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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자질론에 휩싸인 정몽구 회장의 사위, 정태영 현대캐피탈 부회장

종합 금융업 하겠다는 욕심에 무리수 뒀나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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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업으로 자신감 얻어 보험업에 섣불리 진출한 것이 패착
⊙ 현대차에 증자 요청한 현대라이프, 독자 생존은 사실상 불가능
⊙ 5년 연속 적자, 누적 적자 2000억원 돌파
⊙ “현대차그룹의 물 먹는 하마 될 수 있어”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의 실적 부진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재계 서열 2위의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생산·판매하는 제조업 그룹에 머물지 않는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등 금융 계열사 또한 갖고 있다. 금융 계열사의 수장은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부회장이다. 그런데 요즘 정태영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정 부회장이 제대로 된 금융업을 해보겠다며 야심 차게 인수했던 현대라이프생명이 5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현대라이프는 현재 대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해 현대차그룹과 협의 중이다. 쉽게 말해 ‘본진’인 현대차그룹의 지원 없이는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에 증자 요청을 한 것은 지난해 9월. 하지만 현대차그룹과 얘기가 잘 풀리지 않은 것인지 정태영 부회장은 증자 요청 며칠 뒤,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썼다. “요즘은 때로 은퇴 후의 생활을 설계하면서 너무 신남. 은퇴하면 현카(현대카드)가 카드 한도를 줄이려나?” 재벌가의 사위 입에서 스스로 ‘은퇴’라는 단어가 나오자 사내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항간에 떠도는 “정태영 부회장에 대한 현대가의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다.
 
 
  정몽구 회장의 전폭적 지지받았던 둘째 사위
 
  정태영 부회장은 정경진 종로학원 설립자의 장남으로 태어나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MIT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85년 정몽구 회장의 둘째 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과 결혼해 현대가(家)의 사위가 됐다. 정태영 부회장은 장인인 정몽구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19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에 입사하고 현대정공 도쿄지사 담당, 미주·멕시코 법인장을 지냈다. 미주·멕시코 법인장을 할 때 회사를 사상 처음으로 흑자로 바꾸는 경영 능력을 보여줬고 2003년에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첫해의 경영실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003년 영업수익 1조6419억원, 적자 1872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도 적자를 기록했다가 2005년 들어 흑자로 반전했다. 2005년 현대캐피탈의 영업수익은 1조862억원, 순익 4041억원이었고, 2006년에는 영업수익 2조2093억원, 순익 3404억원을 기록했다. 숫자상 수치는 좋아졌지만, 자동차 할부 금융 취급 건수 대부분 현대·기아차에 대한 판매다 보니, 이 실적을 오롯이 정태영 부회장의 경영 능력으로 보는 시각은 별로 없었다.
 
 
  “정태영은 물건을 잘 포장하는 마케터”
 
컬러를 통해 타사 카드와의 차별화를 추구했던 현대카드. M포인트몰이 특징이었다.
  정태영식(式) 경영이 빛을 발한 것은 현대카드 수장으로서다. 현대카드의 전신은 1995년 6월에 세워진 다이너스클럽 코리아다. 대우그룹이 회사를 인수했고 1996년 즈음에 카드 회원 숫자가 20만명을 넘었다. 1990년대 후반에 대우그룹이 공중분해 되면서 현대차그룹이 2001년 10월에 사들여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카드의 체질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다. 2003년 5월에 출시한 ‘현대카드 M’은 업계 최초로 ‘카드 포인트 선지급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카드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카드 출시 1년 만에 회원 숫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카드 V’(2007년 4월), ‘현대카드 H’(2008년 2월), ‘현대카드 플래티넘 시리즈’(2010년 11월)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카드업계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정태영 현대카드’의 가장 돋보이는 점은 디자인이었다. 정 부회장은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카림 라시드를 기용해 카드업계에서 처음으로 카드 옆에 색을 넣기 시작했다. 카드번호를 카드 앞면에 새기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빨강·보라·검정 등 다양한 색깔 카드를 출시하면서, 카드를 컬렉션으로 수집하는 마니아층을 만들었다. 내부적으로는 국내외 컨설팅 회사의 컨설턴트들을 고액의 연봉을 주고 잇달아 스카우트하면서 회사 성장을 주도했다. B 컨설팅사(社) 출신으로 현대카드에서 근무했던 관계자의 얘기다.
 
