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금리 1%대 시대의 은퇴 준비와 재테크 전략: LED & ADVICE : 월간조선

10년, 20년 전에도 은퇴하는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은퇴가 우리 사회의 화두(話頭)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특히 5년여 전부터 은퇴가 우리 사회의 큰 화두로 떠오르면서 금융회사들이 설립한 은퇴 관련 연구소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TV와 라디오에서도 은퇴 또는 장수 프로그램이 갈수록 많아지는 게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그만큼 전국적으로 은퇴와 장수 분야가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블루오션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은퇴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저(低)금리와 장수(長壽)리스크(Longevity risk)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금리는 자꾸만 낮아지고 있는데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 살더라도 금리가 5~6%대만 유지되면 그간 모은 돈을 은행에다 맡겨놓고 그 이자로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요즘엔 금리가 1%대로 내려왔다. 2% 남짓 받으려고 해도 발품을 여간 팔아야 하는 게 아니다.

이런 가운데 기대수명은 1980년 65.7세에서 올해는 82세를 넘어설 전망이다. 30여 년 사이에 무려 16년 이상 길어진 것이다. 회갑잔치는 물론 칠순잔치도 마다하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나이를 ‘최빈(最頻)사망연령’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최빈사망연령은 이미 85세를 넘어섰고 2020년경이면 90세에 달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최빈사망연령이 90세에 도달하면 주변에 100세 넘는 어른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해서 ‘100세 시대’라고 한다.

‘100세 시대’가 되면 말 그대로 오래 살게 되는 위험, 즉 장수리스크를 겪게 된다. 장수리스크는 은퇴한 후 살아야 하는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경제적 어려움, 건강 악화, 가족관계 단절 등을 겪게 되는 위험을 말한다. 오죽하면 “재수 없으면 90세, 100세 산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중·장년도 스펙 쌓기 나서야

이 같은 저금리・고령화 시대하에서 과연 우리는 안정적이면서도 행복한 노후(老後)설계 또는 은퇴설계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필자가 제시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LED 전략이다. LED는 ‘Light Emitting Diode’, 즉 발광 다이오드라고 부르는 반도체 소자를 말하는데 LED를 사용하는 LED TV와 LED 전구는 밝기도 매우 밝을 뿐 아니라 수명이 길면서도 유지비용은 적게 든다. 마찬가지로 저금리・고령화 시대의 어둠을 밝혀주는 것은 물론 수명은 길게 가면서도 유지비용은 적게 드는 세 가지 은퇴설계 전략을 ‘L, E, D’라는 영어단어 이니셜로 맞춰본 것이다.

먼저 ‘L’은 영어로 ‘롱 워크(Long work)’의 L이다. 고령화 시대인 만큼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해서든 오래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근로기간도 늘어나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거꾸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퇴가 빨라지면서 최근에는 주된 직장에서 물러나는 연령이 평균 53~54세에 불과하다.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된다고 하지만 은퇴연령이 갑자기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 직장에서 20~30년 근무하는 것을 넘어 인생 2모작, 3모작을 노린다면 과연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할 것이다. 자녀들에게만 스펙을 키우라고 할 것이 아니라 중장년들도 현역으로 있을 때 스스로 자기계발을 통해 인생 2모작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는 ‘얼리 스타트(Early start)’에서 가져왔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처럼 가급적 일찍 돈을 벌기 시작해야 하는 것은 물론 돈을 벌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노후 준비 및 은퇴설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이다. 일찍 시작하고 늦게까지 소득을 올리는 양동(陽動)작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직장을 잡았으니까 좀 즐기고 놀아야지’ 하다가는 나이 들어서 필자와 같은 은퇴전문가로부터 “노후설계, 은퇴설계가 안 나오는데요” 하는 말을 듣게 되기 십상이다. 유능한 의사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중환자(?)가 되지 않으려면 1년이라도 빨리,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게 은퇴설계의 핵심이다.

