다. 상반기 중으로 완수될 것”이라며 “5000억원은 확보했고 나머지 5000억원이 관건이다. 7~8월 안에는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티니위니를 매각했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20개 브랜드가 운영되고 있었어요. 슈퍼필드 같은 브랜드는 3000억원을 하고 있었고요. 티니위니를 대체할 브랜드가 많이 생겨났어요. 저희가 적당한 시점에 잘 매각을 한 거였죠. 모던하우스도 7000억원에 팔았는데, 이번에 1분기 성과를 보니까 두 브랜드가 빠진 상황에서도 영업이익이 올랐어요. 저력이 있었던 거죠. 이랜드는 하나가 빠지더라도 힘들어지는 구조가 아니거든요. 오히려 두 브랜드를 매각하면서 빚은 줄어들었고, 다른 브랜드들이 커지면서 영업이익은 더 올라갔어요. 은행권·금융권에서도 ‘어떻게 이런 걸 단기간에 극복했나’ 하면서 굉장히 놀라워하시더라고요.”
 
  이랜드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050억원이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은 944억원이었다. 이 중 티니위니·모던하우스의 영업이익이 276억원을 차지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두 핵심 브랜드가 없는 상태에서 11% 성장한 셈이다. 한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의 대표 브랜드 매각으로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보기 좋게 날려 버렸다”고 밝혔다.
 
 
  “단단한 자구 계획, 메가트렌드 전략 세워야”
 
이랜드그룹 로고. 황우일 이랜드 홍보팀장은 “(이랜드가) 중국에 진출한 지 24년 됐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노하우도 많이 알고 있다”며 “현재 2조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 아웃렛부터 온라인까지 사업 확장해서 글로벌 시장에 계속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조선DB
  이랜드는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지표들이 개선되는 좋은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구조조정의 효과, 내부 투자자 유치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스파오 등 브랜드에 대한 실적, 흑자 전환에 대해서는 지속 가능성을 더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화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사업적으로 이익 규모가 (과거에 비해) 줄기는 했어도 (회사는 계속) 가기는 갈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자구 계획을 통해서 재무구조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좀 더 개선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차입금이 있는 편이기도 하고, 자본 구조가 건실하게만 있는 부분도 아닙니다. 사업보다는 다른 자구안을 통해 (남은 빚을) 갚을 확률이 높을 것이고, 저희는 그쪽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년 단위로 나오는 신상품(유행)을 쫓아가는 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메가트렌드’(대다수 사람들이 동조하며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향)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며 “사람들이 가고자 하는 것, 바람직하게 추구하는 것을 관찰하고 그에 맞게 전략을 짜야 한다. 이랜드의 패션·외식 사업도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이랜드그룹의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저희가 중국에 1994년 진출해서 지금 24년 됐습니다. 철저하게 현지화됐습니다. 노하우도 많이 알고 있고요. 현재 2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웃렛부터 온라인까지 사업을 확장해서 글로벌 시장에 계속 진출할 겁니다. 그동안 이랜드는 마진을 줄이더라도 ‘좋은 가격’ ‘좋은 상품’을 유지하려고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사실 사업하면서 100% 본인 돈으로 하긴 어렵잖아요. 저희가 상환이 충분할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으면, 사업을 확장할 때 대출은 필요한 거죠. 대신 앞으로는 은행 차입보다는 자본 확충을 통해서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겁니다. 2001년도부터 총 이익의 10%를 사회공헌에 쓰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좋게 봐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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