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공항, 작년 국내·국제 노선 합쳐 154만명 다녀가… 18년 만에 대구~오사카 취항
⊙ ‘유령공항’으로 불리던 양양공항, 강원도에 8000억여 원 外資유치 효과
⊙ 행정수도 세종시의 ‘관문공항’된 청주공항, “24시간 운항하며 요우커 흡수”
⊙ LCC 노선 확대, 무비자 환승공항 지정, 항공기 손실보전 지원금으로 관광객·항공사·여행사 유인
⊙ ‘유령공항’으로 불리던 양양공항, 강원도에 8000억여 원 外資유치 효과
⊙ 행정수도 세종시의 ‘관문공항’된 청주공항, “24시간 운항하며 요우커 흡수”
⊙ LCC 노선 확대, 무비자 환승공항 지정, 항공기 손실보전 지원금으로 관광객·항공사·여행사 유인
- 청주공항 여객터미널에서 대기 중인 여행객들.
김포·김해·제주공항을 제외하고 매년 적자로 맥을 못 추던 지방공항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작년부터 공항 여객터미널 대합실에 승객들이 북적이더니 올해는 평일에도 공항 주차장에 빈자리가 드물다. 다들 경제가 어렵다는데 공항은 별천지인가 보다.
3월 29일 정오 김포공항.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 카운터 앞에는 중국으로 떠나는 현지인들의 카트가 빼곡하다. 손에는 한 보따리씩 선물꾸러미를 들고 서 있다.
한국공항공사 홍보실에 전화를 걸었더니 “요즘 신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중국 여행사들의 부정기 노선 요청으로 지방공항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지갑 덕분이라 단정하고 싶지 않다. 지방공항들의 처절한 몸부림도 있을 것이다. 마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하위권 팀들이 ‘강등권’을 면하려는 사투처럼.
이틀 뒤 대구 동구 공항로에 위치한 대구국제공항을 찾아갔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 곁을 지나쳤다. 여객터미널 창밖으로 주차장을 내려다보았다. 평일인데도 꽉 들어차 있다. 문득 오늘이 주말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평일이고 화요일이다.
한국공항공사 이미애(李美愛) 대구지사장의 표정이 상기돼 있었다. “어제(3월 30일) 공항공사 김석기(金碩基) 사장이 다녀가셨다. 요즘 대구에 오는 귀빈이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러더니 “그래도 바쁜 게 좋지 않으냐”며 웃었다. 국제행사인 ‘2015 대구·경북 세계 물포럼’ 행사로 대구공항이 분주해 보였다.
“김 사장은 대구에 왜 오셨느냐”고 물었다.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항공이 3월 30일부터 대구~오사카(간사이) 노선에 주 10편 취항하는 것을 축하하는 행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언제 대구~오사카 노선이 폐쇄됐는데요.
“1998년.”
1998년…. 문득 IMF로 이 지역 경제가 와르르 추락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대구·경북을 떠받치던 알짜 건설사(청구·우방·보성)가 모두 넘어지고 사실상 독점이던 백화점(동아·대구)마저 위태롭던 시절…. 그 후로 활력 잃은 대구·경북 경제는 수십 년째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꼴찌를 반복하고 있다.
“대구와 오사카를 오가는 하늘길이 열렸어요. 이거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IMF로 1998년 9월 중단된 이후 18년 만이라는 데 의미가 있어요. 멈췄던 시곗바늘이 IMF 이전의 호(好)시절로 되돌아갔다고 할까, 기분만이라도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투입 기종은 보잉 737-800(186~ 189석)으로 주 10편(월·수·금 6편, 일요일 4편) 비행한다. 이젠 일본으로 가기 위해 김포로, 김해로, 인천으로 갈 필요가 없게 됐다. ‘교통주권’을 되찾았다고나 할까. 이 지사장은 오사카 신규노선 취항에 무척 의미를 부여했다.
“대구·경북 주민 중 도쿄 방문객은 연간 6만명, 홍콩은 10만명이나 됩니다. 인천으로 가거나 김해로 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죠. KTX나 버스를 타거나 해서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직항편이 생기면 가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잖아요. 비즈니스로 산업박람회에 오거나 대구섬유업체 바이어를 만나러 오는 외국인도 훨씬 편리해졌고요.”
대구~김포공항 노선 올해 취항?
대구공항을 찾은 중국 관광객 수가 2012년 1만5254명에서 2013년에 1만9781명, 작년엔 7만6691명으로 급증했다. 폭발적 증가라고 해야 할까. 작년 한 해 전체 대구공항의 운송실적을 보니 국제선은 22만3000명, 국내선은 131만5000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국내·국제 노선을 모두 합치면 154만명. 지난 2013년(108만여 명)보다 45만3000명(41.7%)이나 늘었다.
―최근 2년간 대구공항에 신설된 신규노선 좀 알려주세요.
“국제선 정기노선은 방콕(주 4편), 상하이(주 6편), 베이징(주 6편), 오사카(주 10편)이고 기존에 중국 항공사가 취항하던 상하이(주6편), 베이징(주6편)에 국내 LCC가 추가로 신규 취항했습니다. 국내 정기노선인 제주노선의 경우도 주112편에서 주196편으로 늘었어요. 오는 6월쯤에는 중국 심양노선이 주6편에서 주12편으로 증편 운항할 예정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승객마저 없어 유령공항으로 비쳤던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느껴진다. 계속된 이 지사장의 말이다.
