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티파니(Paul Tiffany)
⊙ 로욜라 대학교 학사, 하버드대학교 경영학 석사, UC버클리대학교 경영학 박사.
스탠퍼드대·인시아드·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폴&어소시에이트 컨설팅 대표 역임.
現 UC버클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 저서: 《Business Plans for Dummies》 《The American Steel Industry》
《Corporate Culture and Corporate Change》 등.
⊙ 로욜라 대학교 학사, 하버드대학교 경영학 석사, UC버클리대학교 경영학 박사.
스탠퍼드대·인시아드·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폴&어소시에이트 컨설팅 대표 역임.
現 UC버클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 저서: 《Business Plans for Dummies》 《The American Steel Industry》
《Corporate Culture and Corporate Change》 등.
유럽의 재정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코스피지수가 1800대로 주저앉았다. 1년 전에는 코스피지수가 2000~2100대를 오르내리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2008년 미국발(發) 위기에 이어, 2010년 유럽발 위기로 세계 경제에 적색등이 켜진 것이다.
지난 6월 초에는 스페인이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4번째다. 국내 경영 연구소들은 경제지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폴 티파니(Paul Tiffany) 미(美) UC버클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세계화이론’의 대가다. 세계화이론은 전 세계는 하나라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을 기반으로 세계 경기를 진단하는 이론이다. 몇 차례 이메일을 통해 그로부터 유로존의 미래를 진단해 봤다. 지난 5월에 건넨 첫 번째 메일은 프랑스의 대선(大選) 다음 날이었다. 티파니 교수는 “프랑스의 좌파 정권 집권은 유럽 전체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했다.
독일 국민들의 메르켈 지지 약해질 것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 프랑스 대통령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첫 번째로 전임 대통령인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cozy)가 독일과 맺은 신(新)재정협약을 다시 쓸 것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그동안 프랑스와 독일이 표방해 온 긴축정책을 뒤집자는 얘기입니다. 올랑드 대통령이 당장 강력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 않지만 독일 내부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독일의 어떤 변화를 말입니까.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가 줄곧 주장해 온 긴축정책은 순수하게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국 유럽의 재정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임금을 포함한 가격은 내려가고 부채는 청산되며 경쟁력 없는 조직은 파산하겠죠.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넘치는 보상을 할 수 없고, 국가의 적자예산 역시 회복할 겁니다. 경제적으로 정직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의 성장이 회복되기까지 통상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혹자는 불경기, 침체 시기가 10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들 국가는 물론 독일 국민이 이 상태를 언제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요.”
―무슨 소립니까.
“독일 사람들 중에는 오늘날 그리스 등 국가의 위기가 당연하다는 사람이 꽤 됩니다. 그들 국가의 자유로운 소비자들이 경제운영을 잘못해서 벌을 받고 있다는 시각이죠. 문제는 독일이 세계 최고의 수출국가라는 점입니다. 국가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그들에게는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물건을 팔아야 하는 대상입니다. 이들 국가가 계속 긴축정책을 고수한다면 독일의 상품을 흡수하기 어려울 것이고, 결과적으로 독일 경제가 악화될 겁니다. 올 초 독일의 실업률이 종전의 6.5%에서 7.5%로 올라갔습니다. 이미 시작됐을 수 있습니다. 독일 국민들이 메르켈 총리에게 관점을 전환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치러진 독일 지방선거에서 메르켈의 연방정부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기다리고 있을는지 모릅니다.”
적자 지출을 통한 수요 촉진
―메르켈식(式)의 해법이 틀렸다는 얘기입니까.
“단 한 가지로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과 상반되는 케인스 경제학자들의 해법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케인스 학파들은 적자를 통한 성장을 추구합니다. 중·단기 공공적자 지출을 통해 수요가 촉진되고 일자리가 증가하며, 소비가 활성화해 경제성장이 회복세를 띤다는 것입니다. 케인스 박사는 적자 유도 성장이 반드시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는 급진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적자 성장을 통해 국민들의 소득세 신고를 유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성장은 수년 후가 아닌 지금도 가능하고, 국민들이 그들의 노후대책 자금이 눈앞에서 증발되는 것을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이 방법 역시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원리에 불과하지만 시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 對 프랑스 = 구약 對 신약 싸움
티파니 교수는 ‘케인스식 접근법’을 얘기하면서 문득 ‘구약 대(對) 신약’ 얘기를 꺼냈다.
