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르포]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 헤이허(黑河) 만도 동계시험장 : 월간조선

2월 8일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을 오전 7시25분에 출발한 중국 남방항공 비행기는 2시간 후에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의 성도(省都) 하얼빈에 도착했다.

과거 우리네 완행(緩行)버스처럼, 하얼빈에서 내릴 손님은 내리고 이 비행기의 최종 기착지인 헤이허(黑河)에 갈 손님들이 비행기에 올랐다. 러시아와 중국의 접경지대인 탓에, 하얼빈에서 비행기에 오르는 손님 대다수가 러시아계였다.

“페이지콰이야오치러(飛機快要起了·비행기 곧 출발할 거야), 콰이쩌우바(快走?·빨리 가자).”

패션모델처럼 긴 팔다리에, 허리 위로 바짝 올라붙은 히프, 황금색 머리칼, 파랗고 녹색인 눈동자의 러시아 여인들 입에서 유창한 중국어가 흘러나왔다.

러시아 승객들 사이에서 나는 만도 하얼빈 김길동(金吉童) 차장과 만났다. 김 차장은 나의 헤이허 취재를 지원하기 위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우리의 설날) 연휴인데도 불구하고 출근을 했다. 그는 “어차피 집에 가족도 없는데 일하는 게 더 편하다”며 미안해 하는 기자를 향해 웃었다.

하얼빈을 다시 출발한 비행기는 50분을 날아 헤이룽장성의 북방 도시 헤이허에 도착했다. 북위(北緯) 50°(14′42″). 헤이허시는 대한민국 서울(37°)보다 약 위도 13° 북쪽에 있다. 이날 헤이허의 기온은 섭씨 영하 25°C. 560km 남쪽에 있는 하얼빈(위도 45°)은 영하 15°C. 내가 현재 살고 있는 베이징(위도 39°)의 그날 기온이 영하 5°C였으니 위도와 기온은 반비례가 확실한가 보다.

‘만도 덕분에 해마다 겨울장’

헤이허 공항에 만도 베이징 연구소 유혁기(兪赫基) 부장이 마중을 나왔다. 유 부장을 포함해 현지에 있는 만도 직원 100여 명은 베이징 연구소 소속이지만, 겨울만 되면 헤이허로 장기 출장을 온다. 유 부장도 베이징 왕징에 가족을 두고 11월부터 3월 말까지 헤이허에서 기러기 아빠 노릇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유혁기 부장의 차를 타고 공항에서 차로 20여 분 북쪽에 있는 와우(臥牛)호수로 향했다.

와우호는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이 호수에 만도가 2003년 세계 최초로 동계(冬季) 자동차 주행(走行)시험장을 만들었다. 만도가 이 호수에 들어온 이후, 전(全) 세계 자동차 메이저 부품업체, 완성차 업체들이 뒤를 따랐다.

2010년 현재 헤이허에는 6개의 동계 주행시험장이 있다. 이 가운데 와우호수 위에 있는 만도 주행시험장이 가장 규모가 크다. 겨울이면 70여 개의 자동차 부품, 완성차 업체들이 이곳으로 짐을 싸들고 온다. 유혁기 부장은 “만도 덕분에 이곳에 겨울장이 서게 된 셈”이라며 “전 세계에서 온 자동차 회사 직원들이 겨울 한철을 보내면서 먹고 마시고 자는 데 쏟아붓는 돈도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만도 측에 따르면, 이 겨울장 덕분에 시골도시 헤이허는 연간 수백억 원의 세수(稅收)를 올린다고 한다.

