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뱅크’ 70만 가입자, 예금 1조2900억원·대출 1조300억원(1분기 말 기준) 달성
⊙ ‘카카오뱅크’ 563만 가입자, 예금 6조4700억원·대출 5조5100억원(지난 2월 말 기준) 달성
⊙ ‘메기효과’ 시중은행의 비대면 신상품 출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강화 견인
⊙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보통 신용대출 금리 4% 초중반, ‘케뱅’ ‘카뱅’ 가면 더 싸”
⊙ ‘카카오뱅크’ 563만 가입자, 예금 6조4700억원·대출 5조5100억원(지난 2월 말 기준) 달성
⊙ ‘메기효과’ 시중은행의 비대면 신상품 출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강화 견인
⊙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보통 신용대출 금리 4% 초중반, ‘케뱅’ ‘카뱅’ 가면 더 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작년 4월과 7월에 각각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케이뱅크(케뱅)와 카카오뱅크(카뱅)의 이야기다. 두 은행은 한 해 동안 수십만에서 수백만 고객을 끌어 모으고 수조원에 육박하는 대출·예금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일으킨 ‘메기효과’에도 주목한다. 정어리들이 천적인 메기를 만나면 살아남기 위해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실제 기존 은행권들은 메기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으로 생존 방법을 모색했다.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했고 각 지점의 영업시간을 연장했으며 비대면 상품 확대를 추진했다. 스마트폰 앱 하나로 1년 365일 24시간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손 안의 금고’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파급력 못지않게 지적의 목소리도 크다. 시중은행의 모바일 서비스와 차별성이 없다는 점, 상품마다 금리 혜택이 부족하다는 점, 디지털로 운영돼 보안 문제가 염려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 혁명의 선도자인가? 아니면 ‘반짝’하는 이색 신산업에 불과한가? ‘케뱅’과 ‘카뱅’의 1년 성적표를 토대로 이를 판단해 보자.
‘핀테크’의 상징
국내 금융계에서 4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말이 있다. 바로 ‘핀테크’(금융산업에 첨단기술을 접목시킨 서비스 또는 회사)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금융계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IT 기술에 주목했다. 그로부터 수년 동안 금융 거래 전체가 전산화되기 시작했다. 비용은 줄고 속도는 빨라져 소비자들의 권익이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토스, 삼성페이 등 간편 결제·송금 업체가 등장했다. 특히 삼성페이는 출시 약 2년 반 만에 누적 가입자 1000만명, 누적 결제 금액 18조원을 돌파할 만큼 열풍이다. 이 같은 흥행에 힘입어 최근에는 우수 고객들을 대상으로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9’을 할인받을 수 있는 특별 프로모션까지 진행했다.
그 가운데 주목받기 시작한 게 바로 인터넷전문은행이다. 미국·유럽은 1990년대, 일본은 2000년대부터 운영한 반면 국내에서는 2014년 설립 논의를 거쳐 작년에서야 서비스가 시작됐기 때문에 비교적 출범 시기가 늦은 편이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30대 그룹 계열 제조사와 금융회사는 진출을 제한했고 KT·네이버·다음카카오 등의 IT 계열 기업에만 설립을 허가했다. 전문 IT 기업들이 출범해 ‘핀테크’ 시장을 확보하고, 기존 금융권에 경쟁을 통한 활기를 불어넣으라는 게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취지였기 때문이다.
출범은 늦었지만 성과는 또렷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오직 온라인 네트워크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하나만으로 실시간 은행 업무를 진행한다. 고객은 은행 창구에 들러 직원을 만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폰 안의 앱을 눌러 본인 인증만 거치면 송금과 대출을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점포·인력 비용이 절감돼 금리 우대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지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의 말이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에게 다소 우월적 지위로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보수적인 은행권의 채널을 확 넓혀버린 겁니다. 채널이 다양하다 보니까 소비자들 선택 폭도 넓어졌죠. 가장 폭발적으로 호응을 얻은 것은 편리성입니다. 가입하기가 엄청 편해요. 지금 은행 가서 통장 하나 만들려면 절차가 복잡합니다. 근데 저도 (인터넷전문은행) 해봤지만 불과 10분도 안 돼서 가입했습니다. 대출도 해보니까 기존 은행에서 10% 이상 금리였던 게 4%로 나오니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는 거죠. 이러면 다른 쪽에도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인터넷전문은행들 더 많아져야 됩니다. 초기 설립 단계에 문제점들이 나와도 운영하면서 개선시키면 됩니다. 일단 소비자들 편익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점포·인력 비용 줄여 금리 혜택으로
케이뱅크의 경우 출범 초기 ‘직장인K 신용대출’ 상품을 최저 금리 연 2.73%(지난 4월 기준 3.11%)로 출시했다. 이는 당시 은행권 평균인 연 4.46%보다 2% 가까이 낮은 수치였다. 특히 이 상품은 별도의 서류 제출이 없다. 케이뱅크 측에서 국민건강보험 또는 국민연금 정보를 자동 수집하는 기법을 활용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1주년을 맞이해 선보인 1년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조건 없이 연 2.4%다. 주거래 우대 정기예금(급여이체+체크카드 사용 시) 최고 금리는 연 2.6%로 제1금융권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나아가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지난 4월 3일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해외송금 서비스, 아파트 담보대출, 계좌기반 간편 결제 서비스 등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케이뱅크 홍보 담당자의 말이다.
