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가계 대출은 주택 구입이 목적… 부채 늘어도 경제 뒷받침되고 부동산 활황이어서 큰 문제 없어
⊙ 최근엔 불황에서 비롯된 무담보 생계형 대출 급증, 부실 우려 커져
⊙ 高齡 영세자영업자의 금융채무불이행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
吳正根
⊙ 64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英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통화연구실장, 同부원장, 동남아중앙은행(SEACEN) 조사국장,
고려대 경제학과 연구교수,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역임. 現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아시아금융학회 회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 공동회장.
⊙ 저서: 《금융위기와 금융통화정책》 등.
⊙ 최근엔 불황에서 비롯된 무담보 생계형 대출 급증, 부실 우려 커져
⊙ 高齡 영세자영업자의 금융채무불이행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
吳正根
⊙ 64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英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통화연구실장, 同부원장, 동남아중앙은행(SEACEN) 조사국장,
고려대 경제학과 연구교수,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역임. 現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아시아금융학회 회장, 한국금융ICT융합학회 공동회장.
⊙ 저서: 《금융위기와 금융통화정책》 등.
- 전월세 대출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생계형 가계대출 중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가계부채(家計負債)가 급증하고 있다.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카드 외상)을 합한 가계신용은 2013년 4분기에 1000조원을 넘어선 후 계속 증가, 지난해 말 1089조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사실상 가계인 개인사업자 대출 206조원(작년 3분기 말)을 합한 전체 가계부채는 1295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89%에 이른다. 세계경제포럼이 권고하고 있는 임계치(臨界値) 75%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금년 들어서도 주택담보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다시 크게 늘고 있다. 1~2월 중 7대 시중은행 주택담보 대출은 비수기(非需期)임에도 3조4481억원이 증가, 전년 동기간에 비해 8.2배 늘어났다.
전년말(前年末) 가계대출 1029조원은 예금취급기관 대출 746조원과 보험·연금·여신전문기관 등 기타 금융기관 대출 283조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금취급기관 대출은 다시 예금은행 대출 520조원과 흔히 제2금융권이라고 하는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상호저축은행, 우체국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 226조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금은행 대출은 주택담보 대출이 기타 대출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은 무담보(無擔保) 대출 등 기타 대출이 주택담보 대출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중 전년동기비(前年同期比) 5.7% 증가했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3분기와 4분기 들어 각각 6.7%, 6.9%로 높아지고 있다. 예금은행 대출은 주택담보 대출 증가율이 11.1%, 기타 대출이 1.2%인 반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은 주택담보 대출 증가율이 6.5%, 기타 대출이 12.2%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 상회
가계대출이 증가해도 자산증가가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에는 자산가격이 대출액 이하로 폭락하지 않는 한 대출이 부실화(不實化)될 우려가 적다. 그러나 최근처럼 제2금융권 대출이 무담보 대출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경기가 부진해 가계소득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부실화될 우려가 크다.
특히 2011년 이후 가계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어 이러한 우려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 2005~2007년에도 가계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상회했으나 이때는 부동산가격 상승률이 높아서 부동산 중심 대출이었다. 이에 비해 2011년 이후에는 부동산가격 상승률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생계형 대출이 증가하면서 가계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다.
은행 주택담보 대출의 경우에도 종전 60% 내외를 유지해 오던 주택구입 목적 대출 비중이 2012년 이후 47~48% 수준으로 하락하고 생계형 대출이 5% 내외에서 12%대로, 전월세 대출이 2~3% 수준에서 8%대까지 높아졌다. 대출금 상환목적 대출 비중도 종전의 5~9%대에서 19~23%대로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생계형 대출, 전월세 대출, 대출금 상환목적 대출 비중이 증가하고 주택구입 목적 대출 비중이 하락하는 것은 최근 주택담보 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 정상화가 지연되는 요인이다.
은행 주택담보 대출의 53%는 생계형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등 비주택 구입 목적 대출이다. 제2금융권 대출 226조원과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 283조원 대부분도 생계형 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등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판매신용 60조원, 개인사업자 대출 206조원을 합하면 전체 가계부채의 약 81%가 주택 구입과 무관한 생계형 대출, 사업자금 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대출금 상환목적 대출 등이라는 얘기가 된다. 지금 가계부채의 증가분 중 상당부분은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얘기다.