“독일의 접근법은 구약적 접근법입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지은 죄를 그대로 돌려받는다는 거죠. 과거의 방탕했던 생활에 대한 벌을 지금 ‘PIIGS’ 국가들이 받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나머지 유럽 국가들은 신약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지난 어둠의 과거를 인정하고 변화되기를 맹세한다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대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여태까지 ‘오늘 지출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고, 현재의 이윤을 즐긴다’는 생활방식을 옹호했습니다.”
―그런 방식대로라면 유럽연합이 재정지원을 한다고 쳐도 미봉책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독일이 그리스에 대해 우려하는 바가 이거죠. ‘PIIGS’ 국가들을 도왔는데, 만약에 그들이 다시 옛 습관으로 돌아간다면 바로 시장이 인지할 테니까요. 이렇게 되면 국가 채권 이율이 6~7%까지 상승할 겁니다. 정부가 돈을 빌리는 것이 불가능하고, 유럽 정부가 재정적으로 와해될 겁니다. 때문에 메르켈 총리로서는 섣불리 그리스를 지원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고 그동안 프랑스 역시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좌클릭 현상이 시작됐고, 메르켈 총리는 어느 쪽으로 가든 문제가 될 아슬아슬한 상황을 해결할 의무를 지게 된 겁니다. 구약과 신약을 믿는 자들의 투쟁이 시작된 겁니다.”
국제 문제보다 국내 문제에 치중했던 지난날의 폐해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것이 해법입니까.
“저는 반대입니다. 유로존은 단순한 무역협정이 아니라 경제통합 이상의 의미로 만들어졌습니다. 60여년 전 유럽연합 설립 초기의 큰 목표는 경제적·문화적·정치적인 통합이었습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유럽연합 지도자들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를 겁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는다 해도 갈 길이 멀어 세계 경기 회복이 늦는다고들 예측합니다.
“그리스가 이번 사태로 역사상 얼마나 중대한 도전에 맞닥뜨렸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가장 큰 문제는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모든 국가의 지도자들은 ‘문제를 뒤로 미루는’ 방식을 고수해 왔습니다. 딜레마를 해결해 줄 획기적인 방안이 언젠가는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문제 해법에서 한걸음 빠졌습니다. 2010년에 세계 경기 회복이 잠시 이뤄지려다 다시 하락했지요. 몇 차례의 금융위기는 각 국가들에 국제 문제보다 국내 문제를 돌보는 데 급급한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문제의 시작이었죠. 강력한 규제, 강력한 리더십, 강력한 그 무엇인가에 대해 모두들 간과하고 있었던 겁니다.”
―유럽발 위기의 해법은 무엇입니까.
“경제적 성숙에 앞서 강력한 규제라고 봅니다. 유럽 전체가 나서서 강력한 경제적·재정적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경제 문제뿐 아니라, EU 전체를 아우르는 정치력을 강화하고, 개별 사안에 대해 체계적인 규제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50개의 연합국으로 이뤄져 있잖습니까. 각 주는 각각의 정부와 행정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모든 시민이 연방세를 워싱턴에 냅니다. 주별로 운영되면서도 국가별로 이뤄지는, 이런 식의 시스템을 유럽이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이번 유럽 위기가 EU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하나의 과속 방지턱이었다고 봅니다. 이런 과도기적 상황을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 진정한 비전을 달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동, 북한이 더 큰 돌발 변수
―유럽의 위기가 길어질수록 미국과 중국에 여파가 미치겠지요. 미국 경제는 위기에서 회복됐다고 봐도 무방합니까.
“그렇기도 하고 안 그렇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증거가 아직까지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0~2011년의 세계 경기 회복은 흡사 엉뚱한 길로 빠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나는 유럽의 불확실성 때문이고, 다른 것은 신흥국가 시장의 둔화 때문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서구의 선진국들은 중국에서의 거대 수요로 인해 큰 이익을 얻어 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중국 경기마저 어찌될지 알 수 없다는 의견들이 나옵니다. 한국에는 위기의 물결이 발밑까지 다가왔다고 판단합니다.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가 수입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중국은 지난해 12번째 5개년 계획에서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주요 목표는 중국인의 소비 촉진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구현하려는 경제 재조정 전략의 일환입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 경기를 활성화시킬 겁니다. 미국이 금융, 재무를 비롯해 많은 서비스 상품을 중국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수출 위주의 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수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고려해야 할 때입니다.”