“시중은행들은 전국 수백 곳의 점포를 두고 직원들만 1만~2만명입니다. 저희는 그 비용들을 다 절약할 수 있습니다. 본점뿐이고 직원도 300명이 채 안 됩니다. 그래서 예금 금리는 높게, 대출 금리는 싸게 드리는 겁니다. 저희가 처음 나왔을 때는 시중은행에 연 2% 금리의 예적금 상품이 없었습니다. 저희가 내놓자 그때야 시중은행들도 연 2%로 출범을 했습니다. 경쟁적으로 따라붙어서 지금은 큰 차이가 사라졌지만 ‘메기효과’를 보여준 셈이죠. 특히 저희는 아무 조건 없이 1년짜리 예금을 연 2.4%에 드리는 겁니다. 시중은행은 아마 다양한 조건들이 충족돼야 할 겁니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금리에서 경쟁력을 보인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전월세 대출 금리의 경우 최저 수준”이라며 “마이너스·신용대출은 금리가 올랐지만 여전히 전체 평균보다는 아래”라고 했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의 경우 직장인 대상으로 연봉의 최대 1.6배까지 최저 연 2.86%의 금리를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적금가입, 급여이체 등 요구 조건과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다. 신용대출은 고객이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카카오뱅크의 자동 정보수집 기술을 통해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전월세보증금 대출 역시 100% 비대면으로 사전조회부터 서류제출까지 가능하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대출받을 수 있다. 비상금 대출은 무서류, 무방문의 ‘완전 비대면’ 소액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다. 고신용자부터 저신용자까지 50만~300만원 한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현금서비스 대비 낮은 금리로, 신청 후 1분 안에 실행된다.
‘비대면-신속성-친근함’이 강점
인터넷전문은행은 예금·대출 같은 금리 혜택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 차원에서 인기를 얻었다. 최근 사회적으로 비대면 문화가 널리 퍼지고, 신속·편리한 문물을 찾는 추세에 맞춰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작년 8월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 재조명〉 보고서의 일부분을 옮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요인을 보면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신속성과 편의성이다. 최초 가입 시 비대면 인증 방식으로 최소한의 소요시간을 제외하면 5~7분 내 계좌 개설이 가능하고, 이후 접속 시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 로그인 방식을 이용하여 사용 편의성을 강조하였다. 다양한 기능과 많은 콘텐츠를 가진 기존 은행의 모바일뱅킹과는 속도감이 다르다. 둘째, UI/UX의 친근감이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를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카카오톡과 유사한 UI/UX로 접근함으로써 거부감 없이 고객에게 다가설 수 있었다. 셋째, 가격 경쟁력이다. 시중은행에 비해 예・적금 금리는 높게, 대출 금리는 낮게 설정하여 고객들의 니즈에 부응한 측면이 있다. 대출의 경우 금리뿐만 아니라 한도에 있어서도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실제 해당 은행의 앱만 클릭하면 홈 화면에서 바로 보유계좌를 볼 수 있다. 은행 앱에 접속할 때 로그인·잠금 해제도 패턴 그리기·지문 인증 등으로 손쉽게 했다. 계좌 개설 시 신분증·휴대폰·타행계좌확인 등 편리한 방법으로 본인을 인증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PC와 모바일 영업을 병행한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단일 플랫폼만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은행들이 PC뱅킹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에 역량을 집중한다. 출금 및 송금의 경우, 두 은행 모두 현재까지는 자동화기기 수수료가 무료(일부 편의점 제외 또는 일정 감안)다.
보고서 내용처럼 앱 화면 특유의 UI/UX 디자인도 돋보인다. 체크카드에 인쇄된 캐릭터들도 앙증맞다. 여기서 UX는 이미지를 추구하는 감성적 요소의 디자인, UI는 편의성을 추구하는 기술적 요소의 디자인을 뜻한다. 간단히 말해 친근한 캐릭터(네이버 ‘라인’ 캐릭터, 카카오톡 이모티콘 등)와 세련된 디자인을 화면에 구현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히 이체
기능 면에서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보안카드·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이체할 수 있다. 카카오톡 친구와 송금·수취가 가능하다. 가령 송금하고 싶은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돈을 보낼 수 있다. 상대방이 카카오뱅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관계없다. 상대방이 송금을 알리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본인이 사용하는 타행계좌를 직접 입력하면 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의 말이다.
“저희는 ATM 입출금기 수수료 하나도 안 받아요. 타행이체 할 때도 보통 은행들은 고객 등급에 따라 받거나 안 받는데, 저희는 등급에 상관없이 안 받아요. 저희도 은행법에 의해 세워진 똑같은 은행이에요. 요새 사람들 특징이 전화로 주문하는 것보다 문자로, 텍스트로 주문하잖아요. 배달앱들이 성공한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가급적 대면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고 싶은 거죠.”