민간소비 위축 초래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첫째, 가계의 순자산(자산-부채)이 감소해 소비여력이 줄어든다. 소비가 위축되니 그 결과로 성장률이 떨어진다. 대부분 국가에서 민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0% 내외로 크기 때문에 민간소비 회복은 경제회복에 아주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지표로 가계부채/가처분소득 비율이라는 것이 있다. 이 비율이 100~110% 내에 들어올 정도로 가계부채가 충분히 줄어들어야 가계소비가 살아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시 135%였던 이 비율이 지난해 105%까지 하락해 가계소비가 살아나면서 경기가 회복 중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연방준비은행이 앞장서서 주택저당채권을 매입하는 공격적인 양적(量的) 완화정책을 추진해 폭락한 주택경기를 부양했다. 그 결과로 거래가 되살아나 부채를 갚는 사람이 늘었다. 연준의 이러한 공격적인 정책에 힘입어 최근 미국의 주택가격은 거의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8년에 144%였던 이 비율이 거꾸로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3년 말 161%까지 올라갔다. 가계소비가 더욱 위축되고 있는 중요한 이유다.
미국과 달리 부동산 경기 회복에 중요한 규제·세제·금융 면에서 이렇다 할 만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부진이 지속되고 거래마저 끊긴 상황이다. 그 결과 부동산 경기 활황 시 받은 대출을 안고 가는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고 있다. 은퇴 노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생계형 대출과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전월세 대출이 증가하는 데 비해 가계부채/가처분소득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와 60%로 완화하면서 예금은행 주택담보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경기부진과 전월세값 상승으로 인해 이 중 절반 이상이 생계형 대출, 전월세 대출, 대출금상환용 대출에 몰리고 있다.
최근 주택경기 정상화를 위한 규제완화, 세금부담 경감, 금융규제 완화 등의 조치에 힘입어 거래가 다소 살아나고 있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 기존 부채를 상환하고 전월세 대출이 줄어들 정도로 가격과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TV 비중 80% 넘는 금융기관도
둘째, 가계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다.
주택담보 대출의 경우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가 넘는 경우 위험대출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대출 비중이 예금은행에서는 매우 낮은 반면 상호금융조합, 상호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상호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는 LTV가 80%를 넘은 경우도 많다. 상호금융조합, 상호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비중도 높아 부실위험이 큰 것으로 보인다.
셋째, 영세자영업자 중 55세 이상의 비중이 증가하고, 이들 고령(高齡) 영세자영업자의 금융채무 불이행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가계부채는 은행 주택담보 대출과 제2금융권 무담보 대출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은행 주택담보 대출의 53%가 생계형 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등 비주택구입 목적 대출이다.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 대출에도 같은 비율을 적용하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합한 예금취급기관 주택담보 대출 461조원의 53%인 244조원이 생계형 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등 비주택구입 목적 대출이다.
여기에 예금취급기관 무담보 대출 285조원과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 284조원 대부분이 생계형 대출, 사업자금 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등일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로 외상을 쓴 판매신용 60조원, 개인사업자 대출 206조원을 합하면 전체 가계부채의 83%가 주택구입과 무관한 생계형 대출, 사업자금 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대출금 상환목적 대출이다. 여기서 보듯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이 경제가 어려워져서 초래된 것이다.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은?
이미 정부는 변동금리 원금 일시상환 대출 비중을 줄이고 고정금리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늘리는 등 수차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다지 실효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의 대책들이 가계부채의 미시적 구조와 괴리되고 있는 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살펴본 가계부채 현황을 토대로 몇 가지 대책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투자활성화를 통해 일자리와 소득을 증가시켜 근년 들어 증가하고 있는 생계형 대출과 영세자영업자의 사업자금 대출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이고 최선의 대책이다.
둘째, LTV 70% 이하로 부실위험이 적은 담보대출의 경우에는 미국에서처럼 기존 대출을 차환(借換·대출을 받아 대출을 갚는 것을 이름)하는 정도가 아니라 상환할 수 있을 정도로 부동산 거래가 회복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담보대출을 상환하게 되어 가계부채가 줄어들고 전월세자금 대출도 줄어들 것이다. 부동산 거래가 정상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무주택 청년들과 서민들을 위해서는 임대주택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셋째, 제2금융권 무담보 기타 대출과 LTV 70% 이상 고위험 담보대출은 건전성 규제 등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서 더 이상 부실위험 대출이 증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경우 제도금융권에서 금융을 조달하지 못해 사(私)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서민금융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넷째, 금융회사는 고위험 대출에 대해서는 사전(事前) 워크아웃이나 채무재조정을 통해 금융부실을 줄여야 한다. 고위험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도 줄일 필요가 있다.