인구 138만명의 작은 도시 헤이허의 도심은 작고 아직 덜 발전돼 보였다. 도시 북쪽에 중국명 헤이허, 러시아명 아무르(Amur)강이 흐른다.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인 압록강과 두만강 지역처럼 폭 10미터의 강 하나를 두고 두 나라의 도시가 마주 보고 있다. 강 너머 도시는 러시아의 블라고베셴스크. 비자가 있어야 오갈 수 있지만, 헤이허와 블라고벤셴스크 주민들은 비자 없이 24시간 동안 왕래할 수 있는 통행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공항에서 20여 분 만에 와우호수에 있는 윈터테스트 종합연구센터에 도착했다. 와우호 주변 언덕에 위치한 종합연구센터는 정몽원(鄭夢元·56) 한라그룹 회장의 지시로 지난 2010년 2월 완공됐다. 1725㎡(약 600평) 규모인 종합연구센터는 100여 명이 넘는 연구원을 수용할 수 있는 연구실 및 대회의실, 동시에 8대의 차량을 수리 및 정비할 수 있는 정비공간, 실내주차장, 식당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정몽원 회장은 지난해 종합연구센터 오픈식에 참석해 “헤이허 종합연구센터는 세계 수준의 지능형 자동차를 위한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친환경 자동차를 위한 레이더, 카메라, 모터, 반도체 등의 개발의 산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도는 연구소 1층에 고(故) 정인영(鄭仁永) 명예회장의 흉상(胸像)을 세워 놓았다. 높이 210cm(좌대 포함)에 청동(靑銅)재질로 만들어진 흉상은 조각가 박충흠(64)씨가 제작했다. 정인영 회장은 1994년 중국 랑팡 지역에 합작회사를 설립하면서 우리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을 개척한 기업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전(生前) ‘비자금을 만들지 않는 천연기념물 기업인’으로 불렸던 정인영 명예회장은 IMF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그룹 핵심 기업인 만도를 계열분리하는 아픔을 겪었다. 만도는 1962년 정인영 회장이 설립한 종합 자동차 부품회사로 올해 약 4조2천5백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상장폐지됐으나 2010년 재상장(再上場)돼 현재 주가가 15만원대다.

정인영 명예회장은 2006년 자신의 분신(分身)이라고 생각했던 만도를 되찾는 걸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고, 2008년 아들 정몽원 회장이 회사를 다시 되찾아왔다. 만도 직원들은 당시의 기쁨을 잊지 못한다. 현재 만도 중국본부장인 심상덕(沈相德·54) 전무는 “만도가 한라그룹에 다시 돌아왔을 때 정인영 명예회장을 기억하는 모든 만도 임직원이 눈물을 흘렸다”고 회상했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인영 명예회장은 영하 40℃를 오르내리는 이 오지(奧地)의 종합연구센터 1층에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120㎞로 눈 덮인 얼음판을 달리다

종합연구센터 1층 로비에 있는 정인영 회장 흉상 앞에서. 만도 유혁기 부장, 김길동 차장.

우리 일행은 종합연구센터 1층에서 옷을 갈아 입었다. 영하 30℃가 넘는 추위 탓에, 모자, 귀막이, 어그부츠를 신어야 했다. 어그부츠를 신고 밖을 나가 보니 겨울만 되면 여자들이 이 신발을 사려고 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안쪽에 털이 달린 어그부츠는 가볍지만 따뜻했다. 나름 완전 무장한 일행은 만도 연구소에서 제공한 차를 타고 와우호에 올라갔다. 와우호 주행시험장은 약 400만㎡(120만 평) 호수 위에 약 60만㎡(20만 평) 일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일행을 태운 차 두 대는 길이 1.5km 폭 100m의 주행시험장을 달렸다. 바퀴 아래는 눈과 얼음이었다. 만도 측은 나에게 ABS의 효능을 보여줬다. 시속 120km로 눈 덮인 얼음 호수 위를 달리던 우리 차가 1km쯤 달렸을 때 브레이크를 밟았다. 눈과 얼음 위에서도 일행의 차는 별다른 미끄러짐 없이 운전자의 의지대로 멈춰섰다.