실제 카카오뱅크는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절차가 이뤄진다. 주말과 휴일에도 대출받을 수 있다.
케이뱅크도 마찬가지다. 관계자 말에 따르면 지금 기존 은행들의 예금·대출 거래가 90% 이상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지점의 창구에서 이뤄지는 거래라고 해도 계좌 개설, 기업금융, 부동산담보대출 등 불가피하게 대면해야 할 상품들뿐이라고 한다. 관계자는 “24시간 365일 전산거래 할 수 있고 고객 상담까지 가능하다”며 “예금 가입은 새벽에도 가능하다. 저희 콜센터는 단순 상담 업무뿐 아니라 시중은행에서 경력이 있는 ‘텔러’분들이 맞춤 컨설팅을 해준다”고 말했다. 가령 가입절차도 화상연결을 통해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을 전달하거나 타행계좌 확인 등으로 간편하게 이뤄진다.
‘앱 강화’ 시중은행들의 반격
이 같은 장점들에 힘입어 두 은행은 출범 즉시 폭발적인 주목을 받았다. 케이뱅크는 출범 첫날인 작년 4월 3일 가입자 4만명이 모여들었다. 현재(지난 3월 말 기준) 70만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다. ‘직장인K 신용대출’이 흥행하면서 당초 연말 목표치인 예금 5000억원, 대출 4000억원을 두 달 만에 달성했다. 해당 상품은 수요가 몰려 작년 7월 판매가 일시 중지되기까지 했다.
카카오뱅크의 힘은 더 강했다. 출범 첫날인 작년 7월 27일 24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몰렸고 사흘 만에 100만명을 뛰어넘었다. 현재(지난 3월 말 기준) 563만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의 인기로 고객이 폭주해 일부 서비스가 잠시 마비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이로써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예금 1조2900억원, 대출 1조300억원을 달성했고, 카카오뱅크는 지난 2월 말 기준 예금 6조4700억원, 대출 5조5100억원을 이룩했다.
기존 은행권에 미친 파급력도 상당했다. 두 은행이 출범한 작년 7월 기준 전국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16개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73%로 전월 4.85%에 비해 0.12%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모바일·인터넷 대출신청은 1194억원 규모로 재작년(399억원)과 비교해 199.1% 대폭 늘었다. 신청 건수로 보면 일일 평균 2400건에서 9900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모바일 뱅킹 등록 고객 수는 재작년 말 7836만명에서 작년 말 9089만명으로 16% 증가했다. 일일 평균 모바일 이체 금액도 재작년 3조1407억원에서 작년 3조9630억원으로 26.2% 늘었다.
시중은행도 비대면 신상품 출시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강화로 반격에 나섰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디지털 예·적금 특화상품, 비대면 전용 부동산 담보대출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비대면 간편송금 서비스인 ‘휙 서비스’의 한도를 늘리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기존에 각종 자료를 지참해 은행 영업점에서만 대출이 가능했던 ‘SOHO 개인사업자 대출’을 비대면 서비스(무서류, 무담보, 무방문)로 전환시켰다. KEB하나은행은 ‘모바일브랜치’를 출시,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도 고객이 선택한 영업점 앞으로 신용카드 발급과 신용대출 신청을 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22일 통합 애플리케이션 ‘쏠(SOL)’을 내놨다. 기존 6개 앱으로 분리됐던 금융거래를 하나로 통합시켰다. NH농협금융지주는 작년 말 통합 애플리케이션 ‘올원뱅크 2.0’을 선보였다. 은행·증권·보험·카드 등의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 가능하다.
기존 은행 서비스와의 차별화가 관건
한편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의 맹렬한 추격으로, 갈수록 인터넷전문은행만이 가진 고유성이 옅어진다고 진단한다. 기존 은행들이 모바일·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면 결국 차이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케뱅’과 ‘카뱅’이 급성장했어도 시중은행 전체와 비교해 보면 예금·대출 점유율이 0.5%밖에 되지 않는다. 거대 자본과 오랜 전통을 가진 이른바 ‘공룡’ 은행들이 마음먹고 서비스를 혁신하면 지금 같은 구도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의 분석이다.
“성과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선진국에 비해 20년 늦게 출범했지만 카카오뱅크 같은 경우는 퍼포먼스 실적도 많이 있고,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입니다. 한편으로는 자체적인 혁신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하는 측면이 있어요. 파괴력이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있어야 합니다. 시중은행에서 모바일 서비스가 확산하면 이게 차별점이 없어지는 거 아닙니까. 그러다 보면 성장성이 답보상태로 갑니다. 카카오뱅크가 처음에 딱 치고 나와서 짧은 시간에 5~6조(대출 기준)까지는 왔는데, 아무리 비대면이라고 해도 은행은 5~6조 갖고는 운영하기 힘듭니다.”
금리 혜택 또한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자료에 의하면 지난 3월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케이뱅크 5.55%, 카카오뱅크 3.81%였다. 국민은행(3.88%), NH농협은행(3.76%), 우리은행(3.94%)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4~6등급 신용자들을 위해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놓겠다는 취지와 달리, 조금씩 1~3등급 위주의 대출 관행을 따라간다는 지적도 있다.