다섯째, 정부도 채무 재조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총가계부채의 1.9%를 채무 재조정한 적이 있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채무 재조정은 0.3%에 불과하다. 그 바람에 조정한 지 2년도 안 된 지금 벌써 가계부채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섯째, 고령 영세 자영업 대출 수요를 줄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제도 개선,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연장, 은퇴 노장년층의 임시 일용 취업 환경개선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빚 쓰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2013년 한국 가계의 순저축률은 4.5%로 OECD 평균(2011년 5.3%)보다 낮다. 유럽 주요국의 9~13%에 비해서는 물론 2011년에는 3.4%로 저축 안 하기로 유명한 미국(4.2%)보다도 낮았다. 이와 함께 국민,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과 금융의식 제고(提高)도 필요하다.⊙
금년 들어서도 주택담보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다시 크게 늘고 있다. 1~2월 중 7대 시중은행 주택담보 대출은 비수기(非需期)임에도 3조4481억원이 증가, 전년 동기간에 비해 8.2배 늘어났다.
전년말(前年末) 가계대출 1029조원은 예금취급기관 대출 746조원과 보험·연금·여신전문기관 등 기타 금융기관 대출 283조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금취급기관 대출은 다시 예금은행 대출 520조원과 흔히 제2금융권이라고 하는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상호저축은행, 우체국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 226조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금은행 대출은 주택담보 대출이 기타 대출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은 무담보(無擔保) 대출 등 기타 대출이 주택담보 대출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중 전년동기비(前年同期比) 5.7% 증가했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3분기와 4분기 들어 각각 6.7%, 6.9%로 높아지고 있다. 예금은행 대출은 주택담보 대출 증가율이 11.1%, 기타 대출이 1.2%인 반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은 주택담보 대출 증가율이 6.5%, 기타 대출이 12.2%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 상회
가계대출이 증가해도 자산증가가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에는 자산가격이 대출액 이하로 폭락하지 않는 한 대출이 부실화(不實化)될 우려가 적다. 그러나 최근처럼 제2금융권 대출이 무담보 대출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경기가 부진해 가계소득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부실화될 우려가 크다.
특히 2011년 이후 가계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어 이러한 우려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 2005~2007년에도 가계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상회했으나 이때는 부동산가격 상승률이 높아서 부동산 중심 대출이었다. 이에 비해 2011년 이후에는 부동산가격 상승률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생계형 대출이 증가하면서 가계부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다.
은행 주택담보 대출의 경우에도 종전 60% 내외를 유지해 오던 주택구입 목적 대출 비중이 2012년 이후 47~48% 수준으로 하락하고 생계형 대출이 5% 내외에서 12%대로, 전월세 대출이 2~3% 수준에서 8%대까지 높아졌다. 대출금 상환목적 대출 비중도 종전의 5~9%대에서 19~23%대로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생계형 대출, 전월세 대출, 대출금 상환목적 대출 비중이 증가하고 주택구입 목적 대출 비중이 하락하는 것은 최근 주택담보 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 정상화가 지연되는 요인이다.
은행 주택담보 대출의 53%는 생계형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등 비주택 구입 목적 대출이다. 제2금융권 대출 226조원과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 283조원 대부분도 생계형 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등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판매신용 60조원, 개인사업자 대출 206조원을 합하면 전체 가계부채의 약 81%가 주택 구입과 무관한 생계형 대출, 사업자금 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대출금 상환목적 대출 등이라는 얘기가 된다. 지금 가계부채의 증가분 중 상당부분은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얘기다.
민간소비 위축 초래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첫째, 가계의 순자산(자산-부채)이 감소해 소비여력이 줄어든다. 소비가 위축되니 그 결과로 성장률이 떨어진다. 대부분 국가에서 민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0% 내외로 크기 때문에 민간소비 회복은 경제회복에 아주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지표로 가계부채/가처분소득 비율이라는 것이 있다. 이 비율이 100~110% 내에 들어올 정도로 가계부채가 충분히 줄어들어야 가계소비가 살아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시 135%였던 이 비율이 지난해 105%까지 하락해 가계소비가 살아나면서 경기가 회복 중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연방준비은행이 앞장서서 주택저당채권을 매입하는 공격적인 양적(量的) 완화정책을 추진해 폭락한 주택경기를 부양했다. 그 결과로 거래가 되살아나 부채를 갚는 사람이 늘었다. 연준의 이러한 공격적인 정책에 힘입어 최근 미국의 주택가격은 거의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8년에 144%였던 이 비율이 거꾸로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3년 말 161%까지 올라갔다. 가계소비가 더욱 위축되고 있는 중요한 이유다.