“한때 대구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이 최고 230만명에 달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승객 수가 30%나 줄더니 2009년에는 100만명까지 떨어졌습니다. 2007년에 대구~김포 노선도 폐쇄됐고요.
하지만 작년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어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난해 9월 대구공항이 중국인 120시간 ‘무비자 환승공항’으로 지정되면서 단체관광을 중심으로 일단 대구에서 1박을 하고 서울이나 제주에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대구공항을 통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요우커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인천과 김해공항밖에 안 됐는데 대구공항이 지정되면서 분위기를 탄 거죠. 올해 안에 대구~김포 노선을 가능하면 재가동할 계획도 세워놓았습니다.”
KTX 경부선이 개통되면서 폐쇄됐던 대구~김포 노선이 거의 10년 만에 부활할 것이란 얘기다.
“분명 승산이 있다고 봐요. 평일 요금을 KTX 수준, 혹은 그보다 낮게 하면 된다고 봐요.”
김포~김해·울산·여수·사천공항의 경우 KTX보다 싼 운임 할인행사를 주중 반짝세일하듯 두 차례(2013년 11월부터 1월까지,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실시했다. KTX 대비 항공운임이 76~115% 수준이란다. 대구공항도 이런 할인율을 내놓으면 가격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갑자기 대구공항이 이렇게 달라진 배경이 뭔가요?
“저비용항공사(LCC) 유치를 위해 공항시설 사용료를 확 낮춘 것도 도움이 됐어요. 그동안 신규 취항(국내선) 항공사에 착륙료·정류료·조명료를 1년 차일 때 100%, 2년 차일 때 50%, 3년 차일 때 30%를 낮췄는데 지금은 1~3년간 동일하게 100% 감면해 줘요. 그랬더니 LCC들도 대구공항에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2005년 이후 기존 대형항공사 대비 낮은 운임을 내세운 LCC의 등장으로 중·단거리 시장은 LCC 중심으로 재편이 진행 중이다. LCC의 시장 점유율은 국내선 및 국제선 모두 증가 추세인데 국내선은 2005년 0.1%에서 2014년 50.7%로 늘었다. 국제선 역시 2008년 0.1%에서 2014년 11.5%로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
대구공항의 야간 비행금지 시간이 8시간에서 5시간으로 단축된 점도 승객 유치에 한몫을 했다. 그동안에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비행기를 띄울 수 없었지만 지금은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로 변경됐다. 항공사나 여행사 입장에서는 밤과 새벽 시간대 다양한 항공여행 스케줄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야간 운항 통제시간을 ‘커퓨(Curfew) 타임’이라 부르는데, 비행금지 시간이 3시간 줄어들었다는 것은 항공 스케줄에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어요. 국내선은 물론이고 국제선을 오갈 수 있는 대구 하늘길의 항공 스케줄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죠. 항공기 소음이 더 늘어나는데도 대구공항 주변 주민들이 결단을 내려준 것 또한 감사한 일이죠.”
유령공항에서 수천억 外資유치 공항으로
강원 양양국제공항은 한때 ‘유령공항’이었다. 지난 2002년 개항한 양양공항은 연간 31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을 갖췄지만 2002년 22만명에서 2009년 3000명 수준으로 승객이 급감했다. 노선도 2002년 김포~양양(아시아나), 2004년 김포~양양(대한항공), 2008년 김해~양양 노선(대한항공) 등이 차례로 폐쇄됐다. 그러다 보니, 2010년 이 공항을 찾은 이용객은 중국 동방항공을 타고 상하이와 선양을 오간 8930명이 전부였다.
그러나 몇 년 사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이뤄졌다. 2013년부터 승객들이 ‘쏟아지더니’ 지난해, 개항 이래 최대 인파가 찾았다. 국내선 7만6429명, 국제선 17만6840명이 양양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이다. 2010년과 비교해 국내선 승객은 7.8배, 국제선 승객은 19.8배나 늘었다.
국제선 운항 편수도 늘어나 2013년 12월부터 중국 23개 도시를 연결하는 부정기 노선이 하루 평균 4편씩 취항하고 있다. 또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간 운항을 4월 7일부터 시작했고 올여름에는 하얼빈 등 중국 10개 노선이 추가 운항될 예정이다.
공항공사 양양지사 김동국 운영팀장은 “2009년 국제선이 사라지고, 국내선 승객을 3000여 명 수송해 유령공항이라는 오명을 썼던 과거를 생각할 때, 실로 엄청난 변화”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국적은 어딘가요.
“지난해 운송여객의 약 98%가 중국인이었습니다. 나머지 2%는 러시아와 내국인이고요.”
양양을 찾는 관광객들은 어디를 주로 찾을까. 공항 측에 따르면, 양양(전통시장, 낙산사), 속초(설악산 신흥사, 권금성 케이블카, 아바이 순대마을, 수산물시장), 강릉(정동진, 해변열차), 춘천(남이섬) 등을 찾는다고 한다. 관광지 주요 상권은 물론 전통시장까지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상인들도 활기를 되찾았다. 여름 휴가 한철 장사에 목맬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러다 보니 수천억원의 외자(外資)유치가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있다. 김 팀장은 “강릉 정동진에 2000억원 규모의 차이나 드림시티가 올해 안에 착공되고, 속초 외옹치항에 2000억원 규모의 롯데그룹 호텔 및 테마파크가 이미 첫 삽을 떴다”며 “공항 인근에 3000억원 규모의 종합관광단지 역시 올해 안에 공사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양양공항의 성공신화는 대구공항처럼 ‘무비자 입국 공항’으로 지정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정기편을 운항하는 상하이 노선 외에 전세기로 중국 각 지역에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비정기편이 잇따라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김 팀장의 계속된 말이다.