대출 루트가 많아지면서 14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대한 세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1월 중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이 1조4000억원 늘었다. 이 중 신용대출은 1조1000억원으로 약 7000억원 정도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나온 액수다. 더구나 작년 기준 케이뱅크는 838억원, 카카오뱅크는 104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보안 문제도 거론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3월 1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인터넷전문은행 카드 발급 건수 및 국내외 부정사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출범 후 지난 2월 말까지 총 671건의 카드 부정 사용이 발생했다.
이 같은 여러 지적 사항에 대해 각 사의 입장은 어떨까. 먼저 케이뱅크 관계자의 말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취지 중 하나가 금융 소외계층인 4~6등급 신용자들에게 중금리대출 루트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저희는 4등급 이하 신용자들에게 건수로는 60%, 금액으로는 40% 정도 대출이 나갑니다. 제2금융권보다 싼 4~10% 수준으로 다가갑니다. 기존의 신용평가 자료 외에도 KT 휴대폰 통신데이터를 활용해 더욱 꼼꼼하게 검증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의 말이다. “출범한 지 이제 1년 초기니까 적자는 당연히 날 수밖에 없습니다. 전산비용, 셋업비용, 마케팅비용이 들어가는데 영업 1년 차에 흑자 나는 건 쉽지 않죠. 그리고 안전성 문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희는 모바일에 자체 인증서를 쓰기 때문에 보안시스템이 정밀합니다.”
손실이나 금리 면에서 지적 사항 자체가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시중은행과 별 차이 없이 금리를 높게 받았으면 왜 적자가 났겠나”라며 “초기 투자비용을 감안하면 보통 한 3년까지는 적자가 예상된다. 매출을 늘려 이익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기존 주거래 은행에서 고객들을 빼 와야 하잖아요. 쉽지 않죠. 1년 만에 적자냐 아니냐 말하는 건 지나칩니다. 금리도 같은 사람에게 ‘더 비싸게 받느냐 싸게 받느냐’ 이걸 봐야 합니다. 보통 신용대출 금리는 4% 초중반 나옵니다. 그러나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가면 4%가 안 나와요. 그러면 누가 더 싼 거예요? 실제로 찾아보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금리장사를 한 게 아니라 시중은행보다 훨씬 더 유리한 금리를 제시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기술적인 보안문제로 사고 난 건 한 건도 없어요. 부정사용은 있었어요. 한 사람이 아버지 카드나 다른 카드 가지고 쓴 거는 있었죠. 근데 이건 인터넷전문은행뿐 아니라 어느 은행이나 있을 수 있는 거죠. 기술이 약해서 사고가 일어났다고 하는 건 오해라고 봅니다.”
은산분리 규제도 넘어야 할 장벽
앞서 남 교수의 지적처럼 파괴력 있는 상품 출시 외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살아남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은산분리 규제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증자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이 은행 대주주가 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의결권이 있는 지분 소유를 4%로 제한해 놓은 규제다. 간단히 말해 재벌 기업이 은행을 소유해 대부업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 놓은 것이다.
취지 자체는 좋지만 시중은행에 비해 기반이 약한 인터넷전문은행들에는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준다. 가령 해당 인터넷은행을 주도한 IT기업이 실질적 경영권을 갖지 못한 채 주주 구성이 복잡하게 되면 운영상의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해당 기업이 은행에 자본금을 투자할 때나 노하우를 전수할 때도 복잡해진다. 현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는 KT와 카카오가 아닌 우리은행과 한국투자금융이다.
한때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논의돼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까지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아끼는 모양새지만 내심 규제 완화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 관계자는 “은산분리 취지에 충분히 동감하지만 실제 인터넷은행이 재벌회사의 금고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인터넷은행이 도입된 이유는 IT 기업이 들어와서 금융 혁신을 하라는 것 아닌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규제가) 완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부 교수의 분석이다. “지금 인터넷은행들이 초기자금을 시스템 개발비로 거의 다 썼는데도 증자를 못하고 있어요. 기존 은행법에 일반 주주들 소유 제한 규제가 많아서 투자자도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은행은 별도로 (규제 완화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출범을 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안 해주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거기(인터넷은행)에 안정적인 자금이 투입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가 남아 있는 것이죠.”
반면 현 정부 출범 후 민간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활동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시각은 약간 달라 보인다. 해당 혁신위가 작년 12월 20일 발표한 〈금융행정혁신 보고서〉 권고안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으로 기존 은행과 금리, 수수료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이 확산되며 고객 편의가 제고되는 모습”이 있다면서도 “가계부채 확대, 금융시장 과당경쟁 및 전술한 케이뱅크 인가과정에서의 논란 등 부작용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혁신위는 해당 보고서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 여부는 혁신위 논의 범위를 벗어남”이라면서도 “현 시점에서 은산분리 완화가 한국금융 발전의 필요조건으로 보고 있지는 않으며, 국회 및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득과 실을 심도 있게 검토하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동일시하지 않도록 권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사실 인터넷은행들이 실력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이 정도라도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 게 최대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솔직히 지금은 (규제 등으로 인해) 한쪽 발이 묶인 상태에서 보여준 실력”이라며 “앞으로 (인터넷은행들이) 보여줄 게 많고 미래 은행의 새로운 모습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다.