30년 벌어서 60년 설계하는 시대

‘D’는 ‘더블 인컴(Double income)’으로 부부가 맞벌이 전선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남편 혼자서 버는 30년만으로는 은퇴설계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 맞벌이가 필수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기대수명이 70세이던 시절에는 남편 혼자 30년 벌어서 부부의 남은 여생 20년(남편의 60세 은퇴 후 부부가 평균 10년씩 더 산다고 가정)을 설계하면 그만이므로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30년 벌어서 20년을 설계하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기대수명이 90세로 늘어난다면 30년 벌어서 60년(부부 두 사람이 각각 30년)을 설계해야 하는 시대가 된다. 아예 설계가 되지 않거나 제대로 된 설계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때 만약 배우자가 일을 10년 정도 한다면 더해서 40년으로 60년을 설계하고, 배우자가 20년 정도 일을 한다면 더해서 50년으로 60년을 설계할 수 있으므로 엄청 손쉬워지게 된다.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라 실제로 설계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도 판이하게 다른 환경이 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맞벌이 비중은 43%로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저금리도 먼저 진입하고 기대수명도 더 긴 나라들인 선진국들의 맞벌이 비중은 60%를 넘고 있다. 미국이 65%, 독일이 61%, 프랑스가 60% 등이고 OECD 평균이 57%이다.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환경면에서 맞벌이 비중이 급속하게 늘어나기는 어렵겠지만 정부는 물론 개인들도 꾸준히 노력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LED는 결국 ‘인생 2모작을 준비하고, 일찍 일어나는 새가 한 집에 두 마리나 되라는 것’이다. 따라서 LED의 세 가지 중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어렵다고 안 할 수는 없는 게 우리네 인생 아닌가?

현재 재무상황부터 점검하라

노후설계를 위해서는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한화생명의 상담장면.

미국에서 은퇴학자로 유명한 코넬대학의 칼 필레머 교수가 쓴 책(《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에 보면 “비가 올 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우산”이라는 말이 나온다.

참 맞는 말이다. 요즘 은퇴 관련 컨설팅을 하면서 막상 은퇴 준비를 위해 해놓은 게 뭐냐고 물어보면 “글쎄, 뭐 걱정만 했지 뾰족하게 내세울 게 없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그때마다 필자는 비가 올 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우산인 것처럼 은퇴를 앞두고 필요한 것도 걱정이 아니라 우산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럼 과연 어떤 우산이 필요한가? 아무 우산이나 다 나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모저모 따져보면서 나에게 맞는 우산을 준비하기 위한 단계가 필요하다.

이때 가장 먼저 필요한 일은 나를 한번 돌아보는 것이다. 내가 현재 재무적으로 어느 정도인가, 즉 가진 돈과 부채(負債)를 점검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사는 집을 포함해서 부동산과 자동차, 귀금속 등 실물자산, 예금과 적금, 주식, 펀드, 연금, 보험 등을 모두 꺼내놓고 계산을 해보는 것이다. 이때 집을 사기 위해 빌린 돈이나 주택임대 보증금 등으로 받은 돈은 갚아야 하는 부채니까 이 부분 또한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한마디로 내 인생의 재무상태표, 말 그대로 ‘나와 내 가족의 재무상태’를 자세하게 적어보는 것이다.

그다음은 당연히 손익(損益)계산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올 한 해 소득, 예를 들면 근로소득 또는 자영업 소득이 얼마인지, 여기다 임대소득, 배당, 이자 등을 다 더해서 총소득을 잡아야 한다.