  “정태영 부회장은 타고난 마케터라고 봅니다. 물건을 잘 포장해서, 더 그럴싸하게 보이게 하는 감각이 탁월합니다. 카드를 결제 수단용 물건으로 보지 않고 카드를 소유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 어떻게 말입니까.
 
  “어떤 카드를 갖고 다니느냐를 일종의 문화라고 본 겁니다. 현대카드를 꺼내는 사람은 세련된 감각이 있는, 문화를 아는 사람이라는 식의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현대카드 퍼플’의 연회비는 70만원이었고, 일정 연봉이 되지 않으면 카드 발급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 얘기는 식당에서 ‘현대카드 퍼플’로 결제하는 사람은 그 정도의 위치에 있다는 뜻이죠. 그 카드를 소지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라운지를 만들었고,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열었습니다. 폴 매카트니, 비욘세 등 대중음악가와 플라시도 도밍고 등을 섭외해 현대카드를 쓰는 고객의 수준은 이 정도라는 식으로 밸류를 부여했습니다.”
 
  2003년 부사장으로 발령 났던 정태영 부회장은 2003년 10월에 대표이사 사장, 2015년 5월부터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정몽구 회장이 처음 카드 회사를 인수했을 때 1%대였던 시장 점유율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현대카드의 시장 점유율(2016년 말 기준)은 18%로 업계 3위다. 신한카드(1위·29%), 삼성카드(2위·23%)와 함께 ‘빅3’로 불린다.
 
 
  연봉은 높지만 주식 없는 재벌가 사위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정태영 부회장의 보수는 2014년 15억4900만원, 2015년 17억4100만원, 2016년 17억2100만원이다. 금융권 최고 경영자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작 이 연봉을 받는 정태영 부회장의 심기는 썩 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 입장에서 섭섭했을 것이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의 경영 실적을 개선했지만 주식 한 주 없는 재벌가 사위에 불과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말은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정태영 부회장이 무리하게 보험업에 발을 들이민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카드의 주식 구조를 보면 현대차 36.96%, 기아차 11.48%, 현대커머셜 24.54% 순(順)이다. 현대캐피탈의 주주는 현대차(59.68%)와 기아차(20.1%)다. 현대차가 두 회사의 대주주이다. 그런데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차의 주식이 단 한 주도 없다. 정몽구 회장의 두 딸인 정성이, 정명이씨는 그나마 의결권이 있는 주식(1445주)과 의결권이 없는 주식(398주)을 미미하게 갖고 있지만, 사위인 정태영 부회장은 예외다. 그나마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커머셜을 통해 현대카드에 대해 일정 지분이 있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현대커머셜의 경우에도 현대차가 전체의 50%, 정태영 부회장의 부인인 정명이씨가 33.3%, 정태영 부회장은 16.67%를 갖고 있다. 현대커머셜의 주주가 공개됐을 때, 업계에서는 말이 많았다. 회사 경영은 정태영 부회장이 하지만, 그가 가진 주식 수의 정확히 2배를 정 부회장의 부인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장인 찾아가 설득 끝에 보험업에 진출
 
현대라이프의 대주주인 현대차그룹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1년 10월 녹십자홀딩스로부터 녹십자생명 지분 89.4%를 2283억원에 샀다. 2012년 2월에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 출범했고, 5월부터 현대라이프생명보험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과 보험회사까지 거느리게 됐다. 현대차그룹이 보험회사까지 사들인 것은 온전히 정 부회장의 의지였다. 업계에서는 둘째 사위인 그가 장인을 찾아가 생보사 인수를 적극적으로 건의해서 승낙을 받았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본인은 스스로 현대라이프생명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자신의 오른팔인 최진환 현대캐피탈 전무를 녹십자생명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도 정 부회장이었다.
 