“지금처럼 (시중은행들이) 직원들만 많이 뽑아 놓고 자본금 규제하에서 영업수익을 내는 분위기는 끝났다고 봅니다. 지금 은행업, 기존 서비스로는 생존하지 못합니다. 플랫폼 차원으로 고객의 니즈에 맞게, 지금의 형태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야 된다고 봅니다. 너무 먼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금이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은행, 몇 년 뒤에 나타날 은행의 본격적인 모습입니다. 과거의 금융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될 겁니다.”
‘전략·신용·운영 리스크’ 통제장치 마련해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영역 확대에 따른 영향〉 보고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모델은 점차 기존은행과 유사하게, 기존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금리, 수수료 인하 효과를 통한 금융소비자의 편익은 확대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 미래만 믿고 혁신을 준비하지 않으면 신산업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예금보험공사가 작년 여름 발표한 〈해외 주요 인터넷전문은행 성공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는 외국의 사례를 들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성공할 방도를 설명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내용 일부분을 요약해 옮긴다.
〈독일과 영국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고객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금융활동 조언 등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핀테크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하고 독특한 상품을 개발하였다. 아울러, 각종 정보의 투명한 공개, 유연한 조직문화 등 창의적 조직문화를 추구한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 이익에 집중한 금융서비스가 아닌, 은행·고객이 Win-Win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제공하고, 핀테크 관련 주주를 적극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은행업권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탈피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발굴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은행과 달리 전략리스크(기존 인터넷 뱅킹과 경쟁을 위한 차별화된 전략 필요), 신용리스크(비대면에 의한 부실 심사 가능성), 유동성리스크(예금 중도해지 용이), 운영리스크(전산 보안사고 발생) 등 고유 리스크가 있으므로, 적절한 리스크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당국 등은 이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여 조기부실을 방지하고 은행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실제 기존 은행권들은 메기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으로 생존 방법을 모색했다.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했고 각 지점의 영업시간을 연장했으며 비대면 상품 확대를 추진했다. 스마트폰 앱 하나로 1년 365일 24시간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손 안의 금고’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파급력 못지않게 지적의 목소리도 크다. 시중은행의 모바일 서비스와 차별성이 없다는 점, 상품마다 금리 혜택이 부족하다는 점, 디지털로 운영돼 보안 문제가 염려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 혁명의 선도자인가? 아니면 ‘반짝’하는 이색 신산업에 불과한가? ‘케뱅’과 ‘카뱅’의 1년 성적표를 토대로 이를 판단해 보자.
‘핀테크’의 상징
국내 금융계에서 4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말이 있다. 바로 ‘핀테크’(금융산업에 첨단기술을 접목시킨 서비스 또는 회사)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금융계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IT 기술에 주목했다. 그로부터 수년 동안 금융 거래 전체가 전산화되기 시작했다. 비용은 줄고 속도는 빨라져 소비자들의 권익이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토스, 삼성페이 등 간편 결제·송금 업체가 등장했다. 특히 삼성페이는 출시 약 2년 반 만에 누적 가입자 1000만명, 누적 결제 금액 18조원을 돌파할 만큼 열풍이다. 이 같은 흥행에 힘입어 최근에는 우수 고객들을 대상으로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9’을 할인받을 수 있는 특별 프로모션까지 진행했다.
그 가운데 주목받기 시작한 게 바로 인터넷전문은행이다. 미국·유럽은 1990년대, 일본은 2000년대부터 운영한 반면 국내에서는 2014년 설립 논의를 거쳐 작년에서야 서비스가 시작됐기 때문에 비교적 출범 시기가 늦은 편이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30대 그룹 계열 제조사와 금융회사는 진출을 제한했고 KT·네이버·다음카카오 등의 IT 계열 기업에만 설립을 허가했다. 전문 IT 기업들이 출범해 ‘핀테크’ 시장을 확보하고, 기존 금융권에 경쟁을 통한 활기를 불어넣으라는 게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취지였기 때문이다.