“극적인 변화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공항공사와 강원도, 항공사가 함께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공항공사는 취항 인센티브를 제공해 항공사의 비용부담을 줄였고 법무부를 설득, 환승관광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확대해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강원도의 적극적인 재정지원도 한몫했고요. 만약 비행기에 손님을 못 태우면 항공사에 운항손실을 보조하는 결단을 내린 겁니다. 이는 2009년 운항 중단됐던 국제선 여객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111% 성장해 17만여 명을 수송하는 성장배경이 되었습니다.”
다른 공항의 롤 모델이 된 청주국제공항
애물단지였던 청주국제공항도 세종시가 들어서고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행정수도 세종시의 ‘관문(關門)공항’임을 적극 홍보한다. 청주공항은 충청권 전역을 커버할 수 있고 경부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인접해 수도권과 영호남 도시까지 1~2시간 거리라는 점이 메리트다. KTX 오송역이 인근에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청주공항은 24시간 불이 안 꺼지는 공항이다. 24시간 가동되는 국내공항은 청주공항 외에 인천국제공항뿐이다. 언제든 뜨고 내릴 수 있어 운항 스케줄을 짜기도 편리하다. 다른 공항은 운항 소음 때문에 감히 꿈도 꿀 수 없다.
공항공사 청주지사 정회용 운영팀장은 “청주공항은 국토의 허리라는 입지에다 운항규제를 하나 둘 풀면서 바닥을 치고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비정기 노선을 빼고 국내외 정기노선만 8개”라고 설명했다.
올 4월부터 10월까지 운항할 정기노선은 중국 7개 노선(항저우, 선양, 푸둥, 옌지, 다롄, 하얼빈, 베이징)과 제주 1개 노선이다. 4월 현재 부정기 노선도 중국 9개 노선(우시, 장자제, 허페이, 정저우, 난창, 톈진, 구이린, 충칭, 창사), 제주 1개 노선을 가동하고 있다. 평일에도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공항이 만원이라고 한다.
정회용 운영팀장은 “작년 청주공항을 찾은 이용객이 170만명을 넘어섰다”며 “국제선은 전년 대비 116.9%가 성장했고 국내선은 6%가 늘었다”고 반겼다. 청주공항도 120시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중국인 승객 급증에 일조했다. 정 팀장의 말이다.
“청주공항 입국자 대부분이 중국인으로, 중국은 해외여행 시 비자 발급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여행사에서 모객(募客)을 할 때 비자발급 때문에 보통 일주일 전 승객 모집을 끝내지만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출국 하루 전까지 승객을 모집할 수 있게 됐어요. 작년 무비자 입국자가 3만1000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는 “신규노선 확충을 위해 지자체와 공동 해외 마케팅 및 해외 여행사 관계자를 초청하는 팸투어를 갖고 있다”며 “오는 5월 중에 홍콩 노선이 취항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국제선이 이처럼 활기를 띠는 것은 국제선 신규 취항 시 지자체가 해당 항공사의 손실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죠. 승객을 많이 데리고 오는 여행사에 인센티브도 주고 국제편 이용객의 주차료를 50% 지원하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쓰고 있습니다.”
항공사의 운항결손금을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은 ‘서민혈세로 민간기업의 이익을 챙겨준다’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불 꺼진 ‘유령공항’을 떠올린다면, 승객 감소로 결국 문을 닫은 목포·예천공항을 떠올린다면, 항공사·여행사에 대한 인센티브 유인책은 불가피해 보인다. 마치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마중물’처럼.
요즘 공항을 낀 어느 지자체도 ‘항공기 손실보전 지원금’에 인색한 곳이 없다고 한다. 정 팀장의 말이다.
“24시간 운영되는 청주공항은 심야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국제선을 가동한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지자체와 공항공사, 공항 관련 기관들의 협조로 공항이 활성화되었어요. 다른 공항과 지자체에 공황 활성화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점에서 큰 의미가 있어요.”⊙
[인터뷰] 한국공항공사 김석기 사장
“지자체·항공사·여행사 공항공사 간 協業이 창조경제”
⊙ 사장 취임 후 지방공항 규제 해소 노력
⊙ 11개 지방공항 적자 상승곡선 꺾여. 올해 1~2개 지방공항 흑자 전환, 자신감
한국공항공사 김석기(金碩基) 사장은 2013년 10월 7일 임명장을 받고, 그달 16일 취임식, 17일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처음엔 노조도 ‘낙하산 사장’을 반대, 출근을 저지했다. 임시 사무실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1년 6개월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작년 10월 취임 1주년이 되자 노조집행부가 축하 꽃다발과 케이크를 보내왔다. 중앙지에서는 〈좋은 낙하산도 있다〉는 칼럼을 썼다. 썰렁해 유령 같다던 공항에 승객이 몰리고 공항을 둘러싼 법적 규제(무비자 환승공항, 비행금지 시간)가 하나 둘 풀리기 시작했다. 멀뚱멀뚱 팔짱만 끼던 지자체와 항공사·여행사들이 공항공사가 부탁하지 않아도 외국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다.
