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정보] 쏘나타, K5 하이브리드 시대 : 월간조선

‘하이브리드 자동차 한 번 타 볼까?’

운전자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일이다.

이런 관심이 현실이 되어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정식으로 시판한 지 불과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쏘나타 하이브리드’(현대차)와 ‘K5 하이브리드’(기아차)는 지금까지 각각 1301대, 1104대나 팔렸다.

미국에서의 인기는 더욱 놀랍다.

출시하던 지난 3월에 고작 두 대가 팔렸던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이후 468대(4월), 1553대(5월), 1422대(6월) 등 지금껏 총 3445대가 팔렸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총 31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지난 6월에 일본 도요타의 ‘프리우스’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 경쟁 상대였던 일본 ‘캠리 하이브리드’와 ‘알티마 하이브리드’보다 2~3배 높은 판매량이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보다 늦게 출시된 사촌격의 ‘K5 하이브리드’ 역시 지난 6월에 미국에서 총 103대가 팔리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현대기아차는 출시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기존의 자동차와 어떻게 다를까.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라는 것 이외에 선뜻 설명하려면 어렵기만 한 하이브리드 차량이 업계의 대세가 될 수 있을까.

기존의 엔진과 전기 모터의 두 축으로 움직이는 차

K5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hybrid)는 사전적인 의미로 이질적인 요소가 섞인 이종(異種) 혼성이라는 뜻이다. 넓은 의미로는 이종을 결합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휴대폰에 고유의 전화 통화 기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카메라, MP3 기능 등을 섞어 휴대폰 가치를 높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기존의 가솔린 차량 운행을 가능케 했던 엔진과 전기(모터)를 병행해서 움직이는 자동차다. 상황에 따라 엔진 또는 모터를 사용해 차량을 운행한다.

기아차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K5 하이브리드 차가 움직이는 방식은 이렇다.

“시동을 걸거나 저속으로 주행할 때는 전기차처럼 모터의 힘만으로 구동이 됩니다. 가속을 하거나 오르막길 등 힘이 필요한 경우에는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구동되고, 정속으로 주행할 때는 엔진만 구동됩니다. 또 감속으로 인해 에너지가 남는 경우에는 필요에 따라 배터리에 에너지원을 저장합니다. 정차하거나 신호 대기 때는 엔진과 모터가 정지됩니다. 결국 기존의 차량이 엔진으로만 움직였다면, 하이브리드 차는 엔진과 전기가 원활하게 작동해서 최적의 분배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이죠.”

하이브리드차를 두고 ‘친환경적인 차세대 자동차’라고 하는 것은 이런 원리 때문이다. 위의 설명처럼 저속 주행을 할 때는 기존의 엔진이 아닌 모터만으로 가능하다. 기존의 엔진은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해(有害) 가스가 배출되지만, 전기 모터는 유해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니 그만큼 환경에 좋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차가 기존의 자동차보다 유해가스를 최대 9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구나 두 가지 이상의 동력을 이용하다 보니, 차량의 연비를 향상시키는 데 그만이다. 고유가 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자동차 업계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차세대 블루오션’이다.

전(全) 세계적으로 이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일본 도요타다.

도요타는 지난 2000년 말에 세계 최초로 ‘프리우스(Prius)’라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차는 2009년 말까지 미국에서 총 130만대 이상이 팔렸다. 뉴욕주(州)가 공공기관의 공용차량으로 이 차를 샀을 정도다.

2008년부터 본격 개발에 뛰어들어

에너지흐름도

현대기아차는 양산 시점으로 보자면 일본에 한참 밀린다. 하지만 요즘의 현상을 보면 꼭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지난 6월에 ‘프리우스’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시장에서 많이 팔렸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기아차가 이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됐다.

1995년에 ‘FGV-1’이라는 프로젝트 명으로 개발에 나섰고, 소형차를 위주로 테스트를 해 왔다. 2005년에는 소형차인 ‘베르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시범적으로 보급했다.

현대기아차가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승부수를 던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 현대차의 ‘베스트셀러’ 차종인 ‘쏘나타’와 기아차의 부활 견인차 역할을 했던 ‘K5’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산키로 결정하면서부터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대표 차종을 하이브리드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주요 타깃인 북미 시장에서 두 차종의 판매율이 높다는 점에서 개발을 시작했다”고 했다.