출범은 늦었지만 성과는 또렷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오직 온라인 네트워크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하나만으로 실시간 은행 업무를 진행한다. 고객은 은행 창구에 들러 직원을 만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폰 안의 앱을 눌러 본인 인증만 거치면 송금과 대출을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점포·인력 비용이 절감돼 금리 우대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지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의 말이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에게 다소 우월적 지위로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보수적인 은행권의 채널을 확 넓혀버린 겁니다. 채널이 다양하다 보니까 소비자들 선택 폭도 넓어졌죠. 가장 폭발적으로 호응을 얻은 것은 편리성입니다. 가입하기가 엄청 편해요. 지금 은행 가서 통장 하나 만들려면 절차가 복잡합니다. 근데 저도 (인터넷전문은행) 해봤지만 불과 10분도 안 돼서 가입했습니다. 대출도 해보니까 기존 은행에서 10% 이상 금리였던 게 4%로 나오니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는 거죠. 이러면 다른 쪽에도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인터넷전문은행들 더 많아져야 됩니다. 초기 설립 단계에 문제점들이 나와도 운영하면서 개선시키면 됩니다. 일단 소비자들 편익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점포·인력 비용 줄여 금리 혜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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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당시 출범 준비 단계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사업 구상 그래픽. 사진=조선DB |
“시중은행들은 전국 수백 곳의 점포를 두고 직원들만 1만~2만명입니다. 저희는 그 비용들을 다 절약할 수 있습니다. 본점뿐이고 직원도 300명이 채 안 됩니다. 그래서 예금 금리는 높게, 대출 금리는 싸게 드리는 겁니다. 저희가 처음 나왔을 때는 시중은행에 연 2% 금리의 예적금 상품이 없었습니다. 저희가 내놓자 그때야 시중은행들도 연 2%로 출범을 했습니다. 경쟁적으로 따라붙어서 지금은 큰 차이가 사라졌지만 ‘메기효과’를 보여준 셈이죠. 특히 저희는 아무 조건 없이 1년짜리 예금을 연 2.4%에 드리는 겁니다. 시중은행은 아마 다양한 조건들이 충족돼야 할 겁니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금리에서 경쟁력을 보인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전월세 대출 금리의 경우 최저 수준”이라며 “마이너스·신용대출은 금리가 올랐지만 여전히 전체 평균보다는 아래”라고 했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의 경우 직장인 대상으로 연봉의 최대 1.6배까지 최저 연 2.86%의 금리를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적금가입, 급여이체 등 요구 조건과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다. 신용대출은 고객이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카카오뱅크의 자동 정보수집 기술을 통해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전월세보증금 대출 역시 100% 비대면으로 사전조회부터 서류제출까지 가능하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대출받을 수 있다. 비상금 대출은 무서류, 무방문의 ‘완전 비대면’ 소액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다. 고신용자부터 저신용자까지 50만~300만원 한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현금서비스 대비 낮은 금리로, 신청 후 1분 안에 실행된다.
‘비대면-신속성-친근함’이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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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3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서비스 출범 기념식에서 당시 이진복 국회정무위원장(왼쪽 세 번째부터), 임종룡 금융위원장,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황창규 KT 회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현재까지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요인을 보면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신속성과 편의성이다. 최초 가입 시 비대면 인증 방식으로 최소한의 소요시간을 제외하면 5~7분 내 계좌 개설이 가능하고, 이후 접속 시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 로그인 방식을 이용하여 사용 편의성을 강조하였다. 다양한 기능과 많은 콘텐츠를 가진 기존 은행의 모바일뱅킹과는 속도감이 다르다. 둘째, UI/UX의 친근감이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를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카카오톡과 유사한 UI/UX로 접근함으로써 거부감 없이 고객에게 다가설 수 있었다. 셋째, 가격 경쟁력이다. 시중은행에 비해 예・적금 금리는 높게, 대출 금리는 낮게 설정하여 고객들의 니즈에 부응한 측면이 있다. 대출의 경우 금리뿐만 아니라 한도에 있어서도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실제 해당 은행의 앱만 클릭하면 홈 화면에서 바로 보유계좌를 볼 수 있다. 은행 앱에 접속할 때 로그인·잠금 해제도 패턴 그리기·지문 인증 등으로 손쉽게 했다. 계좌 개설 시 신분증·휴대폰·타행계좌확인 등 편리한 방법으로 본인을 인증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PC와 모바일 영업을 병행한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단일 플랫폼만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은행들이 PC뱅킹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에 역량을 집중한다. 출금 및 송금의 경우, 두 은행 모두 현재까지는 자동화기기 수수료가 무료(일부 편의점 제외 또는 일정 감안)다.
보고서 내용처럼 앱 화면 특유의 UI/UX 디자인도 돋보인다. 체크카드에 인쇄된 캐릭터들도 앙증맞다. 여기서 UX는 이미지를 추구하는 감성적 요소의 디자인, UI는 편의성을 추구하는 기술적 요소의 디자인을 뜻한다. 간단히 말해 친근한 캐릭터(네이버 ‘라인’ 캐릭터, 카카오톡 이모티콘 등)와 세련된 디자인을 화면에 구현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기능 면에서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보안카드·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이체할 수 있다. 카카오톡 친구와 송금·수취가 가능하다. 가령 송금하고 싶은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돈을 보낼 수 있다. 상대방이 카카오뱅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관계없다. 상대방이 송금을 알리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본인이 사용하는 타행계좌를 직접 입력하면 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의 말이다.
“저희는 ATM 입출금기 수수료 하나도 안 받아요. 타행이체 할 때도 보통 은행들은 고객 등급에 따라 받거나 안 받는데, 저희는 등급에 상관없이 안 받아요. 저희도 은행법에 의해 세워진 똑같은 은행이에요. 요새 사람들 특징이 전화로 주문하는 것보다 문자로, 텍스트로 주문하잖아요. 배달앱들이 성공한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가급적 대면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고 싶은 거죠.”
실제 카카오뱅크는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절차가 이뤄진다. 주말과 휴일에도 대출받을 수 있다.