은퇴 시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라

지출 또한 만만찮은 부분이다. 생활비, 학원비, 연금, 건강보험, 대출이자,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 등이 있다면 모두 합해서 연간, 월간 소득과 지출을 적어놓고 줄일 부분은 없는지, 늘려야 할 부분은 없는지 등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매년 말 또는 매년 초에 한 번씩 적어보면서 작년과 비교하고 내년 또는 3~5년의 전망을 해보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직장인이라면 은퇴 시의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를 반드시 작성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정년이 60세라면 대충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언제쯤 승진하고, 그럼 월급이 얼마나 오를 것이다, 자녀가 둘이라면 교육비가 얼마 정도 들고, 그러면 내가 정년 60세가 되었을 때 자산은 어느 정도 늘어나고 부채는 어느 정도 갚고 해서 순자산이 어느 정도라는 계산이 나올 것이다. 이때 퇴직금(또는 퇴직연금)은 물론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등도 감안해야 한다.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를 작성하고 나면 일단 나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정도가 도대체 은퇴 준비를 위해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뭐가 더 필요하거나 어떤 부분을 좀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것인지를 잘 모르거나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전문가로부터 도움 또는 충고를 받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들고 나오는 것이 충고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ADVICE’이다. ADVICE의 스펠링 A, D, V, I, C, E를 가지고 풀어보는 것이다.

집과 생활비를 구조조정해야

먼저 ‘A’는 ‘Advice from an expert’, 즉 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이나 보험사에 가면 유능한 전문가들이 무료로 상담을 해주고 있다. 혹시 예금이나 보험에 들라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꺼리는 분들이 많은데 눈 딱 감고 내가 필요한 것만 챙겨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특히 뭔가 그 금융회사의 상품을 살 듯해 보이면 더 성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또한 비교를 위해 한 곳만 가지 말고 두어 군데 가서 상담을 받는 게 좋다.

‘D’는 ‘Downsizing and restruc-turing’, 그러니까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의 규모를 줄이거나 생활비를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살고 있는 보유주택이 가족 수에 비해 너무 크다면 가능한 한 빨리 규모를 줄여야 할 것이다. 상당한 대출이 껴 집을 팔기 어렵다면 전세를 주고 전세를 얻어 가는 일도 불사해야 한다. 또한 생활비를 줄이는 일 역시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지출은 없는지, 차량이나 사교육비에 지나친 지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할 것이다.

‘V’는 ‘Viewpoint to be lowered’, 즉 투자수익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예금금리가 1~2%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누가 수익률 7~8%를 제시하거나 보장한다면 그건 곧 사기이거나 말 그대로 위험이 높은 투자일 수밖에 없다. 행여 한 방이 있을 수는 있지만 손해 보기 십상일 것이다. 만약 그렇게 높은 수익이 보장된다면 저네들이 요즘 대출이자도 싼데 돈을 빌려서 할 일이지 왜 그렇게 좋은 기회를 동네방네 소문을 내겠는가?

‘I’는 ‘Insurance’로 보험 하나 정도는 들어두라는 의미이다. 필자가 보험회사에 다닌다고 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괜찮은 실손보험 또는 보장성 보험 하나 정도는 들어둬야 한다. 큰 질병을 노후의 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예기치 못한 목돈이 나가기 때문이다. 연금과 임대수익, 이자 등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잘 만들어두었다고 하더라도 큰 목돈이 빠져나가면 생활비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해서 보장성 보험을 잘 들어둔다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것에 더해 건강도 마음도 편안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C’는 ‘Cross-border investment’에서 가져왔다. 보다 높은 수익을 위해서는 해외는 물론 다양한 파생상품으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말이다. 저금리라고 하더라도 보유자산이 아주 많으면 금리가 낮은 안전자산에만 넣어둬도 되지만 보유자산이 그리 많지 않다면 어느 정도는 보다 높은 수익을 노려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로 수익이 낮은 안전자산에 대한 저축만으로는 은퇴 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 ‘E’는 ‘Exemption or reducing tax’라고 해서 비과세(非課稅) 등 절세(節稅) 혜택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저금리 시대에는 세금을 줄이는 절세 노력이 곧 높은 수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금리가 두 자릿수는 아니더라도 5~6%대만 해도 “그까짓 절세?” 했지만 지금은 절세가 곧 수익이다.