어찌된 일인가. 김포공항에서 만난 김 사장은 “취임한 지 1년 반밖에 안 됐는데 그간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주위 많은 분과 공항공사 직원, 노조에서 도와줬기 때문”이라는, 다소 상투적인 말을 했다.
―취임하신 지 몇 년은 된 것 같아요.
“직원들이 잘 따라줘요. 구성원이 목표를 공유하고 힘을 모으는 게 제 역할이죠. ‘CEO 우체통’을 만들어 내부소통도 열심히 합니다. 그저께 외부 경영평가 실사팀이 왔는데, 저랑 노조위원장이 함께 그분들을 맞았어요. 실사팀에서 ‘언론에서 (사장에 대한) 좋은 기사를 봤다’고 하자, 노조위원장이 ‘언론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잘한다’고 거들었어요. 너무 고마워요. 그런 도움으로 성과를 낸 것 같습니다.”
―올해 목표는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지방공항 활성화죠. 11개 지방공항의 적자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작년 적자폭이 줄었고 올해는 한두 개 공항이라도 흑자로 돌려놓을 각오입니다. 2012년 전국 항공여객(인천국제공항 제외) 5000만명 시대를 이뤘고 작년 6000만명을 돌파했는데 올해는 7000만명이 목표입니다. 내부에서 불가능하다고 그래요. 도전적인 목표지만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7000만명을 채우려면 작년보다 14%의 승객을 더 모아야 합니다. 제가 매일 통계를 뽑아보는데 4월까지 17%가 늘었더라고요. 하하하.”
그는 “1000만명이 더 늘었다는 것은 공사 수익이 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민들이 더 편하게 항공교통을 이용하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라며 “공항에 손님이 많으면 관광과 쇼핑이 늘고 바로 우리 경제에 엔도르핀이 돈다는 의미”라고 했다.
KTX 호남선 개통과 공항의 살길
지난 4월 2일 호남 KTX 노선이 개통되고 포항 KTX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공항공사로선 ‘배드 뉴스’다.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KTX가 개통돼 국민이 편리해지면 좋잖아요. 국민도 좋아하고 있어요. 언론에서 광주공항 승객이 50~70% 이탈할 것으로 예상하더군요. 그렇게는 안 될 겁니다. 주중 항공요금을 KTX보다 싸게 하고 수속절차도 굉장히 간소화해 서비스 질로 승부하는 겁니다. 그게 국민복지로 가는 길, 아닙니까.”
그는 자신 있어 했다. “KTX에 맞선 운임할인 정책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이전부터 지방공항에서 추진해 오던 정책이긴 해요. KTX 서울~광주 구간 요금은 인터넷 예매가가 4만6800원입니다. ‘이틀 주차’를 가정해 2만원을 추가하면 6만6800원이죠. 반면, 김포~광주 간 항공요금은 정상운임일 경우 6만7200원입니다. 주차요금 1만2000원을 더하면 7만9200원이죠.
그런데 공항공사에서 1만~2만원을 할인하고 항공사 온라인 할인(10%)을 적용하면 5만3100원(운임 4만1100원+주차료 1만2000원)으로 떨어집니다. KTX 운임 대비 88%입니다. 주차요금까지 합치면 79% 수준이고요.”
실제, KTX 호남선 개통 후 얼마나 항공승객이 줄었을까. 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4월 2일부터 7일까지 김포~광주 노선의 승객 수는 8225명이었다. KTX 호남선이 개통되고 같은 기간 항공승객은 6195명. 전년 대비 24.6%(2030명)가 줄었다고 한다. 직전 달인 3월(5~10일)과 비교해 보니 22.7%(1821명)가 줄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경부선 KTX가 개통되고 대구~김포 노선의 여객 감소율이 70%나 됐었다”며 “항공 운임할인 행사 등으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공사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방공항의 승객이 많아진다는 게 국가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냥 돈벌이 좀 되는구나, 정도로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대구~오사카 노선이 생기면 대구·경북 사람들이 2시간 내에 일본 땅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되죠. 또 종전에는 서울, 인천이나 부산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죠. 그만큼 삶의 질이 좋아진 겁니다. 올해 안에 대구~홍콩, 대구~도쿄 노선도 생깁니다.
보세요. 대구공항에 관광객이 내리면 대구나 경주, 포항, 안동에 구경 갈 수 있어 그 지역 관광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됩니다. 각 지역의 공항이 고루 손님을 받으면 그게 지역균형발전이 됩니다.”
75억원 vs. 8770억원
김 사장은 “국내 지방공항이 잘되니까 일본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입국요건을 굉장히 완화했고 면세점 품목도 엄청나게 늘렸더라. 우리가 가만있으면 관광객이 저리(일본)로 가버린다”며 “그래서 전략을 수립해 LCC 노선을 늘리고 비행금지 시간을 대폭 줄이며 무비자 환승공항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지방공항 살리기는, 공항공사 혼자 아무 일도 못 합니다. 지자체와 항공사, 여행사의 협업이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항공사가 취항하려면 먼저 장사가 되느냐를 따집니다. ‘손해나면 보전해 줄게’ 하는 정책을 과감히 써야 합니다.”
현재 항공사에서 비행기를 띄워 손실이 나더라도 지자체가 손실을 보전토록 공항공사와 지자체가 공동 보증을 서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손실보전 지원금’이 나간다.