케이뱅크도 마찬가지다. 관계자 말에 따르면 지금 기존 은행들의 예금·대출 거래가 90% 이상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지점의 창구에서 이뤄지는 거래라고 해도 계좌 개설, 기업금융, 부동산담보대출 등 불가피하게 대면해야 할 상품들뿐이라고 한다. 관계자는 “24시간 365일 전산거래 할 수 있고 고객 상담까지 가능하다”며 “예금 가입은 새벽에도 가능하다. 저희 콜센터는 단순 상담 업무뿐 아니라 시중은행에서 경력이 있는 ‘텔러’분들이 맞춤 컨설팅을 해준다”고 말했다. 가령 가입절차도 화상연결을 통해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을 전달하거나 타행계좌 확인 등으로 간편하게 이뤄진다.
‘앱 강화’ 시중은행들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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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권에 미친 ‘메기효과’에 대한 설명 그래픽. 사진=조선DB |
카카오뱅크의 힘은 더 강했다. 출범 첫날인 작년 7월 27일 24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몰렸고 사흘 만에 100만명을 뛰어넘었다. 현재(지난 3월 말 기준) 563만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의 인기로 고객이 폭주해 일부 서비스가 잠시 마비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이로써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예금 1조2900억원, 대출 1조300억원을 달성했고, 카카오뱅크는 지난 2월 말 기준 예금 6조4700억원, 대출 5조5100억원을 이룩했다.
기존 은행권에 미친 파급력도 상당했다. 두 은행이 출범한 작년 7월 기준 전국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16개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73%로 전월 4.85%에 비해 0.12%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모바일·인터넷 대출신청은 1194억원 규모로 재작년(399억원)과 비교해 199.1% 대폭 늘었다. 신청 건수로 보면 일일 평균 2400건에서 9900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모바일 뱅킹 등록 고객 수는 재작년 말 7836만명에서 작년 말 9089만명으로 16% 증가했다. 일일 평균 모바일 이체 금액도 재작년 3조1407억원에서 작년 3조9630억원으로 26.2% 늘었다.
시중은행도 비대면 신상품 출시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강화로 반격에 나섰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디지털 예·적금 특화상품, 비대면 전용 부동산 담보대출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비대면 간편송금 서비스인 ‘휙 서비스’의 한도를 늘리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기존에 각종 자료를 지참해 은행 영업점에서만 대출이 가능했던 ‘SOHO 개인사업자 대출’을 비대면 서비스(무서류, 무담보, 무방문)로 전환시켰다. KEB하나은행은 ‘모바일브랜치’를 출시,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도 고객이 선택한 영업점 앞으로 신용카드 발급과 신용대출 신청을 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22일 통합 애플리케이션 ‘쏠(SOL)’을 내놨다. 기존 6개 앱으로 분리됐던 금융거래를 하나로 통합시켰다. NH농협금융지주는 작년 말 통합 애플리케이션 ‘올원뱅크 2.0’을 선보였다. 은행·증권·보험·카드 등의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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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4장)와 카카오뱅크(3장)가 출시한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체크카드. 사진=조선DB |
“성과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선진국에 비해 20년 늦게 출범했지만 카카오뱅크 같은 경우는 퍼포먼스 실적도 많이 있고,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입니다. 한편으로는 자체적인 혁신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하는 측면이 있어요. 파괴력이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있어야 합니다. 시중은행에서 모바일 서비스가 확산하면 이게 차별점이 없어지는 거 아닙니까. 그러다 보면 성장성이 답보상태로 갑니다. 카카오뱅크가 처음에 딱 치고 나와서 짧은 시간에 5~6조(대출 기준)까지는 왔는데, 아무리 비대면이라고 해도 은행은 5~6조 갖고는 운영하기 힘듭니다.”
금리 혜택 또한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자료에 의하면 지난 3월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케이뱅크 5.55%, 카카오뱅크 3.81%였다. 국민은행(3.88%), NH농협은행(3.76%), 우리은행(3.94%)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4~6등급 신용자들을 위해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놓겠다는 취지와 달리, 조금씩 1~3등급 위주의 대출 관행을 따라간다는 지적도 있다.
대출 루트가 많아지면서 14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대한 세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1월 중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이 1조4000억원 늘었다. 이 중 신용대출은 1조1000억원으로 약 7000억원 정도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나온 액수다. 더구나 작년 기준 케이뱅크는 838억원, 카카오뱅크는 104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보안 문제도 거론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3월 1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인터넷전문은행 카드 발급 건수 및 국내외 부정사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출범 후 지난 2월 말까지 총 671건의 카드 부정 사용이 발생했다.
이 같은 여러 지적 사항에 대해 각 사의 입장은 어떨까. 먼저 케이뱅크 관계자의 말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취지 중 하나가 금융 소외계층인 4~6등급 신용자들에게 중금리대출 루트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저희는 4등급 이하 신용자들에게 건수로는 60%, 금액으로는 40% 정도 대출이 나갑니다. 제2금융권보다 싼 4~10% 수준으로 다가갑니다. 기존의 신용평가 자료 외에도 KT 휴대폰 통신데이터를 활용해 더욱 꼼꼼하게 검증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의 말이다. “출범한 지 이제 1년 초기니까 적자는 당연히 날 수밖에 없습니다. 전산비용, 셋업비용, 마케팅비용이 들어가는데 영업 1년 차에 흑자 나는 건 쉽지 않죠. 그리고 안전성 문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희는 모바일에 자체 인증서를 쓰기 때문에 보안시스템이 정밀합니다.”