지금까지를 요약하면 은퇴가 왜 우리 사회의 화두인가에서 시작해서 저금리・고령화 시대의 은퇴 준비는 LED 전략으로 하면서 나 자신의 재무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전문가들의 진단과 그에 따른 충고를 받으라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1%대 금리하에서 내가 만약 월 50만~100만원 정도를 투자할 수 있다면, 또는 1억원 정도의 목돈을 가지고 있다면 도대체 어디다 어떻게 돈을 굴려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구해보자.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뾰족한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자는 것이다.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빼는 것이 아니다. 1%대의 저금리 시대에는 남다르게 어찌해 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확실히 남다르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허풍쟁이거나 사기꾼일 수밖에 없는 세상이 온 것이다.

[사례 1]
다운사이징과 구조조정
Downsizing and Restructuring

3년 전쯤의 일이다. 평소 크게 친하지는 않지만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지인이 느닷없이(?) 찾아왔다. 은퇴연구소장을 맡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았다. 당시 그는 50대 초반으로 1~2년 내에 퇴직을 앞두고 있었다. 직장 선배들을 보면 자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인이 내놓은 재무상황을 보면 강남에 아파트 1채(38평짜리, 시가 10억원)와 5000만원 남짓의 예금, 집을 살 때 빌린 2억원의 부채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순자산 기준(순자산 8억원 이상이 전체 가구의 6.3%)으로 10% 안에 드는 가구에 속한다.

하지만 문제는 퇴직하고 나서의 당장의 생활비였다. 퇴직금은 중간정산을 하는 바람에 1억원 미만이고 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으면 거의 남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있지만 63세가 돼야 받을 수 있고 앞당겨 받는 조기수령 또한 58세가 돼야 가능했다. 다행인 것은 퇴직하더라도 얼마간의 생활비는 벌어서 쓸 준비는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강남의 아파트를 팔고 강북의 작지만 새 아파트로 이사 갈 것을 권했다. 자녀로는 아들 하나가 지방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점도 감안했다. 굳이 강남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또한 기왕 강북으로 가는 거라면 입지도 풍광도 좋은 새 아파트로 가는 게 기분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부인과 의논한 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강북의 새 아파트는 24평짜리로 5억원 정도에 살 수 있었다. 취득세 등 세금이 들어가긴 했지만 약 5억원 정도의 차액으로 대출 2억원을 먼저 갚았다. 매월 나가던 이자 80만원 정도를 줄이는 동시에 아파트 관리비에서도 10만원 이상을 줄일 수 있었다.

대출을 갚고 남은 3억원 중 2억원은 즉시연금(10년 만기 상속연금형)에 가입, 매월 60여만 원씩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나머지 1억원은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저축은행 등에 분산해서 예금했다. 강남의 비싼 아파트에서 사느라 대출이자 내면서도 꼼짝 못하던 상황에서 다운사이징과 구조조정을 통해 숨통을 틀 수 있게 된 것이다. 생활비에서 이자와 관리비만 해도 90만원 이상이 덜 나가는데다 매월 60만원이 덤(?)으로 오면서 월 150만원 이상의 현금유동성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첫 번째는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사자성어(四字成語)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재테크에서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보다 훨씬 더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돈과 함께 마음도 잃거나 심지어 가족을 잃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재테크한다고 나섰다가 적잖은 손실을 본 다음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재테크에서 지나친 욕심은 곧 재앙으로 치달을 수도 있으므로 조심조심 건너가야 한다.

욕심을 부리다 보면 사기꾼에게 당하기 십상이다. 설마 내가 당하랴 하겠지만, 미국투자자교육재단(FINRA)에 따르면 40~50대의 기혼자로 자신의 판단과 금융지식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낙관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이 오히려 금융사기 피해를 입기 쉽다고 한다.

