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연구] 家電유통산업의 ‘카테고리킬러’ 하이마트 성장 스토리 : 월간조선

매출액 3조500억원, 영업이익 2150억원….

전자제품 유통 전문기업 하이마트의 지난해 실적이다. 특정 품목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카테고리킬러’ 업체로는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아닌 유통회사가 3조원을 넘어선 것은 하이마트가 처음이다. 국내 100대(大) 기업에 포함되는 규모다.

하이마트는 현재 국내 가전(家電)유통시장 점유율 1위(34.9%ㆍ2010년 전자제품 전문점 시장 기준)이다. 삼성ㆍLG전자 등 대형 제조업체가 1200여 개의 전속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마트가 이 같은 성적을 내는 데 대해 국내 유통업계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이마트는 전국에 300여 개 매장과 11개의 물류센터, 11개의 서비스센터, 자재터미널을 본사 직영(直營)으로 운영하고 있다. 개인 사업자들로부터 “대리점(프랜차이즈)을 낼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았지만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직영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본사 소속 임직원 수는 2700여 명. 배송 및 서비스 등의 협력사 직원까지 포함하면 5000여 명에 달한다.

하이마트는 지난 6월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회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카테고리킬러’라는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국내 가전 유통시장을 장악한 하이마트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봤다.

한국을 대표하는 카테고리킬러로 성장

하이마트는 지난해 매출액 3조원을 돌파했다.

하이마트는 IMF 외환위기 무렵 출범했다. IMF 직후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의 빅딜(기업 맞교환)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대우전자는 빅딜 대상에서 국내영업 부문을 제외시켰다. 대우전자의 국내영업 부문은 만년 적자(赤字)에다 시장점유율이 꼴찌여서 국내영업을 포함시킬 경우 빅딜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우전자 국내영업 부문 판매본부장이던 선종구(宣鍾九) 회장과 직원들은 눈 내리는 서울역에 모여 생존권을 호소했지만 외면당했다. 이들은 대우전자에서 분리되면서 독자적으로 살길을 모색해야 했다. 선 회장은 당시 임직원들에게 “지금 우리는 토사구팽(兎死狗烹) 신세다. 이대로 있으면 모두 죽는다. 불타는 배에서 뛰어내려 죽을 힘을 다해 파도를 헤쳐나가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생즉사 사즉생(生卽死死卽生)으로 견딘다면 머지않아 최고의 유통업체가 될 것이다”라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대기업에서 떨어져 나온 하이마트 경영진은 공격 경영만이 살길이라 판단했다. 거인(巨人)을 상대로 ‘도박’을 벌여야 할 운명(運命)이었다. 경영진은 전(全) 세계의 다양한 제품을 모두 취급하는 전자제품 전문점 모델을 전격 도입했다. 1999년 사명(社名)을 ‘하이마트’로 바꾼 후 삼성ㆍLGㆍ대우를 비롯해 소니ㆍ브라운ㆍ필립스 등 세계 최고 브랜드의 상품을 판매했다. “다 있다. 더 싸다”라는 당시 광고 문구(文句)처럼 국내외 유명 제품을 모두 팔았던 것이다.

살을 에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대우전자 제품을 판매하면서 적자가 누적돼 있던 400여 개의 소형 매장을 통폐합해 새롭게 ‘하이마트’ 매장을 열었다. 매장마다 갖고 있던 배송차량과 상품보관 창고도 과감히 없애 통합물류센터를 만들었다. 임직원 절반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회장이 직접 가본 후 매장 위치 결정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출범 초기 하이마트는 매주(每週) 3~4개의 매장을 새로 열 정도로 빠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당시 선종구 회장은 본사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이 거의 없었다. 그는 “사무실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결재(決裁)하는 것은 지금 우리 상황에서는 사치다”고 했다.

선 회장은 신규 매장을 낼 때 점포 위치를 직접 결정하고 미래 상권(商圈)까지 예측했다. 매장을 내기로 결정하면 2~3개월 후에는 반드시 개장(開場)했다. 그 무렵 업계에서는 “경쟁사가 매장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파고 있을 때 하이마트는 벌써 오픈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선종구 회장은 “현장 경험 없이는 절대로 좋은 직원, 훌륭한 간부가 될 수 없다”며 현장 경영을 중시했다. 당시 선 회장은 전국 구석구석을 오가며 매장을 물색했는데 이 때문에 ‘선삿갓’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1990년대 말까지 국내 가전제품 유통구조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리점이 전체 시장의 80~90%를 장악하고 있었다. 이른바 공급자를 위한 시장이었다. 독과점적인 유통구조로 인해 대기업 제조사가 책정한 가격이 곧바로 시장가격이 됐다. 대기업 제조사가 갑(甲)의 위치에서 지역별로 대리점을 내주고 판매가격도 결정했다. 소비자들은 주어진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의 대리점은 자사(自社) 브랜드만 취급해 제품 간 비교구매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이마트의 등장으로 치열한 경쟁이 촉발됐다. 공급자가 시장가격을 결정ㆍ판매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시장가격이 경쟁 논리에 따라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공급자(제조사) 위주였던 시장이 소비자(시장) 중심으로 바뀌었다. 제품설명도 특정 브랜드에 치우치지 않고 소비자 편에서 공정하게 제공함으로써 정확한 비교구매가 가능해졌다.