미국과 달리 부동산 경기 회복에 중요한 규제·세제·금융 면에서 이렇다 할 만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부진이 지속되고 거래마저 끊긴 상황이다. 그 결과 부동산 경기 활황 시 받은 대출을 안고 가는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고 있다. 은퇴 노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생계형 대출과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전월세 대출이 증가하는 데 비해 가계부채/가처분소득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와 60%로 완화하면서 예금은행 주택담보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경기부진과 전월세값 상승으로 인해 이 중 절반 이상이 생계형 대출, 전월세 대출, 대출금상환용 대출에 몰리고 있다.
최근 주택경기 정상화를 위한 규제완화, 세금부담 경감, 금융규제 완화 등의 조치에 힘입어 거래가 다소 살아나고 있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 기존 부채를 상환하고 전월세 대출이 줄어들 정도로 가격과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TV 비중 80% 넘는 금융기관도
둘째, 가계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다.
주택담보 대출의 경우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가 넘는 경우 위험대출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대출 비중이 예금은행에서는 매우 낮은 반면 상호금융조합, 상호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상호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는 LTV가 80%를 넘은 경우도 많다. 상호금융조합, 상호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비중도 높아 부실위험이 큰 것으로 보인다.
셋째, 영세자영업자 중 55세 이상의 비중이 증가하고, 이들 고령(高齡) 영세자영업자의 금융채무 불이행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가계부채는 은행 주택담보 대출과 제2금융권 무담보 대출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은행 주택담보 대출의 53%가 생계형 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등 비주택구입 목적 대출이다.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 대출에도 같은 비율을 적용하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합한 예금취급기관 주택담보 대출 461조원의 53%인 244조원이 생계형 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등 비주택구입 목적 대출이다.
여기에 예금취급기관 무담보 대출 285조원과 기타 금융기관의 대출 284조원 대부분이 생계형 대출, 사업자금 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등일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로 외상을 쓴 판매신용 60조원, 개인사업자 대출 206조원을 합하면 전체 가계부채의 83%가 주택구입과 무관한 생계형 대출, 사업자금 대출, 전월세자금 대출, 대출금 상환목적 대출이다. 여기서 보듯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이 경제가 어려워져서 초래된 것이다.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은?
이미 정부는 변동금리 원금 일시상환 대출 비중을 줄이고 고정금리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늘리는 등 수차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다지 실효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의 대책들이 가계부채의 미시적 구조와 괴리되고 있는 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살펴본 가계부채 현황을 토대로 몇 가지 대책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투자활성화를 통해 일자리와 소득을 증가시켜 근년 들어 증가하고 있는 생계형 대출과 영세자영업자의 사업자금 대출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이고 최선의 대책이다.
둘째, LTV 70% 이하로 부실위험이 적은 담보대출의 경우에는 미국에서처럼 기존 대출을 차환(借換·대출을 받아 대출을 갚는 것을 이름)하는 정도가 아니라 상환할 수 있을 정도로 부동산 거래가 회복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담보대출을 상환하게 되어 가계부채가 줄어들고 전월세자금 대출도 줄어들 것이다. 부동산 거래가 정상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무주택 청년들과 서민들을 위해서는 임대주택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셋째, 제2금융권 무담보 기타 대출과 LTV 70% 이상 고위험 담보대출은 건전성 규제 등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서 더 이상 부실위험 대출이 증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경우 제도금융권에서 금융을 조달하지 못해 사(私)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서민금융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넷째, 금융회사는 고위험 대출에 대해서는 사전(事前) 워크아웃이나 채무재조정을 통해 금융부실을 줄여야 한다. 고위험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도 줄일 필요가 있다.
다섯째, 정부도 채무 재조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총가계부채의 1.9%를 채무 재조정한 적이 있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채무 재조정은 0.3%에 불과하다. 그 바람에 조정한 지 2년도 안 된 지금 벌써 가계부채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섯째, 고령 영세 자영업 대출 수요를 줄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제도 개선,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연장, 은퇴 노장년층의 임시 일용 취업 환경개선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빚 쓰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2013년 한국 가계의 순저축률은 4.5%로 OECD 평균(2011년 5.3%)보다 낮다. 유럽 주요국의 9~13%에 비해서는 물론 2011년에는 3.4%로 저축 안 하기로 유명한 미국(4.2%)보다도 낮았다. 이와 함께 국민,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과 금융의식 제고(提高)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