두 번째는 자신의 투자성향을 따져보는 일이다. 내가 과연 보수적 투자자인가, 안정추구형인가, 아니면 수익추구형인가를 짚어보는 것이다. 투자유형, 즉 위험선호도에 따라 투자상품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수적 투자자라면 은행 또는 저축은행의 예금과 적금, MMF 등에 돈을 넣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예금보호를 받는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협 등에 분산예치하기 위한 발품을 팔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월급이체 등을 통해 정기예금 또는 대출 시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반면 적극적 수익추구형이라면 고위험 주식형 펀드, 해외펀드, 파생상품펀드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때도 최대한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적절히 관리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례 2]
주택연금으로 부모님 용돈 해결

A씨는 40대 후반으로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형제가 장남인 자신을 포함해 3명(2남 1녀)이어서 매월 50만원씩 150만원을 생활비로 부모님께 드렸다. 그러다가 남동생이 아이들 학원비가 많이 들어가서 1년을 봐달라는 바람에 자신이 내야 하는 부모님 생활비가 100만원이 되었다. 좀 있다가 여동생도 형편이 어렵다는 바람에 요즘 월 150만원을 혼자서 부모님께 드리고 있었다. 자신은 자식으로서 어쩔 수 없다지만 부인에게 면목이 안 서는 게 더 어렵다고 했다.

“부모님은 누가 모시고 사느냐?”고 물었더니 부모님은 따로 사신다고 했다. “그럼 그 집은 누구 명의고 실제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느냐?”고 했더니 부모님 명의로 되어 있고 부모님이 평생 벌어서 자식들 결혼할 때 예금 등 유동자산은 다 물려주고 그 집 하나 남은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집의 시가가 무려 8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 큰 집을 깔고 유지하기 위해 부모님들이 40대의 자녀 3명으로부터 용돈을 받아서 근근이 살고 있던 것이다.

필자는 주택연금을 소개하면서 부모님과 자녀(배우자 포함)들이 함께 모여 가족회의를 가지라고 권했다. 부모님의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월 320만원(부모님의 연령 75세, 1억원당 매월 40만원 수급)을 받아 그 돈으로 부모님이 편안하게 살자는 데 가족 모두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일부 부모님의 경우 이 집이라도 물려줘야지 하면서 반대를 하거나 자녀들이 이 집이라도 물려달라 하면서 반대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A씨는 부모님과 형제들이 모두 동의해서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었다. 매월 50만원을 못 내는 형제들 입장에서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후문(後聞). 한참 지난 후 A씨를 만났더니 가족의 은인이라면서 고마워했다. 갈등의 소지가 보였던 가족(형제)관계가 완전히 회복됐다는 것이었다. 특히 자녀들로부터 월 150만원을 받아 쪼들리며 살던 부모님께서 320만원을 받으면서부터는 자녀와 며느리, 손자·손녀들에게 후해지면서 그간 소원했던 부모님댁 문턱이 닳아 없어질 정도라며 즐거워했다. A씨의 경우 상당히 큰 규모의 집이었지만 좀 작은 규모의 집이라고 하더라도 주택연금은 주거의 안정과 생활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주택연금(60세 이상 9억원 이하 주택으로 신청 가능)은 부모님의 생활비(용돈) 문제는 물론 나 자신도 은퇴 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제도이다.