운전을 맡은 유혁기 부장이 차를 반대쪽으로 돌리면서 “이제 ESC가 없는 상태에서 방향을 바꿀 때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했다.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란 ‘차량자세제어장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ABS가 빙판길에서 브레이크를 잡았을 때 단순히 미끄러지지 않게 해주는 데 반해, 이 브레이크 시스템은 브레이크를 잡고 방향을 바꿨을 때 원하는 대로 갈 수 있게 도와준다. 예컨대, 빙판길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좌측으로 핸들을 돌렸을 때, ESC가 없으면 차량은 그대로 미끄러져 몇 바퀴를 회전하게 된다. 이때 뒤나 앞에서 고속으로 주행하는 차가 있다면 결과는 눈에 뻔할 것이다.

유혁기 부장은 “원래 독일 보쉬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으나 만도가 전 세계 세 번째로 핵심부품을 자체 개발해서 지금은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했다. 그는 ESC가 없는 상태로 차량을 90km로 주행했다. 속도계가 90에 이르자, 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좌로 우로 틀었다. 입에서 ‘어어’ 소리가 나올 정도로 차량은 360도 회전했다. 팽이처럼 몇 바퀴를 돌던 차량은 원하던 곳 한참 멀리서 멈췄다. 동행한 김길동 차장이 “이런 실험을 위해 얼음 호수가 반드시 필요한 겁니다”라고 했다.

거대한 손 같은 제어장치 ESC

얼음과 아스팔트로 된 트랙 위에서 ESC 시험하는 모습.

차량의 위치를 수습한 유 부장은 ESC를 켜고 회전시험을 준비했다. 얼음 호수 위에 원뿔형 콘을 놓고 S자로 주행을 하는 실험이다. 마찬가지로 90km 속도로 가다가 S자 앞에서 브레이크를 잡고 좌로 우로 핸들을 돌렸다. 유 부장이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돌리는 순간, 핸들 돌리는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려는 차의 뒷부분을 거대한 손이 잡아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떵’하는 그런 느낌이 들 때 차량은 유 부장이 꺾는 쪽으로 안전하게 움직이며 멈춰섰다. S자로 놓아둔 콘이 하나도 망가지지 않고 그대로 얼음 호수 위에 있었다.

우리 일행은 차에서 내려 ESC가 없을 때 같은 조건에서 S자 주행 실험을 하는 모습을 보기로 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영하 35도의 온도가 실감이 났다. 코 안이 갑자기 굳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코 안에 있던 물기가 바로 언 것이다. 시험 차량이 다시 방향을 잡고 있는 걸 보는데, 갑자기 ‘쩡쩡’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일행 중 누가 바로 외쳤다.

“얼음 깨지는 거야?”

우리가 쳐다보자 유혁기 부장이 웃으며 “깨지는 게 아니라 어는 소리야”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얼음이 깨지는 소리와 어는 소리는 다르다고 한다. 얼음이 얼 때는 서로 응력이 생겨서 ‘쩡쩡’하는 소리가 나고 깨질 때는 유리창 깨지듯이 ‘째재재재쟁’ 소리가 난다고 한다. 그는 얼음 얘기가 나오자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줬다. 유 부장의 얘기다.

“과거에 강원도 춘천 쪽에 있는 파로호(破虜湖)에서 잠시 주행시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겨울에는 파로호에서 수력(水力)발전을 한다고 물을 빼곤 해요. 그러면 얼음 아래에서 받쳐주던 게 없어지니까 중간에 얼음이 푹푹 꺼집니다. 당시 시험은 해야 하는데, 직원들이 겁이 나니까 못 들어가는 겁니다. 그러자 황모 부장이 ‘뭐가 겁나, 내가 먼저 들어간다’하고 차를 몰고 들어간 겁니다. 차가 주행하자마자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째재재재쟁’하고 나는데 다행히 꺼지지는 않았어요. 황 부장이 혼자 몇 바퀴 도니까 그제야 직원들이 안심하고 들어갔습니다. 지금은 위험해서 안 하지만, 저희가 품질 테스트한다고 정말 별짓을 다 해봤습니다. 하하하.”