하이마트 임직원의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2001년 말 전국 직영매장 222개, 매출액 1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현장 중심의 스피드경영으로 출범 3년 만인 2002년 매출 1조80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100대 기업에 진입했다.

하이마트는 설립 10년을 거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카테고리킬러’로 성장했다. 카테고리킬러란 가전ㆍ완구ㆍ신발 등 특정 분야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진열ㆍ판매하는 소비자 중심의 유통방식을 말한다. 소비자가 한 매장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비교ㆍ분석한 후 원하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방식인 셈이다. 현재 하이마트 매장에는 국내외 110여 개 제조사가 만든 1만5000여 종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대기업 家電제조사의 견제

연매출액 500억원이 넘는 압구정 지점. 하이마트는 5층 규모(매장 면적 3300㎡)의 신개념 매장을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다.

하이마트호(號)에 순풍(順風)이 불 무렵 위기(危機)가 찾아왔다. 하이마트의 급성장을 지켜본 대기업 제조사들이 2002년 하반기부터 하이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면서 공급가격을 높게 책정, 하이마트로 하여금 마진이 나지 않도록 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은 하이마트 매장 옆에 자사(自社) 전속점을 열었다. 하이마트를 방문하는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무렵 하이마트 제품의 품질을 비방하는 악성(惡性) 루머도 나돌았다. 같은 대기업 제품이더라도 하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품질이 낮다는 게 골자였다.

하이마트는 4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연간 매출액은 정체 상태를 보였다. 선종구 회장은 위기 타개책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효과는 확실한’ 승부수를 던졌다. 경쟁력의 원천이 ‘사람’에게 있다는 기본 원칙을 실천한 것이다.

매출액 정체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관련된 비용, 즉 복리후생비와 교육ㆍ훈련비를 오히려 늘렸다. 판매사원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 ‘세일즈마스터’라는 노동부 인증 판매전문가 자격제도를 도입했다. 모든 직원을 판매전문가로 만든 것이다. ‘하이마트는 유통사관학교’라는 유통업계의 평가는 저절로 나온 게 아니었다.

선 회장은 고졸 판매사원도 지점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2010년 말 현재 지점장의 학력 분포도를 보면 고졸(高卒) 출신이 절반을 차지한다. 학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것이다. 전(全) 직원이 한마음이 되어 판매와 배송 등 서비스에서 속도를 내자 회사의 경쟁력도 높아졌다.

“협력사가 잘돼야 하이마트도 잘돼”

하이마트 판매사원은 정부가 공인한 ‘세일즈마스터’ 자격증을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하이마트의 등장은 중소 가전사(家電社)들이 대기업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 브랜드를 출시하는 계기가 됐다. 별도의 판로(販路)가 없었던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주문하는 상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OEM(주문자상표 부착방식) 생산업체에 머물러 있었다.

하이마트가 카테고리킬러 유통업체로 성장하면서 대기업의 독과점 유통구조가 깨지자 실력 있는 중소 가전사는 독자 브랜드를 내놓기 시작했다. 하이마트는 품질이 우수한 중소기업 상품을 우대했고, 많은 중소 가전사가 하이마트에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공급했다. 독자 브랜드 개발은 중소 가전사의 입장에서 수익은 물론 대기업 제조사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기회였다.

하이마트의 성장은 중소기업의 성공과 맥(脈)을 같이했다. 당시 선종구 회장은 “돈 못 버는 협력사는 필요 없다. 협력사가 돈을 많이 벌어야 하이마트도 잘된다”고 강조했다. 하이마트는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유통망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찾아나섰다. 기술력이 탄탄한 중소기업에는 자금(資金)까지 대줬다.