도요타가 개발에 실패했던 기술을 성공시켜 자동차에 탑재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차 회장은 이 프로젝트에 지난 34개월 동안 총 3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했다. 그리고 지난 5월 1일에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가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차의 핵심은 엔진과 모터라는 두 개의 동력을 원활하게 제어하는 기술력이다. 주행 상태에 따라 엔진이 구동되다, 모터가 구동되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이들의 제어 기능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기술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대기아차는 도요타, GM 등 경쟁 차종과 다르게 이 부분에서 ‘병렬형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적용했다.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요타가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모터 2개와 엔진에만 의존해 차량을 운행합니다. 복합형 하이브리드인데, 구조가 복잡한 데다가 비교적 큰 용량의 모터를 차량에 달아야 합니다. 우리는 기존과 다르게 엔진과 모터 사이에 클러치를 병렬로 연결했습니다. 클러치와 클러치 접합 기술을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도요타가 15년 전에 실제 차량에 구현하려다가 실패했던 고난도의 기술입니다. 이렇게 클러치를 활용할 경우 변속기 기능을 하는 대용량의 모터와 발전기가 필요없습니다. 그만큼 시스템 구조가 간단하고 경제적이죠. 우리의 시스템이 도요타에 비해 간단하고, 작은 용량의 모터로 경쟁차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습니다.”

휘발유 차량과 똑같은 변속기 장착해 운전의 재미 더해

기아차 K5 HEV 나무링거 캠페인.

이뿐이 아니다.

현대기아차는 ‘쏘나타’와 ‘K5’의 자랑으로 ‘누우 2.0 하이브리드 엔진’이라는 것을 꼽는다. 이름도 생소한 이 엔진은 현대기아차가 순수하게 독자기술로 개발한 것인데,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이다. 기존의 엔진보다 훨씬 가볍기 때문에 연비가 탁월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1L당 21km를 주행할 수 있는 연비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 덕분이다. 엔진 출력 150마력, 전기모터 출력 41마력 등 총 191마력으로 동급 모델 중에서 최고의 출력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차종에는 세계 최초로 ‘270V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라는 것이 장착돼 있다. 경쟁 모델이 사용하는 ‘니켈 수소’ 타입보다 무게가 4분의 1 정도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세계 최초’는 하나 더 있다. 바로 ‘6단 자동변속기’가 그것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를 실었다. 보통 하이브리드카는 전자식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일반 소비자들이 운전할 때 다소 지루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일반 가솔린 차량에 장착되는 최신 변속기를 그대로 적용해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외관상으로는 ‘휘발유 K5 차’와 ‘K5 하이브리드’에 차이가 있을까 없을까? 정답은 ‘유심히 보면 차이가 있다’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기존 가솔린 차량의 디자인 DNA를 대부분 계승하면서도 약간의 변화를 줬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에 변화를 줘서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고, 후미부에는 새로운 발광 기술을 적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가했다.

하이브리드 전용 부품에 대해 파격적 A/S

‘K5 하이브리드’는 전면부에 미래지향적인 이미지의 실버 소재를, 내장에도 미래형 냄새가 물씬 나도록 메탈릭한 느낌을 강조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가장 큰 장점인 시동을 걸었는지 아닌지조차 잊을 정도의 정숙성은 기본이란다.

자동차가 신호 대기로 정지했을 때는 엔진과 모터가 모두 중단된다고 했는데, 그럼 에어컨은 나오는 걸까? 답은 ‘나온다’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전동 에어컨 컴프레서 시스템을 적용해 정차시에도 문제없이 에어컨이 나오며, 전기식 워터펌프로 난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냉난방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

기아차는 여전히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 의심(?)하는 고객들을 위해 통 큰 A/S 정책을 내놓고 있다. ‘K5 하이브리드 전용 부품’의 보증기간을 6년, 12만km로 늘린 것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모터나 배터리 같은 전용 부품이 고가여서 한 번 고장이 나면 수리비가 엄청나지 않으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품의 보증기간을 파격적으로 늘려 고객의 불안감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가 친환경적 차량인 만큼, 정부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들 차종을 구입하는 고객들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선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최대 100만원과 30만원씩 감면받는다. 또 차량 등록시에 취득세를 최대 140만원, 채권 및 공채 최대 200만원까지 면제받을 수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치솟고 있는 휘발유 값을 고려하면 하이브리드 차를 운행해서 얻는 이득은 훨씬 커진다”고 설명했다.

현재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2975만원(프리미어)짜리와 3295만원(로얄)짜리를 판매하고 있다. 총 컬러는 화이트, 실버, 블루, 다크그레이, 하이퍼메탈릭, 블랙 등 6가지다.

‘K5 하이브리드’는 럭셔리 2925만원, 프레스티지 3095만원, 노블레스를 3195만원에 판매 중이다. 색상은 화이트, 실버, 새틴메탈, 라이트그라파이트, 흑진주색 등 총 5가지다.

현대기아차가 대형 세단인 ‘그랜저’와 ‘K7’ 등에서 하이브리드 차종을 생산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중형차인 쏘나타와 K5가 가장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했다. 대형차 라인으로까지 하이브리드 차량을 확대 생산할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