손실이나 금리 면에서 지적 사항 자체가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시중은행과 별 차이 없이 금리를 높게 받았으면 왜 적자가 났겠나”라며 “초기 투자비용을 감안하면 보통 한 3년까지는 적자가 예상된다. 매출을 늘려 이익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기존 주거래 은행에서 고객들을 빼 와야 하잖아요. 쉽지 않죠. 1년 만에 적자냐 아니냐 말하는 건 지나칩니다. 금리도 같은 사람에게 ‘더 비싸게 받느냐 싸게 받느냐’ 이걸 봐야 합니다. 보통 신용대출 금리는 4% 초중반 나옵니다. 그러나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가면 4%가 안 나와요. 그러면 누가 더 싼 거예요? 실제로 찾아보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금리장사를 한 게 아니라 시중은행보다 훨씬 더 유리한 금리를 제시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기술적인 보안문제로 사고 난 건 한 건도 없어요. 부정사용은 있었어요. 한 사람이 아버지 카드나 다른 카드 가지고 쓴 거는 있었죠. 근데 이건 인터넷전문은행뿐 아니라 어느 은행이나 있을 수 있는 거죠. 기술이 약해서 사고가 일어났다고 하는 건 오해라고 봅니다.”
은산분리 규제도 넘어야 할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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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왼쪽)과 한국카카오은행 이용우·윤호영 공동대표. 사진=조선DB |
취지 자체는 좋지만 시중은행에 비해 기반이 약한 인터넷전문은행들에는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준다. 가령 해당 인터넷은행을 주도한 IT기업이 실질적 경영권을 갖지 못한 채 주주 구성이 복잡하게 되면 운영상의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해당 기업이 은행에 자본금을 투자할 때나 노하우를 전수할 때도 복잡해진다. 현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는 KT와 카카오가 아닌 우리은행과 한국투자금융이다.
한때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논의돼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까지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아끼는 모양새지만 내심 규제 완화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 관계자는 “은산분리 취지에 충분히 동감하지만 실제 인터넷은행이 재벌회사의 금고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인터넷은행이 도입된 이유는 IT 기업이 들어와서 금융 혁신을 하라는 것 아닌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규제가) 완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부 교수의 분석이다. “지금 인터넷은행들이 초기자금을 시스템 개발비로 거의 다 썼는데도 증자를 못하고 있어요. 기존 은행법에 일반 주주들 소유 제한 규제가 많아서 투자자도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은행은 별도로 (규제 완화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출범을 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안 해주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거기(인터넷은행)에 안정적인 자금이 투입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가 남아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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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앞으로 (인터넷은행들이) 보여줄 게 많고 미래 은행의 새로운 모습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진=조선DB |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사실 인터넷은행들이 실력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이 정도라도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 게 최대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솔직히 지금은 (규제 등으로 인해) 한쪽 발이 묶인 상태에서 보여준 실력”이라며 “앞으로 (인터넷은행들이) 보여줄 게 많고 미래 은행의 새로운 모습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다.
“지금처럼 (시중은행들이) 직원들만 많이 뽑아 놓고 자본금 규제하에서 영업수익을 내는 분위기는 끝났다고 봅니다. 지금 은행업, 기존 서비스로는 생존하지 못합니다. 플랫폼 차원으로 고객의 니즈에 맞게, 지금의 형태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야 된다고 봅니다. 너무 먼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금이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은행, 몇 년 뒤에 나타날 은행의 본격적인 모습입니다. 과거의 금융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될 겁니다.”
‘전략·신용·운영 리스크’ 통제장치 마련해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영역 확대에 따른 영향〉 보고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모델은 점차 기존은행과 유사하게, 기존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금리, 수수료 인하 효과를 통한 금융소비자의 편익은 확대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 미래만 믿고 혁신을 준비하지 않으면 신산업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예금보험공사가 작년 여름 발표한 〈해외 주요 인터넷전문은행 성공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는 외국의 사례를 들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성공할 방도를 설명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내용 일부분을 요약해 옮긴다.
〈독일과 영국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고객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금융활동 조언 등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핀테크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하고 독특한 상품을 개발하였다. 아울러, 각종 정보의 투명한 공개, 유연한 조직문화 등 창의적 조직문화를 추구한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 이익에 집중한 금융서비스가 아닌, 은행·고객이 Win-Win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제공하고, 핀테크 관련 주주를 적극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은행업권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탈피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발굴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은행과 달리 전략리스크(기존 인터넷 뱅킹과 경쟁을 위한 차별화된 전략 필요), 신용리스크(비대면에 의한 부실 심사 가능성), 유동성리스크(예금 중도해지 용이), 운영리스크(전산 보안사고 발생) 등 고유 리스크가 있으므로, 적절한 리스크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당국 등은 이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여 조기부실을 방지하고 은행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