독일 고급차에 장착된 장치, 만도가 첫 국산화

잠시 후, ESC가 없는 상태로 시속 90km로 주행하던 차가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틀었다. 그러자 차량은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며, S자 모양으로 놓아뒀던 플라스틱 콘을 짓밟고 미끄러졌다. 플라스틱 콘은 모두 으깨졌고 차량은 엉뚱한 위치에 반대로 놓여 있었다. 유혁기 부장은 “ABS가 있어도 ESC가 없으면 방향을 바꿀 때 이렇게 미끄러진다”고 했다.

현재 대부분의 차량은 ABS가 기본으로 달려 있지만, ESC는 아직 옵션이다. 만도 측에 따르면, 겨울철 사고 방지를 위해 ESC가 필수 사양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만도가 국산화하기 전에는 독일계 고급 차량에만 장착됐지만, 이제는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과 중국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일행은 다시 차에 타고 랜드 트랙(LAND TRACK)으로 가서 주행시험을 했다. 랜드 트랙은 일반 아스팔트와 얼음트랙을 한 차선에 만들어놓았다. 이곳에서 차량의 한쪽 바퀴는 얼음에, 다른 한쪽은 아스팔트에 올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차량이 어떻게 되는지를 실험한다. 겨울철 한쪽은 빙판이고 한쪽은 빙판이 아닐 때 브레이크를 밟으면 어떻게 될까? 특히 이 상태에서 전방에 장애물이 있어 핸들을 돌렸을 때는? ESC가 없는 상황에서는 앞서 본 차량처럼 팽이처럼 돌다가 엉뚱한 곳에 멈춰선다. 물론 이 장치가 가동되면 희한하게도 회전하려는 차량 뒤쪽을 누가 잡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며 미끄러지지 않았다.

랜드트랙 한쪽에는 경사도 15도, 20도의 언덕을 만들어놓았다. 이곳도 한쪽은 얼음면, 한쪽은 일반 아스팔트였다. 여기서도 ESC가 없는 상태의 차량은 뒤로 맥없이 밀려나갔다. 그 상태에서 핸들을 꺾으면 언덕에서도 빙글빙글 돌 기세였다. 유혁기 부장은 “얼음 위에 있는 바퀴가 헛돌기 시작하면 바퀴축이 계속 헛돌아가게 된다”며 “ESC는 이런 상태를 잡아 바퀴 양쪽이 모두 같은 힘으로 돌게 해준다”고 했다. 역시 ESC가 돌아가자 차량은 뒤로 밀리지 않고, 부드럽게 언덕을 올라갔다. 내려갈 때도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감 있게 내려갔다.

원래 만도는 1989년부터 북유럽 스웨덴(Arjeplog)에서 현재와 같은 동계시험을 했다고 한다. 이어 뉴질랜드 남섬 와나카(Wanaka), 미국 오대호 인근이 만도의 동계시험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중국 헤이허는 만도가 가장 늦게 시작한 시험장이지만, 최대의 시험장이다. 만도 베이징연구소 정대종(鄭大琮·46) 소장과 나눈 얘기다.

아침부터 50도 바이주 6잔씩 들이켜

45cm 얼음 위에 있는 시험용 자동차들.

―원래 있던 스웨덴에서 중국 오지까지 온 이유가 있습니까.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시장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기존 스웨덴 동계시험장은 유럽으로 수출하는 차량을 시험하는 곳입니다. 중국 시장이 커지기 전에는 이곳, 스웨덴, 미국을 돌아다니며 중국으로 나가는 차량의 시험을 했습니다. 시험 비용이 비싸고 중국으로 나갈 제품을 다른 곳에서 시험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 헤이허를 개척하게 된 거죠.”

정대종 소장은 지난 2000년부터 만도 하얼빈 지사장 등과 함께 동계시험장 후보지를 찾아 중국 헤이룽장성 일대를 헤맸다고 한다. 처음에는 하얼빈 근처의 쑹화강을 지목했으나 생각보다 빙질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정 소장의 얘기다.