節稅상품들

세 번째는 대출이 있는 경우 최우선적으로 갚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상환 능력에 따라 갚아야겠지만 저금리일수록 대출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정 안 되면 사는 집을 줄이거나 보다 싼 곳으로 전세를 가서라도 대출을 갚아야 할 것이다. 또한 그간 꼬박꼬박 이자 또는 원리금(元利金)을 갚아왔다면 해당 금융회사와 상의해 보다 싼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는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이때 조기상환 수수료와 기타 경비도 잘 따져봐야 할 것이고 금융회사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네 번째는 절세상품을 활용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금리 시대에는 절세가 큰 수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절세는 크게 세액공제, 소득공제, 비과세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세액공제 대상 상품은 연금저축(연간 400만원 한도)과 퇴직연금(연간 300만원 한도)으로 연간 700만원 납입 시 최대 92만4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2015년부터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합해서 연간 한도가 700만원으로 상향되었으므로 연금저축이 없는 경우 퇴직연금 추가납으로만 7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연금저축계좌의 경우 5년 이상 연 1800만원 한도로 납입하고 만 55세 이후 10년 이상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원천징수세율이 예적금(15.4%)보다 크게 낮은 3.3~5.5%가 적용되므로 연금저축은 훌륭한 은퇴준비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소득공제 대상 상품으로는 소득공제장기펀드가 있다. 다만 가입대상이 연소득 5000만원 이하로 10년 이상 납입해야 하고 중도인출이 불가능하다. 연간 최대 600만원까지 납입액의 40%(240만원)에 대해 과세표준에 따른 소득공제를 해준다. 과세표준(1200만~4600만원)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39만6000원의 환급을 받을 수 있다.

非과세 상품들

비과세 상품으로는 재형저축, 비과세 종합저축, 저축성보험, 일시납보험, 물가연동국채 등이 있다.

재형저축은 1995년 이후 18년 만에 부활한 대표적인 서민 재테크 상품으로 은행, 보험, 증권사에서 가입할 수 있다. 이자세율이 15.4%에서 1.4%(농어촌특별세)로 낮아진다.

비과세 종합저축은 고령자(2015년 만 61세, 2016년부터 매년 1세씩 상향), 장애인, 독립유공자 등이 가입할 수 있는데 전(全) 금융회사 통합 5000만원까지 비과세이다. 기존의 생계형저축과 세금우대종합저축을 통합한 것이다.

저축성보험은 월 적립식의 경우 5년 동안 보험료를 납입하고 납입기간을 포함해서 10년 이상 유지하면 가입금액에 관계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경우 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이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저축성보험은 비과세 요건이 좀 더 까다롭고 중도해지 시 환급금이 적을 뿐 아니라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물어야 하므로 여윳돈을 장기로 운용하는 경우에 적합하다.

다섯 번째는 중(中)위험·중수익 구조의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성향이 적극적 수익추구형이라면 고위험・고수익 상품도 마다하지 않겠지만 보통 사람은 중위험・중수익에 만족하는 것이 돈도 마음도 편하기 때문이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는 채권혼합형펀드와 ELS(주식연계증권), 배당주를 들 수 있다. 채권혼합형펀드는 투자자산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면서 일정부분 주식 투자를 통해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말한다. 배당주는 그간 각광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들어 금리가 1%대로 낮아지면서 시가배당률이 2%가 넘는 주식들이 늘어나고 있다. 배당 좀 받으려다 주가가 떨어지는 바람에 큰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으므로 은행 등 대형 우량주 위주로 조심스럽게 매수에 나서야 할 것이다.

원금보장형 ELS도 있어

ELS는 최근 들어 재테크 전문가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포함시키는 대표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신상품 김치냉장고가 새로운 필수 혼수품으로 자리 잡은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되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으로 그간 개별 주식 가격이 급락하면서 손실을 본 경우가 적잖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코스피200,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유로스톡스50 등 국내외 주요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 손실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지수가 발행시점 대비 50~60% 미만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연 6~7%대, 최대 10%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위험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것마저도 위험하다고 생각이 들면 원금보장형 ELS에 가입하면 수익률은 낮아지지만 최소한 원금은 보장받을 수 있다.