  정태영 부회장은 “2년 안에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도움 없이 회사를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현대카드를 업계 강자로 키워낸 ‘정태영식 경영’이 보험업계에서도 통할 것인가가 관심거리가 됐다.
 
  정태영 부회장의 첫 번째 보험상품은 ‘현대라이프 제로(ZERO)’였다. 이 상품은 사망·암·5대 성인병·어린이 등 4개 보장만으로 구성된 순수 보장성 보험이다. 특별계약이 없고 만기도 10년과 20년뿐이어서 소비자가 헛갈릴 일이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기존 보험의 보험료가 가입자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던 것과 달리 성별과 나이가 같으면 같은 보험료의 보장을 받는 상품이었다. ‘제로’는 특별계약과 갱신, 만기환급금이 없어 보험료가 쌌다. 정태영식의 보험업은 ‘싼 보험을 쉽게 만들어서 많이 팔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싼 보험을 팔면 설계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수수료 마진을 받지 못한다. 결국 설계사들이 속속 회사를 떠났다.
 
  보험설계사의 중요성을 깨달은 정태영 부회장은 이번에는 거액을 주고 이들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 현대카드 경영실적에 열을 올릴 당시, 국내외 컨설팅회사의 컨설턴트들을 무차별적으로 스카우트하던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경력 높은 보험설계사들을 영입해 반짝 실적 개선이 일어났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현대라이프는 5년간 당기 순손실 313억원(2012년), 315억원(2013년), 869억원(2014년), 485억원(2015년), 197억원(2016년) 등 총 2180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했다.
 
  더구나 보험업이 필수적으로 쌓아야 하는 지급 여력(RBC) 비율도 갈수록 하락했다. RBC 비율은 은행의 BIS 비율처럼 보험 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이다. 보험회사의 자본 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수다. 현대라이프의 RBC 비율은 2012년 231%에서 151%(2013년), 152%(2014년), 190%(2015년)에 이어 2016년 160%까지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은 150%. 보험 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달라고 할 경우 늘 간당간당한 지급 능력만 있는 셈이다.
 
 
  “보험업의 생태계 이해 못 하는 듯”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이 공정위의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라이프생명이 2017년 7월부터 9월까지 전국의 70여 개가 넘었던 점포를 폐쇄해 설계사가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이쯤 되자 업계에서 “카드업으로 재미를 본 정 부회장이 보험의 생태계를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같은 금융이라고 생각하고 무리수를 뒀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생명보험사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현대라이프가 저가 보험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거액을 들여 보험설계사를 스카우트하는 것에 대해서는 특정 기업의 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RBC 비율이 정부의 권고 수준을 겨우 웃도는 것을 보고 업계에서 말이 많았습니다. 정 부회장이 보험업이라는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죠.”
 
  ― 보험업이 어떻게 다른데요.
 
  “카드회사는 1년을 기준으로 움직이지만, 보험회사는 적게는 40년에서 60년 앞을 내다보고 하는 사업입니다. 보험상품을 팔아서 돈을 벌었다고 해서 카드업처럼 1년 뒤에 캐시 아웃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보험업은 세상에 존재하는 사업 중에서 가장 복잡하다고 할 정도입니다. 보험설계사가 가입자와 계약을 체결해 회사 계좌로 돈이 입금된다고 해서 그것을 매출로 잡을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기에, 늘 일정 수준을 책임 준비금으로 쌓아둡니다. 어느 정도의 준비금을 쌓아야 할지는 상황에 따라 바뀝니다. 은행금리, 보험 가입자의 예상 수명률, 보험 가입자의 중간 인출 가능성 등 수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계산법 하나만 달라져도 몇백억원이 왔다 갔다 합니다. 생명보험이라는 것이 고객들이 매달 꼬박꼬박 내는 돈이다 보니 그게 쌓이면 조 단위로 움직이고, 계산 하나에 따라 천문학적 금액이 왔다 갔다 합니다.”
 
  ― 준비금을 못 쌓은 것만으로 보험업을 몰랐다고 하기엔.
 