중소 家電社, 독자 브랜드 개발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하이마트의 판매력이 융합돼 ‘대박’을 터뜨리는 회사가 하나 둘 생겨났다. 전기압력밥솥을 만든 쿠쿠가 대표적이다. 대기업 제조사에 OEM으로 납품하면서 기술력을 키운 이 회사는 자체 브랜드 ‘쿠쿠’를 개발했는데 판로가 없어 고전(苦戰)하고 있었다. 그때 하이마트가 쿠쿠와 손을 잡았다. 쿠쿠 제품을 직접 써본 하이마트 직원들이 고객에게 이 회사 제품을 적극 추천하면서 대박이 났다. 전국의 하이마트 매장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김치냉장고 ‘딤채’를 생산하는 위니아만도도 마찬가지다. 차량용 에어컨을 생산하던 이 회사는 에어컨 제조기술을 김치냉장고에 적용해 히트를 쳤다. 위니아만도는 자체 대리점이 있지만 유통의 대부분을 하이마트가 책임지고 있다. 스팀청소기 제조업체인 한경희생활과학도 홈쇼핑을 거쳐 하이마트 매장에서 제품을 팔면서 큰 인기를 얻었고, 대우일렉트로닉스도 하이마트를 통해 제품 대부분을 판매하고 있다.

하이마트는 출범 초기부터 우수한 중소기업과의 협력에 힘을 쏟았다. 중소업체로서는 하이마트에 납품한다는 것 자체가 품질을 인정받는 셈이었다. 제품 선정에는 하이마트 소속 MD(상품기획자)들의 역할이 컸다. 현재 하이마트의 연간 매출액을 분석해 보면, 중소 가전사 제품의 매출액이 절반을 차지한다.

2000년대 중반 들어 대기업의 OEM 제품들은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최근 중소기업의 독자 브랜드 상품은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큼 다양해졌다. 쿠쿠ㆍ쿠첸ㆍ리홈ㆍ위닉스ㆍ한경희생활과학 등 생활가전을 비롯해 코원ㆍ아이리버ㆍ누리안 등 디지털 가전들은 대기업 브랜드 못지않게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 중소기업은 하이마트와 같이 성장해 왔다.

하지만 AS 문제는 중소기업 제품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고객들이 중소기업 제품을 고르다가도 비싼 대기업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가 AS 때문이다. 중소 가전사의 이런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하이마트는 전국에 11개 AS센터를 만들었다. 전국 300개 매장이 AS접수창구 역할을 하도록 했다.

하이마트는 대기업 가전제품 제조사에도 중요한 판매망(網)이다. 삼성전자는 하이마트를 통해 연간 국내 매출액의 20%를 판매한다. LG전자는 25%, 대우일렉트로닉스는 60%를 하이마트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하이마트가 취급하는 해외 대표 브랜드는 스웨덴의 대표 전자기업인 일렉트로룩스, 일본의 소니,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이다. 최근 들어 중국 최대 전자회사인 ‘하이얼’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전자제품 전문점의 시장 지배력이 지금보다 확대된다면 기업의 경쟁력과 소비자의 선택권이 증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체가 유통 전문점에 판매를 맡길 경우 제품개발을 통해 좋은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고 소비자는 여러 상품 중에서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10년 동안 광고내용은 일선 직원이 결정

하이마트는 철저히 고객 중심으로 영업을 해왔다. 일례로 하이마트 매장에는 지하주차장이 없다. 고객이 가장 편안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입지를 선정할 때부터 매장 앞에 차를 세워놓을 수 있도록 주차장 부지를 넓게 마련했다. 매장 구조도 고객의 동선(動線)을 고려했다. 2006년에는 ‘고객행복헌장’을 선포해 고객만족 경영을 한 단계 높였다.

하이마트는 2008년 10월 전자유통업계 최초로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주관하는 ‘한국 서비스 품질 우수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2011년 7월에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선정하는 ‘2011년 한국산업의 서비스품질지수 고객접점 부문’ 평가에서 1위에 올랐다.

하이마트는 2015년까지 전국 매장 수를 350개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매장 규모도 5층, 3300㎡(1천 평)로 늘려갈 예정이다. 고객 중심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현재 하이마트 고객은 1300만명이다. 10%가 충성고객이다. 이 같은 VIP고객을 확보하기까지 하이마트는 끊임없이 노력했다. 선종구 회장은 “업계 최고의 상품지식과 친절을 겸비한 직원들이 지금의 하이마트를 만들었다. 앞으로 매장ㆍ상품ㆍ사람의 경쟁력을 강화해 고객 행복의 차원을 몇 단계 높여나갈 계획이다”고 했다.

하이마트에는 상하(上下) 구분없이 ‘웃음경영’이 흐른다. 하이마트 사람들은 회의 주제가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박수와 웃음, 행복구호로 회의를 시작하고 끝맺는다. 전국 모든 매장은 아침마다 “나는 기분이 좋다~ 나는 건강하다~ 나는 잘할 수 있다~”라는 행복구호를 외치며 큰 박수로 영업을 시작한다.