“양양공항의 예를 들게요. 2002년 개항 이후 강원도가 75억원 규모의 손실지원금을 항공사에 건넸지만 강원도는 공항 활성화와 연계해 8770억원의 국내외 투자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양양공항 관광단지 조성 3176억원, 강릉 차이나 드림시티 조성 2000억원 등 쓴 돈보다 많이 투자를 유치했어요. 어느 게 이득입니까.”
그는 “지방공항이 잘되면 국민 삶의 질이 좋아지고 관광경제가 활성화되며, 새로운 관광수요를 창출해 국토균형발전이 이뤄진다. 다시 말해 4마리 토끼를 다 잡게 된다”며 “지자체와 여행사, 항공사, 공항공사가 협업하는 것이 창조경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공항공사는 단순히 지방공항의 흑자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여행사, 정부, 해외공항 등 유관기관의 협력을 통해 효율적인 공항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공기업 적자다, 방만 경영이다 말하지만 우리 공사는 경영을 잘해서 주주배당금으로 정부에 556억원을 갖다 바쳤잖아요.(웃음)
물론 김포·김해·제주공항을 제외한 11개 지방공항의 적자지만 작년 30억원 가까이 적자를 줄였고 상승곡선을 그리던 적자폭도 꺾였습니다. 올해는 1~2개 공항을 흑자로 돌려놓겠습니다. 두고 보세요.”⊙
3월 29일 정오 김포공항.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 카운터 앞에는 중국으로 떠나는 현지인들의 카트가 빼곡하다. 손에는 한 보따리씩 선물꾸러미를 들고 서 있다.
한국공항공사 홍보실에 전화를 걸었더니 “요즘 신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중국 여행사들의 부정기 노선 요청으로 지방공항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지갑 덕분이라 단정하고 싶지 않다. 지방공항들의 처절한 몸부림도 있을 것이다. 마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하위권 팀들이 ‘강등권’을 면하려는 사투처럼.
이틀 뒤 대구 동구 공항로에 위치한 대구국제공항을 찾아갔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 곁을 지나쳤다. 여객터미널 창밖으로 주차장을 내려다보았다. 평일인데도 꽉 들어차 있다. 문득 오늘이 주말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평일이고 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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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공사 이미애 대구지사장. |
“김 사장은 대구에 왜 오셨느냐”고 물었다.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항공이 3월 30일부터 대구~오사카(간사이) 노선에 주 10편 취항하는 것을 축하하는 행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언제 대구~오사카 노선이 폐쇄됐는데요.
“1998년.”
1998년…. 문득 IMF로 이 지역 경제가 와르르 추락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대구·경북을 떠받치던 알짜 건설사(청구·우방·보성)가 모두 넘어지고 사실상 독점이던 백화점(동아·대구)마저 위태롭던 시절…. 그 후로 활력 잃은 대구·경북 경제는 수십 년째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꼴찌를 반복하고 있다.
“대구와 오사카를 오가는 하늘길이 열렸어요. 이거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IMF로 1998년 9월 중단된 이후 18년 만이라는 데 의미가 있어요. 멈췄던 시곗바늘이 IMF 이전의 호(好)시절로 되돌아갔다고 할까, 기분만이라도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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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30일 티웨이항공의 대구~오사카 노선 취항을 축하하는 기념식 모습. 권영진 대구시장(뒷줄 右에서 네 번째)과 김석기 공항공사 사장(左에서 세 번째). |
“대구·경북 주민 중 도쿄 방문객은 연간 6만명, 홍콩은 10만명이나 됩니다. 인천으로 가거나 김해로 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죠. KTX나 버스를 타거나 해서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직항편이 생기면 가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잖아요. 비즈니스로 산업박람회에 오거나 대구섬유업체 바이어를 만나러 오는 외국인도 훨씬 편리해졌고요.”
대구~김포공항 노선 올해 취항?
대구공항을 찾은 중국 관광객 수가 2012년 1만5254명에서 2013년에 1만9781명, 작년엔 7만6691명으로 급증했다. 폭발적 증가라고 해야 할까. 작년 한 해 전체 대구공항의 운송실적을 보니 국제선은 22만3000명, 국내선은 131만5000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국내·국제 노선을 모두 합치면 154만명. 지난 2013년(108만여 명)보다 45만3000명(41.7%)이나 늘었다.―최근 2년간 대구공항에 신설된 신규노선 좀 알려주세요.
“국제선 정기노선은 방콕(주 4편), 상하이(주 6편), 베이징(주 6편), 오사카(주 10편)이고 기존에 중국 항공사가 취항하던 상하이(주6편), 베이징(주6편)에 국내 LCC가 추가로 신규 취항했습니다. 국내 정기노선인 제주노선의 경우도 주112편에서 주196편으로 늘었어요. 오는 6월쯤에는 중국 심양노선이 주6편에서 주12편으로 증편 운항할 예정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승객마저 없어 유령공항으로 비쳤던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느껴진다. 계속된 이 지사장의 말이다.
“한때 대구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이 최고 230만명에 달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승객 수가 30%나 줄더니 2009년에는 100만명까지 떨어졌습니다. 2007년에 대구~김포 노선도 폐쇄됐고요.