  “정 부회장이 중용한 대표들의 이력도 보험업과 거리가 멉니다. 출범 초기 대표이사를 맡았던 최진환씨나 현(現) 대표인 이재원씨 모두 외국계 전략 컨설팅회사 출신입니다. 보험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카드업에 성공한 경험이 있는 정 부회장이 보험업을 카드업과 비슷한 금융업의 연장선상에서 보았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보험금 지급 여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현대라이프생명이 그동안 증자받은 금액은 천문학적이다. 현대라이프는 지난 2014년 RBC 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까지 떨어지자, 대주주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로부터 약 950억원을 유상증자 받았다. 2015년에는 대만 푸본그룹으로부터 약 2130억원을 추가로 유상증자 받았다.
 
 
  구조조정 하면서 내부 직원 신망마저 잃어
 
결국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결정에 따라 현대라이프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회사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보험업계에서의 생존이 험악해지는 상황 속에서 정태영 부회장은 내부 직원들에게 신뢰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경영난을 타개하고자 한 구조조정이 문제였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해 9월부터 구조조정을 해 400명 중 절반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전체 75개의 점포를 30개로 통폐합했고, 수수료가 비싼 법인대리점 채널과의 판매 제휴는 접었다.
 
  이재원 현대라이프생명 대표는 지난 3일 신년하례식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해서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잘할 수 있는 영역이란 퇴직연금, 법인영업이다. 사실상 현대라이프가 개인영업을 접기로 결정한 것이다. D 보험사 설계사는 “생명보험회사에서 개인영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보험업을 포기한다는 뜻과 같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에게 개인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은 회사를 그만두라는 것과 똑같습니다. 설계사는 계약 체결한 보험의 수수료를 먹고 사는 직업입니다. 더구나 생명보험사는 고객들의 생명을 담보로 보험상품을 파는 것인데 법인 판매만 한다는 것은 사업을 접겠다는 뜻입니다.”
 
  ― 현대라이프 설계사들의 입장은 어떤가요.
 
  “상황이 허망하다고 들었습니다. 사무실도 없애고, 판매 수수료도 절반만 지급한다고 했다가 아예 개인 보험 판매를 안 하니까요. 처음에 보험설계사를 업계에서 파격적으로 대우하면서 데려가고, 또 워낙 카드회사로 이름을 날렸다고 하니까 설계사들의 기대가 컸던 모양이에요. 열심히 해보기도 전에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고, 옆 자리 동료가 그만두고 하면서 배신감도 큰 상황 같습니다.”
 
  현대라이프생명 보험설계사 노조는 현재 회사 앞에 천막을 쳐놓고 농성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의 문제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문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생명보험업계의 이슈는 오는 2021년에 새롭게 도입되는 IRS 17이라는 기준이다. 국제보험회계 기준인데,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대다수의 국내 보험회사를 이 기준에 놓고 보면 부채 규모가 늘어난다. 현대라이프로서는 현재에도 지탱하기 어려운 보험금 지급 여력 비율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벌써 세상에 빚을 진 부실한 자식을 위해 부모가 계속 돈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모비스, 현대커머셜이 그 부모다. 지난해 12월, 현대라이프의 3대 주주는 이사회를 열어 3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급한 불을 끄게 됐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생보사 고위 관계자의 얘기다.
 
  “냉정하게 현대라이프생명이 원상복구될 확률은 무척 낮아 보입니다. 시장에서 환영받을 보험상품은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 녹십자생명보험 시절에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상품은 계속 떠안고 가야 합니다. 보험금 지급 여력은 당연히 계속 늘려야 하는데 자력갱생이 힘듭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괜히 보험업에 발을 잘못 담갔다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중국 사드배치 악재를 겪으며 일선에서 자동차 판 돈을 엄한 곳에 계속 쏟아부어야 하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보겠습니까.”
 
  현대모비스는 현대라이프에서 손을 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장인을 설득해 보험업에 손을 뻗쳤던 정태영 부회장으로서는 앞으로 경영활동을 계속할 수 있느냐 하는 존폐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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