[사례 3]
소규모 상가 투자

50대 초반으로 자녀가 둘인 B씨는 큰아이가 대학을 졸업하면서 취직을 하자 금전적으로나 마음으로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해서 상가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직접 다니면서 알아보기도 했다. 월급쟁이로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온 소시민적 발상이자 누구나 가져봄 직한 생각이었다. 큰돈은 아니지만 투자해 놓으면 꾸준히 임대료 수입도 얻고 상가가격도 오르면 일석이조일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을 품었다.

그러다가 마침 눈에 들어온 신도시의 역세권 빌딩 지하 1층 상가 하나(8평)를 5000만원에 분양받았다. 역에서 상가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데다 주변에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고 상권이 이보다 잘 형성될 수 없을 것이라는 상가 분양회사의 말에도 신뢰가 갔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상가가 형성되면서 임대료도 제법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가 주인이 되었다는 부푼 꿈도 잠시, 2~3년 후 몇 블록 떨어진 곳에 대형상가가 들어서고 대형마트가 입주하면서 유령상가가 되고 말았다. B씨의 상가는 그래도 임차인이 장사를 하면서 관리비를 내고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최소한의 임대료(월 7만원)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실이 된 상가가 늘어나면서 관리비를 체납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관리사무소에서 지하 1층 상가 소유주를 모두 소집했다. 가봤더니 다들 전현직 회사원, 전현직 교사와 교수들로 임대수입이나 받을까 하고 투자한 비슷비슷한 연배들이었다.

다들 한숨만 쉴 뿐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B씨는 지하상가 전체를 절반도 안 되는 값에 사겠다는 원매자가 나오자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팔고 말았다.

수익형 부동산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

끝으로 여섯 번째는 수익형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주자는 소형아파트와 상가, 오피스텔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소형아파트, 특히 인기가 높은 역세권의 소형아파트는 이미 오를 대로 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지금으로서는 12평짜리도 4억원이 넘는 경우가 수두룩한데다 그마저도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기회를 노려야겠지만 당분간은 투자대상으로는 그림의 떡이라고 할 수 있다.

상가와 오피스텔은 가급적 사지 않는 것이 좋다. 상가의 경우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엄청 잘 들어맞는 투자자산이다. 평당 적어도 5000만원 이상, 실평수가 6~7평 이상은 돼야 뭐를 하더라도 상가다운 매출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대다수 상가는 실평수가 분양면적의 60% 안팎이므로 분양면적 10평을 사려고 해도 평당 5000만원이면 5억원이 넘는다. 임대보증금을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5억원 안팎을 현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개인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까 보통 사람들은 평당 1000만~2000만원 정도 하는 상가에 혹하기 마련이다. 노후가 불안해진 50~60대들이 임대수입을 노리고 덤벼들기도 한다. 상가분양회사들도 이 점을 노리고 1억 미만에서 1억원대의 싸 보이는 상가를 분양하면서 수익률 몇%, 임차보증 등을 내걸면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다.

하지만 이런 상가는 대부분 사는 순간부터 후회를 하게 된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통상 주변에 상가가 너무 많아 임차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들어와 있던 임차인들도 더 좋은 입지에 자리가 나면 바로 옮겨간다. 좋은 입지가 아니더라도 근처에 대형상가가 들어서면 소형상가들은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상가로서의 기능 자체를 상실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홈쇼핑 등 온라인을 활용한 국내외 직구가 더 활성화될 경우 상가 수요는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상가의 매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오피스텔도 소규모 상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오피스텔은 된다 싶으면 우후죽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되면 오피스텔 가격이 잘 오르지 않는 것은 물론 임차인들이 옮겨가면서 공실(空室)이 날 수도 있다. 오피스텔과 상가는 공실이 나게 되면 관리비를 소유주가 물어야 한다. 세금에다 관리비까지 내야 한다면 물질적 손해에 더해 마음고생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이런 점을 이용해 일단 입주한 다음부터 배째라는 식의 임차인도 경기침체와 함께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SKY대 위에 임대라는 말도 있었지만 요즘엔 옛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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