하지만 작년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어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난해 9월 대구공항이 중국인 120시간 ‘무비자 환승공항’으로 지정되면서 단체관광을 중심으로 일단 대구에서 1박을 하고 서울이나 제주에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대구공항을 통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요우커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인천과 김해공항밖에 안 됐는데 대구공항이 지정되면서 분위기를 탄 거죠. 올해 안에 대구~김포 노선을 가능하면 재가동할 계획도 세워놓았습니다.”KTX 경부선이 개통되면서 폐쇄됐던 대구~김포 노선이 거의 10년 만에 부활할 것이란 얘기다.
“분명 승산이 있다고 봐요. 평일 요금을 KTX 수준, 혹은 그보다 낮게 하면 된다고 봐요.”
김포~김해·울산·여수·사천공항의 경우 KTX보다 싼 운임 할인행사를 주중 반짝세일하듯 두 차례(2013년 11월부터 1월까지,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실시했다. KTX 대비 항공운임이 76~115% 수준이란다. 대구공항도 이런 할인율을 내놓으면 가격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갑자기 대구공항이 이렇게 달라진 배경이 뭔가요?
“저비용항공사(LCC) 유치를 위해 공항시설 사용료를 확 낮춘 것도 도움이 됐어요. 그동안 신규 취항(국내선) 항공사에 착륙료·정류료·조명료를 1년 차일 때 100%, 2년 차일 때 50%, 3년 차일 때 30%를 낮췄는데 지금은 1~3년간 동일하게 100% 감면해 줘요. 그랬더니 LCC들도 대구공항에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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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공항 야외 주차장 모습. 평일에도 승객들로 붐빈다. |
대구공항의 야간 비행금지 시간이 8시간에서 5시간으로 단축된 점도 승객 유치에 한몫을 했다. 그동안에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비행기를 띄울 수 없었지만 지금은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로 변경됐다. 항공사나 여행사 입장에서는 밤과 새벽 시간대 다양한 항공여행 스케줄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야간 운항 통제시간을 ‘커퓨(Curfew) 타임’이라 부르는데, 비행금지 시간이 3시간 줄어들었다는 것은 항공 스케줄에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어요. 국내선은 물론이고 국제선을 오갈 수 있는 대구 하늘길의 항공 스케줄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죠. 항공기 소음이 더 늘어나는데도 대구공항 주변 주민들이 결단을 내려준 것 또한 감사한 일이죠.”
유령공항에서 수천억 外資유치 공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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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양양국제공항에서 이용객 누적 20만명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양양공항은 올해 50만명, 2018년 100만명 달성이 목표다. |
그러나 몇 년 사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이뤄졌다. 2013년부터 승객들이 ‘쏟아지더니’ 지난해, 개항 이래 최대 인파가 찾았다. 국내선 7만6429명, 국제선 17만6840명이 양양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이다. 2010년과 비교해 국내선 승객은 7.8배, 국제선 승객은 19.8배나 늘었다.
국제선 운항 편수도 늘어나 2013년 12월부터 중국 23개 도시를 연결하는 부정기 노선이 하루 평균 4편씩 취항하고 있다. 또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간 운항을 4월 7일부터 시작했고 올여름에는 하얼빈 등 중국 10개 노선이 추가 운항될 예정이다.
공항공사 양양지사 김동국 운영팀장은 “2009년 국제선이 사라지고, 국내선 승객을 3000여 명 수송해 유령공항이라는 오명을 썼던 과거를 생각할 때, 실로 엄청난 변화”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국적은 어딘가요.
“지난해 운송여객의 약 98%가 중국인이었습니다. 나머지 2%는 러시아와 내국인이고요.”
양양을 찾는 관광객들은 어디를 주로 찾을까. 공항 측에 따르면, 양양(전통시장, 낙산사), 속초(설악산 신흥사, 권금성 케이블카, 아바이 순대마을, 수산물시장), 강릉(정동진, 해변열차), 춘천(남이섬) 등을 찾는다고 한다. 관광지 주요 상권은 물론 전통시장까지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상인들도 활기를 되찾았다. 여름 휴가 한철 장사에 목맬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러다 보니 수천억원의 외자(外資)유치가 속전속결로 이뤄지고 있다. 김 팀장은 “강릉 정동진에 2000억원 규모의 차이나 드림시티가 올해 안에 착공되고, 속초 외옹치항에 2000억원 규모의 롯데그룹 호텔 및 테마파크가 이미 첫 삽을 떴다”며 “공항 인근에 3000억원 규모의 종합관광단지 역시 올해 안에 공사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양양공항의 성공신화는 대구공항처럼 ‘무비자 입국 공항’으로 지정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정기편을 운항하는 상하이 노선 외에 전세기로 중국 각 지역에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비정기편이 잇따라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김 팀장의 계속된 말이다.
“극적인 변화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공항공사와 강원도, 항공사가 함께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공항공사는 취항 인센티브를 제공해 항공사의 비용부담을 줄였고 법무부를 설득, 환승관광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확대해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강원도의 적극적인 재정지원도 한몫했고요. 만약 비행기에 손님을 못 태우면 항공사에 운항손실을 보조하는 결단을 내린 겁니다. 이는 2009년 운항 중단됐던 국제선 여객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111% 성장해 17만여 명을 수송하는 성장배경이 되었습니다.”
다른 공항의 롤 모델이 된 청주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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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19일 한국공항공사가 운영·관리하는 전국 14개 공항(인천공항 제외)의 항공여객이 6000만 명을 달성했다. 김석기 사장이 6000만 번째 고객과 기념촬영을 했다. |
특히 청주공항은 24시간 불이 안 꺼지는 공항이다. 24시간 가동되는 국내공항은 청주공항 외에 인천국제공항뿐이다. 언제든 뜨고 내릴 수 있어 운항 스케줄을 짜기도 편리하다. 다른 공항은 운항 소음 때문에 감히 꿈도 꿀 수 없다.