선종구 회장은 “세상을 웃으며 살 줄 알아야 한다. 하이마트는 IMF를 웃음으로 극복했다. 오늘의 경제현실도 웃는 얼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웃음경영’이 반영된 대표적인 영역이 ‘하이마트 광고’이다. “촌스럽고 유치해 보여도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자”는 선종구 회장의 깊은 생각이 투영돼 있다.

하이마트는 시즌마다 새로운 광고를 만든다. 신규 광고물을 제작할 때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광고회의가 열릴 때면 대리급 이하 젊은 직원들이 상석(上席)에 앉고 직급이 높을수록 뒷자리에 앉는다. 발언권과 결정권은 일반 직원들에게 있다. 콘티 내용부터 최종 완성본은 젊은 직원들의 OK 사인이 나와야 방송을 탈 수 있다. “이성(理性)보다 감성(感性)이 중요한 방송광고는 젊은 감각이 반영돼야 한다”는 선 회장의 지론 때문이다. 선 회장은 “10년 동안 광고회의에 참석했지만 내 맘에 드는 콘티가 선택된 적이 한번도 없다. 젊은 직원들의 의견이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국내 최초로 여자프로골프단 창단

하이마트는 국내 최초로 여자골프선수단을 창단, 무명의 선수를 발굴해 세계적인 선수로 키웠다.

하이마트의 성장스토리에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창조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하이마트 골프단이 좋은 사례다.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하이마트는 2001년 7월 국내 최초로 여자프로골프단을 창단했다. 당시만 해도 개인 종목인 골프에서 프로구단을 운영한다는 것은 생소했다.

하이마트 골프단은 무명(無名) 선수를 선발, 단체 훈련을 통해 팀워크를 만들어갔다. 창단 후 통산 62회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이마트 소속 선수들은 “골프가 비록 개인종목이지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팀동료가 함께한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소속선수가 결승전에 진출하면 전국 300개 매장 TV로 경기가 생중계되고 5000여 임직원이 소속 선수를 응원한다. 신지애 선수가 결승전에서 유난히 역전(逆轉) 우승을 많이 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하이마트 골프단이 신지애, 안선주, 유소연, 이보미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낸 ‘하이마트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6월 코스피 상장,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 기록

하이마트는 지난 6월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왼쪽부터 서진석 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이창호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임기영 대우증권 대표.

IMF 외환위기 당시 추운 거리로 내몰렸다가 기사회생(起死回生)한 하이마트 사람들. 김효주 판매총괄 부사장은 “10년 넘게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렇다면 하이마트의 향후 성장 잠재력은 얼마나 될까.

전자제품 유통회사로 유명한 해외 기업은 미국의 베스트바이(BestBuy)와 일본의 야마다덴키(ヤマダ電機)이다. 베스트바이의 지난해 매출액은 500억 달러였다. 2009 글로벌 100대 소매기업 조사에서 미국 소매 유통업체 중 8위, 세계 소매업체에서는 17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야마다덴키’는 자국(自國) 전자제품 유통시장에서 23.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베스트바이와 일본의 야마다덴키가 1인당 GDP 2만5000달러 시점부터 영향력을 장악해 간 사례에 비춰볼 때 하이마트의 성장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IPO(기업공개)에 앞서 선종구 회장은 하이마트의 비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2020년까지 매출액 20조원, 회사가치 20배 확대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2015년까지 매장을 350개로 확대하고 취급 품목도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헬스케어ㆍ이미용품 등 생활용품까지 다양화할 예정입니다. 스마트TV와 같은 하이엔드 제품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신개념 매장을 만드는 것이죠.”

하이마트는 채널 다각화를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1인당 GDP 1000~3000달러 수준의 동남아 국가 중에서 성장시장을 선점, 하이마트가 보유한 전자제품 유통 노하우를 이들 국가에서 펼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빠르면 올해 안에 매장 출점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마트는 지난 6월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하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이익은 작년과 비교할 때 50% 가량 성장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이마트가 연말쯤이면 회사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남옥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7월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과거 미국 가전 양판업체인 베스트바이의 주가(株價)는 1980년대 후반 최저 0.3달러에서 2007년에는 52달러까지 상승했다”며 “높은 현금 창출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마트는 향후 3년간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증가율이 연평균 각각 13.7%, 19.1%, 32.3%에 달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하이마트는 지난 2분기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14.6%, 60.9%, 113.0% 증가해 어닝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ㆍ시장의 예상치를 초과하는 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하이마트는 지난 7월 한 달간 매출액이 업계 최초로 4천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7월 대비 14% 이상 증가한 것이다. 선종구 회장이 지난 6월 발표한 ‘비전202020(2020년까지 매출액 20조원, 회사가치 20배 달성)’의 청신호가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