티파니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그리스에서 비롯된 유럽 문제를 떠나 늘 북한이라는 국가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유럽발 금융위기라는 드라마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될까요? 최악의 경우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전세계가 동반 몰락할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들의 경제 문제가 심하다고 쳐도 더 강력한 변수를 늘 고려해야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세계 대공황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됐습니다. 중동 지역의 혼란, 북한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국가에서의 돌발 변수가 또다른 세계 경제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늘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 6월 초에는 스페인이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4번째다. 국내 경영 연구소들은 경제지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폴 티파니(Paul Tiffany) 미(美) UC버클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세계화이론’의 대가다. 세계화이론은 전 세계는 하나라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을 기반으로 세계 경기를 진단하는 이론이다. 몇 차례 이메일을 통해 그로부터 유로존의 미래를 진단해 봤다. 지난 5월에 건넨 첫 번째 메일은 프랑스의 대선(大選) 다음 날이었다. 티파니 교수는 “프랑스의 좌파 정권 집권은 유럽 전체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했다.
독일 국민들의 메르켈 지지 약해질 것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 프랑스 대통령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첫 번째로 전임 대통령인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cozy)가 독일과 맺은 신(新)재정협약을 다시 쓸 것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그동안 프랑스와 독일이 표방해 온 긴축정책을 뒤집자는 얘기입니다. 올랑드 대통령이 당장 강력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 않지만 독일 내부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독일의 어떤 변화를 말입니까.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가 줄곧 주장해 온 긴축정책은 순수하게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국 유럽의 재정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임금을 포함한 가격은 내려가고 부채는 청산되며 경쟁력 없는 조직은 파산하겠죠.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넘치는 보상을 할 수 없고, 국가의 적자예산 역시 회복할 겁니다. 경제적으로 정직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의 성장이 회복되기까지 통상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혹자는 불경기, 침체 시기가 10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들 국가는 물론 독일 국민이 이 상태를 언제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요.”
―무슨 소립니까.
“독일 사람들 중에는 오늘날 그리스 등 국가의 위기가 당연하다는 사람이 꽤 됩니다. 그들 국가의 자유로운 소비자들이 경제운영을 잘못해서 벌을 받고 있다는 시각이죠. 문제는 독일이 세계 최고의 수출국가라는 점입니다. 국가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그들에게는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물건을 팔아야 하는 대상입니다. 이들 국가가 계속 긴축정책을 고수한다면 독일의 상품을 흡수하기 어려울 것이고, 결과적으로 독일 경제가 악화될 겁니다. 올 초 독일의 실업률이 종전의 6.5%에서 7.5%로 올라갔습니다. 이미 시작됐을 수 있습니다. 독일 국민들이 메르켈 총리에게 관점을 전환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치러진 독일 지방선거에서 메르켈의 연방정부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기다리고 있을는지 모릅니다.”
적자 지출을 통한 수요 촉진
―메르켈식(式)의 해법이 틀렸다는 얘기입니까.
“단 한 가지로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과 상반되는 케인스 경제학자들의 해법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케인스 학파들은 적자를 통한 성장을 추구합니다. 중·단기 공공적자 지출을 통해 수요가 촉진되고 일자리가 증가하며, 소비가 활성화해 경제성장이 회복세를 띤다는 것입니다. 케인스 박사는 적자 유도 성장이 반드시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는 급진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적자 성장을 통해 국민들의 소득세 신고를 유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성장은 수년 후가 아닌 지금도 가능하고, 국민들이 그들의 노후대책 자금이 눈앞에서 증발되는 것을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이 방법 역시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원리에 불과하지만 시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 對 프랑스 = 구약 對 신약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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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켈 총리(왼쪽)와 올랑드 대통령의 해법이 유럽 위기의 키다. |
“독일의 접근법은 구약적 접근법입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지은 죄를 그대로 돌려받는다는 거죠. 과거의 방탕했던 생활에 대한 벌을 지금 ‘PIIGS’ 국가들이 받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나머지 유럽 국가들은 신약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지난 어둠의 과거를 인정하고 변화되기를 맹세한다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대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여태까지 ‘오늘 지출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고, 현재의 이윤을 즐긴다’는 생활방식을 옹호했습니다.”