공항공사 청주지사 정회용 운영팀장은 “청주공항은 국토의 허리라는 입지에다 운항규제를 하나 둘 풀면서 바닥을 치고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비정기 노선을 빼고 국내외 정기노선만 8개”라고 설명했다.
올 4월부터 10월까지 운항할 정기노선은 중국 7개 노선(항저우, 선양, 푸둥, 옌지, 다롄, 하얼빈, 베이징)과 제주 1개 노선이다. 4월 현재 부정기 노선도 중국 9개 노선(우시, 장자제, 허페이, 정저우, 난창, 톈진, 구이린, 충칭, 창사), 제주 1개 노선을 가동하고 있다. 평일에도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공항이 만원이라고 한다.
정회용 운영팀장은 “작년 청주공항을 찾은 이용객이 170만명을 넘어섰다”며 “국제선은 전년 대비 116.9%가 성장했고 국내선은 6%가 늘었다”고 반겼다. 청주공항도 120시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중국인 승객 급증에 일조했다. 정 팀장의 말이다.
“청주공항 입국자 대부분이 중국인으로, 중국은 해외여행 시 비자 발급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여행사에서 모객(募客)을 할 때 비자발급 때문에 보통 일주일 전 승객 모집을 끝내지만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출국 하루 전까지 승객을 모집할 수 있게 됐어요. 작년 무비자 입국자가 3만1000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는 “신규노선 확충을 위해 지자체와 공동 해외 마케팅 및 해외 여행사 관계자를 초청하는 팸투어를 갖고 있다”며 “오는 5월 중에 홍콩 노선이 취항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국제선이 이처럼 활기를 띠는 것은 국제선 신규 취항 시 지자체가 해당 항공사의 손실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죠. 승객을 많이 데리고 오는 여행사에 인센티브도 주고 국제편 이용객의 주차료를 50% 지원하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쓰고 있습니다.”
항공사의 운항결손금을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은 ‘서민혈세로 민간기업의 이익을 챙겨준다’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불 꺼진 ‘유령공항’을 떠올린다면, 승객 감소로 결국 문을 닫은 목포·예천공항을 떠올린다면, 항공사·여행사에 대한 인센티브 유인책은 불가피해 보인다. 마치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마중물’처럼.
요즘 공항을 낀 어느 지자체도 ‘항공기 손실보전 지원금’에 인색한 곳이 없다고 한다. 정 팀장의 말이다.
“24시간 운영되는 청주공항은 심야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국제선을 가동한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지자체와 공항공사, 공항 관련 기관들의 협조로 공항이 활성화되었어요. 다른 공항과 지자체에 공황 활성화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점에서 큰 의미가 있어요.”⊙
[인터뷰] 한국공항공사 김석기 사장
“지자체·항공사·여행사 공항공사 간 協業이 창조경제”
⊙ 사장 취임 후 지방공항 규제 해소 노력
⊙ 11개 지방공항 적자 상승곡선 꺾여. 올해 1~2개 지방공항 흑자 전환, 자신감
한국공항공사 김석기(金碩基) 사장은 2013년 10월 7일 임명장을 받고, 그달 16일 취임식, 17일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처음엔 노조도 ‘낙하산 사장’을 반대, 출근을 저지했다. 임시 사무실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다.이후 1년 6개월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작년 10월 취임 1주년이 되자 노조집행부가 축하 꽃다발과 케이크를 보내왔다. 중앙지에서는 〈좋은 낙하산도 있다〉는 칼럼을 썼다. 썰렁해 유령 같다던 공항에 승객이 몰리고 공항을 둘러싼 법적 규제(무비자 환승공항, 비행금지 시간)가 하나 둘 풀리기 시작했다. 멀뚱멀뚱 팔짱만 끼던 지자체와 항공사·여행사들이 공항공사가 부탁하지 않아도 외국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다.
어찌된 일인가. 김포공항에서 만난 김 사장은 “취임한 지 1년 반밖에 안 됐는데 그간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주위 많은 분과 공항공사 직원, 노조에서 도와줬기 때문”이라는, 다소 상투적인 말을 했다.
―취임하신 지 몇 년은 된 것 같아요.
“직원들이 잘 따라줘요. 구성원이 목표를 공유하고 힘을 모으는 게 제 역할이죠. ‘CEO 우체통’을 만들어 내부소통도 열심히 합니다. 그저께 외부 경영평가 실사팀이 왔는데, 저랑 노조위원장이 함께 그분들을 맞았어요. 실사팀에서 ‘언론에서 (사장에 대한) 좋은 기사를 봤다’고 하자, 노조위원장이 ‘언론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잘한다’고 거들었어요. 너무 고마워요. 그런 도움으로 성과를 낸 것 같습니다.”
―올해 목표는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지방공항 활성화죠. 11개 지방공항의 적자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작년 적자폭이 줄었고 올해는 한두 개 공항이라도 흑자로 돌려놓을 각오입니다. 2012년 전국 항공여객(인천국제공항 제외) 5000만명 시대를 이뤘고 작년 6000만명을 돌파했는데 올해는 7000만명이 목표입니다. 내부에서 불가능하다고 그래요. 도전적인 목표지만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7000만명을 채우려면 작년보다 14%의 승객을 더 모아야 합니다. 제가 매일 통계를 뽑아보는데 4월까지 17%가 늘었더라고요. 하하하.”