“하얼빈은 교통이 좋고 겨울철 기온이 낮아 동계시험장으로 적격이었습니다. 하지만 강은 흐름이 있기 때문에 빙질이 고르지 못하고 폭이 넓지 않아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스웨덴 동계시험장도 호수거든요. 그래서 다시 호수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만난 게 이곳 헤이허 와우호예요.”

2000년 당시만 해도 헤이허에는 공항이 없어 하얼빈에서 기차를 타고 13시간을 달려가야 했다. 저녁에 기차를 타면 아침 7시에 도착했다. 정 소장에 따르면, 처음 헤이허시 관계자들과 만날 때는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침식사 때 50도에 가까운 바이주(白酒)를 몇 잔씩 들이켜야 했다고 한다. 정 소장은 “환영의 의미로 주는 데 안 마실 수도 없고 해서 맥주잔에 6~7잔씩 마셨다”며 “마시고 나서 바깥에 나가면 10분도 안돼서 너무 추워 술이 깼다”며 웃었다.

―헤이허시에서 동계 주행시험장 만들겠다고 하니까 뭐라고 하던가요.

“생전 처음 듣는 소리니까 어리둥절해 했죠.(웃음) 그 덕에 저희가 아주 싸게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스웨덴보다 비용이 3분의 1이고 뉴질랜드에 비하면 거의 10분의 1이에요. 현재 다른 업체들이 우리 가격을 알면 놀랄 겁니다. 하하하.”

현재 TRW, 컨티넨털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헤이허에서 동계 주행시험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 모비스, 현대-기아차가 각자 주행시험을 하고 있지만, 모두 헤이허시가 운영하는 주행시험장을 빌려서 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업체 가운데 전용 시험장을 가지고 있는 업체는 만도가 유일하다. 정 소장은 “정인영 명예회장 때부터 현재까지 만도의 핵심 철학은 ‘품질’”이라며 “이런 생각이 만도를 중국의 오지까지 오게 만들었다”고 했다.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 구호 외치는 중국인 직원

정서교 만도 하얼빈 총경리.

돌아가는 길에 하얼빈 공항에서 약 1시간 거리의 하얼빈 경제개발구에 있는 만도 공장에 들렀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작은 기계가 하나 눈에 띄었다. 자동으로 신발에 비닐을 씌워주는 장치였다. 만도 하얼빈 지사 직원들은 회사용 신발을 신고, 외부 방문자들은 누구나 이 기계를 거쳐야 한다. 공장의 청결 때문이다.

정서교 하얼빈 총경리(상무)는 “눈이 많이 오는 겨울철에 바깥에 나갔다 들어오면 공장 안이 전부 진흙탕이 된다”며 “우리 제품이 반도체는 아니지만 공장이 더러우면 그게 품질로 이어진다”고 했다. 정 총경리는 대학 졸업 후 만도에 입사해 2005년 중국으로 발령을 받아 쑤저우 법인에서 5년간 근무했다. 지난 2010년 초 상무보로 승진해 하얼빈 법인를 책임지고 있다. 그도 하얼빈 공장을 안내하며 정대종 소장처럼 “만도는 품질에 모든 걸 건다”고 했다. 정 총경리의 얘기다.

“2008년 만도를 되찾고 정몽원 회장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게 품질입니다. 품질을 강조하는 건 선대 정인영 명예회장부터 시작된 만도의 전통이에요. 하얼빈 법인은 만도의 제품을 만들어서 중국 자동차 회사에 공급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거래처를 뚫을 수 있는 자신감도 품질이고, 원동력도 품질이에요. 현지 공장에서 조금이라도 불량품이 나오면 만도 전체를 욕 먹이는 겁니다.”

하얼빈 공장 곳곳에 한라 정몽원 회장이 직접 썼다는 ‘최고의 품질’이라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 공장을 떠나는데, 공장 한곳에 중국인 직원들이 모여 서로 우렁차게 구령을 외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서교 총경리 부임 이후 오후 휴식 시간마다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한다. 중국인 직원들은 이렇게 외쳤다.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