―그런 방식대로라면 유럽연합이 재정지원을 한다고 쳐도 미봉책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독일이 그리스에 대해 우려하는 바가 이거죠. ‘PIIGS’ 국가들을 도왔는데, 만약에 그들이 다시 옛 습관으로 돌아간다면 바로 시장이 인지할 테니까요. 이렇게 되면 국가 채권 이율이 6~7%까지 상승할 겁니다. 정부가 돈을 빌리는 것이 불가능하고, 유럽 정부가 재정적으로 와해될 겁니다. 때문에 메르켈 총리로서는 섣불리 그리스를 지원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고 그동안 프랑스 역시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좌클릭 현상이 시작됐고, 메르켈 총리는 어느 쪽으로 가든 문제가 될 아슬아슬한 상황을 해결할 의무를 지게 된 겁니다. 구약과 신약을 믿는 자들의 투쟁이 시작된 겁니다.”
국제 문제보다 국내 문제에 치중했던 지난날의 폐해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것이 해법입니까.
“저는 반대입니다. 유로존은 단순한 무역협정이 아니라 경제통합 이상의 의미로 만들어졌습니다. 60여년 전 유럽연합 설립 초기의 큰 목표는 경제적·문화적·정치적인 통합이었습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유럽연합 지도자들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를 겁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는다 해도 갈 길이 멀어 세계 경기 회복이 늦는다고들 예측합니다.
“그리스가 이번 사태로 역사상 얼마나 중대한 도전에 맞닥뜨렸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가장 큰 문제는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모든 국가의 지도자들은 ‘문제를 뒤로 미루는’ 방식을 고수해 왔습니다. 딜레마를 해결해 줄 획기적인 방안이 언젠가는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문제 해법에서 한걸음 빠졌습니다. 2010년에 세계 경기 회복이 잠시 이뤄지려다 다시 하락했지요. 몇 차례의 금융위기는 각 국가들에 국제 문제보다 국내 문제를 돌보는 데 급급한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문제의 시작이었죠. 강력한 규제, 강력한 리더십, 강력한 그 무엇인가에 대해 모두들 간과하고 있었던 겁니다.”
―유럽발 위기의 해법은 무엇입니까.
“경제적 성숙에 앞서 강력한 규제라고 봅니다. 유럽 전체가 나서서 강력한 경제적·재정적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경제 문제뿐 아니라, EU 전체를 아우르는 정치력을 강화하고, 개별 사안에 대해 체계적인 규제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50개의 연합국으로 이뤄져 있잖습니까. 각 주는 각각의 정부와 행정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모든 시민이 연방세를 워싱턴에 냅니다. 주별로 운영되면서도 국가별로 이뤄지는, 이런 식의 시스템을 유럽이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이번 유럽 위기가 EU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하나의 과속 방지턱이었다고 봅니다. 이런 과도기적 상황을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 진정한 비전을 달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동, 북한이 더 큰 돌발 변수
―유럽의 위기가 길어질수록 미국과 중국에 여파가 미치겠지요. 미국 경제는 위기에서 회복됐다고 봐도 무방합니까.
“그렇기도 하고 안 그렇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증거가 아직까지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0~2011년의 세계 경기 회복은 흡사 엉뚱한 길로 빠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나는 유럽의 불확실성 때문이고, 다른 것은 신흥국가 시장의 둔화 때문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서구의 선진국들은 중국에서의 거대 수요로 인해 큰 이익을 얻어 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중국 경기마저 어찌될지 알 수 없다는 의견들이 나옵니다. 한국에는 위기의 물결이 발밑까지 다가왔다고 판단합니다.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가 수입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중국은 지난해 12번째 5개년 계획에서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주요 목표는 중국인의 소비 촉진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구현하려는 경제 재조정 전략의 일환입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 경기를 활성화시킬 겁니다. 미국이 금융, 재무를 비롯해 많은 서비스 상품을 중국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수출 위주의 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수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고려해야 할 때입니다.”
티파니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그리스에서 비롯된 유럽 문제를 떠나 늘 북한이라는 국가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유럽발 금융위기라는 드라마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될까요? 최악의 경우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전세계가 동반 몰락할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들의 경제 문제가 심하다고 쳐도 더 강력한 변수를 늘 고려해야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세계 대공황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됐습니다. 중동 지역의 혼란, 북한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국가에서의 돌발 변수가 또다른 세계 경제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늘 잊지 말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