그는 “1000만명이 더 늘었다는 것은 공사 수익이 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민들이 더 편하게 항공교통을 이용하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라며 “공항에 손님이 많으면 관광과 쇼핑이 늘고 바로 우리 경제에 엔도르핀이 돈다는 의미”라고 했다.
KTX 호남선 개통과 공항의 살길
지난 4월 2일 호남 KTX 노선이 개통되고 포항 KTX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공항공사로선 ‘배드 뉴스’다.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KTX가 개통돼 국민이 편리해지면 좋잖아요. 국민도 좋아하고 있어요. 언론에서 광주공항 승객이 50~70% 이탈할 것으로 예상하더군요. 그렇게는 안 될 겁니다. 주중 항공요금을 KTX보다 싸게 하고 수속절차도 굉장히 간소화해 서비스 질로 승부하는 겁니다. 그게 국민복지로 가는 길, 아닙니까.”
그는 자신 있어 했다. “KTX에 맞선 운임할인 정책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이전부터 지방공항에서 추진해 오던 정책이긴 해요. KTX 서울~광주 구간 요금은 인터넷 예매가가 4만6800원입니다. ‘이틀 주차’를 가정해 2만원을 추가하면 6만6800원이죠. 반면, 김포~광주 간 항공요금은 정상운임일 경우 6만7200원입니다. 주차요금 1만2000원을 더하면 7만9200원이죠.
그런데 공항공사에서 1만~2만원을 할인하고 항공사 온라인 할인(10%)을 적용하면 5만3100원(운임 4만1100원+주차료 1만2000원)으로 떨어집니다. KTX 운임 대비 88%입니다. 주차요금까지 합치면 79% 수준이고요.”
실제, KTX 호남선 개통 후 얼마나 항공승객이 줄었을까. 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4월 2일부터 7일까지 김포~광주 노선의 승객 수는 8225명이었다. KTX 호남선이 개통되고 같은 기간 항공승객은 6195명. 전년 대비 24.6%(2030명)가 줄었다고 한다. 직전 달인 3월(5~10일)과 비교해 보니 22.7%(1821명)가 줄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경부선 KTX가 개통되고 대구~김포 노선의 여객 감소율이 70%나 됐었다”며 “항공 운임할인 행사 등으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공사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방공항의 승객이 많아진다는 게 국가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냥 돈벌이 좀 되는구나, 정도로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대구~오사카 노선이 생기면 대구·경북 사람들이 2시간 내에 일본 땅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되죠. 또 종전에는 서울, 인천이나 부산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죠. 그만큼 삶의 질이 좋아진 겁니다. 올해 안에 대구~홍콩, 대구~도쿄 노선도 생깁니다.
보세요. 대구공항에 관광객이 내리면 대구나 경주, 포항, 안동에 구경 갈 수 있어 그 지역 관광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됩니다. 각 지역의 공항이 고루 손님을 받으면 그게 지역균형발전이 됩니다.”
75억원 vs. 8770억원
김 사장은 “국내 지방공항이 잘되니까 일본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입국요건을 굉장히 완화했고 면세점 품목도 엄청나게 늘렸더라. 우리가 가만있으면 관광객이 저리(일본)로 가버린다”며 “그래서 전략을 수립해 LCC 노선을 늘리고 비행금지 시간을 대폭 줄이며 무비자 환승공항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지방공항 살리기는, 공항공사 혼자 아무 일도 못 합니다. 지자체와 항공사, 여행사의 협업이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항공사가 취항하려면 먼저 장사가 되느냐를 따집니다. ‘손해나면 보전해 줄게’ 하는 정책을 과감히 써야 합니다.”
현재 항공사에서 비행기를 띄워 손실이 나더라도 지자체가 손실을 보전토록 공항공사와 지자체가 공동 보증을 서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손실보전 지원금’이 나간다.
“양양공항의 예를 들게요. 2002년 개항 이후 강원도가 75억원 규모의 손실지원금을 항공사에 건넸지만 강원도는 공항 활성화와 연계해 8770억원의 국내외 투자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양양공항 관광단지 조성 3176억원, 강릉 차이나 드림시티 조성 2000억원 등 쓴 돈보다 많이 투자를 유치했어요. 어느 게 이득입니까.”
그는 “지방공항이 잘되면 국민 삶의 질이 좋아지고 관광경제가 활성화되며, 새로운 관광수요를 창출해 국토균형발전이 이뤄진다. 다시 말해 4마리 토끼를 다 잡게 된다”며 “지자체와 여행사, 항공사, 공항공사가 협업하는 것이 창조경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공항공사는 단순히 지방공항의 흑자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여행사, 정부, 해외공항 등 유관기관의 협력을 통해 효율적인 공항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공기업 적자다, 방만 경영이다 말하지만 우리 공사는 경영을 잘해서 주주배당금으로 정부에 556억원을 갖다 바쳤잖아요.(웃음)
물론 김포·김해·제주공항을 제외한 11개 지방공항의 적자지만 작년 30억원 가까이 적자를 줄였고 상승곡선을 그리던 적자폭도 꺾였습니다. 올해는 1~2개 공항을 흑자로 돌려놓겠습니다. 두고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